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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무기도 만들어 드릴까요?-287화 (287/372)

#핵무기도 만들어 드릴까요? 287화

스르륵.

거대한 거미. 즉 다각전차는 다리 끝에 장착되어 있는 바퀴를 이용하여 무대 곳곳을 누볐다.

순간 제어를 담당하고 있던 엔지니어가 자신의 앞에 있는 키보드를 두드렸고, 이후 다각전차의 윗부분에 장착되어 있던 탐지시스템이 이리저리 움직이며 각종 무장들을 활성화했다.

기잉! 철컥!

“저거이 설마 실탄이 장착되어 있는 것은 아니갔디요?”

순간 들려온 차지환의 말에 사람들이 일제히 흠칫했다.

“지금 그걸 말이라고…… 미치지 않고서야 누가 시연행사도 아닌 단순공개에 실탄을 동원해. 좀 조용히 지켜보기나 해.”

그러자 곁에 앉아 있던 그의 동료 민유환 경사의 타박이 이어졌고, 우습게도 사람들은 안도의 한숨과 함께 다시 시선을 무대로 옮겼다.

<재우가 이번에 개발 중인 다각전차는 AI를 기반으로 하여 자체적인 작전이 가능한 제품입니다. 보시다시피 평지의 경우는 바퀴를 이용하여 기동하게 되며 산악 지형과 같은 험지의 경우 6개의 다리를 이용한 기동을 실시하게 됩니다.>

이어지는 사회자의 멘트를 증명하듯 다각전차는 곧장 다리를 이용한 기동을 선보였다.

놀라운 것은 그 속도와 움직임의 정교함.

무려 6개의 다리가 AI의 지령을 받아 지형지물을 판단하고 그걸 극복하는 과정이 마치 살아 있는 거미의 이동 과정을 보는 기분이었다.

[저 각도를 저렇게까지 안정적으로 극복한다고? 한국은 대체…….]

이번에 반응을 보인 자는 어윈 육군 장관이었다.

그가 한껏 목을 빼고 집중하고 있는 것은 다각전차의 전체적인 기동 메커니즘.

특히나 경사진 땅을 찍어 누름과 동시에 미끄러짐을 방지하려 후축 조인트가 순식간에 땅에 고착되는 과정에 유난히도 관심을 보이는 중이었다.

[저 복잡한 지형지물에서 저토록 완벽하게 반응하려면 AI의 판단 과정이 그야말로 인간의 신경전달 속도와 분석능력에 맞먹어야 한다는 소린데, 지금 기술 수준으로 그 정도 능력을 갖춘 제어 컴퓨터를. 그것도 저 작은 몸체 안에 욱여넣을 수가 있는 건가? 장착한 무장에 필요한 탄약들의 보관 공간을 빼면 허용되는 공간이라고는 별로 없을 것 같은데.]

[그게 바로 저 다각전차를 공개하는 핵심이죠.]

난 연신 의문을 표하는 그에게 말했다.

순간 몰려드는 시선들.

옅은 미소와 함께 다시 말을 이었다.

[저 다각전차의 성능도 성능이지만 그보다는 두뇌 역할을 하는 내장 컴퓨터를 더 강조하고 싶었다는 말입니다.]

그 말에 유독 어윈 장관의 눈매가 가늘어졌다.

시선을 그에게 고정하곤 다시 말을 이었다.

[보통 저 정도의 환경판단능력과 그에 대한 대처능력을 갖춘 제어 컴퓨터를 구성하려면 수천 개의 CPU는 물론 그에 준하는 메모리반도체와 전력반도체가 소요됩니다. 해서 제어컴퓨터도 장관님의 덩치보다 최소 두 배 이상은 커져야 하는 것이 정상이죠. 하지만 우리가 개발한 질화갈륨 웨이퍼 기반 반도체들의 경우 그 크기를 절반 가까이 줄일 수가 있습니다. 게다가 전력 효율이 기존 실리콘 기반 반도체들에 비해 20%가량 높아서 운용 가능 시간 또한 대폭 증가했음은 물론이고.]

어윈 장관은 마른침을 삼켰다.

단순히 제어컴퓨터를 소형화했다는 것에서 오는 흥분보다는 그 뒤에 숨은 의미를 알아들은 거지.

즉, 그 정도로 발전된 반도체라면 활용처가 얼마든지 다양해질 수 있다는 걸.

아니나 다를까, 곧 그가 눈을 반짝 빛내며 되묻는다.

[그럼, 그 질화갈륨 기반 반도체를 우리 미군도 공급받는 것이 가능해지는 겁니까? 만약 그걸 도입한 제어 컴퓨터가 탑재된다면 우리 무인기들도 그 성능이 대폭 증가할 것 같습니다만.]

[정당한 대가만 지불하신다면야 당연히 미국에게도 공급이 가능하겠죠.]

대답은 속삭임으로 전달했다.

용케 곁에서 그걸 들은 리암이 흐뭇한 표정을 지어 보였고, 난 기왕이면, 하는 생각에 며칠 전 최인배에게 전했던 내 의중을 다시 입에 올렸다.

향후 진행할 인재 모집 과정에서 미 정보부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더불어 협력개발에 있어서는 내가 공개하는 수준 이상의 AI기술은 욕심내지 말라는, 진득한 경고를.

[그야 당연하죠.]

예상처럼 리암은 곧장 수긍하며 고개를 끄덕였고, 덕분에 한동안 나를 짓누르던 문제들은 어느 정도 해소가 됐다.

‘자, 그럼 이제 남은 것은 본격적으로 판을 벌이는 건가?’

무려 6천억 달러에 달하는, 반도체 시장의 본격적인 재편을.

<그럼, 지금부터는…….>

생각이 깊어지던 차에 다시 안내 멘트가 들려왔다.

이번에 무대에 등장한 것은 군사용 중장갑 외골격을 장착한 병사.

기존의 것과 달라진 것이 있다면 장착 중인 무장의 종류가 꽤 다양해졌다는 건데, 얼핏 보면 저걸 사람이 전부 제어하는 것이 가능할까 싶을 정도다.

한쪽 옆구리엔 체인건이. 어깨에는 40밀리 다연장 유도미사일 터렛이. 그리고 손에는 중기관총까지.

위잉!

그때, 각 무장이 각기 움직이며 서로 다른 목표물들을 조준하는 모습이 연출됐다.

눈치 빠른 자들이라면 그 의미를 깨달을 터.

아니나 다를까, 뒤편에 서 있던 강 소령이 화들짝 놀란 표정으로 말을 뱉어 낸다.

“저, 저게 어떻게 가능하지?”

누구보다 중장갑을 잘 알고 있던 그로서는 당연히 나올 수 있는 반응이었다.

인간이 한 번에 제어 가능한 무장은 하나.

해서 결국 한 번에 처리 가능한 목표 역시도 하나뿐이건만 저렇듯 각각의 무장이 동시에 서로 다른 목표를 조준하는 것은 그 상식을 무시하는 것이거든.

그 부분에 대해선 굳이 내가 설명할 필요도 없이 영어로 된 안내 멘트가 뒤따랐다.

<이번에 개량된 중장갑 외골격은 AI와 연동된 전투보조가 가능합니다. 즉, 운용자가 채 인식하지 못한 위험목표를 헬멧에 연동된 AI가 자동 탐지 및 조준하여 결과를 알리고, 이후 운용자의 의지에 따라 동시 타격이 가능하다는 의미입니다. 이건 일종의 발사 후 망각이라는 전투기의 첨단 전투시스템과 비슷한 개념으로서…….>

[맙소사! 저 작은 헬멧에 그런 복잡한 기능을 갖춘 AI가 탑재되었다는 말입니까?]

육군 장관은 이번에도 놀라움을 표했다.

뭔가 오해가 있다는 생각에 난 즉시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

[그럴 리가요. 저 헬멧은 단지 운용자와 AI시스템 사이의 가교 역할만 하고, 정작 전투보조를 위한 AI는 다른 곳에 있습니다.]

말끝에 가리킨 것은 무대 저편에 서 있던 전투차량이었다.

크기는 거의 5톤 트럭 정도.

덕지덕지 붙어 있는 장갑은 물론 각종 대인, 대전차 그리고 대공 방어 무장까지 갖춘 상태였는데, 그건 임무의 특성을 고려하여 내린 어쩔 수 없는 조치였다.

적의 입장에선 저걸 부숴 버려야 중장갑 병력들의 멀티롤 전투가 불가능해질 것이고, 그걸 위해선 반드시 최우선 타켓으로 삼을 테니까.

[저 전투차량 안에 탑재된 메인 컴퓨터 하나당 대략 오십 명에 달하는 중장갑 외골격의 전투지원이 가능합니다. 쉽게 말해서 저 차량 한 대가 오십 명의 중장갑 외골격 병력들의 본부차량이 되는 거죠.]

육군 장관은 그제야 상황이 파악된 듯한 표정을 지었다.

이후 욕심이라도 난 건지 그의 눈이 슬슬 빛을 발하기 시작했고.

함께 눈을 빛내며 앉아 있던 마이클은 뭣 때문인지 슬쩍 나를 한 번 쳐다보곤 이후 제 상관을 향해 상황과 걸맞지 않은 말을 건넸다.

[흠흠, 그나저나 장관님께서도 들으셨죠? 이번에 우리 의회에서 구형 ICBM의 추진체 교체사업을 승인했다는 것 말입니다.]

[그야 당연하죠. 한데 그건 갑자기 왜…… 아! 그러고 보니 그 추진체들은 꽤 아깝게 됐습니다, 그려. 예정대로라면 그냥 폐기처분 대상이 될 텐데 달리 활용방안이 없겠습니까?]

마이클의 말에 무심히 맞장구를 치던 어윈 장관은 슬그머니 내 눈치를 살피며 말을 이었다.

감히 누구 앞에서 어설픈 연기를.

난 끝내 딴청을 부렸고, 마음이 급해진 마이클의 말이 다급히 이어졌다.

[글쎄요, 우리는 몰라도 한국이라면 활용할 방안이 있지 싶은데요. 예를 들면 그걸 한국정부에서 주도하는 소형위성확보사업의 발사체로 개조하여 써먹는다든가. 그러면 예산이 꽤 아껴지지 않겠습니까?]

‘호오?’

그건 제법 일리가 있는 제안이지 싶었다.

어차피 ICBM이나 소형위성을 쏘아 올리기 위한 로켓이나 그 근본은 다를 것이 없는데, 그걸 합리적인 가격에 입수할 수만 있다면 확실히 예산절감효과는 크겠지.

‘내가 제안했었던 공중발사방식보다 더 비용절감이 가능할 정도로.’

게다가 그건 개수만 거치면 여전히 ICBM으로의 역할을 하는 것도 가능하다.

우리에게 핵이 없다면 모를까, 수십 개의 전략 핵탄두를 보유하고 있는 상황 하에선 그야말로 솔깃할 만한 소식이라는 거지.

‘흠…….’

당황스러운 점은 그게 아무리 욕심이 난다 해도 쉽게 보유의지를 내비칠 수 없는 물건이라는 거다.

비공식 핵보유국이 ICBM을 갖는다는 건 그 속내를 만천하에 드러내는 것과 마찬가지니까.

그런 사실들을 알면서도 내 앞에서 저런 대화를 주고받는다는 것은 우리의 ICBM 보유를 문제 삼을 의지가 없다는 간접적인 표현.

이로써 우린 저들 못지않은 강력한 국가로의 길에 한 발 더 내디딘 상황이다.

“쯧, 그나저나 어디서 못된 것만 배워 왔네.”

내가 그동안 아무리 물물교환을 자주 써먹었다고는 하지만 그걸 지금 내 앞에서 재현하고 있는 거잖아, 지금.

[네? 뭐라고 하셨습니까?]

무심코 뱉어 낸 혼잣말에 마이클이 재빨리 반응했다.

그렇다고 단번에 미끼를 물 수는 없지.

애 좀 태우자는 심정으로 어깨를 들썩이고 말자 그의 눈이 한껏 찌푸려진다.

***

똑똑!

“어서 오세요, 형님.”

행사가 끝나고 며칠 후, 오랜만에 현철과의 단독 면담 시간을 가졌다.

최근 실행된 대규모 인사이동으로 인해 이제 부회장급 실장단의 규모는 무려 10명.

그중 정상의 자리에 있는 현철의 입장이라면 향후 그룹이 나가야 할 방향성만큼은 확실히 인지할 필요성이 있다는 점에서 만든 자리였다.

“조만간 재우도 질화갈륨 기반 반도체 웨이퍼 생산 시설들을 구축할 생각입니다. 해서 그 부분은 형님께서 맡아 주셔야겠습니다.”

“웨이퍼 사업에 뛰어든다고?”

현철은 의외라는 표정으로 대꾸했다.

뭐, 그야 반도체 시장의 흐름을 구체적으로는 모르는 상황이니까.

잠시 찻물을 들이키곤 말을 이었다.

“현재 만들어지고 있는 반도체 집적회로는 실리콘 기반 웨이퍼에 회로를 식각하는 방식을 사용합니다. 하지만 질화갈륨 반도체는 말 그대로 질화갈륨기반 웨이퍼에 회로구성을 하죠.”

“그 정도야 나도 알지.”

“문제는 질화갈륨이 그 특성상 잘 깨지는 단점이 있어서 그동안에는 수율이 좋지 못했다는 겁니다.”

“그래, 그렇다고 하더군. 해서 단가도 꽤 높다고 들었어.”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결국엔 그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웨이퍼 제작 공정이 복잡해졌으니까요. 실리콘 카바이드에 질화갈륨을 얹는 방식 같은.”

“그런데 그걸 극복했다는 말은, 그럼…….”

“맞습니다. 최근 재우연구소에서 기존의 방식과는 전혀 다른 질화갈륨 웨이퍼의 제작방법들은 물론 회로 성형기술 개발이 완료되었습니다. 하니 이젠 본격적으로 시장개척을 해야죠.”

현철은 그 말에 기함을 토했다.

아무리 이쪽 분야에 대해서 잘 모른다고는 해도 그 여파쯤은 눈치를 채고 있는 거지.

예상처럼 다음 순간 그가 언급한 것은 기존 시장의 붕괴에 대한 염려였다.

“그렇게 되면 기존 실리콘 웨이퍼 시장은 무너지는 것 아닌가? 특히나 일본의 경우는 실리콘 웨이퍼 시장의 절대 강자잖아.”

“생각처럼 그리 단숨에 무너지지는 않을 겁니다. 일본도 나름 실리콘 카바이드를 이용하여 수율을 높이는 것에 꽤 높은 기술력을 갖추고 있으니까요. 하지만, 결국엔 무너질 겁니다. 우리가 개발한 웨이퍼 방식과 비교하자면 생산수율 면에서는 비교 자체가 안 되니까.”

“허어…….”

현철은 미래를 상상하기라도 한 듯 몽롱한 표정이었다.

이내 뭐가 생각난 건지 휙 하고 나를 쳐다본 그는 동그란 눈이 되어 말을 잇는다.

“그렇게 되면 결국 미국이 주도하는 반도체 시장 재편의 열매는 우리가 따먹는 건가?”

“그렇죠. 공정기술은 물론 소재와 장비기술까지 죄다 우리 손에 있으니까. 비록 시장에 대한 욕심을 드러내는 미국의 요구를 거절하지 못해서 식각 공정에 대한 기술 정도는 제공하겠지만 결국 시장 자체의 근본적인 주도권은 우리가 갖는 겁니다. 웨이퍼의 조달은 우리를 거쳐야 하고 그 공정 자체도 사실상 우리가 아니면 이후 발전이라는 것을 꿈꿀 수가 없는 환경이니까.”

현철은 입을 뻐끔거리며 차마 말을 뱉어 내지 못했다.

하지만 그걸 알까.

이 결과를 위해 그동안 십수 년간 밑 작업을 해 왔었다는 사실.

그간의 고된 과정을 생각하면 절로 고개가 가로저어질 지경이다.

“그런데, 굳이 미국과 시장을 나눠 먹을 이유가 있나?”

현철은 불현듯 욕심을 드러냈다.

하지만 그건 미국이라는 나라를 몰라서 하는 말.

난 단호하게 고개를 가로저었다.

“일본이 왜 무너졌는지 모르십니까?”

“…….”

“한때나마 미국을 앞지른 일본이 끝까지 욕심을 버리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해서 결국엔 화폐가치 조정이라는 철퇴를 비껴갈 수가 없었죠. 난 그 역사가 우리에게 재현되는 것을 보고 싶지 않습니다.”

“…….”

“게다가 반도체 시장은 무려 6천억 달러에 달하는 거대 캐시카우입니다. 그에 더해서 한해 꼬박 10%나 되는 고성장이 진행 중이고요. 그런 거대 시장을 혼자 먹겠다고 나서면 힘 있는 자들의 몽둥이가 날아드는 것은 당연하기에 아쉽지만 떡고물 정도는 쥐여 줘야 합니다.”

현철의 눈동자는 심하게 흔들렸다.

짧았던 스스로의 생각을 자책하는 듯.

웃음으로 위로하곤 자리에서 일어서려는데, 그의 말이 다시 날아든다.

“매번 느꼈던 거지만 참 세상 희한한 일이지 싶다.”

“뜬금없이 그건 또 무슨 말씀입니까?”

“솔직히 30대 초반까지의 너와 지금의 네가 같은 인물이라는 걸 누가 상상이나 하겠어.”

저건 뭘 알아서 하는 말은 아닐 거다.

단지 세상에 둘도 없을 개차반이었던 과거와는 지나치게 달라진 내 현재의 모습이 어색해서였을 뿐.

그렇다곤 해도 벌써 15년이나 이런 내 모습을 겪었다면 적응을 했어도 몇 번은 했어야 정상이건만, 그게 현철. 아니, 형님에겐 끝내 불가사이 한 문제로 남았던 모양이다.

“그나저나 네 안사람 말이야. 요즘 일을 좀 크게 벌이는 모양인데 괜찮겠어?”

그는 내가 별다른 대꾸를 하지 않자 괜한 말을 꺼냈다는 표정과 함께 화두를 돌렸다.

하지만 막상 언급된 말도 우습게 지나갈 만한 것은 아니었던 터.

절로 새어 나오는 한숨과 함께 말했다.

“솔직히 최근 저를 공격하는 언론들이 많아지기 시작한 것은 사실이니까요. 그게 답답했던지 재우의 종편방송을 토대로 직접 언론 분야에 뛰어들고 싶다더군요.”

“의도는 나도 이해해. 정부의 철퇴를 맞고 있는 어용 언론들로서는 물어뜯을 먹잇감이 필요했을 테고, 그 대상으로는 정부와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 재우가 가장 눈엣가시였을 테니까. 문제는 요즘 그들 사이에 오르내리고 있는 네 안사람에 대한 소문이 영 듣기 거북하다는 거야.”

“소문이라니요?”

의아한 마음에 되물었다.

순간 그의 얼굴에 허탈한 표정이 지어지는가 싶더니 곧 당황스러운 말이 들려온다.

“그 어용 언론사들의 기자들 말이야. 최근 뭐 하나 꼬투리 잡을 것이 없나 싶어서 줄곧 파파라치처럼 네 안사람의 행적을 뒤쫓는다고 하는데, 그때마다 네 안사람이 그 기자들에게 다가가서 뜬금없이 홍차를 좋아하냐고 묻더래.”

“홍차요?”

“그래, 나도 대체 무슨 의도에서 그런 말을 하는 건지 모르겠다니까. 아무튼 그래서 지금 기자들 사이에선 네 안사람 별명이 홍차아줌마가 됐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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