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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무기도 만들어 드릴까요?-272화 (272/372)

#핵무기도 만들어 드릴까요? 272화

“중국에서 연료봉 손상 문제는 사실무근이라는 발표를 했다는군요.”

며칠 후, 김영기 실장은 연일 떠들썩하던 소문에 대한 중국의 반응을 알려왔다.

어차피 난 지금 정례 재건 회의 참석차 청와대로 가는 중.

아마 도착하고 나면 그게 정말로 단순한 해프닝인지 아닌지가 판명될 거다.

“결혼식 준비는 잘 되고 있습니까.”

예상외로 대통령은 환하게 웃는 낯이었다.

혹여 정말로 뜬소문에 불과했던 건가 싶은 생각이 들 무렵, 그가 다시 표정을 바꾸며 말한다.

“그나저나 진 회장님도 중국 원전 유출 사고 소식은 들으셨죠?”

“그렇기는 합니다만, 정말로 연료봉 손상이 확실한 겁니까?”

“연료봉 손상이 원인인지는 잘 모르겠고, 뭔가 문제가 생긴 것은 확실해 보입니다. 하지만 원전이라는 특수성으로 인해서 국제적인 우려가 커질 것을 염려한 중국 정부가 쉬쉬하고 있는 모양새예요”

“하지만 그게 숨긴다고 숨겨지겠습니까? 특히나 거리가 가까운 우리로서는 정말로 방사능 유출이 발생하는 경우 얼마든지 알아챌 상황인데.”

“네, 그래서 지금 우리 관련 기관과 미국 정부가 합동 조사를 시행하고 있는 중입니다. 하니 기다려 보는 수밖에요.”

대통령은 짧은 대꾸를 끝으로 회의실의 문을 열었다.

이미 도착해 있는 각 분야 재건위원들의 수는 대략 15명.

아직 도착하지 못한 인원들의 수가 꽤 됨에도 대통령은 회의를 서둘렀다.

“일단은 우리끼리 먼저 회의를 시작합시다.”

이후 오고 간 회의 내용은 주로 북한에서 시작되고 있는 대규모 산업기반 시설들의 건설 열풍과 그에 따른 전력 부족 사태에 대한 것이었다.

타이밍도 참 기가 막히지.

하필 중국의 원전사고 소식이 들려오는 상황에서 전력 부족으로 인한 대책을 논하는 상황이라니.

같은 생각을 한 듯 대통령은 회의를 주도하는 중간중간 종종 생각에 잠긴 듯한 표정을 지어 보였고, 결국 담당 장관의 모두발언이 끝날 무렵엔 느닷없이 탄식을 터트렸다.

“쯧, 미안합니다만 아무래도 오늘 회의 안건은 좀 바꿔야 할 것 같군요.”

“…….”

위원들은 그 말에 서로를 쳐다보며 의문을 표했다.

머릿속이 복잡한 걸까, 대통령은 다시 긴 한숨을 뱉으며 말을 잇는다.

“사실 청와대는 중국 원전 문제가 터지고 나서 급히 우리 원전들에 대한 조사를 지시했었습니다. 그리고 어제 받은 보고에 의하면 우리 원전들에 부실한 관리가 대거 포착되었다더군요.”

“…….”

“해서 지금은 북한 전력난을 해결하는 것에 앞서 그 문제를 해결해야 할 듯싶습니다.”

그 말을 듣자 불현듯 올해가 2013년이라는 것이 다시 상기됐다.

원전 마피아들에 의한 부품 시험 성적서와 안전 점검 보고서 조작사건이 밝혀진 해.

비록 시발점은 다르지만, 그 역사는 결국 이루어진 거다.

“문제는 이 일을 이미 언론에서 다 알게 되었고, 곧 거대한 사회이슈로 떠오를 것이라는 점입니다.”

말을 잇는 대통령의 미간은 잔뜩 좁혀져 있었다.

뭐 원전 문제는 워낙 사회적으로도 민감한 사안이니까.

안타까운 것은 이건 시작에 불과할 것이라는 점이다.

이제 곧 그동안 숨겨져 왔던 부실한 원전 관리 사실들이 죄다 밝혀지게 될 거고, 그건 곧 원전에 대한 근본적인 효용성 문제로까지 번질 테니까.

“제가 한마디만 해도 되겠습니까.”

난 슬며시 끼어들어 방금 전 머릿속을 스친 사실들을 언급했다.

이후 벌어질 사태에 대한 구체적인 예시들을.

위원들의 표정은 점점 심각해졌고 그 와중에 대통령이 결정타를 먹였다.

“그런 마당에 우린 지금 북한의 전력 부족 사태까지 해결을 해야 합니다. 젠장…….”

마지막 그의 탄식으로 인해 분위기는 급격히 가라앉았다.

우스운 것은 사람들의 시선이 슬며시 내게로 향하고 있다는 것.

한데 미안하게도 이건 나로서도 방법이 없다.

아니, 있기는 하지만 결국 돈이 문제인 거지.

“흠…….”

이후 대통령의 시선 역시도 내게로 향했다.

뭐라도 좋으니 의견이 있으면 말해보라는 눈빛.

상황이 이러면 굳이 가릴 것은 없다는 생각에 즉시 말을 던졌다.

“방법이 있다면 결국 대규모 원전건설을 추가 진행해야죠.”

“네?”

가장 먼저 놀란 것은 역시나 담당 장관이었다.

하긴, 당장 원전에 대한 위험성이 여기저기서 대두될 판국에 오히려 원전을 추가 건설하자는 말은 미쳤다고밖에는 생각할 수가 없지.

하지만 내가 말하는 원전은 경수로 원전을 뜻하는 것이 아니다.

“우린 이미 안전성을 최대한 확보한 스마트 원전기술을 개발하지 않았습니까. 하니 그걸 대체로 삼자는 거죠.”

순간 위원들의 눈빛이 일제히 빛났다.

그도 잠시 다시 장관의 부정적인 말이 날아든다.

“그렇다 해도, 당장 부실한 원전 관리로 인한 위험성이 강조되고 있는 마당에 국민들이 그걸 용인하겠습니까. 우리가 아무리 스마트 원전의 안전을 강조해도 결국 무조건적인 반대론이 등장할 가능성이 큽니다. 게다가 건설부지를 확보하는 것도 문제고요.”

“맞는 말씀입니다. 해서 전 그걸 굳이 남한에 건설하자는 말은 아닙니다.”

“…….”

위원들의 눈은 또다시 빛을 발했다.

이제야 내 의도를 눈치챈 느낌.

난 자리에서 벌떡 일어서선 마침 벽에 걸려 있는 지도를 향해 다가갔다.

“스마트 원전은 기존 경수로 보다 그 크기를 대폭 줄일 수 있습니다. 그에 반해 전력 생산 규모는 월등하고 안전성 또한 뛰어나죠. 해서 전 그걸 북한 전역에 걸쳐 촘촘하게 건설을 하고 전력을 남한으로 끌어오는 방법을 권하고 싶습니다.”

“오오!”

탄성을 뱉어낸 이는 국방장관이었다.

힐끗 그를 향해 눈인사를 건네곤 다시 말을 이었다.

“그리고 우린 노후화된 기존 원전들을 최대한 철거하는 겁니다. 아! 물론 기존 원전을 폐쇄하면 발생할 문제는 분명히 있습니다. 일단 원전 철거 경험을 가진 나라는 미국과 독일 그리고 일본 3개국뿐이라는 점. 그리고 이후 스마트 원전을 건설할 때까지 확보할 수 있는 전력의 총량이 줄어든다는 점.”

“철거문제는 그렇다 치고, 확보할 수 있는 전력이 줄어드는 것은 문제가 심각하지 않습니까. 가뜩이나 우린 여름만 되면 전력 부족을 겪고 있는 판국에. 하면 제시하신 사업 자체가 별반 의미가 없을 것 같은데요.”

대통령은 고개를 갸웃하며 되물었다.

당연한 반응.

난 어깨를 들썩여 보이곤 대꾸를 이었다.

“아니요, 의미는 충분합니다. 일단 우리도 원전 철거 경험을 쌓아 향후 500조에 달할 원전 철거 시장에 진출할 수 있다는 것.”

“…….”

“물론 에너지의 총량유지 문제는 여전히 존재하는데, 해선 전 그 대안으로 남한에 대규모 천연가스 발전소들을 건설하는 것이 어떨까 싶습니다.”

“천연가스 발전이요?”

위원 중 하나가 헛바람을 삼키며 소리를 뱉었다.

순간 해당 위원에게 사람들의 시선이 쏠리는가 싶더니 대통령이 툭 끼어든다.

“천연가스 발전이 기존 화력발전보다야 친환경적이긴 하지만 그에 필요한 엄청난 양의 천연가스는 어쩌고요.”

“천연가스는 러시아가 있지 않습니까. 게다가 이미 파이프라인은 건설 중에 있고.”

“…….”

“참고로 현재 개발 중인 야말반도에 대한 우리의 지분을 생각하셔야죠. 즉, 우린 천연가스 발전을 시작할 시점이면 생산 원가나 다름없는 가격에 천연가스를 공급받을 수가 있다는 겁니다.”

대통령은 아! 하는 표정과 함께 고개를 주억거렸다.

하지만 또 무슨 벽이 존재하는 걸까, 이내 휙 하고 다시 나를 쳐다본다.

“그렇다 해도 건설비용은 대체 어떻게 감당합니까. 발전소 하나 건설하는 것이 어마어마한 돈이 들어가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그건 그렇습니다. 대규모. 예를 들면 20호기의 발전시설을 갖춘 발전소 하나를 건설하는 것에 들어가는 비용은 대략 12에서 20조 정도. 기존 원전을 모두 대체하기 위해선 7개의 초대형 발전소를 건설해야 하기에 최대 140조의 자금이 들어간다고 보시면 됩니다.”

사람들의 입에선 헉 소리가 절로 나왔다.

그게 무리가 아님을 강조하기 위해 난 터빈을 예로 들었다.

“20호에 달하는 시설을 갖춘 대규모 발전소 하나당 대략 30기에 이르는 터빈을 필요로 합니다. 한데 그 터빈의 가격이 유지보수비용을 포함하면 기당 1천억 원에 달하죠.”

“허어, 터빈이 그렇게 비쌉니까?”

“비쌉니다. 블레이드 하나 가격만 중형 세단 가격과 맞먹으니까요. 참고로 그것도 재우가 생산을 하는 것을 조건으로 했을 때의 이야기입니다. 우린 적어도 러시아로부터 티타늄을 저가에 공급받을 수 있으니까요.”

“…….”

“아무튼, 7개의 발전소를 짓는 경우 그런 고가의 터빈이 총 210기가 필요합니다. 거기에 건설비용을 비롯한 여타 제반 비용들을 합하면…… 140조라는 돈이 그리 무리는 아니죠.”

여기저기서 탄식 소리가 들려왔다.

말이 140조지.

그 엄청난 자금을 대체 어디에서 마련한다는 말인가.

난 그 시점에 다시 말을 뱉어냈다.

“하지만 아시다시피 이런 대형국책 사업은 한두 해에 끝나는 것이 아닙니다.”

“…….”

“최소 10년. 아니 그 이상이 걸린다고 봐야 하고, 그건 결국 할부의 마법이 발생하는 근거가 되죠.”

“하지만 북에 스마트 원자로까지 건설하는 비용을 생각하셔야죠.”

누군가 그때 이의를 제기했다.

고개를 끄덕이곤 다시 말을 정정했다.

“그 경우 최대 두 배까지 늘어난다고 보면 됩니다만, 그래도 한 해 28조 원 정도로 부담은 낮아집니다.”

대통령은 그 말에 앓는 소리를 뱉었다.

가뜩이나 빠듯한 살림임을 감안하면 당연한 결과.

난 슬며시 그를 향해 위안의 말을 건넸다.

“물론 그렇다 해서 부담이 없는 것은 아닐 겁니다. 하지만 통일로 인해서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전력소모량을 생각하면 반드시 시행해야 하는 조치죠.”

“흠…….”

“여기서 기대할 만한 점이 있다면 사업이 진행되는 동안 우리 경제는 한해 10퍼센트 이상의 성장을 이룰 것이라는 점인데, 그에 따라 전체적인 부담률은 해가 지날수록 줄어들게 될 겁니다.”

“그렇긴 하지만…….”

대꾸를 하는 대통령의 말은 끝내 부담을 떨치지 못한 투였다.

아직 확정된 것이 아니기에 굳이 꺼내려 하지 않았건만.

난 자금부담의 대안으로 떠올렸던 사실 하나를 더 던졌다.

“참고로 전력 부족은 러시아도 곧 겪게 될 겁니다.”

무슨 말인가 싶은 시선들이 내게로 향했다.

난 다시 지도를 손가락질하며 말을 이었다.

“우리의 대규모 투자로 인해서 러시아도 현재 북쪽처럼 엄청난 산업기반 시설들을 건설 중이라는 소리죠.”

“…….”

“때문에 전력난은 가중될 테고, 해결할 방법은 저들 역시 신규 발전소를 건설하는 것뿐입니다.”

사실 러시아의 발전소 추가 건설이 단지 그것 때문에 필요한 것만은 아니다.

뭐 그것 역시 아직까진 내 머릿속에서만 있는 계획이지만, 차후 러시아는 우리와 대규모 군수산업도 협력해야 할 예정.

그걸 받쳐주기 위해선 전력의 확보는 필수가 아닐까?

“…….”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점은 그 발전시설에 들어가는 설비들. 특히나 터빈의 경우 우리가 납품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겁니다. 이유는…… 러시아의 발전용 터빈 기술은 소재의 한계로 인해서 절대 우리를 넘어서지 못하고 있고, 또 자본 투자 자체가 한국 정부의 호주머니에서 나온다는 점 때문이죠.”

“…….”

“하면 결국 우린 러시아에 약속했던 투자비 중 상당액을 회수. 아니 아낄 수가 있고, 그건 예산집행에 대한 부담을 상당 부분 줄여줄 겁니다.”

“흠…… 그럼 진 회장께선 러시아가 어느 정도나 발전소 건설을 할 것이라고 보십니까.”

대통령은 그제야 흥미가 돋는다는 표정으로 되물었다.

“글쎄요, 최소한 우리가 상상하는 수준 이상이 건설될 겁니다. 저들로서는 천연가스야 넘쳐 나는 자원이니 그에 대한 부담도 적을 테니까.”

탁!

말이 끝맺어지기 무섭게 대통령이 들고 있던 팬을 내려놨다.

이내 한창 고민에 빠진 듯한 표정을 짓던 그는 대뜸 나를 보며 말했다.

“무슨 말인지는 알겠습니다. 한데 그게 가능하다면 재우로서는 그야말로 대역사를 이루는 것이겠군요.”

그 말은 결과적으로 재우의 이익이 천문학적일 것임을 간접적으로 강조하는 거였다.

뭐 그렇다고 그걸 따지고 들자는 태도는 아닌 느낌.

웃으며 대꾸를 뱉어냈다.

“이런 상황을 위해서 터빈을 개발한 건데, 당연히 열매는 따 먹어야죠.”

“하하! 내가 이래서 진 회장님을 좋아합니다. 굳이 숨기려 하지 않는 그 태도. 하긴, 대체 할 다른 업체가 없는 마당에야 그게 문제 될 것은 없겠죠. 일겠습니다. 일단은 국무회의에 안건을 제출해보도록 하죠. 뭐 그게 될지 안 될지는 그때 가서 다시 이야기합시다.”

말투와는 달리 희망적인 눈빛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가까운 일본의 경우를 봐서라도 원전 안전 문제는 언젠가는 꼭 해결을 해야 할 상황이니까.

나 역시 아주 망상에 불과할 것은 아닐 거란 확신으로 웃어 보이려는 차에 대통령이 자리에서 일어서며 말을 잇는다.

“그나저나 이틀 후에 있을 진 회장님의 결혼식이 걱정입니다.”

“뭣 때문에 말입니까.”

무심코 그를 따라 일어서며 되물었다.

연신 헛웃음을 뱉어낸 대통령이 나를 빤히 쳐다본다.

“이번에 한국을 방문할 각국 정부 대표들이 얼마나 되리라 생각하십니까. 그 많은 수의 VIP들의 협조 요청으로 지금 정부 기관들이 마비 상태입니다.”

“…….”

***

[검찰은 오늘 한국 원자력 발전의 주요 간부들의 사무실을 압수수색 했습니다.]

결혼식 당일.

뉴스에선 원전사업의 총체적 관리부실과 비리들에 대한 기사가 연일 쏟아졌다.

무려 수십 년 가까운 시간 동안 암암리에 지속된 것들.

때문에 시민 단체를 비롯한 야당의 공세는 강력해졌고, 정부는 사안의 중요성을 충분히 염두에 두고 있다는 발표만을 거듭했다.

“이 분위기면 조만간 회장님께서 언급하신 방향으로 갈 가능성이 크겠…….”

대뜸 태블릿을 내밀던 김영기 실장은 순간 멈칫하곤 나를 쳐다봤다.

평소와는 달리 잔뜩 긴장하고 있는 내 모습으로 인해서.

사실 난 지금 당장에라도 차에서 뛰어내리고 싶은 심정이다.

“맙소사!”

결혼식장으로 향할수록 그 심정은 더 강렬해졌다.

아무리 외진 동네라지만 블록 전체를 통제해 버린 경찰들과 PMC 대원들.

그 와중에 속속들이 도착하고 있는 각국 주요 VIP들의 모습.

이런 화려한 결혼을 바라지 않았던 나로서는 모든 것들이 부담으로 다가올 뿐이다.

“어! 신부가 도착한 모양입니다.”

그때, 우리보다 앞서 도착한 차량에서 나타샤가 누군가의 부축을 받으며 차에서 내려서는 것이 눈이 들어왔다.

늘 몸에 맞는 수트 차림이던 그녀와는 전혀 다른 모습.

심장이 방망이질을 하려는 차에 마침 문을 열어주던 희원이 놈이 내 앞에서 확 하고 조그만 플래카드 하나를 펼쳐 보인다.

-축하한다. 이젠 천국으로 되돌아갈 방법은 없다.

아! 저런 빌어먹을 친구 새끼.

하필 취재진도 많은 곳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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