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핵무기도 만들어 드릴까요?-328화 (328/372)

#핵무기도 만들어 드릴까요? 328화

[정부는 그간 일본의 불법 로비자금을 받고 역사를 왜곡해 온 학자들에 대한 전면적인 조사에 착수했습니다.]

2016년 2월.

통일 한국을 들썩인 과거사 청산 작업은 여전히 계속됐다.

정치권과 언론을 비롯하여 사학재단과 각종 시민단체에 이르기까지.

하지만 사회 깊숙이 파고들었던 잔재들의 뿌리를 파내는 것은 쉽지 않았고, 저항 역시도 만만치가 않았다.

[사회 각층에서는 현 정부의 지나친 공포정치를 경계하고 있습니다. 만약 정부가 이대로 전시특별법을 이용하여 과도한 권한 행사를 지속할 경우 애써 이루어 왔던 민주화가 무너질 것을 염려하고 있으며 자칫 정부 정책에 반하는 인물들에 대한 탄압 수단으로까지 악용될 우려가 있음을…….]

대표적인 저항 세력은 갑작스러운 사회 변화 분위기에 놀란 기득권자들이었다.

하긴, 가진 것이 많은 자일수록 쥔 것을 내려놓기가 힘든 법이기는 하지.

뭐, 딱히 과거사와는 상관없지만, 도덕적으로 찔리는 구석이 많았던 인물과 어용언론들의 합작에 따른 반발들이 각계에서 흘러나왔다.

[정부는 국민 여러분들께서 우려하시는, 정부의 지나친 권한 행사에 대해 충분히 인지하고 있습니다. 때문에 연말까지 계엄령 해제를 목표로 하고 있으며…….]

그에 대한 정부의 포석은 계엄령의 조기 해제에 대한 구체적인 플랜을 제시하는 것이었다.

자칫 권력의 맛에 젖은 군의 폭주와 그로 인한 민주화의 역행에 대한 우려를 종식시키겠다는 의지.

그건 다시 생각하면 최대한 빠른 시간 내에 개혁을 완성하겠다는 의미이기도 한데, 현실적으로 보면 그게 오히려 기득권자들에게 불리한 결과를 가져오지 않을까 싶다.

‘정부가 이렇게까지 잔재를 뿌리 뽑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마당에 고작 그 정도 저항도 예상하지 못했을까.’

아마 기한이 정해진 만큼 정부의 척결 작업은 더더욱 속도를 낼 것이고, 그 짧은 기간 흘릴 피가 그동안 흘려 온 피의 몇 배는 넘게 될 테니까.

[다음 뉴스입니다. 최근 간첩 행위 및 이적죄로 종신형을 선고받은 한주영 의원의 아들을 대상으로 경찰 조사가 시작되었다는 소식입니다. 혐의 내용은 음주 뺑소니 및 증거인멸 시도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며…….]

[검찰은 빗발치는 제보들로 인해 과거 종결되었던 한민재의 성폭행 사건에 대한 재조사를 시작했습니다.]

이후 들려온 소식은 한주영의 아들이 과거 저질렀었던 사건들에 대한 재수사 소식이었다.

권력의 폭거에 묻혀 피해자가 오히려 명예를 실추당했었던.

만약 나열되고 있는 혐의들이 죄다 사실로 드러난다면 놈 역시도 앞으로 햇빛을 보는 것은 힘든 일이 되지 않을까 싶다.

“쯧, 어린놈의 새끼가 어디서 못된 것만 배워서는.”

“자식은 부모의 거울이라지 않습니까. 제 부모가 그 모양이었는데, 자식이라고 온전했을 리가 없죠. 물론 전부 그렇다고는 할 수 없겠지만, 통계적으로 봤을 때는 거의 일반론에 가깝지 않을까 싶습니다.”

뉴스를 보며 넌지시 뱉어 낸 말에 김 실장이 대꾸했다.

딱히 반박할 수 없는 이유는 나 역시 그런 경우를 워낙 많이 봐 왔기에.

연신 혀를 차며 다시 TV를 향해 시선을 돌리자 이번엔 문화재 반환에 대한 소식들이 들려왔다.

[최근 부산항에는 일본 측에서 반환한 문화재들이 속속들이 도착하고 있습니다.]

일본의 한국 문화재 반환은 약속대로 시간을 지체하지 않았다.

보름 전부터 입항하기 시작한 물량이 현재까지 총 3만여 점.

그중에는 일본국보 26호로 지정되어 있던 ‘기자에몬 이도다완’도 포함되어 있었는데, 언론에서는 유독 그 부분에 대한 관심을 높이는 중이었다.

“우습지 않습니까? 고작 조선시대 서민들이 사용하던 막사발을 가져다가 자신들의 국보로 지정했었다니. 이거야말로 무지함의 극치 아닙니까.”

“그렇다고도 볼 수 있지만, 당시 조선 도공들의 기술 수준이 그만큼 대단했다고도 볼 수 있겠죠. 들은 바에 따르면 꽤 많은 우리 도공들이 일본으로 끌려갔었다죠?”

황당한 마음에 뱉어 낸 말을 김 실장이 다시 받아쳤다.

무얼 정리 중인지 내내 서류에 파묻혀 있던 그는 정작 TV에는 시선조차도 주지 않던 상태였다.

“꽤 많은 정도가 아니었을 겁니다. 오죽했으면 교토 사찰에서는 최근까지도 당시 끌려온 조선인 도공들의 한을 위로하는 제사까지 지냈을 정도였다니까요.”

“그 정도였습니까?”

김 실장은 이어진 내 설명에 비로소 고개를 들었다.

이내 무언가가 떠오른 듯 슬쩍 미간을 좁힌 그가 의미심장한 말을 툭 던졌다.

“그러고 보면 역사는 반복되는 모양입니다.”

“그건 또 무슨 말씀이십니까?”

“현재 우리나라에 끌려온 일본 엔지니어들 말입니다. 입장만 보면 그들도 조선시대 일본으로 끌려간 도공들과 다를 바가 없지 않습니까.”

난 그 말에 피식 헛웃음을 뱉었다.

왠지 틀린 말은 아니라는 생각에.

하지만 그걸 과거와 비교하기는 사실상 무리다.

과거 일본의 행태와는 달리 우린 분명 그들에게 기술이전 이후 되돌아갈 권리를 보장했고, 정작 끝까지 한국 체류를 고집한 것은 오히려 그들이었으니까.

뭐 굳이 일본으로 돌아가 봐야 미래가 없음을 염두에 둔 결정이었겠지만, 그래도 나로선 그 결정이 꽤 의외였다.

“그나저나 아까부터 대체 뭘 그렇게 열심히 정리 중이신 겁니까?”

생각을 뒤로한 채 넌지시 물었다.

잦은 훼방에 짜증이 올라온 걸까.

탁하고 만년필을 내려놓은 그가 한껏 찌푸린 얼굴로 말한다.

“저기 말입니다. 대체 왜 멀쩡한 회장님 방을 놔두고 제 방에서 이렇고 계신 겁니까?”

“그야…… 오늘따라 김 실장님이 제 방으로 안 오시기에 찾아와 본 거죠.”

“…….”

김 실장은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쳐다봤다.

머쓱한 마음에 머리를 긁적이곤 다시 말했다.

“사람 마음이 참 그렇죠? 늘 내 방을 점령하고 있던 김 실장님이 그렇게 불만스럽다가도 막상 눈에 안 보이니 궁금하더군요. 대체 뭣 때문에 그렇게 바쁜 겁니까?”

김 실장은 넌지시 이어진 내 변명에 고개를 가로저었다.

이내 자리에서 몸을 일으킨 그는 여태 자신이 검토 중이던 서류들을 내게 들이밀었다.

“일본에서 곧 자위대 함정들이 입항할 예정입니다. 협정에 따르면 앞으로 우리 해군이 그걸 운용하게 될 텐데, 우리 군의 운용 방식에 맞는 개수 작업을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걸 벌써요?”

“벌써가 아닙니다. 현재 건조가 진행 중인 상선 물량과 우리 해군의 함정 건조 사업. 그리고 이번 전쟁에서 피해를 입은 전투함들의 수리 작업만으로도 거제도 일대의 도크들이 꽉 찰 지경이에요. 때문에 미리 계획을 세워 두지 않으면 향후 연합함대 참여에 차질이 벌어질 수도 있다는 말입니다.”

“무슨 말인 줄은 알겠는데, 그걸 왜 꼭 거제에서 처리하려는 거죠?”

난 계속되는 김 실장의 넋두리에 의문을 제기했다.

순간 깜빡이는 그의 눈.

웃으며 다시 말을 이었다.

“우리가 북한 지역에 세운 수리조선소가 몇 개나 되는지 모르십니까?”

“아…… 이런 젠장.”

김 실장은 아차 싶은 표정과 함께 머리를 움켜쥐었다.

웃으며 몸을 일으키려는 차, 그의 넋두리가 다시 이어진다.

“이거 아무래도 은퇴할 때가 된 모양입니다. 통일을 한 지가 언제인데, 아직도 남쪽의 조선소들만 생각하고 있었으니…….”

“은퇴는 꿈도 꾸지 마시고, 어서 준비나 하세요. 내가 김 실장님을 얼마나 의지하는지 몰라서 그런 말씀을 하십니까?”

철렁하는 마음을 다잡곤 그를 질책했다.

능력이 많고 적고를 떠나서 나에게 있어서 그의 존재란 믿고 의지할 산 같은 존재.

다행히 진심이 전달된 듯 그가 머쓱한 표정과 함께 되묻는다.

“이 늦은 시간에 어딜 가시게요?”

“거제도를 돌아서 나로도 연구소에 가 봐야 할 것 같습니다. 1박 2일 일정이니 미리 집에 연락해 두시고요.”

“…….”

김 실장은 끝내 이유만큼은 설명하지 않는 내 태도에 한껏 눈이 가늘어졌다.

뭣 때문일까, 이후 갑자기 입꼬리가 올라간 그가 툭 하고 다시 말을 던졌다.

“방금 그 말. 진심이십니까?”

“뭐가요?”

“저를 의지하신다는…….”

“그걸 꼭 말로 해야 압니까?”

김 실장은 나이. 아니 연세답지 않은 어린아이 같은 표정을 지어 보였다.

머쓱한 마음에 재빨리 자리를 털고 일어서는 순간, 그의 질문이 다시 날아들었다.

“혹시 말입니다. 안 실장에게도 같은 소리 하신 적 있습니까?”

“…….”

“최근 안 실장이 이상하게도 의욕적으로 변했거든요. 뭐랄까, 마치 상사로부터 제 능력을 인정받고 있는 직장인의 그것처럼.”

“아, 그러니까 그게…….”

***

치지직!

늦은 밤 도착한 거제도 조선소는 여전히 환하게 불이 밝혀져 있었다.

여전히 목적을 모르는 김 실장은 대낮처럼 환한 도크들의 모습에 탄성만 발하고 있던 상태.

난 몇 번이고 시간을 확인하고는 마침 동행 중이던 해군 참모총장을 향해 물었다.

“도착 예정 시간이 지난 것 같은데, 어떻게 된 겁니까?”

“이미 인근 해역에 도착은 해 있는 상태입니다. 단지 도크 진입을 위한 예인 작업이 좀 늦어지고 있을 뿐이죠.”

총장은 유독 재촉하는 내 모습이 낯설었던 듯 어색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내내 곁에서 도크들만 바라보던 김 실장은 그제야 의문이 든 듯 질문을 던진다.

“뭐가 도착했다는 겁니까? 안 총장은 또 여긴 왜 와 있는 것이고.”

“아 그게…….”

총장은 두서없이 던져진 김 실장의 질문에 대답을 머뭇거렸다.

이유를 몰라서라기보다는 어디에서부터 설명을 해야 할지 난감한 것에서 오는 반응.

그때, 드디어 예인선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고, 난 즉시 대화 중이던 두 사람을 향해 말했다.

“저기 오네요.”

순간 두 사람의 시선이 자연스레 내 손가락 끝을 향했다.

이내 김 실장의 얼굴에 지어진 표정은 마치 귀신을 본 것만 같은 형국.

휙 하고 나를 향해 다시 고개를 돌린 그가 비명처럼 소리친다.

“저, 저건 이즈모 함 아닙니까? 저게 왜 여기에…… 분명 침몰했다고 들었었는데, 아니었습니까?”

“침몰까지는 아니고, 함교 일부가 날아간 거죠. 저 상황을 만들기 위해 해군에서 꽤 애를 먹었습니다.”

난 당시 상황을 떠올리며 넌지시 대꾸했다.

여전히 상황 파악을 못한 김 실장은 재촉하는 눈빛을 넘어 당장이라도 멱살을 잡을 기세다.

“저런 고가의 함정을 그냥 날려 버리는 것은 현실적으로 엄청난 손해 아니겠습니까. 게다가 당시 전황은 이미 기울대로 기운 상태인 마당에. 해서 해군에게 부탁을 좀 했습니다. 최대한 함의 원형을 보존하는 선에서 무력화해 달라고.”

“아니, 대체 무슨 수로요?”

김 실장은 여전히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되물었다.

그 모습이 우스웠던 듯 미소를 내비친 총장이 대답을 대신한다.

“해군에 군집드론이 보급되었던 것을 잊으셨습니까?”

“…….”

“뭐 상대가 명색이 항모다 보니 함대의 저항을 극복하기가 조금 힘에 부치기는 했지만, 결국 통제실과 아직 뜨지 못했던 F35들만 날려 버리는 것으로 무력화에 성공하기는 했습니다.”

김 실장의 눈은 한동안 초점이 없었다.

마치 당시의 상황을 머릿속에서 그려 보기라도 하듯.

그렇다 해도 미심쩍은 부분이 많은 것은 사실.

아마 현실 자각을 가장 빠르게 해 준 것은 오래전에 있었던 군집드론의 테스트 장면이 아니었을까 싶다.

그 막강한 방어 수단들을 뚫고 이지스함을 무력화했었던.

“참고로 해당 군집드론을 컨트롤하는 AI의 발전은 전과는 비교 불가 수준입니다. 해서 해상자위대가 그걸 막아 내기는 더더욱 무리였을 겁니다.”

넌지시 첨언을 잇고는 막 도크로 들어서는 이즈모 함을 쳐다봤다.

내 예상보다 훨씬 보존 상태가 좋은 상황.

장담하건대 앞으로 저건 중국을 상대할 꽤 우수한 전력이 될 거다.

“뛰어난 전력이 되고말고요.”

생각이 깊어지던 차에 김 실장의 말이 들려왔다.

마치 내 속을 읽고 있기라도 한 듯한 대꾸였던 터라 놀라 쳐다보자 그가 미묘한 미소와 함께 말을 잇는다.

“하필이면 우리 공군을 상대해서 그렇지, F35를 대동한 경항모 정도면 중국의 허접한 항모 전력과는 차원이 다릅니다. 더군다나 저게 오키나와 인근에서 버티고 있으면 아마 중국 지도부로서는 잠이 제대로 오지 않을 겁니다.”

그 말에 넌지시 고개를 끄덕였다.

이내 함의 상태를 보다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 도크로 다가서려는 차, 불현듯 총장의 입에서 의미심장한 말이 들려왔다.

“저기…… 진 회장님. 혹시 아직 소식 못 들으셨습니까?”

“소식이라니요?”

걸음을 멈추곤 돌아섰다.

의아했던 것은 마찬가지인 듯 김 실장 역시도 고개를 갸웃해 보였고, 그 타이밍에 총장의 말이 이어졌다.

“이즈모 함의 개선 작업과 운용과는 별개로 합참에서 조만간 우리 군의 정식 항모 건조 사업에 대한 타당성 조사단을 발족할 예정이랍니다.”

“우리가 항모를 건조한다고요?”

놀란 김 실장이 나를 대신하여 대꾸했다.

나선 것이 민망했던 걸까, 이후 힐끗 나를 쳐다본 그가 어색한 미소를 지어 보였고, 난 상관하지 않은 채 질문을 던졌다.

“정식 항모라면, 어느 정도 수준의 것을 의미하는 겁니까.”

“대략 8만 톤 수준의 항모를 의미하는 겁니다.”

“맙소사!”

김 실장은 탄성을 내뱉었다.

그와는 달리 난 머릿속으로 가능성을 하나씩 따져 보기에 바빴다.

‘아주 불가능한 일은 아니지. 이미 스마트 원자로는 시험함을 통해 성능이 검증된 상태고, 캐터펄트 역시 이미 오래전에 미국으로부터 기술이전을 받아 놓았던 상태니까.’

문제가 있다면 그 정도 규모의 항모 운용은 노하우가 중요하다는 것과 정작 운용할 전투기가 마땅치 않다는 건데, 그건 어떻게 해결할 생각인지 감이 안 온다.

“운용 노하우는 미국으로부터 전수받을 예정입니다.”

이어진 질문에 총장의 대답이 뱉어졌다.

의아한 마음에 다시 쳐다보자 그가 웃으며 말한다.

“정부에서 미국과 연관된 731 관련 서류들을 넘겨주기로 했다는군요. 어차피 우리로서는 달리 쓸 곳도 없는 것이지만 미국으로서는 의미가 또 다르니 흔쾌히 딜에 응한 모양입니다.”

“뭐 그거야…… 한데 우린 정작 운용할 전투기가 없지 않습니까. 아니 그건 둘째 치고 항모 건조 비용은 어쩌려고요?”

“건조 비용이야 일본으로 부터 받을 배상금이 있지 않습니까. 정부가 그중 일부를 국방력 증강 사업에 투자할 모양입니다. 그리고 운용할 전투기는 이제부터 만들어야죠.”

이건 또 무슨 말인가 싶어 쳐다봤다.

순간 입꼬리를 잔뜩 들어 올린 총장이 한 걸음 다가서선 속삭였다.

“항모건조사업과 동시에 함상형 고스트 이글의 개발도 추진한다더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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