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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무기도 만들어 드릴까요?-262화 (262/372)

#핵무기도 만들어 드릴까요? 262화

휘이잉!

짧은 일정을 마치고 돌아온 공항에는 정부 측 관료들이 잔뜩 몰려 있었다.

전화상으로는 회담의 내용전달에 한계가 있었던 상태.

결국 급한 마음에 공항까지 마중을 나온 모양인데, 우스운 것은 개중에는 청와대 비서실장도 포함이 되어 있었다는 거다.

“피곤하시겠지만 청와대로 곧장 가시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어차피 오는 내내 잠에 빠져들었던 터라 피곤함은 따위는 느껴지지 않았다.

때문에 흔쾌히 차에 오른 난 곧장 청와대로 향했고, 곧 기다림에 지쳐 눈이 한 자는 튀어나와 있는 대통령과 마주했다.

“수고가 많으셨습니다.”

이후 대통령이 나를 안내한 곳은 집무실이 아닌 별관의 만찬장이었다.

아니 보다 정확히는 만찬장에 딸려 있던 주방.

우습게도 그곳엔 간단한 요깃거리가 마련되어 있었는데, 그중 하나의 음식이 유독 내 눈을 사로잡았다.

“설렁탕이군요.”

“진 회장께서 탕 종류를 좋아한다는 김 비서의 전언을 참고했죠. 일단 드시면서 이야기합시다.”

말은 그렇게 했어도 한동안은 이렇다 할 대화는 오가지 않았다.

결국 본격적인 화두가 꺼내진 것은 후식으로 수정과가 나왔을 무렵.

잠시 향을 음미하곤 입을 열었다.

“일단 핵심적인 보고사항이라면 두 가지가 있습니다. 첫째는 중국에서 만든 바이러스의 제작자를 찾아냈다는 것과 그를 통해 해법을 찾아 미국과 협력을 약속했다는 것.”

대통령은 그 말에 놀란 표정을 지어 보였다.

한동안 메르칸과 관련된 일들을 빠짐없이 전달했고, 듣고 있던 대통령의 표정은 시시각각 변화를 일으켰다.

“일단 해법을 찾았다는 것에선 다행이군요. 그런데 정말로 재우에서 자금을 모두 댈 생각입니까?”

“그렇습니다.”

“그렇다 자칫 개발에 실패라도 하게 되면 어쩌려고요.”

“바로 그 점 때문에 미국도 제 요구를 받아들인 겁니다. 솔직히 그 정도의 리스크가 아니고선 차후 백신과 치료제의 분배 및 제공 권한을 우리에게 일임한다는 것에 동의할 미국이 아니죠. 그리고 실패할 확률은 그리 높지 않습니다.”

“…….”

“길리어드의 접근방식이 꽤 혁신적이기도 하거니와 이미 일부 분야에선 임상 결과도 긍정적이니까요. 뭣보다 중요한 것은 바이러스를 개발한 핵심 인력이 제 손에 있다는 겁니다. 하니 단지 시간의 문제일 뿐, 백신은 반드시 만들어질 겁니다.”

대통령은 그 말에 안도의 한숨을 뱉었다.

이후 슬쩍 쳐다보는 눈빛에선 다른 보고를 이어달라는 느낌이 전해지는 터.

난 즉시 두 번째 화두를 꺼내 들었다.

“일본의 무장력을 확대한다고요?”

앞뒤 설명이 부실했던 탓에 대통령의 반응도 처음의 나와 별반 다르지는 않았다.

불필요한 오해를 막고자 난 다시 부연설명을 이었고, 마지막에 가선 그의 턱이 툭 하고 떨어져 내렸다.

“맙소사! 일본을 우리 통제 하에 둔다니…….”

“우리의 힘이 그만큼 커진 결과죠.”

내뱉은 대꾸에 대통령은 감격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하긴, 불과 몇 년 전이라면 감히 생각도 못 해본 결과.

특히나 나라를 이끄는 대통령으로서는 더더욱 느낌이 남달랐을 거다.

“몇 가지 보고드릴 것이 더 있습니다.”

난 그 시점에 넌지시 리암과 맺은 협약을 화두로 꺼냈다.

여전히 몽롱한 표정이던 대통령은 그제야 퍼뜩 정신을 차렸고, 난 웃으며 말을 이었다.

“미군이 현재 버려두다시피 한 전차들과 함정들을 죄다 끌고 올 생각입니다. 전차의 경우 그 수량만도 수천 대에 달하죠.”

“그 많은 수량을 대체 어디에 쓰려고요.”

대통령은 놀란 표정으로 되물었다.

“일부는 개수를 통해 우리 군 전력으로 편입시킬 생각입니다. 즉, 일부 노후 된 K1 시리즈를 대체하겠다는 거죠. 굳이 그런 선택을 한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그중 한 가지는 재생과정을 통해 북한에 일거리를 던져주기 위함입니다.”

“무슨 말인지는 알겠는데, 그럼 교체되는 K1 시리즈는 어쩌고요? 그냥 고철 처리하기엔 아깝지 않습니까.”

“물론 그렇죠. 해서 그건 우리도 공여를 하면 어떨까 싶습니다.”

“…….”

“필리핀과 인도네시아. 또는 인도 같은, 중국과 각을 세우기 충분한 국가들에게 말입니다.”

순간 대통령의 눈이 빛났다.

내 진정한 의도가 뭔지 눈치챈 듯.

이후 그는 한창 고민스러운 표정을 짓다간 다시 질문을 잇는다.

“그런데 미국이 그걸 받아들였습니까?”

“물론입니다. 어차피 미국 정부는 가뜩이나 환경단체들로부터 방치한 잉여 물자들로 인한 피해를 호소 당하고 있는 골치 아픈 상황이거든요. 게다가 군으로서는 막대한 물자가 빠져나갔기에 새로운 전차의 개발을 앞당길 기회이기도 한데 굳이 반대할 이유가 없죠. 단, 조건이 하나 붙기는 했습니다.”

“어떤…….”

“차후 저들이 개발할 전차의 장갑 재를 재우가 제공해 달라는 거죠.”

“그건 자칫 손해가 날 수도 있지 않습니까.”

“동일 수량으로 교환비를 책정한다면 손해가 날 가능성이 있기는 합니다. 즉, 중고전차 100대를 제공받는 대가로 우리 역시 새로운 전차 100대를 제작할 분량의 장갑을 제공하는 경우 말입니다. 하지만 미국도 그 정도를 바라지는 않거니와 설사 그런 무리한 요구를 한다 해도 딱히 걱정하실 것은 없습니다.”

“…….”

자신하듯 내뱉은 말에 대통령이 다시 의아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잠시 숨을 돌리기 위해 수정과를 한 모금 마신 후 말을 이었다.

“미국의 오시코시를 비롯한 지상 방산업체들에게 지분투자를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오오!”

대통령의 표정은 다시 밝아졌다.

경제를 전공한 자답게 그게 무슨 의미인 줄을 잘 알고 있는 거지.

웃으며 마저 잔을 들이켜곤 사족을 덧붙였다.

“참고로, 오시코시사는 차기 미 장갑차량 납품업체로 선정될 가능성이 큽니다. 해서 전 이 기회에 우리가 개발한 신형 장갑차량의 플랫폼을 오시코시를 통해 미군에 제안할 생각입니다.”

“…….”

“만약 그게 성공하면 최소 수백억 달러. 경우에 따라서는 천억 달러에 달할 사업을 따게 되죠.”

순간 대통령의 얼굴에 기가 차다는 빛이 스쳤다.

이건 어느 모로 보나 손해가 날 곳이 없는 장사였으니까.

특히 그동안엔 미국이 그토록 경계하던 지상 방산업체에 타국의 업체가 지분을 참여한다는 것은 그야말로 역사적인 사건.

이전 미국의 정권이었다면 씨도 안 먹힐 이야기였던 터라 그 점은 나조차도 감회가 새로운 것이 사실이다.

“이건 단순히 사전 회동이라고 치부하기엔 결과가 지나치게 좋군요. 그나저나 퇴역한 해군 함정들은 왜 더 끌고 오신다는 겁니까?”

내내 감격하던 대통령은 문득 그 점을 의아해했다.

예상했던 질문이었기에 난 주저 없이 대꾸를 내뱉었다.

“그건 점점 심각해져 가는 조선업계를 살리기 위함입니다.”

“…….”

“아시다시피 현재 조선업계는 수주절벽에 떨어졌습니다. 물론 그 이유는 중국 때문이죠. 문제는 정작 중국 역시도 과도한 조선소의 난립으로 인해 상황이 좋지 않다는 건데, 이 상황은 앞으로 몇 년간은 지속될 것이고 중국은 그 타개책으로 다수의 군함 건조를 시작할 겁니다.”

마치 예언처럼 뱉어낸 말에 대통령이 눈을 끔뻑였다.

하지만 이건 정말로 경험을 기초로 내뱉는 말들.

난 다시 강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하지만 우린 그게 불가능하죠. 물론 호위함을 비롯하여 KDD-4. 그리고 여타 지원함과 상륙함의 건조를 앞당길 수는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한계가 있습니다. 해서 낙후된 우리와 북한의 군함들의 재생과 미국으로부터 얻어온 것들의 수리를 함께 시작한다면 향후 다시 조선업계가 부활할 시기까지는 버틸 수 있을 겁니다.”

대통령은 그 말에 고개를 주억거렸다.

이내 ‘버틸 수 있다’라는 말을 연신 중얼대는 것으로 봐선 아마도 그 부분에 마음이 동한 모양이었다.

힐끗.

이후 나를 쳐다보는 대통령의 시선에선 미소가 감돌았다.

의미를 알 길이 없어 쳐다보자 그가 나지막한 소리로 말한다,

“매번 느끼는 것이지만 진 회장님은 꼭 미래를 내다보는 능력이 있는 것 같습니다.”

“…….”

난 최대한 당황한 티를 내지 않기 위해 애썼다.

물론 저게 뭘 알고 하는 말이겠냐 만은 그래도 찔리는 것은 어쩔 수 없으니까.

결국 어색함을 피하기 위해 화두를 돌려 버렸다.

“그나저나 미국이 중국을 분열시키겠다는 의중을 가진 이상 우리도 그에 걸맞은 대책쯤은 세워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우리도 대책을 세운다? 구체적으로 어떻게요.”

“일단 앞서 이야기했던 대로 중국과 각을 세우는 국가들을 향해 무기 공여를 해야겠죠. 솔직히 K1E1만 해도 중국 입장에선 꽤 상대하기가 까다로운 전차다 보니 그게 공여되면 중국은 전처럼 주변 국가들을 무턱대고 옥죄지는 못할 겁니다.”

“흠…… 그 경우 중국의 반발이 심해질 것이 문제인데…… 뭐 어차피 우리와 중국은 이미 틀어질 대로 틀어진 관계니 그건 상관할 필요가 없겠군요.”

“그리고 또 하나의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중국 내의 소수민족들의 독립을 암암리에 지원하는 겁니다.”

“…….”

순간, 대통령의 눈이 그 어느 때보다 더 커졌다.

그도 그럴 것이 이건 단순히 타국에 무기를 공여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문제거든.

중국의 입장에서 보면 명백한 내정간섭.

때문에 그게 밝혀질 경우 저들의 대응도 필리핀이나 인도 같은 곳에 무기 공여를 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를 거다.

“그걸 들켰다간 당장 전쟁이 날 수도 있습니다. 자금이야 그렇다 치고, 소수민족들이 우리 무기를 들고 싸운다면 그거야말로 빼도 박도 못하는 증거가 될 텐데, 중국이 가만히 있겠습니까.”

난 그 부분에서 잠시 웃음을 내비쳤다.

의아한 듯 대통령의 고개가 갸웃해지고 난 즉시 표정을 바꾸며 말했다.

“굳이 우리 무기를 줄 필요는 없죠.”

“…….”

“가까운 러시아엔 남아도는 무기들이 허다합니다. 그걸 사서 지원하면 그만이죠.”

“무슨…… 러시아라고 그걸 찬성하겠습니까? 자칫하면 그들도 중국과는 아주 원수가 되는 마당에?”

“러시아는 이미 오래전부터 중국을 버리는 것쯤은 각오한 나라입니다.”

역사와는 달리 현재는 그게 사실이다.

두 나라의 주요 교역품목인 무기는 이미 오래전에 그 액수가 쪼그라들었고, 또 여타 교역품목들도 대부분은 한국으로 방향을 튼 상태.

때문에 지금의 러시아에게 중국은 그저 골치 아프고 사고뭉치인 이웃일 뿐이다.

“물론 그렇다 해도 러시아 역시 중국 같은 경제 규모가 큰 나라와 굳이 갈등을 일으킬 필요는 없죠. 해서 대안이라면 러시아가 수긍할 만한 것을 손에 쥐여주는 건데, 그럴만한 것이야 꽤 많은 편입니다.”

“…….”

대통령은 그게 뭐냐는 듯 나를 쳐다봤다.

어차피 이 문제야 대통령의 재가가 떨어져야 할 일.

서슴없이 말을 뱉어내자 대통령이 한동안 고민에 빠진 듯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좋습니다, 그 부분은 진 회장님의 생각을 따르죠.”

흔쾌히 대꾸한 대통령은 다시 나를 쳐다봤다.

이후 무언가를 다시 말하려는 듯 입을 열려는 차, 밖에서 내내 대기 중이던 비서실장이 갑자기 노크를 하며 들어섰다.

“두 분 말씀 중에 죄송하지만 TV를 좀 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

우린 그 말에 서로를 쳐다봤다.

그사이 TV를 향해 다가간 비서실장은 재빨리 채널을 뉴스 프로그램에 맞추었고, 이후 화면에 보인 것은 얼핏 일본 측 경비함이다 싶은 배 한 척이 반쯤 가라앉아 있는 모습이었다.

“뭡니까. 저게?”

대통령은 즉시 되물었다.

“센카쿠 열도에서 대치 중이던 일본과 중국의 경비함들이 서로 밀어내기를 시도한 모양입니다. 그 과정에서 일본 경비함이 저렇게…….”

이어진 비서실장의 말에 우린 다시 서로를 쳐다봤다.

경비함이 침몰까지 한 상황이라면 문제가 더 심각해지는 것은 확실하니까.

그때, 대통령이 다시 비서실장을 향해 물었다.

“미국에선 아직 아무런 대응도 없습니까?”

“방금 짧은 성명을 발표하기는 했는데, 그게 적극적인 개입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해서 지금 중국 측에선 더 기고만장한 상태고요.”

아무래도 미국은 정말로 내게 했던 말을 실행할 모양이었다.

상황이 이러면 일본으로서는 꽤 난감해질 터.

이거…… 앞으로 벌어질 상황이 왠지 기대가 된다.

‘미국의 조력이 없는 일본이라…… 대체 어떻게 나설지 두고 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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