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핵무기도 만들어 드릴까요?-337화 (337/372)

#핵무기도 만들어 드릴까요? 337화

[경찰청은 최근 증가하고 있는 보이스 피싱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했습니다.]

2016년 7월 8일.

대한민국 경찰과 검찰은 보이스 피싱 범죄의 소탕을 선언했다.

회귀 전과는 차원이 다른 수준.

가뜩이나 전시특별법이 적용되는 시기였던 터라 잡히는 족족 중형이 구형되었고, 그 공포심에 피싱 범죄는 부쩍 줄어들어 갔다.

[정부는 피싱 사기범들의 경우 형의 집행을 북측 재건위원회에 일임하기로 결정했습니다.]

피싱 범죄율의 급격한 하락은 정부의 파격적인 조치가 견인했다.

아직은 인권에 대한 논쟁이 크지 않은 북측에서의 수감생활은 범죄자들에게는 지옥을 선사하는 꼴.

게다가 인공지능의 활약에 따른 검거율 증가의 위험성을 안고 범죄에 뛰어들 자들은 그리 많지 않았다.

“회장님. 방금 김태익 안보 수석으로부터 연락이 왔는데, 청와대에서 방금 중국산 통신장비들의 대한 전면 사용금지 조치를 내렸다고 합니다.”

그로부터 보름 후, 김 비서가 또 하나의 희소식을 전해 왔다.

우리가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중국산 통신장비들에 대한 철퇴를 내렸다는.

세계 주요 패권국가들 중 두 나라의 전면적인 조치는 결국 싼 맛에 중국제품들을 사용 중이던 동맹국들에게까지 막대한 영향을 주었고, 회귀 전과는 달리 그 범위도 중국 휴대폰과 통신장비 업계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전자제품 전체로 확대되었다.

[중국은 우리의 중국산 전자제품에 대한 전방위적인 제재 조치에 대해 전 세계의 무역 질서를 파괴하는 행위라며 반발하고 있습니다. 또한 우리 통신장비 및 전자업계에 대한 제재 역시 가능하다는 암시를…….]

물론 중국으로서도 가만히만 있지는 않았다.

삼정을 비롯한 우리 통신 및 전자 업체를 향한 엄청난 관세 폭탄과 동시에 온갖 제재 조치의 남발.

하지만 이미 중국을 향한 무역의존도를 10퍼센트 안쪽으로까지 줄여 가고 있던 상태였고.

저들로서도 치명적인 핵심 반도체 부품의 제재는 애초 꿈도 못 꾸다 보니 우리로서는 딱히 감내하기 어렵지 않은 상황이다.

아니, 오히려 제재는 제재를 낳게 되고, 그로 인한 산업계 핵심장비와 부품들에게까지 영향을 받을 중국의 피해가 더 눈덩이처럼 불어 가게 되겠지.

끼익!

중국의 보복 조치가 발표된 이후, 청와대는 중국과의 무역 전쟁에 대한 대책 회의 및 국가의 주요 산업시설 및 기밀시설들에 대한 긴급 보안점검 회의를 주최했다.

수단을 가리지 않고 확대되어 가는 중국의 정보탈취 방식에 대한 대응책 마련.

뭐 사실 그동안에도 주요 기업들과 국가 전략 시설들에 대한 보안은 철저한 편이었지만, 민간으로까지 뿌리를 내려가는 것에 대한 대응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

자고로 정보란 먼지와 같아서 이곳저곳을 굴러다니며 뭉쳐지는 법이고, 처음엔 사소했던 것들이 결국 핵심에 도달하는 법이거든.

“정부는 정보유출 방지를 위해 새로이 관련 부처를 설립할 예정입니다.”

그에 대한 첫 대처는 당연히 유관 기관의 설립이었다.

민관군을 아우르는 종합 정보유출 감시 시스템의 구축.

“AI를 통한 1차적인 감시 시스템 구축을 건의하는 바입니다.”

그에 더해 난 인공지능을 통한 보다 효율적인 감시 시스템 도입을 주장했고, 그동안엔 재우만이 독점하고 있던 양자보안 시스템의 제공까지도 제시했다.

“그거 좋은 생각이군요. 그런데 기관 설립에 앞서 해결해야 할 문제가 몇 가지 있습니다. 현재 우리가 구축하려는 시스템은 엄밀히 따지면 미국 정보기관의 에셜론과 비슷한 형태가 될 텐데, 그에 대한 국민적인 반발은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모르겠군요.”

회의를 주관하던 총리는 핵심을 꼬집었다.

아무리 보안을 위한 대처라지만 개인의 정보가 국가에 의해 수집되고 감시되고 있다는 것을 선뜻 인정할 국민들이 어디에 있겠는가.

나 역시 그 점에 대해선 철저하게 반대하는 편이다.

“맞습니다, 그게 중요한 문제죠. 국가가 자신의 정보를 마음껏 수집하고 들여다보는 것을 환영할 국민은 없다는 것. 해서 그에 대한 합리적인 설득 수단이 필요한 것이고, 그게 바로 양자암호와 AI입니다.”

“…….”

총리를 비롯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여전히 이해하지 못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양해를 구하곤 연단으로 향하자 재우의 관련 부서가 미리 준비해 두었던 관련 자료들이 주룩 모니터상에 올라온다.

“향후 우리가 정보유출 방지와 관리를 위해 구축할 시스템. 가칭 메두사 프로그램은 전적으로 양자보안에 의해 모든 정보가 암호화 처리됩니다. 때문에 설령 국가라 해도 그 정보를 쉽게 들여다볼 수도 없을뿐더러 분석도 불가능하죠.”

“잠시만요. 국가도 정보에 접근을 못 한다고요?”

안보수석은 의문을 제기했다.

“그렇습니다.”

“그럼, 정작 그 정보관리는 누가 한다는 말입니까?”

당황한 듯한 안보수석의 목소리.

슬쩍 그를 향해 시선을 주곤 다시 말을 이었다.

“정보관리는 AI가 합니다.”

“…….”

“그 암호화된 정보들을 해석하는 것이 가능한 유일한 수단이 바로 AI가 되는 거죠. 더불어 수많은 암호화된 정보 속에서 의심되는 것들을 찾아내 줄 수단 역시 AI가 감당하게 될 겁니다.”

“전 도무지 무슨 말인지…….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 좀 해보시죠.”

“쉽게 말해서 국가가 마련한 센터는 그저 모든 정보들을 취합하는 역할만을 하게 된다는 겁니다. 그리고 그 정보들을 분석 및 보고하는 것은 AI가 되는 것이고.”

“…….”

“예를 들면 특정 단어들을 비롯하여 보안에 필요한 알고리즘에 걸려드는 정보들을 AI가 추려내어 보고를 하게 되는 거죠. 그럼 관리자는 그 정보의 중요성 및 유출 가능성. 그리고 범죄 행위와의 관련성만을 판별하는 겁니다.”

“…….”

“참고로 AI는 불법적인 명령이나 불필요한 정보에 대한 접근을 철저하게 차단하게끔 설계가 되어 있기에 설사 관리자라 할지라도 딴마음을 먹고 정보에 접근할 방법은 없습니다.”

“흠…….”

위원들은 그 말에 표정이 진지해졌다.

그도 그럴 것이 아직은 내 제안이 효율적인지에 대한 확신이 없을 테니까.

수조. 아니, 경우에 따라서는 수십조에 달하는 비용을 들여서 정보관리 시스템을 구축하고는 정작 정부조차도 그 정보에 쉽게 접근을 못 한다는 것이 달가울 리는 없지 않던가.

“분명히 말씀드리지만 민간의 정보들. 하다못해 개인의 통화 내역까지 국가가 감시하는 것은 안보를 핑계로 한 폭정이 될 수 있습니다.”

난 혹여 딴생각을 하고 있었을지도 몰랐을 저들을 향해 넌지시 경고를 날렸다.

비록 미국과 같은 정보관리 체계를 갖춘다고는 해도 내가 추구하는 것이 미국의 방식은 아니라는 것을.

정보를 바탕으로 종국에는 결국 경찰국가화되어 가는 그들의 국가 운영체계를 따라갈 생각은 없다는.

의미가 온전히 전달된 걸까, 비로소 총리의 고개가 끄덕여졌다.

“그 부분에 대해선 저도 찬성입니다. 국민에 대한 정부의 지나친 감시는 결국 경찰국가화를 야기하죠. 그런데 혹시라도 AI가 오류를 일으키는 경우는 없겠습니까?”

“AI의 오류는 즉시 판별이 가능하게끔 설계될 겁니다. 또한 학습방식이 아닌, 오로지 명령에 따라 수행만 가능한 알고리즘이기에 사고가 발생할 확률은 제로에 가깝죠. 결정적으로 해당 AI는 또 다른 AI에 의해 감시를 받게 됩니다. 뭐 쉽게 말해서 여러분들이 걱정하시는 영화와 같은 일들은 없다는 거죠.”

“학습이 아니라 특정된 권한만을 수행하는 AI라면 실제로 문제 될 것이 없는 것은 사실입니다.”

내 주장에 힘을 보탠 것은 이번 개각에서 신임 정보통신부 장관이었다.

MIT 출신.

게다가 한때 미국에서마저 인정했던 인공지능 전문가의 확언 때문일까, 분위기는 한층 긍정적인 방향으로 흘러갔다.

“그렇다 해도, 그렇듯 막대한 비용을 들여서 고작 정보유출만을 막아 내는 데 활용한다는 것은 좀 손해 아닙니까?”

물론 끝내 이의를 제기하는 이는 있었다.

대표적인 인물이 바로 새로 선임된 국정원장.

워낙 정보에 민감한 직책이다 보니 이해를 못 할 바는 아니다.

“당연히 아깝죠. 하지만 국가가 접근하는 것에 한계를 두는 것은 내국인들을 상대로 한 개인정보뿐입니다. 즉, 우리의 정찰자산들을 통해 얻어진 해외 정보들에 대해서는 얼마든지 접근이 가능하다는 거죠.”

“호오!”

국정원장의 눈빛은 그 순간 반짝 빛을 발했다.

더는 이의가 없어 보이는 분위기.

그 타이밍에 난 또 하나의 제안을 내세웠다.

“사실 정보유출 방지에 대한 조치는 단순히 보안 시스템의 구축만이 중요한 것은 아닙니다. 그건 방어적인 측면을 고려한 조치였다면, 이젠 공격적인 태세도 갖추어야 하죠.”

“…….”

사람들은 그 말에 일제히 눈을 빛냈다.

앞으로 내 입에서 튀어나올 말이 무엇인지 짐작한 거지.

짧은 미소를 내침과 동시에 다시 입을 열었다.

“맞습니다. 우리도 이젠 보다 적극적인 정보자산 취득인력. 쉽게 말해서 해커부대의 양성이 필요하다는 소리죠.”

“해커부대라면 이미 존재하지 않습니까. 뭐 비록 명칭이야 달라도, 군에서 벌써 수년 전쯤부터 운용 중인 것 모르십니까?”

김태익 수석은 뜬금없다는 표정으로 되물었다.

내가 설마 그걸 몰라서 꺼낸 말이었을까.

힐끗 그를 한번 쳐다보곤 다시 말했다.

“현재 군에서 운용하는 수준으로는 10만에 달하는 중국의 해커부대와 맞선다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흠…….”

“어디 중국뿐이겠습니까. 하다못해 동맹인 국가들마저도 정보수집에 관해서만큼은 무자비하다는 것을 잘 아시지 않습니까.”

그건 수없이 시도되었던 우리를 향한 우방들의 정보탈취 시도를 염두에 두고 한 말이었다.

설사 동맹이라 할지라도 예외를 두지 않는, 피도 눈물도 없는 해킹 시도와 정보전쟁.

솔직히 그런 면에서 우린 그동안 지나치게 안이한 대처를 해 왔던 것이 사실이지 않던가.

하지만 지금의 기술 수준과 인력 수준에선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대처가 가능한 상황.

더 미룰 이유는 없다고 본다.

“그렇다고는 해도 당장 필요인력을 어디에서 찾는다는 말입니까.”

“필요인력은 걱정할 문제가 아닙니다. 통일 전 북한에서 활동하던 해킹부대의 인력만도 넘쳐나는 판국이니까요. 혹시나 해서 하는 말인데, 그들의 실력을 무시하시면 곤란합니다.”

이어진 김태익 수석의 질문에 태연히 대꾸했다.

애초 그 분야가 환경의 영향을 덜 받는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었던 걸까, 김 수석은 별달리 반발하는 기색은 보이지 않았고, 난 그들이 간과하고 있는 또 하나의 사실을 첨언했다.

“더군다나 재우는 과거 일본과의 경제전쟁 이후 소부장 분야의 독립과 소프트웨어 분야의 발전을 위해 엄청난 돈을 쏟아붓고 있죠. 그 결과 한 해 수천 명에 달하는 관련 인력들이 양성 중입니다.”

“…….”

말이 떨어지자 분위기는 한층 더 달아올랐다.

이젠 관련 기구의 설립에 관해서만큼은 문제가 아닌 모양새.

목적을 이뤘으니 한숨 돌리자는 생각에 다시 자리로 향하려는데, 웬 낯선 인물 하나와 눈이 마주쳤다.

‘누구지?’

나로선 처음 보는 존재였던 터라 조금은 당황스러웠다.

이 자리가 그렇다고 아무나 참석할 수 있는 자리도 아닌 상황이기에 더더욱.

슬그머니 자리로 돌아와선 마침 옆자리에 앉아 있던 김 수석에게 해당 인물의 정체에 대해 묻자, 그가 어색한 미소와 함께 속삭인다.

“그제 있었던 내각 개편으로 새로이 정무수석에 임명된 최경오 교수입니다. 미리 소개를 해 드렸어야 하는데, 여의치가 않았군요.”

“그건 문제가 아닙니다만, 처음 뵙는 인물인 듯싶어서요.”

“그럴 겁니다. 저 양반도 현 대통령님처럼 워낙 학계에서만 활동을 하시던 분인 터라서. 참고로 전전임 대통령님의 심복 중 한 분이었답니다.”

전전임 대통령이라면 현 야당 쪽 인물이었다는 의미였다.

나로선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 상황.

하지만 김 수석은 이후 이렇다 할 말은 하지 않았고, 그사이 총리는 오늘 회의의 안건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그럼, 이것으로 제55차 재건회의를 마치겠습니다.”

회의의 끝을 알리는 소리에 사람들이 박수를 치며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섰다.

힐끗!

또다시 나를 향하는 신임 정무수석의 눈.

이후 그는 과하게 겸손해 보이는 눈빛과 함께 살며시 고개를 숙여 보인다.

‘신임 정무수석에 한때 야당 측 인사를 임명했다?’

우연이었을지는 몰라도 순간 뇌리를 스친 것은 현 대통령의 임기였다.

불과 1년이 조금 넘게 남아 있는.

문제는 이번 일본과의 전쟁 이후 과거사 정리 과정에서 야당보다는 여당의 피해가 컸다는 건데, 어쩌면 그로 인한 정치권의 움직임이 시작된 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뒤따랐다.

‘사실 이대로라면 사실상 여당이 정권 재창출을 한다 해도 동력 부족에 시달릴 가능성이 큰 것은 사실이지.’

그럼 현 대통령으로서는 당연히 대책이 필요했을 테고.

‘그럼 설마?’

순간 다시 떠오른 것은 역대 대통령들의 성향이었다.

정도의 차이만 있었을 뿐, 현 대통령을 포함하여 무려 3대에 걸쳐 대통령들이 죄다 같은 성향을 가졌었다는.

하면 혹시 그런 걸까?

어차피 현 여당의 힘만으로는 동력이 부족하다면 차라리 정치권 개혁을 통해 성향이 같은 인물들끼리의 이합집산 하겠다는.

‘흠…….’

사실이라면 나로선 환영할만한 일이었다.

가뜩이나 중국과 힘겨루기를 하는 상황에서 정치권의 안정은 필수 요소니까.

만약 대통령의 계획이 정말 내 생각대로이고, 그로 인해 정권이 안정적으로 이어진다면 나로서는 한시름 더는 일이 아니던가.

모든 것을 새로이 다시 시작해야 하는 것에서 오는 충돌과 이견을 겪지 않아도 된다는 점에서.

“안 실장님.”

한참의 생각 끝에 난 안 실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이미 회의를 파하고 차에 오른 상황인 터라 주변의 눈치는 보지 않아도 되는 상황.

탁 하고 문이 닫힘과 동시에 목적을 밝혔다.

“현재 정치권의 움직임에 대해서 조사를 좀 해 주셔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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