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무기도 만들어 드릴까요? 266화
-일본 총리 담화 발표 본 사람. 난 잠깐이지만 쟤들이 단체로 약 빤 줄 알았다.
↳그러게. 이거 뭐라 할 말이 없네. 지나치게 비현실적이어서.
↳시발, 독도는 우리 땅이다…… 라고 내 일본 친구 놈에게 문자 날렸더니 하는 말. 그렇다네…… 이 ㅈㄹ 하더군.
한동안 각종 포털 사이트에선 일본의 독도 영토 주장 철회 사건에 대한 네티즌들의 반응이 뜨거웠다.
무리도 아닌 것이, 우리에게 독도 문제의 해결은 일본을 꺾었다는 가장 확실한 증거.
그 탓인지 분위기는 마치 제 2의 해방을 맞기라도 한 것 같은 정도였다.
[러시아와 우리의 도움으로 희토류 수급에 숨통이 트인 일본은 본격적으로 대 중국 압박을 시작했습니다.]
이후 일본은 자국 내에서 팽배해져 가는 불만을 잠재우기 위한 수단으로 중국을 이용하기 시작했다.
한때 우리를 건드림으로써 자신들의 입지를 지켜가던, 전형적인 일본 우익정치인들의 수법 재연.
전 같았다면 그 비열함에 치를 떨었겠지만, 지금은 그 대상이 중국.
우린 그저 님도 보고 뽕도 딴다는 심정으로 지켜볼 뿐이다.
‘그나저나, 중국을 상대함에 있어서 앞에 내세울 방패막이가 하나 제대로 생긴 셈인 건가.’
우리에게 있어 그건 더없이 좋은 현상이었다.
혹시라도, 아니 미래엔 반드시 일어날 차후 중국과의 본격적인 분쟁 상황에서 뒤통수마저 조심해야 할 일은 생기지 않을 테니까.
게다가 미국과의 약속에 의해 향후 일본의 전력 통제 권한은 전적으로 우리에게 주어진 상태.
그 마당이면 배신은커녕 전쟁발발 시 우리의 희생은 최소한으로 막아낼 방책까지 생긴 셈이 아니던가.
‘과거 일본이 그랬던 것처럼.’
즉, 우리 국민들을 제 나라의 방패막이로 활용하려던, 과거 일본의 전략처럼.
-내일 3국 군사협약이 이루어질 전망입니다. 진 회장께서도 물론 참석하시겠죠?
[저야 국방위원이기에 참석이 예정되어 있기는 하지만, 리암 회장님께서도 오시는 줄은 몰랐군요.]
-나야 일본 경제인들과의 협력이라는 핑계가 있지 않습니까. 뭐 정확히는 수금하러 간다는 표현이 어울리기는 하지만. 그럼, 일본에서 봅시다.
[국방장관은 오늘 한, 미, 일 3국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군사협정을 체결하기 위해 출국했습니다.]
그로부터 2개월 후인 2013년 8월.
미국은 자신들의 동아시아 핵심 우방인 우리와 일본과의 군사조약을 재정립했다.
말이 재정립이지, 사실상 일본의 굴욕이 시작되는 순간이라고 할까.
여전히 정식 군대의 보유는 불가능.
게다가 이젠 3국 연합 훈련을 비롯한 여타 훈련에서 자위대의 지휘 권한이 우리에게 넘어오는 상황이기에 사실상 굴욕이라고 밖에는 할 수 없을 거다.
짝짝짝!
그 점을 의식한 듯 협정식에서의 일본 내각 요인들과 무관들의 표정은 꽤 볼만했다.
‘하긴, 분위기만 보면 이건 꼭 항복문서에 사인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으니까.’
제2차 대전 당시 일본이 맥아더의 앞에서 그랬던 것처럼.
같은 생각을 한 듯, 지켜보고 있던 내 얼굴에도 내내 옅은 흥분감이 맴돌고 있는 상태였다.
[그 표정 이해합니다.]
한창 군사협정서에 사인이 오가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차, 곁에 서 있던 리암이 툭 하고 내 옆구리를 찌르며 말했다.
무슨 말인가 싶어 쳐다보자 그가 여전히 미소 띤 얼굴로 말을 잇는다.
[불과 10년 전까지만 해도 일본이 한반도 문제에 있어서 미국의 주요 파트너였고, 그로 인해 한국 국민들로서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여러 조항들이 생겨났었지 않습니까. 그런데 이젠 그 반대의 상황이 벌어지고 있으니 진 회장으로서는 그야말로 격세지감인 상황 아니겠소이까.]
그건 확실히 감개무량한 일이기는 했다.
한반도 유사시 자위대의 한반도 진출을 용인한다는 조항의 삭제.
뭐 당시 우리 정부야 극구 부인했지만 이면 상에 존재하는 여러 조항으로 인해 가능성은 충분한 일이었고, 미국과 일본이 상황이 여의치 않음을 핑계로 끝내 우긴다면 실제로 벌어지지 말라는 법도 없었던 상태였다.
한데, 이젠 그 반대의 상황이 되어버렸으니.
[네, 그걸 생각한다면 확실히 세상이 많이 바뀌기는 했죠. 오로지 미국만이 여전히 상석에서 앉아 있다는 걸 빼곤.]
넌지시 뱉어낸 말에 리암의 표정이 어색해졌다.
비록 뼈가 있는 말이었다고는 해도 딱히 악의적인 뜻으로 한 말은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는 거지.
좀 과했다 싶은 생각에 다시 말을 고치려는데, 그에게서 대꾸가 들려왔다.
[맞아요, 여전히 미국은 그 자리를 지키고 있죠. 하지만 그 상석의 권한도 전과는 다르다는 걸 잘 아시지 않습니까.]
난 옅은 미소로 대답을 대신했다.
이내 그가 들이미는 샴페인 잔을 받아 들려는 순간, 저편에 있던 일본 총리가 슬그머니 우릴 향해 다가와 말을 걸었다.
[여기들 계셨군요.]
후지이 마사유키.
아베의 뒤를 이은 일본 우익정치인들의 대표주자였다.
최근 연이은 실책으로 인해 다시 권력을 잡은 자민당의 수좌이기도 하고.
당황스러운 것은 그의 표정이었는데, 이런 굴욕적인 자리에서도 내내 미소를 지어 보이는 태도가 소름이 끼치다 못해 섬뜩하기까지 했다.
[진 회장님께선 혹시 조만간 일본에 다시 방문하실 계획이 없으십니까?]
[글쎄요, 아마 당분간은…… 한데 뭣 때문에 그러십니까.]
난 힐끗 리암을 한번 쳐다보곤 대답했다.
나와는 달리, 그는 일본 총리의 저런 비굴한 미소가 꽤 익숙한 표정이었다.
[아시다시피 재우와 우리 일본 방위산업체들은 이제 공동개발안을 앞에 두고 있지 않습니까. 하니 그에 대한 구체적인 협의를 좀 해야 하지 않을까 싶어서 말입니다.]
[그 부분이야 실무자들이 알아서 할 일이겠죠.]
난 애써 냉담한 태도를 유지했다.
자고로 일본 정치인들을 대함에 있어서는 절대로 호락호락한 느낌을 주어서는 안 된다는 것쯤은 경험을 통해 이미 알고 있었으니까.
예상대로 부쩍 애가 닳은 표정이 된 총리가 몇 번이고 권유를 해왔고, 그제야 마지못해 참석을 생각해보겠다는 대꾸를 내뱉었다.
[이제 슬슬 몸이 다는 모양이군요.]
돌아서는 총리의 뒷모습을 보며 리암이 툭 말을 던졌다.
무슨 의미인지쯤은 나도 이해하고 있던 상태.
절로 뒤틀리는 입매를 간신히 바로잡으며 대꾸했다.
[그렇겠죠, 지금 상황에서 일본이 중국을 홀로 감당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우니까. 아마 어떻게든, 우릴 끌어들이고 싶어 안달이 났을 겁니다.]
[그래서, 한국 정부의 입장은요?]
[우리 정부야 상황을 봐가면서 대처하겠다는 입장이고, 저로선 저들의 애가 닳을 대로 닳을 만큼은 반응을 보이지 않고 싶다는 생각입니다.]
[잔인하시구려. 사실 이 정도면 이제 일본은 한국의…….]
말을 채 끝맺지 않는 의도쯤은 이해했다.
아무리 그래도 당사국에 와 있는 마당에 그 표현은 좀 지나친 것이 사실이니까.
웃으며 잔을 들어 올리자 리암 역시도 마주 미소를 지어 보인다.
[참, 그나저나 조만간 아세안을 방문할 예정이라고요?]
[그렇습니다. 어차피 아세안의 무장력을 키워야 차후 중국을 상대함에 있어서 우리나 미국이나 편해질 테니까요. 말이 나와서 하는 건데, 미국도 투자를 좀 하시죠.]
[…….]
리암은 예상외로 크게 당황한 표정은 아니었다.
뭐 그럴 만도 한 것이 결론적으로 그건 미국에게도 이익인 문제니까.
결국엔 백악관에 제안을 해보겠다는 긍정적인 대답이 들려왔고, 난 그 시점에 또 하나의 요구를 더 던졌다.
[기왕이면 43.5를 비롯한 여타 사업들에도 투자를 좀 하시죠.]
43.5는 위구르 저항운동 지원 사업을 의미하는 거였다.
또한 여타 사업들이란 중국의 다양한 소수민족 봉기 지원사업을 뜻하고.
듣는 귀가 많다는 것을 감안하여 위도를 이용한, 일종의 암호 같은 거였는데, 다행히 사전에 그 부분에 대한 대화가 오고 갔었던 터라 알아 듣는 것에 어려움은 없었던 모양이었다.
[그야 물론이죠. 그런데 투자 규모는 대략 어느 정도로 생각하고 계십니까.]
난 그 질문에 재빨리 다섯 손가락을 펼쳐 보였다.
충격이 컸던 걸까, 그가 와락 인상을 찌푸리며 불평을 토한다.
[설마…… 5억 달러는 아니겠죠?]
[이제 보니 배포가 작으시군요.]
[…….]
[이 손가락 하나의 단위는 10억 불을 의미하는 겁니다. 그 정도는 되어야 뭘 하든 해볼 것 아닙니까.]
[…….]
리암은 그 말에 기함을 토했다.
혹여 현실 자각을 못 하고 있나 싶은 마음에 난 다시 설명을 되풀이했다.
[만약 그 사업이 성공하게 되면 차후 우리가 대가로 얻을 수 있는 자원 규모는 상상을 초월합니다.]
단적인 예로 내몽골에 매장되어 있는 희토류만 해도 중국 생산량의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수준이고, 결국엔 그걸 빼앗아 오는 상황이니 뭐.
그렇다고 이 자리에서 그걸 입에 올릴 수는 없을 터.
이번엔 내몽골의 위도와 그곳에서 얻어지는 자원들의 이름을 넌지시 속삭이자 리암의 눈빛이 크게 흔들렸다.
[하긴, 우리가 투자하는 해당 지역들 대부분이 자원의 보고죠. 좋습니다, 내 조만간 의회를 설득해서 비상 예산안을 꾸려 보도록 하겠습니다.]
씨익.
***
“대충 정리가 된 것 같습니다, 회장님.”
일본에서 돌아온 것도 벌써 보름 전, 최근 회장실은 곧 있을 아세안으로의 출발에 앞서 준비 작업이 한창이었다.
자고로 공여란 그에 따른 후속 무기 수출을 기대할 수 있는 사업.
때문에 각국에 필요한 무기들에 대한 분석과 그에 따른 준비 작업은 반드시 필요한 조치다.
“예전 북한군이 사용하던 M2010 장륜식 차량에 수동형 4.2인치 박격포의 탑재를 시도할 예정입니다. 그 경우, 공여를 받는 국가의 육군 전력에 큰 도움이 될 겁니다.”
“괜찮네요. 우리로서도 수백만 발에 달하는 잉여 포탄의 정리도 가능하고.”
“네, 실은 그 부분이 좀 문제기는 했죠. 생산 연도가 꽤 지난 터라 관리 비용도 수직으로 상승할 상황이었거든요. 해서 말인데, 기왕 자주박격포 사업을 시작하는 마당이면 우리 군도 도입을 제안하면 어떨까 싶습니다. 예를 들면, K200A1에 전자동형 120밀리 자주박격포 시스템을 탑재한다던가.”
그건 회귀 전 우리 군이 실제로 시도했었던 사업이었다.
효율성 측면에서 보면 반대할 이유가 없는 문제.
흔쾌히 고개를 끄덕이자 담당 실장의 얼굴이 환해진다.
똑똑!
“회장님!”
이후 한창 정리한 서류를 검토하고 있던 와중 김영기 실장이 다급히 문을 열고 들어섰다.
표정으로 봐선 뭔가 또 사달이 난 듯한 분위기.
고개를 갸웃하자 그가 들고 있던 태블릿을 들이민다.
[대만 내 한국 관광객들을 향한 무차별적 폭행 사태 발생.]
[대만 내 혐한 정서 급격히 확산.]
넘겨진 태블릿에 있던 기사의 머리글이었다.
이건 또 뭔가 싶은 마음에 자세를 고쳐 잡자 김 실장의 설명이 이어진다.
“최근 대만방송이나 뉴스에서 유독 우리에 대한 부정적인 기사들을 쏟아내기에 좀 이상하다 싶었습니다.”
“…….”
“그래서 주시를 하고 있었는데, 그게 벌써 한 달째 이어지더니 오늘은 관광객 폭행 사건이 발생했더군요.”
“이유가 뭡니까?”
대수롭지 않게 넘기지 못한 이유는 폭행 사건 자체보다 혐한 정서의 확산이라는 말 때문이었다.
대만은 중국을 견제하는 것에 있어서 한 축을 감당해야 할 곳.
한데 정작 그들이 우리를 경계한다면 문제가 복잡해 질 것이 아니던가.
물론 회귀 전에도 대만 내에서의 혐한은 존재했었지만, 관광객까지 폭행할 정도면 그 수위가 전보다 더 심각한 상황이다.
“딱히 뚜렷한 원인이랄 것도 없었습니다. 단지 처음엔 일부 방송에서 지속적으로 한국에 대한 악의적인 이미지 깎아 내리기가 시도 되더니 그게 점점 살이 붙은 거죠.”
“…….”
“게다가 하필 그 프로그램의 시청률이 치솟은 탓에 현재는 대부분의 방송에서 노골적으로 한국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전달한다는 건데, 문제는 우리 정부의 항의에도 대만 정부는 꿈쩍을 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순간 떠오른 것은 일본의 계책이 아닐까 싶은 거였다.
하지만 뭔가 뒤끝이 남는 느낌.
우연인지는 몰라도 때마침 현 대만 정부의 친중 성향이 휙 하고 머릿속을 스쳤다.
“중국일 수도 있겠군요. 어차피 우리가 대만을 이용할 것이야 저들로서도 당연히 인지하고 있을 테니까. 그 전에 미리 혐한 정서를 통해 분열을 획책하자는…….”
“네, 저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다른 걸 떠나서 현 대만 총통인 마잉주의 경우 유독 친중 성향이 강한 인물이니까요.”
갑자기 생각이 복잡해졌다.
우린 저들을 대신하여 중국의 분열을 획책하고 있는 마당에 정작 그 혜택을 받을 대만에서 딴지를 걸고 있는 이 상황.
마음 같아선 확 판을 뒤집어 버리고 싶지만 그건 또 곤란하다.
“다른 걸 떠나서 관광객을 향한 폭행 사건이 터졌다는 것 자체가 문제입니다. 이게 한번 물꼬를 트면 이후로는 보다 쉬워지고, 그럼 사태는 걷잡을 수가 없어지거든요. 막말로 계속해서 폭행 사건이 일어나면 우리 정부도 가만히만 있지는 않을 텐데, 그거야 중국이 원하는 부분 아니겠습니까.”
생각이 깊어지던 와중 김 실장의 말이 이어졌다.
어느 것 하나 틀린 구석이 없는 주장.
누군지는 몰라도 이번 일을 기획한 중국의 책사를 한번 보고 싶은 심정이다.
“꽤 머리를 썼군요.”
“…….
“사실 대만이 무슨 힘이 있습니까. 만약 우리 정부가 강력하게 나간다면 그저 찌그러지는 수밖에. 하지만 그 경우, 대만 내 혐한 정서는 더더욱 심해질 테고, 그건 중국이 원하는 결과를 가져오게 될 겁니다.”
“흠…….”
김 실장은 사태가 예상보다 심각함을 눈치챈 눈빛이었다.
“그나저나, 정부에서는 뭐랍니까?”
“일단 항의는 해놓은 상태인데, 아직까지 이렇다 할 반응이 없습니다.”
“그렇겠죠. 앞서 말했듯 어설프게 건드렸다간 역효과만 날 테니까.”
“그럼 어쩌죠?”
난 그 질문에 곰곰이 생각해봤다.
그냥 두자니 구더기 무서워서 장 못 담그는 형국이고.
그렇다고 이대로 대만이 기고만장하게 둘 수는 없고.
그때, 생각 하나가 번뜩 뇌리를 다시 스쳐 지나갔다.
“그 문제는 제가 알아서 하죠. 김 실장님은 내일 출장 준비나 잘 하세요.”
“어딜 가시려고요?”
짧은 대꾸와 함께 몸을 일으키자 김 실장이 의문을 표했다.
왜 그 질문에 대답이 막히는 걸까.
웃으며 둘러대곤 방을 나섰다.
“출장 전에 본가에 좀 다녀오려고 합니다. 꼭 치러야 하는 과정이 좀 있어서요.”
“…….
***
끼익!
꽤 오랜만의 본가 방문이었던 탓에 기분이 왠지 새로웠다.
그동안의 적적했음을 보상하려는 의지로 손에는 잔뜩 보신용 식품들이 들려 있는 상황.
[이리 주시죠.]
보다 못한 나타샤가 결국 손을 거들었고, 난 다시 문 앞에서 돌아서는 그녀를 향해 툭 말을 던졌다.
“같이 들어갑시다.”
“…….”
순간 그녀의 눈동자가 격하게 움직였다.
연신 우물거리는 입술.
다시 한번 그녀를 재촉하자 살며시 고개가 끄덕여진다.
“이게 얼마 만이니 그래.”
어머니는 집으로 들어서는 나를 버선발로 맞았다.
마침 내 방문 소식을 듣고 찾아온 형님 내외와 아버지 역시 평소와는 달리 잔뜩 화색을 띤 얼굴로 문 앞까지 마중 나온 상태.
그런데 노인의 예감은 역시나 무시할 수 없는 걸까.
갑자기 나타샤를 향한 아버지의 시선이 급격히 흔들렸고, 눈이 마주친 두 사람 사이에선 한동안 침묵이 감돌았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