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무기도 만들어 드릴까요? 290화
“조심조심!”
필리핀 남부 민다나오섬.
마라위 점령 작전을 위한 필리핀군과 한국 특공대원들의 병력들이 속속들이 항구에 입항했다.
섬이라고는 하나 무려 인구가 1천5백만에 달하는 지역.
때문에 하루라도 빨리 지역의 안정을 찾아야만 하는 것이 필리핀 정부의 숙원이었고, 그건 현재 부시장으로 재직 중인 두테르테의 꿈이기도 했다.
“이번 작전만 성공시킨다면 IS 반군들의 절반 정도는 한 번에 날려 버리는 것이 가능할 텐데, 그게 맘처럼 되려나 모르겠군.”
비록 말은 그렇게 했지만 일말의 기대감은 가지고 있었다.
특히나 지금 막 하역 작업을 시작한 한국 특공대원들의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더더욱.
솔직히 장비는 물론 병력들의 수준. 그리고 그동안의 과정들을 토대로 한다면 실패한다는 것이 오히려 더 이상한 일이지 않을까.
한 가지 마음에 걸리는 것이 있다면 전날 한국 특공대원들의 지휘관으로부터 들려온 비보였는데, 이번엔 AI 기반 장갑차량을 동원하는 것에 한계가 있다고 한다.
“그 말인즉, 이번 작전은 전적으로 병력들끼리의 충돌로 결판이 날 것이라는 뜻인 건가?”
“그렇다고 봐야겠죠.”
곁에서 내내 그를 보좌하던 비서가 넌지시 대꾸했다.
힐끗 그를 한번 쳐다보곤 다시 시선을 하역 작업 중이던 특공대원들에게 향한 두테르테가 이번엔 자조적인 투로 말을 뱉어 낸다.
“쯧, 남의 나라까지 와서 고생하는 마당에 피해가 크지나 않았으면 좋겠군.”
“글쎄요, 아무리 한국 경찰특공대가 대단하다고는 해도 이번 작전에서는 어느 정도의 피해를 감수해야 할 겁니다. 부시장님께서도 경험하셔서 아시다시피 마라위를 근거로 두고 있는 IS 반군 지도자의 성향이 좀 과격합니까.”
그 말에 두테르테가 아득 하고 이를 갈았다.
알 라무드. 그놈만 생각하면 저절로 치솟는 분노를 이기지 못한 결과.
벌써 몇 년째 놈으로 인해 죽어 나간 필리핀군의 수만도 천 단위를 넘는다는 사실도 그로서는 뼈가 아픈 현실이었다.
“응? 저건 또 뭐지?”
생각이 깊어지던 순간 무언가 특이한 장면 하나가 그의 눈에 띄었다.
이제 막 수송선을 빠져나오고 있는 거대한 트럭.
갖추고 있는 무장으로 봐선 꼭 이동식 대공방어차량 같기도 하고.
또 얼핏 보면 군의 작전지휘 차량 같기도 한 그것은 왠지 그가 전해 들었던 상황과는 걸맞지 않은 물건이지 싶었다.
“무슨 생각이지? 장갑차량도 투입하기 어려운 작전지형에 저런 커다란 차량을 투입하겠다는 건가?”
“그러게 말입니다. 혹시 모르니 제가 가서 알아보겠습니다.”
비서는 두테르테의 말에 짧게 대꾸하곤 재빨리 특공대원들의 지휘관을 향해 달려갔다.
얼마의 시간이 지났을까, 곧 한국 측 경찰특공대장이 비서의 안내를 받아 그에게로 다가왔고, 이후 특공대장으로부터 차량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저 차량은 최대한 위험에 노출되는 것을 피해야 할 특수지휘차량입니다. 때문에 굳이 작전지까지 투입하지 않고 인근의 안전지대에서 병력들을 지휘할 겁니다.]
[하지만 해당 지역에서 안전지대라고 할 만한 곳은 족히 60킬로미터는 떨어져 있을 텐데, 그 먼 거리에서도 원활한 작전지휘가 가능합니까?]
[물론입니다. 저건 양자위성통신망으로 정보를 주고받는 방식으로 운용이 되니까요.]
두테르테는 순간 다시 문제의 차량을 쳐다봤다.
이후 드는 생각은 대체 무엇에 쓰는 차량이기에 저토록 많은 무장을 갖춘 차량을 따로 보호까지 해야 한다는 걸까, 싶은 의문.
[굳이 그럴 이유가 뭐죠?]
즉시 되묻자 특공대장이 웃으며 하역 중인 수송선을 손가락질했고.
마침 그곳을 빠져나오는 소형 전술차량들. 보다 정확히는 그 뒷좌석에 자리를 잡고 있는 병력들을 본 두테르테의 눈이 커다랗게 떠졌다.
[저, 저게 다 뭡니까?]
[이번 작전을 위해 특별히 재우에서 지원한 PMC 병력들입니다. 저 장비들이 워낙 최근에 개발된 것들이라서 아직 우리 경찰 병력들에게는 익숙하지 않은 탓에 이번만은 특별히 지원을 받게 되었죠. 참고로, 필리핀 정부로부터 활동인가는 받아 둔 상태입니다.]
[맙소사! 재우 PMC가 이번 작전에 투입되었다고요?]
이미 재우 PMC의 활약상을 잘 알고 있던 두테르테에게는 그건 더 없는 희소식이었다.
푸틴의 딸을 구출했던 영웅들.
그들이라면 아무리 알 라무드가 대단하다 해도 상대하긴 힘들 테니까.
그런데 그 흥분감이 가라앉기도 전, 또 하나의 독특한 물건이 막 수송선에서 하역되고 있는 장면이 그의 눈에 띄었다.
“저거 혹시 공격헬기 아닙니까?”
얼핏 보면 공격헬기가 분명해 보였다.
다른 점이 있다면 크기가 기존의 헬기에 비해 작고 지극히 미래지향적인 외형을 가졌다는 것과 조종석이 아예 없다는 것.
순간 두테르테는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특공대장을 쳐다봤고, 시선을 받은 대장은 웃음기 머금은 얼굴로 설명을 이었다.
“저것 역시 재우가 이번 작전을 위해 특별히 투입한 무인공격헬기입니다. 혹시 모를 다수의 적들을 상대해야 할 경우를 상정해 준비한 무장이죠.”
“잠깐만요, 그 말은 공중 폭격을 시도하겠다는 뜻 같은데, 그러다가 혹시라도 인질들까지 위험한 상황에 처하면 어쩌려고요.”
두테르테는 공격헬기를 무인화했다는 것에서 오는 당황스러움을 표하기에 앞서 그 점을 먼저 염려했다.
당연히 제기될 수 있는 의문.
하지만 정작 특공대장의 입에선 그건 의미 없는 걱정이라는 투의 말이 들려왔다.
“인질들이 위험에 처하는 상황은 없을 겁니다. 현재 저기에 탑재되어 있는 무장의 특성을 고려하면.”
“…….”
***
끼익!
필리핀군과 한국 경찰특공대원들. 그리고 재우 PMC 대원들의 차량이 도착한 곳은 마라위 북쪽 산악 지대 인근의 국도변이었다.
이곳부터는 더 이상 차량들이 진입하기가 어려운 험지.
“전원 하차!”
상황을 눈치챈 특공대장은 즉시 대원들을 향해 도보 이동 준비를 명령했고, 소식을 들은 PMC 대원들 또한 각자의 차량에서 내려 무장 점검을 시작했다.
쿵!
“오우 씨, 깜짝이야.”
곁에서 들려온 육중한 소리에 놀란 특공대원 하나가 저도 몰래 움찔했다.
이후 그의 시선이 꽂힌 곳은 요란한 기계음을 내며 사방을 탐색 중인 중장갑의 탐지 장치.
보면 볼수록 현실감이 떨어지는 장면이었던 터라 그로선 절로 고개가 가로저어질 뿐이다.
“우리가 장착한 외골격과는 수준 자체가 다르군.”
“그걸 말이라고. 저건 그야말로 전투머신이라 불려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의 물건인 마당에. 자네 몰라? 통일 전쟁 당시 우리군 강채훈 소령과 그 팀원들이 저 중장갑으로 북한군 기계화 부대를 작살냈던 것. 뭐, 당시 그들이 착용했던 중장갑이야 저것보다야 구형이기는 하지만. 아무튼 그만큼 성능 하나만큼은 장난이 아닌 물건이라는 뜻이야.”
곁에서 들려오는 동료의 말에 특공대원은 다시 중장갑을 향해 시선을 줬다.
여전히 현실적이지 못한 물건.
아마 저걸 대상으로 영화를 찍었다면 CG 제작 비용만큼은 확실하게 줄어들 것이라는 엉뚱한 생각마저 들려는 차에 동료의 말이 다시 이어졌다.
“참, 그러고 보니 당시 강 소령의 팀원 중 하나가 이번 작전에 참여했다는 소문이 있던데. 이름이 뭐였더라? 꽤 유명한 영화배우하고 비슷한 이름이었던 것 같은데.”
“장동건?”
“맞아, 그 이름이었어.”
특공대원은 순간 맞장구를 치며 소리쳤다.
그걸 들은 걸까, 때마침 휙 하고 중장갑을 걸친 PMC 대원 하나가 그들이 있던 방향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
“방금 누가 내 이름을 부른 것 같은데.”
한편, 무장을 점검 중이던 장동건은 누군가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소리에 주변을 둘러봤다.
시선이 마주친 것은 두 명의 경찰특공대원들.
뭣 때문인지 한껏 몸을 흠칫한 그들은 장동건을 향해 연신 손을 흔들곤 재빨리 뒤돌아선다.
“뭐지? 영 싱거운 친구들이네.”
“싱거운 게 아니라 방금까지 자네 이름이 저 친구들 입에서 오르내렸어. 영화배우하고 이름이 같다나 뭐라나 하면서.”
곁에서 함께 무장을 점검하던 민유환은 넌지시 웃으며 대꾸했다.
상황을 파악한 듯 히죽 웃어 보인 장동건은 이내 중장갑이 아닌, 일반 전투용 외골격 차림에 불과한 민유환을 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자네 정말 괜찮겠어?”
“뭐가? 아! 뭐 어쩔 수 없지. 아직 나하고 차지환이는 자네가 장착 중인 그 신형 AI 기반 중장갑에 대한 운용 교육을 못 받은 상태잖아. 괜히 익숙하지도 않은 장비를 들고 싸우다 얼타는 것보다야 이편이 훨씬 편해. 안 그래, 차지환?”
“고롬요. 우리가 언제부터 장비에 목숨을 걸었다고 불평을 씨부리갓습네까. 고저 우린 이 총 한 자루와 잘 벼른 칼 한 자루만 주면 만고 땡입네다.”
두 사람의 너스레에 장동건이 웃어 보였다.
서로 얼굴이 익숙해진 지는 얼마 되지 않았지만, 뭣 때문인지 그토록 사람을 가리던 장동건조차도 저들과는 이상하리만큼 가까워진 상태였다.
“그래, 뒤는 내가 어떻게든 책임질 테니 너무 걱정은 하지 말라고.”
“걱정 안 합네다. 고저 혹시라도 제가 작전 중에 뒈지기라도 하면 제 무덤 앞에서 맘껏 조롱이나 해 주시라요.”
차지환은 장동건을 향해 너스레를 떨었다.
“전투 준비!”
때마침 들려오는 특공대장의 외침.
바로 조금 전까지 웃고 떠들던 PMC 대원들의 표정이 확 뒤바뀌는 것은 그야말로 순식간이었다.
“작전 개시!”
***
투투투투투!
우거진 숲에선 연신 총소리가 들려왔다.
대체 어디에 숨어서 쏘는 건지 좀처럼 감조차도 오지 않는 상황.
덕분에 필리핀군에서는 벌써 수십 명이나 되는 희생자가 발생했고, 시간이 지날수록 그 수는 더해져 가고 있다는 무전이 날아든다.
쾅! 쾅쾅!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저쪽 팀에서 발생한 희생이다.
경찰특공대원들. 특히나 장동건을 필두로 한 AI 기반 중장갑을 앞세운 B조의 경우는 마치 굴에 숨은 여우를 찾아내듯 족집게처럼 숨어 있는 적들을 찾아 격파해 나갔고, 벌써 필리핀군들과는 십여 분 이상의 거리를 두고 포위망을 좁혀 가고 있었다.
쾅!
두두두두!
“탐지 신호 확인하고, 전투 보조 AI 시스템은 항상 활성화한다!”
위잉!
AI에 의해 지원되는 전투 보조는 그 성능이 기대 이상이었다.
“RPG!”
위잉! 쾅!
이건 마치 AI 자동 전투지원 장치가 탑재된 장갑차량의 자동화 전투를 재현하고 있는 기분.
그저 움직이기만 하면 AI가 알아서 사방 수백 미터를 탐지하여 위험 요소를 알리고 미리 조준에 들어가는 터라 운용자는 단지 음성으로 대응을 허락하는 명령만 내리면 그만. 이후로는 온전히 자신의 전투에만 집중할 수가 있다.
틱틱틱!
장점은 그것만이 아니었다.
사방을 탐지하여 적의 위치를 확보.
운용자로 하여금 사전에 목표물에 대한 대응 순서를 정할 수 있게 해 주는 것은 전투에 있어서 한결 여유로움을 가져다주었다.
-알파 송신, 북쪽을 담당한 필리핀군의 압박 속도가 지나치게 더디다. 이대로 가다간 쥐구멍을 내줄 수도 있으니 몇몇 PMC 대원들의 지원을 요청한다.
한창 반군을 몰아가던 중 본부에서 지원 요청이 날아들었다.
그나마 여유로운 상황에 있던 것은 장동건과 민유환 그리고 차지환이 포함된 그의 팀원들뿐.
소식을 들은 그들은 즉시 서로를 쳐다보며 고개를 끄덕였고, 이내 장동건이 본부를 향해 무전을 날렸다.
“찰리 송신. 385팀이 필리핀군을 지원하겠다.”
-알파 수신. 협조에 감사한다. 혹시라도 있을지 모를 오인사격을 방지하기 위해 필리핀군에는 미리 385대원들의 합류 소식을 통보해 두겠다. 참고로, 지금 송출하는 경로를 지켜 주길 바란다.
들려오는 당부는 전적으로 그들의 안전을 위한 것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현재 필리핀군과 재우 PMC 대원들 사이에선 별다른 피아식별 수단이 없었던 상태.
아니, 설사 있다 해도 이렇듯 숲이 우거진 곳에서의 무차별적인 전투에선 종종 오인사격에 의한 피해가 발생할 수도 있기에 어쩌면 당연한 조치일 수도 있다.
“가자.”
헬멧을 통해 전달된 경로를 접수한 장동건은 대원들을 향해 말하곤 앞서 나갔다.
목적지까지의 거리는 대략 5킬로미터.
혹시나 싶은 마음에 본부차량과 연결된 광역 탐지정보를 수신한 순간, 그의 몸이 움찔하고 멈춰 선다.
“와 기랍니까?”
스윽.
장동건은 차지환의 재촉에 별다른 대꾸를 하지 않고 몸을 낮췄다.
그게 무슨 의미인지를 눈치챈 대원들은 즉시 사주경계를 시작했고, 이후 장동건의 어깨 위에 있던 40밀리 미사일 터렛이 갑자기 저편 개활지를 향해 돌아가더니 미사일 한 발을 토해 낸다.
쉬익!
날아간 미사일은 개활지의 끝에 있던 숲을 향해 돌진했다.
대체 무얼 향해 날아가는 걸까 싶은 생각이 뒤편에 있던 대원들의 뇌리를 스칠 무렵, 저편에서 엄청난 화염과 함께 무언가의 파편들이 허공을 비산한다.
두두두두!
이후 화염을 뚫고 곳곳에서 등장한 것은 다수의 IS 반군들이었다.
병력의 수만 해도 어언 수백은 넘을 듯한 규모.
순간 장동건의 옆구리에 장착된 체인건이 반응하더니 어마어마한 탄환들을 쏟아 내기 시작한다.
두르르르르르!
수천 발의 탄환이 소모되는 것은 그야말로 순식간이었다.
그에 맞서 공격해 오던 반군들이 소멸되는 것 또한 순식간.
위이이이잉!
결국 체인건이 공회전을 할 때쯤에 눈앞에서 온전히 이쪽을 향해 총질을 하는 반군의 수는 불쌍한 생각이 들 만큼이나 줄어들어 있었다.
“미친…….”
민유환은 눈앞에서 벌어진 참상에 할 말을 잃고 말았다.
하지만 이건 저들이 먼저 우리 국민을 건드린 것에 대한 대가.
애써 마음을 다잡으려는 차에 불현듯 장동건의 말이 날아든다.
“놈들 중 몇몇을 생포해서 알 라무드 놈의 거취를 알아내야 해.”
민유환은 그 말에 재빨리 차지환을 쳐다봤다.
이후 자세를 낮추고 남은 잔당들이 숨어든 곳을 향해 튀어 나간 두 사람은 한참 후가 되어서야 다시 모습을 드러냈고, 그들의 손에는 반군으로 보이는 사내 하나가 온몸에 피를 흘리며 끌려오고 있었다.
“간나 새끼, 그러게 저항은 왜 하네? 괜히 한 번 맞고 끝날 칼빵을 두 번씩이나 처맞았잖네.”
장동건은 저토록 잔인한 말을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뱉어 내는 차지환의 태도에 기가 찼다.
그도 잠시, 곧 그 육중한 몸을 잡혀 온 반군을 향해 기울인 장동건이 유창한 아랍어를 구사하기 시작했다.
[알 라무드. 지금 어디 있나.]
[…….]
반군은 예상 밖의 상황에 놀라 잠시 멍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이내 입꼬리를 잔뜩 뒤튼 놈은 뜬금없이 미친놈처럼 웃어 대기 시작했다.
[크크크. 끄악!]
놈의 웃음은 차지환에 의해 곧장 비명으로 변질됐다.
순식간에 놈의 몸에 꽂혀 뒤틀리는 나이프로 인해서.
이후 반군은 다시 묻지도 않은 알 라무드의 거취를 순순히 불기 시작한다.
[크윽! 라, 라무드 님은 지금 여기 없어. 하니 그분을 찾는다면 헛걸음한 거야.]
[…….]
장동건의 얼굴은 그 말에 와락 일그러졌다.
당연히 거짓으로 들려왔어야 할 저 말이 이상하게도 신뢰감이 들었기에.
결국 그는 본부에 사실을 알렸고, 그래도 혹시나 싶은 마음에 다시 놈들의 거점을 향해 움직이는 것을 택했다.
***
“알 라무드를 놓쳤다고요?”
러시아 출장을 위해 공항으로 향하는 길.
파견되었던 장동건으로부터 당황스러운 소식이 들려왔다.
더 꺼림칙한 점은, 놈이 필리핀군과 우리 경찰이 작전을 시작하기 수일 전에 이미 거점을 벗어났다는 사실.
그 말인즉 부하들은 사지로 내몰고 자신만 쏙 빠져나갔다는 의미가 되는데, 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인지 알 길이 없다.
“가만.”
순간 뇌리를 번뜩이는 생각에 가던 걸음을 멈췄다.
무시하기엔 왠지 꺼림칙한 느낌.
난 즉시 강 소령을 쳐다보며 말했다.
“일단 파견된 PMC 대원들에겐 끝까지 작전에 임하라고 하세요.”
“네, 그리 전하겠습니다.”
“그리고 한국 지부의 대원들을 재우의 모든 주요 인물과 내 가족 경호 임무에 투입합니다. 참! 일본 출장 중인 나타샤의 경호대 알파 그룹에게도 이 사실을 언질해 줘야 합니다. 나타샤에게는 예전 그녀의 동생을 납치했었던 놈이 그물을 빠져나갔다고 전하시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