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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무기도 만들어 드릴까요?-332화 (332/372)

#핵무기도 만들어 드릴까요? 332화

끼익!

김 수석과 함께 이동한 곳은 강남에 위치한 모 호텔이었다.

당선과 동시에 우리에게 가장 먼저 특사를 보냈다는 것은 꽤 의미심장한 결과.

무슨 이야기보따리를 가지고 온 건지 궁금한 마음에 도착하는 동안 내내 엉덩이가 들썩였다.

[처음 뵙겠습니다. 린윤주라고 합니다.]

막상 마주친 특사는 꽤 젊은 편이었다.

나이는 대략 마흔 초반?

웃는 얼굴이 제법 순한 이미지였는데, 당황스러운 것은 특사로 파견된 것이 오로지 그 혼자뿐이었다는 점이었다.

[중국의 감시가 하도 심해서 저 혼자 입국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나마도 전 아직은 정치권에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인물이라서 다행히 감시는 떨쳐 낼 수 있었습니다.]

린윤주는 마치 내 속을 읽은 듯 다급히 설명을 이었다.

하긴, 대만 정계 인물들에 대한 중국의 감시 수준이야 말도 못 할 정도긴 하지.

오죽했으면 대만의회의 청소부까지 감시를 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니까.

그나저나 특사로 올 정도면 총통의 신임이 보통 두터운 것은 아님을 의미하는 건데, 난 여태 린윤주라는 인물에 대해서는 전혀 들어 본 적이 없다.

[전 사실 이번 총선이 있기 전까지 그저 평범한 IT기업의 회사원에 불과했습니다. 때문에 저에 대해서 모르시는 것은 당연합니다.]

의문은 이어진 그의 말로 인해 해소됐다.

한데 사실이라면 그게 더 호기심이 돋는 사건.

대체 무슨 능력이 있기에 일개 회사원이 단숨에 대만 정계의 핵으로 부상하는 것인지 궁금해진다.

[일단 앉으시죠.]

잠시 들었던 생각을 떨쳐 내곤 자리를 권했다.

고개를 끄덕인 채 자리에 착석한 그는 우리가 미처 준비도 되지 않은 사이 본론을 끄집어내 버렸다.

[차잉 총통께선 향후 대중국 전략을 한국과 함께하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고 계십니다. 때문에 취임식과 동시에 한국과의 우호협약을 맺기를 원하시죠.]

[…….]

이건 지나치게 파격적인 조치였다.

이제 막 취임하는 총통이 중국의 눈치를 보지 않고 대뜸 반중국 전선에 동참을 원한다는 것은.

뭐 원 역사에서도 그녀가 반중 성향이 강한 것은 사실이었지만 그렇다 해도 뭔가 조급한 느낌.

힐끗 시선을 준 김 수석 역시도 표정이 멍해 있기는 마찬가지였다.

[그 결과가 어떨지는 알고 하시는 말씀이시겠죠?]

[물론입니다. 아마 중국은 대놓고 대만봉쇄 정책을 펼치겠죠. 방공 구역 침범은 예사가 될 것이고, 바다에서의 시위 또한 만만치 않을 겁니다. 무장 수준이 부실한 대만으로서는 하루하루가 지옥이 될 테고요.]

[그럼에도 굳이 임기 초반부터 반중국 전선에 뛰어드는 이유는요?]

[…….]

워낙 직설적인 질문이었던 터라 조금은 당황한 눈치였다.

하지만 나로선 이유를 알아야 할 입장.

뭐 솔직히 아주 이해가 안 가는 것은 아니다만.

일본마저 굴복시켜 버린 통일 한국의 힘은 대만으로서도 많은 고민을 하게 만들었을 테니까.

그렇다 해도 이렇게까지 빠른 태도 변화. 아니 반응은 나로서도 예상치 못했던 것이었다.

[제 분석에 따르면, 중국은 향후 몇 년 안에 무너질 겁니다. 그러니 당연히 줄을 잘 서야죠.]

[…….]

난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솔직한 린윤주의 눈을 가만히 쳐다봤다.

끝내 시선을 피하지 않는 태도.

절로 튀어나오는 헛웃음을 참은 채 되물었다.

[몇 년 안에 중국이 무너진다? 그게 상식적으로 가능하다고 보십니까?]

[필시 그럴 거라고 봅니다.]

[그렇게 생각할 만한 동기는요?]

[굳이 동기를 대자면 현재 각 지역에서 일어나고 있는, 소수민족들의 유례없는 독립움직임을 들 수 있죠. 더불어 전에는 감히 상상하지 않았던 중동문제와 동남아시아 국가들의 반중의지 확산. 거기에 대만까지 가세를 한다면 중국으로서는 그야말로 사면초가죠. 참고로, 우린 별다른 욕심은 없습니다]

[욕심이 없다니, 갑자기 그건 또 무슨 소립니까?]

넌지시 되묻는 나를 향해 린윤주가 웃어 보였다.

왠지 의미심장한 표정이다 싶은 생각이 들 무렵 그의 입에서 폭탄선언이 뱉어졌다.

[중국이 무너진다 해서 대만이 대륙에 대한 영토주장을 하는 일은 없을 거라는 말입니다. 쉽게 말해서 우린 여전히 대만으로만 남아 있을 거라는 말이죠.]

그 말에 김 수석과 난 넌지시 서로를 쳐다봤다.

이건 전혀 예상하지 못한 전개였으니까.

막말로 통일을 이룰 기회를 그들 스스로 걷어차겠다는 건데, 그게 어찌 쉽게 믿겨지겠는가.

예상했던 반응이었던 듯 린윤주의 말이 다시 이어졌다.

[아실지 모르겠지만 대만 국민들 중 상당수는 대륙통일 대한 욕망이 없는 편입니다. 그저 국가의 존망을 걱정하지 않고 주권을 지키며 살고 싶어 할 뿐이죠. 외부에선 그걸 대만 정치권의 독재시도라는 비난을 하지만, 우린 불가능한 미래를 그리고 싶지 않을 뿐입니다. 쉽게 말해서 대만이 수십 년간 공산주의에 찌든 대륙인들을 통제하는 것이 가능할 리도 없거니와 그 과정에서 오는 부작용들을 감당할 자신이 없다는 겁니다.]

[…….]

[아! 그래도 혹시 차후 대만의 협조에 따라 영토가 일부라도 주어진다면 가까운 복건성과 절강성 정도가 좋겠군요.]

그 말은 결국 땅에 대한 욕심이 아주 없지는 않다는 거였다.

그리고 어쩌면 저 주장은 사실 민진당만의 생각에 불과할 수도 있고.

사실 회귀 전에도 민진당 관료들 중 일부는 아무리 평화로운 통일이 이루어진다 해도 본토인들과는 섞이고 싶지 않다는 주장을 하고는 했었는데, 아마 그 기조가 발현되는 것이 아닐까 싶다.

‘그렇다 해도 한때는 자신들이 주인이었던 곳을 저렇듯 쉽게 포기하겠다니.’

뭐 솔직히 중국이 분열되었다고 해서 대만이 대륙을 전부 차지하는 것은 애초부터 불가능한 일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나로서는 도무지 저들의 소박한 소망을 이해하기 어렵다.

[정말로 그 이상은 욕심이 없는 겁니까?]

혹시나 싶은 마음에 되물었다.

단호히 끄덕여지는 그의 머리.

이후 그는 현 대만 정권의 의지가 결코 허튼소리가 아님을 증명하려는 듯 이후의 벌어질 사태에 대한 대책을 구해 주기를 청했다.

[아시다시피 현 정권이 반중라인에 참여하면 그때부터 시작될 중국의 압박은 장난이 아닐 겁니다. 문제는 우리의 현재 처지로는 그들의 압박을 버텨 낼 방법이 없다는 거죠. 때문에 가능하다면 우리도 스스로를 보호할 군사력 확대가 필요합니다. 하니 그 부분에 대한 미국과 한국의 협조가 필요합니다.]

그거야 워낙 당연한 문제였던 터라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문제는 대륙에 대한 욕심이 크지 않다는 말에 대한 진위여부.

하지만 딱히 의심할 수 없는 이유는 만약 욕심이 있었다면 저렇듯 처음부터 선을 긋고 나서지 않았을 거라는 점과 차후 대만이라는 나라가 다시 욕심을 부린다고 해서 그걸 들어줄 3국 연합이 아니라는 점이었다.

[잠시만.]

결국 나와 김 수석은 양해를 구하곤 한동안 논의를 지속했다.

그리고 내린 결론은 결국 미국 측과 보다 깊은 협의를 해 보자는 것.

다른 걸 떠나서 영토 문제만큼은 우리가 멋대로 수긍해 버릴 문제가 아니지 않던가.

더군다나 아직 중국과의 본격적인 분쟁은 시작도 하지 않은 상황에서의 이런 대화는 그 자체가 우스운 일이 될 수도 있고.

[대만 정부의 의중은 알겠습니다. 일단 최대한 빠른 시간 안에 미국 측과 협의를 하고 연락을 드리죠.]

[물론 그래야겠죠.]

다행히 린윤주는 상황에 대한 이해판단이 빨랐다.

곧 손을 맞은 순간, 갑자기 이 결정으로 그들에게 닥칠 현실만큼은 주지시켜야겠다는 생각에 난 다시 입을 열었다.

[그런데 각오는 하고 있는 거겠죠?]

[네?]

린윤주는 대뜸 이어진 내 말에 고개를 갸웃했다.

몇 번의 고민 끝에 난 기어이 최악의 상황까지 가정했다.

[이번 결정으로 인해 최악의 경우 대만은 자칫 나라가 아예 지워져 버릴 수도 있다는 것을.]

순간 린윤주의 얼굴이 핼쑥해졌다.

지나친 가정이었나 싶은 생각이 들기는 했지만, 사실이 그런 것을 어쩌겠는가.

난 다시 그를 향해 첨언했다.

[핵을 보유한 국가를 상대로 하는 전쟁이란 그런 겁니다. 우리 역시 그 정도 각오는 하고 시작한 일이고.]

[…….]

[하지만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연합이 대만의 합류를 결정한다면 당연히 대만에 대한 핵우산이 제공될 테니까.]

그 말은 단순히 안심시키려는 의도에서 한 것만은 아니었다.

아니, 오히려 현실을 깨우쳐 각오를 다지게 하는 것은 물론, 대만을 향한 경고의 측면도 있다고 봐야겠지.

혹여 과거처럼 또 어설픈 태도를 보였다간 연합의 분노가 외면으로 이어져서 자칫 그들의 멸망을 두고만 보게 만들 수도 있다는.

[하니 이 대화가 번복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는 겁니다.]

넌지시 말을 마쳤다.

내 말의 저의를 이해했는지, 그가 파리해진 얼굴로 눈만 끔벅인다.

***

“네, 그럼 워싱턴에서 뵙죠.”

며칠 후, 대만 문제 협의를 위한 리암과의 약속이 정해졌다.

청와대엔 이미 김 수석이 사실을 전달한 상태.

이후 청와대는 다시 미국과 러시아 정부와의 긴급 통화를 시도했고, 차주에 3국 연합은 워싱턴에서의 회담을 결의했다.

대만의 반중 전선 합류 문제와 그에 따른 구체적인 시나리오 변경을 위한.

“대만이 정말 핵공격을 받을 가능성이 있을까요?”

통화를 지켜보던 김 실장은 넌지시 말했다.

지나치게 압박감이 심했던 내 말에서 다른 의중이 있었다는 것을 눈치챈 거겠지.

웃으며 고개를 가로저어 보였다.

“솔직히 말하자면 그럴 리는 없다고 봅니다. 정말로 중국이 핵을 사용하게 되는 경우 통일의 의미가 사라져 버리니까.”

“하면 왜 그렇게까지…….”

“그건 대만의 잦은 태도 변화를 경고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힘의 균형과 이익에 따라 움직이는 저들의 습관 말입니다. 이젠 ‘그야말로 마지막 선택의 기회다.’라는 점을 핵으로 부각시킨 거죠. 그나저나 이 일은 어쩌면 우리에게도 잘된 일인 듯싶습니다.”

“네?”

김 실장은 밑도 끝도 없이 뱉어진 내 말에 고개를 갸웃했다.

마침 메모지에 생각들을 정리하고 있던 차.

난 그걸 슬쩍 김 실장에게 내밀며 다시 말했다.

“만약 대만의 합류가 확정되면 회의에선 필시 대만을 대상으로 한 중국의 핵위협에 대해 대책논의도 이루어질 겁니다. 앞서 말했듯 정말로 핵을 쓸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위협 정도는 가능하니까. 그 경우 난 기회를 틈타서 우리의 본격적인 핵보유국 인정을 받아 낼 생각입니다.”

“맙소사! 그게 가능하겠습니까?”

김실장의 눈은 한없이 커졌다.

“불가능할 것도 없죠. 어차피 우리가 핵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이미 공공연한 비밀인 마당에. 게다가 미국과 러시아가 인정하는 마당이면 사실상 끝난 것 아니겠습니까.”

“하지만 유럽은요. 특히나 프랑스와 독일은 대번에 반발할 것이 분명합니다.”

“그들이 반발한다고 해서 우리가 곤경에 처할 일이 뭐가 있다고요. 그렇다고 우리를 제재한다는 것이 가당키나 하겠습니까? 당장 우리를 제재하면 그들이 받을 타격이 더 커질 판국에? 아니, 전 세계가 위기를 맞는 판국에?”

사실 핵 보유는 그래서 힘이 있어야만 가능하다는 거다.

당장 막무가내의 태도로 나선다고 해도 다른 국가들이 차마 어쩌지 못할 정도의 힘.

한데 우린 이미 배터리를 비롯하여 반도체와 첨단산업 분야의 다방면에 걸친 핵심 소재. 그리고 러시아와 중동을 통한 에너지 분야까지 절대적인 영향력을 갖춘 상태다.

즉 경제와 군사 모두 전 세계에 영향력을 끼치는 국가라는 거지.

때문에 난 우리의 핵보유 공인이 전처럼 어려운 일만은 아닐 거라는 확신이 있다.

“문제라면 영국인데, 그들은 사실상 미국이 인정하면 수긍할 수밖에 없는 관계입니다. 게다가 어떻게든 우리와 다시 손을 잡고 싶어 하는 입장이기도 하고. 그럼 나머지 국가들 중 우리의 핵보유 사실에 대놓고 반대할 핵 강국들은 없지 않겠습니까. 아! 물론 중국은 빼고.”

김 실장은 마른 침을 삼키며 나를 쳐다봤다.

행여 그게 나만의 고집에 의한 주장이 아님을 강조하기 위해 다시 그를 향해 말했다.

“참고로 이건 대통령님의 의중이기도 합니다.”

“허어…….”

***

`늦은 밤.

재우 본사 17층에서 야근 중이던 오태식 과장은 잔뜩 굳어진 목을 풀며 주변을 둘러봤다.

이 늦은 시간에도 퇴근조차 못 하고 있는 처지들.

하지만 어쩌겠는가.

회사의 성장은 곧 가정의 평화와도 직결되는 것이 직장인들의 운명이고, 그걸 위해서 다들 애쓰고 있는 것을.

“어으, 이게 벌써 며칠째 야근이야. 강 대리, 방사청에 제출할 기안서 아직이야?”

“네, 한 3시간 정도는 더 손을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쯧, 자네도 고생이 많네. 난 잠시 커피 좀 뽑아 올 테니까 혹시 필요하면 말해.”

“아니요, 전 벌써 다섯 잔째라서 커피는 사양하겠습니다.”

오 과장은 그 말에 옅은 미소를 지어 보이곤 자리에서 일어섰다.

돌아서는 그를 향해 강 대리의 말이 다시 날아든다.

“참, 혹시라도 지하층으로는 내려가시면 안 됩니다. 오늘 본사 전체의 보안시스템 업그레이드 작업 때문에 9시 이후부터 지하층 출입을 금한다는 사내방송 들으셨죠?”

“나도 알아 이 친구야.”

오 과장은 눈을 흘기며 복도로 나섰다.

곧 승강기에 올라 1층 버튼을 눌렀지만 이상하게도 요지부동.

그때, 갑자기 문이 닫히며 승강기가 저절로 움직였다.

“어?”

오 과장은 다급한 마음에 아무 버튼이나 눌러댔다.

하지만 버튼의 불은 매번 켜졌다가 꺼지기를 반복.

그사이 승강기는 하필 금지구역으로 지정된 지하층에서 멈춰 섰다.

“보안 작업 한답시고 또 뭘 잘못 건드렸구먼.”

스윽.

오태식 과장은 짧은 불평과 함께 승강기에서 내려섰다.

온통 컴컴한 지하층은 왠지 평소와는 좀 다른 분위기.

저편에 보이는 매점 역시도 이미 문을 닫은 것이 눈에 들어왔다.

“쯧, 거피는 포기해야 하려나.”

그는 결국 아쉬운 마음을 접고 돌아섰다.

이내 다시 승강기의 버튼을 누르려는 차, 어둠 저편 어디선가에서 갑작스러운 경고의 소리가 들려왔다.

<움직이지 말라, 이 간나 새끼.>

놀란 오 과장은 온몸이 얼어붙은 채 멈춰 섰다.

이내 재빨리 사원증을 들어 올리며 해명을 하려는 차, 저편에서 무언가 스르륵 다가오더니 조금 전과는 전혀 다른 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죄송합니다, 전 불법침입자인 줄 알고. 아시겠지만 이곳은 오후 9시부터 출입이 전면 금지된 상태입니다.>

“…….”

오 과장은 여전히 얼어붙어 있었다.

상관하지 않은 채 스르륵 하고 다시 방향을 튼 그 물체는 누군가와 교신이라도 하는 듯 연신 떠들어 댔다.

<지하3층 승강기가 아직 가동 중입니다. 빠른 조치 바랍니다.>

딸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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