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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무기도 만들어 드릴까요?-329화 (329/372)

#핵무기도 만들어 드릴까요? 329화

“무슨 생각을 그리 골똘하게 하십니까?”

거제에서의 일정을 마치고 나로도로 향하는 길.

유독 말이 없던 내가 이상했던 듯 김 실장이 넌지시 물어왔다.

워낙 다방면에 걸친 생각들을 하고 있던 터라 딱히 콕 집어 대답을 하지 못하자 그의 말이 다시 이어진다.

“하긴, 항모 건조 계획이 좀 갑작스럽기는 하죠. 더군다나 함상형 고스트이글의 개발까지. 이건 지나치게 급발진을 하는 것은 아닐까 염려되더군요.”

“따지고 보면 급발진이라고는 할 수 없습니다. 어차피 대형 상륙함 건조 계획은 전부터 가지고 있었고, 기왕이면 그걸 항모로 확대하자는 의미일 테니까요.”

그 말에 김 실장이 힐끗 나를 쳐다봤다.

그럼 대체 뭐가 문제기에 내내 그렇듯 표정이 심각하느냐는 듯한 표정.

웃으며 말을 이었다.

“김 실장님도 정부가 새롭게 중기국방계획안을 설립한다는 말을 들으셨지 않습니까. 문제는 그 규모가 하도 커서 과연 국민적인 공감대를 얻을 수 있을지에 대해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아! 솔직히 저도 그 부분은 좀 놀랐습니다. 5년에 걸쳐 총 320조를 투자하는 대규모 국방계획안이라니. 뭐 우리도 놀랄 정도인데 국민들이 놀라지 않는다면 이상한 일이기는 하겠죠. 하지만 안 총장 말도 일리는 있지 않습니까. 우리에겐 배상금이라는 선물상자가 있다는.”

물론 그게 큰 도움이 되는 것은 사실이다.

일본으로부터 연 180조에 가까운 돈이 세금처럼 유입되는 상황이면 재정 부담은 확실하게 줄어들 테니까.

하지만 이미 벌여 놓은 국가주도 사업들의 규모. 그리고 계속될 북한 지역 개발과정을 생각하면 사실상 그것도 아주 여유롭다고는 할 수 없다.

‘아무리 통일로 인해 규모의 경제가 커져 가고 있다고는 해도 그 정도 규모면 내가 회귀하기 전에야 달성이 가능했던 수준인데……. 대체 왜 그렇게까지 서두르는 걸까?’

이건 마치…….

“흠.”

문득 스치는 생각에 탄식이 뱉어졌다.

“왜 그러십니까?”

곁에서 그 모습을 본 김 실장의 질문이 날아드는 것은 당연한 순서.

아직은 확실치 않은 문제였던 터라 난 즉시 화두를 바꾸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아니, 잠시 엉뚱한 생각이 좀 들어서요. 그나저나 한민재 사건의 피해자가 하필이면 독립운동가의 후손이었다고요?”

“맞습니다. 조부가 김치현이라는 이름의, 그다지 알려진 인물은 아닌데, 한때 독립군들의 운영자금을 대던 분이라고 합니다.”

“그런 분의 자손이 왜 여태 국가에서 인정도 못 받고 있었던 겁니까?”

막상 화제를 돌리기 위해 꺼냈던 말치고는 분위기가 제법 진지해졌다.

다른 걸 떠나서 피해자 집안에 얽힌 역사가 왠지 심상치 않다는 점에서.

예상처럼 이후 들려오는 이야기들은 더더욱 내 호기심을 자극했다.

“그게, 막상 독립운동가라는 사실을 증명할 만한 수단이 많지 않아서였을 겁니다. 아니, 오히려 겉으로만 보면 그 김치현이라는 분은 오히려 친일적인 인물에 가까웠죠.”

“…….”

“생각해 보십시오. 그 시대에 총독부의 배려 없이 대농을 유지하는 것이 가능했겠습니까? 그러니 겉으로야 친일 성향을 보일 수밖에 없었을 테고, 그게 김치현이라는 인물의 진면목을 훼손해 버리는 역할을 해 버린 거죠.”

그제야 조금은 상황을 이해할 것 같았다.

뭐 한마디로 그 노인은 목적을 위해 평생 동안 가면을 쓰고 살았다는 거지.

문제는 세상에 드러난 그의 모습은 단지 친일파에 불과했다는 것이고, 명확한 증인과 증거들이 없었다면 그 오명을 벗기 힘들었을 거라는 점이다.

“그런데 용케 친일 성향의 인물이 아니었다는 것이 증명은 된 모양이군요. 뉴스에서 그렇듯 피해자가 독립운동가의 후손이라 주구장창 주장하는 것을 보면.”

“아! 그게, 김치현 씨가 독립운동가였다는 사실을 밝혀 줄 증거들이 통일 이후에 나왔답니다.”

“어떻게요?”

“북한 측에 남아 있던 독립군 자료들 중에 김치현 씨의 활동 내역과 그로부터 자금을 지원받았던 독립군 명단을 발견했거든요. 그래서 정부가 1년 전쯤부터 유공자로 추대하는 것을 검토 중이었다고 합니다.”

사실이라면 그것만큼 드라마틱한 일은 또 없을 듯싶었다.

애초 독립운동가의 후손이지만 구체적인 증거가 없어서 오히려 친일 가문의 후손으로 낙인찍혀 비난받아 와야만 했을 피해자의 처지.

한데 기껏 사실이 밝혀졌나 싶더니 세상을 등져 버리게 된 이 현실이.

“정부에서는 뭐랍니까?”

왠지 분한 마음에 되물었다.

같은 생각을 한 듯 잔뜩 찌푸린 얼굴을 하고 있던 김 실장은 긴 한숨과 함께 대꾸를 내뱉었다.

“정부에서는 유가족들에게라도 혜택이 돌아가도록 조치를 취한다는 입장입니다. 문제는 기껏 지원금 몇 푼 정도로 그간 그 집안이 겪었을 마음고생에 대한 보상이 되겠느냐는 거죠.”

그 말에 더더욱 마음이 심란했다.

표정을 읽은 걸까, 슬쩍 고개를 돌린 김 실장이 의미심장한 말을 던진다.

“그래서 말인데, 음주사고 세상을 떠난 피해자의 자녀들을 저희가 좀 거두면 어떨까요? 나름 조사를 해 본 결과 사고자의 큰아들이 벌써 사회생활을 시작할 나이라고 하더군요.”

그 말에 절로 웃음이 나왔다.

다른 걸 떠나서 그가 벌써 피해자 가족들의 뒷조사까지 끝마쳤다는 사실 때문에.

어차피 나 역시 같은 생각을 하고 있던 차, 흔쾌히 고개를 끄덕이곤 추가적인 조치들을 지시했다.

“그룹 내에서 적성에 맞는 자리를 좀 알아보세요. 그 외에도 아직 학업을 마치지 못한 자녀들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들의 학비를 전액 지원해 주는 것도 추진을 해 보시고. 참, 피해자의 아내가 장사를 하고 있다죠?”

“…….”

김 실장은 순간 동그란 눈으로 나를 쳐다봤다.

마치 난 또 언제 그런 사실들을 조사했느냐는 듯.

이내 재빨리 고개를 가로저은 그의 말이 이어졌다.

“맞습니다, 세곡동 인근에서 채소장사를 한다고는 하는데, 그리 잘 되는 편은 아니라고 합니다. 아마도 그게 피해자가 배달업에 뛰어든 원인이었지 않나 싶습니다.”

“흠, 세곡동이면 우리 본사와 그리 멀지 않은 곳이군요. 그럼 김 실장님이 수고 좀 해 주셔야겠습니다.”

“네? 제가 무슨 수고를…….”

김 실장은 눈을 끔뻑이며 반문했다.

“본사에 식재료를 납품하게끔 지원을 고려해 보라는 말입니다.”

“맙소사! 그 작은 채소가게에서 그걸 어떻게 감당하라고요.”

“그러니까 김 실장님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하지 않았습니다. 충분히 감당할 수 있게끔.”

“허어…….”

김 실장의 표정은 와락 일그러졌다.

하지만 딱히 싫지는 않은 모양새.

아니 점점 표정이 밝아지는 것으로 봐선 그가 기대했던 것 이상의 조치였던 듯싶다.

“무슨 말씀인 줄은 알겠는데, 그건 알고 계시는 거죠? 본사 구내식당에서 지불하는 식재료의 구매비용만 한 해 수십 억에 달한다는 것. 더군다나 회장님께서 업체들과의 상생의지를 주장하신 덕분에 우린 구매비용을 늘 당일 현금 지급한다는 것 말입니다.”

“그래요?”

난 의뭉스러운 표정으로 대꾸했다.

힐끗 쳐다본 그의 얼굴엔 못 말리겠다는 표정이 지어져 있던 상태.

웃으며 한마디를 보탰다.

“기왕 돈쭐을 내 주려면 확실하게 내 줘야죠.”

***

“오 마이 프레셔스!”

도착한 나도로 연구소에선 희원이 놈이 과장된 몸짓을 하며 우리를 맞았다.

진행 중이었던 연구결과가 좋을 때면 놈이 으레 보이는 반응.

나로서는 보기 거북한 표정이기는 해도 결과만 좋다면 참아 줄 의지가 있다.

“결과가 괜찮은 모양이지?”

“고럼. 내 사전에 실패라는 건 없다는 것을 모르냐? 하지만 이 환영의 미소는 꼭 그것 때문만은 아니야.”

놈의 말에 절로 눈매가 좁혀졌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 추진 중인 연구과제는 성공할 경우 게임 체인저가 될 만한 것.

그런 중요한 과제결과 발표를 앞두고 웬 다른 이유라는 말인가.

“내가 드디어 삶의 희망을 찾았다.”

내 태도를 상관하지 않은 놈은 슬그머니 어깨에 손을 얹고는 속삭였다.

점점 더 의문이 더해 가려는 찰나 놈의 손이 갑자기 쑥 하고 내 수트 안주머니로 들어온다.

“…….”

“친구로서 나만 광명을 찾기는 안타까운 마음에 주는 거니까 감사하게 받아.”

의아한 마음에 놈이 찔러 넣은 것을 꺼내 봤다.

비닐에 쌓여 있는 것은 푸른빛을 띠는 마름모꼴의 알약들.

그런데 어째…… 모양이 꽤 익숙하다.

“이젠 밤이 두렵지 않을 거다.”

“하아, 이 새끼를 그냥.”

***

끼익!

밤새 놈과 지속했던, 토론을 가장한 술자리 여파는 아침까지 이어졌다.

가뜩이나 속이 안 좋은 와중에도 몰려드는 귀빈들을 맞아야 하는 처지.

하지만 어쩌겠는가. 이번 시연 행사에 굳이 정부 관계자들의 참석을 요구한 것은 나였고, 제품의 양산은 한시라도 서둘러야만 하는 마당에.

“진 회장님, 그사이 얼굴이 많이 수척해지셨습니다.”

김태익 안보수석은 내 얼굴을 보자마자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어 보였다.

올라오는 토악질을 간신히 참아 내며 귀빈들을 안내한 곳은 나로도 인근 해상.

먼바다 위에는 이번 시연을 위해 동원된 벌크선 한 척이 대기 중인 상태였다.

“이거 막상 전해 듣기는 했지만 믿겨지지가 않는군요.”

벌크선을 쳐다보던 김 수석은 무척이나 흥분한 상태였다.

하긴, ‘대함탄도미사일’의 개발이 그리 호락호락한 문제는 아니니까.

워낙 중요한 비닉사업이었던 터라 어제 처음 소식을 접했던 김 실장은 그보다 반응이 더 했다.

“저게 성공하면 중국에 이어 두 번째 개발 국가가 되는 건가요?”

“아니요, 실질적으로는 최초라고 해야 할 겁니다.”

넌지시 이어진 김 수석의 질문에 단호하게 대꾸했다.

지나치게 톤이 올라간 탓일까, 일순 사람들의 시선이 몰리고, 난 다시 주장을 거듭했다.

“중국의 둥펑 대함탄도미사일은 그 스팩이 지나치게 부풀려진 것입니다. 극초음속으로 떨어지는 탄도미사일이 움직이는 물체를 맞추기 위해선 엄청난 정밀제어 능력은 물론 여러 변수에 대한 실시간 표적 계산이 필요한데, 지금의 중국기술로 그게 가능할 리가 없거든요.”

“하긴, 미국조차도 아직 그 부분에 대한 기술은 완성을 못 한 상황인데 중국이 가능할 리가 없죠.”

순간 방사청장이 내 주장에 힘을 보탰다.

전통적으로 낙하산이었던 기존의 관행과는 달리 전문 엔지니어 출신인 그는 가진 이력답게 다방면에 대한 지식이 꽤 높은 편이었다.

“그렇다고 둥펑이 아예 무시할 만한 물건이라는 말은 아닙니다. 다만 명중률 면에서는 낙제점일 거라는 말이죠.”

“하면 재우가 현재 개발 중인 것은 명중률이 얼마나 되는 겁니까?”

이어진 대꾸에 방사청장의 질문이 더해졌다.

잠시 그를 향해 웃어 보이곤 손가락 네 개를 펼쳐 보이자 순간 사람들의 얼굴에 실망스러운 표정이 지어진다.

“40%요?”

“아니요. 4%입니다.”

사람들은 그 말에 눈을 끔뻑였다.

분위기가 싸늘해지려는 찰나, 난 재빨리 말을 이었다.

“맞추지 못할 확률이 4%라는 말입니다.”

“…….”

순간 또다시 침묵이 이어졌다.

[미사일 발사되었습니다.]

때마침 들려온 것은 제주기지에서 시연을 위한 대함탄도미사일이 발사되었다는 안내 방송.

아마 불과 몇 분 후면 지금 저 멀리서 바다를 가로지르며 내달리고 있는 벌크선은 흔적도 없이 사라지게 될 거다.

‘아! 그러고 보니 좀 아깝기는 하네.’

아무리 폐선 선고를 받은 물건이라지만 무려 7만 톤에 달하는 물건이면 고철값만도 꽤 나갈 텐데.

쐐애액!

예상처럼 불과 수 분 후쯤 하늘 어디선가 굉음이 들려왔다.

음속의 10배가 넘는 속도로 떨어지는 미사일이 공기를 찢는 소리.

사람들의 시선은 즉시 이동 중이던 벌크선으로 향했고, 그 순간 벌크선이 있던 자리에서 엄청난 굉음과 함께 버섯구름이 치솟았다.

쿵!

“억!”

드드드드드!

이후 전해지는 충격파에 사람들의 몸이 휘청거렸다.

충분히 영향 범위를 계산하여 표적을 위치시킨 상태였음에도.

이건 마치 핵이 떨어진 듯한 느낌이었던 터라 귀빈들은 일제히 패닉에 빠져 나를 쳐다봤다.

“맙소사! 저렇듯 엄청난 속도로 떨어지면서 움직이는 표적을 맞추다니…….”

“지금 그게 문제가 아니에요. 7만 톤에 달하는 벌크선이 흔적도 없이 사라졌지 않습니까. 단순히 침몰이 아니라 아예…… 저게 어딜 봐서 고작 대함 탄도미사일이라고 할 수가 있겠습니까.”

이어진 논란들은 하나같이 핵심을 찌르는 것들이었다.

난 여전히 하늘로 치솟고 있는 버섯구름에서 시선을 떼지 않은 채 논쟁에 대한 답을 하나씩 뱉어냈다.

“저 대함 탄도미사일에 탑재된 연산 장치는 어지간한 슈퍼컴퓨터급에 달합니다. 게다가 변수에 대한 빠른 대응을 위해 AI 기술이 접목되었죠. 물론 그 덕에 덩치가 조금 커지고 가격이 상승하기는 했지만, 그거야 충분히 감당할 만한 수준이 아닐까 싶습니다.”

“…….”

“추가로 설명을 드리자면 저 미사일의 탄두에는 재우가 무려 10년에 걸쳐 개발한 반응성 금속이 첨가되어 있습니다. 고온 고압에서 반응하는 방식이라서 내장된 화약의 폭발과 동시에 탄두의 파괴력을 기존의 세 배 이상 끌어올릴 수가 있는 물건이죠.”

“세 배요? 그럼 만약 그 반응성 금속을 현무4의 탄두에 적용하게 되면 어찌 되는 겁니까?”

순간 방사청장이 다시 끼어들며 질문을 쏟아 냈다.

어지간히도 충격을 받은 모양인데, 무리는 아니다.

만약 그 반응성 금속을 다른 분야에 적용하면.

예를 들어 방금 그가 주장한 것처럼 현무 시리즈에 적용하거나 포탄에 적용하는 경우, 그 효과는 상상을 초월할 테니까.

“그럼 현무4는 진정한 전략미사일이 되는 거죠. 단 한 발로 족히 축구장 수십 개에 달하는 면적을 가루로 만들어 버릴 테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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