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핵무기도 만들어 드릴까요?-276화 (276/372)

#핵무기도 만들어 드릴까요? 276화

[S&U의 문지훈 대표가 결국 검찰에 전격 기소됐습니다. 통일 특별법에 따라 검찰은 징역 20년형을 구형했으며, 만약 재판부가 검찰이 요구하는 형량을 받아들일 경우 기술유출 혐의로는 역사상 유례가 없는 중형으로 기록될 전망입니다.]

[ST그룹은 오늘 분식회계를 전면 인정했습니다. 그로 인해 한때 ST그룹의 주가는 전 계열사에 걸쳐 하한가를 기록했고, 정부는 개정된 법률에 따라 대표이사 및 재무책임자들의 구속은 물론 막대한 징벌적 추징세액을 부과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또한 관련 기관 및 세무법인의 묵인 없이는 이 같은 일이 불가능한 점을 강조하며 조사범위를 전면 확대할 예정입니다.]

[로이그룹과 오성그룹의 불법자금 조성 및 해외유출을 조사 중인 국세청은 오늘 관련 사안에 대한 구체적인 증거를 확보했음을 밝혔습니다. 이로써 통일 특별법이 적용되는 두 번째 사례가 된 두 그룹은 자칫 회생 불가능할 정도의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S&U가 쏘아 올린 공은 사회 전반에 걸쳐 엄청난 파장을 일으켰다.

처음엔 단순히 기술 유출사건에서 시작된 것이 기업들의 재무관리 부실 문제로. 이후 그것은 다시 불법자금 조성과 해외유출 사건으로까지.

어디 그것뿐일까, 대략 한 달 여의 시간이 흐르는 동안 곳곳으로 번져가기 시작한 불길은 결국 공무원사회와 공기업. 그리고 사학재단의 비리 문제로까지 확대되어 온 나라가 살얼음판을 걷고 있었다.

“정부 합동조사단으로부터 탈레스에 협조공문이 날아왔습니다.”

예정대로 재우 역시 파도를 피하지는 못했다.

어디 재우뿐일까, 삼정은 물론 현우그룹과 현우자동차까지.

다행인 것은 재우의 경우 일부 부실한 산업 안전 관리시설 문제만 드러났다는 건데, 그에 따라 난 향후 완벽한 안전관리시설 구축 및 감시감독을 다짐함과 동시에 관련 기관에 천억 원대의 기부를 약속했다.

[정부 주도의 기업 재편이 가속화 되고 있습니다.]

사태의 결말은 결국 기업 재편으로 끝이 날 듯 보였다.

통일의 시대에 걸맞은 효율적인 경제구조를 갖추겠다는 대통령의 의중이 끝내 결실을 맺은 것.

예상컨대 지금 분위기라면 아마 10대 그룹 중 절반은 이합집산을 해야 거다.

[합동조사단은 현우자동차가 그동안 부정해왔던 급발진 사고의 책임소재에 대한 본격적인 재조사를 지시했습니다. 전과는 달리 내부 고발에 의해 시작된 이번 조사는 그 결과가 그동안과는 상당 부분 다를 것으로 예상됩니다.]

안타까운 것은 시대의 흐름을 읽지 못한 현우자동차였다.

이미 오래전 그룹에서 분리되어 모체인 현우그룹과는 다른 길을 가던.

그나마 자구책을 내놓은 그룹과는 달리 그들은 사회 전반에 걸친 주요문제들을 해결하겠다는 정부의 의지를 끝내 거부했고, 결국 내부고발자로 인해 위기에 봉착했다.

“현우자동차에선 끝내 부정할 생각이랍니까?”

“그걸 인정하는 순간 감당해야 할 손해가 어마어마해질 테니까요. 아니 그건 둘째 치고 역대 정부에서 공무원들과의 밀착 관계가 죄다 드러나게 생겼으니 아마 현우자동차로서는 사면초가일 겁니다.”

“쯧, 그래도 파낼 것은 파내야죠. 어차피 현 정부가 그걸 감내하면서까지 달려드는 마당이면.”

들려오는 김영기 실장의 대꾸에 절로 한숨이 나왔다.

뭐 그들이야 설마 하는 생각을 갖고 있겠지만, 이번엔 문제가 다르다는 것을 지나치게 모르는 느낌이었기에.

같은 생각을 한 듯 김 실장 역시도 한탄의 말을 뱉어낸다.

“아마 현우자동차로서는 정부가 끝내 자신들을 어쩌지는 못할 거라는 생각을 하고 있는 모양입니다.”

“하긴, 현우자동차가 이 나라 경제계에서 차지하고 있는 파이가 만만치 않은 만큼 감히 자신들을 건드리기야 하겠느냐는 생각을 가질 수도 있겠죠.”

하지만 지금처럼 쌍웅을 비롯하여 테슬라가 시장을 급격히 장악해가는 상황에서 현우자동차의 존재감은 그저 없으면 아쉬운 정도의 수준.

예상컨대 정부는 끝내 각을 세우는 현우에 대해 철퇴를 내릴 것을 주저하지 않을 거고, 그땐 감당해야 할 짐이 한층 더해질 거다.

[정부는 오늘 ST그룹과 로이, 그리고 오성그룹에 수조 원대에 달하는 추징금을 부과했습니다.]

[또한 정부 권고안을 끝내 거부한 현우자동차에게는 보다 정밀한 산업 안전관리 조사를 실시하기로 했으며, 이미 드러난 비리들에 대해선 철저하게 그 책임을 물을 것임을 강조했습니다.]

며칠 후, 내 예언은 현실이 됐다.

매국에 가까운 범죄행위가 들통난 오성과 로이그룹은 결국 천문학적인 수준의 추징금을 두드려 맞아 그룹 전체가 공중분해 위기에 봉착.

ST의 경우는 주력사업인 텔레콤을 경쟁기업인 삼정에게 흡수당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청와대에서 우리 재우가 S&U를 인수하는 것이 어떻겠냐는 권고를 하더군요.”

하지만 그 조치들도 S&U가 당한 것에 비하면 새 발의 때다.

그나마 다른 곳들은 재기의 기회라도 있다지만 S&U는 아예 기반 자체가 통째로 남의 목구멍으로 넘어가게 생겼으니까.

우스운 것은 그게 정부의 조치로 인한 것이 아니라 저들 스스로가 원했다는 건데, 황당하게도 경영책임자들을 고용 승계 해달라는 조건이 붙어 있던 상태였다.

“쯧, 경영자들이라면 응당 직원들의 고용 승계를 주장했어야 할 마당에.”

“기업 자체가 애초 창업자들과 그들의 심복에 의해 지배되던 곳이었잖습니까. 하니 끝까지 직원들 따위야 어찌 되건 상관없다는 거죠.”

황당한 마음에 뱉어낸 넋두리에 김 실장이 반응했다.

이후 날아온 그의 시선은 인수 여부의 재촉.

잠시간의 고민 끝에 질문을 하나 던졌다.

“우리가 S&U를 인수함으로써 얻게 되는 이익은 뭡니까?”

“사실 큰 이익은 없습니다. 단지 생산기반의 추가 확보가 가능하다는 점. 그리고 고질적인 인력난에 그나마 숨통이 트인다는 거죠.”

“흠…….”

다른 걸 떠나서 인력 확보만큼은 구미가 당긴다.

비록 우리에게 밀려 기를 펴지 못하고는 있지만 S&U 역시 일부 분야에 있어선 꽤 숙련된 엔지니어들을 보유한 곳이니까.

하면 답은 정해졌다.

“그럼 인수합시다. 단, 저들의 조건은 받아들이지 않는 걸로.”

“네?”

“우리가 필요한 것은 쓸데없이 밥만 축내는 뒷방 늙은이들이 아니라 현장 기술자들과 생산기반입니다. 즉, 저들이 내세운 조건과는 반대로 가겠다는 거죠.”

“하지만 그 조건을 저들이 받아들이겠습니까?”

“그럼 어쩔 수 없이 추징금이나 두드려 맞고 문 닫아야죠.”

“…….”

“왜요, 아닐 것 같습니까? 내가 알기론 이번에 의회를 통과한 국가 전략기술 유출에 대한 법률안에는 정부와의 협의 없는 불법 유출의 경우 징벌적 추징금을 부과하는 항목이 있습니다.”

“그건 몰랐습니다만.”

“뭐 그거야 정부의 요청에 의해 지급으로 처리된 것이니까요. 아무튼 그 법률안에 따르면 추징금의 규모가 어지간한 기업들은 도저히 살아남을 수 없을 정도더군요. 또한 법률 제정 직전 5개년에 한해서 소급 적용도 가능하기에 S&U가 걸려들 가능성이 크죠. 그 경우, 가뜩이나 적자에 허덕이고 있는 S&U가 버틸 여력은 없다고 봐야 합니다. 그럼 결국 파산밖에는 답이 있겠습니까?”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뭐 어차피 결론이야 난 것이나 다름없는 상황이고, 난 지금 중요한 일을 앞두고 있거든.

이미 이후의 내 일정을 알고 있던 탓인지 김 실장도 두말없이 나를 따랐다.

“그나저나 버틸 만은 하십니까?”

연구소로 향하는 차량 안에서 김 실장이 넌지시 말을 뱉었다.

내 결혼 생활에 대한 소감을 묻는 느낌.

옅은 미소로 대꾸를 대신하려는데, 그가 의미심장한 표정과 함께 재차 질문을 잇는다.

“역시 피곤하시죠?”

“네, 피곤합니다.”

김 실장은 내가 순순히 수긍하자 의아하다는 표정으로 쳐다봤다.

생각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절로 피곤함이 느껴지는, 그녀와 나만의 밤의 세계.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 채 어물쩍 넘어가자 그가 잔뜩 아쉬운 표정을 짓는다.

“오! 새신랑 어서 오고.”

도착한 연구소에선 희원이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나를 맞았다.

우리만의 대화의 시간을 주려는 듯 눈치 빠른 김 실장은 저편으로 물러섰고, 기회를 잡은 희원이 놈이 재빨리 달라붙으며 질문을 쏟아낸다.

“그래서, 밤마다 운동은 잘 하고 있고?”

“잘 하고 있지. 그것도 지나치게.”

놈은 그 말에 므훗한 표정이 되어 쳐다봤다.

기대를 깨는 것이 미안하다만, 내가 말한 운동의 의미는 정말로 순수한 의미의 운동을 뜻하는 거다.

“있잖아. 아무래도 나타샤가 나를 특수부대원이나 암살 요원쯤으로 만들 생각인 것 같아.”

“…….”

이후의 설명은 생략했다.

뭐 그 정도쯤이면 의미전달은 충분했을 테니까.

예상이 틀린 것은 아닌 듯 놈은 진저리를 치며 연구소 건물로 앞서갔고, 이후 도착한 곳은 그동안 단 한 번도 방문한 적이 없었던 미생물 연구실이었다.

“자, 이게 전화상으로 말했었던 슈와넬라라는 이름의 박테리아다.”

희원은 배양기에서 꺼낸 상자 하나를 들이밀며 말했다.

하필 박테리아라는 말에 절로 몸이 움찔하자 놈이 입매를 뒤틀며 타박한다.

“걱정하지 마. 외부유출을 막기 위해 철저하게 안전장치가 되어 있는 상자니까.”

난 그제야 슬그머니 상자를 받아 들곤 살폈다.

그사이 또 하나의 상자를 더 꺼내든 희원은 슬쩍 내 손에 있던 것을 손가락질하며 말했다.

“슈와넬라는 원래 미생물 연료전지 개발의 핵심이 되는 박테리아야. 사실 자연에 흔한 박테리아긴 한데, 그게 금속이온을 이용해서 호흡하는 특성이 주목받은 거지.”

“보다 구체적으로.”

놈은 되묻는 나를 향해 웃어 보이곤 사진 한 장을 들이밀었다.

전자현미경으로 찍어낸 것임을 짐작할 수 있는 것.

한데 사진 속에서 내가 발견한 것은 정작 박테리아가 아니라 얼핏 나노튜브 형태처럼 보이는 물질이었다는 거다.

“이게…….”

“그게 슈와넬라가 생성한 나노튜브 성상이야. 비소를 먹이로 하여 놈들이 침전시킨 결정체. 중요한 것은 거기에 자외선을 쬐면 전류가 흐른다는 거야. 즉, 자체적인 전기 생산이 가능하며 반도체의 특성도 보인다는 거지.”

듣다 보니 떠오르는 것이 있었다.

2008년쯤인가, 미국의 어느 연구소에서 박테리아를 이용한 전기 생산 기술개발의 단초를 찾았다는.

그땐 딱히 관심이 가지 않았던 터라 넘어갔었건만, 그걸 희원이 놈이 자체적인 연구 프로젝트로 삼고 있었던 모양이다.

“아무튼 이걸 활용하면 전압손실의 염려가 없는 미생물 연료전지의 구현이 가능해. 그 경우, 군사적 목적으로도 충분히 활용이 가능하고.”

“…….”

“그런데 더 중요한 것은 저놈에겐 또 하나의 특성이 있다는 거야. 그게 뭔지 알아?”

“…….”

“응? 뭔지 아냐고.”

“그냥 말을 해, 시키야. 어차피 네 입으로 다 말할 거면서 묻기는 왜 물어.”

답답한 마음에 타박했다.

머쓱한 표정으로 머리를 긁적인 놈은 들고 있던 두 번째 상자를 건네며 말했다.

“슈와넬라가 우라늄을 통한 호흡을 했을 경우, 방사성 물질을 나노파티클 결정체로 전환해 버린 다는 거야. 쉽게 말해서 세슘과 같은 치명적인 방사성 물질을 결정체로 만들어 버린다는 거지.”

“세슘을 결정체로 변환한다? 그 말인 즉, 방사능 오염수의 정화가 더 쉬워진다는 건가?”

불현듯 드는 생각에 되물었다.

고개를 끄덕인 놈은 또 한 장의 사진을 내밀며 말했다.

“맞아. 참고로 여기까지는 각국의 꽤 많은 연구진들도 다 파악하고 있는 상황이야. 그런데 문제는 정작 슈와넬라가 만들어낸 파티클이 지나치게 작아서 일반적인 필터로는 걸러낼 수가 없다는 거지.”

“그럼 결국 특수필터를 제작해야 하겠군.”

“아니, 그것도 쉽지가 않아. 제작 단가는 둘째 치고 현재로선 그게 가능한 필터를 제작할 만한 기술적 수준도 갖춰지지 않았으니까.”

“흠, 그래서?”

“해서 우린 슈와넬라가 파티클을 만드는 과정에 개입했어. 뭐 자세한 과정은 생략하고 일단 파티클 이 생성되기 이전에 발생하는 나노와이어를 화학적 반응을 통해 뭉쳐 버린 거지. 그 경우 표면적이 넓어서 결정체의 크기가 커지는 결과가 발생해. 바로 네가 조금 전에 본 그 사진처럼.”

난 다시 들고 있던 사진에 시선을 줬다.

이후 머리를 스친 것은 이 방식이 상용화가 가능하다면 방사성 오염물질들. 특히나 세슘 오염수 정화사업에 일대 획을 그을 거라는 사실.

절로 눈이 확 떠졌다.

“그러니까, 체르노빌이나 후쿠시마 원전정화에도 활용이 가능하다는 거잖아.”

“비단 그것만 아니라 네가 준비 중인 원전 철거과정을 보다 안전하게 시행하는 것이 가능해지지.”

순간 놈을 끌어 안아주고 싶은 욕망이 절로 치솟았다.

결과물을 떠나서 이제까지와는 달리 순수하게 자신의. 아니, 소속 팀들의 노력만으로 무언가를 이루어 낸 놈의 발전이 그만큼 대견했으니까.

표정을 읽은 건지 놈이 슬슬 뒷걸음질을 치며 손사래를 친다.

“미안하지만 난 그쪽 취향 아니야.”

웃으며 김영기 실장을 쳐다봤다.

지금까지의 대화가 믿겨지지 않았던 듯, 연신 입을 뻐끔 거리던 그는 갑자기 잔뜩 눈을 빛내며 희원에게 질문했다.

“그거 상용화 하려면 어느 정도의 시간이 걸리는 겁니까?”

“글쎄요, 어차피 실증까지 끝난 마당이니 대략 6개월쯤?”

“그럼 언론에 개발 사실을 알려도 됩니까?”

희원과 난 그 말에 동시에 서로를 쳐다봤다.

곧 이유를 물으려는 차, 김 실장의 대답이 먼저 뱉어졌다.

“안 그래도 지금 원전 철거과정에서의 안전성 문제로 떠들썩하지 않습니까. 그런데 저게 발표되면 불씨를 끌 수단이 되지 않을까요?”

제법 그럴듯한 주장이라는 생각에 희원을 향해 다시 시선을 주었다.

흔쾌히 끄덕여지는 고개.

화색을 밝힌 김 실장이 재빨리 휴대폰을 꺼내 들곤 연구실을 빠져나간다.

“그나저나 발표가 되면 또 어딘가에서 기술을 탈취하기 위한 시도가 빗발칠 거다. 하니 당분간 모든 자료들은 중앙 서버에만 보관해. 그리고 PMC 인력들을 추가로 배치 할 테니까 당분간은 불편하더라도 좀 참고.”

난 김 실장이 나간 사이 후속 조치들을 거론했다.

기밀 보호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 거니까.

그 부분에 대해선 이견이 없는 듯 놈의 고개가 끄덕여졌고, 때마침 용무를 마친 김 실장이 다시 연구실로 들어왔다.

“저, 회장님.”

뭔가 할 말이 있는 눈치였던 터라 재빨리 시선을 줬다.

무슨 소식을 들은 걸까.

그가 넋이 나간 얼굴로 들고 있던 휴대폰을 흔들어 보인다.

“방금 김 비서와 통화 중에 들은 소식인데, 대만 폭스콘 회장이 한국을 찾았답니다.”

“…….”

“해서 지금 총리를 면담 중에 있는데, 회장님을 만나 뵙기를 청하고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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