소설리스트

핵무기도 만들어 드릴까요?-339화 (339/372)

#핵무기도 만들어 드릴까요? 339화

“푸하하!”

나타샤의 임신 소식을 전해 들은 희원이 놈은 미친 듯이 웃음을 뱉어 냈다.

그도 잠시, 힐끗 하고 자신을 향해 쏟아지는 주변의 시선을 의식한 놈은 언제 그랬냐는 듯 헛기침을 했고, 이후 슬그머니 내 귓가에 속삭였다.

“약을 과용한 모양이군. 내 덕분인지나 알아라.”

차마 대꾸를 할 가치도 없다는 생각에 침묵으로 일관했다.

그 모습이 못마땅했던 듯 삐죽 입술을 내민 놈은 다시 시선을 활주로 한 편에 고정한 채 되묻는다.

“그래서, 몇 주나 됐다고? 아니, 아들이야 딸이야?”

“8주. 아직은 모르는 상황이고.”

“만약 진현승과 나타샤를 닮은 아들이라면. 거참, 볼만하겠구먼. 그나저나 부모님과 장인의 반응은 어때?”

“아버지야 입이 귀에까지 걸리셨고, 장인은 당장 날아온다는 것을 뜯어말리느라 땀 좀 뺐지. 어차피 다음 달에 열릴 한미러 3국 회의가 있잖아.”

“뭐, 푸틴 그 양반이라면 그럴 만도 하지. 그런데 딸의 임신 소식을 들은 아버지는 어떤 기분이려나. 임신 기념 선물로 뭘 줄지는 모르겠지만 일반적인 수준은 아니겠지?”

놈의 넉살에 헛웃음을 뱉었다.

휘이잉!

때마침 활주로로 들어서는 거대한 항공기.

사람들은 일제히 박수를 치기 시작했고, 내내 나를 놀려 대던 희원이 놈도 감격에 찬 표정을 지으며 탄성을 뱉어 냈다.

“캬! 저 잘빠진 자태 보소. 우리가 드림라이너를 지원기로 사용하게 될 줄 꿈에라도 생각했겠냐.”

“꿈같은 일이기는 하지. 한두 기도 아니고 저걸 시작으로 총 100기에 달하는 드림라이너가 우리 손에 넘어올 테니까. 그나저나 넌 앞으로 고생 좀 하겠다.”

웃으며 놈의 말에 맞장구쳤다.

힐끗 나를 돌아본 희원은 뒤늦게 자신에게 펼쳐질 운명을 떠올린 듯 와락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설마, 전에 했던 말이 진심이었던 거냐? 앞으로 도입될 드림라이너 중 40기를 고작 3년 안에 각종 지원기로 개량해야 한다는, 그 무시무시한 허풍 말이야.”

“허풍은 무슨. 그 때문에 보잉의 대형기체 사업부도 지금 불이 안 꺼지는 상황인데. 아마 보잉도 골치가 아플 거다. 우리에게만. 그것도 3년 안에 40기의 드림라이너를 공급하려면.”

“미친 거 아니야? 보잉이야 덩치가 워낙 큰 업체니 그게 가능하다고 손치더라도, 우리가 40기나 되는 대형기체를 고작 3년 만에 죄다 개량한다는 것이 가능하리라고 생각해?”

사실상 무리한 주문이기는 했다.

성공한다면 그건 역사에 남을 정도로 전무후무한 일이 될 정도로.

툭!

하지만 이제부터는 시간과의 싸움이다.

현재 급격히 팽창하고 있는 중국과의 적대적 기류가 언제 터질지 알 수 없는 분위기.

최소한 그 정도 수량의 지원기는 확보가 되어 있어야 만일의 상황에 대한 대비가 될 것 아닌가.

“너무 절망적으로 생각할 건 없어. 어차피 KAI에는 곧 보잉 출신 인력들이 대거 들어올 상황이고, 연구소야 추가 도입될 합동이동표적감시기에 탑재될 레이더의 제작에만 집중하면 되니까.”

“······.”

“게다가 복잡한 개량이 진행되는 것은 역시 합동지상표적감시통제기 같은 일부 기체들뿐이야. 과거 우리가 고작 1년 반 만에 그걸 개량하고 실전에까지 투입한 경험을 좀 살리라고.”

“미친놈. 그거야 고작 4기뿐이었잖아. 그것도 기반이 이미 갖춰져 있었기에 가능했던 거고.”

“기반은 지금이 더 잘 갖춰졌다고 볼 수 있을 텐데?”

“와, 돌겠네. 그렇다고 40기에 달하는. 그것도 용도가 각기 다른…… 아니, 안 실장님도 뭐라 말씀을 좀 하세요. 정작 KAI의 현황을 누구보다 잘 알고 계시는 분은 안 실장님 아닙니까.”

두서없이 불평을 토하던 놈은 대뜸 곁에 서 있던 안 실장을 향해 도움을 청했다.

하지만 정작 안 실장 역시 허공만 쳐다보고 있던 상태.

아마도 그건 한 번 결정하면 절대 뒤돌아보지 않는 내 성격을 지나치게 잘 알고 있는 탓일 거다.

“이놈의 집구석에서 내 편은 한 명도 없구나.”

놈은 고개를 푹 숙인 채 꿍얼댔다.

“회장님!”

그때, 저편에서 누군가와 통화를 하던 김 비서의 외침.

이내 다가선 그녀의 시선은 하필 희원에게 꽂혔고, 곧 안쓰럽다는 한숨이 새어 나왔다.

“그 한숨의 의미는 뭡니까, 김 비서님. 혹시 제게 불리한 소식이라도 있는 겁니까?”

분위기가 이상함을 느낀 희원이 눈살을 찌푸리며 김 비서를 향해 말했다.

머뭇거리던 그녀는 이번엔 힐끗 나를 쳐다보며 말을 잇는다.

“아! 다른 게 아니라. 방금 제주군항에 키티호크가 입항했답니다. 그리고 피스키퍼를 운송 중인 수송선이 진해에 입항을 했고요.”

“그래요?”

연속적으로 들려오는 희소식에 절로 입꼬리가 올라갔다.

제 일거리가 또 하나 늘었다는 것을 눈치챈 걸까.

희원이 놈이 파리해진 안색으로 되물었다.

“설마 타이푼에 장착할 다탄두 SLBM까지 3년 안에 완성하라는 것은 아니겠지?”

“아니 그건 2년 안에 완성해야만 해. 솔직히 불가능한 일은 아니잖아. 어차피 미국으로부터 관련 기술이 통째로 넘어온 마당에.”

“야, 이년아!”

분을 참지 못한 희원이 놈은 갑자기 욕설을 뱉어 냈다.

순간 다시 놈에게 쏠리는 군 관계자들의 시선.

머쓱한 표정을 지어 보인 놈이 손가락 두 개를 펼쳐 보이며 되지도 않는 변명을 뱉어냈다.

“2년······ 암, 2년이면 충분히 가능하고말고. 시부레.”

피식.

웃으며 돌아서자 희원이 놈이 다시 득달같이 달려왔다.

또 무슨 불평을 하려나 싶은 생각에 쳐다보려는데, 놈이 뜬금없는 말을 던졌다.

“앞으로 벌어질 전쟁이 걱정이겠다.”

흠칫.

즉시 걸음을 멈추고 놈을 쳐다봤다.

내 표정이 지나치게 심각했던 걸까, 놈이 고개를 갸웃하며 다시 말한다.

“뭘 그렇게 쳐다봐? 아이가 태어나면 그때부터는 전쟁이라는 것 몰라?”

“아······.”

“아는 무슨, 그나저나 아빠가 될 준비는 되어 있는 거냐?”

이어지는 놈의 말에 허공을 쳐다봤다.

회귀 전에도 아이에 대한 경험은 없었던 상태.

내가 과연······.

***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에서는 오늘 해상과 공중에서의 충돌에 이어 국경 지역에서의 총격이 오고 갔습니다.]

2016년 12월.

역사적인 인수식을 위해 진해로 향하는 차 안에서는 최근 들어 더 격화되어 가는 두 동남아시아 국가들의 영토분쟁 소식이 전해져 왔다.

놀라운 것은 제법 팽팽할 것이라 예상했던 전투들이 말레이시아의 일방적인 승리로 끝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는 현실.

그도 그럴 것이 역사와 달리 인도네시아에 우리 무장은 판매되지 않은 상황.

오히려 최근까지 말레이시아가 우리가 제공한 무장으로 군사력을 확장하던 터였기에 인니가 보유 중인 허접한 무장들로 그들을 맞선다는 것이 무리이긴 했을 거다.

“벌써 6기에 달하는 인도네시아군 J-10이 우리 KF-01에 의해 격추되었다는군요. 이렇게 되면 중국으로서는 또 한 번 체면을 구기게 되겠는데요? 기껏 인도네시아의 환심을 사려 J-10까지 공여를 한 마당에 그게 오히려 자신들의 무기가 형편없다는 것만 증명한 꼴이 되었으니 말입니다. 하긴, 그랬으니 중국도 최근까지 프랑스와 독일에게 그렇듯 적극적으로 구애를 했던 거겠죠. 제힘으로는 도저히 극복할 수 없는 기술 격차를 어떻게든 해결하기 위해서.”

잠시도 쉬지 않고 이어지는 김 실장의 말속에선 은근한 자긍심이 묻어 나왔다.

하필 우리와 중국의 무장을 공여받은 국가들끼리의 분쟁에서 우리의 무장이 압도하고 있다는 현실에 대해.

하지만 정작 내 관심을 끄는 것은 따로 있었다.

“김 실장님께선 두 동남아국가의 갑작스러운 무력분쟁이 이해가 가십니까? 비록 관계가 좋은 사이는 아니었다고 해도 하필 이 시기에 두 나라가······.”

“네?”

내내 라디오 뉴스에 집중하던 김 실장은 불현듯 튀어나온 내 질문에 눈을 끔뻑였다.

역시나 그 부분에 대한 고민은 없었던 모양새.

아직은 나조차도 확신이 없던 문제였던 탓에 올라오던 말을 삼켜 버렸다.

“아니, 아무것도 아닙니다. 그나저나 미국에서는 뭐랍니까. 하필 중국이라는 문제에 집중할 타이밍에 벌어진 두 동남아시아 국가들의 분쟁이 그들로서도 탐탁지는 않았을 텐데요.”

“미국은 당분간 지켜보겠다는 의중인 것 같습니다. 아직까지는 전면전으로 비화될 상황은 아니니까요. 아마도 적당한 순간에 중재에 나서지 않을까 싶은 느낌입니다.”

상황이 그렇다면 내 의심은 더더욱 사실에 가깝지 않을까 싶다.

어쩌면 두 나라의 분쟁 자체가 미국에 의해 의도된 것일지도 모른다는.

한데 그렇게까지 해야만 했었나?

물론 미국이라는 나라가 목적을 위해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는 것은 이제 상식이나 다름없지만, 그렇다 해도 이건 좀 도가 지나친 것이 사실이지 않던가.

‘미래가 걱정이군.’

내가 명을 다해 이 땅에서 사라지고 없게 될 때.

뭐 지금이야 미국이라는 나라와는 더없이 끈끈한 관계인 터라 딱히 반목할 일이 없다지만, 질서가 재편되고 난 이후는 상황이 어찌 돌아갈지 누가 알까.

***

[그럼, 지금부터 우리 군 최초의 핵추진 잠수함과 KDD4급 구축함의 해군 인수식을 거행하겠습니다.]

진해에서 열린 인수식의 규모는 그 어느 때보다 화려했다.

무리도 아닌 것이, 해군의 입장에선 역사상 가장 막강한 전력들을 손에 넣게 되는 순간이니까.

더군다나 앞으로 우리 해군에게는 아시아의 페트롤 국가로서 대양함대의 필요성이 강요되는 입장.

또 하나의 게임 체인저인 KDD4와 자국산 핵추진잠수함의 도입은 시기적으로도 적당하지 않았을까 싶다.

뿌우웅!

대통령과 내빈들을 위해 준비된 사열식의 규모도 그 어느 때보다 웅장했다.

세종대왕급 이지스 구축함을 필두로 한때 KDDX라는 사업명으로 건조해 왔던 6,000톤급 미니 이지스 구축함들이 뒤를 잇는 모습.

어디 그것뿐이랴.

타라와급 강습상륙함은 물론 과거 러시아에서 도입되었던, 보는 것만으로도 숨이 멎을 정도로 웅장함을 갖춘 키로프급. 아니 강화급 함정들까지.

하지만 무엇보다도 시선을 끈 것은 역시나 이번에 해군에서 인수하는 KDD4급 1번함인 광개토대왕함이었다.

스르륵.

인수과정을 마친 광개토대왕함은 위용을 뽐내며 사열 중이던 함대와 합류했다.

굳이 퇴역한 KDD1(DDH-1)의 함명을 물려받은 이유는 군의 의사에 따른 결정.

솔직히 광개토대왕이라는 이름이 KDD1(DDH-1) 같은 작은 함선보다는 저렇듯 크고 막강한 화력을 갖춘 함에나 어울리는 것은 사실이지 싶다.

뿌우웅!

기존 이름을 계승한 것은 방금 인수식이 끝난 핵추진 잠수함도 마찬가지였다.

우리가 러시아 얀센급을 기초로 개발한, 거기에 자력으로 개발한 스마트 원자로를 탑재한 물건.

수없이 많은 논의 끝에 결정된 이름은 손원일이었는데, 그건 역시나 시대의 흐름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퇴역 절차에 들어간 KSS-II급 잠수함의 이름을 따온 결과다.

“우리가 저런 엄청난 함대를 보유하다니. 보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벅차오르는군요.”

바다를 향해 나서는 함선들을 지켜보던 대통령은 감격에 찬 표정을 지어 보였다.

[내빈 여러분께 안내 말씀 드립니다. 지금부터 광개토대왕함의 화력 시험을 시행할 예정이오니······.]

그사이 방송에선 오늘 행사를 위해 특별히 준비된 KDD4의 화력 시험이 시행될 것을 알려 왔고, 내빈들의 시선은 곧장 함대에 합류 중이던 광개토대왕함으로 향했다.

“아마 이 순간을 모든 강대국이 눈에 불을 켜고 지켜볼 겁니다. 아니, 지켜본다기보다는 모든 감시 수단을 동원하여 촉각을 곤두세우는 중이겠죠.”

피슉!

이어진 내 짧은 설명과 동시에 광개토대왕함에선 미사일 한 발이 솟아올랐다.

엄청난 연무를 남기며, 마치 대기권을 뚫기라도 하려는 듯 끝없이 치솟는 모습.

곧 안내 방송을 통해선 이후 펼쳐질 일들에 대한 설명이 이어졌다.

[방금 발사된 미사일은 재우가 개발한 고고도 대공방어미사일인 천궁4입니다. 이제 곧 천궁4는 탄두 분리와 동시에 제주 남쪽 바다를 향해 추락이 예정 중인 인공위성을 요격하게 될 겁니다.]

“위성을 요격한다고요?”

순간 곁에 함께 서 있던 김태익 수석이 나를 보며 되물었다.

그도 그럴 것이 위성 요격 시험은 애초 대통령과 나. 그리고 극소수의 관계자 외엔 모르고 있던 사실이었으니까.

그건 둘째 치고, 우리에겐 위성 요격 시험에 동원할 만한 위성체가 없다는 사실이 현실을 받아들이는 것에 걸림돌이 되었을 거다.

“진 회장께서 이번 시연을 위해 미국으로부터 고장 난 위성을 제공받았다더군요.”

대통령은 나를 대신하여 의문을 해소해 줬다.

여전히 사실이 믿기지 않는 듯 김 수석은 나와 대통령을 번갈아 쳐다봤고, 난 재빨리 구체적인 설명을 이었다.

“몇 달 전, 미국의 정찰 위성 중 하나가 원인 모를 고장을 일으켜 표류 중인 상태였습니다. 미국으로서는 행여 그게 엉뚱한 곳으로 추락하여 피해를 일으킬까 싶어 요격을 고려 중이었는데, 제가 그걸 낚아채 왔죠. 참고로 인수식을 이 시간대로 한 것은 미국이 해당 위성을 한반도 인근 대기권에 추락시키는 각도 및 시간대와 맞추기 위함이었습니다. 뭐 그 이유야 대기권 마찰열로 인한 데브리의 소멸을 유도하기 위함임은 잘 아시겠죠?”

김 수석은 벙찐 표정을 지었다.

미국의 정찰 위성 고장 문제만큼은 알고 있었지만 그게 내 손에 넘어오게 되리라고는 상상치도 못했던 거지.

이후 돌변한 그의 표정은 흥분에 찬 것이었는데, 아마도 그건 이 실험의 결과가 뭘 의미하는지를 알고 있기 때문이라고 봐야 할 거다.

성공할 경우, 이후로는 우리와 적대적인 국가. 쉽게 말해 중국의 정찰 위성은 감히 한반도 상공에서 섣부른 정찰 활동을 하기 힘들어진다는 사실.

삐삐!

그때, 내빈들을 위해 설치된 대형 스크린에서 요란한 소리가 들려왔다.

비록 영상이 아닌 그래픽이 상황을 안내하고 있었지만 그 긴장감은 말도 못 할 정도.

미사일이 빠르게 목표를 향해 접근하는 모습에선 그토록 요란했던 행사장에 침묵만이 감돌았다.

삑!

뒤이어 들려오는 신호는 요격에 성공했음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오오!”

곳곳에서 터져 나오는 탄성.

누구보다 격한 반응을 보인 것은 역시나 대통령이었고, 난 그런 대통령을 향해 웃음을 내비쳤다.

“아직 만족해하실 때가 아닙니다. KDD4의 진짜 위력을 보시는 것은 지금부터니까요.”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