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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무기도 만들어 드릴까요?-295화 (295/372)

#핵무기도 만들어 드릴까요? 295화

쿠구구구궁!

나로도 우주연구소에서 발사된 위성발사체는 거대한 연무와 굉음을 내며 하늘로 치솟았다.

아무리 기술에 대한 믿음이 있다 해도 늘 조마조마한 것이 우주발사체의 초기 상승단계.

그건 워낙 많은 수의 변수가 있기 때문인데, 그래서 우주발사체의 경우는 노하우가 그만큼 중요하다는 것이고, 난 그 노하우를 얻기 위해 지금껏 러시아와 협력을 해 왔던 거다.

“축하합니다, 진 회장님. 벌써 세 번째 위성 발사가 성공적으로 이루어졌군요.”

내빈으로 참석한 국방장관은 위성이 정상적으로 로켓에서 분리되었다는 소식을 듣자 내게 손을 내밀었다.

얼굴에 잔뜩 흥분감이 감도는 이유는 필시 이번에 발사된 위성의 주 사용처가 거의 대부분 군이 될 것이기 때문일 터.

특히나 기존에 비해 몇 배는 더 성능이 향상된 합성개구레이더가 장착되었기에 아마 기대감이 더 커졌을 거다.

“참석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무슨 그런 말씀을. 저 위성이 발사되길 학수고대했던 것이 군이었던 마당에야 제가 참석하는 것은 당연한 거죠. 그나저나 아까 김희원 박사와 대화 도중 얼핏 흥미가 돋는 말을 하던데, 향후 부란을 이용하여 재우의 위성을 띄울 예정이라는 것이 사실입니까?”

어느새 그 말이 국방장관의 귀에까지 들어간 모양이었다.

그저 희원이 놈에게 아주 잠깐 가능성에 대해 언급했었던 것뿐이건만.

웃으며 사실을 다시 알렸다.

“아직 확실한 것은 아닙니다. 일단 러시아 측과 의견 조율도 해야 하고, 또 현재 부란의 정확한 보존상태도 확인을 해야 하니까요. 참! 그러고 보니 군이 주도하는 소형 위성 발사 사업도 이제 곧 시작할 차례지요?”

“그렇습니다. 역시나 김희원 박사의 전언대로라면 곧 러시아에서 들어올 초대형 수송기인 므리야에 플랫폼을 달아 본격적인 공중 발사를 시작할 예정이랍니다. 그게 시작되면 진 회장님이 말씀하셨던 것처럼 시간 단축은 물론 예산 절감 효과가 확실할 겁니다.”

대꾸를 하는 국방장관의 얼굴엔 미소가 가득 지어져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이 상황에서 소형 위성마저 띄워지면 그토록 군이 꿈에 그리던 자체 GPS 확보는 물론 정밀 정찰 위성까지 확보하는 거니까.

그로써 완전한 정보 습득 수단이 확보되는 것은 물론 진정한 자주국방의 기틀이 완성되는 것이기에 실은 나조차도 감회가 새롭다.

우웅!

2부 행사를 위한 장소로 이동하던 중 주머니에 있던 휴대폰이 진동했다.

확인된 번호는 긴 숫자의 나열.

러시아로 출장을 보냈던 안 대표임을 직감하곤 즉시 전화를 받자 예상대로 그의 흥분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내몽골 독립 세력들과의 협의가 끝났습니다. 아마 며칠 후면 러시아 대외정보국을 통해 진행 결과를 확인하실 수 있을 겁니다.

순간 주변을 둘러봤다.

다행히 어지간한 내빈들은 이미 다과회를 위한 행사장으로 이동 중이고 곁엔 국방장관만 남아 있는 상태.

힐끗 그를 향해 눈치를 주곤 통화를 이었다.

“차후엔 몰라도 당장은 우리가 배후라는 증거가 잡혀선 곤란합니다.”

-무장 공급이야 만전을 기하고 있으니 너무 걱정은 안 하셔도 됩니다. 전술교육 또한 내몽골 출신 러시아 군부의 교관들이 담당하고 있기에 당장은 우리와의 연관성을 찾기 힘들고요.

역시 안 대표는 믿을 만한 존재였다.

하긴, 정보부에서만 평생을 잔뼈가 굵은 인물이 어련히 알아서 했을까.

간혹 엉뚱한 구석이 있기는 해도 이런 은밀한 일을 해결하는 측면에선 확실히 그가 적임자다.

틱!

전화를 끊곤 국방장관을 쳐다봤다.

이미 무얼 주제로 한 대화였는지쯤은 눈치를 채고 있는 듯, 그의 표정이 한껏 심각해져 있었다.

“곧 들려올 뉴스가 꽤 흥미진진하겠군요.”

“아니요, 어쩌면 뉴스 따위는 전해지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넌지시 뱉어진 그의 말에 반박했다.

순간 휙 하고 고개가 돌아오는가 싶더니 질문이 날아든다.

“뉴스가 전해지지 않다니요. 내몽골 같은 곳에서 일어나는 무장봉기 정도면 전 세계에서 관심을 둘 만한 사건 아닙니까?”

“그야 그렇지만, 중국이 자국 내에서 벌어지는 독립운동 소식을 유출되도록 놔두겠습니까. 아마 무슨 수를 써서라도 유출을 방해할 겁니다.”

국방장관은 그제야 아 하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또 무슨 생각이 난 건지 이내 한참을 심각한 표정을 짓던 그는 행사장에 거의 다 이르러서야 다시 말을 이었다.

“잠깐, 내몽골 봉기 소식이 전해지지 않는다면, 독립 세력들에게 불리한 것 아닙니까? 막말로 독립군들의 입장에선 자신들의 정당성이 소문나야 유리할 텐데…… 게다가 중국은 분명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독립의지를 꺾으려 온 힘을 다할 것 아닙니까.”

일리 있는 말이었다.

독립군 세력은 중국군에 비한다면 그야말로 한 줌에 불과한 존재들.

그 마당에 국제사회의 지지마저도 받지 못하는 상황이 오면 봉기 자체가 바람 앞의 촛불 신세가 될 수도 있지.

“아니요, 그리 쉽게 꺾이지는 않을 겁니다.”

하지만 그건 우리와 러시아의 지원이 없을 때의 이야기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이루어지는 러시아의 꾸준한 정보자산 공급과 제법 첨단화된 무장의 공급이 지속되는 상황이라면 아마 몽골 독립 세력도 그리 호락호락하지는 않을 거다.

“맙소사! 고작 독립군에게 휴대용 대전차미사일과 대공미사일까지 공급을 했다고요? 그것도 우리 부품이 들어간 것을?”

부연 설명을 들은 국방장관은 다시 반론을 제기했다.

당연히 우려할 수 있는 부분.

웃으며 말을 이었다.

“비록 정밀부품은 우리 것이지만 껍질은 결국 러시아산입니다.”

“하지만 중국이 독립군의 무기를 노획하는 경우가 생길 수도 있지 않습니까. 그 경우 우리의 개입 사실을 따지고 들 수도 있을 텐데요?”

국방장관은 염려스럽다는 표정으로 되물었다.

마침 주머니에 집어넣었던 스마트 폰을 다시 꺼내든 나는 사진 몇 장을 찾아내어 그에게 보여 줬다.

“이건…….”

“네, 보시다시피 국제 무기 암시장이죠. 그럴 경우를 대비해서 이미 미국과의 합의하에 우리 부품들이 들어간 러시아산 무기들을 적당 수준 그곳에 뿌려 둔 상태입니다. 때문에 중국에서 그걸 문제 삼고 나서 봐야 소용없다는 뜻이죠.”

“…….”

“아시다시피 최근 우리와 러시아는 공유 플랫폼을 비롯하여 무기 부품들의 교류가 활발하지 않습니까. 하니 우리로선 부품을 러시아에 수출한 죄밖에 없는 것이고, 결국 관리가 부실한 러시아의 공장에서 유출된 것이 되는 거죠.”

“하지만, 푸틴 대통령이 그걸 동의하겠습니까? 이건 막말로 덤탱이를 쓰는 건데.”

“푸틴도 우기면 그만이죠. 어차피 그들의 군수품 관리 부실이 어제오늘 일도 아니고. 게다가 이미 그 부분에 대해선 한미러 3국이 비밀리에 협의를 끝낸 상태라서 문제 될 것은 없습니다.”

“…….”

국방장관은 황당하다는 표정이었다.

하긴, 이건 러시아 입장에선 자국의 명예가 실추될 수도 있는 문제. 아니, 중국이 맘먹고 따지고 들면 곤란할 수도 있는 문제기에 꺼려질 법도 한 부분이기는 하지.

하지만 푸틴은 그 부분에 대해 전혀 문제 삼지 않았고, 바로 그 점이 푸틴의 대범함을 증명하는 한 예다.

목적과 이익을 위해선 어떤 손해도 감수할 줄 아는 그 대범함.

“허허.”

국방장관은 더는 따지고 들 말이 없다는 듯 헛웃음만 지었다.

솔직히 이 계획에 있어서 열쇠가 될 러시아가 그렇듯 적극 협조하는 상황이라는 데야 할 말이 없는 건 사실이니까.

“러시아는 진짜 중국에 대해선 어지간히도 자신이 있는 모양이군요.”

그 말도 틀린 것은 아닐 거다.

중국을 향한 자신감이 없다면 아무리 푸틴이라도 그런 대범함을 보일 수는 없겠지.

그건 사실 우리 역시도 마찬가지인데, 이제 우리가 중국의 눈치를 보느라 우물쭈물할 필요는 없다.

“빌어먹을. 그나저나 대체 중국은 왜 이웃 국가들을 저렇듯 못 잡아먹어서 안달인 걸까요?”

생각이 깊어지던 와중 국방장관의 입에서 뜬금없는 주제가 던져졌다.

그 넓은 땅과 인구를 가지고도 이웃 국가들과 평화로운 공존은 단 한 번도 시도해 본 적이 없는 저들의 습성.

뭐, 역사적으로 보면 그게 비단 중국만의 문제는 아니다만.

그래도 현대 사회로 접어들면서 변화가 온 다른 제국주의 국가들에 반해 저들은 여전히 욕심을 버리지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기는 하다.

“그런 습성을 가진 나라가 또 있죠.”

“…….”

“일본 말입니다.”

국방장관은 웃으며 뱉어낸 내 말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더는 그 주제에 대해 논하고 싶지 않았던 듯 곧장 행사장의 문을 연 그는 또 뭣 때문인지 휙 하고 나를 쳐다봤다.

“그런데 말입니다. 명색이 장인어른인 분의 이름을 그렇게 막 불러도 되는 겁니까?”

“제가 뭘 어쨌길래요?”

“방금 푸틴 대통령이 아니라 그냥 푸틴이라고 했지 않습니까. 허허, 그거 푸틴 대통령이 들으면 꽤 서운할 텐데…….”

“…….”

***

[CNN은 오늘 중국 내몽골 지역에서 내전 상황이 벌어진 정황을 포착했다는 소식을 국제사회에 알렸습니다. 사실일 경우 중국 정부로서는 치명적인 타격이 될 가능성이 크며, 이후 다른 소수 민족의 분리 독립 움직임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크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입니다.]

2014년 2월 5일.

내몽골 분쟁 사실을 온갖 방법을 다해 틀어막았던 중국의 노력은 미 언론들에 의해 수포로 돌아갔다.

그 탓에 위구르를 비롯한 여타 억압받고 있던 소수 민족들까지 분위기가 술렁이기 시작.

우린 그 점을 이용하여 다시 위구르의 독립 세력들과도 접촉을 시도했다.

[중국 정부는 어제 갑작스러운 홍콩의 행정장관 교체를 실시했습니다. 또한 앞으로는 범죄인에 대한 조사와 처분을 본토의 기준에 맞춰 실행할 것으로 의결했으며 이로 인해 향후 홍콩에서 체포된 범죄인들은 대부분 본토로 송환될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2014년 2월 13일.

예상보다 격해지는 내몽골의 독립 움직임에 놀란 중국은 그 불씨가 다른 곳으로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로 홍콩을 흡수하는 정책을 시작했다.

홍콩에 중국의 법률을 적용하겠다는 것은 명백한 일국양제의 포기 선언.

그 탓에 홍콩에선 연일 시위가 이어졌고, 그 역효과로 중국을 향한 세계인들의 관심은 오히려 더 깊어져만 갔다.

“불똥이 엉뚱한 방향으로 튀는군.”

예상 밖의 상황에 약간은 당황스러웠다.

애초 중국이 홍콩의 체제 변화를 시도하는 것은 앞으로 몇 년 후에나 벌어져야 할 사건이거든.

뭐 그건 그렇다 치고, 문제는 정작 대만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건데, 그걸 증명하듯 벌써부터 대만 내에서도 친중 성향의 정권을 향한 성토가 이어지고 있었다.

‘이거 잘하면 예상치 못한 소득이 생길 것 같은데.’

상황이 이런 식으로 흘러가면 결국 현 대만 정부도 그동안의 친중 정책을 버릴 수밖에는 없을 테니까.

“도착하셨습니다.”

한참 생각이 깊어지던 와중 강 소령이 알렉세이의 도착 소식을 알려 왔다.

“마이클 대장께서도 도착하셨습니다.”

뒤이어 미국 측 대표인 마이클까지.

자리를 털고 일어서려는 순간, 김 비서가 헐레벌떡 달려오며 내게 전화기를 건넸고, 이후 저편에선 아직까지도 출발을 하지 않았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이거, 기체가 지나치게 소음이 커서 걱정입니다. 혹시라도 그곳 성남공항까지 날아가다가 누군가에게 사진이라도 찍히면 곤란하지 않겠습니까?

그 말에 슬쩍 하늘을 쳐다봤다.

다행히도 어둠이 짙어지고 있는 상태.

즉시 휴대폰을 고쳐 잡고 말했다.

“그냥 보내세요. 어차피 이 정도로 날이 어두우면 형체를 구분하기가 쉽지 않을 테니까. 설사 소음이 크다 해도 그저 헬리콥터가 조금 낮게 날아가나 보다 할 겁니다.”

틱!

막상 말은 그렇게 했지만 마음이 편치만은 않았다.

늘 제기되었던, 기체의 소음 문제가 끝내 발목을 잡고 있는 상황이니까.

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당장 이 프로젝트에 적용 가능한 기체가 미국으로부터 공여받은 것 외엔 없었고, 그 짧은 사이 엔진 개량까지 진행할 여유도 없었기에.

그렇다곤 해도 향후 이 프로젝트는 한미러 3국이 공동으로 진행할 과제.

일단 소음 부분에 대한 해결의 실마리는 미국이 가지고 있으니 문제 해결이 크게 어렵지는 않을 거다.

“갑시다.”

생각을 뒤로하고 두 사람이 기다리고 있는 활주로로 향했다.

워낙 은밀한 공개 행사다 보니 초대한 VIP는 고작 그들 두 사람뿐.

그 때문인지 멀리서 보이는 두 사람의 모습이 오늘따라 초라해 보이기까지 했다.

[오! 저기 오는군요.]

나를 먼저 발견한 마이클은 연신 손짓을 하곤 다시 알렉세이와 무언가를 속삭였다.

예상과는 달리 두 사람의 얼굴엔 기대감 가득한 표정이 지어져 있는 상태.

당장 중국을 저렇듯 들쑤셔 놓은 상황에서도 그에 대한 우려보다는 저렇듯 내가 공개하는 무기에만 관심을 보이는 것을 보면 확실히 저들도 정상은 아니다.

[소식 듣고 여기 성남공항까지 단숨에 날아왔습니다. 한데 정말로 시제품이 완성된 겁니까?]

조급함을 참지 못한 마이클의 질문이 날아왔다.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자 그가 사방을 둘러봤고, 이후 실망한 표정으로 다시 물었다.

[아무리 봐도 여긴 평범한 훈련기들뿐이지 않습니까.]

[그건 차차 보시면 알게 되실 일이고, 일단 오늘의 행사는 예전 재우가 주최했던 방산 전시회의 연장이라는 것을 염두에 두시기 바랍니다. 당시 두 나라와 재우는 이 프로젝트를 공동 개발하기로 계획했고, 그 시제품을 우리 재우가 만들어 보이는 것으로 의결한 상태죠.]

대답을 피하곤 사족을 달자 마이클의 눈매가 좁혀졌다.

마치 이 자리에서 그걸 모르는 이가 어디 있기에 그리 장황한 설명을 하느냐는 표정.

하지만 어쩔 수 없다.

난 지금 기체가 도착할 때까지 최대한 시간을 끌어야 하거든.

“거의 도착했답니다, 회장님.”

얼마의 시간이 지났을까, 계속해서 쓸데없는 말을 이어 가고 있는 와중 드디어 강 소령의 보고가 들려왔다.

타타타타!

그와 동시에 들려오는 헬기의 로터 소리.

젠장, 확실히 소음이 커도 너무 크다.

[도착한 모양이군요.]

웃으며 말하곤 하늘을 손짓했다.

그와 동시에 막 활주로에 진입한 것은 거대한 MH-47. 즉, 두 개의 로터를 가진 거대한 쌍발 헬기.

하지만 그건 단지 오늘 선보일 물건의 모기(母機)이자 이동 플랫폼일 뿐, 진짜는 이제부터다.

퉁!

순간 기다란 헬기의 동체 옆면에서 무언가가 분리되며 떨어져 내렸다.

기체와 땅의 거리는 대략 20미터쯤.

제법 크기가 있는 물건이었던 터라 마이클과 알렉세이는 헛바람을 집어삼키며 물건의 안전을 걱정했지만 그들이 염려하는 일 따위는 벌어지지 않았다.

피슉!

떨어져 내리던 물건에서 순식간에 4개의 소형엔진이 점화됨과 동시에 속도가 급격히 줄었기에.

즉, 중력을 반감하기 위한 수단이 발동된 거다.

[저, 저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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