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무기도 만들어 드릴까요? 253화
“선거라…….”
청와대로 향하는 내내 그 단어가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
딱히 의식을 못했었기 때문은 아니었고, 이 복잡한 시기에도 기어이 선거를 강행하려는 대통령의 의지가 왠지 대단하달까.
막말로 지금은 전시 특별법이 아직 해제되지 않은 상황.
원한다면 얼마든지 1년 정도는 임기를 더 잇는 것이 가능함에도 그걸 포기해 버리는 각오는 대단하다고 밖엔 설명할 길이 없다.
-난 이번에 여당 대권 주자로 임동직 의원을 밀어볼 생각입니다.
그에 대해서는 사실상 아는 바가 그리 많지 않았다.
고작 2선의 국회의원 출신에 강원도가 고향이라는 것.
그리고 의원이 되기 전에는 내내 각국 대사를 일임했다는 것 외엔.
그럼에도 대권후보가 될 수 있었던 것은 전적으로 현 이주환 대통령의 적극적인 푸시 때문이었는데, 특이하게도 당내에서조차도 별다른 반발은 없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하긴, 통일을 성취한 대통령이 마음먹고 밀고 있는 인물을 누가 반대할까. 그나저나 이주환 대통령이 밀고 있는 인물이라…….’
당황스럽기는 해도 나 역시 기대감 반. 우려 반인 것이 솔직한 심정이다.
“어서 오세요.”
도착한 청와대 별관에는 이미 두 인물이 환담을 나누고 있었다.
분명 대통령보다 3살이나 어리다고 하지 않았던가.
얼핏 보면 머리가 희끗한 임동직 의원이 대통령보다 대략 5살쯤은 더 나이가 들어 보인다.
“오랜만에 뵙습니다, 의원님.”
아주 안면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던 탓에 난 최대한 자연스레 그에게 인사를 건넸다.
짧은 대꾸와 함께 내 손을 마주 잡은 그의 얼굴에선 왠지 익숙한 인물이 떠오를 법한 미소가 엿보였다.
“하하, 진 회장님 표정을 보니 나와 같은 생각을 한 모양이군요.”
순간 내 표정을 살피던 대통령이 툭 끼어들었다.
무슨 의미일까 싶어 쳐다보자 그가 슬며시 임동직 의원의 눈치를 살피며 말한다.
“임 의원 웃는 모습 말입니다. 누군가와 많이 닮지 않았습니까?”
“…….”
“김구 선생 말입니다. 무표정한 얼굴을 할 때는 아닌 것 같다가도 웃을 때만큼은 그분을 꼭 닮았잖습니까.”
“아!”
그러고 보니 웃는 인상만큼은 꽤 닮아 있었다.
이제야 그걸 발견한 것은 좀처럼 TV에선 그의 웃는 모습을 볼 수 없었기에.
그건 그렇고, 눈동자가 거의 보이지 않을 정도로 초승달 모양이 되어 버리는 저 눈매와 헤어스타일은 정말로 딱 판박이라고 할 정도다.
“너무 그러지 마십시오.”
임 의원은 멋쩍은 얼굴로 손사래를 치곤 나를 쳐다봤다.
꽤 할 말이 많은 눈빛.
분위기를 눈치챈 대통령은 다급히 우릴 홀로 청했고, 이후 식사가 준비되는 동안 환담이 이어졌다.
“솔직히 말하자면 난 마음이 후련합니다.”
내어진 찻잔을 들어 올리려던 순간 대통령이 갑자기 퇴임을 앞둔 심정을 토로했다.
대통령이라는 자리가 그리 녹록지만은 않다는 것을 강조하는 느낌.
사실 그 점은 이해가 간다.
나라의 운명이 정해지는 전쟁을 결정하는 것이 부담스럽지 않았다면 그게 더 이상한 일이겠지.
“결과적으로는 역대 가장 성공적으로 임기를 마치시지는 대통령이 되시지 않았습니까.”
난 애써 그 점을 강조했다.
끝까지 사욕보다는 국가의 대통령으로서의 품위를 지켜낸 그에 대한 진심 어린 칭찬.
면전에서 자신을 추켜세우는 것에 그리 익숙하지 않은 듯, 대통령은 한껏 멋쩍은 미소를 지으며 나를 쳐다본다.
“그게 어디 나 혼자만 이룬 결과겠습니까. 아니, 솔직히 말하자면 진 회장님이 아니었으면 꿈조차도 꾸지 못할 일들이었다는 것은 이 나라 누구도 부정하지 못할 겁니다.”
“…….”
“실은 그래서 진 회장님께는 더 미안한 마음뿐입니다. 나야 물러나면 그만이지만, 진 회장님에게는 쉼이라는 것이 없으니까.”
순간 ‘쉼’이라는 단어가 유독 귀를 찌르고 들어왔다.
그러고 보니 내가 회귀를 한 이후 벌써 세 번이나 대통령이 바뀌는 것을 경험하는 상황.
세월의 흐름이 새삼스럽기도 했거니와 나 스스로도 지독스럽게 살아왔다는 생각이 문득 뇌리를 스친다.
“저야 뭐…….”
하지만 후회는 없다.
이미 오래전부터 난 이 삶을 운명으로 받아들였으니까.
기껏 회귀라는, 전대미문의 사건까지 겪은 존재가 평범한 삶을 사는 것은 왠지 죄스러운 느낌이었달까.
“끼어들어서 죄송하지만, 솔직히 전 대통령님과 같은 과감함과 현명함은 지니지 못했습니다.”
생각이 깊어지던 와중 임 의원이 넌지시 말을 뱉었다.
무심히 쳐다보자 그가 각오를 다진듯한 표정으로 말을 잇는다.
“하지만 오래전부터 이 나라가 통일이 되는 상황에서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할지를 연구해 온 몇 안 되는 사람이죠.”
“…….”
“물론 설레발이라고 한다면 할 말은 없습니다. 아직 대선은 치러지지 않았고, 결과가 어찌 될지는 아무도 모르니까. 하지만 전 가식을 떨고 싶지는 않습니다.”
“…….”
“지금 상황에서 현 대통령이 밀고 있는 인물이 대권에 도전해서 떨어진다는 것은 사실상 있을 수가 없고, 그걸 겸손이라는 이름하에 부정하고 싶지는 않다는 겁니다. 해서 말인데, 저를 좀 도와주십시오.”
순간 당황스러움이 몰려들었다.
다른 걸 떠나서 지금 이 분위기 자체가 무척이나 부담스러웠거든.
물론 의도는 이해한다만.
쉽게 말해서 그는 지금 현 대통령 수준으로 나와의 호흡을 맞추길 원한다는 것.
하지만 겉으로만 보면 이건 꼭 내게 허락을 구하는 듯한 모양새가 아니던가.
“그러시겠죠. 누구보다 북한에 대한 연구를 오랫동안 하셨으니까.”
어색한 마음에 두루뭉술한 대꾸로 응대했다.
뒤이어 든 생각은 확실히 보통 인물은 아니라는 것.
그렇다고 그게 부정적인 의미는 아니었고…….
“제가 대통령이 된다면 당분간은 북한 재건에 올인 할 생각입니다.”
생각을 이어가던 차에 그의 말이 다시 이어졌다.
모른 척 찻잔을 들어 올리자 그가 강조하듯 다시 말한다.
“맞습니다, 꽤 오랫동안 연구해왔죠. 그래서 누구보다 빨리 남북 간의 균형을 잡아나갈 자신이 있습니다.”
“계속하시죠.”
슬슬 호기심이 돋아 재촉했다.
반짝 눈을 빛낸 그가 본격적으로 자신의 생각을 토해내기 시작했다.
“사실 통일 이후 진짜 해결해야 할 것은 남북 간의 사상적, 문화적 괴리감을 하루라도 빨리 좁히는 겁니다. 해서 전 북한의 재건과 더불어 그 부분에 중점을 둘 생각인데, 그 외적인 부분에서 진 회장님의 도움이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
“군의 지속적인 발전과 강한 외교력의 유지. 하다못해 차후 발생할 중국과의 대립 관계에서의 정부의 정책 등. 그 부분은 사실상 저보다는 진 회장님께서 더 적임자가 아닙니까. 해서 전 진 회장님의 도움을 보다 본격적으로 받아볼 생각이라는 거죠.”
“…….”
“지금까지처럼 음지에서가 아니라, 양지에서.”
“무슨 말씀인지는 이해하겠는데, 전 기업가입니다.”
난 그 시점에 내 위치를 강조했다.
임 의원의 얼굴에 잠시 미소가 지어진다 싶더니 그가 예상치 못한 말을 꺼냈다.
“당분간 적용이 지속될 통일 한국의 법안들이 기존의 법안을 우선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무리는 아닙니다. 게다가 이 나라에서 지금 진 회장님이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해 정책에 관여한다는 생각을 할 만한 사람이 누가 있다고요.”
“…….”
“솔직히 진 회장님의 현재 입지는 당장 대권에 도전한다 해도 압도적인 표 차로 당선이 될 겁니다. 아니 장기집권을 바라는 사람들이 있다 해도 무리는 아니죠.”
“…….”
“하지만 결국 진 회장님은 절대 정치권에는 발을 들여놓지 않을 것임을 천명한 상태입니다. 그리고 통일의 주역이기까지 한 마당에 기껏 재건위원 중 한 사람으로만 남았죠. 국민들이 바보도 아니고, 그런 진 회장님의 진심을 모르겠습니까?”
슬쩍 눈매를 좁혔다.
기왕 말을 꺼낸 마당이면 죄다 쏟아부을 작정이었던 듯 그가 다시 말한다.
“내 장점은 한번 옳다고 생각한 점에 대해선 뒤를 돌아보지 않는다는 겁니다. 아! 생각해 보니 그게 단점일 수도 있겠군요. 아무튼, 전 이미 진 회장님을 파트너로 정했으니 어지간한 논리로는 저를 설득하지 못할 겁니다. 그게 설사 진 회장님이라고 해도.”
순간 속에서 헛웃음이 뱉어졌다.
이제 보니 보통 인물인 정도가 아니라 범이었다는 생각이 뇌리를 스쳤거든.
어쩐지 대통령이 유례없이 그를 밀더라니.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었지 싶다.
“다 좋습니다만…….”
그 시점에 은근슬쩍 말을 뱉었다.
기대감 가득한 시선들.
잠시 머리를 긁적이곤 팩트를 때렸다.
“일전에 지금의 대통령님께도 이런 말씀을 드린 적이 있죠. 일단 대통령부터 되시라고.”
“…….”
***
부우우웅!
11월 11일.
나를 비롯한 군의 주요 장성들. 그리고 북한 재건위원들 중 일부는 북한 방문을 위해 판문점으로 향했다.
“충성!”
여전히 통제가 이루어지고 있는 출입국 관리소를 지나 우리가 향한 곳은 평양.
그사이 거치는 지역들은 사회 인프라 건설과 공단 조성으로 곳곳이 활기를 띄고 있었고, 막상 도착한 평양 거리 역시도 도시계획의 변경에 따른 건설 붐으로 온 동네가 난리도 아니었다.
끼익!
재건 위원회가 자리를 잡은 곳은 주석궁이었다.
규모를 가히 짐작할 수도 없을 정도로 광활한 대지와 그 위에 자리 잡은 거대한 규모의 건물.
지하에 있을 김일성 일가들은 아쉽겠지만 이제 이 넓은 땅들은 전부 재개발이 될 예정이다.
“어서들 오세요.”
우리의 도착 소식을 들은 김해웅 위원장은 이미 마중을 나와 있던 상태였다.
일이 꽤 고됐던 듯 전과는 비교조차도 할 수 없이 수척해 보이는 얼굴.
하긴, 산적한 일들을 죄다 처리하는 입장인 마당에 살이 붙는 다는 걸 기대할 수는 없을 거다.
“뭘 그렇게 열심히 보고 계셨던 겁니까?”
그의 책상 위엔 서류 더미들이 산처럼 쌓여있었다.
대부분이 새로이 구성될 북한 군부의 조직구성과 무장체계에 대한 보고서들.
아직은 군의 힘을 빌려 통제를 해야 하는 북한의 사정상, 그걸 최우선 선결 과제로 삼은 모양이다.
“북쪽 병력들의 무장체계는 어떻게 정리하시기로 하셨습니까.”
난 불현듯 그게 궁금하여 물었다.
채 자리에 앉기도 전에 뱉어진 질문이었던 탓일까.
김 의장은 벌써부터 머리가 아프다는 표정을 지어 보이곤 대꾸한다.
“일단 전차들은 꽤 많은 수량을 퇴역시킬 예정입니다. 이건 뭐 어지간하면 써먹으려 했지만 선군호와 폭풍호. 그리고 천마호를 제외하곤 거의 고철 수준이라서. 그나마 희소식이 있다면 그중 일부는 개수를 통해 DMZ 내 지뢰 제거 작업용으로 활용 할 예정이라는 겁니다.”
“그럼 북한 기갑부대에도 곧 미국이 공여한 M1 전차들이 운용되겠군요.”
“물론 앞서 나열한 전차들 같은 경우는 개량을 거쳐 지속적인 운용이 가능하지만, 그래도 전력 상승을 위해선 M1 시리즈도 보급하는 것이 현명하지 싶습니다. 문제는 M1 시리즈가 워낙 막대한 운용비가 소모된다는 것과 전혀 다른 사상을 가진 전차들을 함께 운용해야 한다는 부담감이죠.”
“일단 M1 시리즈의 경우 엔진 개수 작업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질 테니 운용비야 너무 걱정은 안 하셔도 될 겁니다.”
난 혹여 그가 지나친 걱정을 할까 싶어 정부가 내린 결정을 재빨리 알렸다.
그에게 있어선 꽤 기쁜 소식이었던 듯 대번에 화색을 밝힌다.
“그거 천만다행이군요. 말을 안 해서 그렇지, M1의 터빈 엔진 그거 진짜 기름 잡아먹는 귀신입디다. 참! 말이 나왔으니 하는 건데, 일부 중국 접경 지역엔 우리 군 기갑들이 일부 배치 될 예정입니다.”
그건 예상했던 부분이었던 터라 고개를 끄덕여 보이는 것으로 반응을 대신했다.
이후 줄줄이 이어진 대화 내용들은 이북지역 해군의 체계변화. 그와 더불어 육군과 공군의 무장체계 확립에 대한 부분들.
결국 내려진 결론은 해군은 우리의 함정들을 일부 인도하는 것으로. 그리고 육군과 공군의 낙후된 전력은 미국으로부터 공여 받은. 아니 공여를 빌미로 떠맡은 무장들을 갖추게 함으로써 최대한 작전 효율성을 끌어 올린다는 것이었다.
“그나저나 북한 특수부대들이 문제입니다.”
회의가 어느덧 2시간을 넘어갈 때쯤 김 의장이 넌지시 또 하나의 주제를 던졌다.
생각해보니 북한에 존재했던 특수부대원들의 수는 거의 20만에 육박한 수준.
물론 모두가 전투력이 출중한 것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기껏 남들과는 다른 훈련으로 단련된 존재들을 그냥 전역시켜버리는 것은 사실상 손해다.
“그래도 20만을 죄다 유지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누가 아니랍니까. 해서 저도 그들을 다 유지하는 것은 무리고 정예 6만 명 정도는 건져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특히나 향후 중국과의 충돌 가능성을 생각한다면.”
그 말도 일리는 있었다.
덕분에 한참을 고민하는 와중 김 의장이 내게 서류 한 장을 들이밀었다.
“그리고 나머지 14만 명은 치안유지 요원으로 복무를 시키면 어떨까 싶군요. 뭐 남쪽 식으로 하면 경찰 병력이 되는 거죠.”
“그것도 나쁘지는 않군요.”
듣고 있던 국방장관이 끼어들며 대꾸했다.
그 점에 대해선 나도 이견이 없었던 상태.
흔쾌히 고개를 끄덕이곤 내심 궁금했던 점을 질문했다.
“북한 군 지휘부들은 좀 어떻습니까.”
김 의장은 그 질문에 인상을 찌푸렸다.
통제가 쉽지 않을 것은 예상했지만 설마 그 정도로 심각한 건가 싶은 생각이 들 무렵, 그가 넌지시 웃음을 내비쳤다.
“지휘부는 사실상 통제에 문제 될 것은 없습니다. 이미 세상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는 그들이 더 잘 알고 있으니까. 문제가 있다면 그저 일선 부대 장교들과 그곳에 파견된 우리 장교들이 간혹 트러블이 일어난다는 점인데, 실은 염려하실 수준까지는 아닙니다. 대부분의 원인이 그저 일상적인 문화 차이에서 오는 것들 때문이니까.”
문화 차이야 어쩔 수 없는 거긴 하다.
아무리 한민족이라곤 하나 무려 반세기 이상을 분단된 상태로 살았는데, 그 정도 트러블이 없을 수는 없지.
내가 우려했던 부분이 아니라는 것에서 일말의 안도감을 느낀다.
“그나저나…….”
그때, 위원장이 뭔가 할 말이 있는 듯 뜸을 들였다.
순식간에 다들 긴장된 마음으로 그를 쳐다봤지만, 막상 이어진 그의 말은 우리가 걱정하던 주제와는 상관없는 종류의 것이었다.
“최근 올라온 북한 내부의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이 중국으로부터 생화학 무기와 관련된 자료들을 전수받았던 모양입니다.”
“생화학 무기요?”
대꾸를 한 이는 국방장관이었다.
꽤 심각한 주제였던 터라 사람들의 시선이 일제히 위원장을 향해 꽂혔고, 그는 한숨과 함께 말을 이었다.
“정확히는 생물학 분야의 연구결과라고 해야겠죠. 그동안 숨겨왔던 자신들의 바이러스 조작기술을 제공했던 모양인데, 왠지 전 그게 북한을 제 편으로 확실하게 끌어들이기 위한 수단 중 하나가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가능성은 충분한 이야기였다.
이젠 사방이 적으로 둘러싸인 중국으로서는 그나마 숨통을 틀 만한 곳은 북한밖에는 없었을 테니까.
그나저나 바이러스라면.
설마 그게 내가 알고 있는 그…….
“혹시 말입니다.”
잠시 스친 생각을 뒤로 한 채 입을 열었다.
내내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던 사람들과 위원장은 순간 나를 쳐다봤고, 난 넌지시 되물었다.
“그 바이러스가 정확히 뭔지 아십니까?”
위원장은 허공을 쳐다보며 기억을 끄집어내려 애썼다.
이내 튀어나온 단어는 코로나라는 이름.
난 재빨리 질문의 방향을 바꿨다.
“그럼 백신에 대한 보고는 없었습니까? 자고로 바이러스를 무기화 하려면 백신도 갖추고 있어야 하는 것이 정석 아닙니까.”
“그렇죠. 안 그래도 지금 그 이야기를 꺼내려던 참이었습니다. 조사를 해본 결과 해당 연구소에 백신 연구에 대한 데이터가 존재하는 상태더군요.”
순간 온갖 생각들이 교차 되었다.
백신이 존재한다는 것은 다행이긴 하지만, 과연 그게 효과가 있을지.
지금 거론되고 있는 바이러스가 내가 아는 그것일 경우, 엄청난 변이를 일으키는 괴물인데. 과연 저들이 만든 백신이 그에 대한 대응을 할 수 있는 것일지.
“지금 어디에 있습니까, 그 자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