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핵무기도 만들어 드릴까요?-314화 (314/372)

#핵무기도 만들어 드릴까요? 314화

[탈레반 대변인은 오늘 사우디와 이라크를 주축으로 한 반 탈레반 연합에 대한 강한 비판을 쏟아 냈습니다. 또한 이후 벌어질 중동에서의 혼란은 절대적으로 반 탈레반 연합의 책임임을 강조하고 있으며…….]

자신들을 대적하기 위한 연합이 결성되자, 탈레반은 반응은 시간이 지날수록 도가 더해져 갔다.

이건 마치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를 나무라는 형국.

정권을 잡자마자 학살을 자행하는 자신들의 행위는 전혀 고려하지 않는 태도였다.

[탈레반은 연일 재우 그룹을 향한 경고를 지속하고 있습니다.]

우스운 것은 재우 그룹을 향한 비난의 수위도 점점 높아지고 있다는 거였다.

반 탈레반 연합의 핵심이 우리라는 것을 인식하고 있는 거지.

때문인지 공공연한 테러 위협마저도 서슴지 않고 있었지만, 그게 쉽지는 않을 거다.

“입국이나 가능할지 모르겠군.”

“입국은 힘들어도 현재 한국에 체류 중인 아프가니스탄계 중 요주의 인물들은 감시를 해야죠.”

이란과의 회동을 끝내고 돌아온 것도 어느덧 보름째, 뉴스를 보며 넌지시 뱉어 낸 말에 안 실장이 반응했다.

힐끗 쳐다보자 그는 나와 달리 걱정스럽다는 표정을 지어 보이고 있었다.

“국내 체류 중인 아프가니스탄들을 포섭해서 테러를 감행한다는 말입니까?”

“가능성 없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아시다시피 현재 한국에 체류 중인 아프가니스탄 출신들 중에서 탈레반과 연관이 있는 자가 아주 없다고는 자신할 수 없으니까요.”

“흠.”

생각해 보니 그것도 무시할 수 없는 추론이었다.

그럼 결론적으로 최소한의 감시 정도는 해야 한다는 건데, 정작 그것도 문제다.

가뜩이나 나라가 혼란을 겪고 있는 사람들을 상대로 감시 활동을 했다간 자칫 비난의 화살이 날아들 수도 있으니까.

같은 생각을 한 듯 안 실장이 인상을 찌푸리며 말을 이었다.

“그래서 현재 정부도 골머리가 아픈 모양입니다. 이건 뭐 나라 잃은 사람들을 상대로 의심의 눈길을 보내는 꼴이니 원.”

“그렇다 해도 대비해야 할 것은 해야죠. 그나마 정부가 그 부분을 인식하고 있다니 다행이군요.”

“전례가 있으니까요. 전에 회장님께서도 그런 인물들에게 테러 위협을 겪지 않았습니까. 한 번 당하고도 또 당한다면 그건 무능이자 방조나 다름없죠.”

안 실장은 당시의 위급했던 상황이 떠오르기라도 한 듯 몸을 부르르 떨었다.

옅은 미소로 대꾸하곤 창밖을 쳐다보려는 차 그가 다시 말했다.

“그나저나 정부가 조만간 우리 정부를 도왔던 아프간 현지인들을 난민 자격으로 한국으로 수송해 오려는 것 같습니다만, 말들이 꽤 많더군요.”

“…….”

“독일이 전에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수백만의 난민들을 받았지만 정작 그 결과가 좋지만은 않았지 않습니까.”

그건 샤리아를 내세우는 아랍인들의 고질적인 병폐 때문이었다.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라야 하건만, 자신들의 종교적 교리를 앞세워 현지법을 무시하는 태도.

사실 그 부분이 아랍계 난민들에 대한 인식이 안 좋아진 주요 원인이기도 하다.

“우리가 대규모 난민을 받는다는 입장은 아니니 그렇게까지 악화야 되겠습니까. 그건 그렇고, 중국의 반응은 어떻습니까?”

“중국은 아직까지 침묵으로 일관 중입니다. 다른 건 둘째 치고, 유럽과의 관계가 틀어질 것이 두려운 거겠죠.”

막상 소식을 듣자 다시 한번 백악관 안보보좌관의 혜안이 대단하다 느껴졌다.

사면초가를 유도하겠다는.

앞으로 중국이 어떤 결정을 내릴지는 모르겠지만, 어느 것도 그들에게는 유리한 것이 없을 터다.

“뭐, 그거야 자신들의 욕심이 낳은 결과니까. 한데 재우PMC는 지금 어떤 상황입니까? 당장 탈레반과 본격적인 충돌이 없는 것은 다행이지만 그게 그리 오래가지는 않을 겁니다.”

“대원들은 현재 연합군의 전술 교육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설사 전투가 벌어진다 해도 파견된 대원들이 1선에 투입될 일은 없으니 너무 걱정은 안 하셔도 됩니다.”

안 실장은 내 염려가 무엇인지 안다는 투였다.

비록 어쩔 수 없는 결정이었다지만 그렇듯 피바람이 부는 전장에 대원들을 내모는 것이 나라고 쉬웠을까.

물론 막대한 무장들을 채워 보내긴 했어도 그거야 내 맘이 편하자고 한 조치에 불과할 뿐, 안심이 안 되기는 마찬가지다.

“그렇다 해도 늘 긴장을 놓지 말라고 하세요. 원래 익숙한 길에 더 함정이 많은 법입니다.”

짧은 충고와 함께 자리에서 일어났다.

또 무슨 보고할 것이라도 남아 있는 걸까, 안 실장이 머뭇거리며 눈치를 본다.

“왜요, 무슨 일이라도 생긴 겁니까?”

“다른 것이 아니라, 일본이 이란에 보낼 제재 물품들을 실은 선박을 찾아낸 것 같다는군요.”

순간 하던 책상 정리를 멈추고 그를 쳐다봤다.

이건 그 무엇보다 중요한 정보였거든.

비록 이란의 협조를 약속받기는 했지만 일본이 언제, 그리고 어느 선박에 제재 물품들을 실어 보낼지는 모르고 있던 상태.

아니, 비단 우리만이 아니라 이란도 항구에 도착하기 직전에나 해당 선박에 대한 정보를 통보받기로 되어 있었다는데, 일본이 그 정도로까지 용의주도한 면을 보일 줄은 미처 예상 못 했던 부분이었다.

“어느 선박이랍니까?”

반색하며 되묻자 안 실장의 입꼬리가 슬며시 올라갔다.

마치 기대했던 반응이었던 듯.

솔직히 나라고 걱정이 안 들었을까?

그렇다고 확실치 않은 정보로 엉뚱한 선박을 잡았다가 증거가 없으면 우리만 곤란해지는 상황에서.

“오만으로 향하는 미스비씨 자동차의 수출 물량을 실은 선박이랍니다.”

하지만 저들도 그건 몰랐을 거다.

최근 확보된 다수의 정찰위성들로 인해 이제 우린 특정 지점을 거의 24시간 상시 감시가 가능하다는 것.

또한 AI를 통해 이상 징후가 보이는 선박들에 대한 철저한 모니터링과 분석까지도 가능하고.

“자동차 수출 선박이라고요?”

“네, 아무리 수출 물량이라도 차량을 배에 실을 때는 자력으로 이동하는 것이 상식이죠. 그런데 꽤 많은 수의 차량들이 견인 방식으로 배에 실렸답니다.”

그게 무슨 의미인지 이해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아무튼, 잔머리의 대가들 같으니.

슬쩍 헛웃음을 내비치자 안 실장의 말이 이어졌다.

“일전에 회장님께서 제게 말씀하셨죠. 까마귀가 날 때마다 배가 떨어지면 그건 우연이 아니라 까마귀가 범인이라고. 그런 차량들이 한두 대가 아니면 좀 의심해 봐야 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렇죠, 가뜩이나 미스비씨라는 까마귀는 근본적으로 의심받을 수밖에 없는 존재들인 마당에.”

웃음이 절로 나왔다.

자기들 딴에는 나름 머리를 굴렸다지만 결국엔 그게 수포로 돌아갈 테니까.

이래서 정보자산이라는 것이 중요한 법이고, 내가 그토록 정보자산 확대에 열을 올린 이유도 바로 지금과 같은 상황 때문이다.

***

뿌우우웅!

일본 미카와 항은 일본의 대표적인 자동차 수출 전진기지다.

애초 미카와 인근에 있던 4개 항을 1962년경 통합하여 단일 항구로 탄생한.

도요타는 물론 스즈키와 미스비씨 등 일본의 대표적인 자동차 회사들은 거의 전부 미카와 항이 수출 거점이었다.

“안전한 운행을 바랍니다.”

임무를 마친 도선사는 선장 키에노에게 선박의 권한을 넘기곤 하선했다.

이제부터 이 수만 톤에 달하는 선박의 운행에 대한 부담은 오롯이 선장에게 주어진 상황.

하지만 벌써 20년째 자동차 수출 선박만을 맡아 왔던 키에노 선장에게 부담이라는 것은 남의 이야기일 뿐이다.

“마지막에 실은 차량들 말입니다. 뭔가 좀 이상하지 않습니까?”

아까부터 내내 인상이 좋지 않던 1등 항해사 히로토가 선장 키에노를 향해 넌지시 말했다.

그 역시 10년이 넘도록 자동차 수출 선박을 운행해 왔지만 오늘 같은 일은 처음 경험하는 것이었기에.

막말로 수출용 차량이. 그것도 수십여 대가 넘는 것들이 견인을 통해 배에 실리는 것이 정상은 아니지 않던가.

“신경 쓰지 말게. 우리야 위에서 내린 지시에 따르면 그만인 사람들이야.”

“위에서 내린 지시라고요?”

“그래, 회장님의 직접 내려오셔서 관련 차량들에 대해 신신당부를 하셨다는군.”

히로토는 그 말에 더 의구심이 들었다.

대 미스비씨사의 회장이 기껏 수출 길에 오르는 차량들 몇 대에 관심을 갖는다?

뭐 백번을 양보해서 그럴 수 있다고 쳐도, 이건 전에 사고로 수백 대의 차량들과 수출 선박이 불탔을 때 현지 시찰조차도 오지 않았던 행보와는 확연히 다른 태도가 아닌가.

‘젠장, 나도 모르겠다.’

결국 히로토는 더 이상의 관심을 포기했다.

웅웅웅!

운항이 시작된 지 꽤 오랜 시간이 흐른 시점.

1등 항해사 히로토는 잠잠한 바다를 보며 당분간은 순탄한 항행이 될 듯한 예감을 받았다.

어차피 점검해야 할 것들은 이미 모두 끝마친 상태기에 앞으로 한동안은 지루한 시간의 연속일 터.

지루함을 달래기 위해 잠시 후임에게 임무를 넘기곤 휴게실로 향했다.

“쯧쯧, 이 친구들이 출발한 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부터…….”

도착한 휴게실에는 직원들이 옹기종기 모여 야동을 감상하고 있었다.

오랜 바닷길에 대비한 저들의 취미 거리.

모두가 같은 생각에 하나둘씩 챙겨 오다 보니 어느덧 테이블 위에 있는 메모리들의 수가 몇 날 밤을 지새워도 모자랄 정도로 넘쳐났다.

“흠흠, 그 메모리 하나 줘 봐.”

방금 전 질책했던 정반대되는 히로토의 태도에 직원 하나가 가자미눈을 하곤 그를 쳐다봤다.

그도 잠시, 넌지시 그의 손에 메모리를 건넨 직원이 귓가에 조용히 속삭인다.

“최근 가장 인기 좋은 에리카의 작품입니다.”

히로토는 그 말에 반색하곤 재빨리 메모리를 챙겨 들었다.

이내 자신의 방으로 향하기 위해 문을 연 순간, 갑자기 스피커를 통해 그를 찾는 다급한 선장의 말이 들려왔다.

-히로토 1등 항해사. 지금 즉시 운항실로 올라오길 바란다.

“무슨 일이지?”

고개를 갸웃한 히로토는 재빨리 운항실로 내달렸다.

이내 도착한 운항실에서는 선장이 사색이 된 채 창밖을 쳐다보고 있던 상태.

자연스레 선장의 시선을 따라 눈을 돌린 그는 헉 하고 헛바람을 집어삼켰다.

“저거 한국 해경 아닙니까?”

[여기는 대한민국 해안경찰청 소속 이청호함입니다. MTL호는 즉시 엔진 가동을 중단하고 본 해경함의 지시에 따르길 바랍니다.]

의문을 뱉어 냄과 동시에 들려온 것은 정선 명령이었다.

당황한 히로토의 시선이 재빨리 선장을 향했고, 선장은 쳇 하는 짧은 불평과 함께 기관실에 무전을 날렸다.

“기관 정지.”

[협조에 감사합니다. 해당 선박은 현재 이란을 향한 UN결의 위반 물품의 선적과 이송에 대한 첩보로 인해 조사 대상이 되었음을 알립니다.]

승선한 한국 해경들로부터 들려온 말은 청천벽력과도 같은 것이었다.

딱히 지은 죄가 없음에도 절로 땀이 흘러내릴 정도.

순간 히로토는 힐끗 선장을 쳐다봤지만 선장은 좀처럼 속내를 알 수 없는 표정으로 일관하고 있는 중이었다.

[화물칸으로 안내하시죠.]

[그 전에 보고부터 하겠습니다.]

선장은 한국 해경의 말에 무전기를 들어 보이며 말했다.

본국의 해상보안청에 보고를 해야 한다는 의미.

그걸 딱히 문제 삼을 생각은 없었던지 한국 해경의 고개가 흔쾌히 끄덕여졌다.

[가시죠.]

선장을 대신해 길잡이에 나선 히로토의 얼굴은 태연했다.

그가 아는 한 어차피 이 배에 한국 해경이 주장하는 것들을 실은 기억은 없으니까.

마음에 걸리는 것이 있다면 견인된 채 배에 실렸던 차량들 정도뿐인데, 그건 이미 히로토 자신이 몇 번을 확인하고 이상이 없음을 확인했던 터라 별문제 될 일은 없을 거다.

[여기. 그리고 여기. 잠시 검사 좀 하겠습니다.]

그때, 하필 한국 해경이 문제의 차량들을 지목하며 부산한 움직임을 보였다.

‘뭔가 있는 건가?’

그게 아니라면 정확히 저 차량들을 지목할 이유가 없으니까.

점점 불안감이 더해진 히로토의 등줄기로는 연신 땀방울이 흘러내렸다.

덜컥!

그사이 엔진룸을 열어 확인 작업에 나선 해경의 손길은 능수능란했다.

이건 마치 해경이 아니라 자동차 전문가이기라도 한 듯.

얼마의 시간이 지났을까. 해경 중 한 명이 갑자기 자신의 동료를 향해 소리쳤다.

“찾았습니다. 차량 부품을 위장해서 곳곳에 숨겨 뒀는데요? 시동이 안 걸리는 것으로 봐선 엔진도 뜯어 봐야 할 것 같습니다.”

“…….”

비록 말을 알아들을 수는 없었지만 심각한 분위기임은 히로토도 인식할 수 있었다.

그 탓에 절로 마른침이 넘어가려는 중 갑자기 해경 중 한 명의 무전기에서 요란한 소리가 들려왔다.

-일본 해상자위대 소속 호위함이 접근 중입니다.”

“해경 함이 아니라 호위함이 왔다고?”

-네, 현재 무전이 날아오는 중인데, 우리의 MTL호 점거를 문제 삼고 있습니다.

무전과 동시에 해경들의 움직임이 바빠졌다.

뭔가 사달이 난 것이 분명한 느낌.

히로토는 빠르게 내달리는 해경들의 뒤를 따랐고, 이후 그가 갑판에 올라와 본 것은 눈을 의심할 만한 장면이었다.

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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