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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무기도 만들어 드릴까요?-330화 (330/372)

#핵무기도 만들어 드릴까요? 330화

“흐음.”

나타샤의 뒤척임에 잠이 깼다.

슬그머니 침대를 벗어나 옷을 입으려는 차, 마침 눈을 뜬 그녀와 시선이 마주쳤다.

“좋은 아침이에요.”

그녀의 표정은 평소보다 밝은 편이었다.

뭐 무리도 아니지.

밤새 희원이 놈이 건네줬었던 약의 효능을 톡톡히 봤으니까.

전날 밤 남편의 노력 여부에 따라 아내의 아침 표정이 달라지는 것을 묘사하는 TV드라마를 보며 지나치게 과장된 연출이라고 생각했었건만, 이제 보니 그건 진실이었던 듯싶다.

“쯧쯧, 결국엔 이렇게 되네요.”

아침을 먹는 자리에서 내내 테블릿을 쳐다보던 나타샤가 불현듯 혀를 차며 말했다.

이젠 거의 완벽에 가까운 한국말을 구사하는 그녀의 말투는 점점 나를 닮아 가고 있었다.

“무슨 흥미로운 기사라도 난 모양이지?”

호기심에 말하곤 커피를 건넸다.

곧 눈에 들어온 것은 탈레반 정부가 중국과 마찰을 일으키고 있다는 기사.

재빨리 테블릿을 빼앗아 들자 그녀가 못 말리겠다는 표정과 함께 말한다.

“역시 미국은 미국이네요. 결국엔 그들의 생각대로 일이 진행되어 가고 있잖아요? 이제 중동을 미국이 아닌 중국의 골칫거리로 만든다는.”

잠시 고개를 끄덕이곤 다시 기사를 탐독했다.

원인은 역시나 중국의 위구르 탄압이 불씨가 되었는데, 아무래도 우리가 지원 중인 위구르 해방 전선과 탈레반 사이에 모종의 접촉이 있었던 모양이다.

“이거 일이 우습게 돌아가는데?”

나로선 이게 득인지 실인지 쉽게 구분이 가지 않았다.

중국이 골치를 썩는 것은 환영이지만 그렇다고 위구르 해방 전선이 하필 탈레반 같은 과격파와 힘을 합치는 것은 또 문제가 심각하거든.

만약 중국의 분열이 현실화되고, 이후 위구르가 탈레반과 같은 극단주의로 치닫게 된다면 그건 자칫 또 하나의 혹이 될 수가 있다.

“그나저나 아오지로 끌려간 사람들에 대한 기사는 영 보이지가 않네요?”

생각이 깊어지던 와중 나타샤가 의문을 던졌다.

다시 그녀에게 테블릿을 건네며 지나가듯 말했다.

“그들 문제야 굳이 대외에 알려서 좋을 건 없으니까. 아마 앞으로도 그들에 대한 기사는 언론에서 볼 수 없을 거야.”

“왜요?”

“단순히 복역만 하는 것이 아니라 최악이라 할 정도로 열악한 환경에서 노동교화를 집행하는 건데, 그런 그게 알려지면 여기저기서 또 인권 문제니 뭐니 떠들어 댈 것 아니야. 하니 정부로선 최대한 사람들의 관심에서 잊혀지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지.”

나타샤는 그제야 상황을 파악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사이 난 중동의 변화에 대한 정부의 생각을 알아보기 위해 재빨리 김 수석에게 전화를 걸었다.

“김 수석님?”

-오랜만입니다, 진 회장님. 안 그래도 제가 지금 연락을 드리려던 참이었는데 마침 전화 잘하셨습니다. 혹시 시간 되시면 오늘 좀 뵐 수 있겠습니까?

들려오는 목소리가 왠지 다급했다.

그 탓에 난 목적을 채 밝히지도 못한 채 전화를 끊었고, 그 모습을 본 나타샤가 고개를 갸웃해 보인다.

“무슨 통화가 그래요?”

“그러게. 뭔가 또 일이 벌어진 모양인데?”

***

“어서 오세요.”

늦은 저녁, 약속 장소엔 김태익 수석이 먼저 도착한 상태였다.

무슨 중요한 일인지 하필 강남에 있던 국정원의 안가 중 한 곳에서 만남이 이루어진 상황.

게다가 주변을 경계하는 경호 인력들의 수도 평소와는 많이 다른 터라 의문은 더해 갔다.

“술 한 잔 하시겠습니까?”

김 수석의 태도도 평소와는 많이 다른 편이었다.

어지간해선 독주를 잘 입에 대지 않았던 습관을 버리고 오늘따라 45도에 달하는 위스키를 집어 든 상태.

목까지 차오른 궁금함을 간신히 참아 내며 술잔을 받아 들었다.

“사실 오늘 진 회장님을 뵙자고 한 것은 상의드릴 것과 알려 드려야 할 것이 하나씩 있어서입니다. 둘 중 어느 것부터 말할까요.”

“상의할 것부터 말씀하시죠. 뭔지는 몰라도 내가 알아야 할 것이라는 것이 꽤 마음의 준비가 필요한 것 같으니.”

웃으며 대꾸를 뱉어 냈다.

이내 술을 입에 머금는 순간 그가 본격적으로 말을 꺼냈다.

“최근 정부가 지나친 부동산 가격상승의 원인 중 하나로 중국 자본을 지목했습니다. 해서 그 문제를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지 진 회장님의 의견을 좀 묻고 싶군요.”

그의 말에선 다급함이 느껴졌다.

하긴, 최근 일어나고 있는 부동산 광풍이 정부로서는 달갑지 않은 일이기는 하지.

다른 걸 떠나서 정권재창출을 위협한다는 면에서는.

게다가 이번 광풍은 사실상 일반적인 형태와는 많이 다르다는 것도 문제였다.

보편적으로는 투기세력과 건설사. 그리고 대중들의 불안 심리로 인한 과도한 상승이 문제였다면, 지금은 대중들의 심리선이 안정적인 가운데서도 가격상승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그건 대량의 자본을 동원한 집단적인 움직임이 아니면 나올 수 없는 결과인데, 정부는 아마도 그걸 중국 정부의 주도하에서 이루어지는 고의적인 행태라고 본 모양이다.

마치, 한때 미국 부동산 시장에 유입된 중국 자본으로 인해 시장교란이 일어났듯.

‘가만, 그런데 그 문제를 왜 안보수석이 나서는 거지?’

뭐랄까, 이건 꼭 메인 요리를 선보이기에 앞서 내놓는 에피타이저 같은 느낌?

그럼 혹시 나를 만나려는 진짜 목적은 이다음에 나올 이야기인 건가?

“제 생각을 묻는다면, 당연히 법으로 규제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봅니다. 어차피 중국은 자국 부동산에 대한 규제가 탄탄한 마당에 우리만 규제를 안 하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나죠. 더군다나 외국인에 대한 대출이 지나치게 자유롭다는 점도 문제입니다. 하니 그 부분에 대해서도 손을 봐야겠죠.”

잠시 들었던 생각을 접고 뱉어 낸 말에 김 수석이 넌지시 고개를 끄덕였다.

마치 정부 역시 그 정도는 각오를 해 두었던 듯.

아무리 생각해도 내 추측이 맞아 들어가는 느낌이다.

“그럼 이제 슬슬 말씀하시죠. 제게 정말로 하고 싶었던 말이 뭔지.”

이어진 내 말에 김 수석의 표정이 다시 어두워졌다.

얼마의 시간이 지났을까, 내내 홀짝거리던 잔을 내려놓은 그가 뜬금없는 말을 던졌다.

“어쩌면 우리가 그동안 중국을 지나치게 허술하게 봐 왔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

난 침묵한 채 다음 말을 기다렸다.

순간 제 주머니를 뒤적이던 김 수석이 종이 한 장을 꺼내어 내게 건넸다.

“혹시 진 회장님께선 사이타마 정책연구소의 존재에 대해서 한 번도 의심해 보신 적이 없습니까?”

“그건 또 무슨 말씀이십니까?”

“대체 왜 일본 정부가 달걀을 한 바구니에 두려 했었는지 말입니다.”

“그거야 일본이라는 나라가 가진 약점 때문 아니겠습니까? 언제 발생할지 모를 파괴적인 자연재해를 대비하자는…….”

“만약 그게 아니라면. 즉 다른 이유가 있었다면요?”

김 수석은 재빨리 내 말을 끊어 냈다.

순간 불길한 예감이 스치며 절로 눈이 가늘어졌고, 김 수석은 자신이 건넸던 서류를 턱짓하며 말했다.

“얼마 전 국정원이 사이타마 정책연구소에서 가져온 데이터 모듈에서 조금 이상한 점을 발견했습니다.”

난 절로 넘어가는 침을 삼키며 서류를 살폈다.

하지만 내용을 채 파악하기도 전 김 수석의 말이 먼저 날아든다.

“그 서류에 나와 있듯, 백업 자료들 중 일부에서 다운로드한 기록들이 남아 있더군요. 그것도 군수분야의 핵심소재 분야를 위주로.”

“백업자료에 다운로드 기록이 남아 있다고요?”

사실이라면 뭔가 이상했다.

기술 자료들을 받아서 보관만 하는 역할을 하는 곳에서 굳이 자료를 다운로드할 이유가 뭐가 있다는 말인가.

아니, 설사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 해도 굳이 백업자료를 건드릴 이유는?

막말로 그럴 만한 특별한 이유가 있었다 해도 서버 자체에서 하면 그만이지 왜 굳이 백업 자료를 건드리느냐는 말이다.

“누군가의 손을 탔다는 말이군요.”

“그렇습니다. 해서 종전 협정이 이루어지기 전에 담당 연구원들을 잡아들여 취조한 결과 소장인 야마시타의 소행이었던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

“여기서 문제는 그가 자료들을 중국에 넘겼다는 고해성사를 받아 냈다는 것이고요.”

“허어…….”

황당한 마음에 절로 한숨이 뱉어졌다.

하지만 그게 끝은 아니었던 걸까, 김 수석의 표정이 한층 더 어두워지더니 하마 믿지 못할 말이 뒤따른다.

“더 당황스러운 것은 애초 일본의 달걀을 한 바구니에 담자고 주장했던 자가 바로 야마시타 소장이었다는 겁니다. 즉, 그 사업의 배후 자체가 중국이었다는 거죠.”

순간 망치로 머리를 얻어맞은 기분이 들었다.

저게 사실이면 내 죽음의 원인이 중국이었을 가능성도 커지는 거거든.

솔직히 우리나라의 경우야말로 기술을 굳이 한 곳에 모아 둘 이유가 없었던 상태.

그럼에도 끝내 그 사업은 이루어졌고, 데이터 칩의 유출 사건 또한 발생했었다.

‘일본이 그랬듯 만약 그게 중국의 사주를 받은 우리 정부 내의 프락치에 의해 주도된 일이었다면?’

해서 그걸 통째로 가로채려는 의도였다 해도 이상할 것이 없지 않을까?

‘빌어먹을.’

생각이 그에 미치자 갑자기 열이 올라왔다.

다른 걸 떠나서 난 그 문제로 죽음까지 경험했던 상황.

그 배후가 드러난 마당에 그냥 있을 수만은 없지 않던가.

“해서 말인데, 대중국 전략을 보다 확실하게 세우지 않으면 곤란하게 될 것 같습니다. 앞서 말했듯, 이미 일본에서 유출된 군수분야 소재 기술들이면 중국의 전력상승에 꽤 도움이 될 테니까요. 물론 그게 불과 몇 년 전에 발생한 일이기에 아직은 완전히 기술자립이 이루어지지는 않았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그거야 또 모르는 일 아니겠습니까?”

“무슨 말인지 알겠습니다.”

난 짧은 대꾸를 끝으로 입 안 가득 술을 털어 넣었다.

***

끼익!

그날 이후 나와 나타샤는 부쩍 나로도 연구소를 찾는 일이 잦아졌다.

중국이 만약 우리 예상보다 뛰어난 전력을 갖추기 시작한다면 우리도 그에 따른 대비는 해야 하니까.

물론 지금의 기술력도 중국이 쫓아오기엔 아득한 수준이기는 하지만, 하필 중국은 핵보유국이라는 점.

그리고 막대한 자금력과 군사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오는 불안감은 나를 점점 더 채찍질하게 된다.

딸칵!

“오셨습니까?”

도착한 곳은 최인배가 주도하고 있던 AI 기술 부서였다.

“다시 뵙게 되어 영광입네다.”

미리 연락을 해 두었던 차지환과 에바는 이미 도착을 해 있던 상태.

나를 향해 짧은 인사를 건넨 차지환은 이후 뒤따라 들어선 나타샤를 보며 눈을 끔뻑이고 있었다.

“만나서 반가워요.”

시선이 마주친 나타샤는 즉시 차지환을 향해 손을 내밀었다.

이내 서로의 손이 맞잡아지는 순간 차지환의 얼굴이 흠칫 하고 놀란 표정을 짓는다.

“역시 소문대로구만요. 천하에 다시없을 여장부시라는 소리는 익히 들어서 알고 있었습네다.”

나타샤를 향한 차지환의 아부성 발언은 듣는 내가 다 민망할 정도였다.

의외인 것은 나타샤의 반응.

평소 같으면 입에 발린 말 따위에는 대번에 얼굴을 구겼을 그녀가 오늘은 유독 호기심 넘치는 표정을 하고 있다.

‘뭐 그런 건가?’

고수는 고수를 알아보는.

하긴, 차지환 정도로 전투 능력이 출중한 인물이라면. 게다가 하필 강 소령이 인정했던 인물이면 그녀로서도 호기심이 돋을 만은 했을 거다.

“차지환 대원.”

난 잠시 스쳤던 생각을 떨쳐 내곤 차지환을 호출했다.

득달같이 달려온 그가 절도 있는 자세로 대꾸한다.

“네! 말씀하시라요.”

“혹시 오늘 이곳으로 불려온 이유를 알고 있습니까?”

“아직 이유는 듣지 못했습네다.”

그 말에 잠시 에바와 그를 번갈아 쳐다봤다.

내 시선이 자신을 향하고 있다는 것을 감지한 걸까, 에바의 센서가 내게 고정되는가 싶더니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다시 만나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난 웃음으로 대답을 대신하곤 다시 차지환에게 시선을 주었다.

분위기가 심상치 않음을 느낀 듯 그사이 차지환의 얼굴엔 잔뜩 그늘이 지어져 있었다.

“오늘 차지환 대원을 호출한 것은 보직이동을 통보하기 위함입니다. 이제부터는 PMC의 대원이 아니라 내 경호 팀의 일원이 된다는 말이죠.”

“제가 회장님의 경호를 맡게 된다는 말입네까?”

애꿎게도 그 순간 차지환의 시선이 향한 곳은 에바였다.

두뇌회전이 빠른 만큼 그 말의 진정한 의미를 벌써 눈치챈 거지.

그가 PMC에서 경호팀으로 보직을 옮긴다는 것은 곧 에바와의 이별을 뜻한다는 것을.

역시나 와락 인상이 굳어진 그는 당장이라도 울 듯한 표정이 되어 하소연을 뱉어 낸다.

“회장 동지. 부디 재고해 주시면 참 고맙겠습네다. 다른 걸 떠나서 저 애미나이는 제가 없으면 고저 입만 나불대는 깡통에 불과하다는 것을 아시지 않습네까.”

삐익!

그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에바에게서 경고음이 들려왔다.

곧 상부 센서가 요란하게 움직이는가 싶더니 잔뜩 흥분에 찬 에바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왜곡된 사실 전달은 올바른 데이터 축적에 방해요소가 됩니다. 앞으로 그런 말도 안 되는 주장은 삼가 주십시오.>

“이 애미나이가 지금! 너 상황파악 안 되네? 거 좀 조용히 하고 있으라.”

피식!

두 사람. 아니 기계와 사람 간의 실랑이에 나타샤가 그 순간 웃음을 뱉어 냈다.

이내 나를 쳐다보는 그녀는 언제 그랬냐는 듯 표정을 바꾸며 말한다.

“확실히 당신 말이 맞네요.”

난 그 말에 별반 대꾸를 하지 않은 채 최인배를 쳐다봤다.

이유를 눈치챈 그는 재빨리 자신이 보고 있던 모니터를 내게 돌렸고, 곧 오늘 예정되어 있었던 토론의 주제를 언급했다.

“이게 그간 에바의 전투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입니다. 결론부터 말씀을 드리자면 확실히 에바는 다수의 하위 다각전차들을 통제하는 메인 시스템으로서는 기준미달입니다.”

“흠.”

“물론 상황 판단만큼은 빠른 편입니다. 하지만 대처방식이 문제죠. 특히나 집단 전투상황에서 특정 인간에 대한 방어기제 발동이 지나친 것을 예로 들 수 있는데, 그건 자칫 다른 병력들을 위기에 빠트릴 수 있는 치명적인 오류를 범할 수가 있습…….”

“대화하시는 중에 죄송합네다.”

한참 최인배의 설명이 이어지던 와중 차지환이 끼어들었다.

시선이 꽂히자 그가 마른 침을 삼키곤 말을 잇는다.

“지금 하고 계신 말씀은 그러니까. 에바가 집단 전투를 이끄는 두뇌로는 부족하다는 말씀이신 거디요? 그래서 더 이상은 저 전차의 운용을 맡기지 않겠다는, 그런 말이디요?”

역시 눈치 하나만큼은 빠른 인물이었다.

하긴, 그랬으니 그 험난한 전투에서 내내 살아남았던 거겠지.

난 슬며시 의자에 앉으며 그를 향해 말했다.

“미안합니다만, 나로서도 어쩔 수가 없습니다. 객관적으로 봤을 때  전투에 활용해야 할 전차를. 그것도 대당 백 억이 넘는 것을 저렇듯 애매한 포지션으로 두는 것은 손해지 않습니까.”

순간 차지환의 목울대가 크게 내려앉았다.

왠지 의미 전달에 오해가 있다는 생각에 다시 말하려는 차, 그가 갑자기 털썩 자리에 주저앉았다.

“차지환 대원.”

고개를 가로저으며 그의 이름을 불렀다.

슬그머니 나를 쳐다보는 그의 얼굴엔 이미 원망의 표정이 잔뜩 지어져 있는 상태였다.

“난 지금 에바를 아주 제거하겠다는 말이 아닙니다. 그저 저 전차에서 에바라는 AI 시스템을 들어내겠다는 말이죠.”

“…….”

“해서 곧 에바는 새로운 플렛폼을 갖게 될 겁니다. 새로운 임무에 적합한.”

“저 애미나이의 몸뚱이를 바꾼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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