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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무기도 만들어 드릴까요?-297화 (297/372)

#핵무기도 만들어 드릴까요? 297화

2014년 3월.

위구르 남부의 한 기차역에선 엄청난 수의 사람들이 무릎을 꿇은 채 앉아 있었다.

하나같이 등에 무언가가 적힌 파란색 점퍼를 입고 있는 상태.

얼핏 보면 꼭 어느 단체에서 야유회라도 나온 건가 싶기도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들은 중국 공안에 의해 수용소로 향하는 위구르인들이었다.

“난 끌려갈 이유가 없어! 그저 평범한 장사꾼에 불과하다고!”

현실을 인정하기 싫었던 위구르 사내 하나가 거칠게 저항했다.

“닥치고 얌전히 있어!”

퍽!

하지만 날아오는 것은 모진 곤봉질과 욕설뿐.

그럼에도 끝내 사내의 저항이 만만치가 않자 결국 공안은 그에게 총부리를 겨눴다.

“더 이상 저항하면 네놈 머리통을 날려 버릴 줄 알아.”

단순 경고가 아닌 듯한 분위기에 위구르 사내의 입이 절로 다물어졌다.

하지만 막상 총을 겨눴던 공안은 그동안 쌓인 스트레스를 풀기라도 하려는 듯 끝내 사내의 머리채를 붙잡아 어딘가로 끌고 갔고, 이후 그곳에선 탕 하고 총이 발사되는 소리가 들려왔다.

[개자식들…… 어찌 사람 목숨을 파리만도 못하게 여기는 건가.]

지켜보고 있던 다른 위구르 노인 한 명이 불만의 말을 뱉어 냈다.

“이 새끼가 지금 뭐라고 헛소리를 해 대는 거야?”

퍽퍽!

용케 그 말을 들은 건지 순간 곁에 있던 다른 공안 한 명이 즉시 노인을 향해 곤봉질을 가했고. 그로 인해 온통 총소리가 난 방향으로 향했던 위구르 인들의 시선은 이제 노인에게로 집중됐다.

“적당히 하시오! 그 어른 연세가 올해로 60 중반을 넘겼습니다. 그렇듯 모진 매질을 어떻게 버티라는 겁니까.”

참다못한 젊은 위구르 사내가 다급히 공안을 만류했다.

하지만 작정하고 시작한 매질이 멈춰질 리가 있나.

결국 견디지 못한 노인이 의식을 잃었지만 잔인하게도 공안의 매질은 기어이 노인의 머리통을 부숴 버리고 말았다.

“꺄악!”

놀란 주변의 위구르 여인들이 비명을 내지르며 아우성을 쳤다.

“뭘 쳐다봐. 이 벌레만도 못한 것들아.”

돌아서 그들을 향해 욕을 하는 공안의 눈은 이미 반쯤은 돌아가 있는 상태.

그건 마치 피 맛을 본 육식 동물의 그것과도 같아 보였다.

퍽!

“컥!”

그때, 어디선가 들려온 둔탁한 소리와 함께 갑자기 예의 그 공안이 목을 부여잡고 바닥을 뒹굴었다.

영문을 모르는 다른 공안들은 즉시 쓰러진 공안에게 달려갔고, 이내 그들이 발견한 것은 머리에서 피를 뿜어내며 몸을 부들부들 떨고 있는 동료의 모습이었다.

“저격이다!”

뒤늦게 상황을 눈치챈 공안들은 우왕좌왕하며 숨을 곳을 찾아 엎드렸다.

그나마 생각이 빨랐던 자들의 경우엔 들고 있던 강화 폴리카보네이트 소재의 방패로 제 몸을 보호했지만, 그게 총탄을 막아 낼 리가 있나.

퍽, 퍽, 퍽!

결국 어디선가 연속해서 날아오는 총탄에 의해 속수무책으로 쓰러지는 것은 당연한 순서였다.

두두두두!

이후 들려온 것은 중기관총이 탄을 쏟아 내는 소리였다.

퍼버버버벅!

아니나 다를까, 곧 공안들이 숨어든 곳을 집요하게 파고드는 총탄들.

“숨어!”

하지만 두께가 무려 30센티미터가 넘는 강화 콘크리트로 된 벽을 뚫는 것은 무리였고, 결국 그곳에서 안전을 확보한 공안들은 각자 소지하고 있던 소총으로 응사를 시작했다.

“2시 방향!”

지휘관의 빠른 판단으로 총탄이 날아오는 방향은 제법 빨리 찾아낸 편이었다.

투두두두두!

뒤이은 대응사격 덕분에 날아드는 총탄도 현격히 줄은 상태.

그런데 총이 전부가 아니었던가, 이번엔 어디선가 공기를 찢는 소리가 들려오더니 공안들이 숨어들었던 벽을 통째로 날려 버렸다.

쐐액! 퍼엉!

“크악!”

“무슨 일이…….”

상황에 놀란 위구르인들은 차마 고개조차도 들지 못한 채 바닥에 바짝 몸을 수그렸다.

[다들 기차로 피해!]

때마침 어디선가 들려오는, 대피권고.

워낙 유창한 위구르어였던 덕분에 사람들은 앞뒤 잴 겨를도 없이 일제히 기차를 향해 내달렸고, 이후 저편에서 날아드는 총탄들은 마치 그들을 보호하려는 듯 뒤를 잡으려는 공안들만을 집요하게 노렸다.

“컥!”

“여, 여긴 이송 팀. 지금 기차역이 공격받고 있다. 군의 지원을 바란다.”

맥없이 쓰러져 가는 동료들을 본 공안 중 하나가 재빨리 기둥에 몸을 숨긴 채 본부에 지원을 요청했다.

벽이 날아간 것으로 봐선 필시 휴대용 미사일이나 RPG가 동원되었을 터.

고작 소총에 불과한 무장만을 지닌 공안들만으로는 대응이 무리라는 판단에서였는데, 안타깝게도 그 무전은 끝을 맺지 못했다.

쐐액!

바로 지금, 그를 향해 날아온 또 한 발의 대전차 미사일로 인해서.

쾅!

폭발은 숨어 있던 공안과 기둥을 동시에 날려 버렸다.

당황스러운 것은 날아온 미사일이 한 발이 아니라는 사실.

쾅쾅!

이후 연속된 폭발로 야외 플랫폼의 천정을 지탱하고 있던 기둥들이 줄줄이 무너졌고, 그 탓에 힘의 균형을 잃은 아치형 천정이 통째로 주저앉았다.

“맙소사!”

이제 막 출발한 기차 안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던 위구르인들은 하나같이 제 가슴을 쓸어내렸다.

그도 그럴 것이 조금만 출발이 늦었다면 무너진 천정이 기차마저 덮쳤을 테니까.

의문인 것은 기차가 어떻게 타이밍에 맞춰 움직였냐는 건데, 그건 객차의 앞쪽에서 들려오는 말로 인해 해소됐다.

“주목하시오!”

“…….”

“난 위구르 민족해방전선의 부참모장을 맡고 있는 나딘 라바키요. 이제 이 기차는 여러분을 보다 안전한 곳으로 모시고 갈 겁니다.”

“민족해방전선이면, 레비야 카디르께서 이끄신다는 독립군을 말하는 겁니까?”

때마침 나딘의 앞에 앉아 있던 40대의 사내가 반문했다.

그나마 민족해방전선이라는 조직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지식이 있는 인물이었던 듯.

나딘은 옅은 미소와 함께 고개를 끄덕여 보였고, 사내는 환한 미소로 사람들을 향해 외쳤다.

“맙소사! 카디르 님께서 돌아오셨답니다!”

“우와!”

위구르 인들은 사내의 외침에 일제히 환호성을 내질렀다.

한때 위구르의 대모라고 불리는 그녀가 미국에서의 망명 생활을 마치고 돌아왔다는 소식은 그들로서는 당연히 기뻐할 만한 것.

게다가 단지 서방언론을 이용하여 위구르의 실상을 밝히는 것에 그치던 전과는 달리, 이젠 무력투쟁을 시도하고 있다는 것이 저들의 희망을 더한 셈이었다.

“저, 저기 좀 보십시오!”

한참 기쁨의 환호성이 기차 내에 울려 퍼질 무렵 이번엔 30대의 사내 하나가 경악스러운 표정으로 창밖을 손가락질했다.

마침 기차는 개활지를 달리고 있던 상황.

어느새 군이 소식을 듣고 출동한 건지 기찻길과 나란히 이어지는 도로를 향해 수도 없이 많은 수의 전차와 장갑차량들이 몰려오고 있는 중이었다.

“빌어먹을, 아예 기차를 통째로 날려 버릴 생각인 건가?”

중국군이라면 충분히 그렇게 하고도 남았다.

그 탓에 위구르인들은 일제히 울부짖으며 자리에 주저앉았지만 정작 나딘 부참모장의 얼굴은 평온하기 그지없는 상황.

답답한 마음에 예의 그 30대 청년이 따지고 들려는 순간 나딘이 갑자기 무전기를 들며 어딘가로 교신을 시도했다.

치직!

“적 전차와 장갑차 세력들이 나타났다. 지원 바란다.”

짧은 지원 요청을 한 나딘은 이후 몇 번이고 하늘을 쳐다봤다.

마치 무언가를 기다리기라도 하는 듯.

이후 다시 교신을 시도하려 그가 무전기에 손을 얹은 순간.

쾅!

이제 막 기차를 향해 포신을 돌리던 전차 한 대가 갑자기 뚜껑이 날아갈 정도도 엄청난 폭발을 일으켰다.

쾅쾅쾅쾅!

그걸 신호로 기차를 향해 달려오던 중국군의 기갑 세력들에선 연속된 폭발이 시작됐다.

“맙소사!”

얼핏 보면 마치 신이 떨어트린 벼락이 저들을 응징이라도 하는 느낌.

놀란 위구르인들은 즉시 창에 달라붙어 하늘을 쳐다봤고, 이후 그들은 하늘을 뒤덮은 무언가를 발견했다.

폭탄이라고 정의하기엔 왠지 움직임이 심상치 않은.

그렇다고 또 항공기라고 지칭하기엔 지나치게 작은 무언가를.

치직!

“최악의 경우 놈들이 기갑 차량들을 동원하여 기차의 탈선을 유도할 수도 있다. 그 전에 모두 처리해야만 한다.”

함께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나딘은 다시 어딘가와 교신을 시도했다.

그에 부응하듯 일제히 장갑차들을 향해 떨어져 내리는 예의 그 물체들.

쾅쾅쾅!

당황스러운 것은 중국군들의 반응이었는데, 한참 허공을 향해 응사를 하던 그들은 상황이 여의치 않음을 파악한 듯 일제히 차량을 버리고 탈출을 감행했다는 거다.

부우우웅!

하지만 막상 도주를 하는 것도 여의치는 않아 보였다.

어디선가 나타난 엄청난 수의 전투차량들이 그들을 추적하기 시작했기에.

이후 차량에 설치되어 있던 미니건들이 불을 뿜었고, 도주하는 중국군은 순식간에 피륙이 되어 갔다.

“맙소사!”

위구르인들은 마치 꿈을 꾸고 있기라도 하다는 듯 멍한 표정만 지을 뿐이었다.

늘 그들을 억압해 왔던 강한 군대.

한데 고작 게릴라 부대로 보이는 조직에게 저렇듯 힘없이 무너지는 모습이 왠지 낯설었기에.

그때, 나딘이 그들의 상념을 깨는 말을 뱉어 냈다.

“앞으로 20분 후에 기차가 개활지에서 여러분들을 내려 줄 겁니다. 그곳에 대기 중인 차량을 이용해서 안전한 곳으로 모시도록 하죠. 참고로 저들을 도와줄 후속 부대 따위는 보내지 못할 겁니다. 현재 이 근처의 중국군 부대들 역시도 공격을 받고 있는 처지니까.”

짧은 안내를 끝낸 나딘은 기관차량을 향해 몸을 돌렸다.

여전히 한마디도 말을 꺼내지 못하는 위구르인들.

우습게도 그들의 마음엔 생애 최초로 희망의 불꽃이 솟아났다.

어쩌면, 독립이 영 꿈만은 아닐 수도 있다는.

***

“위구르 민족해방전선이 수용소로 향하던 기차 탈취에 성공했답니다. 그리고 현재 두 곳의 수용소가 해방전선에 의해 장악됐고요.”

며칠 후, 김영기 실장은 위구르에서의 봉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음을 알려왔다.

그중 유독 내 귀에 꽂힌 것은 수용소를 먼저 장악했다는 사실.

왠지 그게 의미 깊게 다가왔다.

“수용된 사람들을 빼돌릴 생각이면 최대한 빨리 시행해야 할 겁니다. 지금이야 중국군이 기습에 당해서 정신을 못 차리고 있지만, 본격적인 진압에 나서기 시작하면 당해 낼 방법이 없을 테니까.”

“저도 그게 걱정입니다. 아무리 두 곳에 불과하다지만 수용 인원만도 수만 명이나 될 텐데, 지원부대가 도달하기 전에 그 많은 인원을 어떻게 빼돌릴지 말입니다.”

“이송 문제는 걱정 안 해도 됩니다.”

무심히 뱉어 낸 대꾸에 김 실장이 고개를 갸웃했다.

마침 살펴보고 있던 노트북 화면을 휙 하고 그를 향해 돌리자 그가 다가와 모니터를 살핀다.

“어? 이 뉴스 저도 봤습니다. 최근 인도에서 중고 트럭들이 품귀현상을 겪고 있다는. 가만, 그럼 설마…….”

“맞습니다. 이번 일을 위해 위구르 출신 사업가가 인도에서 대량의 트럭들을 사들였죠. 뭐, 비용은 미국이 지불했으니 실질적으로는 미국이 사들였다고 해야겠군요.”

김 실장은 그 말에 기가 차다는 표정을 지었다.

하긴, 중고트럭 매입 문제는 그에게마저도 비밀로 했었던 문제니까.

마주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서자 그가 재빨리 따라붙으며 질문을 잇는다.

“그나저나 다음엔 어쩌려는지 모르겠습니다. 보아하니 민족해방전선에선 수용소들이란 수용소들은 죄다 털어 낼 것 같은데, 중국도 바보가 아닌 다음에야 대비를 하고 있을 것 아닙니까.”

“그야 당연하겠죠. 해서 한동안은 다른 곳을 목표로 삼을 것을 권고한 상태입니다.”

“그들이 권고를 순순히 따르겠다니, 그나마 그건 다행이군요.”

김 실장은 안도의 한숨과 함께 대꾸했다.

이해 못 할 부분도 아닌 것은, 만약 우리의 권고가 무시되면 차후 진행될 작전에서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니까.

하지만 다행히도 위구르 민족해방전선의 지휘관들은 철저하게 우리의 조언을 따랐고, 그건 필시 레비야 카디르의 입김이 작용한 결과일 거다.

“참 대단한 여인이죠? 그 민족해방전선 지도자 말입니다.”

같은 생각을 한 듯 김 실장이 그녀의 이름을 언급했다.

가난한 위구르인으로 태어나 한때 중국에서 가장 성공한 여성 사업가 중 한 명으로 명성을 날렸던 존재.

그러나 결국 위구르인들을 향한 중국의 탄압에 반기를 들고 투사가 된 여인.

언젠가는 그녀를 꼭 한 번쯤은 만나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대단한 여인이죠. 솔직히 봉기가 시작된 마당이면 끝까지 수용소 확보에 열을 올렸을 텐데, 정작 그녀는 누구보다 냉정하게 상황을 주시하고 있으니까요.”

“실제로 처음엔 그런 주장을 하기는 했었습니다. 가장 먼저 모든 수용소를 목표로 삼을 거라고. 솔직히 전 그 부분이 좀처럼 이해가 안 갔습니다. 대체 왜 저들이 수용소에 그토록 집착을 하는 건지.”

복도로 향하는 와중 뱉어 낸 말에 김 실장이 의문을 제기했다.

힐끗 그를 쳐다보곤 다시 설명을 덧붙였다.

“가족들이 잡혀 있다면 당연히 구하려 하는 것이 정상 아니겠습니까?”

“…….”

“아시겠지만 중국이 강제 수용 중인 위구르인들은 무려 100만에 달합니다. 전체 위구르 인구가 900만을 조금 넘기는 것을 생각하면 그야말로 어마어마한 수죠. 해서 독립군들도 아마 가족 한 명씩은 그곳에 수용되어 있다고 봐야 합니다.”

“아!”

“문제는 그중 꽤 많은 사람들이 장기 매매의 희생자가 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하니 한시라도 빨리 구출하고 싶은 마음은 당연한 겁니다.”

김 실장은 비로소 내 말의 의미를 이해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중국의 반인륜적인 처사에 치가 떨렸던 걸까, 한참을 침묵하던 그는 막 도착한 엘리베이터의 소리와 동시에 다시 입을 열었다.

“그나저나 마이클과 알렉세이는 요즘 한국 방문이 지나치게 잦은 것 아닙니까?”

김 실장의 말투에선 불만이 배어 나왔다.

하긴 다른 이들도 아니고, 미국과 러시아에서도 핵심 인물인 그들의 잦은 방문은 재우의 총괄 실장인 그로서도 피곤한 일이기는 하지.

웃으며 엘리베이터에 오르고선 대꾸를 뱉어냈다.

“아마 내가 제안했던 것들에 대한 답을 들고 온 걸 겁니다. 미국은 자국의 핵심 전략기술을 우리와 공유하는 것에 대해서. 그리고 러시아는 우리와 AI의 공동개발에 대한 양해각서를 체결하기 위해서.”

“전 이해가 안 가는군요. AI개발은 우리가 러시아보다는 한참 앞서 있는 마당에 굳이 그걸 공동개발까지 해야 하는지 말입니다.”

그건 당연히 가질 수 있는 생각이었다.

겉으로 보기엔 우리의 AI 분야가 세계 최고의 수준.

하지만 나타샤의 증언에 따르면 그건 오판이었음이 드러났다.

하면 나로서도 당연히 교만을 버리고 받아들일 것은 받아들여야 하는 것이 옳을 터.

어차피 적당한 기회도 주어졌겠다, 난 기어이 저들의 기술을 얻어 낼 생각이다.

우웅!

속으로 다짐을 하고 있던 와중 휴대폰이 진동했다.

확인된 발신자는 국방장관.

안 그래도 곧 만나야 할 그가 이렇듯 전화를 한 것이 뭔가 꺼림칙한 느낌을 준다.

“막 출발한 터였습니다만, 무슨 일이라도 있으십니까?”

-방금 일본 내각에서 대국민 담화를 발표했는데, 자위대가 조만간 F-22를 정식으로 도입한다고 합니다.

“무슨…… 미국에서 그걸 허락했다고요?”

당황스러운 마음에 문이 열린 엘리베이터를 빠져나갈 생각도 하지 못했다.

이후 리암에게 전화라도 걸어 볼 요량으로 다급히 통화를 끊어 내려는 차, 장관의 말이 다시 이어졌다.

“전 민주당 정권. 아니, 오바마가 거하게 똥을 싸고 퇴임해 버린 모양입니다. 안 그래도 제가 방금 리암 회장과 통화를 했는데, 지금 백악관도 그 문제로 발칵 뒤집어졌다는군요.”

그 말에 절로 비웃음이 터졌다.

핑계치고는 지나치게 어설펐거든.

막말로 아무리 전 정권이 싼 똥이라고 해도 그걸 현 정권이 모르고 있었다는 것이 말이 되나.

게다가 막으려면 얼마든지 막을 수도 있을 문제를 저렇듯 일본에서 대놓고 발표하기까지 그냥 둔다고?

아마도 장관에게 했다는 그 변명은 나를 의식해서 둘러댄 핑계에 불과할 거다.

‘이유가 뭐지? 하필 이 시기에 일본이 F22를 도입하게 두려는 이유.’

생각은 계속해서 뿌리를 내렸다.

그리고 얻어진 결론은 현 미국 정권이 어쩌면 전 정권이 싼 똥을 의도적으로 이용하고 있는지도 모른다는 것.

그건 정황이 증명했다.

‘F22가 수출된다면 당연히 라인은 되살아날 거고, 그렇게 되면 개량까지도 바라볼 수가 있겠지.’

하면 예상보다 비용 소모가 심하며 소프트웨어의 불안 요소까지 존재하는 F35의 자리를 일부나마 채울 수도 있고.

‘아! 그러고 보니 현시점에서의 미 공군은 굳이 F35를 고집할 이유도 없지 않나?’

씨익.

왠지 답을 알아낸 기분이었다.

지금 미국은 결론적으로 자신들의 위기를 넘기려는 의도라는 걸.

어차피 일본을 향한 F22의 수출로 인한 비난은 전 정권이 받는 상황이겠다.

그럼 차라리 이 기회를 통해 미국의 자존심이자 유일한 공중제압 전투기인 F-22의 생명줄을 연장하겠다는.

“의도는 이해한다만 우리로선 그리 호락호락하게 넘어가 줄 문제는 아니지.”

“네?”

무심코 뱉어 낸 혼잣말에 김 실장이 반응했다.

힐끗 그를 쳐다보곤 입매를 뒤틀자 그가 흠칫 하고 놀란 표정을 지어 보인다.

“아무래도 미국이 내게 제대로 꼬투리가 잡히고 싶은 모양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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