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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무기도 만들어 드릴까요?-320화 (320/372)

#핵무기도 만들어 드릴까요? 320화

규슈 인근 해상.

쾅!

“빌어먹을!”

또 한 척의 아키즈키급 호위함이 격침됐다.

일본이 그토록 자랑하던 초수평선 작전은 이미 제공권의 소실로 인해 무용지물.

반대로 제공권을 가져간 한국군은 아무런 방해 없이 전투기에서 극초음속 미사일을 발사해 대는 상황이고, 그 결과 현재 2호위대군과 4호위대군은 어느덧 12척에 달하는 호위함들과 구축함들을 잃었다.

“또 요격당했습니다!”

당황스러운 것은 적의 손실은 미처 파악조차도 안 된다는 점이었다.

아니, 파악을 못 한다는 것보다는 미미하다고 정의하는 편이 옳은 표현일 터.

겨우 탐지하여 발사한 그들의 대함미사일은 번번이 적의 방공구축함들의 요격에 의해 가로막혔고, 이제껏 확실하게 알려진 적의 함정 손실은 고작 2척 정도에 불과했다.

그것도 아직 개량을 거치지 못한 구형 호위함만.

“이게 말이 되는 건가?”

4호위대군 소속 마야급 이지스구축함 하구로함의 함장 료스케는 도무지 지금의 상황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아무리 한국 해군의 대공 및 대함 방어 능력이 뛰어나다고는 해도 어떻게 그 많은 공세를 죄다 막아 낸 것인지.

상황이 이러면 그동안 한국의 전력을 오판한 정도가 아니라 아예 몰랐었던 거라고 해야만 할 거다.

“항공지원은 어떻게 된 겁니까?”

료스케는 다급히 함대본부와의 통신을 시도했다.

이미 2호위대군의 핵심전력들은 전멸상황이고, 그나마 4호위대군도 항공지원 없이는 한 치 앞으로도 나아갈 수 없는 상황.

하지만 들려오는 소식은 절망적이었다.

-현재 한국의 스텔스 전투기들로 인해 전투기들은 물론 초계기도 죄다 발이 묶였다. 오죽했으면 이즈모함도 만약의 경우를 위해 북방 기지로 피항 중이고.

“그럼 잠수대군은 왜 여태 도착을 안 하고 있는 겁니까?”

-현재 작전 중이던 1잠수함대와 3잠수함대가 통신 두절 상태다. 마지막으로 전해진 소식은 두 척의 안창호급 잠수함들을 추적 중이라는 보고였는데…….

끝이 흐려진 것으로 봐선 희망을 버린 느낌이었다.

단 두 척의 적 잠수함들에 의해 두 개의 잠수함대가 전멸했다?

이건 무슨 외계인들을 상대로 싸움을 하는 것도 아니고. 이젠 대체 뭐가 어디에서부터 잘못된 것인지조차도 판단하기가 힘들 정도다.

“그럼, 철수 명령을 내려 주십시오. 하늘은 둘째 치고 바다 밑까지 불안한 상황에서 작전을 계속하다간 전멸에 처할 가능성이 큽니다.”

차마 뱉고 싶지 않은 말이었다.

그러나 이미 이 전투는 진 것이나 다름없는 상태.

차라리 규슈를 내주더라도 전력을 물려 후일을 도모하는 것이 옳은 판단이라 생각했다.

-그건 불가하다. 현재 4잠수함대가 그쪽에서 작전을 개시했으니 그들을 믿고 버텨 주기 바란다.

하지만 사령부의 대답은 단호했다.

아무리 규슈 방어가 중요하다고는 해도 무려 2개 호위대군을 희생해야 할 정도인 건가.

결국 신경질적으로 무전을 끊은 료스케는 입술을 짓씹으며 명령했다.

“전 함대 대함 미사일 발사관을 개방한다.”

“…….”

휘하 참모는 그 말에 눈이 동그래졌다.

이내 설명을 요하는 눈빛을 발하자 료스케의 말이 이어졌다.

“어차피 적의 함대 전체를 상대하는 것은 무리다. 때문에 우린 적의 기함만을 노린다.”

“가능하겠습니까?”

“함대 전체의 대함미사일을 동시 투사하면 불가능하지는 않을 거다. 게다가 적의 방어 수단 또한 그동안 소모한 것이 있으니 방어가 쉽지도 않을 테고.”

“하지만 그 후에는 어쩌시려고요.”

“그 후엔…….”

료스케는 그 대목에서 말문이 막혔다.

대함 미사일을 모두 소모하게 되면 그때부터는 오로지 방어에만 치중해야 하는 상황.

그렇다고 함포의 사정거리로 밀고 들어가는 것은 자살행위에 가깝다.

적의 구축함과 호위함들의 함포 사정거리가 아군의 것에 비해 무려 두 배가 넘는 상태인 마당에.

“미사일을 소모하고 난 후엔 즉시 마이즈루로 철수한다.”

“…….”

참모의 눈은 그 말에 크게 흔들렸다.

못 들었다면 모를까, 절대 철수는 허락하지 않는다는 상부의 명령을 그도 같이 들었지 않던가.

“명령에 불복하시겠다는 말입니까? 그랬다간…….”

“추궁을 받겠지. 아니, 직위해제는 물론 자위대에서도 쫓겨날 테고. 하지만 거기까지다.”

다급히 이어지던 참모의 말은 료스케의 말에 의해 잘려 나갔다.

참모의 눈이 다시 동그래진 사이 료스케의 말이 이어졌다.

“잊었나? 우리는 헌법상 군대가 아니라는 사실. 난 이렇게 내 함대를 개죽음으로 몰고 가느니 차라리 불명예를 감당하겠다.”

“…….”

“뭐 해?”

참모는 함장의 재촉에 퍼뜩 정신을 차렸다.

이후 하달한 명령에 따라 발사되는 어마어마한 수의 대함 미사일들.

아무리 적의 함대가 막강한 전역방어망을 갖추고 있다 해도 저렇듯 다수의 대함미사일을. 그것도 집중적으로 쏟아지는 것들을 모두 막아 내는 것은 불가능할 거다.

“12호 요격. 8호 요격. 6호. 7호. 11호도 방금 요격됐습니다. 앞으로 표적과의 거리 15마일. 13마일.”

함장은 점차 줄어드는 숫자에 마른침을 삼켰다.

이후부터는 적의 근거리 요격 방어 시스템의 대응범위.

부디 최대한 많은 수가 살아남기를 바랄 뿐이다.

“3호, 신호 끊겼습니다. 4호 역시……. 젠장, 신호가 끊어지는 속도가 지나치게 빠릅니다.”

하지만 그건 단지 그의 기대였을 뿐이었다.

아직 근거리 방어시스템에 도달하지도 못한 상태에서 벌써 3분의 2가 넘는 미사일들이 사라져 버린 상황.

아직까지도 그 많은 수의 대함방어 미사일들을 보유 중이라는 것이 믿기지가 않는다.

“신호가…… 모두 끊겼습니다.”

“실패로군.”

참모의 보고에 료스케가 와락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이제 남은 것은 예정대로 후퇴하는 것뿐.

추가로 파견되어 작전을 시작했다는 4잠수대 소속 잠수함들이 최대한 시간을 벌어 주기만을 바랄 뿐이다.

“함장님! 다수의 대함미사일들이 날아오고 있습니다.”

그때, 또 한 번의 비보가 들려왔다.

이쪽의 작전을 눈치챈 건지 저편에서도 일시에 대함 미사일들을 투사했다는.

만약 그것들이 극초음속 대함미사일일 경우 그들의 생존 가능성은 제로가 되기에 긴장감은 극도로 치솟았다.

쐐액!

함대 곳곳에서 방어를 위한 대공미사일들이 날아갔다.

쾅! 쾅!

뒤이어 곳곳에서 들려오는 요격 성공 소식.

다행히도 극초음속 미사일들은 아니었다는 건데, 이거야말로 하늘이 도운 거나 다름없다.

“전 함대 후속 공격이 이어지기 전에 빠르게 마이즈루로 철수한다.”

함장은 명령을 내리곤 자리에 주저앉았다.

부디 한국군이 의도를 읽어 주기만을 바라는 심정으로.

하지만 괜한 기대였을까, 다급한 음탐관의 외침이 함교를 울린다.

“어뢰가 다가옵니다!”

함장의 몸은 반사적으로 튕겨져 일어났다.

이후 다가선 음탐관의 자리에선 연속에서 보고가 이어지는 중.

그런데 그게…… 하나같이 믿을 수가 없는 말들뿐이었다.

“함대의 모든 함을 향해 어뢰들이 접근 중입니다. 문제는 그 속도가…… 300노트가 넘습니다.”

료스케는 순간 절망의 표정을 지어 보였다.

넋을 내려놔 버린 함장을 대신하여 참모가 빠르게 명령한다.

“디코이 투하!”

명령과 동시에 함대 전체가 부산한 움직임을 보였다.

하지만 의미 없는 노력이었던 걸까, 저편에서 요란한 폭음과 함께 함대의 호위함과 구축함들이 순서대로 들썩이기 시작한다.

쾅! 쾅! 쾅! 쾅!

***

부르르르릉!

규슈 북구 해안가에는 속속들이 도착한 상륙정들로 가득 들어찼다.

이미 해안방어를 담당하던 방어 진지들은 한국군의 해상형 아파치들로 인해 초토화가 되어 버린 상황.

반경 수 킬로미터 안에서 상륙군을 저항할 만한 수단이라고는 거의 남아 있지 않았다.

“날래 움직이라.”

폴라베어에 올라탄 채 팀원들과 함께 이동을 시작한 차지환은 연신 에바를 재촉했다.

그에게 맡겨진 임무는 해안방어를 포기한 채 후퇴하여 방어선을 구축 중일 자위대의 추적 및 정찰.

그건 다각전차의 험지기동능력으로 인한 결정이었는데, 실제로 에바는 일본정벌을 위해 태어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탁월한 험지기동력을 보여 주고 있었다.

크르릉!

물론 정찰임무를 맡은 것은 에바만이 아니었다.

K21-1. 일명 레드백이라는 호칭을 달고 있는 보병전투차량들도 무려 4대나 동원된 상태.

정찰대의 규모로서는 꽤 잘 갖춰진 구성이었으며 전차 집단을 마주치는 것만 아니면 위험에 처할 일은 없다고 봐도 무방할 규모다.

<위성 데이터를 분석 중입니다.>

에바는 기동 중에도 항상 주변을 향한 감시를 게을리 하지 않았다.

그게 애초의 역할이기도 하고, 또 팀의 안전을 위해선 우선해야 할 것이었으니까.

문제는 상륙저지를 포기하고 후퇴해 버린 적들이 워낙 사방으로 흩어져 버린 터라 그들의 거점을 일일이 찾아낸다는 것이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라는 거다,

<근거리 정찰을 위해 정찰 탄을 쏘아 올리겠습니다.>

위성으로부터 전송받은 정보를 분석 중이던 에바가 짧은 보고와 함께 무언가를 하늘로 쏘아 올렸다.

얼핏 휴대용 대전차 미사일 크기 정도의 물건.

최근 재우가 개발한 근거리 정찰 수단 중 하나인데, 발사 후 낙하산을 펼쳐 떨어지는 동안 주변의 정황을 탐색하는 방식이다.

“거, 시원하게 날아가는구만 기래.”

차지환은 하늘로 솟아오른 정찰탄을 보며 짧은 감상평을 뱉었다.

치직!

그 무렵 함께 정찰대에 포함된 해병대 지휘관의 무전기가 울렸고, 이후 그의 입에선 생뚱맞게도 철수소식이 들려왔다.

“차지환 대원. 방금 본대로부터 무전이 날아왔는데, 더 이상의 정찰은 멈추고 구축된 2선 지점으로 복귀하라는군요. 아마도 후속 상륙부대가 합류하면 일시에 점령 작전을 펼칠 생각인가 봅니다.”

어찌 보면 그게 현명한 처사였다.

1차 상륙 인원만으로 이 넓은 섬을. 섬이라고 정의하기엔 지나치게 큰 지역을 점령하겠다고 나섰다간 오히려 각개 격파 당할 위험성이 더 크니까.

게다가 이번 상륙에 포함된 K2전차의 수만으로는 빠른 점령을 장담할 수도 없다.

“육군 아들이 본격적으로 상륙하면 볼만하것구만 기래.”

생각이 그에 미치자 차지환의 얼굴에는 옅은 미소가 지어졌다.

그걸 지켜본 해병대지휘관이 넌지시 묻는다.

“차지환 대원은 긴장감이라는 게 없는 모양입니다. 이런 상황에서도 웃음이 나오는 것을 보면.”

“그게 아니라, 그 아새끼들이 이제 뭐라고 씨부릴지 궁금해서 그랍니다.”

“아새끼들이라니, 누구를 말하는 겁니까?”

지휘관 이수영 대위는 생뚱맞다는 표정으로 차지환을 쳐다봤다.

뭣 때문인지 대답을 머뭇거리던 차지환은 머리를 긁적이며 대답했다.

“거, 왜 있잖습네까? 모니타 뒤에 숨어서 한일 간에 무슨 일만 벌어지면 전쟁으로 한국을 길들여야 한다는 조동아리 파이터들. 여기 규슈라고 그런 놈들이 없었겠습네까?”

“…….”

이수영은 황당한 표정으로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직 할 말이 남았던 듯 차지환의 말이 계속됐다.

“한 가지 아쉬운 것은, 그 아새끼들이 어디 짱박혀 있는지 모른다는 겁네다. 내 찾기만 하면 아주 꼴통을 부숴 버릴 판인데 말이디요.”

“위험한 상상은 하지도 마십시오. 아무리 전쟁이라도 그런 짓을 했다간 감당 못 할 비난이 쏟아질 테니까.”

이수영은 거듭 강조했다.

왠지 그라면 얼마든지 그런 짓을 하고도 남을 것 같다는 생각에.

그런데 그때, 에바의 사물 감지 센서가 휙 하고 차지환을 향해 돌아오더니 말을 뱉어 냈다.

<찾으려면 못 찾을 것도 없습니다.>

“…….”

<이 지역 관공서에 접속만 가능하다면.>

“에미나이 진심이네?”

차지환은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대꾸했다.

그러자 다시 에바의 센서가 이리저리 움직이는가 싶더니 툭 하고 말을 뱉어 낸다.

<진심이겠습니까?>

차지환은 와락 인상을 찌푸리며 에바의 몸체를 걷어차려 했다.

삐이익!

동시에 울리는 에바의 경고음.

이후 재빨리 목소리 톤을 바꾼 에바가 주변을 향해 경고했다.

<자위대의 위장 패턴을 한 물체가 이쪽을 향해 빠르게 이동 중입니다.>

에바는 말을 끝내기 무섭게 전투시스템을 작동시켰다.

그걸 끝내 상황 회피를 위한 트릭이라고 생각한 차지환이 다시 발을 들어 올린 순간, 갑자기 래드백의 전투보조 시스템도 포탑을 움직였다.

“뭐이네. 진짜간?”

갑작스러운 상황변화에 놀란 차지환과 해병대원들은 재빨리 엄폐물을 찾아 숨어들었다.

대체 또 뭘 하려는 걸까, 에바가 빠르게 자리를 이탈하며 그들과 거리를 벌렸다.

<전차의 것으로 추정되는 레이저 표적지시기가 우리를 향해 작동했습니다. 능동방호로 인한 피해를 줄이기 위해 당분간 저와는 거리를 충분히 확보해 주십시오.>

대원들 중 그 말의 의미를 모르는 이는 없었다.

애초 능동방호 시스템이 폭발형 파편을 뿌리는 형태.

그로 인해 혹시나 아군이 피해를 입을 것을 염려하는 중이라는 사실을.

퍼엉!

찰나의 순간 에바의 능동방호 장치가 대응탄을 발사했다.

깡!

무엇이 날아왔던 걸까.

다행히 요격에는 성공했으나 뒤이어 들려온 소리가 왠지 심상치가 않다.

쿵!

그때, 에바의 다리 중 하나가 툭 하고 꺾이며 중심을 잃는다.

“에미나이!”

당황한 차지환은 입술을 짓씹으며 에바를 향해 소리쳤지만, 생각보다는 피해가 크지 않았던 듯 에바의 반응이 들려온다.

<적 위치 확인.>

말이 끝나기 무섭게 에바는 자신의 몸체를 그대로 주저앉혔다.

수평이 맞지 않은 상황에서는 안정적인 포격을 할 수 없다는 것에서 내린 판단.

이후 재빨리 포가 날아왔던 방향을 향해 포탑이 움직인다.

퉁퉁퉁퉁!

그때, 레드백의 전투보조 시스템들이 먼저 40밀리로 포격을 가하기 시작했다.

혹시나 있을지 모를 후속 공격을 대비한 것에서 나온 위협사격.

위협사격이라고는 하지만, 워낙 다수의 포가 화망을 형성하는 터라 피하는 것이 쉽지는 않을 거다.

퉁퉁퉁퉁!

드디어 에바의 포탑에서도 탄이 발사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레드백들의 공격 방향과는 다른 곳.

탐지된 적 전차가 또 있다는 증거였다.

퉁퉁퉁!

네 대의 레드백이 내뿜는 포격은 순식간에 숲을 초토화시켰다.

전차가 아니라면. 아니, 설사 전차라도 감히 버티지 못할 정도의 포격세례.

아니나 다를까, 숲에서 펑 하는 소리와 함께 화염이 치솟았다.

퍼벙!

이후 에바가 담당했던 곳에서도 화염과 함께 폭발음이 들렸다.

그와 동시에 드러난 적의 모습은 왠지 낯선 외형.

궤도가 아닌 차륜형 차체를 가진 전차였다.

“경전차?”

<위험 세력 제거 확인.>

잠시 후 들려온 에바의 보고와 동시에 사방이 고요해졌다.

더는 적이 없다는 증거.

아마도 추격 저지를 위해 남겨 둔 일부 병력이었던 모양인데, 필시 주포의 화력 차이를 믿고 달려들었던 것이 분명하다.

“아!”

차지환은 뒤늦게 에바의 상황을 살피기 위해 달려갔다.

이후 그가 발견한 것은 에바의 다리 구동부에 무언가 박혀 있는 장면.

방금 전 날아왔던 포탄의 파편이 분명했다.

“날탄의 탄자로군요. 그런데 이거 대응탄의 폭발에도 제법 형태를 유지하고 있는데요?”

함께 지켜보던 이수영 대위가 의미심장한 말을 뱉어 냈다.

치직!

그 순간 또 다시 울리는 그의 무전기.

이후 귀에 꼽혀 있던 리시버를 만지작대던 그는 갑자기 자신이 타고 왔던 레드백을 향해 다가갔고, 이후 한참이 지나서야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본대에서 방금 이 근처 위성사진의 판독 결과를 알려 왔는데, 이 주변에 적의 위장 진지들이 꽤 많다는 소식입니다. 문제는 섣부른 접근을 했다간 우리가 당할 수가 있다는 거죠. 이곳에 투입된 래드백이 아무리 전차 수준의 복합장갑을 채용했다곤 해도 이 정도 수준의 날탄을 방호할 수는 없으니까요.”

“그람 K2를 끌고 와야 하는 겁네까?”

차지환은 분한 표정으로 말했다.

왜일까?

순간 이수영이 비릿한 미소를 지어 보이더니 뜻밖의 소식을 전한다.

“아니요, 우린 일단 해안으로 철수하라는 명령입니다.”

“기껏 여기까지 와서 해안으로는 와 다시 간다는 겁네까?

“그게…… 앞으로 10분 후면 이곳 규슈와 일본 전역의 모든 전략 시설들에 현무4 탄도미사일들이 떨어질 테니까요. 이후 공군이 정밀유도폭탄을 통한 본격적인 폭격을 실행한다고 합니다.”

“…….”

“쉽게 말해서 우리 지휘부가 결단을 내렸다는 거죠. 일본을 아주 확실하게 무릎 꿇리기로.”

***

부우웅!

철수를 시작한 차지환과 정찰대는 연신 하늘을 쳐다봤다.

통보된 시간은 이미 지난 상황.

하지만 아직 무언가가 떨어지는 기미는 보이지 않았다.

“간나 새끼들이 요격에 성공한 것 아닙네까?”

차지환은 불안한 마음에 중얼댔다.

여전히 하늘을 주시하던 이수영이 그 말에 헛웃음을 뱉었다.

“그건 아닐 겁니다. 이미 우리 해군으로 인해 인근 해상에는 대공방어능력을 갖춘 이지스함들은 존재하지 않는 상태고, 설사 지상에 수단이 남아 있다 해도 현무가 그리 호락호락 요격당할 만한 물건은 아니니까요.”

에에에에엥!

이수영의 대답이 끝나기 무섭게 곳곳에서 사이렌이 울려대기 시작했다.

공습을 알리는 신호.

또 다시 하늘을 쳐다보는 차지환을 향해 이수영의 말이 날아들었다.

“음속의 10배가 넘는 속도로 떨어지는 물체가 그리 쉽게 보이겠습니까. 아마 어디선가 폭발음이 들려와야…….”

쿵!

말이 채 끝맺어지기도 전에 어디선가 폭발음이 들려왔다.

“…….”

뒤이어 눈에 보인 것은 얕은 구릉 너머로 피어오르는 버섯구름.

재빨리 차량을 멈춰 세운 이수영과 차지환은 멍하니 그 모습을 지켜봤다.

“맙소사! 고작 재래식 탄두가 저렇게까지…….”

쿵! 쿵!

폭발은 한 번으로 그치지 않았다.

당황스러운 것은 제법 먼 거리였음에도 진동이 공기를 통해 전달되고 있다는 것.

폭발의 위치가 그들과는 한참 떨어져 있는 내륙 쪽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그 파괴력을 짐작조차도 할 수가 없었다.

“저거이…….”

그때, 차지환이 하늘을 향해 손가락질했다.

그야말로 찰나의 순간에 떨어져 내리는 무수한 물체들과 뒤이어 전해지는 엄청난 폭발음.

쿠구구궁!

턱을 한 자나 떨어트린 차지환과 이수영은 서로 다른 감상평을 뱉어 냈다.

“규슈는 이제 끝났구만요.”

“아니, 일본이 끝났다고 해야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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