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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무기도 만들어 드릴까요?-264화 (264/372)

#핵무기도 만들어 드릴까요? 264화

[일본 내각은 오늘 중국의 희토류 수출 중단 조치를 세계 경제 흐름에 역행하는 행위라며 강력한 비난 성명을 내놨습니다. 또한 내부적으로 대책 마련에 들어갔지만 아직까지는 뚜렷한 대응책을 찾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전문가들은 중국의 이번 조치를 일본이 극복하기 어려울 것으로 판단하고 있으며, 그에 따라…….]

[미국 정부는 센카쿠 열도를 중심으로 벌어지고 있는 중, 일간 분쟁에 대해 아직까지는 원론적인 입장 표명만을 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일본은 점점 더 사면초가에 몰리고 있었다.

특히나 총리가 직접 미국까지 날아갔음에도 소득이 전무했다는 사실은 그들로서는 더 없이 난감한 상황.

이후 리암으로부터 들려오는 소식에 따르면 미 해군도 추가 도입을 주저하고 있는 F35B 형을 무려 100여 대나 더 계약할 의지를 내비쳤다는데, 아직 들려오는 미국의 반응이 뜨뜻미지근한 것으로 봐선 이 기회에 정말로 일본의 무장확대를 작심한 모양이다.

“방금 일본 대사가 청와대를 방문했답니다.”

다급해진 일본은 결국 우리에게까지 손을 뻗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우리 역시 예정대로 중, 일간의 분쟁에 대해선 참견하지 않겠다는 원론적인 대답만 들려주었고, 이후 일본 정부는 침묵 속에서 한동안 자구책 마련에만 집중했다.

[일본의 불운이 연속 되는 것 같습니다. 현지 시각 어제 오후 3시경, 싱가폴에서 사우디아라비아로 향하던 컨테이너선 MOL COMFORT 호가 침몰했다는 소식입니다. 관계자들은 두 동강 난 선체의 모습으로 봐선 제작 당시부터의 결함에 무게를 두고 있으며…….]

그로부터 보름 후인 2013년 6월.

미쓰비시 중공업이 제작한 컨테이너선 한 척이 선체 결함에 의해 침몰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MOL COMFORT 호의 경우는 자매선만 무려 11척.

그 탓에 제작사인 미쓰비시는 물론 해당 선박을 소유 중인 선사들마저 날벼락을 맞았고, 조선 강국이라는 일본의 이미지는 한순간에 나락으로 떨어졌다.

‘역시, 이 역사는 비껴가지 않는군.’

사실 이 사건은 우리에게는 더 없는 기회가 주어진 것이었다.

선박 수주에서의 이점은 둘째 치고 당장 중국과의 분쟁으로 코너에 몰린 일본의 뺨을 양쪽으로 올려붙여 버린 결과랄까.

게다가 얼마 후면 러시아마저도 움직임을 보일 터.

아마 그때가 되면 제정신으로 국정을 운영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울 거다.

[러시아 정부는 오늘 자국의 헌법을 개정하는 것에 대한 국민적 동의를 얻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주시해야 할 점은 신헌법에 영토할양에 대한 금지조항이 들어있다는 점인데, 이 부분은 다분히 일본과의 분쟁지역인 쿠릴 4개 섬을 염두에 둔 조치인 듯합니다. 이로써 일본은…….]

그로부터 이틀 후, 예정대로 러시아의 공세가 시작됐다.

가뜩이나 산적한 문제로 인해 정신이 없던 일본 내각은 이제 거의 패닉에 빠진 상태.

그걸 증명하듯 다음날 걸려온 리암으로부터의 전화에선 저들이 무장확대안을 전면 수용하겠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일본이 결국엔 우리 제안을 받아들였습니다.

[축하합니다, 회장님.]

-고맙소. 그런데 이게 어디 우리만의 소득이겠습니까. 일본이 차후 도입할 구축함들의 경우는 한국과 미국. 그리고 일본이 공동개발하기로 약정되었지 않습니까.

그 부분에 대해선 나도 만족하는 편이었다.

내 이익을 챙겼다는 점도 그렇지만, 그보다는 일본의 구축함에 재우가 만든 전투체계를 도입한다는 사실이.

그건 애초 내가 강력하게 주장했기에 내려진 결론인데, 이로써 앞으로 건조될 일본의 구축함들은 만약 우리와 분쟁상황이 벌어지는 경우 깡통이 되어 버리는 결과가 발생하게 될 거다.

‘난 저들의 전투체계에 특정 상황 하에서 작동 불가 알고리즘을 심어 놓을 생각이고, 그건 최악의 경우 우리 함정이나 전투기에 대한 발사 권한 자체를 무력화 할 거거든.’

어차피 해당 전투체계는 설사 고장이 난다 해도 절대로 일본 스스로가 대처를 하거나 뜯어볼 수 없는 것이 약정된 원칙.

게다가 양자암호로 보호받는 알고리즘의 경우는 설사 저들이 비밀리에 뜯어본다 한들 분석 자체가 불가능하기에 그런 시도가 영 불가능한 것만은 아니다.

-그나저나 러시아까지 동원한 것은 지나치게 잔인한 것 아닙니까. 물론 독도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생각이야 이해하고도 남습니다만.

사전에 나로부터 러시아의 개입을 언질 받은 리암은 넌지시 우려를 표했다.

하지만 그건 미국을 곤란하게 만들어서라기보다는 일본을 지나치게 몰아가는 것에서 오는 부담감 때문일 터.

난 그 부분에 대한 내 생각을 또다시 강조했다.

[일본을 확실하게 우리의 통제 하에 두기 위해서는 독도 문제의 해결은 최우선으로 해야 할 조치입니다.]

-…….

[자고로 일본이라는 나라는 최후의 자존심마저 꺾어 놓지 않으면 절대로 굴복하지 않는 습성을 지닌 민족이거든요. 난 그 최후의 자존심이 바로 독도라고 생각합니다.]

리암은 그 말에 이러다 할 대꾸를 하지 않았다.

어차피 미국 역시도 아시아 정책에 대해선 이미 결론이 내려진 상황.

이제 와서 그 틀을 다시 건드려봐야 좋을 것은 없다는 판단이었을 거다.

“회장님, 청와대에서 혹시 시간 되시면 방문이 가능하시냐는 요청이 왔습니다. 조금 전 일본 대사가 다시 방문을 했다는데, 이번엔 회장님께서 직접 참여를 해 주시는 것이 좋을 듯하다는 비서실장님의 권고였습니다.”

그로부터 며칠 후, 최악의 상황에 몰린 일본은 다시 우리와의 대화를 요청했다.

기다렸던 시간.

난 즉시 청와대로 향했고, 그곳에서 골머리가 아프다는 듯한 표정을 짓고 있는 대통령과 그 앞에서 잔뜩 풀이 죽은 일본 대사를 마주했다.

“어서 오세요.”

대통령은 접객실로 들어서는 나를 보며 한껏 반가움을 드러냈다.

짧은 묵례와 함께 테이블로 다가가자 마침 통역과 귓속말을 주고받던 대사가 벌떡 자리에서 일어섰다.

“통일 한국 재건위원회의 국방위원인 진현승입니다.”

난 예의상 먼저 손을 내밀었다.

때릴 때 때리더라도 웃는 낯으로 치자는 것이 내 신조거든.

그런데 그때, 일면식도 없는 그가 마치 나와는 오랜 인연이라도 있었던 듯한 태도를 취해왔다.

“오랜만입니다, 진현승 회장님.”

순간 기억을 더듬어 봤다.

하지만 여전히 눈에 익지 않는 인물.

고개를 갸웃하자 그가 어색한 표정과 함께 말을 잇는다.

“동일본 대지진 이후 일본에 방문하셨을 때 뵌 적이 있습니다.”

“아!”

그 말에 비로소 기억이 되살아났다.

내가 일본 기업들을 집어 삼키려 방문했었던 길.

그걸 막아서려 일본 정부 측에서 보냈었던 인물.

가만, 그런데 이름이 뭐였더라?

“스즈키 유우마입니다.”

표정을 읽은 듯 대사가 즉시 자신의 이름을 밝혔다.

짧은 웃음을 내비치곤 자리에 착석하자 그의 입에서 대뜸 본론이 튀어 나온다.

“일본 정부는 한국의 오랜 동맹으로서…….”

대화는 통역을 통해서 이루어졌다.

그런데 튀어나오는 첫 마디부터가 신경을 거스르는 말들.

난 즉시 통역사의 말을 끊어 버리곤 대꾸했다.

“미안하지만 말은 똑바로 합시다. 일본과 우리가 언제부터 동맹이었습니까.”

“…….”

통역사는 그 말에 얼굴색이 부쩍 바래졌다.

사실 통역사가 무슨 죄가 있을까 만은 하필 그녀 역시 대사 측에서 대동한 일본인이다 보니 미안한 마음 따위는 그리 들지 않는다.

“정정하죠. 한국과 일본은 오랜 우방으로서 동아시아의 평화를 위해 손잡아왔습니다.”

뒤이은 통역사의 전언에 대사는 급히 말을 바꿨다.

쩔쩔매며 땀을 흘리는 폼이 이미 대화의 주도권이 내게로 넘어왔음을 느낀다.

힐끗.

난 그 시점에 대통령을 쳐다봤다.

내가 오기 전 어디까지 대화가 진행되었는지에 대해선 알아야 하겠기에.

의미를 이해한 듯 슬쩍 내 쪽으로 몸을 기울인 대통령은 나지막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뭐 딱히 대화랄 것도 없었습니다. 방금 들으신 것처럼 일본 대사는 내내 우리와 일본의 관계만을 강조하고 있었으니까.”

“…….”

순간 힐끗 일본 대사를 쳐다봤다.

왠지 그게 고의성이 다분하다고 느꼈거든.

즉, 저 치는 지금 어차피 내가 이번 일에 대한 실질적인 권한을 행사 할 것을 알고 시간을 끌었다는 거지.

문제는 그게 대통령의 입장에선 무시당한 느낌을 줄 수도 있다는 건데, 그래서 아까부터 대통령의 표정이 저렇듯 안 좋았던 모양이다.

“한 나라의 대사로서 큰 실수를 하시는 군요. 유우마 대사님.”

난 즉시 대사를 향해 말했다.

의도를 파악하지 못한 그는 눈을 끔뻑였고, 난 보란 듯이 그의 실책을 구체적으로 나무랐다.

“통일 한국의 모든 행정적인 권한은 국민이 선출한 대통령께 있습니다. 그리고 난 대통령께서 임명하신 국방위원으로서 조언자의 역할을 할 뿐이죠. 일본 정부는 그런 기본적인 사실 조차도 인식하지 못하는 겁니까?”

그제야 대사의 눈동자가 크게 흔들렸다.

얼핏 쳐다본 대통령의 표정 역시도 조금은 누그러진 상태.

이후 대통령은 다시 내게 몸을 기울이곤 속삭였다.

“미안한데, 딱히 그게 기분 나빴던 것은 아닙니다.”

“…….”

“그저 같은 말을 반복해서 듣고 있자니 짜증이 치솟아서 그렇죠.”

“…….”

어색한 웃음을 내비치곤 다시 자세를 고쳐 잡았다.

이내 잔뜩 당황하고 있던 대사를 향해 그의 기대에 반하는 말을 던졌다.

“굳이 시간 끌 필요 없이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죠. 우린 여전히 중, 일간 분쟁에 대해 끼어들 생각도 이유도 없습니다.”

통역사를 통해 내 의중을 전달받은 대사는 즉시 낯빛을 붉혔다.

그럼에도 끝내 자리를 지키고 있는 이유는 무언가 할 말이 남아 있음을 증거 하는 것.

쉽게 말해서, 전과는 달리 거래를 시도할 의도가 있음을 뜻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알고 있습니다, 해서 우리와 보조를 맞춰 달라는 부탁을 하려는 것은 아닙니다.”

“…….”

“단지 한국 측에서 러시아를 통해 확보한 희토류를 우리에게 공급해 달라는 부탁을 하려는 겁니다.”

이건 또 의외의 반전이었다.

동시에 든 생각은 역시나 일본답다는 것.

난 한참을 별다른 대꾸 없이 경우의 수를 따져봤다.

‘그것도 딱히 나쁠 것 같지는 않은데…….’

그 경우, 일본은 최악의 약점만큼은 해소하는 상황이고, 그렇게 되면 중국과의 대치 상태는 계속될 테니까.

우리로서야 두 나라가 계속해서 툭탁 거리면 그보다 더 좋은 일이 또 있을까.

“그 부탁을 들어주게 되면 우린 뭘 얻게 되는 겁니까.”

생각의 끝에 넌지시 운을 띄웠다.

통했다고 느낀 걸까, 급히 화색을 띤 대사가 끊임없이 준비해온 조건들을 읊어댔지만 어느 하나도 내 귀에는 들어오지 않았다.

“그것보다는 독도 영유권 주장을 포기하는 걸로 합시다.”

난 단도직입적으로 치고 들어갔다.

충격이 컸던 듯, 통역의 입이 떡 하고 벌어졌고, 난 멍하니 있던 그녀를 재촉했다.

“뭐합니까, 통역 안 하고.”

퍼뜩 정신을 차린 통역은 재빨리 말을 전달했다.

반응은 대사도 마찬가지.

그는 한참을 눈만 끔뻑이더니 기가 차다는 듯 헛웃음을 뱉는다.

“그게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하십니까?”

“불가능할 것도 없죠. 어차피 독도야 처음부터 일본이 억지로 영토 주장을 해왔던 마당에. 말이 나왔으니 하는 건데, 설마 대사께서도 독도가 정말로 일본의 영토라고 생각하십니까?”

대사는 연신 입술만을 우물거렸다.

반발은 하고 싶지만, 정작 제 처지로 인해서 차마 말을 뱉어내지 못하는 느낌.

난 잠시 도발을 접고 이번엔 저들의 처지를 일깨워 주는 것으로 대화의 방향을 틀었다.

“중국은 절대로 희토류 공급을 재개하지 않을 겁니다. 그렇게 되면 일본의 산업들은 막심한 타격을 받게 될 텐데, 그 문제 있어서는 미국도 이렇다 할 답은 내려주지 못할 겁니다.”

“…….”

“아! 물론 미국이 세계 제 2위의 희토류 매장국가인 것은 사실이죠. 하지만 막대한 환경 오염문제로 그들 역시도 중국에서 수입을 해오고 있는 마당에 일본을 위해서 그걸 개발할 것 같습니까? 아니, 백번을 양보해서 그런 결정을 내렸다 해도 그사이 일본 산업계는 꽤 타격을 받겠죠.”

“…….”

대사는 입술을 짓씹었다.

하지만 아직 난 할 말이 남아 있는 상태.

애써 여유로운 표정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

“하지만 러시아는 다릅니다. 인구수에 비해 방대한 그들의 영토에선 그 정도 환경오염쯤은 눈 하나 깜빡하지 않는 것이 현실이고, 이미 우린 일본이 필요한 물량을 충분히 공급 가능한 수준으로까지 생산량을 늘려가고 있는 상황입니다.”

“끄응.”

대사는 앓는 소리를 뱉었다.

머리가 영 나쁜 것은 아닌 건지 내 말의 이면을 재빨리 캐치한 거지.

내가 굳이 러시아를 들먹인 것은 그들도 염두에 두라는 것을.

즉, 우리가 희토류를 제공하는 대가로 독도를 들먹인 이상, 러시아 역시도 쿠릴 4개 섬을 조건으로 들고나올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현실을 제대로 파악하라는 의미에서 기어이 한마디를 보탰다.

“미안하지만 지금은 선택의 시간입니다. 이미 우리와 러시아가 실질적으로 지배하고 있는 곳들을 상대로 굳이 억지를 부려서 손해를 보느냐. 아니면 센카쿠 하나라도 확실하게 건지느냐.”

순간 대사의 눈이 화등잔만 해졌다.

입매를 뒤틀어 보이자 그가 더듬거리며 말을 뱉어낸다.

“그 말인 즉, 독도와 북방 4개 섬을 포기하면 한국과 러시아가 센카쿠를 일본의 영토로 인정하겠다는 겁니까?”

“러시아는 모르겠고, 우린 적어도 힘을 보탤 의도는 있습니다. 뭐 어차피 센카쿠야 미국도 전략 거점으로 생각하고 있는 곳이니만큼 생각은 해 볼 수 있는 문제죠.”

그 말에 대사의 표정이 시시각각 변했다.

차마 자신의 권한으로는 결정을 내릴 수 없음을 드러내는 것.

어차피 그거야 각오하고 있었던 문제였던 터라 대답을 재촉할 생각 따위는 없고, 난 단지 저들이 결정을 내리기 쉬울 만한 단서를 하나 더 던졌다.

“참고로…….”

“…….”

“미국 정부는 현재 우리와 러시아의 입장에 동조하고 있습니다.”

“…….”

“이제 일본의 투정을 받아줄 미국이 아니라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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