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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무기도 만들어 드릴까요?-292화 (292/372)

#핵무기도 만들어 드릴까요? 292화

“테러인가요?”

나타샤는 다급히 되물었다.

들려오는 것은 확신을 못 하겠다는 대답.

결국 상황을 두고 보자는 말을 뱉어 내곤 전화를 끊으려는데, 경호대장의 다급한 말이 다시 이어졌다.

-잠시만요. 방금 호텔 매니저로부터 소식이 하나 더 들려왔는데, 시부야와 하라주쿠에서도 폭발이 있었답니다. 이거 아무래도 테러 같은데요?

소식이 들려오는 순간 나타샤도 그 점을 확신했다.

동시에 뇌리를 스친 인물은 알 라무드.

진현승이 통화 내내 우려했던 것처럼 아무래도 자신이 놈의 목표가 되었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흠.”

조금 의문스러운 것은 왜 그녀의 동선과는 상관없는 시부야와 하라주쿠까지 테러의 대상으로 삼았냐는 점이었다.

때문에 고민이 깊어질 때쯤, 마침 그녀의 차량 곁으로 수없이 많은 경찰차가 스쳐 지나가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약아빠진 놈이군.”

순간 상황을 눈치챈 나타샤의 입매가 잔뜩 뒤틀렸다.

이후 그녀가 한 행동은 테블릿을 켜는 것.

다행히 사전에 로밍을 끝내 두었기에 데이터를 전송받는 것엔 별문제가 없었고, 덕분에 원하는 일본 포털 사이트에 재빨리 접속할 수 있었다.

“역시…….”

찾아낸 일본 포털 사이트는 온통 도쿄 곳곳에서 발생한 테러 속보로 도배가 되어 있었다.

그중 하나를 찾아 클릭하자 재생된 영상은 일본 경시청장의 담화 내용.

마침 대동하고 있던 통역을 향해 눈짓하자 그녀가 빠르게 동시통역을 시작했다.

“현재 테러가 일어난 장소 인근 지역들은 전 경찰 병력을 동원하여 통제와 감시 중에 있습니다. 또한 사태의 심각성을 고려하여 육상자위대에 지원 요청을 하였으며…….”

기사 내용을 듣고 있던 나타샤의 눈매는 점점 더 좁혀졌다.

얼마의 시간이 지났을까.

이후 그녀의 입에서는 제법 유창한 한국말로 사자성어가 뱉어졌다.

“성동격서인 건가? 아니면 나를 제거하는 것에 성공하고 난 이후를 대비한 거라도?”

어쩌면 후자일 가능성. 아니, 양쪽 모두일 가능성이 커 보였다.

가뜩이나 다수의 경호 요원들로부터 보호받고 있는 그녀에게 접근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상황.

방법이 있다면 폭발물을 동원하여 한 번에 쓸어 버리는 것뿐일 터다.

문제는 폭발물을 동원하는 경우 지금처럼 사방에서 경찰들이 몰려들 거고, 그럼 놈의 입장에선 설사 일이 성공했다고 해도 빠져나가기가 쉽지 않다는 것.

때문에 놈은 지금처럼 사전에 경찰 병력들의 시선을 엉뚱한 곳으로 집결시킬 필요성이 있었겠지.

피식.

하지만 그건 오만의 극치다.

다른 이도 아니고 러시아 대외정보국의 엘리트였던 그녀가 생각하기에는.

“어디…… 한번 실력을 볼까?”

***

앵앵앵!

공원 벤치에서 거리를 지켜보던 라무드는 사고 현장을 향해 몰려가는 경찰 차량을 보며 미소를 지어 보였다.

이것으로 벌써 백여 대 가까운 경찰 차량이 문제의 지역으로 몰려간 셈.

예상컨대 이제 인근에 남아 있는 경찰 병력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할 거다.

“천국이 그대들을 맞을 것이다.”

현재 곳곳에서 테러를 자행하고 있는 부하들은 아마 대부분 자결을 택할 거다.

이 상황에 멀쩡하게 살아서 체포되느니 그편이 나은 선택일 테니까.

그렇다 해도 거룩한 희생은 곧 천국행 티켓을 거머쥐는 일.

안타까워하기보다는 축하를 해 줘야 하는 일이 맞다.

“하지만 난 끝내 살아남을 것이다. 내겐 이 성전을 완수해야 할 의무가 있으니까.”

드디어 벤치에서 몸을 일으킨 그는 주머니를 뒤적이며 읊조렸다.

왼쪽엔 잘 벼른 나이프 하나. 그리고 오른쪽엔 권총 한 자루.

사실 폭발물을 사용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겠지만 그건 그야말로 최후의 수단이었다.

“다른 걸 떠나서 난 진현승 그 빌어먹을 자의 아내가 내 손에서 죽어 가는 모습을 꼭 보고 싶거든.”

빠득 이를 간 라무드는 모자를 깊게 눌러쓰곤 걸음을 옮겼다.

한번 시작된 불만이 가지를 친 탓일까, 그의 입에선 끝없이 현 상황에 대한 불평이 쏟아졌다.

“빌어먹을 한국 같으니.”

가장 그를 불만스럽게 한 것은 한국의 높은 입국 관리 수준이었다.

전쟁 이후 지속되는 삼엄한 경비 탓에 공해상을 통해 밀입국을 하는 일은 불가능.

더군다나 위조 여권으로 입국을 하는 것은 더더욱 힘든 상황이었다.

“젠장, 그나마 유일한 방법이 있다면 중국과의 국경을 통해 도강을 하는 것이었건만…….”

그 생각만 하면 짜증이 더 솟아올랐다.

어렵사리 중국까지 이어졌던 발걸음도 결국엔 한국 측의 삼엄해진 국경 관리로 인해 무산되었으니까.

과거의 상황만을 생각하고 섣불리 움직였던 것이 사실상의 패착이었다.

“쯧쯧, 그나마 놈의 아내가 일본에 온 것만도 다행이려나.”

하지만 하늘은 역시 그를 버리지 않았다.

하필이면 놈과 가장 가까운 인물이.

그것도 한국과는 달리 밀입국이 제법 수월한 일본으로 향하는 절호의 기회가 주어졌고, 그로 인해 일은 더 수월해졌으니까.

아마 이 일이 성공만 한다면 진현승에게는 가장 아픈 뼈를 빼앗아 오는 결과를 낳게 될 거다.

스윽.

어느덧 도착한 경매장엔 사람들이 꽤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다.

하나같이 고급스러운 차량을 타고 온 인물들.

고작 그림 하나, 화병 하나에 수백만 달러씩을 지불해 가며 목숨을 거는 저들의 태도가 라무드로서는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끼익!

얼마의 시간이 지났을까.

다수의 차량이 한 번에 몰려들며 웬 덩치 큰 이방인들이 경매장을 장악했다.

필시 그녀의 경호원들일 터.

한데 어째 사내들의 분위기만 보면 일반적인 경호원들과는 그 기세가 자못 다르게 느껴졌다.

“러시아 특수부대 출신들인가?”

최근 필리핀에서 만났던 중국군 장교들로부터 그가 얻은 정보를 토대로 하면 그럴 가능성이 컸다.

세간에는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진현승이 부인으로 맞아들인 여인이 푸틴의 수양딸이라는, 그 황당한 정보.

사실이라면 그녀의 경호 수준은 보통이 아닐 것이고, 그걸 책임질 자들은 아마도 특수부대 출신들일 가능성이 컸다.

“뭐, 조금 번거롭기는 하겠지만 딱히 상관은 없겠지.”

라무드로서는 저들이 딱히 두려움의 대상은 아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예전 그는 이미 러시아 최고의 특수부대원들이라는 알파 그룹마저 상대한 경험이 있으니까.

물론 당시 부하들의 희생은 컸어도 결국 승자가 된 것은 자신이었지 않던가.

스윽.

게다가 지금은 모든 상황이 그에게 유리하다.

이미 수일 전부터 작업을 해 온 덕에 이 지역은 그야말로 그만을 위한 무대가 되어 버렸기에.

“응?”

생각이 깊어지던 순간, 그의 시선이 다시 사내들에게로 향했다.

예상이 틀리지 않았던 걸까, 사내들은 일반적인 경호원들이라면 감히 엄두도 못 낼 일들. 즉 라무드가 경매장 곳곳에 숨겨 두었던 사제폭발물들을 남김없이 찾아내곤 원격 폭발이 불가능하도록 해체까지 시켜 버렸다.

“빌어먹을.”

라무드는 낙심한 표정으로 욕설을 뱉었다.

폭발물이 들켰다는 사실 때문이 아니라, 그게 발견된 이상 이곳으로 그녀가 올 가능성은 제로에 가까워졌다는 생각에서.

하지만 다음 순간, 도착한 차량에서는 예상과 달리 그의 목표가 내려서고 있었다.

‘뭐지?’

순간 라무드의 머리엔 의문이 스쳤다.

상황이 이러면 경매가 취소되는 것은 당연한 것.

그런데도 끝내 이곳에 나타난 이유가 뭘까 싶은.

‘이것 봐라?’

생각의 끝에 라무드가 내린 결론은 하나였다.

어쩌면 그녀가 사실을 모두 눈치채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것.

즉, 이번 테러 사태의 배후가 자신인 것을 비롯하여 그 목적이 뭔지까지.

하긴, 애초 그녀의 경호원들이 이곳에 도착하자마자 한 일이 저 경매장을 수색한 것이었다는 사실과 그로 인해 발견한 폭발물들을 저렇듯 쉽게 처리해 버린 것에서 그 점은 이미 눈치를 챘어야 했다.

‘아니, 애초 내가 필리핀에 남아 있지 않다는 사실을 지금쯤은 다들 알게 되었을 것이고, 그 상황에서 하필 그녀가 도착한 일본에서 테러가 발생했으니 경계를 하는 것은 당연한 건지도 모르지. 한데 끝내 이곳에 모습을 드러냈다는 것은…… 결국 그녀도 나를 기다리고 있다는 건가?’

결론적으로는 그게 맞을 듯싶었다.

쉽게 말해서 그녀 역시 자신을 붙잡기 위해 나섰다는 것.

왠지 일이 흥미진진해져 간다는 생각에 라무드는 히죽 웃음을 내비쳤고, 이후 다시 모습을 드러낼 나타샤를 기다렸다.

“응?”

대략 한 시간이 지났을 때쯤, 라무드는 뭔가 좀 이상하다는 것을 느꼈다.

이미 경매는 취소된 상황.

그 마당에 이렇듯 오랫동안 그녀가 건물 안에 남아 있을 이유가 없지 않던가.

“…….”

게다가 사방이 아직까지 조용한 것도 이상하다.

이곳에서 폭발물 신고가 들어갔다면 응당 다른 곳으로 갔던 경찰들이 다시 몰려들었어야 정상.

어느덧 1시간이나 지난 마당에도 경찰차 한 대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은 뭔가 문제가 있는 것 아니던가.

‘그렇다고 내가 테러를 일으킨 지역들이 여기서 차로 1시간씩이나 떨어진 곳도 아니고.’

휙!

생각이 조급해진 그는 즉시 자리를 벗어났다.

이후 그가 향한 곳은 대담하게도 경매장이 있던 방향.

여전히 손은 주머니 속에 들어가 있는 상태였고, 곧 그 안에서 발사될 탄환들은 저 경호원들의 심장을 꿰뚫을 거다.

쉬익!

막 코너를 돌았을 무렵 갑자기 그를 향해 단검을 쥔 손 하나가 날아들었다.

하지만 그 역시 한때는 IS 최고의 전사라는 칭호를 받은 몸.

본능적으로 상체를 숙여 칼을 피함과 동시에 주머니에서 쥐고 있던 총을 꺼내자 이번엔 다른 손이 날아와 그의 손목을 강하게 후려친다.

툭!

생각보다 강한 충격에 총을 떨어트리고 말았다.

하지만 미처 그걸 주울 겨를도 없이 다시 날아오는 단검.

내내 칼을 다루는 일에 익숙했던 그조차도 이건 보통 실력이 아니다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기세가 험악했다.

“넌…….”

잠시 물러서 확인한 상대는 그녀였다.

나타샤. 현재 그의 목표이자 진현승의 아내.

당황한 그의 머릿속에서는 순간적으로 오만가지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고작 여인에 불과한 몸으로 어떻게 이런 엄청난 움직임을 보일 수가 있는 건지.

그것도 곱게만 자랐을 푸틴의 수양딸인 존재가.

“쯧쯧.”

그때, 여인이 혀를 차며 들고 있던 단검을 고쳐 잡았다.

마치 칼과 손이 하나인 듯 자연스러운 행동.

뭔가 잘못돼도 한참을 잘못되었다는 생각이 들려는 차, 이번엔 그녀가 순식간에 거리를 좁히며 그의 목을 노린다.

“헛!”

재빨리 피해 내긴 했으나 복부에 강한 통증이 뒤따랐다.

허수였던가.

어느새 명치에 꽂힌 그녀의 발.

순간 그의 몸은 강한 경고를 뇌로 전달하기 시작한다.

‘이건 위험하다.’

휙!

생각과 동시에 총을 향해 몸을 날렸다.

물론 주머니에 있던 칼로 상대하는 것도 방법이겠으나 본능이 그걸 가로막았기에.

고수는 고수를 알아본다고, 상대를 칼로 제압할 수 있을 가능성이 제로에 가깝다는 것을 인식한 결과다.

퍽!

“크악!”

그때, 땅을 짚는 그의 손등에 단검이 날아와 꽂혔다.

하지만 고통 속에서도 끝내 총을 향해 손을 뻗자, 이번엔 그녀의 진득한 경고가 날아든다.

[그만두는 것이 좋을 거야.]

힐끗 쳐다본 그녀는 한쪽이 잔뜩 트인 치마 사이로 드러난 허벅지에 손을 얹고 있었다.

정확히는 그곳에 줄줄이 매달려 있는 작은 단검들을 향해.

이미 그녀의 칼 다루는 솜씨쯤은 몸으로 느끼고 있던 상태였기에 라무드는 더 이상 몸을 움직이지 못했다.

“젠장.”

그는 고통 속에서도 재빨리 주변을 살폈다.

안타깝게도 좌우는 모두 높은 벽으로 가로막힌 공간.

방법이라면 뒤로 도주를 하는 것뿐이건만, 어느새 그쪽도 예의 그 경호원들이 막고 있는 상태였다.

[널 어떻게 찾은 건지 궁금하지 않아?]

라무드는 여유를 부리는 그녀를 가늘어진 눈으로 쳐다봤다.

하지만 그녀는 상관하지 않은 채 다시 옷매무새를 다잡고는 이제 막 그녀에게 다가온 경호원 중 하나의 손에서 무언가를 건네받는다.

테블릿보다는 크고 두꺼워 보이는, 무언가를.

[실은 이곳에 오기 전 네 소식을 푸틴 대통령께 전해 드렸지.]

[…….]

[그런 표정으로 볼 것 없어. 나로선 당연한 일이었으니까. 아무튼, 소식을 들은 대통령께선 대노하셨고, 당장이라도 일본으로 암살자들을 보내려고 하셨지만 내가 만류했어.]

[…….]

[한때 러시아 대외정보국 최고의 요원이자 암살자였던 내가 여기에 있는 마당에 다른 암살자가 무슨 필요가 있겠어?]

순간 라무드의 눈매가 꿈틀했다.

단지 푸틴의 수양딸이라고만 여겼던 그녀의 정체가 대외정보국 요원 출신이었다니.

나름 충분한 정보를 가지고 움직였다고 생각했던 스스로가 바보 같다고만 느껴졌다.

[하지만 이 넓은 도쿄에서 너를 찾는 것은 그야말로 백사장에서 바늘을 찾는 것과 같았지. 해서 난 대통령님께 러시아 최고의 광학 정찰 위성을 좀 빌려 달라고 했어. 입력한 대상이 지하로 숨어들지만 않는다면 반드시 찾아내서 그 위치를 지속적으로 추적이 가능한, 어마무시한 물건이지.]

[그게 가능한 일인가?]

라무드는 기가 차다는 투로 대꾸를 뱉어 냈다.

그사이에도 주머니 속에 있던 손은 연신 무언가를 하고 있는 중.

차마 그 점은 눈치채지 못했는지 나타샤는 연신 제 할 말만을 뱉어 내고만 있었다.

[가능하고말고. 어차피 너야 나를 노릴 테니 범위를 내 주변으로만 설정하면 그만이고, 그 모자 따위야 네가 무심코 하늘을 한 번 쳐다보는 행위만으로도 무용지물이 되거든. 다행히도 넌 꽤 잦은 순간 하늘을 쳐다보더군.]

그건 오랜 습관에서 벌어진 실수였다.

알라를 향해 기도하며 하늘을 주시하던, 그 습관.

당황스러운 마음에 입술을 짓씹으려는데, 이후 이어진 그녀의 말이 더 그를 당황스럽게 만들었다.

[그런데 말이야. 난 이 일을 통해서 우리 그이가 바짝 긴장할 만한 사실을 하나 알아냈어.]

[…….]

[대개 위성이 그런 시스템을 갖추려면 AI 기술이 반드시 필요하거든. 그 높은 곳에서 사람을 구분하고 분석해서 추적하는 건 단순히 광학 기술이 뛰어난 것만으로는 불가능하니까.]

[…….]

[쉽게 말해서 러시아도 AI 기술 개발 수준이 꽤 대단하다는 거고, 그건 곧 우리 그이가 긴장해야 할 일 아니겠어?]

[대체 무슨 개소리를…….]

기나긴 그녀의 헛소리에 인내심이 바닥난 라무드는 결국 주머니 속에 숨겨 두었던 장치의 버튼을 눌렀다.

이럴 때를 대비하여 인근에 숨겨 두었던 또 하나의 폭발물.

[…….]

하지만 정작 일어나야 할 폭발은 일어나지 않았고, 나타샤의 얼굴에는 잔뜩 미소가 머금어졌다.

[미안하지만 우리 경호원들이 알파 출신들이라서. 아니, 현직 알파 요원들이라고 해야겠지. 아무튼 저들은 폭발물을 찾아내는 데에 귀신같은 존재들이거든.]

말을 끝마친 나타샤는 순식간에 제 곁에 있던 경호원의 손에서 소음기가 장착된 총을 빼앗아 들었다.

당황한 라무드는 설마 하는 시선으로 그녀를 쳐다봤고, 그 순간 나타샤가 난처하다는 표정과 함께 말을 뱉었다.

[쯧, 생각해 보니 이젠 내가 직접 처리하면 발생할 문제가 꽤 많아지겠다. 더군다나 그 수단이 총이라면 더더욱.]

라무드는 그 말에 멍한 표정을 지었다.

이내 무어라 말을 꺼내려는 순간, 갑자기 그녀의 곁에 있던 알파 요원 중 하나가 품에서 무언가를 꺼내어 휙 하고 내던진다.

퍽!

라무드는 가슴에서 느껴지는 격한 통증과 함께 서서히 무너졌다.

지그시 내려다본 자신의 가슴에 꽂힌 것은 얇은 단검.

애꿎게도 그 죽음의 순간에 라무드의 뇌를 점령한 것은, 대체 저토록 멀리서 던진 단검이 무슨 수로 뼈를 가르고 심장을 찌를 수가 있는 건지에 대한 의문 하나뿐이었다.

털썩!

라무드는 급격히 의식을 잃어 갔다.

더는 아무런 생각도 들지 않고 오로지 시야가 급격히 좁혀져 가는 것에 대한 공포감만이 존재하는 순간, 나타샤의 말이 어렴풋하게 들려온다.

[차라리 네 몸에 폭발물을 두르고 함께 죽자는 쪽을 택했다면 성공했을 가능성이 10%쯤은 됐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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