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핵무기도 만들어 드릴까요?-288화 (288/372)

#핵무기도 만들어 드릴까요? 288화

중국 상하이.

쾅!

“고작 5개 지부만 살아남았다니, 그게 무슨 개소리야!”

중국 공산당 서열 7위이자 상무위원인 양췐은 들려온 소식에 분개했다.

기세가 험악했던 탓일까, 비서는 절로 뒷걸음질을 쳤고, 여전히 분에 겨워 무언가를 내던지려던 양췐은 막상 그 모습을 보자 흥분을 가라앉히며 말했다.

“일이 그렇게까지 망가지는 동안 넌 대체 뭘 한 거야.”

“그, 그게…….”

비서는 차마 대꾸를 하지 못한 채 머뭇거렸다.

하긴, 그게 어디 비서의 잘못일까.

다행히도 끝까지 책임을 그에게 돌릴 생각은 없었던 듯, 양췐은 기세를 죽이며 다시 자리에 앉는다.

“뭐 이미 벌어진 일이야 그렇다 치고, 해서 대책은?”

“그게, 현재 우리 태자당의 영향력 아래에 있는 군부에서 보다 적극적인 지원에 나설 예정이라고 합니다.”

“그래야지. 자신들의 주머니를 채워 주는 돈이 어디에서 나오는 건지도 모르는 바보들은 아니니까.”

양췐은 이죽거리며 말을 뱉었다.

이내 그의 시선이 향한 곳은 그가 관리하고 있던 삼합회의 조직도.

최근 제 앞가림을 못하고 있는 저들에게 기분이라도 상한 듯 휙 하고 그걸 팽개치며 넋두리를 뱉어 냈다.

“내가 아직도 이런 쓰레기들의 뒤치다꺼리나 해야 하는 건가.”

비록 말은 그렇게 했어도 어쩔 수 없다는 것은 잘 알고 있었다.

애초 삼합회를 당의. 아니, 그가 속한 계파의 비밀스러운 돈줄로 삼았던 것은 바로 그 자신이니까.

딱히 그 임무를 물려줄 존재가 없는 현실에선 앞으로도 그의 손은 계속해서 더럽혀질 거다.

“그나저나 이러다간 자칫 이 문제가 대리전 양상으로 갈 수도 있을 듯한데, 류우녕 일파에서 그걸 두고 혹시라도 꼬투리를 잡지 않겠습니까?”

생각이 깊어지던 차에 비서가 넌지시 우려를 표했다.

듣기 싫은 이름이 거론된 탓인지 양췐의 미간이 잔뜩 일그러진다.

“그렇다고 뭘 어쩌겠어. 어차피 지들도 구린 구석이 있는 건 마찬가지인 마당에. 막말로 지금 공산당 3대 파벌들 중 법을 어기지 않고 군부를 지배하는 놈들이 있기나 해?”

그건 딱히 틀린 말은 아니었다.

자고로 사람을 움직이는 것은 결국 돈.

때문에 상하이방을 비롯하여 공청단과 태자당에 이르는, 3대 세력들은 암암리에 통치자금 조달에 열을 올리고 있는 중이었고, 어느 세력이건 불법적인 일에 가담하지 않는 조직이 없으며 혹여 그로 인한 문제가 발생한다 해도 서로 덮고 넘어간다는 암묵적인 룰이 형성된 상태다.

“흠…….”

한참 흥분한 채 말을 뱉던 양췐은 순간 상황이 우습다는 생각을 했다.

인민들에게는 그토록 청렴함을 강조하면서도 정작 당의 주요 인물들은 누구 하나 떳떳한 인물이 없는 이 현실에 대해서.

하지만 어쩌랴.

그게 이 나라를 이끌어 왔던 그동안의 역사이고 이제 와서 그걸 갈아엎을 방법은 없는 것을.

“참, 그나저나 시 주석에겐 한동안 아무런 보고도 하지 말게.”

“그래도 괜찮겠습니까?”

비서는 이어진 양췐의 말에 놀라움을 표했다.

만약 문제가 여기서 더 커지는 경우 과연 중앙위에서부터 날아올 질책에 대해 뒷감당이 가능할지를 장담할 수 없기에.

하지만 정작 양췐은 그 부분에 대해선 전혀 고려하지 않는 모양새였다.

“설사 문제가 커진다 해도 시 주석께선 조용히 넘어갈 거고, 다른 파벌들 역시 크게 문제 삼을 수는 없을 거야. 이제 막 임기를 시작한 주석의 힘에 반기를 들 만한 세력들은 없으니까. 하니 우리가 굳이 나서서 실책을 들출 필요는 없잖아.”

“하지만…….”

비서는 끝내 내키지 않는다는 표정이었다.

순간 양췐은 표정을 확 바꾸며 자신이 가진 힘을 강조했다.

“자네, 설마 지금 내가 누군지 그새 잊은 건가?”

비서는 그의 말에 다시 튀어나오려던 반발을 삼켰다.

하긴, 오늘날 시 주석을 그 자리에 올린 인물은 바로 양췐이나 다름없는 것이 사실.

시 주석이 어지간한 일로 그를 내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긴 하다.

“빌어먹을, 그나저나 이 죄책감은 대체 언제 사라지려나.”

비서의 침묵이 이어지던 차에 양췐이 다시 혼잣말을 뱉었다.

한때 충성을 바치던 장쩌민을 배신하고 시 주석의 킹메이커가 된 것에 대한 자괴감.

하지만 그건 닥친 상황 자체가 어쩔 수 없었기에 후회 따위는 없다.

“뭐 그건 그렇고, 전에 필리핀에서 생포됐다던 중교 놈은 어떻게 됐어?”

“들려온 소식에 의하면 현재 필리핀 정부의 감시 속에 심문을 받고 있답니다.”

“여태 심문을 받고 있다고?”

“그게, 다행히도 끝까지 입을 열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고 합니다.”

양췐은 그나마 다행이라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도 잠시 한껏 눈을 빛낸 그가 다시 비서를 향해 말한다.

“잡혀 있는 중교에게 은밀하게 접근할 방법을 찾아봐.”

“네?”

비서는 의미를 알아채지 못한 채 되물었다.

갑갑하다는 표정을 지은 양췐은 손으로 목을 긋는 행동과 함께 말을 잇는다.

“이대로 시간을 끌다가 우리가 연루된 사실이 세상에 알려지게 둘 수는 없잖아.”

“…….”

“그나마도 다행인 것은, 군부에서도 이런 상황을 대비하여 놈의 지문을 지워 버린 채 작전에 투입했었으니 놈만 사라진다면…… 게다가 우리 쪽에서도 그의 신원에 관한 자료들은 죄다 소각한 상태니 스스로 자결이라도 하도록 유도를 하라는 말이야.”

비정한 조치였지만 그편이 최선인 것은 사실이었다.

어차피 필리핀에는 많은 수의 화교들이 살고 있는 상태.

이쪽과 연관된 증거를 인멸하고 해당 인물만 영영 입을 다물게 한다면 결국 현지에 거류하는 화교 출신 마약 조직원으로 둔갑시키는 것은 일도 아니니까.

하지만 과연 당사자가 그 조치를 따를까?

비서는 내심 그게 걱정스럽다는 의견을 전했고, 양췐은 그 말에 이죽거리며 말을 뱉었다.

“따르지 않겠다면 가족들이 인체 신비전의 전시품이 될 수도 있다고 해. 만약 그래도 거부하면 자네가 직접 제거를 해 버리든지.”

비서는 더 이상 반발할 수 없어 몸을 돌렸다.

이내 방을 빠져나가려는 차, 양췐의 말이 다시 날아들었다.

“이번에 지원에 나선 인물들은 확실하겠지?”

“물, 물론입니다. 특수군 중에서도 최정예들을 동원한다고 했으니까요. 그리고 꼭 그들이 아니라도 이번에 삼합회 놈들을 통해서 포섭한 IS 반군의 지도자가 워낙 실력자라서 맥없이 당하기만 하는 일은 없을 겁니다.”

“젠장, 그렇다고 해도 IS 반군과 손을 잡는 것은 영 마음에 걸리는군. 우리의 개입 사실에 이어 그것마저 밝혀지는 경우 그야말로 사면초가가 될 테니까. 한데 실력자가 맞기는 한 거야? 들려온 보고에 따르면 놈도 결국 한국군에게 쫓겨서 필리핀으로 도주한 주제라고 하던데.”

“그렇기는 하지만 예전 러시아 푸틴 대통령의 딸을 납치하는 것에 성공했을 정도면 실력이 대단한 것은 사실 아니겠습니까?”

“놈이 푸틴의 딸을 납치했었던 주범이었다고?”

양췐은 그 말에 호기심이 동한 표정을 지었다.

뭐 결과야 비록 보잘것없지만 그 과정에서 알파 부대를 격퇴한 것은 꽤 대단한 일이었음이 사실이니까.

어쩌면 비서의 말처럼 이번엔 기대감을 가져도 좋을지도 모른다.

“흠, 이름이 뭐라고?”

“라무드. 알 라무드라고 하더군요.”

***

필리핀 남부 해안지역.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단체. 즉 IS에 충성을 맹세한 필리핀인들의 수는 제법 그 수가 많은 편이었다.

아무리 못해도 이곳 남부에만 무려 수천 명에 달할 정도.

물론 최근엔 필리핀군과 한국 경찰 병력들에 의해 꽤 많은 수의 병력이 와해되기는 했다지만 여전히 그들의 세력은 건재한 편이었다.

“그 중국인은 언제 온다던가.”

남부 최대 IS 조직을 이끌고 있는 라무드는 부하를 향해 물었다.

이곳 필리핀의 마약 시장을 휘어잡고 있는 삼합회의 몰락.

그로 인해 중국 공산당 간부들은 최근 라무드에게 협력을 제안해 왔고, 가뜩이나 한국이라면 이를 갈던 그로서는 저들의 제안을 흔쾌히 받아들였던 상태였다.

“이제 곧 도착할 예정이랍니다.”

부하의 전언에 고개를 끄덕인 그는 잠시 옛 기억들을 소환했다.

과거 중동 땅에서 푸틴의 딸을 납치했을 당시, 다 된 밥에 코를 빠트리게 만들었던 재우 PMC.

그리고 그들의 꼭대기에 있는 진현승에 대한 원한들을.

물론 자신의 실수가 원인이라고는 해도. 즉, 하필이면 그가 납치했던 대상이 푸틴의 딸이었다는 게 근본적인 몰락의 원인이라고는 해도, 결국 그들을 몰살의 상황까지 몰고 간 것은 재우 PMC와 진현승인 것이 사실이지 않던가.

생각이 거듭될수록 그의 턱에는 절로 힘이 들어갔다.

“그런데 또 한국. 아니, 재우가 나서서 설쳐 댄다는 말이지? 하면 이번에야말로 내가 저들에게 진정한 지옥을 맛보게 해 주지. 내 생각이 어때 미스터 강?”

중얼거림 끝에 그의 시선이 머문 곳은 그가 납치하여 온 한국인들이 무릎 꿇고 있던 곳이었다.

10년 전 필리핀으로 넘어와 봉재사업을 하고 있는 대표와 그 직원들.

잔뜩 겁에 질린 그들의 앞에 다가선 라무드는 방금 자신이 이름을 불렀던 사내의 목에 칼을 대며 말했다.

“그렇게 원망스러운 눈초리를 보여야 할 대상은 내가 아니라 한국과 재우그룹이야.”

***

[최근 관광객이 급감한 일본 항공사들이 파산 위기에 처했다는 소식입니다.]

2013년 11월.

잦은 지진으로 인한 급격한 관광객의 감소로 인해 일본의 양대 항공사들이 결국 경영 위기에 봉착했다.

전혀 안타깝지 않은 내 냉정함을 탓하기에 앞서 먼저 관심을 끈 것은 저들이 운용 중인 보잉사의 기체들.

대체로 항공사가 파산하는 경우 소속 기체들은 거의 헐값에 매각되거나 분해되는 운명이라는 사실이 문득 뇌리를 스쳐 갔다.

“저걸 가져올 방법을 좀 연구해 보세요.”

“네?”

안 실장은 화들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안 그래도 최근 나로 인해 업무가 가중되고 있는 그로선 청천벽력 같은 이야기였을 터.

난 생각을 고쳐먹곤 어제 그룹 사장단으로 영전한 임효식 대표를 호출했다.

“부르셨습니까? 어? 원장님. 아니 안 실장님도 계셨습니까?”

방에 들어서는 와중 안 대표를 발견한 그는 반가운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그러고 보니 임 대표가 전략기획실장직을 수행할 때야 서로 얼굴을 마주할 일이 잦았었겠지만, 계열사 대표직을 맡아 내려간 이후로는 꽤 오랜만의 재회일 거다.

“임 상무. 아니, 임 대표 자넨 늙지도 않는군.”

“빈 말씀이라도 감사합니다.”

두 사람의 해후는 한동안 이어졌다.

그사이 테블릿을 통해 조금 전 TV를 장식했던 일본항공사 경영 위기 기사를 찾아낸 난 즉시 그걸 임 대표에게 건넸고, 그는 별스럽지 않다는 표정으로 내 의견에 동감함으로써 안 대표를 놀라게 했다.

“일단 두 항공사의 재무 상황을 좀 확인해 보겠습니다. 이후 가능하다면 확실히 우리가 먹어 버리는 편이 낫지 않을까 싶긴 합니다.”

“쉽지는 않을 겁니다. 여기 이 기사에 따르면 미쓰비시에 의한 인수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으니까.”

“미쓰비시가 뛰어들면 쉽지는 않겠군요. 일단 일본 정부로서는 두 항공사가 타국으로 넘어가 버리는 것도 견제할 테고, 미쓰비시가 워낙 일본 극우들의 산실이나 다름없는 곳이라서 현 정치권에서 적극 푸시 할 가능성이 크니까요.”

역시 임 대표의 상황판단은 빨랐다.

점점 더 믿음이 가는 터라 웃음을 내비치고 관련 작업에 필요한 것들을 제시하려는 순간, 그가 툭 하고 의문의 말을 던졌다.

“참! 혹시 그 소식 들으셨습니까? 얼마 전 필리핀에서 우리 경찰 특공대에 의해 생포된 중국군 중교 말입니다. 그자가 오늘 아침에 자결을 했답니다.”

“자결을 했다고요?”

놀란 마음에 즉시 되물었다.

당황스럽기는 마찬가지였던 듯, 임 대표는 머리를 긁적이며 말을 이었다.

“필리핀군의 전언에 따르면 생리현상 해결을 요구하는 그를 혼자 둔 것이 불과 5분도 채 되지 않았는데, 그사이 화장실에서 시체로 발견됐답니다.”

“5분 사이에?”

“네, 그사이 입에 하얀 거품을 물로 죽어 있더랍니다. 젠장, 그나저나 상황이 이러면 중국과의 연관성을 찾기는 요원해져 버린 것 아닙니까. 솔직히 그가 중국군 중교라는 것은 차지환 경장의 증언뿐이고 여태 이렇다 할 증거는 못 찾았지 않습니까.”

들려오는 임 대표의 불평 속에 온갖 생각이 스쳤다.

가장 먼저 든 생각은 과연 자살이 맞기는 한 걸까 싶은.

막말로 내내 침묵으로 버티던 자가 이제 와서 뜬금없이 죽음을 선택할 이유가 딱히 없지 않던가.

“말도 안 되는 소리. 현지 경찰과 의사소통도 제대로 안 되는 자가 무슨 필리핀 거류 화교입니까.”

무심코 뱉어 낸 말에 임 대표가 눈을 끔뻑였다.

마치 그도 그렇지 싶은 표정.

난 잠시간의 고민 끝에 떠오른 말을 다시 내뱉었다.

“이거 아무래도 자살을 한 것이 아니라 자살을 당한 모양이군요.”

“네?”

임 대표는 다시 커다란 눈이 되어 반응했다.

서둘러 손사래를 치곤 다시 임 대표를 향해 물었다.

“혹시 지난번에 내가 부탁했던 것은 아직 입니까?”

“아!”

임 대표는 그 말에 퍼뜩 자신이 들고 왔던 가방을 뒤적였다.

이후 그가 건넨 것은 현 중국 공산당 수뇌부들에 대한 신원 정보.

내 호출을 받고 그것마저도 챙겨 온 모양인데, 역시나 준비성 하나만큼은 알아줘야 할 인물이지 싶다.

“흠…….”

난 한참을 서류에 집중했다.

얼마의 시간이 지났을까, 곧 내 눈에 뜨인 것은 중국 공산당 서열 7위의 양췐이라는 인물.

다른 걸 떠나서 중앙위에 올라오는 과정까지가 유독 입지전적이다 싶은 이유 때문이었다.

“불과 3년 전까지만 해도 장쩌민의 책사였다가 시진핑의 킹메이커가 됐다?”

꽤 의외의 사건이지 싶었다.

아무리 뛰어난 인물이라고는 해도 적의 오른팔 역할을 하던 자를 휘하에 거두는 일은 그리 쉽지가 않고, 특히나 중국 정치 권력 판에선 더더욱 그런 일이 벌어지기가 어려웠으니까.

그 때문인지 어쩌면 내가 예상했었던, 중국의 보이지 않는 책사가 바로 그였지 않을까, 싶은 생각을 떨쳐 낼 수가 없다.

지금처럼 중국이 역사와는 다른 태도를 보이게 만든 존재.

유럽을 끌어안아 미국을 중심으로 한 3국 연합에 대항하는 세력을 구축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자가.

“어?”

생각이 꼬리를 물 때쯤 안 실장이 갑자기 의문에 찬 소리를 뱉어 냈다.

그사이 테블릿으로 기삿거리들을 확인하고 있었던 듯 눈이 커다래진 채였던 그는 재빨리 소리를 키웠고, 이후 스피커를 통해 들려오는 뉴스에 내 눈마저도 절로 휘둥그레졌다.

[긴급속보를 전해드립니다. 오늘 오전 9시경, 필리핀 현지에서 봉재사업을 하던 강현모 씨가 IS 반군들에 의해 살해됐습니다. 불행히도 해당 영상은 지금 인터넷을 통해 유포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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