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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무기도 만들어 드릴까요?-273화 (273/372)

#핵무기도 만들어 드릴까요? 273화

“후우…….”

식이 거행되는 내내 이어지던 긴장감은 피로연의 시작을 알리는 희원이 놈의 안내방송이 있고 나서야 풀렸다.

이로써 한고비는 넘긴 상황.

힐끗 쳐다본 나타샤 역시도 비로소 안도감이 든 건지 연신 한숨을 내쉬고 있었다.

[솔직히 전 이런 분위기에 적응하기가 힘들어요.]

충분히 이해가 갈 만한 말이었다.

평생을 정보원으로 살아왔던 그녀로선 이런 평범한 삶을 상상해 본 적이 없었을 테니까.

그 때문이었을까, 며칠 전 침대에서 나를 보는 눈빛도 평소 그녀와는 많이 달랐었다.

뭐랄까, 어렴풋한 두려움과 설렘이 뒤 섞인, 그런.

“응?”

내빈으로 참석한 푸틴은 아버지와 한창 담소를 나누는 중이었다.

역시 푸틴은 그 존재감 자체가 무기인 건가.

평소엔 그 누구의 앞에서도 당당하던 아버지가 오늘따라 잔뜩 위축되어 보인다.

[옷 갈아입고 와요. 난 내빈들과 잠시 이야기를 나눌 것이 있으니까.]

아무래도 이후의 일정이 평범한 결혼식과는 다를 것이라는 생각에 나타샤를 먼저 내실로 들여보냈다.

생끗 웃고 돌아서는 그녀를 뒤로 하고 다가간 곳은 리암과 푸틴, 그리고 하사드와 모하메드가 대화를 나누고 있던 자리.

회귀 후 나와는 가장 가까워진 인물들이 한자리에 모인 샘이다.

[축하합니다, 형제여.]

그중 가장 환한 미소로 축하 인사를 건넨 것은 역시나 하사드와 모하메드였다.

이건 마치 친형제의 결혼식장에 참석한 듯한 표정들.

누가 아랍 왕족 아니랄까 봐 결혼식 선물이랍시고 쥐여 주는 것들도 그들의 배포에 걸맞았는데, 신부를 위해서는 무려 50캐럿에 달하는 다이아 목걸이를.

그리고 내겐 세계에서 단 1개만 제작된 스위스 장인의 시계를 선물 받은 상태다.

[신부가 참 아름답습니다.]

어느새 파티용 드레스 차림으로 다시 피로연장으로 들어선 나타샤를 보며 모하메드가 탄성을 발했다.

순간 주변인들의 시선이 일제히 그녀를 향해 돌아가고, 마침 나와 눈이 마주친 그녀가 생끗 미소를 지으며 다가온다.

“헛!”

그때, 마침 지나치던 파티 도우미 한 명이 그녀의 긴 드레스 자락에 걸려 휘청했다.

그대로 넘어지면 들고 있던 쟁반이 내동댕이쳐질 상황.

한데 그 순간, 나타샤의 손이 순식간에 움직이는가 싶더니 그대로 쟁반을 받아낸다.

[…….]

기예와도 같았던 그녀의 움직임에 하사드와 모하메드의 눈이 화등잔만 해졌다.

그에 반해 푸틴은 한껏 자랑스럽다는 표정.

이후 그는 잔뜩 치솟은 어깨를 으쓱하며 넌지시 말을 뱉어낸다.

[그래도 반사 신경만큼은 여전하군. 결혼 생활이 그리 어렵지는 않겠어.]

그 말에 모하메드와 하사드가 서로를 쳐다봤다.

굳이 해석을 해보자면 저 민첩한 움직임이 결혼 생활과 대체 무슨 상관이 있지? 싶은 의미 정도.

나 역시 그 의문에 동의하는 중이다.

[하하하!]

이후 이어진 피로연은 무려 2시간이나 지속 됐다.

결혼식이라는 이름과는 달리 오고 가는 대화가 워낙 무게가 있는 것들이다 보니 결국 나타샤는 김 비서와 시간을 보내는 것이 대부분.

슬슬 눈치가 보이기 시작한다.

‘눈치를 본다? 내가?’

불현듯 드는 생각에 헛웃음이 뱉어졌다.

그와 동시에 머리를 스친 것은 희원이 놈이 내내 강조했었던 말.

자유인으로서의 진현승은 오늘로써 끝이라는.

왠지 이젠 그게 조금이나마 실감이 나기 시작한다.

[우리 조용한 곳에서 나눌 대화들이 좀 많은 것 같소만.]

그때, 리암이 넌지시 우리만의 시간을 갖기를 청했다.

미국과 러시아를 대표하는 이들과 한자리에서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누기를 꿈꿔 왔던 것은 나 역시 마찬가지.

흔쾌히 응하곤 길잡이를 자처했다.

[후우…… 역시 나이를 먹으니 시끄러운 곳은 적응하기가 어려워요.]

특실에 도착하자 리암이 가장 먼저 타이를 벗어던지며 후련함을 표했다.

넌지시 미소를 지으며 뒤따라 소파에 앉은 푸틴 역시도 홀가분한 표정으로 수트를 벗어 던졌고, 난 그런 두 사람에게 술잔을 하나씩 권했다.

[결혼식에서까지 이런 이야기를 나눠야 하는 것이 좀 슬프기는 하지만 어쩌겠습니까. 사안이 점점 다급하게 돌아가고 있는 것을.]

푸틴과 난 이어진 리암의 말에 동시에 고개를 끄덕였다.

굳이 주어는 입에 올리지 않았지만 그게 중국을 의미하는 것쯤은 이해하고도 남으니까.

말없이 쳐다보자 리암이 받아 든 술잔을 들어 올리며 말을 잇는다.

[그나저나 대만 문제가 점점 커져가는 것 같은데, 진 회장께선 어떻게 하실 생각이십니까. 난 솔직히 대만을 그렇게까지 코너로 몰아도 되는 건가 싶어 염려스럽습니다만.]

순간 곁에 앉아있던 푸틴의 시선이 내게로 꽂혔다.

그도 나름대로는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는 표정.

슬쩍 술잔에 입을 대곤 말했다.

[그렇다고 대만의 이중적인 태도를 그냥 뒀다간 차후 우리가 더 골치 아파질 겁니다. 이제 더는 줄다리기를 하게 두어선 곤란하다는 말이죠.]

리암은 그 부분만큼은 인정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상관하지 않은 채 말을 이었다.

[해서 우린 이 기회에 그들이 어느 한쪽을 확실하게 선택하게 만들 생각이고, 그걸 위해선 조치가 무리하다 해도 어쩔 수 없습니다.]

[하지만 폭스콘까지 건드려 버리면 대만경제는 하루아침에 무너질 수도 있습니다.]

[물론입니다. 해서 우리 정부 역시 끝까지 몰아붙일 생각은 아니고, 한동안은 숨이 넘어가기 직전의 상태로 두겠다는 겁니다. 저들이 진심으로 백기를 들 때까지만.]

대답을 뱉어내곤 힐끗 푸틴을 쳐다봤다.

반짝 빛을 발하는 눈빛.

단순히 술기운 같지는 않고, 내가 뱉어낸 말을 두고 무언가를 생각하는 듯한 느낌이다.

[흠…… 그게 진 회장과 한국 정부가 내린 답인 겁니까?]

그사이 잔을 비운 리암은 넌지시 되물었다.

주저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이자 결국 긴 한숨과 함께 손을 든다.

[좋습니다. 하면 그 부분은 미국 정부가 관여를 하지 않는 것으로 하죠.]

움찔!

리암의 대답이 떨어짐과 동시에 푸틴의 몸이 옅게 흔들렸다.

눈동자 역시도 꽤 흔들리는 편이었고.

뭣 때문일까 싶은 생각이 들려는 차에 그가 넌지시 입을 연다.

[이거 영 적응하기가 어렵군.]

[…….]

리암과 난 고개를 갸웃해 보였다.

슬며시 입매를 뒤튼 푸틴은 자조적인 투로 말을 이었다.

[솔직히 서방의 주요 국가들이 이 상황을 보면 나와 같은 반응을 보일 거요. 대만 같은 중요한 문제에서 미국이 이토록 쉽게 손을 떼겠다는 말이 어디 믿어지기나 하겠습니까. 그것도 한국 정부의 고집 때문에.]

저건 한국의 위상이 그만큼 커졌음을 빙 돌려서 말하는 거였다.

반대로 미국을 대표하는 리암에게는 뼈를 때리는 말이기도 하고.

혹시나 싶어 리암의 눈치를 살폈지만 다행히 그의 얼굴에서 불쾌함 따위는 엿볼 수 없었다.

[서방은 그다지 놀라지 않을 겁니다. 이제 아시아의 정세는 통일 한국을 중심으로 돌아간다는 것쯤은 그들도 잘 알고 있으니까.]

변명처럼 뱉어낸 리암의 말에 푸틴이 웃어 보였다.

비웃음이 아님은 표정에서 드러나는 상황.

아니나 다를까, 곧 그의 고개가 끄덕여지며 또 한 번 자조적인 투의 말이 뱉어졌다.

[하긴, 시대가 변하기는 했지. 그나저나 나눠야 할 대화가 대만 문제뿐이었다면 두 사람이 따로 이야기해도 될 것을 나는 왜 부른 거요]

순간 난 다시 리암을 쳐다봤다.

처음 이 자리를 권할 때부터 표정이 왠지 심상치 않았었거든.

즉, 아주 중요한 할 말이 따로 있기라도 한 듯한 분위기였다는 거지.

예상처럼 리암은 잔뜩 굳어진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유럽이 아무래도 친중 정책으로 선회한 것 같소이다.]

[…….]

[뭐 명목상으로는 미국의 지나친 패권주의를 경계하겠다는 건데, 실은 돈 때문이지 않겠습니까? 중국이 뿌려대는 천문학적인 돈 말입니다.]

난 저 말에 동조하는 편이었다.

회귀 전에도 유럽은 한때 미국의 지나친 패권주의를 핑계로 중국에 대해 유화정책을 폈었고, 그 줄타기는 정작 코로나로 인해 전 유럽이 초토화가 될 때도 지속 됐으니까.

까놓고 말하면 그게 정말로 단순히 미국의 지나친 패권주의에 염증을 느꼈기 때문일까.

아니, 단언컨대 그건 중국의 돈이 가져다주는 영향력에서 벗어나지 못한 탓이라고 본다.

[그럴 수도 있겠지. 유럽이야 최근 모든 산업 분야에서 통일 한국에게 뒤처지고 있는 형국이니까. 하지만 대놓고야 중국 편을 들기야 하겠습니까. 결국엔 그들도 방향을 선회할 수밖에는 없겠죠.]

푸틴은 별다른 표정의 변화를 보이지 않은 채 대꾸했다.

또 한 잔의 술을 단숨에 들이켠 리암이 뭔가 불쾌한 것이라도 있다는 듯한 표정과 함께 말한다.

[어차피 미국과 한국, 그리고 러시아가 연합하고 있는 상황이면 결과적으로야 그렇겠죠. 하지만 문제는 저들이 뒤에서 벌이고 있는 일들입니다.]

[…….]

푸틴과 나는 다시 리암을 쳐다봤다.

[프랑스가 중국의 르끌레르와 라팔 수출 허가 요구를 받아들였다는군요. 그것도 일정 부분 기술이전까지 해주는 조건으로.]

[…….]

[그리고 독일 역시 펜저하우비츠.즉 그들이 자랑하는 자주포의 수출을 허가했답니다. 역시나 일부 기술이전을 조건으로.]

푸틴과 내 눈은 동시에 가늘어졌다.

황당한 마음에 따지고 들려는 순간 푸틴이 한 박자 빨리 내가 하고 싶었던 말을 뱉어낸다.

[미국과 한국이 빤히 대중 압박 정책을 펼치고 있는 와중에? 아니 그건 둘째 치고 위구르의 참상을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유럽이 중국에 무기를 수출 한다고요? 하! 이거 기가 찰 일이군. 프랑스는 원래 돈 앞에선 줏대가 없는 종족들이니 그렇다 치고, 그토록 공정함과 인권을 강조하던 독일은 대체 어디로 간 겁니까.]

‘그러게, 대체 이 상황에서 유럽이 왜 그런 무모한 짓을 벌이는 걸까.’

흥분한 푸틴이 말에 속으로 동조했다.

그러다 돌연 떠오른 것은 최근 중국의 움직임이 왠지 많은 부분에서 달라져 있다는 것.

대표적인 예시가 바로 지금과 같이 자국 무기만을 고집하던 습관을 버린 건데, 내심 걱정스러운 마음이 앞선다.

혹여 중국에 정말로 책사라도 등장한 걸까.

해서 보다 현실적으로 세상을 보는 눈이라도 얻게 된…….

[결국 중국의 돈질에 무릎을 꿇은 거죠. 사실 무기는 단지 핑계일 뿐, 중국은 이미 독일과 프랑스에 천문학적인 투자를 진행 중인 상태입니다.]

생각이 깊어지던 와중 리암이 다시 말했다.

시선을 주자 그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나와 푸틴을 번갈아 쳐다봤다.

[해서 말인데, 우리도 뭔가 확실한 패를 보여줘야 하지 않을까 싶군요.]

[…….]

[쉽게 말해서 미국과 통일 한국. 그리고 러시아가 보다 진보된 관계로 발전을 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겁니다.]

[그래서, 3국 관계를 동맹 관계로 격상이라도 하자는 겁니까?]

푸틴은 농담조로 말을 받았다.

하지만 일체의 웃음기가 없는 리암의 얼굴.

점차 푸틴의 얼굴도 진중함으로 물들어갔다.

[정말 그러자고요?]

[안 될 것이 뭐가 있습니까. 어차피 지금도 동맹이나 다름없는 관계인 것을.]

[…….]

[…….]

푸틴과 난 기함을 토하며 서로를 쳐다봤다.

끝내 농담이 아님을 강조하려는 듯 리암의 첨언이 이어졌다.

[전에 진 회장님께 말했지만 이제 미국은 전 세계의 패권을 홀로 손에 쥐겠다는 생각을 버렸습니다. 그런 의식으로는 새로운 백 년을 버틸 수 없는 세상이 되었으니까.]

말을 뱉어냄과 동시에 그의 눈이 향한 곳은 나였다.

마치 그런 결정을 내리게 한 근본적인 원인은 한국 때문이라는 의미만 같은 눈빛.

하긴, 지금까지 우리가 이루어 온 것들. 그리고 통일과 이후 예정된 발전상을 생각하면 미국으로서도 달라져야 할 필요성을 느끼기는 했을 거다.

지금이야 몰라도 먼 미래엔 결국 우리의 성장이 미국을 위협할 테고, 그때 가서 허우적대느니 차라리 지금 동반자로 만들어 버리는 것이 현명할 테니까.

[그 문제에 대해선 제가 뭐라 의견을 말할 처지는 아닌 것 같군요.]

난 넌지시 내가 그 부분에 관여할 처지가 아님을 강조했다.

이해한 듯 리암과 푸틴의 고개가 끄덕여졌지만 그렇다고 화두를 바꿀 생각은 없어 보인다.

그림자.

저들 중 누구도 내가 통일 한국의 그림자라는 것을 부정하는 이는 없기에.

[대신, 사업가로서 한마디만 해도 되겠습니까?]

이후 한창 푸틴과 리암의 대화가 심도 깊게 이어지던 와중 넌지시 끼어들었다.

시선이 쏠리고, 난 리암이 제안한 3국 동맹구축 관계의 실현으로 가능해질 것들.

우리는 물론 미국과 러시아가 모두 이익이 될 수 있을 분야들에 대해 늘어놨다.

[만약 3국이 동맹 관계까지 구축된다면 우린 무기 분야에 있어서 많은 비용 절감을 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요?]

리암은 호기심이 돋는다는 듯 쳐다봤다.

[굳이 예를 들자면 전투 차량과 전차의 경우 하나의 플랫폼을 가지고 3국이 각자의 입맛대로 후속 무장을 구축할 수가 있죠.]

[하나의 플랫폼을 사용한다?]

이번엔 푸틴이 눈을 빛냈다.

옅은 미소를 내비치곤 다시 말을 이으려는 차, 리암이 의문을 제기한다.

[굳이 그럴 이유가 있습니까?]

[당연히 있습니다. 비용 절감이라는 가장 확실한 이유.]

[…….]

[아시다시피 러시아는 성능에 비해 저가에 무기를 생산하기로 유명합니다. 때문에 만약 플랫폼을 단일화해서 그걸 러시아에서 생산한다면. 전차를 비롯한 각종 전투 차량의 단가를 거의 절반 수준으로 낮출 수가 있을 겁니다.]

리암은 마치 그게 가능하냐는 듯 푸틴을 쳐다봤다.

그의 얼굴에 비릿한 미소가 스치는가 싶더니 이내 고개가 끄덕여진다.

[사실이오. 우린 핵잠수함 건조비용도 재래식 잠수함 수준으로까지 떨어트리는 것이 가능할 정도니까. 한데 방금 러시아에 공장을 두겠다고 하셨소?]

짧은 대꾸를 뱉어낸 푸틴은 점점 눈빛이 밝아졌다.

왜 그렇지 않을까.

그게 성립되면 러시아로서는 그야말로 노가 나는 상황인데.

아니 어디 러시아만의 이익일까, 성능은 그대로면서 생산 단가를 낮춘다는 측면에서 보면 미국과 우리 역시도 어마어마한 이익이다.

[흠…….]

그리고 재우는 고질적인 기능 인력수급과 생산시설 부족해결. 그리고 수율 안정에 따른 이윤증가를 기대할 수도 있고.

[이거 참…….]

두 사내의 눈동자는 한동안 바쁘게 움직였다.

나름 수지타산을 재보고 있는 거겠지.

아! 그러고 보니 이건 하나의 시험대가 되지 않을까 싶다.

전차의 플랫폼을 공유한다는 건 어지간한 관계가 아니면 불가능한 것.

이보다 더 확실한 동맹의 의지 표현이 또 있을까.

[좋소. 내 돌아가는 즉시 백악관과 상의를 해보죠.]

생각이 깊어지던 와중 리암으로부터 긍정의 대답이 떨어졌다.

끄덕.

푸틴은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

난 그 시점에 넌지시 리암을 향해 말했다.

[그나저나 이거 잘 됐군요. 만약 3국이 동맹 체제로 간다면 우리가 러시아의 핵잠수함을 들여오는 것에 있어서 이제 미국도 부담이 덜 할 테니까.]

[…….]

리암은 그건 또 무슨 말이냐는 눈빛으로 나를 쳐다봤다.

얼마의 시간이 걸렸을까, 난 한동안 러시아의 핵잠수함 도입문제. 그리고 수송기 공동개발 사업에 대한 이야기들을 하나씩 풀어놨고, 듣고 있던 리암은 시시각각 표정이 변했다.

[그사이 그런 일들이…….]

[미리 말을 안 한 것은 어차피 미국도 우리의 핵잠수함 보유를 용인했었기 때문입니다. 그 점에 대해선 이견이 없으시겠죠?]

[그야…… 한데 왜 자체 개발이 아닌 러시아의 핵잠수함을 들일 생각을 한 겁니까.]

[그건 우리가 개발한 스마트 원자로를 테스트 할 목적에서입니다.]

마지막 말에 리암의 눈이 부릅떠졌다.

예전 푸틴이 그랬던 것처럼.

혹시나 싶어 힐끗 푸틴을 쳐다보자 그의 입매가 잔뜩 뒤틀려 있었다.

마치 당신도 별수 없지, 싶은.

[스마트 원자로를 개발했다고요?]

되묻는 리암의 얼굴은 꽤 할 말이 많은 눈치였다.

딱히 듣지 않아도 무슨 생각을 하는지쯤은 알고 있기에 난 즉시 손사래를 치며 말을 덧붙였다.

[수출 가능성을 타진하실 생각이시면 그 부분은 차후 저와 따로 이야기 하시죠.]

[…….]

리암은 그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하필 푸틴을 앞에 두고 있는 자리에서라면 온전한 협상이 힘들다는 것을 안 거지.

자, 그럼 이제 다음 순서는 푸틴을 옥죌 차례다.

러시아에 대규모 발전소를 건설하는 문제.

그것 역시 당장 해결해야 할 문제거든.

똑똑!

막 입을 열려는 차에 누군가 문을 두드렸다.

이 방은 지금 전 세계에서 가장 엄중한 경호가 이루어지고 있는 곳.

누군가 싶어 문을 열자 나타샤가 잔뜩 애처로운 얼굴을 하곤 서 있었다.

[지금이 아마 새벽 2시일 거예요.]

[…….]

[그리고 오늘은 우리가 결혼한 첫날 밤이고요.]

난 대답 대신 슬쩍 뒤를 돌아봤다.

동작도 빠르지.

어느새 두 인간은 시야에서 사라져 있었다.

“아…….”

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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