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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무기도 만들어 드릴까요?-331화 (331/372)

#핵무기도 만들어 드릴까요? 331화

“정말이십네까?”

넌지시 속삭인 말에 차지환의 표정이 밝아졌다.

어차피 그에게 있어 중요한 것은 에바의 시스템이 유지되는 것 자체지 어떤 플렛폼을 가지고 있느냐가 아닐 터.

아니, 보다 효율적인 플렛폼으로의 이동은 오히려 그로서도 환영할 만한 일일 거다.

“아무튼, 조만간 새 플렛폼 준비 작업이 시작될 테고, 곧 시스템 이동 작업도 실행할 예정이니 차지환 대원은 그리 알고 내일부터는 본사로 출근하도록 하세요.”

“물, 물론입네다!”

차지환은 흔쾌히 대꾸하곤 돌아섰다.

이내 에바를 향해 다가서는 그를 향해 난 다시 말을 던졌다.

“에바는 모듈 분리를 위해 당분간 이 연구소에 남아 있을 예정이니 굳이 챙길 필요 없습니다.”

순간 차지환의 얼굴에 난처한 기색이 스쳤다.

하지만 이미 에바의 생존을 보장받았기 때문일까, 곧 표정을 밝힌 그가 절도 있는 경례 동작을 보이곤 연구실을 빠져나갔다.

스윽.

난 짧은 웃음을 내비치곤 최인배를 쳐다봤다.

이제부터 나눌 이야기가 오늘의 진짜 방문 목적.

사전에 언질을 했던 탓에 사안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던 최인배는 대번에 표정을 바꾸며 묻는다.

“정말로 다각전차에 CTA(탄두 내장형 탄약)를 탑재하실 생각이십니까?”

“그렇습니다. 포탄관리 측면에서나 포탑의 운용관리 측면에서 보면 그편이 옳은 선택일 테니까요.”

“하긴, CTA용 포탑을 탑재할 경우 기존보다 부품수를 절반으로 줄일 수 있어서 야지정비성과 신뢰성이 상승하기는 하죠.”

최인배는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답지 않지 않게 하드웨어적인 측면에도 제법 해박한 면이 있었다.

하지만 CTA의 장점은 단지 그것만이 아닌 상황.

난 잠시 에바의 몸체에 자리하고 있던 포탑을 한번 쳐다보고는 설명을 이었다.

“이미 알고 있는 듯싶긴 하지만, CTA탄은 단순히 탄두를 탄피 안에 내장하여 공간 확보를 용이하게 한다는 것 이상의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

“예를 들면 포탄의 경량화가 가능하다는 점. 그러면서도 포구 속도는 40% 이상 증가한다는 특징이 있죠. 그건 기존보다 더 많은 탄약의 적재가 가능함을 뜻하고, 파괴력 또한 더 강력해진다는 것을 뜻하기도 합니다. 내 계산에 따르면 고작 40밀리 CTA 날탄으로 중국의 주력 전차들 정도는 벌집으로 만들어 버릴 수가 있습니다.”

무심히 듣고 있던 최인배는 그 말에 눈이 동그래졌다.

비록 중국 전차들의 신뢰도가 떨어진다고는 해도 고작 40밀리 포에 무력화된다는 것이 쉽게 믿겨지지는 않는 모양새.

그 이상의 구체적인 설명은 아무래도 이 자리에서는 무리였기에 손사래를 치곤 말했다.

“아무튼, 정부는 얼마 전 중기 국방계획안을 확정했습니다. 그 안에는 다각전차의 양산도 승인이 된 상태인데, 1차적으로 최소 100여 대 정도는 초도물량을 확보할 예정이라고 하더군요. 하니 최인배 씨도 운용체제의 완성을 서둘러 달라는 말입니다.”

최인배는 그 말에 한숨을 푹 내쉬었다.

결국엔 영혼을 갈아 넣으라는 것으로 귀결된 내 말로 인해.

툭 하고 그의 어깨를 두드리며 일어서려는 순간 불현듯 에바의 시스템 이전에 대한 실질적인 논의를 끝마치지 못했다는 생각이 뒤따랐다.

“그나저나 에바를 이식할 새로운 플렛폼 준비는 잘되고 있는 겁니까?”

“죄송하지만 그 부분은 제 전문이 아니라서. 일단 관련 부서로부터 들려오는 보고에 따르면 아직까지 별문제는 없다고 합니다.”

“하드웨어야 걱정할 것이 뭐가 있겠습니까. 내가 염려하는 것은 에바의 시스템이 새로운 플렛폼에 제대로 적응이 가능하겠는지를 묻는 겁니다.”

“그 부분은…….”

<제 걱정은 안 하셔도 됩니다. 제 임무와 플렛폼의 형태가 어떻게 변하든 그에 적응하도록 알고리즘이 형성되어 있으니까요.>

한참 최인배의 대꾸가 이어지던 차에 갑자기 에바가 끼어들었다.

오로지 질문에 대한 답만을 해 왔던 전과는 것과는 다른 태도.

그사이 또 학습을 통한 많은 변화를 겪은 모양이다.

“흠.”

난 잠시 에바의 사물 탐지센서를 주시했다.

순간 떠오른 생각 하나가 뇌리를 파고들며 절로 질문이 뱉어졌다.

“에바, 앞으로 네 임무는 차지환 대원을 보조하여 나를 경호하는 역할을 하게 될 거다. 한데 만약의 경우, 뭐 예를 들면 차지환 대원과 내가 동시에 위험해지는 상황이 닥치게 되면 넌 어떻게 행동할 텐가.”

<제 임무가 회장님의 경호라면 당연히 전 회장님의 안전을 먼저 확보할 겁니다.>

단 1초도 주저하지 않는 대답이었다.

만족스럽긴 해도 뭔가 떨떠름한 느낌.

그건 앞서 최인배가 했던 말 때문이었다.

특정 인물에 대한 지나친 과보호 습관을 가졌다는.

그 특정 인물이 누구인지는 구체적으로 말은 안 했어도 그게 차지환이었을 것은 당연하지 않던가.

“그런데 왜 지난 전투에서는 차지환 대원의 보호를 우선한 거지? 그게 네가 메인 시스템으로 채택되지 못한 이유인 줄은 알고 있겠지?”

<물론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차지환 대원의 보호를 우선한 것은 다각 전차들을 통합 관리하는 AI. 즉 제롬을 믿었기 때문입니다.>

“제롬을 믿었다고?”

<그렇습니다. 당시 다른 대원들의 안전보장은 제롬의 능력으로도 충분했습니다. 하지만 독립적인 움직임을 자주 보이는 차지환 대원의 경우는 제가 아니면 안전을 보장받지 못할 상황이었고, 전 그 때문에 유독 차지환 대원의 보호에 보다 집중을 했습니다.>

순간 나와 최인배는 동시에 서로를 쳐다봤다.

이건 미처 예상하지 못했던 대답이었으니까.

만약 저게 사실이라면 에바야말로 통합 컨트롤 시스템에 적합한 AI가 되는 것이 옳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그 말을 왜 이제야 한 거지? 지금처럼 자신의 의견을 먼저 제시할 줄 아는 상황이면 충분히 변명할 수 있었을 텐데? 아까 네 능력의 한계에 대한 이야기가 오갈 때 말이야.”

문득 떠오른 의문에 재빨리 질문을 뱉어 냈다.

스륵 하고 탐지 센서가 나를 향해 돌아오는가 싶더니 이번에도 주저함 없는 말이 들려온다.

<전 지난 전투과정에서 제롬의 능력을 내내 분석했습니다. 그 결과 저보다는 집단 전투를 컨트롤하는 능력이 뛰어나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그렇다면 당연히 저보다는 제롬이 통합 컨트롤 AI가 되는 것이 옳은 것 아니겠습니까?>

절로 탄성이 나오는 대답이었다.

비록 불필요한 것들을 배우기는 했지만 지금 에바의 태도야말로 우리가 바라던 가장 이상적인 AI의 표본.

막상 상황이 이런 식으로 흘러가다 보니 갈등에 빠져든다.

이제라도 결정을 바꿔야 하는 건지에 대해서.

“아니, 그럴 필요는 없겠군.”

하지만 난 결국 결정을 번복하지는 않았다.

다른 걸 떠나서 에바의 판단에 신뢰가 갔으니까.

자신보다는 제롬이 더 우수한 집단 전투능력을 가졌다는.

“앞으로의 역할을 기대하지.”

<모시게 되어 영광입니다.>

짧은 말을 남기고 자리에서 일어나자 에바의 대꾸가 들려왔다.

매번 놀랄 정도로 인간화되어 가고 있는 느낌.

고개를 가로저으며 나타샤를 향해 복귀를 재촉하려는데, 그녀의 표정이 어째 심상치가 않다.

“얘 정말 기계 맞아요? 혹시 안에 사람이 들어가 있는 것은 아니죠?”

“…….”

***

[이틀 전 있었던 대만 총통선거에서 민진당의 차잉 주석의 당선이 확실시되었습니다.]

2016년 5월.

그동안 친중 성향을 보이던 대만 정권은 원 역사처럼 민주진보당으로 넘어갔다.

무수하게 뒤틀린 역사 속에서도 그나마 그건 흐름을 역행하지 않은 상황.

이로써 중국의 고립은 보다 가속화가 될 가능성이 커졌다고 보는 것이 우리 정부의 공통된 의견이었다.

[일본이 2020년 예정되어 있던 도쿄올림픽 개최권을 반납함에 따라 스페인 마드리드가 최종 개최지로 결정되었습니다.]

일본의 올림픽 개최 포기는 예상되었던 결과였다.

사실상 지금의 일본 상황에서 올림픽을 개최한다는 것은 누가 봐도 무리였으니까.

그로 인해 한때 IOC가 한국의 개최를 넌지시 제안했지만 그건 정부와 나의 적극적인 반대로 무산되었다.

당장 18년 동계올림픽 개최지인 우리가 하계까지 가져와 버리는 것은 무리가 있고, 무엇보다 이젠 올림픽을 통한 이점들은 사라져 버린 상태이기에.

막말로 가면 갈수록 IOC만 배 불리는 올림픽을 우리가 뭣 때문에 무리까지 해서 개최한다는 말인가.

“어서 오십시오.”

오늘 합참에서 열린 제38차 재건회의에서는 군 전력개선 사업의 전반적인 재조정이 목적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자위대의 해산으로 인한 잉여 무장들은 이제 우리의 관할.

아니. 말이 관할하에 두는 것이지 전후 배상과 얽혀 거의 압류나 다름없는데, 기왕이면 그걸 활용하여 예산 절감을 시도하자는 것에서 제안된 회의였다.

“여러분도 아시다시피 일본이 건조 중이라는 이유로 자위대에 인계하지 못했던 방공구축함의 숫자가 무려 30여 척에 달합니다. 그중 10척은 이번 전쟁에서 폭격으로 인해 완파되었고 또 9척 정도는 거의 반파된 상태였죠. 그런데 다행히도 전문가들 사이에선 반파된 구축함의 경우는 재생이 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회의를 주도하던 안보수석은 ‘전문가’라는 단어를 언급하며 힐끗 내 쪽을 쳐다봤다.

사전에 나와의 교감이 있었음을 다른 이들에게 암시하기 위한 행동.

덕분인지 꽤 많은 사람들의 호응이 유도되었고, 이후 나를 향한 합참의장의 직접적인 질문도 이어졌다.

“그럼, 우리가 계획 중인 신형 호위함 사업은 어떻게 되는 겁니까?”

“이미 시행 중인 1차 사업은 당연히 그대로 갑니다. 대신 2차 사업부터는 일본으로부터 획득한 호위함들을 비롯한 방공구축함들을 우리 입맛에 맞게 개장하는 방식으로 가야겠죠.”

“하지만 그게 가능하겠습니까? 일본의 함정들과 우리의 무기체계가 다른데, 그걸 죄다 뜯어 바꾸려면 그 비용도 엄청날 텐데요?”

“물론 그게 비용적인 측면에서나 여타 여러 부분에서 복잡한 문제를 야기할 수는 있습니다. 특히나 하나의 함정에 미국제 무기와 우리의 무기들을 통합 운용해야 한다는 점에선.”

“통합 운용을 하다니요?”

합참의장은 그게 무슨 소리냐는 표정으로 쳐다봤다.

긴 설명을 해야 하는 입장.

벌써부터 말라 가는 입을 잠시 축이곤 입을 열었다.

“아시다시피 일본의 모든 무기 체계는 거의 미국에 의존하거나 미국과 공동 개발한 것들이 주를 이룹니다. 물론 자체 개발한 것들도 있지만 그건 논외로 치고,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SM3 미사일이죠. 고고도 방어에 있어서 우리가 개발한 물건에 필적할 정도로 성능이 뛰어난.”

“…….”

“문제는 일본이라는 나라가 자국 영토에 미사일이 떨어지는 것을 극도로 꺼리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보니 그 수량을 어마어마하게 쟁여 놓고 있었다는 건데, 그 아까운 것을 죄다 포기할 수는 없지 않습니까? 하니 일부 함정들의 경우는 발사체계를 그대로 유지해서 그걸 활용해야죠.”

“하지만 운용 효율성이 떨어질 텐데요?”

“아니요, 딱히 그렇지도 않습니다. 수직발사 체계만 유지하는 것이지 통합관리 시스템은 우리의 것이 구축될 테니까.”

“그게 가능합니까?”

합참의장은 불신의 빛을 내비쳤다.

운용방식에 차이가 있는 무장들의 통합에 대한 걱정이 드는 것은 당연한 결과.

어쩔 수 없이 설명은 길어졌다.

“어차피 일본은 미군과의 연합작전을 기본으로 하고 있어서 함정 탑재 미사일과 발사관의 경우는 대부분 미국제를 운용하고 있습니다. 그 말은 곧 우리의 통합 전투체계로 저들의 하드웨어를 통제하는 것이 무리는 아니라는 뜻이죠.”

“아!”

“더군다나 우린 이미 세종대왕함을 통해 미국과 우리의 무장체계를 혼용하여 운용한 경험이 있습니다. 그걸 참고하여 개장될 일본 함정들을 세종대왕함처럼 이중 발사 체계로 구축하면 됩니다. 참고로, 우리 함정들 중 일부도 이미 SM3 운용이 가능하다는 점도 염두에 두십시오.”

“그거 괜찮네요. 그렇게 되면 함정 증가로 인한 고고도 함대공 미사일들의 추가 확보를 굳이 신경 쓰지 않아도 되고, 그만큼 예산 절감이 가능할 테니까.”

대꾸를 한 것은 김태익 안보수석이었다.

그의 긍정적인 태도 때문일까.

이후 누구도 내 제안에 토를 다는 이들은 없었고, 난 다시 이번 전쟁을 통해서 우리 군이 확립할 전력 상승에 대해 언급했다.

“참고로 이번에 우린 일본으로부터 마야급을 비롯하여 총 5척의 이지스함을 획득했습니다. 그중엔 놀랍게도 이미 미국의 기술지원을 통해 건조가 진행 중이던 줌왈트급도 존재하죠. 어디 그것뿐이겠습니까, 앞서 말한 방공구축함들과 이번 전쟁에서 살아남은 해상초계기들. 그리고 각종 헬기 전력들과 지원전투기 및 전자전기들과 정찰 위성들까지 포함하면 통일 한국의 육해공 전력은 단숨에 전 세계에서 세 손가락 안에 드는 수준으로 뛰어오르게 될 겁니다.”

“…….”

“때문에 향후 계획 중이었던 각종 무기획득 사업들에 투입될 예산을 족히 50% 이상 절감이 가능한데, 전 그걸 보다 효율적인 곳에 쓰자는 제안을 드리는 바입니다.”

“어디에 말입니까?”

질문은 역시나 합참의장에게서 튀어나왔다.

잠시 좌중을 돌아보다 눈이 마주친 것은 육군 참모총장.

내 발언 이후 지어질 그의 표정을 상상하며 넌지시 말을 이었다.

“그야 당연히 전 국토에 걸친 탄도미사일 및 대공방어 체계의 확립이죠.”

불끈!

순간 예상처럼 육군참모총장이 강하게 주먹을 움켜쥐었다.

꽤 할 말이 많은 듯 우물대는 입술.

그게 뭔지는 이미 인지하고 있던 터라 난 즉시 자리에서 일어나 설명을 덧붙였다.

“여러분들도 아시다시피 중국은 우리 못지않은 미사일 강국입니다. 특히나 우리를 향해 조준되어 있는 탄도미사일의 수량은 천여 기에 달하며 그중 일부는 핵을 탑재한 물건들이죠. 이 상황에서 만약 중국과 전쟁이 발발한다면 피해는 예측할 수 없습니다.”

“끄응.”

말이 끝맺어지기 무섭게 여기저기서 탄식이 들려왔다.

일반인들도 아닌 군의 핵심 지휘관들인 마당에야 당연하겠지.

우리가 아무리 강력한 대공방어망을 구축하고 있다고는 해도 그게 정말로 신의 방패 수준은 아니라는 것을.

사실 그건 그동안 우리 경제가 처한 한계 때문인데, 높은 정확도에 비해 정작 대공감시를 시행할 레이더. 그리고 대공방어미사일의 대량 확보가 미비한 것이 원인이다.

즉, 대량의 물량공세에 대한 대응수단만큼은 아직 완벽히 갖추지 못했다는.

“하지만 다행히도 우린 미국으로부터 다수의 이지스 레이더들을 뜯어 오고 있는 중이죠. 또한 절감된 예산을 전용할 경우 자체 개발한 광역 감시 레이더 구축도 가능해졌고. 해서 이젠 불필요한 전력 확대사업보다는 그 예산으로 지상형 대공방어망을 전 국토에 촘촘하게 구축하자는 겁니다. 진정 바늘 하나 통과하지 못할 정도의 대공방어 수준으로.”

그 말에 위원들의 눈빛이 흔들렸다.

대부분이 국방관련 인물인 터라 중국과 전쟁이 벌어질 경우 우리가 입을 피해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를 예상하지 못하는 이는 없을 터.

이미 확립된 공격 수단보다는 방어 수단에 치중하자는 내 의견이 틀렸다고 여기는 자는 없을 거다.

“전 찬성입니다.”

역시나 가장 먼저 손을 든 것은 육군참모총장이었다.

군에서 가장 발언권이 강한 그의 호응은 곧 분위기를 긍정적인 쪽으로 몰아갔고, 결국 이번에 확립된 중기국방계획안의 토대는 내 의도대로 결정지어졌다.

“이거 참 아이러니하군요.”

회의를 파하고 돌아서는 길.

김태익 수석이 넌지시 다가와 말했다.

꺼내 두었던 서류들을 정리하며 힐끗 쳐다보자 그가 머쓱한 얼굴로 말을 잇는다.

“우리가 꿈꾸던 전력 상승을 이렇듯 단숨에 이루게 될 줄 누가 상상이나 했겠습니까. 그것도 하필 전쟁을 통해서.”

“글쎄요, 전 대충 예상은 했었습니다만.”

솔직히 그걸 예상 못 했었다는 것이 더 이상한 일일 거다.

전쟁은 결국 패배자에겐 절망을 주지만 승리자에게는 더 없는 기회가 된다는 것.

지나치게 솔직한 대답이었던가, 그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어 보인다.

“진 회장님은 어떨 때보면 냉혹한 면이 있습니다, 그려. 그나저나 가시는 길에 들려야 하실 곳이 좀 생겼습니다.”

“어딜요?”

또 무슨 일인가 싶어 빤히 그를 쳐다봤다.

순간 표정을 굳힌 그가 잠시 주변을 둘러보더니 가만히 귓가에 속삭인다.

“이번에 대만 총통 자리를 차지한 차잉 민주진보당 주석이 특사를 보내왔습니다.”

“대만에서 특사를요?”

“네, 그런데 유독 진 회장님과의 대화를 원하더군요.”

“…….”

“이건 제 예상인데, 아무래도 대만의 대중국 기조가 대 변환기를 맞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해서 아무래도 그걸 논의하자는 것이 아닐까 싶군요.”

“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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