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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무기도 만들어 드릴까요?-252화 (252/372)

#핵무기도 만들어 드릴까요? 252화

[전략핵을 대신할 것이라니, 대체 무얼 말하는 겁니까?]

리암은 의문에 찬 표정으로 대꾸했다.

대통령도 의아하다는 표정을 짓고 있는 것은 마찬가지.

마침 앞에 있던 종이 한 장을 끌어당기며 말을 이었다.

[현재 재우는 반경 60킬로미터를 원시시대로 되돌릴 수 있는 EMP탄을 개발 중에 있습니다. 만약 그걸 이스라엘이 보유하게 되면 전술핵과 더불어 또 하나의 확실한 억지력을 가지게 될 겁니다.]

[······반경 60킬로미터 급이라고요?]

놀라긴 했지만 그렇다고 만족스러운 표정은 아니었다.

뭐 이해 못할 바도 아닌 것이 비전문가들 입장에선 EMP의 비중이 전략핵에는 미치지 못하니까.

[오해하신 모양인데, 저희가 개발 중인 EMP탄은 기존과 그 궤를 달리합니다.]

하지만 EMP탄이라고 해서 다 같은 수준의 것은 아니다.

이걸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한참을 고민하던 끝에 난 결국 기술적인 부분은 다 재껴두고 그가 이해하기 쉬운 것들만을 취합하여 말했다.

[전자기펄스가 반경 60킬로미터 급에 이른다는 것은 전술핵 급의 고위력 탄두기술이 필요합니다. 한데 우린 굳이 핵물질을 사용하지 않는 상황에서도 그에 준하는 고위력 탄두기술을 확보했죠. 해서 고에너지의 전자방출 또한 기존 비핵 EMP들과는 차원이 다릅니다.]

[······.]

나름 쉽게 설명한다고는 했음에도 리암은 좀처럼 이해하지 못한 표정이었다.

결국 나 역시 준비했던 설명들을 싹 비워 버린 채 그가 가장 쉽게 알아들을 만한 말로 대처했다.

[쉽게 말해서 공중에서 전술핵이 폭발했을 경우와 같은 수준의 전자기펄스 방출량을 확보했다는 소립니다.]

“맙소사!”

그 말에 소리친 것은 대통령이었다.

슬쩍 시선을 주자 그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되묻는다.

“정말입니까?”

“네, 중국과의 충돌을 감안하여 우리 연구진들이 밤낮 없이 고생을 좀 했습니다.”

“아니, 내 말은 재래식 폭약기술로 전술핵에 준하는 고위력 탄두개발이 가능하느냐는······.”

“정확히는 폭발력만을 증폭시키는 방식은 아닙니다. 단지 상온초전도 기술을 응용한 펄스 증폭을 유도해낸 것이죠.”

대통령의 눈동자가 심하게 떨려왔다.

웃음과 함께 고개를 돌리자 리암 역시 턱을 한자는 떨어트리고 있는 상태.

이로써 리암을 설득하는 것에는 문제가 없게 된 셈이긴 하지만, 난 보다 확실히 그의 결심을 굳히기 위해 설명을 보탰다.

[앞서 말했지만 중동은 그야말로 화약고입니다. 해서 언젠가는 전술핵이 쓰일 가능성도 큰 것이 현실입니다.]

[······.]

[하지만 만약 우리가 개발한 EMP가 있다면 굳이 비난을 감수하면서까지 핵을 사용할 이유는 없죠.]

[······.]

[아! 물론 EMP라고 해서 비난을 피할 수 없습니다. 다른 걸 떠나서 민간인들이 받는 피해가 가히 상상을 초월할 테니까. 하지만 그게 과연 핵이 터졌을 때에 비할까를 생각한다면······ 뭐 결론은 난 셈이죠.]

리암은 반짝 눈을 빛냈다.

하지만 완전히 마음을 굳힌 것은 아닌 느낌.

난 결국 마지막 카드를 던졌다.

[혹시라도 조건이 부족하다고 느끼신다면 카드 한 장을 더 쥐여드리죠.]

[······.]

[제가 회장님의 편에 서 드리겠습니다. 쉽게 말해서······.]

난 뱉어내던 말을 멈춘 채 잠시 대통령을 쳐다봤다.

그의 앞에서 과연 이런 말들을 해도 되는 건가 싶은 마음에.

하지만 그의 고개는 곧바로 끄덕여졌고, 난 어색한 웃음과 함께 다시 말을 이었다.

[오바마 대통령을 밀어내겠다는 회장님의 뜻에 제가 힘을 보태겠다는 겁니다.]

[······.]

리암은 비로소 환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이내 이유를 묻는 그의 말이 날아들었고, 난 별스럽지 않다는 표정과 함께 대꾸했다.

[솔직한 그가 물러나는 것이 우리로서도 이익이니까요.]

이후 리암은 한참 동안 고민에 빠진 얼굴로 중얼댔다.

얼마의 시간이 지났을까, 생각이 정리된 듯한 표정과 함께 그가 벌떡 자리에서 일어섰다.

[······.]

[왜 그렇게들 보십니까. 딜이 성사됐으니 곧 입항할 미 태평양 함대를 맞으러 가야죠.]

[······.]

그는 당황하는 우릴 향해 웃어 보였다.

이내 정말 당장에라도 움직이기라도 하려는 듯 수트를 챙기며 다시 말한다.

[약속대로 미 태평양 함대는 20개의 전략 핵탄두만을 수거해갈 겁니다. 그리고 대외에도 그게 북한이 보유했었던 총량이라고 발표를 할 거고요.]

[일본은 어쩔 생각입니까.]

난 기왕 말이 나온 김에 그 부분을 거론했다.

막말로 일본 같은 나라가 그 발표를 믿을 리가 없으니까.

그때, 리암이 꽤 의미심장한 말을 던졌다.

[아직도 일본을 의식하는 겁니까?]

[······.]

[앞으로 커질 한국의 위상이면 이제 일본은 그만 의식해도 될 거라는 말입니다.]

[······.]

[솔직히 이제 일본이 뭘 할 수 있겠습니까. 경제는 이미 우리 유대인들과 진 회장에게 멱살이 잡혀 있는 상태고, 군사 분야는 더 말할 것도 없고. 참고삼아 말하지만, 미국의 동아시아 전략도 이제는 완전히 한국을 위주로 돌아가고 있습니다.]

[그렇다 해도 땡깡 피우는 애들은 피곤한 법이니까요.]

난 웃으며 대꾸했다.

피식 마주 웃어 보인 리암은 별스럽지 않다는 투로 말을 이었다.

[일본이 한국의 핵무장을 계속해서 우려하면 그 걱정을 덜어주면 그만이죠.]

[······.]

[미국이 핵우산을 제공하면 그뿐 아닙니까.]

[그거야 지금까지도 그래왔지 않습니까.]

[그렇죠. 지금까지 그래왔으니 계속해서 그러겠다는 겁니다. 솔직히 그들에게 그 이상 뭐가 또 필요하죠?]

그 말에 대통령과 난 동시에 쓴웃음을 내뱉었다.

통쾌하기는 하다만,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저건 우리에게도 해당되는 사항이었거든.

이래서 나라가 힘이 있어야 하는 거다.

[그리고······.]

연신 올라오는 씁쓸함을 다독이던 와중 리암이 다시 입을 열었다.

왠지 말을 주저하는 태도에 고개를 갸웃하자 그가 내키지 않는 진실을 전한다는 듯한 표정으로 말을 잇는다.

[솔직히 일본에 핵이 없다고 장담할 수야 없죠. 진 회장도 아시다시피 일본이 보유한 플루토늄의 양이 얼마며, 그동안 분실한 양은 또 얼맙니까. 설사 완성품은 없다 해도 정작 중요한 순간이면 언제든 등장할 가능성이 크다고 봅니다.]

그건 틀린 말이 아니었다.

워낙 음흉한 족속들이기에 겉으로는 아닌 척을 하고 있지만 속사정이야 또 모르지.

최악의 순간이면 그들도 떡하니 본색을 드러낼 가능성이 크다.

[그럼 전 곧 도착할 미 태평양 함대를 맞으러 부산항으로 가보겠습니다.]

목적을 이룬 리암은 일을 서둘렀다.

이후 우린 청와대 본관 입구까지 그를 배웅했고, 멀어지는 그의 차량을 보던 대통령은 뭣 때문인지 나와 리암의 차량을 번갈아 쳐다봤다.

“왜 그러십니까?”

“리암 회장 말입니다. 새삼 무서운 존재라는 생각이 드는군요.”

“······.”

“한 나라의 대통령을 제 손으로 끌어 내릴 수 있는 존재. 그 정도 힘이 있는 사람이 무섭지 않다면 누가 무섭겠습니까.”

어색한 미소로 대꾸를 대신했다.

따지고 보면 나 역시 그에 동참을 하고 있는 입장인 마당에 딱히 할 말이 있어야지.

그때, 대통령의 말이 다시 이어진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진 회장님도 무섭긴 마찬가지군요.”

슬며시 돌아서며 다시 그를 쳐다봤다.

시선을 피한 그는 허공을 쳐다보며 말한다.

“한 가지 바람이 있다면 진 회장께서 끝까지 현명함을 잃지 않았으면 하는 겁니다.”

“······.”

“솔직히 진 회장께서 딴 마음을 품으면 그건 이 나라에 재앙이 될 테니까.”

“······.”

***

[국회는 오늘 정부의 요청에 따라 통일법안을 통과 시켰습니다.]

2012년 7월.

통일 한국의 기틀이 될 법안들이 줄줄이 국회를 통과했다.

명목상 흡수통일 형식을 갖추다 보니 북한 주민들을 대상으로 한 정책들은 대부분 남한 정부의 결정을 따르게 된 상황.

그로 인해 북한 내부에서는 재건 위원회가 최고 의결 기구로 자리 잡았고, 김해웅 위원장을 중심으로 한 본격적인 개혁이 실시 되었다.

[정부는 향후 7년간 남북 간 주민들의 이동을 제한하기로 했습니다. 그에 따라 북쪽 지역 주민들의 남한 내 유입은 반드시 정부의 허가가 필요하고······.]

가장 먼저 발표된 것은 이동의 제한이었다.

북한 주민들의 입장에서 보면 불합리한 결정이기는 해도 혼란을 막기 위해선 어쩔 수 없는 상황.

그렇다 해도 이쪽에서 북한 지역을 향한 관광은 물론 실향민들의 대북 방문은 허용이 된 터라 딱히 불만은 발생하지 않았다.

[재우 그룹을 비롯한 재계 총수들의 대북 진출 결정이 본격화 되었습니다.]

우리 기업들의 대북 투자는 그야말로 물밀 듯 이어졌다.

어디 우리뿐일까, 정부에 투자의향서를 전달한 해외 기업들의 수만도 벌써 수천에 달할 정도.

그중 가장 눈에 뜨인 것은 애플의 행보였는데, 역사와는 달리 이제 삼정 파운드리와 손을 잡은 애플은 북한 지역에서의 생산체제 구축에 사활을 걸었다.

“테슬라의 유럽 수출 물량은 북한 지역에서 소화하는 것으로 하죠.”

그에 뒤질세라 나 역시 테슬라의 제3공장과 대규모 배터리 공장들을 북한에 설치하기로 결정했다.

양질의 노동력. 그리고 곧 연결될 유라시아 철도를 통한 물류비용의 절감.

그게 나만의 생각은 아니었던 듯 이후 같은 목적을 가진 다국적 기업들이 줄줄이 몰려들기 시작했고, 그로 인해 북한을 생산기반으로 예정한 다국적 기업들의 수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다.

[통일 정부는 개성공단을 비롯하여 북한 내 10여 개 지역에 대규모 공단건설을 계획 중입니다. 전문가들의 예상에 따르면 이로써 향후 5년 안에 중국과 인도의 뒤를 이어 제3의 산업생산 규모를 갖출 것으로······.]

[러시아 정부는 오늘 부산까지 이르는 유라시아 철도의 구축을 우리 정부와 공식적으로 합의했습니다.]

러시아는 철도 연결을 서둘렀다.

하긴, 그게 연결됨으로써 얻어지는 이익이 얼마인데.

어디 러시아만 이익을 볼까?

가뜩이나 북한 지역 인프라 구축으로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던 우리 건설업계가 철도구축의 주축을 이루다 보니 인력난마저 발생할 지경이었다.

[북한 재건 위원회는 오늘 통제선 이북지역 군의 의무복무기간을 2년으로 확정했습니다.]

인력난의 해소는 군을 강제로 전역하게 된 수십만의 북한 군인들이 한몫했다.

물론 잉여인력이 어디 그들뿐일까 만은.

전 국토가 온통 건설 붐이 일어나는 것은 물론, 막대한 생산인력들마저 필요한 상황이다 보니 우려와는 달리 북한 주민들의 일자리 창출문제가 그리 큰 부담으로 다가오지는 않았다.

[재우그룹은 오늘 메이저 곡물 회사인 카길과 곡물 안정 제공 협력을 추진 중입니다.]

난 한동안 발생할 식량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방편 중 하나로 메이저 곡물 사와 협정을 체결했다.

굳이 카길을 선택한 것은 일석이조의 효과를 누리기 위해서.

사실 미국 내의 곡물 수출지역은 대부분 전통적으로 공화당의 텃밭인데, 그렇게 되면 당연히 공화당을 보다 확실하게 우리 쪽으로 끌어오는 결과를 맞을 수 있지 않던가.

[오늘 나로도에서는 한국형 우주 발사체의 실험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졌습니다.]

2012년 9월.

그동안 러시아로부터 이전받은 기술을 토대로 한 대 추력 우주 발사체가 드디어 창공을 날았다.

동시에 재우의 위성 확보사업도 그 첫 결실을 맺은 순간.

계획에 따르면 향후 2년간 총 30개에 달하는 위성을 쏘아 올릴 예정인데, 이로써 우리 군은 자체 정찰 자산을 완벽하게 확보하게 될 기틀을 마련한 거다.

[감회가 새로우신 모양이네요.]

솟아오르는 발사체를 지켜보던 나를 향해 나타샤가 넌지시 말했다.

당연하다는 표정을 지어 보이곤 다시 시선을 거두려는 차, 불현듯 예전 그녀가 보냈던 문자가 떠올라 되물었다.

[참, 내게 할 말이 있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네?]

나타샤는 부쩍 당황한 듯한 표정으로 우물쭈물했다.

대답을 재촉하려는 차, 갑자기 주머니에 있던 휴대폰이 진동한다.

[잠시만.]

확인된 번호는 청와대였다.

의아한 마음에 양해를 구하곤 재빨리 통화 버튼을 누르자 저편에서 느닷없는 대통령의 식사 초대 제안이 날아든다.

-진 회장님, 혹시 바쁘시지 않다면 오늘 저녁 식사라도 함께 하시죠.

“······.”

-예정대로면 곧 대선을 치러야 할 것 아닙니까. 해서 곧 그걸 공표할 생각인데, 이번에 여당 대표로 대선에 나설 임동직 의원께서 진 회장님과 식사나 했으면 싶어 하는군요.

“대선을······ 치르겠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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