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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무기도 만들어 드릴까요?-296화 (296/372)

#핵무기도 만들어 드릴까요? 296화

마이클과 알렉세이의 눈은 한없이 커져 있었다.

하긴, 저 육중한 물체에 로켓을 달아 떨어져 내리는 속도를 반감한다는 시도를 할 줄은 몰랐겠지.

하지만 따지고 보면 당연한 거다.

저 육중한 물체를 고작 낙하산 따위에 매달아 떨어트렸다가는 충격을 감당하지 못할 테고, 결국 그 대안이 될 만한 것은 역추진밖에 없으니까.

푸슉!

두 사람이 놀라는 사이, 마침 지상 착지에 성공한 물건. 정확히는 강습용 투하 모듈에서 바람 빠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생긴 것은 마치 커다란 탈출용 캡슐과도 같은 느낌.

이후 확 하고 문이 열림과 동시에 그것에서 빠져나온 것은 중장갑을 갖춘 병력이었다.

[맙소사! 중장갑 병력을 정말로 저런 식으로 공중에서 투하하는 것이 가능한 일이었군요.]

마이클은 연신 입을 다물지 못하고 탄성을 내뱉었다.

쿵! 쿵! 쿵!

그사이 차례로 떨어져 내리는 투하 모듈들.

이후 그곳에서도 중장갑을 갖춘 병력들이 하나씩 빠져나왔고, 결국 최종적으로 지상에 착지한 중장갑 병력의 수는 총 8명이었다.

[8명이라…… 이송 가능한 수가 많은 편은 아니군요.]

내내 탄성을 내지르던 마이클은 착지한 병력들의 수가 그리 많지 않음을 보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나 역시 그 부분이 아쉬운 것은 마찬가지.

하지만 헬기가 수용할 수 있는 무게를 감안하면 그건 어쩔 수 없는 한계였다.

[너무 실망하실 것은 없습니다. 8명의 중장갑 병력이라면 웬만한 강습 작전에서의 선발대 역할을 감당하기에 충분한 수량이니까요.]

[그렇겠죠. 특히나 저렇듯 대전차 전을 상정한 무장까지 확실하게 갖추고 있는 상황이라면 더더욱. 그나저나 투하고도를 더 높일 수는 없는 겁니까?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는 좀 낮은 위치에서 모듈을 투하하는 기분입니다만.]

[안타깝게도 저 이상의 고도에서는 무리입니다.]

[아니, 왜요?]

마이클은 곧바로 의문을 내비쳤다.

그도 그럴 것이 어차피 역추진 로켓을 탑재한 상황이면 모기의 안전을 위해서라도 높은 곳에서의 투하가 유리한 것은 사실이니까.

하지만 그건 정작 모듈과 그 안에 탑승하고 있는 인원들의 안전을 고려하지 않은 제안이다.

보다 정확히는 지금의 기술적 한계를 고려하지 않았다고 해야겠지.

[저 이상 투하고도를 높이면 역추진 로켓이 가속도를 이겨 내지 못합니다. 그렇다고 로켓의 추력을 높이면 무게증가는 물론 모듈의 크기 또한 수용 한계선을 넘어가게 되죠. 결정적으로 저 이상의 고도에서 추락하는 경우 모듈 자체의 자세제어가 불가능해지는 것으로 결론 났습니다.]

[거, 마이클 대장께선 너무 많은 걸 바라는 것 아닙니까? 솔직히 제가 보기엔 지금 수준만도 훌륭하다고 봅니다. 그런 의미에서 하는 말인데, 저걸 당장 작전에 투입하는 것이 가능한 겁니까?]

내내 곁에서 듣고 있던 알렉세이는 은근슬쩍 내 주장에 힘을 실어 줬다.

얼핏 본 그의 눈에선 욕심이 잔뜩 드러나고 있는 상황.

혹시나 싶은 마음에 설명을 덧붙였다.

[미리 말씀드리지만, 저건 대략 수년은 더 개선이 진행되어야 하니 당장 저걸 어딘가에 써먹겠다는 생각은 안 하시는 것이 좋을 겁니다.]

[네? 아니, 저기서 더 개선할 점이 뭐가 있다고요? 거, 가만 보면 진 회장님은 지나치게 신중한 면이 있어요.]

알렉세이는 불만스러운 투로 되물었다.

이래서 관련 분야 출신이 아닌 관료들에게는 확실한 성능이 보장될 때까진 절대로 결과부터 보여 주지 않는 것이 이 바닥의 상식.

하지만 어쩌랴.

결국 이 프로젝트의 완성을 위해선 저들의 도움이 필요한 마당에.

씁쓸함을 삼키며 도열 중인 중잡갑 병력들과 모듈을 향해 다가가선 말했다.

[맞습니다. 전 무기개발에 있어서만큼은 남들보다 훨씬 신중함을 기하는 편입니다. 그 이유는 신뢰성이 부족한 무기는 결국 병사들의 안전을 보장하지 못하기 때문이죠.]

병사들의 안전이라는 단어를 콕 집어내자 알렉세이가 머쓱한 표정을 지었다.

때마침 모듈을 모두 투하한 헬기가 지상에 착지하고 있던 상태.

도무지 견딜 수가 없을 정도의 소음에 절로 찌푸려지는 인상을 펴며 말을 이었다.

[개선해야 할 점은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그중 가장 우선적인 점을 말하자면 이 모듈의 경우 1회용에 불과하다는 점이죠.]

[1회용?]

[아니, 이걸 고작 한 번밖에 못 쓴다는 말입니까?]

알렉세이와 마이클은 동시에 대꾸를 뱉어 냈다.

이후 날아든 것은 설명을 요구하는 눈빛들.

턱 하고 모듈에 손을 얹곤 말했다.

[이게 1회용일 수밖에 없는 첫 번째 이유는 지금으로서는 투하 이후 그걸 다시 회수할 방법이 없기 때문입니다.]

[…….]

[이걸 다시 회수하기 위해선 작전지에 다시 회수용 헬기가 투입되어야 하고 또 모듈 자체를 다시 헬기에 탑재해야 하는 번거로운 과정이 필요한데, 치열하게 전투가 벌어지는 상황하에서 그게 가능하겠습니까.]

[…….]

[물론 상황이 완전히 정리가 끝난 후라면 가능은 하겠죠. 하지만 이 정도 무게의 모듈을 현장에서 다시 헬기에 안착하려면 장비가 필요한데, 그것 또한 여간 번거로운 일이 아니죠.]

[흠.]

마이클은 인정한다는 듯 신음을 내뱉었다.

힐끗 쳐다본 알렉세이는 입을 꾹 다문 상태.

왠지 실망의 기운이 큰 눈빛이었던 터라 즉시 해답이 될 만한 것을 제시했다.

[그렇다고 답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앞서 말씀드렸던 개선해야 할 점이라는 것이 바로 그 부분이기도 하고.]

[그 말인즉, 모듈을 재사용할 방법이 있다는 말입니까?]

[물론이죠.]

[어떻게요? 아, 빨리 좀 말씀해 보세요. 거, 성질 급한 사람 숨넘어가겠습니다.]

[모듈 스스로가 제자리를 찾아가게 만드는 거죠.]

난 거듭되는 알렉세이의 재촉에 결론부터 뱉어 냈다.

역시나 이해하지 못한 표정.

즉시 손가락을 모듈의 로켓 부분으로 향하곤 다시 말을 보탰다.

[그게 가능하려면 우선 지금보다 정밀한 추력제어가 가능한 액체연료 추진체가 필요합니다. 그에 더해서 단순히 하강에 필요한 자세제어 장치만이 아닌 상승 단계에서의 자세제어가 가능한 하드웨어와 제어 알고리즘을 구축해야 하죠. 한데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AI의 필요성입니다.]

[AI?]

두 사람은 마지막 말만큼은 이해하지 못한 듯했다.

뭐, 고작 병력투하 모듈에 AI까지 필요하다는 것이 당황스럽긴 하겠지.

옅은 미소와 함께 다시 말을 이었다.

[이 물건이 회수되기 위해선 단순히 하늘로 다시 끌어 올리는 것만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보시다시피 모기인 이 헬기에. 그것도 정확하게 제자리에 도킹을 해야 하는 과정이 필요하죠. 한데 그 과정이 그리 쉽겠습니까? 바람을 비롯한 온갖 변수를 극복하고 도킹에 성공하는 것이?]

[하아…….]

[그렇다고 그걸 사람이 일일이 조종한다는 것도 사실상 말이 안 되고 결국 그걸 극복하려면 AI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그게 가능한 수준까지 이르려면 대체 비용이 얼마나…….]

말을 잇던 와중 마이클이 슬그머니 끼어들었다.

결국 돈이 아니면 극복하기 쉽지 않은 과제임을 눈치챈 거지.

하지만 그건 아직 나도 모르기에 대답해 줄 수 없었고, 결국 할 수 있는 말이라곤 ‘그래서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라는 것뿐이었다.

[쯧.]

마이클은 그 말에 아쉽다는 표정을 드러냈다.

하지만 그도 잠시 뭣 때문인지 대번에 눈빛이 돌변한 그가 슬며시 모듈을 향해 시선을 주며 되물었다.

[그렇다곤 해도, 1회용으로는 당장이라도 사용이 가능하다는 말이죠?]

순간 그의 생각이 가감 없이 전해졌다.

개선은 개선이고, 어찌 됐건 당장 저 물건을 실전에서 사용 가능하다는 사실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것.

그런데 해결해야 하는 문제는 또 하나가 남아 있다.

턱!

[당연히 사용은 가능하죠. 하지만 이송 수단이 되는 이 헬기의 소음 문제만큼은 우선적으로 해결해야만 합니다.]

[소음이요?]

[생각해 보십시오. 이 모듈을 활용하여 중장갑 병력이 투입되는 작전의 경우, 대부분이 은밀성을 필요로 하는 상황일 텐데, 이렇듯 소음이 커서야 어디 안전을 책임질 수 있겠습니까?]

마이클은 그 말에 슬쩍 헬기를 쳐다봤다.

미국이 제공한 물건인 덕분에 그 특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던 그는 이내 허탈한 미소와 함께 말했다.

[하긴 우리야 주로 대공감시체계를 확실히 무너트리고 난 이후에나 강습작전을 했기에 소음에 신경을 쓰지 않은 것은 사실이죠. 진 회장님 말씀처럼 저 헬기를 동원해서 은밀한 작전을 구사한다는 것은 불가능할 겁니다. 하면 그 부분은 어찌 해결할 생각이십니까.]

마이클은 의미심장한 눈빛을 하며 되물었다.

대답 대신 주머니에서 사진 한 장을 꺼내 보이자 그의 눈이 커다랗게 떠졌다.

[이건!]

[맞습니다. 한때 미국이 빈라덴 사살 작전에 동원했던 기종이죠. 그야말로 저소음의 끝을 봤다고 할 정도로 혁신적인 엔진을 탑재한. 해서 전 이 엔진을 확장하여 새로운 모기를 개선했으면 합니다.]

[…….]

마이클은 한동안 대답은 하지 않은 채 입술만 짓씹었다.

무리도 아닌 것이 내가 말한 엔진은 미 정부가 최고의 전략 기술 중 하나로 지정한 물건.

그걸 3국이 공유해야 한다는 것이 받아들이기 쉬운 문제는 아니었을 터다.

[그 문제는 의회의 승인은 물론 백악관의 인가도 필요합니다. 하니 돌아가는 즉시 협의를…….]

우웅!

한참 그의 말이 이어지던 와중 내 품에 있던 휴대폰이 갑자기 진동했다.

중대한 행사를 진행 중인 상황이기에 어지간한 일이면 전화가 올 일이 없던 터.

[죄송합니다.]

양해를 구하고 휴대폰을 확인하자 김영기 실장의 이름이 떠 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무슨 일이십니까?”

-회장님, 조금 전 임혁수 대표로부터 연락이 왔는데, 위구르 민족해방 전선의 책임자와 접촉에 성공했답니다.

순간 마이클을 쳐다봤다.

상황을 모르는 그는 갑작스러운 내 행동에 눈이 동그래졌고, 난 다시 연락을 주겠다는 말과 함께 재빨리 전화를 끊곤 두 사람을 향해 말했다.

[위구르도 드디어 반응을 보일 모양입니다.]

[흠.]

마이클의 표정은 심각해졌다.

생각보다 빨리 판이 커지는 것에 대한 부담감이 만만치 않은 듯.

이후 날아든 알렉세이의 말 역시 평소의 그와는 달리 꽤나 신중한 투다.

[진 회장님 의견을 듣고 싶군요.]

[저야 당연히 실행을 하자는 입장입니다. 덩치 큰 중국을 한 번에 카운터펀치로 넘기는 것보다는 지속적인 잽을 날려 두는 것이 차후 우리가 본격적으로 그들을 상대하기에 용이할 테니까.]

[하지만 중국은 지금도 내몽골로 인해서 골치가 아픈 상황이에요. 거기에 위구르까지 나서면 외부로 시선을 돌릴 가능성이 크고, 그건 곧 세계 3차 대전에 준하는 전쟁으로 비화될 수도 있습니다.]

마이클의 반박이 날아들었다.

그의 걱정이 무엇인지는 충분히 이해한 상황.

하지만 단언컨대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을 거다.

[아니요, 중국 정부가 고작 그 정도로 외부에 시선을 돌리는 일은 없을 겁니다. 그들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수십만을 탱크로 밀어 버릴 수 있는 존재들이니까. 그들이 정말로 외부에서 답을 찾는 경우는 아마 전 소수민족이 동시에 봉기를 하는 것에 더해서 자신들에게 실질적인 위협이 될 만한 세력과 충돌이 날 때뿐일 겁니다.]

그건 단지 막연한 추측에서 나온 호언장담이 아니었다.

천안문 사태는 둘째 치고, 홍콩 사태를 통해서도 중국공산당의 막무가내 정신이 얼마나 대단하지를 알기 때문이지.

하지만 이 시점에선 도출되지 않은 결과를 근거로 제시하기는 무리였기에 다시 적당한 예시 거리를 찾으려는 차, 마이클이 의미심장한 말을 툭 뱉었다.

[실질적인 위협이 될 만한 곳과의 충돌이라…… 그렇다고 당장 한국이 중국과 전면전을 감행할 이유는 없고, 그나마 가능성이 있다면 인도와의 충돌쯤이 그들을 긴장시킬 수 있겠군요.]

[현실적으로는 그렇습니다. 최근 들어 인도와 중국의 국경 분쟁은 점점 더 심화되어 가고 있고, 이제 인도도 전처럼 중국에게 무작정 밀리지만은 않겠다는 정책을 구사하고 있으니까요.]

[흠.]

[한데 여기서 중요한 점은 인도의 전력이 아직까지는 중국을 상대할 만한 역량이 안 된다는 겁니다. 그로 인해 당장은 두 나라 사이에서 정면충돌은 일어나지 않을 테니 걱정하시는 3차 대전 따위는 일어나지 않을 거라는 말이죠.]

마이클은 수긍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이내 백악관과의 상의를 핑계로 우리에게서 떨어져 어딘가로 항한 그는 꽤 오랜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웃음 띤 얼굴로 다시 나타났다.

[백악관에서도 진 회장님 말씀에 동의한다는군요. 좋습니다, 우리가 지원할 것이 있다면 말씀해 주세요.]

씨익.

대꾸를 대신하여 웃음을 내비쳤다.

용케 의미를 알아챈 듯 마이클의 표정이 금세 핼쑥해졌고, 난 그의 상상과 조금도 어긋나지 않을 말을 뱉었다.

[그 지원. 돈이면 좋겠군요. 그것도 아주 많은 금액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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