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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무기도 만들어 드릴까요?-286화 (286/372)

#핵무기도 만들어 드릴까요? 286화

“하긴, 이게 순수하게 학문적인 욕구를 채우려는 자들을 자극하기엔 충분한 물건이죠.”

순간 최인배의 입꼬리가 슬며시 올라갔다.

마치 닥쳐올 상황을 상상하기라도 하는 것처럼.

이후 내 말에 동의한다는 듯 크게 고개를 끄덕거리더니, 뭣 때문인지 또 휙 하고 의문의 눈초리로 쳐다봤다.

“하지만 이런 중대한 연구 분야에 외부 연구 인력을 쓰게 되면 보안에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까요?”

“당연히 그렇겠죠. 달콤한 향기를 뿜어 대는 꽃을 보고 달려드는 것은 단지 꿀벌만이 아니니까. 해서 이번에 몰려들 인재들의 신원검증 문제는 최고의 정보기관들이 맡아 줄 겁니다.”

“최고의 정보기관이요?”

최인배는 그 말에 눈을 끔뻑였다.

대답은 잠시 뒤로 미뤄 둔 채 하고자 하는 말을 마저 이었다.

“또한 향후 AI 연구개발의 모든 과정은 이원체제로 갈 생각이고.”

“이원체제는 또 무슨 말입니까?”

“쉽게 말해서 어느 정도 기술이 공유되어도 상관없는 상업적 분야와 그렇지 말아야 할 분야를 나누어 인재들을 등용하겠다는 거죠. 때문에 몰려드는 인재들 대부분은 보스톤 다이나믹스로 보낼 것이고 우리 연구소에는 철저한 검증과정을 거친 대한민국 출신 인재들만이 남게 될 겁니다.”

“보스톤 다이나믹스요?”

여전히 보안 문제에만 생각을 집중하고 있는 듯 멍한 표정이던 최인배는 보스톤 다이나믹스라는 단어에 퍼뜩 정신을 차렸다.

그도 그럴 것이 이족보행 능력과 균형제어 능력 분야의 개발에 있어선 연구자 사이에서 꽤 기술력을 가진 업체로 인정받고 있는 곳이니까.

사실 그곳은 이맘때쯤 구글에 인수되는 것이 원역사의 흐름이었는데, 현재는 나로 인해 뒤틀린 상태다.

“오래전 그 회사를 내가 인수했거든요. 아무튼, 그 경우 그동안 해결하지 못한 여러 난제들이 해소될 가능성이 큽니다.”

“그 말씀인즉, 향후 보스톤 다이나믹스로 몰려든 인재들이 개발한 기술 중 우리가 필요한 것들이 개발되는 경우 가져오시겠다는 거군요.”

“정확합니다.”

고개를 끄덕이며 대꾸했다.

그는 그제야 내가 의도하는 이원체제의 의미를 확실히 이해한 표정이었지만, 뭣 때문인지 다시 고개가 갸웃해진다.

“그 점은 그렇다 치고, 인재들의 신원검증을 최고의 정보기관들이 맡아 준다는 말은 대체 무슨 의미입니까?”

그 질문이 왜 다시 나오지 않나 싶었다.

대꾸를 위해 편한 자세를 취하려는 차, 하필 최인배의 연구 과제를 건드리기라도 했는지 그게 윙 소리를 내며 반응을 보인다.

“이런, 꽤 민감한 녀석인 모양이군요.”

“아, 그게 지금 주변 상황 분석을 위한 시스템이 켜져 있는 상태라서 그렇습니다.”

최인배는 서둘러 다가와선 시스템을 로그오프 상태로 만들고는 제 질문에 대한 답변을 기다렸다.

무어라 설명해야 좋을까.

한참의 고민 끝에 다시 입을 열었다.

“최인배 씨도 현재 느끼고 있듯이 인공지능은 어느 한 천재의 노력만으로는 결과를 내기가 어렵습니다. 그 이유는 관련 알고리즘 자체가 온갖 경우의 수를 기초로 하고 있기 때문이죠.”

“맞습니다. 이놈의 경우를 들더라도 단지 개발자 한 명의 경험이 담긴 알고리즘만으로는 다양한 판단을 통한 결과를 도출하기가 어렵더군요.”

그는 나로 인해 반응을 보였던 물건을 손가락질하며 맞장구를 쳤다.

“그랬을 겁니다. 해서 내가 내린 결론은, 결국엔 최대한 많은 인재들이 참여해야 완성도를 높일 수 있다는 것이고, 해서 기왕이면 참여 인재들의 모집 범위를 미국과 러시아로 확장하겠다는 겁니다. 그럴 경우 우리가 볼 수 있는 추가적인 이득은 두 가지가 있는데, 그중 하나가 바로 두 나라 정보부가 앞서서 인재들의 신원검증을 해 줄 거라는 점입니다.”

“…….”

“생각해 보세요, 연구결과가 유출되면 자신들에게도 손해인 마당이면 얼마나 철저한 인재 검증과정을 거칠 것인지를. 게다가 두 나라는 전 세계에서 가장 막대한 인력정보 데이터를 구축하고 있는 국가들입니다. 그 두 나라가 덤벼드는 인재 검증이라면 얼마나 믿을 수 있겠습니까.”

“그거야…… 하면 두 번째 이득은요?”

“두 번째 이득도 우리가 기술 유출문제에 있어서 신경을 덜 쓸 수 있다는 것에 있습니다. 사실 그 기술을 욕심낼 국가 중 가장 위험하고 유출 시도에 성공할 가능성 큰 곳이 바로 미국과 러시아인데, 그 두 곳이 아예 우리의 연구에 참여하는 상황이면 걱정할 필요가 있을까요?”

“하지만 사람 욕심이라는 것이 어디 그렇습니까. 만약 저들이 협력 개발 범위보다 더 욕심을 내는 경우는요. 쉽게 말해서 우리 연구소에서 진행되는 핵심기밀들마저 욕심을 낼 수도 있지 않습니까.”

물론 그럴 수도 있다.

아무리 리암과 푸틴이 나와 돈독한 관계라 해도, 결국 이익 앞에선 어쩔 수 없는 인간들이니까.

하지만 그에 대한 준비는 이미 끝마쳐진 상태다.

바로 눈앞의 최인배에 의해서.

“그렇다 해도 저걸 뚫고 말입니까?”

말을 이음과 동시에 천장을 손가락질했다.

연구소 천장 전체에 설치된 레일에 매달려 이리저리 움직이고 있는 카메라들.

그건 얼마 전 무려 천억 원이나 되는 돈을 들여 도입한 슈퍼컴퓨터에 최인배가 이식한, 또 다른 AI에 의해 작동 중인 보안 전문 시스템이었다.

사람의 체온변화는 물론 표정의 변화까지 분석하여 이후 발생할 수 있을 불순한 의도를 미리 경계하는 것이 가능한.

해서 정말로 기밀유출의 의도를 보이는 경우 사전에 경고를 해 줄 정도로 지능화된 시스템.

단언컨대 저 AI의 감시를 뚫고 이곳에 침투하는 행위 또는 내부에서 기밀유출을 시도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울 거다.

“하긴, 제가 만들었지만 저건 지나치게 혁신적이기는 하죠.”

그의 자기 자랑이 딱히 고깝게 들리지는 않았다.

지금 이 시대에, 그것도 대한민국에서 그만한 천재는 또 없으니까.

웃으며 등을 두드리곤 쐐기를 박았다.

“결정적으로 AI개발 소프트웨어는 수만 조각으로 나뉘어 개발이 진행이 될 겁니다. 그중 몇몇을 훔쳐 간다고 해서 그게 옷을 기우듯이 기워지지는 않죠. 아니, 설사 가능하다 해도 우리의 발전된 하드웨어 기술을 따라올 방법은 없습니다. 반도체를 비롯하여 구동부의 핵심 기술까지. 그중 하나만 빠져도 저건 그저 장난감에 불과해지는 겁니다.”

최인배는 그 말을 듣고서야 안도의 한숨을 뱉었다.

격려의 의미로 다시 그의 등을 두드리고 연구실을 빠져나오자, 이번엔 내내 우리의 대화를 듣고만 있던 희원이 놈이 흥분한 투로 묻는다.

“정말로 저것들을 이번 방산 전시회에서 다 공개할 생각이야?”

“물론.”

걸음을 멈추곤 대답했다.

흔들리는 놈의 눈동자 속엔 차마 입으로는 뱉어 내지 못하는 많은 질문이 담겨 있었다.

“무슨 말이 하고 싶은지는 나도 알아. 네 생각처럼 아직은 사람들이 AI기반의 전투 시스템을 받아들일 준비가 안 되어 있는 것이 사실이니까.”

“다른 건 둘째 치고, 경계심이 크다는 것이 문제지. 막말로 AI가 자체적인 판단으로 전투에 임한다는 건…… 필리핀에 보낸 전투차량의 경우도 벌써 말들이 꽤 많잖아. 고작 기계 따위에게 최종발포권한을 판단하게 해도 되느냐는.”

그 부분에 대해선 나도 우려하고 있는 중이다.

비록 지금까지는 오판에 의한 사고는 없었지만, 단 한 번의 사고만 나도 AI에 대한 불신은 커질 것이고, 그건 곧 향후 그 분야의 발전에 큰 장애가 될 테니까.

해서 내린 결론은 보다 확실한 안전정치가 확보될 때까지는 발포권한만큼은 제한을 두자는 것이었고, 현재 그 작업이 진행 중이기도 하다.

“저 물건들 역시도 결국엔 인간의 명령에 의해 최종적인 판단을 내리게 할 예정이니 그 점은 걱정 안 해도 돼.”

“그것뿐만 아니라 인간의 판단력에 혼란을 줄 수 있는 불필요한 권유 시스템도 규제해야지.”

놈의 거듭된 우려에 웃음이 나왔다.

하긴, 아무리 방대하고 확실한 데이터를 기초로 했다곤 해도 AI의 판단이 모든 상황에서 옳은 것은 아니니까.

사실 현재로서 가장 이상적인 AI운용방식은 그저 취합한 정보제공과 인간의 판단에 따른 행동실행 정도.

나 역시 그 이상을 개발목표로 세울 생각은 없다.

“걱정하지 말라니까? 나도 고작 기계 따위에게 세상이 지배받는 미래사회를 만들 생각은 없어.”

놈은 넌지시 건네는 농담에 비로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순간 퍼뜩 떠오른 것은 그동안 진행해 왔던 무인 지원 전투기의 개발에 대한 진척 상황.

마침 생각이 난 김에 그곳에도 들를까 싶었지만 시간상 그건 포기해야 할 듯싶었다.

우웅!

-오늘 약속 안 잊으셨죠?

하필 오늘이 나타샤와 저녁을 약속한 날이거든.

씨익!

순간 힐끗 내 휴대폰에 날아온 문자를 쳐다본 희원이 놈은 갑자기 음흉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보나 마나 또 불순한 상상을 하고 있는 것일 터.

난 단호한 표정으로 놈을 향해 말했다.

“쓸데없는 상상 하지 마. 오늘 형수님께서 자신이 운영하시는 문화재단에 우리 내외를 초대해서 참석하는 것뿐이니까.”

“누가 뭐라고 했어? 난 그냥 좋을 때다 싶어 웃은 것뿐이야. 그나저나 갑자기 웬 문화재단?”

“나타샤가 최근 집에만 있으니 영 맥을 못 추더라고. 해서 그녀가 관심 있는 분야에 일을 좀 해 보면 어떨까 싶어서 형수님의 사업에 동참을 권유했어.”

이어진 질문에 대꾸하자 놈이 갑자기 걸음을 멈췄다.

의아한 마음에 돌아보자 놈이 비릿한 표정과 함께 말한다.

“이 새끼, 너도 드디어 깨달았구나.”

“……?”

“아내를 피곤하게 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사실을. 축하한다, 진정한 유부남의 길에 들어선 것을.”

***

“회장님, 방금 러시아에서 연락이 왔는데, 내몽골을 비롯하여 티벳과 위구르 반군 세력에 지원 예정인 무장들에 대한 개수 작업이 모두 끝났답니다.”

2013년 11월.

곧 진행될 재우의 방위산업 전시회를 앞두고 안 실장이 희소식을 하나 전해 왔다.

중국의 내부 혼란을 야기하기 위한 본격적인 씨앗이 심어지고 있다는.

당장은 몰라도 아마 수개월 후쯤이면 그 씨앗이 발화하기 시작할 것이고, 그때부터가 본격적인 중국 분열의 시작점이 될 거다.

“무장 인계 작업은 예정대로 러시아가 맡는 거겠죠?”

“네, 안 그래도 러시아 대외정보국에서 벌써 작업을 시작했답니다. 그나저나 벌써 출발하십니까?”

안 실장은 오늘따라 부쩍 서두르는 내가 의아했던 모양이었다.

비록 행사가 시작되기까지는 몇 시간이나 남았지만 몸이 좀 쑤셔야지.

차라리 일찍 행사장으로 향하자는 의도에서 나선 걸음이었다.

“왜요, 뭐 또 하실 말씀이라도 있습니까?”

“다른 게 아니라, 전에 필리핀에서의 사건으로 인해 퇴직한 경찰특공대원들 말입니다. 마침 강 소령이 기본교육을 끝내고 되돌려 보내려던 차였는데, 전에 회장님께서 그들을 만나 보고 싶다고 하셨던 말씀이 생각나서요.”

“그들이 지금 본사에 있다고요?”

“본사는 아니고, 교육센터에 있는데, 원하시면 이쪽으로 호출하면 됩니다.”

“그러지 말고 행사장으로 부르세요.”

안 실장은 그 말에 무심코 고개를 끄덕이며 나를 뒤따랐다.

그러다 또 뭣 때문인지 멈칫한 그는 내가 막 엘리베이터의 버튼을 누를 때쯤 또 다른 소식 하나를 전해 왔다.

“참! 리암 회장과 육군 장관 그리고 마이클 대장이 1시간 전쯤 주한미군 사령부에 도착했다며 회장님의 거취를 묻던데, 원래는 모레 오기로 약속되었던 것 아니었습니까?”

“그랬죠.”

의외의 소식인 터라 재빨리 대꾸하곤 리암과의 통화를 시도했다.

곧 들려온 말은 우리 정부와 협의할 문제가 있는 터라 예정보다 일정을 앞당겼다는 소식.

때문에 기왕이면 자신들도 행사에 참여할 수 있겠냐는 요구가 이어졌고, 난 흔쾌히 긍정을 표했다.

탁!

“경호 수준을 한 단계 더 높이라고 하세요.”

전화를 끊곤 재빨리 강 소령에게 지시사항을 전달했다.

덕분에 바빠진 강 소령은 즉시 경호실로 달려갔고, 난 마침 문이 열린 엘리베이터에 오르며 안 실장에게 말했다.

“아무튼 냄새 하나는 기가 막히게 맡는군요.”

“…….”

“리암 말입니다. 우리가 뭘 계획 중인지 벌써 낌새를 챈 느낌이에요. 뭐 이 정도면 거의 스토커 수준이 아닐까 싶은데, 그래도 일단은 그냥 둬야겠죠?”

“그게 나을 겁니다. 뭐 찾아낸다면야 새는 입 하나쯤이야 못 잡아낼까마는, 주요기밀들이 알려지는 것도 아닌 마당이면 두 분 관계에서 굳이 그럴 필요까지는 없지 싶습니다. 어차피 저쪽에 감시를 심어 둔 것은 우리 역시 마찬가지기도 하고요.”

안 실장은 용케 내 말의 의미를 이해하곤 대꾸했다.

서로를 신뢰하지만 그럼에도 또 서로의 진영에 감시자를 붙여 둔 이 현실에 대해서.

하긴, 그 말이 맞기는 하다.

우리도 어차피 저쪽에 동향보고를 하는 인원을 심어 둔 주제에 저들이 심어 둔 끈이 거슬린다고 잘라 낼 수는 없지.

이해는 하면서도 왠지 드는 씁쓸함은 어쩔 수 없다.

***

[우리가 먼저 도착했군요.]

대략 한 시간 후 도착한 행사장엔 리암 일행이 먼저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조금 당황스러웠던 것은 이번에 새로 취임한 육군 장관이 흑인이었다는 것.

남부 출신의 보수적 인물들이 백악관을 장악한 현실을 고려하면 꽤 고무적인 결과였다.

[반갑습니다, 어윈 메클로요.]

[진현승입니다.]

육군 장관의 첫인상은 제법 온화한 편이었다.

나보다 머리 하나쯤은 더 큰 덩치와는 걸맞지 않게.

하지만 사람의 첫인상이 전부가 아님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것이 바로 나.

한동안은 그와의 대화를 통해 성격 파악에 주력했다.

“회장님.”

이후 장관을 비롯한 내빈들에게 자리를 권하고 자리에 앉으려는데, 이번엔 강 소령이 낯선 두 사내를 내게로 이끌었다.

척 봐도 다부진 몸을 가진 사내와 그 곁에서 쭈뼛대며 나를 쳐다보고 있는, 조금은 왜소해 보이는 인물.

굳이 설명을 하지 않아도 정체는 알 것 같았기에 즉시 그들을 향해 손을 내밀었다.

“반갑습니다.”

“충, 충성!”

자리와는 어울리지 않게 경례를 올려붙인 자가 아마도 민유환 경사일 거다.

웃으며 만류하곤 곁에 서 있던 사내를 쳐다보자 그가 퍼뜩 자신을 소개한다.

“조, 조국의 영웅이신 회장 동지를 만나 뵙게 되어 무한한 영광입네다.”

차지환은 뱉어내는 말에서부터 왠지 정감이 느껴졌다.

나로서는 차마 남들 앞에서 듣기 민망한 내용이기는 했지만.

그게 나만 느낀 것은 아니었던 듯 주변인들 대부분의 얼굴이 온통 붉은빛을 띠고 있었다.

“깊은 대화는 행사가 끝나고 따로 자리를 마련할 테니 일단은 앉읍시다.”

혹시 이어질지 모를 그의 낯 뜨거운 멘트를 틀어막으려 자리를 권했다.

고작 전직 특공대원들에 불과한 존재들을 VIP석에 앉히는 것이 의외였을까.

강 소령을 비롯하여 꽤 많은 인물들의 눈에 이채가 어렸다.

<곧 행사를 시작할 예정이니 내빈 여러분들께서는 자리에 착석해 주시기 바랍니다.>

난 상관하지 않은 채 행사의 시작을 알리는 관계자에게 집중했다.

여전히 긴장한 채 부동자세를 취하고 있는 두 전직 특공대원들은 자리가 가시방석이기라도 한 듯 연신 주변의 눈치를 봤다.

“오오! 저거이 그 중장갑 외골력입네까? 한때 우리 인민군의 바지에 똥을 지리게 했다는.”

웃으며 그들에게서 시선을 떼려는 순간 차지환이 놀란 투로 발을 뱉어 냈다.

자연스레 시선이 돌아간 곳은 막 무대 위로 걸어 나오는 중장갑 외골격의 모습.

기존과 다른 부분이 있다면 무장을 전혀 장착하지 않았다는 건데, 그건 애초 제작된 목적 자체가 군사용이 아니기 때문이다.

<현재 보시고 계신 외골격은 재우가 사회안전망의 보조를 위해 특별히 개발한 제품입니다.>

사회자의 멘트에 주변인들의 시선이 내게로 향했다.

군에서 쓰이는 용도가 아니라는 말이 생소하게 받아들여졌던 듯.

어깨를 으쓱해 보이자 다시 시선들이 일제히 무대로 향했고, 사회자의 멘트가 이어졌다.

<이 외골격의 경우 자체 공기정화 시스템을 갖추어 필요시 외부로부터의 유독성 가스 및 연기유입을 완벽하게 차단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또한 외피의 경우 무려 1,800도의 고온에서도 착용자의 몸을 보호하는 초내열 소재로 되어 있으며 열 차단 효과도 뛰어나서 화재 현장, 또는 여타 위험물 관리가 필요한 시설에서의 활용에 용이합니다.>

“호오.”

“그럼, 화재 현장에도 투입이 가능하다는 소린가?”

내빈들은 사회자의 멘트에 비로소 호응하기 시작했다.

그들과는 달리 별다른 감흥을 보이지 않는 리암과 그 일행들.

하긴, 저건 그들이 기대하던 것과는 거리가 먼 것이기에 당연한 반응일 거다.

<지금부터는…….>

이후 사회자의 멘트가 다시 이어짐과 동시에 무대 한쪽에 서치라이트가 비춰졌다.

우우웅!

그와 동시에 등장한 것은 6개의 발을 가진. 마치 거대한 거미의 외향을 한 물건.

[저, 저게 뭐지?]

당황한 리암은 툭 하고 턱을 떨어트리며 무대에 집중했고, 그건 주변인들 모두가 마찬가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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