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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무기도 만들어 드릴까요?-260화 (260/372)

#핵무기도 만들어 드릴까요? 260화

굳어진 내 얼굴을 본 메르칸이 흠칫 놀랐다.

혹여 오해가 있을까 싶은 마음에 난 재빨리 표정관리를 하며 말했다.

[미안하지만 구체적으로 좀 말을 해 보시죠.]

메르칸은 갈증이 나는 듯 음료를 벌컥 들이켰다.

그럼에도 차마 채워지지 않는다는 눈빛에 난 그에게 음료 한잔을 더 따라주었고, 그 틈에 다시 그의 말이 이어졌다.

[제가 미국으로 오기 전, 쓰촨 지역 연구소에서 잠시 근무를 한 적이 있었습니다.]

[쓰촨에 생명공학 연구소가 있다는 말은 들어 본 적이 없습니다만. 아! 물론 기업연구소들이야 존재하겠죠. 하지만 그런 고위험 바이러스를 다룰 만한 곳은 없다는 뜻입니다.]

메르칸은 그 말에 즉시 고개를 가로저었다.

의심을 떨쳐내려는 걸까, 이후 그는 제법 구체적인 것들을 대며 자신의 주장에 신빙성을 더하려 애썼다.

[그렇게 알고 계시는 것은 당연합니다. 겉으로야 민간연구소를 표방하고 있으니까요. 하지만 그곳은 203과 라는 이름으로 중국 군부와 공산당이 비밀리에 운용 중인 생물무기 연구소입니다.]

[…….]

[그리고 전, 꼬박 2년간을 그곳에서 근무했고요.]

[203과라.]

짧은 대꾸를 한 후 이번엔 내 잔에 음료를 따랐다.

왠지 지금은 맑은 정신을 유지해야 할 상황 같았기에.

그런데 순간 의문점이 하나 뇌리를 스치고 지나갔고, 난 즉시 그를 쳐다보며 물었다.

[그런데 뭔가 좀 걸리는 부분이 하나 있군요.]

[…….]

[그 바이러스가…….]

난 말을 뱉어내다간 잠시 멈칫했다.

하지만 이젠 뭔가를 숨기고 자시고 할 필요가 없어진 상황.

결국 도리질을 하곤 다시 말을 이었다.

[그 바이러스를 만든 사람이 정말 당신이라면 중국 정부가 대체 왜 당신의 미국유학길을 허락한 겁니까. 자칫 기밀이 빠져나갈 통로가 될 수도 있을 텐데 말이죠.]

메르칸이 눈매가 그 말에 슬며시 좁혀졌다.

이후 다시 벌컥 음료를 들이켠 그는 굳은 결심을 한 표정과 함께 뱉어냈다.

[현실적이라면 당연히 불가능하죠. 하지만 내 유학은 중국 정부가 그들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 허락 되었던 것입니다.]

[…….]

[쉽게 말해서 난…… 미국으로 파견된 스파이였다는 겁니다.]

굳이 놀란 표정은 지어 보이지 않았다.

어차피 그거야 이미 예상했었던 것이었으니까.

의외였던 걸까, 그가 나를 빤히 쳐다봤고, 난 보다 허심탄회한 대화를 위해 타이를 풀어냈다.

[목표는요? 스파이로 파견이 되었다면 뚜렷한 목표쯤은 있었을 것 아닙니까.]

[목표는 길리어드 사이언스로의 침투였습니다. 아시겠지만 타미플루의 원 개발사죠.]

[…….]

[그렇다고 타미플루가 목표였던 것은 아닙니다. 어차피 그거야 이미 대부분의 제약사들이 특허만 풀리면 당장에라도 제네릭을 만들 수 있을 정도로 진즉에 성분분석은 끝난 상황이니까.]

[그렇겠죠. 하면 진짜 이유는요?]

[진짜 이유는…… 길리어드가 최근 개발 중인 치료제와 백신의 연구자료 탈취였습니다. H1N1의 모든 변종에 대한 대처가 가능한, 그야말로 완벽한 A형 인플루엔자의 정복수단이죠.]

순간 망치로 마리를 얻어맞은 듯한 기분이 들었다.

맙소사.

모든 A형 인플루엔자에 효과가 있는 백신과 치료제라니.

회귀 전에도 존재하지 않았던 그런 것이 이 시기에 개발이 되고 있다는 말을 어떻게 쉽게 믿을 수가 있단 말인가.

[그게 가능한 겁니까?]

[이론적으로는 가능합니다. 뭐 자세한 부분이야 이 자리에서 설명을 드려도 못 알아들으실 테니 그건 무리고. 일단 바이러스가 세포에 침투하고 빠져나오는 과정. 즉, HA와 NA의 작용기전 자체를 방해하는 방식에서 전혀 새로운 접근을 이루었다고만 알고 계시면 될 듯싶습니다.]

[…….]

그의 배려에 잠시 감사했다.

젠장, 정말로 뭔 소린지 하나도 못 알아듣겠거든.

그나마 귀에 박힌 것은 바이러스의 세포 침투를 방해하는 방식이라는 말.

즉, 아예 문 자체를 못 열게 만든다는 건데, 짧은 생각이었지만 정말 그게 가능하다면 비단 인플루엔자가 아닌 다른 전염성 질병에서도 효과가 있지 않을까 싶은 생각도 스친다.

씨익.

그때, 메르칸이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마치 내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지 알고 있다는 듯한 눈빛과 함께.

아니나 다를까, 이어진 그의 말은 또다시 나를 놀라게 했다.

[맞습니다. 그게 성공한다면 꽤 많은 종류의 전염성 질병을 극복할 단초가 주어지는 거죠. 단적으로 지금 중국이 개발 중인 급성 호흡기 질환. 즉, 변종 코로나 바이러스마저도.]

[…….]

난 그 말에 한동안 침묵했다.

막상 앞뒤 정황을 따져보다 보니 이 일의 전말이 오롯이 머릿속에서 그려졌거든.

생각의 끝에 넌지시 말을 뱉어냈다.

[그러니까, 중국은 정작 무기가 될 만한 바이러스를 개발은 했지만 변이가 너무 심해서 그에 대한 완벽한 대처만큼은 힘에 부친 상태군요.]

[…….]

[한데 때마침 미국에선 그 해법이 될 만한 것이 나타났고, 그걸 당신을 통해서 훔쳐 내려 했다는 거고.]

[맞습니다.]

피식.

[그런데 정작 미국에 의해 당신의 취업은 저지당했고, 그 마당에 당신을 굳이 미국에 계속 체류하게 할 이유는 없었겠죠. 자칫 비밀이 새어나갈 위험성을 감수하면서까지.]

[네, 그렇습니다.]

[해서 결국 소환을 명령했지만 당신은 거부했고, 그 결과 아내와 자식들이…….]

그 부분에 대해선 말을 끝맺을 수가 없었다.

언뜻 보인 그의 표정이 지나치게 분노에 찬 것 같아 보였으니까.

실수였다는 생각에 즉시 화두를 돌렸다.

[그럼 결국 근본적인 해답은 길리어드가 가지고 있다는 건데…….]

무심하게 뱉어낸 말에 메르칸이 다시 나를 쳐다봤다.

마치 그걸 알고서도 끝내 자신을 필요로 하느냐는 듯한 눈빛과 함께.

웃으며 그를 향해 말했다.

[그렇다곤 해도 그 바이러스에 대해 근본적인 이해가 가능한 분이 필요한 것은 사실입니다. 해서 말인데, 제안을 하나 하죠.]

[…….]

[만약 당신이 우릴 돕는다면 우리 역시 당신을 돕겠습니다.]

메르칸은 의미를 이해하지 못한 눈치였다.

어차피 이젠 굳이 맑은 정신이 필요치 않은 상황.

이번엔 잔에 술을 가득 채운 후 단숨에 들이켜곤 그를 다시 쳐다봤다.

[내가 위구르의 독립을 지원하는 것은 어떻습니까.]

순간 메르칸의 눈이 화등잔만 해졌다.

이해 못할 바도 아닌 것이, 고작 연구원 하나 얻자고 내세우기엔 저울추가 지나치게 기우는 조건이니까.

하지만 나도 나름대로의 셈법은 있다.

어차피 중국의 분열만이 우리의 미래가 안정 되는 길이고, 그걸 위해선 소수민족의 독립 열망을 키우는 것은 필수.

즉, 기왕이면 누이도 좋고 매부도 좋은 길을 택하겠다는 거다.

[물론 직접적으로 나서겠다는 것은 아닙니다. 그랬다간 중국이 당장 우리와 전쟁이라도 하자고 나설 테니까. 하지만 보이지 않게 위구르의 독립을 지원할 방법은 얼마든지 있죠.]

[…….]

메르칸은 마른침을 삼켰다.

옅은 미소를 내비치곤 다시 술을 따르려는 차, 그가 단숨에 대답을 뱉어낸다.

[좋습니다. 어차피 이미 죽은 것이나 다름없는 목숨인 마당에 뭐가 아깝겠습니까. 그 제안, 받아들이죠.]

***

끼익!

이튿날, 난 리암과 함께 백악관으로 향했다.

애초 내 미국 방문 목적에는 없던 스케줄.

하지만 리암은 굳이 나를 새로운 미국 대통령에게 소개하기를 원했고, 어차피 나 역시 대통령으로부터 가능하다면 정상회담 전에 미 정부와 사전 교감을 해달라는 요구를 받았던 터라 굳이 거부하지는 않았다.

[반갑습니다, 톰 행어입니다.]

새로운 미국 대통령과의 대화에선 그리 위화감은 들지 않았다.

우선 나와 비슷한 또래라는 점도 그렇고.

또 둘 다 리암이라는 인물과 어느 정도는 뜻을 함께한다는 점에서도 그렇고.

덕분에 미 군수업체의 재우 투자허용 부분이나 내 개인적인 투자에 있어서 전과는 달리 수월하게 대화가 진행되었다.

[리암 회장님으로부터 사전에 언질은 받았습니다. 올리버해저드 페리급 호위함의 공여를 바라신다고요?]

[그렇습니다, 아시다시피 현재 통일 한국의 해군력은 중국의 막대한 전투함 수량을 감당하기엔 역부족이죠. 해서 그걸 공여 받을 수 있다면 개수를 통해 전력에 추가해볼 생각입니다.]

[흠…….]

톰은 고개를 주억거렸다.

왠지 긍정적인 느낌이 풍겨오는 터라 눈을 빛내는 와중 그의 말이 이어졌다.

[난 잘 모르겠지만, 군의 보고에 따르면 긍정적인 생각이기는 하다더군요. 사실 그 호위함의 경우는 약간의 개수만 거치면 언제든 다시 실전 투입이 가능한 것들이라고. 한데 우스운 게 뭔지 아십니까? 그럼 우리도 개수를 통해 재 취역을 하는 것이 어떻겠냐고 했더니 정작 그건 또 반대한다는 겁니다.]

그 말에 웃음을 내뱉었다.

그사이 다시 신중한 표정을 짓던 톰은 힐끗 리암을 한번 쳐다보곤 말했다.

[좋습니다, 미국 최우선 우방 중 한 곳인 통일 한국의 요청을 거절할 수는 없죠.]

왠지 일이 수월하게 풀리는 느낌에 속으로 환호했다.

물론 이후 적당한 대가는 지불해야 하겠지만 그게 어디 실질적인 함의 가치에 비할까.

그나저나 상황이 이러면 미군의 잉여 지상무기의 공여제안도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큰데, 아쉽게도 그건 조금 후로 미뤄야 할 것 같은 분위기였다.

[흠흠.]

느닷없이 헛기침을 하는 것으로 봐선 꽤 할 말이 많은 눈치거든.

[기왕 진 회장님께 한국 정부와의 정상회담에 앞선 특사 자격도 있는 만큼 솔직하게 말씀드리겠습니다.]

[…….]

[아! 다른 것이 아니라 중국 문제 말입니다. 난 중국이 지금은 몰라도 향후 10년 후면 미국의 패권에 얼마든지 도전할 가능성이 크다고 봅니다.]

순간 의외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의 중국은 역사와는 달리 상당 부분 위축 되어 있는 상태.

그 와중에도 중국을 패권 도전 국가로 낙인찍을 줄은 몰랐으니까.

물론 성장 가능성이 워낙 큰 나라기에 경계심을 갖는 것도 딱히 무리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도 정확히 중국의 패권 도전 시기마저 예측한다는 것은 그의 미래를 보는 눈이 보통이 아님을 의미하는 것이지 싶다.

[해서 미국 정부는 향후 대 중국 정책에 있어서 강경 기조를 유지할 생각인데, 한국의 입장은 어떻습니까.]

난 그 부분에서 긴 한숨을 내뱉었다.

아무리 내가 특사 자격을 가지고 있다곤 하나 주제가 지나치게 무겁지 않은가.

하지만 정작 말문을 튼 톰의 표정은 그다지 상관하지 않는 듯한 태도였는데, 그건 내 존재를 그도 인정하고 있음을 의미하는 부분이기도 했다.

[강경 기조라면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을 말씀하시는 건지…….]

순간 톰의 시선이 리암에게로 향했다.

여전히 침묵 속에서 미소만 짓고 있던 그는 톰을 향해 고개를 끄덕여 보였고, 난 그 순간 미국이라는 나라가 이젠 완전히 리암의 손아귀에 쥐어졌음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

‘하긴, 우리로선 그다지 상관할 바는 아니겠지.’

최소한 리암과 우리의 대 중국 정책이 같고, 앞으로 가는 길이 같은 상황 하에선.

더군다나 리암은 여태 우리에게 불이익을 가져다준 적은 없던 존재.

뭐 차후에야 어떨지는 몰라도 지금 당장 그 문제를 두고 경계심을 가질 이유는 없다.

‘아니, 차후라도 그가 우리와 척을 질 일은 없겠지.’

적어도 이젠 나 역시 그 못지않은 세력과 힘을 갖추어 가고 있는 마당에 그가 굳이 나와 척을 지는 무리수를 둘 이유는 없으니까.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죠. 최악의 경우, 우린 중국을 분열시킬 생각입니다.]

생각이 깊어지던 와중 톰의 선언이 뱉어졌다.

아무리 생각이 그렇다 해도 저런 말을 쉽게 뱉어내도 되는 건가.

하긴 그에게 비춰지는 내 존재야 어차피 리암에 이은 또 하나의 그림자.

게다가 표면적으로는 미국과 뜻을 같이하는 인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상황이니 그 정도 속내쯤은 내비친다 해도 이상할 일은 아니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하시겠다는 말씀입니까.]

[글쎄요, 중국을 분열시킬 방법이라면 꽤 많은 편이죠. 일단 인권문제를 들고 나서는 것에부터 시작해서…… 아! 물론 그에 따른 제재안은 이미 마련되어 있습니다.]

[…….]

[미국 내에서의 불법 정보습득 행위. 우선은 그 부분을 핑계로 저들의 산업에 제재를 가할 생각입니다.]

그건 원 역사에서 미국 정부가 취했었던 조치와도 일치했다.

그렇고 보니 화웨이와 ZTE의 통신장비 보안 문제가 미국에서 대두된 것이 이 시기쯤.

이거 상황이 이러면 역사를 족히 수년쯤은 앞당기는 결과가 나오지 않을까 싶다.

[옳은 결정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정작 중국을 제재하기 전에 우선 해결해야 할 일이 하나 있습니다.]

난 그 시점에 슬쩍 운을 뗐다.

이내 집중되는 시선들을 뒤로 하고 한참 동안 중국이 만들어낸 바이러스 문제를 입에 올리자 저들의 표정이 시시각각 변하기 시작했다.

[그런 위험한 짓을…….]

내내 놀란 표정으로 듣고 있던 리암은 분노를 표출했다.

정확히는 그 바이러스로 인해서 벌어질 세상의 변화에 대해 설명이 이어졌을 때쯤.

하지만 정작 톰은 차마 그런 현실까지는 상상하지 못하겠던지 내내 미심쩍은 표정이었고, 난 그 시점에 준비해온 자료들을 그에게 들이밀었다.

[이런 맙소사!]

한창 보고서를 살피던 톰의 표정도 결국엔 무너졌다.

그제야 난 왜 제재에 앞서 그 문제를 먼저 해결해야 하는지에 대한 설명을 이었다.

[제재가 시작되면 중국은 이 바이러스를 무기화 하는 것의 시기를 앞당길 수도 있습니다. 어차피 미국과 한국의 압박이 시작되면 그들은 더 코너에 몰릴 테고, 그럴 바에야 차라리 세계를 위기로 몰고 가버리는 편이 저들로서도 옳은 선택이 아니겠습니까?]

[그렇겠죠. 하면 대책은 있습니까?]

톰은 떨리는 목소리로 되물었다.

[대책이라면 그 바이러스가 정말로 세상에 퍼지기 전에 백신과 치료제를 개발하는 것뿐입니다. 어차피 바이러스는 저들의 손에 있는 한은 결국 퍼진다고 봐야 하니까.]

[끄응.]

리암과 톰은 동시에 앓는 소리를 뱉었다.

그 시점에 난 품고 있던 생각을 내뱉었다.

[해서 말인데, 기왕이면 백신 개발을 두 나라의 제약 업체들이 공동으로 시작하면 어떨까 싶습니다. 솔직히 업체로서는 기약도 없는 일에 투자를 하게 되는 건데, 그 편이 자금 부분에서도 부담을 덜게 될 테니까요.]

사실 미국과의 공동개발 결심은 메르칸과의 만남 이후 내린 결정이었다.

어차피 답을 길리어드가 가지고 있다면 협력은 피할 수 없는 상황.

그럼 차라리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서 미리 지분을 확보하는 편이 낫겠다 싶은 마음에서.

제안이 꽤 그럴듯했었던 듯 들려오는 반응도 그리 부정적이지는 않았다.

[흠, 업체 입장에선 그것도 나쁘지 않겠군요. 그런데 동조할 업체가 있을지 모르겠군요. 말씀처럼 업체로서는 기약도 없는 것에 투자를 하게 되는 건데, 아무리 정부의 권고가 있다 해도 강요하기가 영…… 그렇다고 CDC가 감당하기에도 무리가 따르고요.]

[그래서 재우가 자금 문제를 최대한 감당할 생각입니다. 단, 차후 개발된 백신과 치료제에 대해선 좀 더 많은 권한을 가져가는 것으로 하죠.]

톰과 리암은 그 말에 서로를 쳐다봤다.

아마 속으로 수지타산을 가늠하는 중일 터.

하지만 곧 긍정적인 대답이 들려올 거다.

막말로 내 제안대로면 해당 업체로서는 돈 한 푼 안 들이고 개발에 참여만 하는 건데, 그걸 굳이 거부할 이유는 없거든.

게다가 백신 개발이라는 것은 성공보다는 실패 확률이 더 큰 분야.

해서 최악의 경우를 생각하면 이런 제안을 하는 내가 표면상으로는 오히려 호구다.

[좋습니다. 하면 어느 업체와 그 문제를 논의 해보실 생각입니까. 아무래도 기밀을 유지하기 위해선 미리 업체선정을 하고 접촉하는 편이 낫지 싶은데 말이죠.]

한참 눈빛을 교환하던 톰이 결국 내 제안에 수긍했다.

웃으며 길리어드라는 이름을 입에 올리려는 찰나.

똑똑!

갑자기 백악관 비서실장이 노크와 함께 문을 열고 들어섰다.

[죄송합니다만, 알려드릴 소식이 하나 있습니다.]

톰은 그 말에 의아하다는 듯 고개를 갸웃했다.

재빨리 톰에게 다가간 비서실장은 연신 나를 힐끗 쳐다보며 무언가를 속삭였고, 이후 톰의 눈이 나를 향해 똑바로 꽂혔다.

[왜 그러십니까.]

[센카쿠열도 인근에서 한국 어선이 화재로 침몰했다는군요. 해서 지금 중국과 대만. 그리고 일본에서 서로 자신들의 수역임을 주장하며 구출 작전에 나섰답니다.]

[그래서, 어민들은 어떻게 됐답니까?]

난 다급히 비서실장을 쳐다보며 되물었다.

다행히 인근 암초로 전부 피신하여 인명피해는 없다는 전언이 이어졌고, 이후 내 뇌리엔 엉뚱한 생각 하나가 스쳤다.

서로가 자국의 영토임을 주장하는 곳에서 발생한 한국 어선의 침몰사고.

이거 잘하면 팝콘 좀 튀길 각인 것이 아닌가 싶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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