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핵무기도 만들어 드릴까요?-249화 (249/372)

#핵무기도 만들어 드릴까요? 249화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현재 KNC는 전시 특별방송을 송출 중에 있습니다.]

개전 6일째.

방송에선 연일 이번 전쟁에 대한 소식들이 전해져 오고 있었다.

[한때 이어지던 사재기 행렬이 사라졌습니다.]

가장 처음 들려온 것은 한때 나마 혼란스러웠던 사회가 완전히 안정을 되찾았다는 소식.

그건 아마도 대한민국 안에서는 전쟁을 피부로 느낄 수 있을 만한 피해가 없었다는 덕분이기도 하겠지만, 속속들이 들려오는 승전보도 한몫했을 거다.

[현재 7기동군단 산하 예하 부대들은 평양 곳곳에서 안정화 작업에 돌입했습니다.]

이후 들려온 것은 전황에 관한 것들이었다.

이틀 전 점령에 성공한 평양은 우리 군의 통제 아래 일상을 지속하고 있다는 것부터 시작해서 함경북도까지 밀려간 잔존 세력들의 저항 소식. 그리고 금강산 일대에서 고립된 북한 제1 전열군단과 우리 2군단 병력들과의 교전 소식까지.

정황상 앞으로 사흘이면 이 전쟁은 끝을 맺을 거라는 것이 대부분의 방송에서 내놓은 예측이었는데, 난 사실 아무리 길게 잡아도 이틀을 넘지 않을 거라 생각한다.

“북 1군단이 방금 전 전면 투항했답니다.”

가장 골칫거리였던 1군단이 투항한 상황이면 사실상 더는 문제 될 것이 없거든.

“다행이군요. 그들이 자칫 예전 빨치산처럼 산에 짱박힌 채 게릴라전을 주도한다면 그걸 정리하는 것이 꽤 골치 아팠을 테니까요.”

국방장관은 그 말에 동의한다는 듯 마주 웃어 보였다.

전에는 볼 수 없었던 환한 미소.

아마 그도 곧 다가올 통일의 꿈에 부풀었던 모양인데, 그 마음이야 백번을 이해하고도 남는다.

비록 지금은 장관의 역할을 맡고는 있지만 한때 그 역시 군인이었던 존재였고, 이 나라 군인의 존재 목적 중 하나가 통일이었으니까.

벌컥!

그때, 합참의장이 벙커의 문을 열고 들어섰다.

대통령과 함께 지상으로 올라간 지 고작 2시간 만에 다시 보는 얼굴.

한데 뭣 때문인지 이토록 좋은 소식들이 줄줄이 들려오고 있는 상황에서도 그의 미간은 잔뜩 좁혀져 있었다.

“진 회장님. 아무래도 함께 지상으로 올라가셔야 할 것 같습니다.”

“…….”

낌새로 봐선 중국과의 대화가 원활하지 못한 모양이었다.

하긴, 앞으로 완충지를 잃어버릴 저들의 저항을 꺾어 놓기가 쉽지는 않겠지.

하지만 우리 역시 배수의 진을 쳐야 하는 것은 마찬가지다.

“가시죠.”

난 곧장 몸을 일으켜 합참의장의 뒤를 따랐다.

며칠 만에 보는 햇빛이던가.

아픈 눈을 비비며 차에 오르려는데, 휴대폰에서 끊임없이 문자 알림이 울려댄다.

-부모님 걱정은 하지 마라. 뭐, 지금 네 입장에서 식구들 안부를 궁금해 할 틈이나 있겠느냐만은.

가장 처음 떠오른 문자는 현철로부터 온 것이었다.

날짜는 정확히 개전 첫날.

왠지 미안한 마음에 쓴웃음이 튀어나온다.

솔직히 내 소식을 알리려 한다면야 방법이 없었을까.

결국엔 무심했던 내가 죄인인 거지.

-회장님, 식사는 거르시면 안 됩니다.

이후의 확인하지 못했던 문자들은 대부분 김 비서를 비롯한 회사 식구들로부터 날아온 거였다.

유독 눈이 갔던 것은 희원이 놈과 성호 놈이 보낸 문자들.

하루도 거르지 않던 놈들의 저주는 바로 어제까지 이어졌다.

-야 이, 시발…… 우린 대체 무슨 죄가 있어서 전쟁까지 난 상황에서도 일이나 해야 하냐.

-진 회장 이 새끼, 설마 혼자서 외국으로 튄 건 아니겠지?

“음…….”

실소를 내뱉으며 화면을 끄려 했다.

띠링!

그때 날아오는 또 하나의 문자.

이걸 대체 어떻게 한 거지?

문자에 웬 러시아어가 잔뜩 적혀져 있다.

-Мне есть что сказать, когда я увижу тебя снова.

“나타샤?”

분명 나타샤의 번호였다.

한데 왜 굳이 내가 알아보지도 못할 러시아어를 이리 남발한 걸까.

답답한 마음에 즉시 전화를 걸려는 차, 합참의장의 말이 넌지시 날아든다.

“소식 들으셨습니까?”

“…….”

“데프콘 2가 발령되기 직전, 여야 의원들 중 몇몇이 가족들을 비밀리에 출국시켰답니다.”

“…….”

“더 황당한 것은 유력 언론사 대표 가족들의 행태인데, 회사에 위장 취업을 하면서까지 출국했다더군요. 취재를 핑계로 말입니다.”

절로 웃음이 나왔다.

딱히 예상하지 못했었던 결과는 아니니까.

별다른 대꾸 없이 고개를 끄덕여 보이자 의장이 허탈한 웃음과 함께 다시 말한다.

“우습죠. 그랬던 자들이 이젠 입국을 위한 전세기를 보내달라고 각국 주재 공관에 떼를 쓰는 모양입니다.”

“전쟁의 양상이 예상과는 달랐으니까요. 그래서 어떻게 하셨습니까?”

“어차피 하늘길이 막혀 있는 마당에 그게 가능하지도 않을뿐더러 대통령님께선 설사 전쟁이 끝난다 해도 쉽게 입국을 허용하시지도 않을 겁니다.”

“그게 가능하겠습니까?”

의아한 마음에 되물었다.

히죽 미소를 내비친 합참의장이 이를 앙다물며 대꾸한다.

“어차피 지금은 전시특별법이 적용되는 시기 아닙니까. 그거야 정부가 마음먹기 나름이죠.”

순간 속이 뻥 뚫리는 기분이 들었다.

누구는 피를 흘려가며. 그리고 또 누구는 그걸 뒷받침하려 애쓰고 있는 마당에 기껏 택한 선택이 도주였다?

그 선택의 결과는 이제 그들이 감당할 몫인 거고, 그게 쉽게 떨쳐낼 불이익은 아닐 거다.

그들 스스로가 버린 나라가 끝내 그들을 지켜 주리라는 착각은 버려야지.

***

벌컥!

정부청사에 도착한 합참의장과 나는 곧장 중국 측 대사가 기다리고 있던 방으로 향했다.

2년 전 한국으로 왔다던 그의 이름은 장웨이.

거의 반평생을 한국과 연관된 직책에 있었던 덕분인지 그와의 대화는 딱히 무리가 없었다.

아니, 이건 뭐 한국 사람과 대화를 하는 기분이랄까?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진현승 회장님.”

“별 말씀을요.”

말투와는 달리 처음부터 강렬한 눈빛이 오고 갔다.

뭐 상황이 상황인 탓에 그거야 어쩔 수 없는 일.

굳이 시간을 빼앗기지 않겠다는 듯 이후 그는 곧장 본론을 끄집어냈는데, 처음부터 꽤 큰 주먹이 날아온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죠. 상황이 이렇게 된 이상 우리도 한국의 통일을 반대하지는 않겠습니다. 단, 평안북도에서 시작하여 함경북도까지 이어진 우리와의 국경 이남에 완충지대를 설치하기로 하죠.”

“…….”

“뭐 쉽게 말하자면 현재 남북 간에 존재하는 DMZ 같은 구간을 두자는 겁니다.”

난 그 말에 코웃음을 쳤다.

왜 굳이 그런 어리석고 황당한 결정을 내린 건지는 몰라도 솔직히 저건 우리가 바라는 일이기도 하거든.

통일 이후 야금야금 파고들어 오며 우리와 치를 영토분쟁. 그리고 또 무수한 수가 넘어와 골치를 썩일 불법 체류자들을 생각하면 차라리 그 편이 나으니까.

“흠…….”

하지만 저 말엔 함정이 숨어 있다.

방금 그는 분명 현 국경선 이남에 완충지대를 설치하자고 한 상태.

결국 지들 땅은 단 한 뼘도 손해를 보지 않겠다는 뜻이 아니던가.

“왜 하필 이남입니까.”

“흠흠.”

장웨이는 불시에 치고 들어간 내 질문에 헛기침을 했다.

얼씨구나, 하고 받아들일 거라는 예상과는 다른 반응에 당황스러웠던 거겠지.

잔뜩 얼굴을 붉힌 그가 뱉어냈던 말을 수습한다.

“뭐 그거야 서로 조율을 하면 되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나저나 우리 제안이 한국 정부 입장에서도 이익일 텐데요? 차후 우리와 일어날지 모를 국경분쟁을 미연에 방지하는 차원에서 본다면.”

“…….”

“막말로 두 나라가 합의하에 국경선을 확정하는 마당이면 차후 분쟁이 일어날 가능성이 적어지지 않겠습니까.”

말투로 봐선 역시 차후 일어날 국경분쟁을 배제하지는 않고 있던 모양이었다.

하긴, 야금야금 남의 땅을 파먹는 것이야 저들의 오랜 습관인 마당에.

한 가지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은 그걸 생각하면 오히려 저들은 완충 자대를 주장해서는 안 된다는 거다.

막말로 미리 선이 그어지면 땅 파먹기는 그만큼 더 어려워지니까.

“분쟁을 방지하자는 말은 이해가 갑니다만, 그러면 두 나라 사이의 교류를 꽤 많은 부분에서 방해할 텐데요? 정신적인 부분에서나 실제적인 부분에서나.”

“어차피 두 나라의 교류야 마음만 있다면 철책 따위가 있다고 상관이 있겠습니까?”

대꾸를 하는 장웨이의 얼굴은 꽤 초조해 보였다.

‘이것 봐라?’

순간, 스치는 생각 하나.

그건 어쩌면 저들이 지금 겁을 집어먹은 것이 아닐까 싶은 거였다.

쉽게 말해서, 우리가 오히려 지들 영토를 넘볼까 싶은.

아마 무리한 추측은 아닐 거다.

통일 이후의 한국은 그야말로 거대한 세력으로 발돋움할 국가.

이후 10년만 지나면 중국이 감히 넘볼 수 없는. 아니 오히려 겁을 내야 하는 상황인데, 그때 가서 우리와의 영토분쟁이 부담스럽지 않을 리가 없다.

“거절하겠습니다.”

이유가 그거라면 거절하는 것이 맞다.

솔직히 미래가 어찌 될지 알고.

만약 중국이 무너지는 경우, 우리도 고토회복의 욕심을 부리지 말라는 법은 없지 않던가.

“진심입니까?”

당황한 장웨이는 나를 한참이나 노려봤다.

일말의 흔들림도 보이지 않자 그가 다시 진득한 경고의 말을 날린다.

“그럼 우리도 우리의 주권 보호를 위해서 나서는 수밖에요.”

“말에 어폐가 있군요. 우리가 언제 중국의 주권을 침해했다는 겁니까.”

빙글거리며 뱉어낸 말에 장웨이의 얼굴이 잔뜩 불거졌다.

딱히 할 말이 없었던 걸까, 이내 그는 안드로메다에서나 통할 정도의 황당한 주장을 뱉어냈다.

“북한이 더는 존재하지 않는 것 자체가 우리의 주권을 침해하는 거요. 물론 사태를 그렇게 만든 것은 한국이고. 하면 우리로서도 개입할 명분이 충분하지 않겠소? 더군다나 북한에서 직접 개입 요청까지 온 상황이면 더더욱.”

“착각하시고 계시는 모양인데, 먼저 공격한 것은 분명 북한입니다. 즉, 우린 엄연히 원칙에 따라 대응을 한 것뿐이고 통일은 그 과정에서 주어지는 대가일 뿐이죠. 그리고 북한에 지금 정권이 어디 있다고 동맹국에 개입을 요청한다는 말입니까?”

난 즉시 반박했다.

순간 그의 얼굴에 슬며시 미소가 지어지는가 싶더니 곧바로 예상치 못했던 말이 날아든다.

“백두혈통의 계승자 중 하나가 살아 있다는 걸 잊으셨습니까?”

“…….”

“김정남. 그가 우리에게 자신의 조국 수호를 요구했소.”

그 말에 헛웃음을 뱉었다.

그러자 발끈한 장웨이가 다시 말한다,

“북한에선 엄연히 백두혈통이 정권을 계승하는 것이 그들의 규칙이오. 아! 물론 그게 딱히 법으로 정해지지는 않았죠. 그리고 서방의 입장에서야 이해를 못하겠지만 그게 북한의 체제고 우린 그 체제를 인정하고 있소.”

순간 다시 느껴진 것은 저들의 조급함이었다.

차후 우리와의 영토분쟁 가능성을 확인한 이상 차라리 지금 그걸 막아내겠다는.

난 딱히 대꾸를 하지 않은 채 합참의장을 쳐다봤고, 그는 준비해온 가방에서 사진 한 장을 꺼내어 장웨이에게 들이밀었다.

“이건 예전 호르무즈 해협에서 우리가 발견한 중국의 수중 드론입니다.”

“…….”

장웨이는 순간 움찔했다.

상관하지 않은 채 의장의 말이 다시 이어진다.

“만약 당시 사건이 전 세계에 알려지면 중국은 꽤 난처한 상황에 처하게 될 겁니다. 일본은 물론 대만까지 그 사건의 피해자인 상태니까.”

“…….”

장웨이는 태연하게 우릴 쳐다봤다.

마치 그 정도 증거쯤은 충분히 뭉개버릴 자신이 있다는 듯.

짜증스러운 마음에 내가 다시 나섰다.

“그 정도로는 모자란 모양인데, 그럼 혹시 중국 군부로부터 보고는 받으셨습니까? 현재 우리 해군 전력 대부분이 서해상에 집결 중이라고. 아마 명령이 떨어지면 언제라도 중국 해군의 씨를 말려버릴 준비가 되어 있을 겁니다.”

“…….”

표현이 거슬렸던 듯 장웨이의 눈이 한껏 가늘어졌다.

그 순간 난 의장에게서 받은 사진 한 장을 더 그에게 건넸다.

“참고로 이건 불과 1시간 전에 찍은 위성사진입니다. 보시다시피 러시아 군대가 중국과의 국경선에 무려 2천 대의 전차를 전개하고 있습니다.”

“러시아가 왜…….”

장웨이는 비로소 부쩍 당황한 기색을 보였다.

그래, 바로 저 표정을 기대했었지.

이제야 협박이 좀 먹혀들 모양새다.

“러시아와 대한민국은 몇 개월 전 군사협력 조약을 맺었습니다. 그 조약안에는 만약 한반도에서 우리와 러시아의 공동이익에 반하는 분쟁이 발발하는 경우. 해서 우리의 요청이 있을 시엔 러시아 군이 개입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조항이 있죠.”

“…….”

“게다가 지금 미 태평양 함대가 곧 도착합니다. 중국이 과연 러시아와 한국, 그리고 미국까지 버텨낼 재간은 있습니까? 아! 그 경우 대만도 대륙 진출을 꿈꿀 수가 있으니 그쪽도 꽤 신경 쓰이겠군요.”

장웨이의 얼굴은 순식간에 핼쑥해졌다.

기회를 노린 듯 합참의장이 마지막 사진을 꺼내 보였다.

“이건…….”

“현무죠. 무려 7천 발에 달하는…… 우린 만약 중국이 개입할시 이 현무들을 단 한 발도 남김없이 중국 땅에 쏟아부을 겁니다.”

“…….”

순간 장웨이의 목울대가 격하게 내려갔다가 올라왔다.

피해 규모를 상상하기라도 하는 듯 이후 한참을 멍한 표정을 짓던 그는 와락 인상을 찌푸리며 대꾸한다.

“그 경우 우리라고 가만히 있겠습니까? 아마 그렇게 되면 중국에선 핵 발사를 고려할 거요. 설사 미국에서 그 대응으로 우리에게 핵을 떨어트린다 해도.”

그 말에 합참의장과 내가 동시에 웃어 보였다.

곧 고개를 갸웃하는 장웨이를 향해 난 툭 하고 한마디를 던졌다.

“글쎄요, 미국의 핵까지 필요가 있을까 싶군요.”

“…….”

“대사께서 지금 주지하셔야 할 점은 북한의 핵이 아직 미국의 손에 넘어가지 않았다는 겁니다.”

“…….”

“다시 말해서 중국에서 핵을 쏘는 경우 미국에서보다 한반도에서 먼저 핵이 날아갈 거라는 말입니다. 그것도 전략핵이.”

“무슨 말도 안 되는…… 핵 발사 코드도 없이 그게 가능할 것 같습니까?”

장웨이는 연신 마른 침을 삼키며 반박했다.

웃으며 그의 눈을 똑바로 쳐다봤다.

“누가 그럽니까, 우리에게 핵 발사 코드가 없다고.”

“…….”

“대사께서는 전략전술에 대해 잘 모르시는 모양인데, 핵을 가진 나라와 전쟁을 치를 경우 상대국 군대가 가장 먼저 할 일이 뭘 것 같습니까.”

“…….”

“참고로, 우리가 정말로 핵을 발사하는 경우 미국처럼 소심하게 한 발에 그치지는 않을 겁니다.”

“…….”

“생각해보세요. 우린 단 한 발의 전략핵만 맞아도 나라가 망하지 않습니까. 하니 공평성을 위해선 우리도 있는 핵을 다 쏟아부어야 옳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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