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핵무기도 만들어 드릴까요?-334화 (334/372)

#핵무기도 만들어 드릴까요? 334화

리암의 눈빛은 돌변했다.

곧 거래가 시작될 것임을 눈치챈 거지.

역시나 평생을 상호 작용이라는 원칙 속에서 살아온 인물에게 걸맞은 태도다.

스윽.

자세를 가다듬은 그는 내게 시선을 꽂았다.

할 말이 있으면 주저하지 말라는 듯한 눈빛.

비릿한 미소를 내비침과 동시에 말을 꺼냈다.

[우린 아직 남아 있는 일본 국영기업들의 민영화 추진을 압박할 예정입니다. 해서 결정이 되면 그 부분에 대한 미국과 러시아의 참여를 보장해 드리죠.]

그건 한마디로 말하자면 일본을 빤쓰까지 벗겨 먹는 작업에 두 나라의 지분을 보장해 주겠다는 것이었다.

일본의 경제 규모를 고려한다면 향후 수조 달러로까지 확대될.

뭐 우리로서야 그걸 독식하지 못하는 것이 아쉽기는 해도 어쩌겠는가.

과한 욕심은 결국 화를 부를 테고, 이 전쟁 자체가 애초 미국의 용인이 없었다면 시도조차도 못 했을 텐데.

[흠.]

리암의 표정은 대번에 밝아졌다.

그도 그럴 것이, 방금 내 말은 가장 가려웠던 곳을 대신 긁어 준 것이었을 테니까.

막말로 미국이 전쟁을 용인한 목적이 단순히 일본의 배신에 대한 응징에만 있었을까.

탐나는 열매가 주렁주렁 맺힌 나라를 대상으로 한 전쟁이었던 마당에?

하지만 정작 우린 전쟁을 끝맺고도 그들의 몫을 제대로 언급하지 않은 상태였으니 그 답답함은 말도 못 했을 거다.

[그걸 왜 이제야 언급하시는 게요. 쯧, 이제야 나도 백악관에 면이 좀 서겠구려.]

이어진 대답은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직설적이었다.

하긴, 그와 나 사이에서 말을 돌려 봐야 시간만 아깝지

나 역시 그런 의미에서 지금부터는 주변을 의식하지 않을 생각이다.

[자 그럼, 미국이 이번 전쟁을 묵인했던 것에 대한 대가는 충분히 지불한 것 같고, 이젠 우리의 공인핵보유국 인정에 대한 보상안을 제시해 보죠.]

순간 주변 대부분의 사람들이 흠칫 놀랐다.

지나치게 노골적인 대화 패턴에 기가 질린 거지.

하지만 우습게도 누구 하나 끼어들 생각은 하지 못하고 있는 중이다.

[아시다시피 이번 전쟁으로 일본의 산업시설들은 막대한 피해를 봤습니다. 그나마 피해가 적은 것은 일본의 명줄이나 다름없는 자동차 기업들뿐이죠.]

[알고 있습니다. 나로선 그래서 더 안타까운 것이고.]

리암은 그 부분에 대해서 유독 아쉬움을 드러냈다.

폭격에 동의하기는 했어도 우리가 그렇게까지 무지막지한 파괴를 해 댈 줄은 몰랐던 거지.

뭐 지나간 일을 다시 논해서 뭣하겠는가, 난 웃으며 정작 내가 하고 싶었던 말을 다시 입에 올렸다.

[아쉽기는 사실 그것들마저 죄다 파괴하지 못한 것이 더 아쉽죠.]

[…….]

[아무튼, 제가 그 말을 꺼낸 이유는 그 업체들을 살려 둔 것이 그렇다고 일본을 위해서는 아니라는 말을 하고 싶었던 겁니다.]

[…….]

[솔직히 그들이 뭐가 예쁘다고 생명줄을 남겨 두겠습니까. 다 이런 날을 위해서죠]

[…….]

리암은 순간 고개를 갸웃했다.

혹시나 싶은 표정.

그건 이후 내 입에서 나올 말이 뭔지 이미 예측하고 있다는 의미다.

[맞습니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해서 도요타를 넘겨주겠다는 말입니다.]

[그게 무슨…….]

불쑥 뱉어 낸 말에 놀란 리암이 말을 더듬었다.

무리도 아닌 것이 도요타를 미국이 가져가게 되는 경우 무너져가는 미국 자동차 업계를 부활시킬 최고의 기회니까.

물론 테슬라가 버티고 있다고는 하지만 그게 어디 순수하게 미국업체라고 할 수가 있겠는가.

그 와중에 도요타를 손에 쥔다면. 그걸 만약 GM이 흡수한다면, 미국의 자동차 시장 점유율은 단숨에 선두권으로 올라설 터.

흥분하지 않으면 그게 더 이상한 일이다.

‘뭐 그래 봐야 다시 꼬꾸라지겠지만. 앞으로 전기와 수소가 대세가 될 미래의 자동차 시장의 방향성과는 멀어진 업체끼리의 합병이다 보니.’

물론 도요타의 전고체 전지 개발능력만큼은 무시할 수준이 아니긴 하다.

하지만 우리가 이미 배터리 시장을 70% 가까이 장악하고 있는 상황에서 그게 의미가 있을까?

아니, 도요타의 배터리 연구 부분은 애초부터 넘겨줄 생각도 없기에 논외로 해야 할 거다.

[그게 가능합니까?]

[불가능할 이유가 없죠. 어차피 도요타도 전범기업 중 하나이고, 곧 그들을 향한 제재가 시작될 상황이니까. 그에 더해서 도요타의 대주주인 중앙은행의 지분을 온전히 인수할 수 있는 상황이면 충분하지 않겠습니까?]

[중앙은행이 도요타의 지분을 던진다고요?]

그의 얼굴엔 설마 하는 표정이 지어졌다.

슬쩍 미소를 내비치곤 말을 이었다.

[일본이 그럼 무슨 돈으로 전쟁 배상금을 갚겠습니까. 일단은 중앙은행이 보유한 주식이라도 던져야죠. 그 때문에 지금 일본 주식시장이 대폭락을 겪고 있는 것 아닙니까.]

[아!]

[참고로, 도요타 지분에 한에서는 우리의 허락이 있어야 가능하게끔 조치를 취해 둔 상태입니다. 하니 미국이 마음만 먹는다면. 아니, 회장님이 마음만 먹으면 도요타는 앞으로 미국의 소유가 될 겁니다.]

리암은 기가 차다는 표정으로 나를 쳐다봤다.

하긴, 아무리 패전국이라고는 해도 한 나라의 중앙은행까지 쥐고 흔드는 우리가 지나친 것은 사실.

하지만 그건 2차 대전 후 일본을 향한 미국의 개입에 비하면 양반이다.

[흠.]

이내 지어지는 표정에선 그걸 인지한 듯한 모양새였다.

옅은 미소와 함께 평정심을 찾은 그가 생뚱맞은 질문을 뱉어 낸다.

[혹시 러시아는 그럼 뭘 보장받은 겁니까.]

[앞서 말했다시피 러시아 역시 각 국영업체들에 대한 민영화가 진행될 경우 지분 투자를 보장받았습니다. 그리고 소재 기술 중 일부도 제공하기로 했죠.]

[뭐, 그 정도면 러시아로서는 딱히 불만을 가질 이유는 없겠군요. 그런데 괜찮은 겁니까? 우리에게 그렇게까지 양보한다는 것이.]

당연히 해도 된다.

우린 이미 그 몇 배에 달하는 이익을 챙겼고, 또 앞으로도 챙길 구석은 널리고 널렸으니까.

절로 지어지는 미소를 억누르며 다시 말했다.

[괜찮고말고요. 더군다나 이제 일본의 안보는 연합이 공동으로 책임을 져 줘야 하는 입장인데, 그만한 대가는 각자 챙겨야 하지 않겠습니까?]

웃는 낯을 보이던 리암은 그 말에 아차 하는 표정을 지었다.

얻어질 꿀에 취해 닥칠 현실을 직시하지 못한 거지.

난 그 시점에 재빨리 이제부터 연합에게 주어질 책임을 거론했다.

[아시다시피 일본의 안보는 3국 연합이 감당하게 됐습니다. 뭐, 치안 문제야 경비대가 감당한다지만 이제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인 안전 보장 수단만큼은 우리 몫이지 않겠습니까? 해서 제 생각은 병력 파견은 최소한으로 하되 무장만큼은 첨단화하자는 겁니다.]

[하지만 그건 자칫 일본의 재무장으로 비쳐질 텐데요?]

[그걸 일본이 운용한다면야 그렇죠. 하지만 어차피 모든 무장의 운용과 관리. 그리고 소유는 연합. 보다 구체적으로는 한국군이 감당하게 될 테니 재무장이라는 말은 어울리지 않습니다.]

말을 내뱉음과 함께 준비해 왔던 서류뭉치들을 건넸다.

육해공 각 분야에 걸쳐 필요한, 막대한 규모의 무장 리스트들.

워낙 천문학적인 규모였던 터라 리암의 눈은 단숨에 화등잔만 해졌다.

[이게 무슨…… 이러면 우리로선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지는 형국이라는 것 모릅니까?]

난 그 말에 힐끗 주변을 둘러봤다.

아무리 가릴 것 없는 대화라지만 이제부터 나올 말들은 자칫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을 문제였기에.

막말로 장사꾼끼리의 이익이 언급되는 대화를 관료들이 들어서 좋을 것은 없지 않던가.

[흠흠, 잠시 휴식 시간을 좀 가집시다.]

다행히 이유를 눈치챈 리암은 곧바로 정회를 선언했고, 이후 나를 한쪽으로 끌고 가선 다시 따지고 들었다.

[대체 무슨 생각인 겁니까? 저 많은 무장 비용을 미국 정부가 어떻게 감당하라고요.]

난 그 질문에 잠시 웃음을 내비치곤 들고 왔던 물을 입에 머금었다.

연이은 언쟁으로 말라 버린 목이 조금은 가라앉는 것이 느껴진다.

[그걸 왜 미국이 감당합니까. 어차피 일본의 안보유지에 필요한 비용은 일본 정부가 지불하게 될 텐데요.]

[…….]

[참고로 거기 적혀 있는 100여 대의 각종 지원기들은 전부 보잉의 드림라이너를 기본으로 하여 개장이 이루어질 겁니다. 그 말인즉, 보잉이 다시 대형기체 분야의 선두를 차지하게 될 것임을 의미하고, 그로 인해 회장님과 저의 이익은 극대화된다는 것을 뜻하죠. 어디 그것뿐이겠습니까. 페트리어트 포대의 전면 교체. 그리고 각종 무장들의 공급 역시도 결국엔 회장님과 저의 이익과 직결되죠.]

[허어…….]

[물론 초기비용은 부담이 좀 될 겁니다. 또한 지속적인 운용비용 역시도 각국 정부의 출혈이 요구되기는 하죠. 하지만 일본은 앞으로도 안보유지를 위해 국방비를 지출하게 될 겁니다. 그것도 GDP대비 2%까지 치솟은 규모로. 하면 그 돈이 다 어디로 가겠습니까.]

리암은 그제야 화색을 밝혔다.

그러다 문득 다시 나를 쳐다보는 폼이 또 뭔가 의문점이라도 생긴 모양새였다.

[그런데 뜬금없이 일본의 페트리어트 포대는 왜 전면 교체한다는 겁니까? 아니 그건 둘째 치고, 고고도 방어체계의 대량 배치는 또 무슨 이유로…….]

[고고도 방어체계의 대량배치는 명목상 미국의 안보를 위한 겁니다만, 뭐 실질적으로는 제 이익을 위해서라고 해야겠죠. 그건 재우가 납품을 할 테니까.]

[…….]

[그리고 일본의 페트리어트 포대는 사실상 이번 전쟁으로 인해서 절반밖에는 남아 있지 않습니다. 해서 기왕이면 전면 교체를 시행하고, 남은 구형 포대들을 우리가 가져가서 활용할 생각이죠. ]

[남은 구형 포대를 한국으로 반입한다고요?]

[그렇습니다. 대한민국은 지금 보다 촘촘한 방공망 구축사업을 시작했거든요.]

순간 리암의 얼굴에는 ‘뭐 이런 날강도 같은 인간이 다 있나.’ 싶은 표정이 지어졌다.

하지만 누누이 강조했듯 난 장사꾼인 입장.

기회가 주어진 마당에 그걸 그냥 지나칠 이유가 없지 않던가.

[제가 몇 번을 말했을 텐데요. 우리가 일본을 정벌하는 날이 오면 그땐 저들의 뼛골까지 빼먹겠다고.]

리암의 눈빛이 크게 흔들렸다.

어느새 휴식을 위해 방을 나섰던 사람들이 하나씩 다시 모습을 드러내는 상황.

난 재빨리 근본적이었던 화두에 대한 대답을 재촉했다.

[자, 그럼 이제 우리의 핵보유국 인정에 대한 미국의 결정은요?]

[…….]

리암은 턱을 앙다문 채 고민에 찬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곧 슬그머니 고개가 끄덕여졌고, 난 떨리는 마음으로 이제 막 방으로 들어서는 김 수석을 향해 입매를 뒤틀어 보였다.

[미국 정부는 앞으로 오키나와에 7함대를 주둔하는 것을 고려 중입니다.]

다시 시작된 회의에선 향후 변화할 미국의 아시아 전략에 대한 토론이 오갔다.

어차피 미국이 오키나와의 권한을 앞세웠을 때부터 그 점은 예상했었던 것.

별스럽지 않게 고개를 끄덕이려는 차에 리암의 말이 다시 날아들었다.

[참, 이 자리를 빌어서 한국 정부에 요청할 것이 하나 있습니다. 얼마 전 필리핀 정부와의 협의 끝에 한미 연합군을 필리핀에 주둔하는 것에 대한 긍정적인 대답을 들었습니다만. 그 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순간 김 수석의 눈이 동그래졌다.

나 역시 그건 마찬가지.

저 말은 그동안 미국 혼자만 감당하고 있던 패트롤 역할을 일부나마 우리에게 이전하겠다는 의미인데, 그게 왜 놀랍지 않겠는가.

‘이것 봐라?’

김 수석과 난 한동안 아무런 대답도 뱉어 내지 못했다.

패트롤 역할을 한다는 것은 곧 지역 내 패권국이 된다는 의미.

문제는 그에 따라 지불해야 할 대가도 만만치 않다는 거다.

[그 문제는 청와대와 좀 더 협의를 해 보고 결론을 내려 드리죠.]

결국 은근슬쩍 대답을 회피했다.

순간 리암이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말한다.

[아까 진 회장께서 내게 하신 말을 그대로 돌려드리죠.]

[…….]

[미안하지만 난 이 자리에서 대답을 듣고 싶군요. 이거 선수끼리 왜 그러십니까.]

***

부우우웅!

2016년 6월 8일.

지바 인근 옛 육상자위대 기지로 다수의 한국군 대형 수송트럭들이 몰려들었다.

이미 약속이 된 일이었던 건가.

삼엄한 경비를 유지 중이던 경비대의 병력들은 재빨리 길을 터 주었고, 트럭은 마치 제집 드나들 듯 자연스레 기지 안으로 진입했다.

기잉!

들어선 한국군의 차량들은 곧장 지하로 향하는 터널로 진입했다.

나선형을 이루며 아래로 향하는 도로의 길이는 총 4킬로미터.

수직 깊이로 따진다면 무려 300미터를 지하로 파고들어 간 형국인데, 목적을 생각하면 무리는 아니다.

“수량 검증 확실하게 하고.”

입구에서 작전을 지휘 중인 정이수 중령은 현장 책임자들을 향해 몇 번이고 강조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이번이 마지막 이송작전이라는 것.

벌써 사흘 전부터 시작되었던, 일본이 숨겨 두었던 전술핵탄두들은 이로써 전부 회수가 되는 상황이었다.

“일본도 대단하지 말입니다. 그사이 100개나 되는 전술 핵탄두를 만들어서 숨겨 두고 있었으니.”

휘하 장교의 말에 정 중령이 고개를 끄덕였다.

무얼 상상한 걸까, 갑자기 그의 인상이 잔뜩 찌푸려졌고, 그걸 본 장교가 의아한 듯 되묻는다.

“왜 그러십니까. 무슨 문제라도 있는 겁니까?”

“문제는 무슨. 단지 일본 우익들이라면 최악의 순간 이걸 실제로 투발해 버렸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갑자기 소름이 돋았을 뿐이야.”

장교는 설마 하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하지만 그 역시도 가능성을 아주 배제하지는 못하겠던 듯 와락 인상을 구겼다.

“하긴, 지들이 핵을 맞아 봤던 만큼 투발하는 것도 주저하지 않았을 지도 모르죠. 뭐 그러다 해도 결국엔…….”

“생각보다 빨리 작업이 끝난 모양이군.”

이어지던 장교의 넋두리는 정 중령에 의해 잘려 나갔다.

쳐다본 터널 입구에는 아까 들어섰던 트럭들이 다시 줄을 이어 나오고 있는 상태였다.

“자넨 최종적인 수량점검을 맡게. 난 상부에 보고를 하고 올 테니.”

짧은 말을 남기고 돌아선 정 중령은 차량에서 무전기를 꺼내 들었고, 곧 몇 번의 신호 끝에 등장한 사단장을 향해 작전 완료 소식을 알렸다.

“회수 완료했습니다. 곧 미군에게 인계 작업을…… 네?”

보고를 잇던 정 중령은 어느 순간 멍한 표정을 지었다.

때마침 차량 점검을 끝내고 돌아온 휘하 장교가 그 모습에 고개를 갸웃해 보이려는 차, 그의 입에서 당황스러운 말이 들려왔다.

“저걸, 전부 한국으로 이송하라는 말입니까?”

***

[백악관과 크램린 궁은 오늘 대한민국을 공식적인 핵보유국으로 인정한다는 성명을 내놨습니다.]

[우리 정부는 IAEA의 탈퇴를 선언했습니다. 그로 인해 일부 국가에선 유엔 제재에 대한 논의를 요구하고는 있지만 국제문제 전문가들 대부분은 미국과 러시아의 반대 그리고 우리나라가 제재를 받을 경우 세계경제에 미칠 영향력을 이유로 그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역사적인 소식이 들려온 것은 미국에서 돌아온 지 불과 이틀 후였다.

오랜만에 주어진 휴일 나들이를 위해 나타샤와 함께 차량으로 이동하던 중.

그런데 나타샤는 정작 저 역사적인 소식보다는 전날 군을 통해 전해진, 일본의 핵탄두를 우리에게 넘긴 미국의 결정이 더 의외라는 반응이었다.

“미국이 왜 일본의 핵을 수거해 가지 않았을까요?”

“어차피 우리가 공인된 핵보유국으로 인정된 이상 그편이 저들에게도 편하니까. 그 많은 수의 핵탄두를 미국까지 가져가서 해체하고 처분하는 작업이 그리 만만치가 않거든.”

“하긴, 그럴 바에야 공인된 또 하나의 핵보유국이자 핵심 우방에게 처리를 맡기는 편이 낫겠군요. 뭐 한국으로서야 해체보다는 그걸 활용하는 편을 택하겠지만. 다다익선이라고 하던가요? 한국인들이 좋아하는 사자성어에 그런 말이 있잖아요.”

나타샤의 엉뚱한 반응에 헛웃음을 뱉었다

이내 그것과는 어울리지 않는 말임을 강조하려는 순간 안주머니에 있던, 얼마 전 사적인 용도를 위해 따로 마련했었던 휴대폰이 요란한 울음을 뱉어 낸다.

“응?”

아무리 봐도 모르는 번호였다.

그래도 혹시나 싶은 마음에 통화버튼을 누른 순간, 저편에서 당황스러운 말이 날아들었다.

-서울 검찰청 이기혁 검사입니다. 혹시 진현승 씨 되십니까?

“그렇습니다만, 검찰청에서 무슨 일이시죠?”

-다른 게 아니라, 진현승 씨의 계좌가 불법외환거래에 사용되어 안내차 연락드렸습니다. 지금부터는 전화를 끊지 마시고…….

흠…….

이 새끼가 지금 누굴 상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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