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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무기도 만들어 드릴까요?-321화 (321/372)

#핵무기도 만들어 드릴까요? 321화

규슈, 후쿠오카 외곽.

에에에엥!

규슈 전체에 울려 퍼지는 공습경보에 제2고사특과단 소속 자위관들의 움직임은 빨라졌다.

사령부로부터 쏟아지는 무전에 의하면 날아오는 탄도미사일들의 제1 타겟은 규슈에 자리하고 있는 자위대의 각종 방어시설들.

하지만 정작 날아오는 미사일들의 숫자만으로 봐서는 단순히 그것들만이 끝은 아닌 느낌이었다.

“이 많은 수의 미사일들이 단순히 저들이 처리하지 못한 12식 지대함 미사일 기지들만을 노렸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특과 2부 소속 테츠오 일등육좌는 모니터를 지켜보는 내내 같은 말을 중얼댔다.

그 모습이 답답했던 듯 휘하 장교 중 하나인 야쓰오 일등육위가 몇 번이고 그를 향해 대책을 재촉했지만, 그의 입에선 부정적인 대꾸만이 뱉어질 뿐이었다.

“이 상황에서 대책이 어디 있나.”

“…….”

“이미 서부 지역 대공 임무를 담당할 방공구축함들이 전멸해 버린 터라 추적이 늦었다. 그렇다고 우리의 지상 대공 미사일들이 저렇듯 하강 단계에서 궤적을 제 마음대로 뒤바꾸는 현무를 상대할 성능을 갖춘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야쓰오는 솟아오르는 반발심에 대꾸를 하려다간 포기했다.

1차 방어선인 해상 세력의 전멸.

뒤이어 고고도 지대공 방어시스템도 지금으로서는 무용지물.

남은 것은 PAC-3뿐이었으나, 그게 이미 음속의 열 배를 돌파하여 떨어져 내리는 물건을 따라잡아 요격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것이 사실이지 않던가.

“그럼 이제 어떻게 해야 합니까.”

야쓰오는 결국 침통한 표정으로 되물었다.

여전히 스크린에서 눈을 떼지 않던 테츠오의 시선이 슬쩍 그를 향하더니 자조적인 투의 말을 뱉어 냈다.

“뭔가를 해야 했다면 이런 상황이 오기 전에 했어야 옳았지.”

“무슨.”

“차라리 우리가 먼저 선제 타격을…….”

“PAC-3 발사됐습니다!”

테츠오의 대꾸는 또 다른 휘하 자위관의 외침으로 인해 잘려 나갔다.

이미 입력된 매뉴얼에 따라 PAC-3 시스템이 가동됐음을 알리는 것.

기지 곳곳에서 치솟는 다수의 대공미사일들이 긴 꼬리를 날리며 하늘로 날아가는 모습을 보며 테츠오의 말이 다시 이어졌다.

“현재 2선에 후퇴하여 정비 중인 규슈 지역 모든 육상자위대의 각급 예하부대들에게 무전을 날리게. 최대한 빨리 이동 가능한 병력과 장비들을 움직여 피해를 줄이라고.”

“넵!”

명령은 받은 야쓰오는 즉시 지휘콘솔로 향했다.

이내 쉴 새 없이 각 부대를 향해 무전은 날리는 와중 관측 담당 장교로부터 예상했던 말이 날아들었다.

“요격 실패했습니다. 곧 1차 충돌이 시작될 겁니다.”

테츠오는 주먹을 불끈 쥐었다.

막상 각오는 했지만, 곧 펼쳐질 사태에 대한 두려움이 컸기에.

얼마의 시간이 지났을까, 이후 쿵 하는 진동이 지휘벙커로까지 고스란히 전해졌다.

“무식한 한국 놈들 같으…….”

쿵!

충격은 한 번으로 끝나지 않았다.

전보다는 가까운 위치에 떨어진 듯 이전보다 강하게 충격파가 전해져 오는 상황.

불안감을 느낀 테츠오는 외부 모니터링을 위해 설치되어 있는 도시 곳곳의 감시카메라를 향해 시선을 주었고, 이후 그가 본 것은 규슈 전역에서 치솟는 버섯구름이었다.

“맙소사! 저걸 과연 재래식 탄두라고 할 수 있는 건가?”

쿵쿵쿵!

그사이 진동은 계속해서 전해져 왔다.

무려 백여 개가 넘는 외부 모니터링용 스크린 중 절반에 버섯구름들로 가득 채워질 정도.

저 정도면 사실상 자위대의 전략시설들만이 문제가 아니라 규슈 지역의 주요 인프라와 기반들은 끝났다고 봐야 한다.

“우릴 아주 중진국으로 만들어 버릴 생각인가?”

가능성이 희박한 일은 아니었다.

전쟁은 상대국을 피폐하게 만들 수 있는 자연스러운 기회.

일본과는 산업계 모든 면에서 경쟁 관계에 있는 한국이라면 이 기회를 놓칠 이유가 없지 않던가.

기술 발전 속도가 하루가 다른 현대 사회에서 산업시설들이 일거에 무너지는 것이 곧 몰락을 뜻한다는 것을 감안하면.

“약아빠진 놈들.”

쿠구궁!

불평이 이어지던 와중 심상치 않은 소리와 함께 벙커 전체가 심하게 요동쳤다.

근처에 탄도미사일이 떨어지기라도 한 모양새.

잠시 안도의 한숨을 내쉬던 테츠오는 돌연 파리한 안색으로 중얼댔다.

“주변에 자위대의 전략시설이라고는 오로지 이곳 지휘벙커뿐인데, 대체 뭘 목표로 떨어졌던…….”

쿠웅!

채 말을 끝맺기도 전에 강한 충격이 엄습했다.

아니, 단순한 충격만이 아니라 어디선가 전해져 오는 충격파에 몸이 날아갈 정도.

“크악!”

이후 테츠오가 마지막으로 본 것은 벙커 전체를 몰아치는 화염뿐이었다.

***

요코하마 외곽.

“이봐, 에이지. 자네 대피령이 떨어진 지가 언제인데 아직까지 여기서 뭐 하는 거야!”

신일본공업의 전무 아키오는 공장 사무실에서 발견한 부하 직원을 향해 소리쳤다.

무얼 챙기고 있는 건지 연신 서류들을 뒤적거리던 에이지 부장은 날아오는 상사의 질문에도 연신 제 할 일에 바쁠 뿐이다.

“에이지 부장! 자네 빨리 대피 안 할 거야?”

“잠시 기다려 주십시오. 대피 과정에서 기술 관련 기밀서류 하나가 사라졌습니다. 하필 초내열합금 관련 기술서류라서 꼭 찾아야만 합니다.”

“그걸 왜 이제야…….”

질책하려던 아키오는 다급히 입을 다물어 버렸다.

원인을 따지자면 그와 대표의 책임이 더 컸으니까.

보통 기술 관련 데이터들은 암호화하여 데이터베이스에 저장하는 것이 상식.

하지만 늘 컴퓨터에 대한 불신이 강했던 대표와 아키오 전무는 끝내 기술 관련 자료들만큼은 고전적인 보안 방식을 택했고, 그중에서도 특히 핵심 자료들은 주로 서류보관법을 고집했었다.

“금고에서 빼낼 때 확인 안 했었나?”

“급한 마음에 일단 죄다 챙기기는 했었는데, 이후 혹시나 해서 확인해 본 결과 하필 그 서류만 없었습니다.”

“대표님실에 있는 금고는 확인했고?”

“거긴 아직 살펴보지 못했습니다. 그 금고는 하필 대표님만 비밀번호를 알고 있는데, 아시다시피 대표님께서 훗카이도 출장 이후 연락 두절 상태이지 않습니까.”

“그럼 일단 피신부터 하자고. 곧 한국군의 대대적인 요코하마 폭격이 있을 거라는데 이럴 시간이 어디 있어?”

“그랬다가 이 공장이 폭격이라도 당하면 어쩌려고요. 전무님께선 소식도 못 들으셨습니까? 지금 한국군이 군사 시설들뿐만 아니라 각 지역의 주요 공단들까지도 폭격에 나섰다고 하지 않습니까.”

“설마…….”

“설마라니요. 벌써 기타규슈와 한신 공업지대는 한국의 대량 폭격에 의해 쑥대밭이 됐습니다.”

“빌어먹을. 대체 항공자위대는 그 비싼 돈을 들여 키워 놓고 어째서 하늘을 내준 거야.”

아키오는 분에 찬 불평을 뱉어 냈다.

그도 그럴 것이 자위대는 말만 군대가 아닐 뿐, 어지간한 국가들은 엄두도 내지 못하는 규모의 예산을 소모하는 집단이 아니던가.

아무리 한국이 급격한 발전을 이뤘다곤 해도 군 예산이 역전된 것은 불과 수년 전인데, 그사이 대체 뭘 했기에 이렇게까지 무력하게 무너져 버리느냐는 말이다.

“방산 비리로 제 배 불리기만 바빴던 역대 정권에서 뭔들 제대로 했겠습니까. 아무튼, 공자대의 활주로 대부분은 한국의 탄도미사일 세례와 폭격에 의해 죄다 작살이 났답니다. 그나마 출격에 성공한 전투기들도 고작 수 시간 만에 죄다 격추됐고요. 해상 자위대에 있는 제 조카의 전언에 따르면 1시간 전에는 이즈모 함도 격침됐다는데, 그럼 이제 하늘을 지킬 수단은 없는 거나 다름없습니다.”

에이지는 여전히 바쁜 손놀림 가운데서도 연신 대꾸를 뱉어 냈다.

마지막 말이 충격이었을까, 아키오는 넋 나간 표정으로 중얼댔다.

“이즈모마저 격침됐다면 한국군의 공습은 대체 어떻게 막지?”

“못 막습니다. 때문에 이제 일본은 끝이라는 말이 나오는 중인데, 기술서류만큼은 챙겨 놔야…….”

무심코 대꾸를 내뱉던 에이지가 아차 싶은 표정과 함께 다급히 입을 다물었다.

하지만 늦었던 걸까, 전무의 표정이미 잔뜩 일그러져 있었다.

“자네 지금 그럼. 기술서류를 빼돌리려고 이렇고 있었다는…….”

콰앙!

갑작스레 들려오는 엄청난 폭음에 놀란 아키오는 하던 말을 멈추고 창밖을 쳐다봤다

저 멀리 해안가에서 치솟아 오르는 연기.

마음이 급해진 그는 재빨리 몸을 돌려 뛰쳐나갔고, 연신 서류 찾기에만 정신이 팔려 있던 에이지 역시도 그를 뒤따라 건물을 빠져나왔다.

부우웅!

각기 다른 차에 오른 두 사람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민간인 거주지의 방향을 향해 내달렸다.

한국이 미치지 않고서야 민간인 거주지를 폭격하지는 않을 테니까.

예상이 틀린 것은 아닌 듯, 공장에서 멀어지면 멀어질수록 폭음은 잦아들었다.

콰아앙!

그때, 뒤편에서 엄청난 굉음이 들려오며 불길이 치솟았다.

잠시 차를 멈춘 아키오는 차에서 내려 위치를 확인했고, 그곳이 바로 조금 전 자신이 빠져나왔던 공장이 있었던 곳임을 확인했다.

“대체 무슨 짓을…….”

콰과광!

하지만 그건 시작에 불과했다.

이후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굉음과 폭발.

영화에서나 보던 전쟁의 참상을 눈으로 보고 있자니 그제야 일본의 몰락이 현실로 느껴졌다.

“요코하마가…….”

***

“발사 카운트다운 시작.”

자위대 제8고사특과군 소속 자위관들의 움직임이 바빠졌다.

이건 명백히 훈련이 아닌 실제 상황.

스크린을 지켜보는 각 분야 담당들의 표정은 하나같이 긴장되어 있었다.

“발사!”

지휘관의 명령을 받은 탄도미사일들이 하늘로 솟아올랐다.

숫자는 대략 30여 발.

일본 전역에서 발사된 숫자를 모두 포함하면 총 150여 발에 달하는데, 사실상 그게 일본이 현재 보유한 탄도미사일의 전부였다.

나머지는 현무의 초기폭격에 의해 죄다 증발해 버린 터기에.

“몇 기나 성공할까요?”

휘하 지휘관들 중 하나, 타키오 가 대뜸 성공 가능성을 물었다.

대답 없이 모니터만 주시하던 아이루는 한참 후 날아가던 미사일들의 신호가 죄다 사라져 버리는 것을 보고 나서야 입을 열었다.

“통할 리가 없지. 현재 한국 동해상에 전개되어 있는 방공구축함들의 숫자가 몇 척인데. 이 상태라면 설사 수백 발을 쏜다 해도 저들의 방공망을 뚫는 것은 불가능할 거다.”

“그럼 이제 어쩝니까. 이런 상황이면 한국에게 또 한 번 대량보복의 빌미만 제공하게 된 마당에.”

타키오는 절망적인 표정으로 대꾸했다.

윗선의 생각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이루도 마찬가지.

그저 표정만 잔뜩 굳히고 있는 와중 타키오의 말이 다시 날아들었다.

“소문에 의하면 동부 제5고사특과군에 아직 100여 발 가까운 탄도미사일이 남아 있다고 하는데, 그건 대체 왜 남겨 둔 걸까요?”

아이루는 그 말에 재빨리 타키오를 쳐다봤다.

마치 처음 듣는 소식이라는 눈빛.

타키오가 재빨리 말을 잇는다.

“방금 5고사특과군의 제 동기로부터 연락을 받았는데, 그쪽으로 100여 발 정도의 탄도미사일이 추가 공급되었다고 합니다. 미스비씨가 폭격을 당하기 전에 빼돌려 뒀던 마지막 물량이 운 좋게 살아남았던 것 같은데, 그걸 이번 공격에서 제외한 이유가 대체 뭐냐는 말이죠. 적의 방공망을 제대로 뚫으려면 한 기의 미사일이 아쉬운 마당에.”

“난들 그 이유를 알겠나.”

아이루는 인상을 찌푸리곤 돌아섰다.

실패한 공세에 대한 보고가 부담스러운 듯.

그때, 타키오가 의미심장한 말을 다시 던졌다.

“혹시 가능성을 확인한 것 아닐까요?”

“가능성?”

다시 돌아선 아이루가 재빨리 물었다.

“그게…… 이번에 만약 몇 발이라도 타격에 성공했다면 우리도 한국 땅에 피해를 줄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하게 되는 것 아닙니까. 그럼 나머지 탄두에…… 왜 그거 있잖습니까.”

말을 뱉어 내던 타키오가 잠시 주변의 눈치를 살폈다.

마치 남이 들으면 곤란한 화두라도 되는 듯.

순간 의미를 눈치챈 아이루의 눈매가 거세지며 언성이 올라간다.

“말도 안 되는 소리!”

일순 주변의 시선이 아이루에게 꽂혔다.

실수임을 깨달은 아이루는 슬쩍 타키오의 등을 밀며 한적한 곳으로 이끌었다.

“우리가 핵탄두를 보유하고 있다는 장담도 할 수 없을뿐더러 설사 있다 해도 그건 불가능한 시나리오야. 그러니 혹시라도 쓸데없는 소리로 사람들에게 기대감을 주면 곤란해.”

“하지만 우린 이미 수십 년 전부터 습식 재처리가 가능했지 않습니까. 덕분에 플루토늄의 보유량도 상상을 초월할 정도고. 그 마당에 핵탄두 하나 없다는 것이 말이 되는 것입니까?”

“말이 되건 안 되건. 아니, 설사 우리가 핵탄두를 보유하고 있다 해도 그건 애초 쓸 수 있는 카드가 아니라는 말일세.”

“…….”

“생각해 보게나. 한국은 비공식 핵보유국이야. 그것도 전략핵까지 포함된. 그런 나라를 상대로 핵을 투발한다는 것이 말이 될 것 같아? 게다가 자네도 방금 봤듯 저들의 방공망을 뚫을 가능성은 제로인 마당에 그게 가당키나 하겠어?”

“방공망을 못 뚫는다는 사실이야 불과 조금 전에야 확인된 것이고, 이전까지는 염두에 뒀을 가능성은 있다는 말입니다.”

“…….”

“만약 저 중 몇 발이라도 성공했다면 그건 한국의 방공망도 무적은 아니라는 것이 증명되는 겁니다. 그럼 이후 일본이 핵보유를 천명하면 한국도 전처럼 마냥 태연할 수는 없게 되죠. 재수 없게도 놓친 몇 발이 핵이라면 그야말로 끝장나는 거니까요.”

“…….”

“때문에 내각은 일단 투발 수단의 탄착성공가능성이 몇 퍼센트나 되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이번 작전을 실행한 것이 아니었겠느냐는 말입니다.”

아이루는 그 말에 멍한 표정을 지었다.

듣다 보니 일리는 있어 보였기에.

솔직히 0과 1은 완전히 다른 확률.

단 한 발이라도 성공했다면 한국으로서도 주춤하는 계기가 되었을 테고, 일본은 그걸 이용하여 새로운 협상 국면을 만들지도 모르는 일 아니던가.

“쯧.”

하지만 그건 미친 짓이다.

이 시점에서 일본이 핵보유를 한다는 것은 당장 미국의 철퇴가 꽂히게 만들 테니까.

어디 미국뿐일까, 전 세계를 적으로 돌리는 거지.

그런 면에서 보면 이번 탄도미사일 공세 실패는 오히려 하늘이 도운 거나 마찬가지다.

만약 타키오의 주장이 사실인 상태에서 이번 공세에 몇 발이라도 성공했다면.

그리고 저 멍청한 정치인들이 그 사실에 고무되어 정말로 핵을 협상 수단으로 내세웠다면 그땐 이 나라가 아예 사라져 버릴지도 모르니까.

“그나저나 미국은 대체 왜 아직까지도 개입을 하지 않고 있는 것이지?”

생각이 깊어지던 아이루의 뇌리엔 문득 그런 의문이 스쳤다.

현재 일본은 한국의 파상적인 공세로 인해 산업 시설들마저 무너지고 있는 상황.

미국의 입장에선 점점 돈주머니가 얇아져 가고 있는 판국에 대체 왜 이렇게까지 침묵을 지키고 있는 것인지.

아무리 생각을 해 봐도 현재 미국의 태도는 말이 안 된다.

‘혹시 우리가 정말로 핵을 보유한 건가? 그래서 굳이 한국의 과도한 공세를 만류하지 않는…… 아닌데.’

아이루는 즉시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런 상황이었다면 한국이 아니라 오히려 미국에서 군사적인 움직임을 보였어도 문제가 없는 지경이었을 테니까.

그럼, 대체 여태 침묵하는 이유가 뭘까.

좀처럼 답이 내려지지 않는 명제를 두고 한참이나 고민하던 그는 불현듯 아! 하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그러고 보니 지금껏 폭격으로 사라져 버린 일본의 산업시설들은 이미 한국에서 충분히 공급이 가능한 분야들이잖아.’

때문에 일본의 산업시설들이 파괴된다 해도 전 세계가 한순간에 곤란에 처할 일은 없고.

더군다나 일본은 이미 미국의 뒤통수를 확실하게 갈겨 버린 상황.

그 마당에 일본에 대한 산업 의존도를 존속시킬 이유가 있을까?

차라리 그 지위는 한국이 가져가고, 일본은 그저 적당한 신흥국 수준으로 만들어 골을 빼먹는 편이 더 낫지.1

‘썩어도 준치라고, 그렇다 해서 일본같이 경제 규모가 컸던 나라가 한 번에 망하는 것은 아니니 두고두고 빨아먹을 대상으로는 충분하지. 가만, 그렇다 해도 당장 미국이 얻는 것은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이 문제인데…… 그럼 결론적으로는 한국으로부터 뭔가를 또 보장받았다는 건가?’

생각이 계속되는 와중 전율이 느껴졌다.

뭣 때문일까, 이내 그의 얼굴에는 허탈한 표정이 지어졌다.

‘설마, 우리 산업기술들을…….’

쿠구궁!

생각이 깊어지던 와중 갑자기 사방에서 요란한 진동과 함께 폭음이 들렸다.

“뭐지?”

당황한 아이루는 즉시 대공레이더를 모니터링 중이던 자위관을 쳐다봤지만 그 역시 당황스러운 표정만 짓고 있을 뿐이었다.

“제3 대공관측소의 레이더에 적의 레이저 유도폭탄이 떨어졌답니다!”

그때, 대공관측소로부터 연락을 받은 또 다른 자위관 한 명이 다급하게 소리치며 아이루를 쳐다봤다.

대응을 바라는 듯한 눈빛.

하지만 적은 이미 폭탄을 떨구고 지나갔을 상황에서 무슨 대응을 할 수 있다는 말인가.

그것도 탐지조차 불가능한 스텔스기들을 상대로.

“다들 이곳을 빠져나가!”

결국 뒤이어 떨어질 폭탄들로부터 발생할 피해라도 줄이기 위해 재빨리 휘하 자위관들에게 명령했지만, 아쉽게도 너무 늦은 대응이었다.

쿠구구궁!

***

애애앵!

도쿄 지요다구에서 울리는 갑작스러운 사이렌 소리에 시민들은 일제히 공포에 젖었다.

안내 방송에서는 연신 안전한 지하로 대피하라는 소리가 들려왔고, 마침 야스쿠니를 참배 중이던 모리야 화학의 대표 카이토는 다급히 다가오는 비서의 전언에 인상을 찌푸렸다.

“미치지 않고서야 도쿄를 공습한 다는 것이 말이 되나.”

카이토는 비서의 재촉을 묵살하곤 다시 참배를 거듭했다.

어떻게든 일본이 이 전쟁을 극복하기를 바라는 심정으로.

그도 그럴 것이 역사적으로 모리야 화학은 둘째가라면 서러울 극우 가문.

만약 일본이 이대로 무너진다면 그의 가문 역시도 끝장나는 거다.

“대표님, 그래도 일단은 지시에 따라 피신을 하시라는 신사 관계자의 재촉이 계속 되고 있습니다.”

비서는 불안한 눈초리로 계속해서 피신을 권유했다.

하지만 끝내 고집을 꺾지 않은 카이토는 오히려 짜증스러운 투로 비서를 질책했다.

“이 친구야, 도쿄는 전 세계에서도 손꼽히는 인구밀집지역이야. 산업시설을 폭격한답시고 자칫 대량의 민간인 피해라도 발생하면 그 후폭풍을 한국이 어찌 감당하겠나.”

“하지만 이미 일부 지역에선 정밀 유도폭탄을 동원한 폭격이 있었다고 합니다.”

“정말로 도쿄를 폭격했다고?”

카이토는 굳은 표정이 되어 고개를 돌렸다.

기회를 잡았다고 여긴 듯 비서의 말이 다시 이어졌다.

“더군다나 폭탄의 화력을 조절한 건지 마치 족집게처럼 표적만 무너트리고 있는 중이라더군요”

순간 카이토의 뇌리를 스친 것은 자신의 공장이 폭격당할 가능성이었다.

한국이 정말로 일본의 산업계 전반에 걸친 폭격을 자행하고 있다면 핵심 소재기업인 자신의 공장을 그냥 내버려 둘 이유가 없지 않던가.

“가세. 내 공장이 어떤 상황인지 확인을 해야겠어.”

마음이 조급해진 그는 결국 자리에서 일어나 재빨리 건물을 빠져나왔다.

언제부터였을까, 신사는 이미 인적 하나 없이 텅 비어 있는 상태였다.

“아무리 그래도 설마 이곳에 폭탄이 떨어질 리가 있나.”

비록 말은 그렇게 했어도 불안감이 엄습했다.

다른 걸 떠나서 이곳 야스쿠니는 한국인들에게는 한이 서린 곳이니까.

막말로 폭격을 해 버리고 실수였다고 한들…….

쐐애액!

그때, 어디선가 마치 비행기가 날아가는 듯한 소리가 들려왔다.

혹여 공습을 위한 한국군의 전투기가 지나가는 것인가 싶은 마음에 하늘을 쳐다보려는 차.

쾅! 쾅!

갑자기 귀를 때리는 엄청난 소리와 함께 그와는 조금 떨어져 목조건물이 순식간에 주저앉아 버린다.

“컥!”

운 좋게도 화를 피한 카이토는 재빨리 땅에 엎드렸다.

그 다급한 상황에서도 뇌리를 스친 것은 어쩌면 한국인들의 위패를 모아 둔 곳은 안전할지도 모른다는 생각.

재빨리 다시 몸을 일으키곤 내달리려는 순간 그의 눈앞에서 엄청난 굉음과 함께 충격파가 덮여 왔다.

쿠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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