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무기도 만들어 드릴까요? 305화
본 회의에 앞선 각국 정상들의 1-1 회의에선 꽤 인상적인 장면들이 연출되었다.
역사와 달리 G8 자격을 유지 중인 러시아는 미국과 허물없는 대화를 이어 갔고, 원 역사보다 조기에 브렉시트가 현실화된 영국과 유럽 연합은 서먹서먹한 대화를 주고받았다.
[이번에 한국을 향한 상계관세 부과 문제는 심히 유감스럽습니다. 어차피 업체에 대한 정부 보조는 일본에서도 실행되고 있는 것 아닙니까?]
[그 부분에 대해선 따로 실무자들끼리 대화를 하는 것으로 하시죠.]
하이라이트는 역시나 우리 대통령과 아베의 대화였다.
시종일관 굳은 얼굴로 서로에게 불만을 토로하고 있는 모습.
당장이라도 터질 듯한 긴장감이 스크린을 통해 이곳 만찬장에까지 전해졌다.
“예상대로군요.”
“쯧, 이거 저로선 도무지 이해를 못 하겠군요. 만약 정말로 본격적인 관세전쟁이 시작되면 손해를 보는 것은 일본일 텐데, 대체 무슨 생각인지 모르겠습니다. 뭐, 단기적으로 보면 무역수지 면에서 우리가 손해라고는 하지만, 결국 부품단가가 올라가서 제품 경쟁력이 떨어지는 것은 어떻게 감당할 거냐는 말입니다.”
함께 회의 장면을 지켜보던 김 실장은 고개를 저으며 대꾸했다.
역사를 통한 경험이 없었다면 나 또한 같은 생각에 매몰되었을 터.
하지만 지금은 그 이유를 너무도 잘 안다.
저들은 지금 단지 현실도피를 위해 문제를 일으키고 있는 중이라는 걸.
정말로 자신들이 손해인 것을 몰라서가 아니라, 또다시 나락으로 곤두박질칠지도 모를 내각 지지율을 떠받치기 위한 수단으로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는 걸.
“불에 쏠린 관심을 또 다른 불을 일으켜 돌려 보겠다는 거죠. 그건 곧 아베 정권이 현재 우리의 ‘작업’으로 인해서 받고 있는 정치적 타격이 예상보다 크다는 의미기도 하고.”
“네?”
무심히 뱉어 낸 대꾸에 김 실장이 다시 반응했다.
때마침 스크린에선 G8 정상들의 전체 회의가 시작됨을 알리는 장면이 연출되고 있는 상태.
이어졌어야 할 대답을 잠시 미루고 스크린을 향해 손짓해 보였다.
“잘 지켜보세요. 아마 곧 볼만한 상황이 펼쳐질 겁니다.”
김 실장은 그 말에 잔뜩 긴장한 표정을 하며 스크린을 주시했다.
이유는 몰라도 사건을 예고하는 내 표정에서 뭔가 심상치 않음을 느낀 거겠지.
우스운 것은 미국 경제인단과 함께 자리하고 있던 리암 역시도 뭣 때문인지 잔뜩 긴장한 투가 역력하다는 거다.
[유럽은 중국을 향한 제재를 반대합니다.]
첫 포문은 프랑스가 열었다.
요 몇 년 사이 보여 왔던 저들과 중국의 밀착으로 인해 이미 저런 태도쯤은 예상했었던 상태.
아마 이후로는 독일이 프랑스의 주장을 거들고 나설 거다.
[중국을 제재하는 경우 전 세계 제조업 분야에 치명적인 타격이 올 겁니다.]
그럼 그렇지.
“미친, 그렇다고 우리 국민을 향한 IS의 테러에 중국이 관여한 것을 그냥 넘어가자고?”
지켜보던 김 실장이 흥분하여 소리쳤다.
과하게 올라간 목소리 탓에 순간 연회장의 시선이 일제히 우리에게로 꽂혔고, 머쓱해진 김 실장은 연신 주변에 미안함의 눈인사를 전했다.
[그렇다고 한국 국민에게 테러를 자행한 조직에 대한 중국의 지원 사실을 그냥 묻고 넘어가자는 겁니까?]
그때, 영국 총리로부터 의외의 말이 튀어나왔다.
이건 마치 나와 김 실장의 심정을 대변해 주는 것 같았던 멘트.
그게 유럽과 별반 다르지 않은 중국밀착 태도를 보였던 영국의 입에서 나왔다는 사실이 나로선 꽤 의외였다.
‘현실을 파악한 건가?’
현실적으로 보면 그럴 가능성이 컸다.
브렉시트가 현실화되면 우호세력이 필요한 영국으로서는 한미러 3국 연합만큼 든든한 버팀목은 없을 터. 결국 하루라도 빨리 노선을 재정립하겠다는 거지.
아! 그러고 보니 어쩌면 일전 재우 연구소가 내비쳤던 보고서의 내용이 저들의 마음을 돌린 수단이 되었을 수도 있다.
유럽이지만 유럽이 될 수 없는, 향후 영국의 처지에 대한 보고서.
[하지만 한국 측이 필리핀에서 신변을 확보했다는 중국인들이 정말로 본토 출신이라는 뚜렷한 증거는 없지 않습니까? 중국 측의 주장에 따르면 그런 인물들은 중국 군부에 존재하지 않는다고 하더군요.]
[지금 그걸 믿는 겁니까? 그 정도 조작쯤은 눈 하나 깜빡하지 않고 할 수 있는 곳이 중국이라는 나라예요.]
이후 오고 가는 설전에선 내 예상대로 세력 구분이 확실해졌다.
한미러 그리고 캐나다를 중심으로 한 중국 제재파와 유럽을 중심으로 한 반대파.
그중 내가 주시 중인 것은 일본의 반응이었는데, 역시나 일본은 내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하지만 조작이 가능한 것은 한국도 마찬가지죠.]
[…….]
회의장의 분위기는 아베의 한마디에 찬물을 끼얹은 듯 싸늘해졌다.
특히나 톰과 푸틴의 표정은 그야말로 똥을 씹은 것과도 같은 상황.
하지만 저들과는 반대로 난 속으로 쾌재를 외쳤다.
스스로 매를 벌겠다는 데야 뭐.
[우리, 저녁에 따로 이야기 좀 나눕시다.]
그때, 언제 다가온 건지 리암이 등 뒤에서 넌지시 속삭였다.
아마 그도 일본의 갑작스러운 태도 변화가 꽤나 충격이었던 듯.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자 그가 다시 자신의 자리로 돌아갔고, 난 그의 뒷모습을 보며 속으로 웃음을 내뱉었다.
***
[늦어서 미안합니다.]
약속 장소인 워싱턴의 호텔 특실에는 이미 리암이 자리하고 있었다.
의외인 점은 그 자리에 데이빗 카길과 미 국무장관인 에밋도 동석 중이었다는 것.
어찌 보면 미국을 움직이는 실질적인 인물들이 모두 모여 있는 건데, 그건 갑작스러운 일본의 뒤통수에 따른 저들의 충격이 그만큼 크다는 것을 의미할 터.
한데 그걸 알까?
결국 그건 모두 내가 조장한 결과라는 걸.
오로지 한국 죽이기에만 혈안이 되어 있는 일본 극우들은 조금만 건드려 놓으면 바로 달려드는 것이 습관이고, 난 그걸 이용하여 일본이라는 나라를 고립시키고자 하고 있다는 걸.
[전에는 실례가 많았습니다.]
에밋의 첫마디는 이전 일에 대한 사과였다.
따지고 보면 어차피 그 역시 자국의 이익을 위해 움직였던 것뿐.
난 개의치 말라는 표정과 함께 그의 손을 맞잡았다.
[전화위복이라는 말이 있죠. 오히려 지난 일이 있었기에 이런 자리가 가능하지 않았겠습니까.]
에밋은 그 말에 어색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아직은 내가 그리 편하지 않은 모양새인데. 굳이 그걸 불필요한 대화로 해결하기보다는 곧바로 본론을 끄집어내는 것이 그나마도 서로가 편해지는 방법일 거다.
[그나저나 대통령께서 일본에 대해 꽤 실망이 크신 모양이군요. 이렇듯 국무장관님을 직접 이 자리에 보내신 것을 보면.]
[그럴 수밖에요. 그동안 일본은 아무리 미국에게 불만이 있다 해도 그렇듯 공식적인 자리에서 반기를 든 적은 없었으니까요.]
대꾸하는 국무장관의 턱에는 잔뜩 힘이 들어가 있었다.
그 역시 일본의 태도 변화에 어지간히도 충격을 받은 느낌.
하긴, 불과 얼마 전까지 자신이 편들어 줬던 일본에게 그렇게 대놓고 뒤통수를 맞아 버렸으니 분노의 크기가 내 예상보다는 더 컸을 거다.
[뭐, 솔직히 이해를 아주 못 할 바는 아닙니다. 현재로서는 공화당 주도의 현 정부를 향한 일본의 대화 창구는 없다시피 하니까.]
웃으며 다시 자리를 권하려는 순간 그의 말이 이어졌다.
최대한 자제하고는 있지만 여전히 분노의 감정이 절절 끓어오르는 말투.
아니나 다를까, 곧 본심에 충실한 말이 다시 날아든다.
[그렇다 해도 아까처럼 공식적인 자리에서 미국을 향해 발톱을 드러낸 것은 큰 실수이며 우리로선 도저히 용납할 수 없습니다.]
[실수가 아니라 노린 거겠지.]
그 말에 반응을 보인 것은 리암이었다.
시선이 몰리자 리암의 말이 다시 이어졌다.
[이번 도요타 사태로 인해 주어질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니거든. 에밋 장관께서도 아시겠지만, 정부는 이번 기회에 미국 업체들의 자동차 점유율 회복까지 바라고 있소. 그걸 모를 리 없는 일본으로서야 그런 식으로 시위를 한다 해도 이상할 것은 없지. 더군다나 자동차 분야가 일본에 남은 마지막 자존심이자 목숨 줄임을 생각하면 더더욱.]
나와 에밋은 어색한 미소를 내비치는 것으로 대꾸를 대신했다.
아직 할 말이 남은 걸까, 잠시 리암의 입술이 우물거리는가 싶더니 그의 성격을 대변하는 말을 뱉어낸다.
[그나저나 개가 이빨을 드러냈으면 몽둥이를 들어야지. 그것도 하필 큰일을 앞두고 있는 주인에게 대들었다면.]
저렇듯 노골적인 말을 퍼붓는 리암의 모습은 처음이었다.
이거 왠지 분위기가 내 예상보다 더 험악하게 돌아간다 싶은 생각이 들려는 차, 이번엔 에밋이 슈트를 벗어 던지며 동조하고 나섰다.
[네, 안 그래도 톰 역시 그럴 생각을 가지고 있기는 합니다.]
[하면 방법은 연구를 좀 해 봤소? 난 솔직히 상황이 이러면 F22의 일본 판매문제를 재고했으면 싶은데.]
리암은 은근슬쩍 자신의 생각을 내비쳤다.
하지만 그건 내가 바라는 바가 아닌 방향.
다급히 끼어들어 반론을 제기했다.
[아니요, 굳이 그럴 필요까지는 없습니다.]
순간 그 자리에 있는 모든 이들의 시선이 내게로 꽂혔다.
목이 타던 터라 마침 앞에 있던 물로 입술을 축이곤 말을 이었다.
[전에 말했듯 F22는 막대한 운용비로 인해 일본에게는 독이 든 성배와도 같습니다. 때문에 그 결정을 거둬들이는 것은 장기적으로 봤을 때 오히려 일본에게 이익을 주는 건데, 그걸 철회하는 것이 보복 수단이라고 할 수는 없죠.]
리암은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나를 쳐다봤다.
그도 그럴 것이 일본의 F22 도입 문제는 내가 가장 격하게 반발했던 것이니까.
하지만 그거야 족쇄가 풀릴 가능성에 대한 우려 때문이었고, 이미 그 부분에 대한 문제가 해결된 지금은 다르다.
[하지만 이대로 넘어간다는 것은 미국의 자존심을 바닥으로 끌어내리는 결과를 낳소이다.]
계속되는 그의 반발은 한마디로 그런 의미였다.
전 세계가 지켜보는 자리에서 반기를 든 일본에게 미국이 핵심무기를 판매하게 된다면, 앞으로 미국을 벨도 없이 돈벌이에만 정신 팔린 국가라고 낙인찍게 될 것이라는.
과한 생각임을 주장하려는 차, 에밋이 툭 하고 끼어들며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말을 전해 왔다.
[죄송하지만 F22 문제는 두 분이 굳이 논쟁하실 필요 없습니다. 어차피 그건 일본에서 먼저 철회할 가능성이 크니까요.]
[그건 또 무슨 말입니까?]
당황스러운 마음에 되물었다.
궁금한 것은 마찬가지였던 듯, 리암과 데이빗의 시선 역시도 일제히 에밋을 향해 돌아갔고, 에밋은 이제 매고 있던 타이마저 풀어헤치며 말했다.
[실은 낮에 진행된 회의 이후 비공식 전체 회의가 한 번 더 있었습니다. 그 자리에서 일본은 F22 수입을 전면 재고하고 유럽과 차기 스텔스 전투기의 공동 제작 사업을 시작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쳤습니다.]
[…….]
나로서는 충격이 꽤 컸다.
현 정권이 애써 이전 민주당 정권의 똥을 받아 줬더니 이제 와서 일본이 그걸 뒤집는다?
그것도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현 정권에 줄을 대기 위해 온갖 짓을 다 하던 일본이?
미치지 않고서야 어떻게 그런 생각이 가능하다는 말인가.
‘설마……. 미국의 정권 교체에 베팅한 건가?’
순간 스쳐 간 것은 그 생각이었다.
어차피 현 공화당 정부에서는 일본이 기를 펼 수 없는 것이 사실.
결국 죽이 잘 맞았던 민주당 정부의 부활을 도모하려는 건지도 모른다는.
그러기 위해선 반드시 현 미국 정권이 실책을 하도록 유도해야 하는 것이 필수가 아니던가.
‘하긴, 푸들이라고 해서 죄다 다루기 편한 종류만 있는 것은 아닌 터.’
어쩌면 일본은 이제 토이푸들이 아닌, 덩치 큰 스탠다드 푸들로 진화를 시도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지.
[그래서요?]
생각의 끝에 조심스레 물었다.
대체 백악관의 분위기가 얼마만큼이나 험악했기에 저렇듯 표정이 썩은 걸까.
에밋은 한참을 우물쭈물한 끝에야 대답했다.
[빌어먹을, 문제는 현재로서는 현시점에서 우리가 끝내 일본을 몰아붙이지 못한다는 거죠.]
[…….]
[물론 마음먹는다면야 일본 하나쯤 곤란하게 만들 수단이 없겠습니까만, 그랬다간 아예 튀어 나가버릴 것이 걱정이라는 겁니다.]
나와 리암은 그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데이빗은 여전히 멍한 표정.
그에게 부연 설명을 해 주려 입을 열려는 차에 에밋이 선수를 쳤다.
[사실 가장 확실한 카드는 우리가 일본과 맺은 무제한 통화스와프를 건드리는 겁니다. 하지만 그 경우 일본 경제의 완전한 추락을 의미하고, 그건 결국 미국을 비롯한 세계 경제의 몰락을 가져오기에 사용할 수 없는 카드라는 거죠. 해서 그동안 우리에게서 도입한 무기들의 정비 문제를 건드리는 방법도 있습니다만, 역시나 문제는 일본이라는 공이 아예 다른 방향으로 튀어 나갈까 싶은 겁니다.]
[…….]
데이빗은 잠시간 이해하는 표정을 지었다가 다시 고개를 갸웃했다.
그 모습을 본 에밋이 재빨리 말을 덧붙였다.
[아시다시피 현재 유럽은 미국의 영향력을 무리 없이 벗어나는 길을 찾아내지 않았습니까. 하니 일본도 그 길을 따라갈 가능성이 크다는 거죠.]
[흥! 그게 뭐가 무서워서요?]
데이빗은 발끈하며 대꾸했다.
그의 입장에서는 ‘고작’ 일본 따위가 등을 돌리는 것에 안절부절못하는 정부가 고깝게 보인 거겠지.
답답했던 듯 에밋이 다시 설명을 이으려는 차에 내가 슬쩍 끼어들었다.
[일본이 등을 돌리는 것이야 뭐가 문제겠습니까. 단지 미국으로서는 그동안 두둑했던 주머니 하나가 사라져 버리는 것이 안타까운 거죠. 아무튼, 그래서요?]
에밋은 그 말에 어색한 미소로 응대했다.
지나치게 뼈를 때린 걸까 싶은 생각이 들 무렵 그가 말을 이었다.
[해서 내린 결론은 일본을 완전히 한국의 영향력 아래에 들어가게 하자는 겁니다. 해서 더는 골치 아픈 존재가 되지 않도록 만들자는.]
그 말의 의미가 곧장 깨달아졌다.
과거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우리가 일본의 영향력 아래로 들어가는 것을 묵인했듯, 이젠 일본이 우리 휘하에 들어오는 것을 묵인하겠다는.
아무튼, 영악하기로는 둘째가라면 서운할 존재들이다.
[무슨 말씀인 줄은 알겠는데, 그게 그리 쉽겠습니까? 최악의 경우엔 일본과 우리의 무력 충돌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는 마당에. 미국이 우방끼리의 무력 분쟁을 두고 볼 수 있느냐는 겁니다.]
난 굳이 말을 돌리지 않았다.
나와는 달리 뒤늦게 에밋이 뱉어 냈던 말의 진정한 의미를 깨달은 리암과 데이빗의 눈빛이 크게 흔들렸다.
[그렇게까지는 되지 않기를 바라야죠. 하지만 만약 그게 유일한 방법이라면 묵인할 용의도 있습니다. 단, 전면적으로까지 치닫지만 않는다면.]
[…….]
[솔직히 지금의 한국이라면 적당한 무력투사로도 일본을 손들게 하는 것이 가능하지 않습니까.]
[…….]
***
“무슨 생각을 그리 골똘히 하세요?”
늦은 밤, 숙소에서 한참을 생각에 잠겨 있자 나타샤가 넌지시 곁에 앉으며 물었다.
최근 미디어 분야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그녀는 오늘도 관련된 미국의 사업가들과의 만남을 하고 온 터였다.
“아! 좀 생각할 일이 있어서.”
“또 일본 때문이에요?”
“아니라고는 못 하겠군. 그나저나 오늘은 누굴 만났기에 그렇듯 잔뜩 들뜬 거지?”
나타샤는 자신의 일에 관심을 보이는 내 태도에 눈빛이 달라졌다.
혹여 기다리기라도 했던 건가, 순간 그녀가 바짝 몸을 밀착하며 의외의 말을 꺼냈다.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재우PMC 대원들의 교전 장면을 본 할리우드 관계자가 제안을 하나 해 왔어요.”
“무슨 제안?”
“재우의 중장갑을 영화에 동원해 보면 어떻겠느냐고요. 마치 F22 전투기가 처음 세상에 날려질 때 영화에 등장했었던 것처럼 말이에요. 그렇게 되면 한국의 국격 상승은 물론 재우의 기술력을 전 세계에 확실하게 인식시켜 주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