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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무기도 만들어 드릴까요?-316화 (316/372)

#핵무기도 만들어 드릴까요? 316화

“빌어먹을, 결국 일이 이렇게 되는군.”

육상자위대 소속 아키라 이등육좌는 전해진 소식에 망연자실한 표정을 지었다.

최근 흘러가는 한일 관계를 보며 조만간 사달이 벌어질 것은 알고 있었지만, 그렇다고 정말 전쟁으로까지 비화될 줄은 몰랐기에.

“확실한 건가? 한국에서 선전포고를 했다는 것이?”

그렇다 해도 일한 간의 전쟁이 어디 그리 쉬운 일이던가.

혹시나 싶은 마음에 그는 몇 번이고 확인을 거듭했지만, 정작 에이타 일등육위로부터 들려오는 말은 확신에 찬 대꾸뿐이었다.

“그렇습니다. 어제 늦은 오후 이미 한국에서는 대국민 성명까지 발표되었다는군요. 게다가 규슈 주둔 제1감청대의 전언에 따르면 이미 한국군도 전군이 전투태세에 돌입한 상태라고 합니다.”

일본 최고의 감청부대가 그런 결론을 내렸다면 더는 부정할 수 없었다.

그럼 이제 정말로 전쟁을 위한 대비에 나서야 하는 것이 순서.

의아한 것은 정작 사령부에선 아직까지도 이렇다 할 연락이 없다는 점이었다.

그저 만반의 대비태세를 갖추고 있으라는 명령 외에는.

“선전포고까지 받은 마당이면 언제 여길…….”

따르릉!

말이 채 끝맺어지기도 전, 갑자기 책상 위에 있던 전화벨이 요란한 울음을 내뱉었다.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수화기를 들자 저편에서 다급한 명령이 쉴 새 없이 들려온다.

“네, 현 시간부로 작전 교리를 수행하겠습니다.”

내내 부동자세로 명령을 하달받던 아키라는 잔뜩 일그러진 얼굴로 수화기를 내려놨다.

이내 슥 하고 돌아서서 에이타와 시선을 마주치며 그가 내뱉은 말은 본격적인 전쟁의 시작을 알리는 거였다.

“내각에서 자위대에 전투태세를 명령했다.”

“그럼, 예하부대에 사실을 전달하겠습니다.”

에이타 일등육위는 태연한 표정으로 돌아섰다.

앞으로 벌어질 일이 뭔지 알고는 있는 건가 싶을 정도로.

물론 이곳 대마도야 이미 충분한 대비가 갖추어져 있는 상태지만.

즉, 전자전 부대의 배치는 물론 기갑부대까지 전개하여 적의 상륙을 대비하고는 있지만.

그렇다 해도 지나치게 차분한 에이타의 태도는 괜히 심기를 거슬리게 할 정도였다.

“자넨, 정말 우리가 대마도 방어에 성공할 거라고 보는가?”

결국 아키라는 돌아서는 에이타를 향해 의미심장한 말을 던졌다.

그나마 말투 속의 뼈가 느껴지기는 한 듯 다시 돌아서는 에이타의 얼굴엔 주름이 잔뜩 잡혀 있었다.

“무슨 말씀이십니까.”

“우리가 분석한 적의 전략에 따르면 이곳 대마도가 한국이 가장 먼저 공략할 대상이라는 것쯤은 자네도 잘 알고 있겠지?”

“물론입니다. 이곳을 점령해야 규슈로의 진출이 수월해질 테고, 그래야 본토 공략이 원활할 테니까요.”

“맞아. 때문에 한국은 아마 우리가 대비를 충분히 마쳤다 해도 이곳을 가장 먼저 공략할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지금 우리의 대응 전략으로는 그걸 막지 못한다는 것이고.”

에이타는 지나치게 부정적인 상관의 태도에 표정을 일그러트렸다.

“그게 지금 개전을 코앞에 둔 상황에서 부하에게 하실 말씀이라고 생각하십니까.”

“개전을 코앞에 둔 상황이기에 현실을 직시하자는 걸세. 자넨 한국이 이곳을 공략하기 위해 어떤 전술을 쓸 거라고 생각하나.”

“그거야 당연히 탄도미사일을 사용하겠죠. 하지만 우린 이미 바다는 물론 육지에도 탄도방어시스템을 구축한 상태입니다.”

“…….”

“게다가 이곳에 있는 전자전 대응 시스템은 설사 미국이라 해도 쉽게 뚫지 못할 수준입니다. 그건 제공권을 쉽게 넘겨주지 않을 것을 의미하며 그로써 저들이 바다를 건너오는 것도 호락호락하지 않음을 뜻하죠.”

지독하게도 꽉 막힌 태도였다.

뭐 그렇다고 이해 못 할 바도 아닌 것이, 아주 틀린 사실은 아니니까.

전 국토에 활처럼 전개해 둔 전자전 부대들로 인해 지금의 일본을 상대로 한 제공권의 일방적인 장악은 설사 미국이라 해도 불가능에 가까운 일.

게다가 탄도미사일 방어시스템 또한 그간 꾸준히 증강해 온 덕분에 어지간한 물량 공세가 아니고선 뚫기 힘들다.

“하지만 그걸 한국이라고 모를까?”

“…….”

“과연 한국이 우리의 대응 전략을 모를 것이며, 그런 교과서적인 방식으로 이 전쟁을 시작할 거라고 자신하느냐는 말일세.”

“…….”

“뭐 구체적인 설명은 시간이 없으니 생략하고, 아무튼 한국이 이곳을 공략할 방법은 무궁무진하다. 때문에 난 초기 공세를 어떻게든 피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그걸 위해서 자네의 동의를 구하는 거다.”

“무슨…….”

“대공방어 시스템은 몰라도 전자전 대응 시스템만큼은 어떤 방식으로 쏟아질지 모를 적의 공세를 피해 잠시 안전한 곳으로 물려 두자는 거지.”

“그건 곤란합니다.”

“곤란하다니. 그게 자네와 부하들을 살릴. 아니, 본토 침략을 억제할 유일한 길임에도?”

에이타의 눈빛은 순간 크게 흔들렸다.

하지만 그도 잠시, 곧 표정을 굳힌 그의 입에선 여전히 부정적인 말이 흘러나왔다.

“그렇다 해도 반대하겠습니다. 전 지시를 불이행한 것에 대한 상부의 추궁을 감당할 자신이 없으니까요.”

아키라는 답답한 마음이 들었다.

누군들 상부의 추궁이 두렵지 않을까.

하지만 그것도 일본이라는 나라가 유지되어야 가능한 일이라는 것을…….

쾅!

답답한 마음에 설명을 이으려는 순간, 갑자기 밖에서 엄청난 굉음과 함께 폭발이 일어났다.

“무슨…….”

당황한 에이타는 재빨리 몸을 숙인 채 창밖을 쳐다보려 했지만, 아키라의 제제로 다시 몸을 숙였다.

“죽기 싫으면 몸을 최대한 숙이고 빨리 건물을 빠져나가!”

아키라는 마치 이런 상황을 준비라도 한 듯 능숙하게 움직였다.

여전히 무엇에 의한 폭발이었는지 가늠을 못 하고 있던 에이타가 그 와중에도 질문을 던진다.

“대체 뭐였습니까?”

“부산에서 날아온 장거리 스마트 포탄. 여긴 부산과 불과 50킬로미터 정도밖에는 떨어져 있지 않다는 것 몰라?”

“…….”

“빌어먹을, 바로 이런 변수를 염두에 둬야 한다고 몇 번을 이야기했었건만. 아무튼 설명할 시간 없으니 자네는 빨리 전자전 차량들을 죄다 벙커로 이동시켜!”

에이타는 순간 멍한 표정을 지었다.

그 모습이 답답했던 듯, 아키라의 고함이 다시 이어졌다.

“뭐 하고 있어? 초탄이 제대로 떨어진 것을 확인했다면 조금 후 여긴 불바다가 된다는 말이야!”

“하지만 우린 대공방어 시스템을…….”

“미련한 친구 같으니. 우리 대공방어 시스템이 정말 포탄 크기의 물체까지 막아 낼 정도였다면 내가 괜히 전술 변경을 주장했겠어? 헛소리 말고 빨리 차량들을 대피시키라는 무전이나 보내!”

에이타는 그제야 퍼뜩 정신을 차리곤 매달고 있던 무전기를 작동했다.

윙!

그 순간 어디선가 들려오는 굉음.

쾅!

이후 무언가 에이타를 향해 내리꽂히는가 싶더니 그의 몸이 순식간에 피륙이 되어 날아가 버린다.

“크윽!”

다행히 폭발의 범위를 벗어나 있던 아키라는 재빨리 근처 바위 뒤로 몸을 숨긴 채 상황을 주시했다.

“젠장.”

이후 그가 본 것은 난리에 허둥대는 자위대원들 위로 내리꽂히는 드론들과 오로지 전자전 차량 및 대공방어 시스템들 위로만 떨어지고 있는 포탄들.

쾅!

특히나 포탄의 경우는 그 수가 차마 셀 수조차도 없을 정도였는데, 같은 자리에 연속해서 떨어지는 장면을 목격한 것만도 벌써 여러 번이었다.

“미친!”

얼마의 시간이 지났을까 포격이 잠시 잦아드는 느낌에 아키라는 용기를 내어 다시 움직였다.

멈칫!

하지만 곧 포기하고 만 이유는 여전히 하늘에서 날아다니는 드론들의 소리 때문.

이때까지의 정황으로 보면 무선 주파수 추적은 물론 적외선 추적 장치까지 보유한 드론임이 분명한데, 그럼 아무리 조심스러운 움직임이라도 발각되는 것은 시간문제일 것이기 때문이었다.

“어쩌지?”

아무리 생각해도 방법이 없었다.

저 드론들을 처리하려면 단거리 대공방어 차량들이 필요하건만, 하필 그것들이 제일 먼저 포격을 받아 버렸으니까.

그때, 운이 좋았던 건지 드론들이 멀어지는 소리가 들려왔고, 아키라는 천금 같은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최대한 기척을 죽이며 바닥을 기기 시작했다.

“크윽.”

불과 수백 미터를 이동하는 것임에도 마치 영겁의 시간이 걸린 느낌이었다.

하지만 다행히도 목표였던 감시초소까지 도달한 그는 잠시 긴 한숨을 내쉬곤 망원경을 집어 들었다.

“부디…….”

그가 살핀 곳은 해안기지들이었다.

레이더와 전자전 장비들을 무력화했다면 이후 타겟은 당연히 상륙을 방해할 방해물들의 제거일 테니까.

“맙소사!”

예상처럼 해안가 이곳저곳에서는 연신 연기가 치솟아 오르고 있었고, 곳곳에 설치되어 있던 진지들에는 자위대가 그토록 비싼 돈을 들여 개발했던 89식 보병전투차량들이 고철이 되어 널브러져 있었다.

스윽!

혹시나 싶어 살펴본 해안방어 포대들 역시도 사라져 버린 것은 마찬가지였다.

이상한 것은 이미 대부분의 방어 시스템을 초토화시켜 놓고도 정작 상륙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는 점.

몇 번이나 쳐다본 하늘도 고요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점령이 목적이 아니었다면 대체 대마도는 왜 공격한 거지?’

문득 그 점이 의문스러웠다.

이후 떠오른 것은 불과 조금 전 자신이 에이타에게 했었던 충고였다.

‘정말로 전자전 대응 라인 중 하나를 끊어 내기 위해서?’

만약 이곳의 전자전 대응 시스템을 무력화한다면 한국 공군은 이곳 하늘을 통해서 본격적인 제공권 장악 시도가 가능해지니까.

‘대체 저쪽의 작전지휘관이 누구기에 이렇듯…….’

아키라는 적의 용의주도함에 치가 떨려 왔다.

미국과 맞먹는 전자전 능력을 보유한 한국이라면 자만심에 항공 전력부터 투사했어도 이상할 일은 아니건만.

그럼에도 이렇듯 조심스러움을 보인다는 것은 일본이 그에 상응하는 방어 시스템을 보유했음을 이미 알고 있다는 것이고, 그로 인해 발생할 피해마저도 줄이겠다는 의도가 아니던가.

“이럴 때가 아니지.”

생각이 그에 미치자 마음이 조급해졌다.

예상대로면 이제 적은 무너진 전자전 방어라인의 틈을 통해 규슈 공략을 노릴 터.

이후 상륙한 한국군을 과연 자위대가 막아 낼 수 있을까?

장담하건대 고작 일주일이면 전 국토에서 지옥이 펼쳐질 거다.

“알려야 해.”

생각이 그에 미친 아키라는 소지 중이던 무전기를 꺼내 들었다.

치직!

하지만 아무리 무전을 날려 봐도 돌아오는 것은 그저 잡음뿐.

그 말인즉, 전파를 중계해 줄 모든 통신시설이 파괴되었음을 의미하는 건데, 조금 전까지 이어졌던 어마어마한 포격을 생각하면 무리도 아니다.

“위성전화!”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이 초소에 만약을 대비한 예비 통신 수단이 존재한다는 거였다.

재빨리 봉인을 떼고 서랍을 연 그는 결국 위성통신이 가능한 전화기를 찾아내어 재빨리 전원을 켰다.

위잉!

그때, 어디선가 들려오는 드론 소리에 퍼뜩 정신이 들었다.

“젠장.”

아니나 다를까, 곧 창이 깨지는 요란한 소리가 들려오더니 그를 향해 무언가 쏜살같이 달려든다.

“빌어먹을…….”

쾅!

***

부산.

본격적인 규슈 공략을 앞둔 해병대원들은 두 척의 상륙함에 차례로 몸을 실었다.

최근 해병대에까지 보급되기 시작한 K2전차는 물론 K21-1, 수출명 레드백이라 불렸던 보병전투차량과 중장갑 병력들까지.

과거 아시아 바다를 주름잡던 일본 해상자위대 정예들의 저항을 뚫고 규슈까지 무사히 상륙이 가능할 것인지가 관건이기는 하지만, 우습게도 저들 중 누구도 실패를 염두에 두는 이들은 없었다.

과거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수준으로 성장한 막대한 우리 공군 전력과 해군 전력이 그들보다 앞서 출발한 상태니까.

“그런데 저 사람도 이번 전투에 참여하는 거야?”

승선을 대기 중이던 해병대원들 사이에선 한 인물이 화제가 되어 있었다.

한때 북한군 특수부대 출신이었고, 현재는 재우PMC에 소속되어 있다는.

전해진 바에 따르면 국방부가 모종의 프로젝트를 위해 특별 입대방식으로 합류를 권고했다는데, 그 외에도 참여한 재우PMC 대원들은 꽤 수가 많아 보였다.

아니, 어디 그들뿐일까. 승선 중인 다각전차들의 수도 많기는 마찬가지지.

끼익!

그때, 승선을 대기 중이던 다각전차들 사이를 뚫고 트레일러 한 대가 다가왔다.

이내 그 트레일러에서 내려온 것은 다른 것들과는 사뭇 다른 도색을 하고 있는 다각전차.

혹시나 싶은 눈빛으로 쳐다보던 해병대원들은 하필 그 전차에 문제의 인물. 즉 차지환이 다가서는 것을 발견하곤 일제히 서로를 쳐다봤다.

“에바!”

워낙 영화를 통해 유명세를 탄 터라 못 알아보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소리를 들은 걸까, 저편에 있던 차지환이 그런 해병대원들을 보며 한껏 거드름을 피웠다.

“동무들, 뭘 그렇게 경외하는 눈빛으로 보고 그러네?”

해병대원들의 얼굴에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웃음이 번졌다.

왠지 수상쩍다 싶은 느낌에 차지환은 불쑥 그중 한 명을 향해 다가서선 이유를 물었고, 대원의 입에선 미처 예상치 못했던 대꾸가 날아왔다.

“왜 아직 자기 별로 돌아가지 않으셨습니까?”

“그거이 무슨 소리네?”

“영화 엔지 장면을 봤습니다.”

“……내 이놈의 에미나이를…….”

잔뜩 얼굴이 붉어진 차지환은 휙 하고 돌아섰다.

이내 에바에게 한참을 무어라 떠드는가 싶더니 곧바로 에바의 대꾸가 날아든다.

<전투에 앞서 불필요한 흥분은 상황판단 능력을 떨어트립니다.>

“오오!”

에바의 목소리를 직접 들은 해병대원들은 탄성을 발했다.

그에 대한 반응일까, 순간 에바의 사물 탐지센서가 해병대원들을 향해 돌아왔다.

<친애하는 해병대원 여러분들의 무사귀환과 안전한 항행을 바랍니다. 전투보조시스템 에바는 여러분들의 생환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오오!”

해병대원들은 그 말에 감격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이내 일제히 엄지손가락을 들어 올리려는 차, 에바의 한마디가 더 이어졌다.

<갑시다, 우리 민족의 영원한 훼방꾼인 쪽바리들의 뚝배기를 까부수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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