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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무기도 만들어 드릴까요?-265화 (265/372)

#핵무기도 만들어 드릴까요? 265화

유우마 대사는 끝내 답을 내리지 않은 채 돌아갔다.

그거야 어차피 그에게 주어진 권한 밖의 문제인 터라 충분히 이해가 가능한 상황.

이로써 일본 내각은 또 한 번 발칵 뒤집힐 것이고, 한동안은 내 주장의 신빙성에 대한 검증에 나설 거다.

미국이 정말로 일본의 손을 들어주는 것을 이젠 포기한 것인지에 대한.

[러시아는 오늘 일본 측의 긴급 정상회담 제안을 거부했습니다.]

그사이 러시아에서는 일본을 향한 압박을 보다 본격화했다.

또한 내 예언을 증명하듯 중국은 아예 공산당 중앙 회의를 통해 일본을 향한 희토류 수출을 영구 금지하는 안을 의결하기까지.

어디 그것뿐일까.

중국 곳곳에서 일어난 인민들의 일본상품 불매운동은 간신히 경제복구를 일구고 있던 일본에게는 또 한 번의 상처를 입혔다.

“국제신용평가사들이 일본의 신용도를 두 단계나 떨어트렸습니다.”

그건 아마도 리암의 힘이 작용했을 거다.

이 기회에 일본의 영토야욕으로 인한 주변국들과의 근본적인 갈등을 해소해야만 아시아 질서를 재정립 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내 주장을 받아들인 결과.

사실 전과 같았다면 그게 가능했을까만은, 이젠 힘의 균형이 우리에게 확실하게 쏠린 터라 저들도 생각을 달리할 수밖엔 없었을 거다.

결국엔 터트릴 고름은 미리 터트리자는 쪽으로.

“네, 나도 소식은 들었습니다. 김 실장님은 먼저 국방부로 가시죠. 전 리암 회장과 통화를 좀 해봐야겠습니다.”

일본과의 협상도 협상이지만 오늘 국방부와 나눌 대화 역시 꽤 중요한 문제였다.

때문에 시간을 재촉하자 김 실장은 흔쾌히 고개를 끄덕이며 방을 빠져나갔고, 난 즉시 리암과의 통화를 시도했다.

[예상대로 신용도 평가절하 정도로는 힘들 것 같은 분위기군요.]

-썩어도 준치라고, 해외 투자가들은 대체적으로 일본의 신용도 따위와는 상관없이 저들의 부활을 낙관하고 있으니까요. 사실 어찌 보면 그것도 일본이 그동안 만들어 온 환상에 불과한 것이기는 한데, 그게 워낙 오랫동안 관습처럼 굳어지다 보니 먹혀들지가 않는 거죠. 그나저나, 정말로 엔화의 신용도까지 건드려야만 하겠소?

[그게 일본이 가진 최대의 약점이니까요.]

[하아······.]

리암은 자못 부정적인 의미의 한숨을 내뱉었다.

하지만 엔화가 안전자산이라는 뿌리 깊은 인식을 깨버려야만 일본 경제를 근본적으로 흔들어 놓을 수 있을 터.

이 문제의 빠른 해결을 위해서 그건 반드시 필요한 조치다.

[그렇다고 일본과의 무제한 통화스와프를 끊어 달라는 요구는 아닙니다. 그랬다간 빈대 잡자고 초가삼간 다 태우는 결과가 발생할 테니까요.]

-그럼 어쩌자는 겁니까. 엔화의 신용도롤 떨어트리기 위한 방법은 더 이상 신용화폐로서의 가치가 없음을 증명하는 것뿐인 마당에.

[물론 그렇기는 하지만, 지금 같은 상황에선 단지 미국 정부가 엔화의 위험성에 대한 짧은 경고만 시장에 던져줘도 효과는 클 겁니다.

-단순한 경고라······.

리암은 그나마 다행이라는 듯한 투로 말을 내뱉었다.

하긴, 일본 경제의 붕괴는 자칫 또 한 번의 세계 경제 위기를 초래할 수도 있으니 그거야 당연한 반응.

우리 역시 그런 상황까지 몰아가는 것을 원하는 것은 아니다.

-좋습니다. 일단 백악관에 언질을 해두죠. 예상컨대 톰은 그 주장을 받아들일 가능성이 큽니다. 그 친구야 워낙 일본에 대한 감정이 좋지 않아서······.

왠지 뼈가 있는 말이다 싶어 침묵했다.

하지만 정작 리암은 구체적은 말은 하지 않았고, 다시 내 주장에 동조하는 것으로 대화를 끝맺었다.

‘현 미국 대통령이 일본에 대한 감정이 좋지 않다? 이건 또 의외의 소식이로군.’

***

끼익!

리암과의 통화 후 곧장 국방부로 향했다.

먼저 도착해 있던 김영기 실장은 한창 정부 및 국방부 인물들과 토론을 진행 중이던 상태.

낯익은 인물들과 악수를 나누는 사이 갑자기 예정에 없던 대통령의 도착 소식이 전해져왔다.

“마침 근처에 지자체장이 행사 참가를 요청했다고 해서 얼굴을 비추려 왔다가 들렀습니다.”

대통령은 자신의 등장에 놀란 장성들을 향해 변명하듯 말했다.

나로선 두 번에 걸친 브리핑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에서 오히려 잘된 일.

웃으며 자리를 권하곤 곧장 준비해온 자료들을 스크린에 띄웠다.

“저게 뭡니까? 여객기에 웬 미사일이······.”

아마 그로서는 생소한 모습이었을 거다.

더군다나 매달려 있는 미사일의 크기도 거의 우주 발사체 정도의 수준.

그때, 사전에 내게 언질을 받았던 국방장관이 대신하여 설명에 나섰다.

“저 미사일은 재우에서 개발한 공중발사 탄도미사일. 즉 ALBM입니다.”

“탄도미사일을 공중에서 발사한다고요?”

대통령은 생소한 말이라는 표정으로 되물었다.

고개를 끄덕여 보인 국방장관은 다시 스크린을 향해 손을 뻗으려 말했다.

“탄도미사일을 저런 식으로 공중에서 발사할 경우 적의 감시체계 밖에서의 투발이 가능합니다. 게다가 저건 재우가 개발한 극초음속 추진 체를 탑재한 물건이다 보니 설사 탐지를 했다 해도 이미 붙은 가속도로 인해서 요격이 불가능하죠. 쉽게 말해서 저게 뜨는 순간, 적의 주요 목표물들. 단적인 예로 우리와는 거리가 가까운 중국의 핵심 시설들은 이미 지워졌다고 봐도 된다는 겁니다.”

“······.”

대통령은 커다래진 눈으로 스크린을 주시했다.

역시나 무기분야에 대해선 그다지 아는 것이 없어서인지 이후 그가 내뱉은 질문은 기초적인 것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런데 왜 저런 대형기에, 아니 하필 여객기에 미사일을 실은 겁니까?”

“그건 미사일의 무게를 감당할 전투기가 없기 때문입니다.”

대답은 내가 대신했다.

순간 대통령의 시선이 꽂혔고, 난 다시 스크린을 향해 다가가며 말을 이었다.

“현존하는 그 어떤 전투기도 이 정도 크기의 탄도미사일을 탑재하고 날아오를 수 있는 것은 없다는 소리죠. 해서 대형기를 동원하는 것이 최고의 방법이고 저 이미지는 경우에 따라서는 여객기도 동원이 가능하다는 것을 알리기 위한 연출입니다. 특히나 변변한 대형 폭격기를 갖추지 못한 우리로서는.”

대통령은 그 말에 호기심 가득한 표정을 지었다.

여전히 미사일과는 어울리지 않는 여객기의 모습이 신기한 듯.

하지만 그게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어차피 여객기의 날개는 설계 당시부터 저 정도의 무게쯤은 버틸 수 있도록 되어 있고 엔진의 출력 또한 충분하니까.

“그러니까, 결론적으로는 우리도 대형 폭격기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 말씀을 하고 싶으신 거군요.”

웃으며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갑작스러운 전력추가 필요성이 대두된 탓에 대통령은 고민에 빠진 듯한 표정을 지어 보였고.

난 순간 이 프로젝트를 통해서 내가 정말로 제안하고 싶었던 것을 넌지시 끄집어냈다.

“만약 우리가 대형 폭격기를 확보하게 되는 경우 다른 여러 분야로의 활용도 가능합니다. 그중 하나는 탄도미사일 요격체의 운반 수단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인데, 그게 가능해지면 무인기에만 의존하는 상승단계 요격 체계도 한층 더 촘촘하게 구성이 가능하죠.”

“······.”

“게다가 또 하나, 우리가 계획 중인 정찰자산의 완편도 조기에 가능해집니다.”

잠시 술렁이던 장내는 그 말에 다시 조용해졌다.

찰칵!

순간 전환된 화면 속에는 소형위성이 등장했고, 대부분의 내빈들은 이건 또 무슨 상황인가 싶은 표정으로 나를 쳐다봤다.

“다들 아시다시피 우주 발사체와 미사일은 동전의 양면과도 같습니다. 즉, 저 미사일에 탄두 대신 소형위성을 탑재하여 쏘아 올리면 곧바로 우주 발사체가 된다는 뜻이죠.”

그 말에 대통령의 눈이 부릅떠졌다.

그나마 국방장관은 미리 언질을 받았던 탓에 그다지 놀라지는 않는 모양새.

난 짧은 숨을 내뱉은 후 다시 말했다.

“물론 위성이라는 것은 대체로 지상에서 쏘아 올리는 것이 상식이기는 합니다. 하지만 저 방식을 이용하면 비용적인 측면에서 훨씬 절감 된다는 장점이 있죠.”

“······.”

“참고로 저 방식을 활용하는 경우, 소형위성을 하나 띄우는 것에 불과 150억에 불과한 발사비용이 소모될 뿐입니다.”

“호오······.”

대통령은 호기심이 돋는 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상관하지 않은 채 다시 말을 이었다.

“결정적으로 제가 저 방식을 선호하는 이유는 나로도에서는 저궤도 위성을 경사궤도에 안착하기가 힘들다는 문제 때문입니다.”

“왜요?”

“그거야 지리적인 영향 때문이죠. 거기서 지상 발사했다간 중국과 일본의 상공을 지나가는 문제가 생기고, 그로 인해 남쪽에 제한된 구역만을 활용 가능하거든요. 그건 결국 우리가 예정하고 있는 경사궤도 안착은 불가능함을 뜻합니다.”

“흠······.”

예상치 못한 문제 제기였던 탓에 대통령의 표정이 심각해졌다.

하지만 그도 잠시, 곧 고개를 갸웃한 그가 지금까지의 대화에 있어서 가질 수 있는 근본적인 의문점을 툭 던진다.

“한데 느닷없이 소형위성을 띄우는 문제는 왜 나온 겁니까. 우린 이미 재우를 통해 정찰 위성 확보 문제를 해결하는 중인 마당에.”

난 그 말에 다시 조종실을 향해 신호를 줬다.

그러자 다시 화면이 바뀌고, 이번엔 재우가 만들고 있던 대형 위성이 스크린을 채웠다.

“맞습니다, 하지만 현재 재우가 계획 중인 위성들이 죄다 발사되기까지는 앞으로 몇 년의 시간이 더 걸릴지 알 수 없고, 또 원활한 운용을 위해선 적응시간도 필요합니다. 그사이 우린 다시 미국의 정찰자산을 의지해야만 한다는 문제에 봉착하죠.”

“······.”

“그에 반해 소형위성의 경우 당장이라도 쏘아 올릴 수 있을 뿐더러 발사비용에 대한 부담도 적죠.”

“그 말인 즉, 재우의 위성이 자리를 잡기 전까지 부족한 정찰자산을 소형위성을 통해 확보하자?”

“네, 다른 걸 떠나서 중국과의 대립이 점점 더 현실화되어 가고 있는 상황에선 하루라도 빨리 정찰자산의 완성이 필요하니까요. 참고하실 점은 30개의 소형위성을 띄우는 것에 들어가는 비용은 불과 2조 원이면 충분하다는 겁니다.”

대통령은 그 말에 신중한 표정을 지었다.

이내 힐끗 국방장관을 쳐다보는 폼이 의견을 구하는 모양새.

하지만 이미 장관은 마음을 굳힌 상태였기에 부정적인 말은 튀어나오지 않았다.

“진 회장님의 주장도 일리는 있습니다. 만약 중국과 본격적으로 분쟁이 일어났을 때 정작 미군의 정찰자산만을 의지했다간 현장에서 꽤 많은 곤란을 겪을 겁니다.”

“흠······ 좋습니다. 그럼 중기 국방계획안에 반영하는 것으로 해보죠.”

대통령은 잠시의 주저함도 보이지 않고 긍정의 대답을 뱉었다.

순간 속에서 무언가 쑥 내려가는 기분.

애써 외면하고는 있었지만 사실 정찰자산의 부족은 나로서도 꽤 신경이 쓰였던 부분이었거든.

이제야 잔뜩 꼬여 있던 실타래가 하나씩 풀려가는 느낌이다.

“이거 별 생각 없이 했던 걸음에서 꽤 중대한 문제를 해결하고 가는군요.”

대통령은 또 다른 일정이 있기라도 한 듯 퇴장을 서둘렀다.

장성들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났고, 난 문을 나서는 대통령을 재빨리 따라잡았다.

“잠시 시간이 되신다면 한 가지 더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대통령은 말이 끝맺어지기 무섭게 비서실장을 쳐다봤다.

다행히 고개가 끄덕여졌고, 난 시간을 아끼기 위해 곧장 본론을 뱉어냈다.

“내달 예정되어 있는 아세안 순방길에 제가 동행해도 되겠습니까?”

“안 될 것은 없지만······ 왜요, 무슨 특별한 이유라도 있습니까?”

“동남아시아 국가들을 향한 무기 공여 문제 말입니다. 아무래도 제가 직접 현지 군 관계자들을 만나 봐야 사안이 원활하게 돌아가지 않을까 싶어서 말입니다.”

대통령은 흔쾌히 수긍했다.

그럼 이제 남은 문제는 공여에 이어 무얼 얼마나 더 추가로 팔아먹을 수 있을지에 대한 리스트를 뽑는 것.

짧은 묵례로 배웅하곤 돌아서려는데 갑자기 회의실에 남아 있던 김영기 실장이 벌컥 문을 열며 소리쳤다.

“회장님! 지금 일본 총리가 대국민 담화를 하고 있습니다.”

“······.”

순간 대통령과 난 동시에 서로를 쳐다봤다.

이후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다시 회의장으로 달려가자 이미 TV 앞에는 장성들이 잔뜩 몰려 들어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우리 일본 정부는 오랜 시간 동안 독도에 대한 과거 사적연구를 지속했습니다.]

꿀꺽!

들려오는 첫 멘트부터 심상치가 않았던 터라 다들 마른침을 삼켰다.

나 역시 긴장되기는 마찬가지.

한걸음 TV를 향해 다가서려는데, 갑자기 주머니에 있던 휴대폰이 진동하며 문자가 왔음을 알렸다.

부르르!

“응?”

얼핏 본 액정엔 영어가 띄워져 있었다.

발신자는 리암.

어울리지 않는 이모티콘과 함께 그가 남긴 말은 이 결과에 대한 원인을 설명하는 것이었다.

-역시나 톰은 추진력 하나는 끝내주는 인물이오. 내가 진 회장의 전언을 전달함과 동시에 결단을 내리곤 일본 정부에 전화를 걸더군요. 축하합니다, 독도가 진정한 한국 땅이 된 것을.

“······.”

난 슬며시 시계를 한번 쳐다봤다.

워싱턴은 꽤 늦은 밤이었을 시간.

그럼에도 이렇듯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 일 처리를 했다?

그것도 미국이.

나로선 이 상황이 무척이나 생소하다.

[해서 일본 정부는 이제껏 계속되어 왔던 오류를 바로잡으려 합니다. 즉, 더 이상 독도에 대한 그 어떤 권리 주장도 하지 않을 것이며, 그간 독도로 인한 한국 정부와의 갈등에 마침표를 찍으려 합니다.]

“오오!”

이어지는 일본 정부의 담화에 장성들은 탄성을 내뱉으며 대통령을 쳐다봤다.

감격에 찬 것은 대통령도 마찬가지.

그는 곧장 내게로 시선을 주었고, 난 옅은 미소를 내비치곤 리암을 향해 고맙다는 문자를 날렸다.

“그나저나 이젠 우리가 약속을 지켜야 하는데······.”

순간 대통령이 걱정스럽다는 투의 말을 던졌다.

저들이 약속대로 독도를 포기했으니 우리 역시 그에 합당한 제스쳐를 보여야 한다는 의미.

난 웃으며 말을 뱉어냈다.

“우리가 걱정할 것이 뭐가 있습니까. 약속했던 희토류의 제공과 시장안정만 되찾아주면 그만이고 이후로는 본격화 될 일본과 중국의 싸움을 지켜볼 일만 남은 것을요.”

“하지만 그것만으로 끝나겠습니까. 아마 저들은 센카쿠 열도에 대한 일본 영토 주장에 힘을 실어달라고 할 겁니다.”

그럴 가능성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게다가 센카쿠는 미국으로서도 포기하기 어려운 곳이다 보니 우리 역시 보조를 맞춰줘야 하는 것이 맞기도 하고.

하지만 그걸 그렇듯 호락호락하게 해줄 이유는 없다.

빌어먹을, 그동안 놈들로 인해서 우리가 속을 썩은 것이 얼마인데.

“우리야 말 그대로 미국과 보조만 맞춰주면 그만이죠.”

“······.”

“굳이 우리가 먼저 나서서 그 섬이 누구의 것이냐를 거론할 필요는 없다는 겁니다. 우린 그저 꼭 필요한 상황에서만 그 섬에 센카쿠라는 지명을 붙여주는 정도? 그거면 충분하지 않을까 싶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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