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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무기도 만들어 드릴까요?-246화 (246/372)

#핵무기도 만들어 드릴까요? 246화

“거점 확보 완료.”

긴급구조명령 받고 신포로 날아온 강채훈 일행은 즉시 본부에 무전을 날렸다.

이후 그가 주시한 것은 고립된 특전사들의 임시 거점을 향해 몰려들고 있는 적 병력들의 규모.

전해진 소식에 따르면 425훈련소. 즉, 옛 425기계화 군단 소속의 일부 병력들이라고 하는데, 애초 정주에 거점을 두고 있는 저들이 이렇듯 신포까지 진출을 한 것은 이곳이 얼마나 중요한 방어지역인지를 방증하는 것일 터다.

“이거 후방 교란으로 고립된 병력들이 빠져나갈 시간을 벌어주는 작전밖에는 방법이 없겠는데요?”

적의 동향을 주시하던 장동건의 얼굴엔 난처하다는 빛이 엿보였다.

그도 그럴 것이, 눈에 보이는 적 병력들의 수만도 거의 한 개 여단급 규모.

더군다나 기계화 부대임을 증명하듯 무장 수준 또한 만만치가 않은 상태고.

그나마 그들도 중장갑을 장착한 상태기에 후방 교란이라는 작전이라도 생각해낸 거지, 아니었다면 아마 두말없이 후퇴를 결정했을 거다.

쿵!

순간 강채훈이 들고 온 무장을 재 탈착하기 시작했다.

갑작스러운 그의 행동에 장동건은 물론 대원들 모두가 빤히 그를 쳐다봤지만, 그는 여전히 무장 박스에만 시선을 고정한 채 대원들을 향해 말했다.

“작전을 수립했으면 한시라도 빨리 실행해야지.”

“…….”

“그나마 지금은 고립된 특전사 병력들이 지형지물을 이용하여 버티고는 있지만, 저 대부대가 본격적으로 화력전을 시작하면 몰살은 시간문제야.”

그 말에 대원들도 비로소 박스를 향해 다가왔다.

기다렸다는 듯 강채원의 지시가 이어진다.

“장동건과 정희용. 그리고 강초원은 대전차 터렛으로 무장을 교체한다. 그리고 나를 포함한 나머지 인원들은 40밀리 대신 여기 있는 80밀리를 이용하여 뒤편에서 화력 투사를 실시하는 것으로…… 참고로 대전차 방어 팀은 동시 교전 시스템을 이용하는 편이 좋을 거야. 아무리 장비 수준이 떨어지는 북한군이라도 미사일이 날아오는 순간 대응 사격까지 걸리는 시간이 그리 길지는 않을 테니까.”

“넵!”

지명된 대원들은 명령이 떨어짐과 동시에 교전 시스템을 재조정했다.

철컥!

“터렛 교체 완료.”

이후 그들의 어깨에 자리한 것은 텅스텐 관통자를 내장한 40밀리 터렛.

몇몇은 만일의 사태를 대비하려는 듯 이미 장착하고 잇던 기본형 40밀리까지 챙겨 들었는데, 강채훈도 그 부분에 대해서는 굳이 상관하지는 않았다.

그게 제 몸을 지키기 위한 수단임을 잘 알고 있으니까.

철컥!

“후우…….”

자신의 어깨에 80밀리 터렛을 끼워 맞춘 강채훈은 긴 한숨을 내쉬었다.

난생처음 대장이 긴장하는 모습을 봐서일까, 대원중 하나가 넌지시 그를 향해 묻는다.

“대장님도 긴장감이라는 것을 느끼시기는 하는 모양이군요.”

“그럼 나라고 삶과 죽음의 경계가 두렵지 않을까. 게다가 우리 손에 특전사 병력들의 목숨까지 달려 있는 상황인 마당에.”

대원은 그 말에 어색한 미소를 내비쳤다.

뒤이어 자신의 어깨에 80밀리를 얹어 놓던 그는 무슨 생각에선지 슬며시 인상을 찌푸린다.

“그나저나 한 사람당 고작 3발에 불과한 80밀리 미사일들로 밀려드는 저 많은 북한 병력들을 저지하는 것이 가능하기는 할까요?”

그건 강채훈도 얼핏 해본 생각이었다.

광범위하게 퍼져서 접근하는 적 병력들을.

그것도 고작 십 수발의 80밀리 미사일 정도로 과연 얼마만큼의 시간 동안 저지하는 것이 가능할까, 싶은.

하지만 위로가 될 만한 것이 있다면 그들이 지금 장착한 80밀리는 단순한 고폭탄이 아니라는 점이다.

80밀리라는 구경과는 어울리지 않게 그 안에 작은 자탄들을 빼곡하게 박아 넣은 소형 집속탄.

크기가 워낙 작다 보니 그 효용성만큼은 장담할 수는 없지만, 그나마 이 상황에서 믿고 작전에 나설만한 유일한 수단이기에 믿을 밖에는 방법이 없다.

“글쎄, 그거야 까봐야 알겠지. 그래도 카탈로그 상으로만 보면 살상반경이 미사일 한 발당 반경 200미터쯤은 된다는군.”

“이 작은 미사일이 그렇게까지 살상반경이 크다고요?”

대원은 눈을 끔뻑이며 되물었다.

눈으로는 여전히 적군의 이동상황을 주시하던 강채훈이 지나가듯 말한다.

“그게 집속탄의 특징이야. 오죽했으면 국제기구에서도 지나치게 반인륜적이라는 근거를 내세워 개발을 금지하고 있겠어. 뭐 그렇다 해도 결국 우리나라는 그 엿 같은 결정을 무시하고 있는 형국이지만.”

“…….”

“솔직히 우리가 그 이기적인 결정을 따르는 것도 좀 그렇잖아. 지들은 인류를 몇 번이고 파멸시킬 수 있는 핵을 끌어안고 있는 주제에 우리에게만 반인륜을 내세운다는 것이.”

대원은 그 말에 침을 꿀꺽 삼켰다.

인륜이고 뭐고를 떠나서, 저 말을 다시 해석하자면 현재 그의 어깨에 있는 물건은 그만큼 다수의 인명피해를 발생시킬 수 있는 무기라는 부담감이 더해진 탓.

하지만 당장 가책 따위를 따질 때는 아니다.

섬멸하지 않으면 내가 당하는 자리.

그곳이 바로 전장의 한복판이니까.

“각자 사전에 정해 두었던 위치를 먼저 확보한다. 그리고…….”

강채훈은 툭 하고 예의 그 대원의 어깨를 두드리며 지시를 내렸다.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대원들이 조를 나눠 흩어지고, 대략 5분여의 시간이 지났을 때쯤. 정확히는 425기계화 부대가 능선을 따라 그들이 숨어 있던 위치에 가까워 졌을 무렵, 공격 신호가 떨어졌다.

푸슉!

첫 시작은 장동건의 어깨에 있던 대전차 미사일이 날아가는 것에서부터였다.

목표는 대오를 갖추고 기동 중이던 선군호들.

그걸 시작으로 장동건과 한 조를 이루었던 대원들의 어깨에서도 순차적으로 대전차 미사일이 날아올랐고, 곧 수십 개의 연무가 허공을 수놓는다.

쾅!

대전차 미사일은 곧장 전차의 상부를 뚫고 들어갔다.

비록 관통형 탄두지만 이후 내부에 있던 적의 포탄들이 유폭을 일으켜 기동 중이던 전차들의 포탑이 들썩인다.

쾅쾅쾅!

이후 떨어져 내린 대전차 미사일들은 순차적으로 적 전차들을 무력화 해 나갔다.

유폭의 규모에 따라 때론 포탑 전체가 하늘로 치솟아 버리는 상황까지 발생.

투투투투!

놀란 북한 병력들은 뒤늦게 사방으로 흩어지며 대응 사격을 나섰고, 그 순간 강채훈의 조가 작전을 시작했다.

푸슈슈슉!

하늘은 다시 강채훈 조에 의해 발사된 80밀리 미사일들이 수놓는다.

미리 지정한 좌표를 향해 사방으로 퍼져가는 미사일들.

이후 고도를 낮춘 그것들은 마치 약속이나 한 듯 동시에 자탄을 뿌려대기 시작했고, 이내 그 자탄들은 순식간에 전차를 따라 기동 중이던 전투차량들을 덮쳤다.

콰과과과광!

“이런 맙소사!”

지면에서 일어나는 폭발을 보며 대원들 중 누군가 탄성을 내뱉었다.

그 작은 미사일에서 뿌려진 자탄이 가진 폭발력이라고는 도저히 믿어지지 않는 수준이었기에.

영향 범위도 범위지만, 단순히 파편을 흩뿌리는 것이 아니라 공간 전체를 화염에 휩싸이게 하는 방식.

이건 마치 열압력탄으로 온 지면을 훑어버리는 것을 보고 있는 기분이다.

“미친! 대체 뭘 만든 거야.”

강채훈도 놀라긴 마찬가지라는 듯 탄성을 뱉어냈다.

이후 그의 뇌리를 스친 것은 아쉬움.

소지한 미사일의 수량이 조금만 더 많았다면…… 어쩌면 저 많은 수의 기계화 부대를 그들만으로 상대하는 것도 가능하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었다.

쾅!

“큭!”

그때, 노출된 위치로 적 후속 부대의 포격이 날아들었다.

푸슉!

장동건을 비롯한 조원들 역시 나름 대전차 미사일로 대응에 나섰지만 파상적인 전차들의 포탄 공세에 제대로 된 작전을 실행할 수 없는 상태.

“P864 지점으로 후퇴한다.”

결국 강채훈은 후퇴명령을 내렸고, 이후 곧바로 고립되었던 특전사 병력들과의 교신을 시도한다.

“브라보 송신. 그쪽으로 향하는 적 기계화 부대의 꼬리는 끊었지만 적의 공세가 만만치 않다. 해서 현 시간부로 재우 PMC는 P989 지점 능선 쪽으로 후퇴하며 적을 끌어들이겠다. 그사이 최선을 다해서 퇴로를 확보하기 바란다.”

-접수, 다행히 이쪽으로 이어지던 압박이 느슨해졌다. 우린 P852 지점으로 곧장 이동하겠다.

딱히 말로 표현한 것은 아니었지만 무전에선 상대의 감정이 느껴졌다.

이 지옥까지 와서 자신들을 구출하기 위해 노력하는 강채훈 일행을 향한 감사의 감정들이.

넌지시 미소를 내비친 강채훈은 이번엔 대원들을 향해 철수 신호를 보냈고, 대원들은 계속해서 날아오는 포탄의 비를 뚫으며 산을 향해 내달렸다.

휙휙!

사방으로 흩어져서 산을 오르는 그들의 움직임은 마치 날다람쥐 같았다.

게다가 어찌나 불규칙적인지 적의 조준 시스템이 미처 탄착 지점을 계산할 수 없을 정도.

그 때문인지 때론 전혀 엉뚱한 곳으로 포탄이 날아들었는데, 그건 아마도 포수가 예측 포격을 해 버린 결과일 거다.

쾅!

“억!”

물론 위협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관통형 전차 포탄으로는 잡을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은 적이 결국 박격포를 이용한 무차별적인 포격을 가하기 시작했을 때부터.

하지만 정확도가 떨어지는 그것들로는 대원들의 불규칙한 움직임을 잡아내는 것은 무리였고, 다행히 대부분은 이렇다 할 피해 없이 목표지점에 이르렀다.

“젠장, 좌수 부분의 조인트가 나갔는데요?”

막 정상을 지나 반대편 능선으로 향하던 무렵, 마지막에 합류한 대원이 불평을 토했다.

힐끗 쳐다본 대원은 정말로 왼팔의 움직임이 힘겨워 보이는 상태.

힐끗 시선을 준 강채훈은 그의 왼쪽 팔 부분 구동부엔 정체 모를 금속 파편 하다가 야무지게 틀어박혀 있는 것을 발견했다.

“구동부가 나가 버린 모양이군. 그래도 다리가 아닌 것을 다행이라고 생각해.”

대원은 강채훈의 말에 웃음으로 대꾸했다.

뭐 비록 활동에 지장은 조금 있겠지만 팔 하나 불편하다 해서 전투력을 완전히 상실한 것은 아니니까.

그런데 그때, 웬일인지 강채훈의 얼굴에 갑자기 잔뜩 그늘이 지기 시작했고, 눈치 빠른 대원들은 즉시 그의 시선을 따라 고개를 돌렸다.

“이런 빌어먹을…….”

그들이 낙담한 이유는 능선 아래에서 펼쳐지고 있는 상황 때문이었다.

방금 전 힘겹게 기어 올라왔던 곳과는 정반대지점.

애초 포위가 목적이었는지 그곳엔 다수의 기갑세력들이 진을 친 채 대기 중이었고, 언제라도 포격을 가할 준비가 되어 있다는 듯 포의 방향을 죄다 산으로 향하고 있었다.

“이거 난감하군요. 이 아래는 대부분 민둥산이라서 우리의 움직임이 완전히 노출 될 텐데…… 게다가 지형의 특성상 빠져나갈 곳은 저곳뿐입니다.”

망원경을 통해 그 모습을 지켜보던 장동건이 난색을 표했다.

얼핏 말투에서 느껴지는 감정은 마치 죽음을 각오하기라도 한 듯한 느낌.

그 어떤 상황에서도 포기를 모르던 강채훈도 지금만큼은 달리 방법이 없는 듯 자조 섞인 농담을 뱉어낸다.

“쯧, 고립된 부대를 구출하러 왔다가 개죽음을 당하는 건 솔직히 좀 쪽팔린데…….”

“그렇죠. 그것도 하필이면 나무 하나 없는 민둥산 때문에 도망도 못가고 뒈지게 생겼으니. 아니, 북한 애들 정말 해도 해도 너무한 것 아닙니까? 어떻게 산을 이렇게까지…….”

장동건은 가라앉은 분위기를 피하려는 농담에 맞장구를 쳤다.

순간 와락 인상을 찌푸린 강채훈이 그를 빤히 쳐다보며 투정한다.

“그렇게 따지면 내 잘못이 되는 거잖아. 지형지물에 대한 사전 정보도 제대로 파악하지 않은 것은 나니까.”

“에이, 그건 아니죠. 우리야 어차피 긴급 명령을 받고 날아온 건데. 산이 이 모양일 줄이야 누가 알았겠습니까.”

강채훈은 넌지시 웃어 보였다.

끝내 자신을 탓하지 않는 부하에 대한 고마움.

표정이 부담스러웠던 듯 장동건이 다시 너스레를 떤다.

“그나저나 인생을 마무리하는 순간에 하는 대화들 치고는 좀 영양가가 없는 느낌이라는 생각 안 드십니까?”

“…….”

“뭐 기왕 죽을 바엔 차라리 내기나 하죠. 우리가 살 수 있을지 없을지를 두고.”

그 말에 대원들이 단체로 웃어 보였다.

어차피 다 죽을 마당이면 내기가 무슨 소용일까 싶은 생각에서 오는 미소.

같은 생각을 한 걸까, 결국 강채훈 역시도 생전 처음으로 환한 웃음을 내비치며 말한다.

“그럼 난 여기가 우리 모두의 무덤이라는 것에 10억을 걸도록 하지.”

“우리 중 살아남은 자가 있으면 어쩌시려고 그렇게 공수표를 날리십니까?”

장동건은 미간을 모으며 말했다.

히죽 다시 미소를 내비친 강채훈이 들고 있던 대물 저격총을 고쳐 잡으며 말한다.

“살아남기는 개뿔. 혹시라도 살아남은 자가 있다면…… 내 무덤으로 받으러 오던지.”

강채훈은 그 말을 끝으로 선두에 나섰다.

마치 정말로 죽으러 가기라도 하려는 모양새.

잠시 농담으로 다독였던 죽음에 대한 공포가 다시 새록새록 치솟는 듯, 대원들의 표정이 다시 어두워진다.

“갑시다, 가. 까짓것. 어차피 태어나서 한번은 죽게 마련인…….”

두두두두!

그때, 갑자기 산 아래에 있던 적들의 대공포가 불을 뿜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에 더해 차량에 실려 있던 대공미사일들까지 하늘로 날아오르기까지.

놀란 대원들은 즉시 망원경을 통해 상황파악에 주력했고, 이내 그들은 날아오른 대공미사일이 허공에서 이리저리 목표를 잃고 헤매다 추락해버리는 것을 발견했다.

“설마…….”

강채훈은 즉시 하늘 곳곳을 쳐다봤다.

쐐애액!

아니나 다를까, 저편 하늘에서 전투기 편대가 쏜살같이 날아오더니 곧 능선 아래에 있던 적진 사방에서 폭발이 일어났다.

“고스트 이글!”

기쁨에 겨운 대원들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환호했다.

혹시나 싶은 마음에 강채훈은 즉시 무전의 주파수를 맞추었고, 이후 무전에선 반갑기 그지없는 소식이 들려온다.

-작전 중인 재우 PMC 대원들에게 알린다. 곧 P854 지점을 향해 폭격이 시작될 예정이니 기동을 중지하라.

대원들은 그 말에 다시 하늘을 쳐다봤다.

투투투투투투!

그러자 이번에 눈에 들어온 것은 다수의 A-10기가 지상을 향해 기관포를 긁고 지나가는 장면.

혹멧돼지(워트호그)라는 명성을 증명하듯 그들이 지나간 자리엔 온통 먼지가 자욱했고, 이후 남은 것은 파괴된 전차들과 사방에 널려 있는 시신들뿐이었다.

쿠구구궁!

이후 반대편 능선에선 헬기 로터 소리와 함께 연신 폭발음이 이어졌다.

조금 전 대원들이 상대했던 425기갑세력들이 누군가와 전투를 벌이기라도 하는 듯.

그 상대가 국군임은 분명하고. 그럼 이 지역 일대는 이미 한국군이 장악했다는 것을 방증하는 건데, 강채훈은 어떻게 이렇듯 빠른 시간 안에 그게 가능한지가 내심 궁금해졌다.

북한 전열 군단들이 한국군과 손을 잡았다더니 그들이 길을 터준 걸까?

그렇다 해도 강원도를 방어하는 북한 1군단의 저항을 어떻게 이토록 빨리 뚫을 수가 있는 거지?

“10억이라…… 여기 있는 대원들이 공평하게 나눠도 수천만 원씩은 떨어지겠네.”

생각이 깊어질 무렵 대뜸 귀를 찌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목소리의 주인은 분명 장동건.

차마 쳐다볼 엄두가 나지 않는 탓에 강채훈은 내심 딴청을 부렸지만 눈앞에 불쑥 놈이 얼굴을 들이민다.

“10억…….”

강채훈은 난감한 상황에 어쩔 줄을 몰라 했다.

우연이었을까, 때마침 무전이 날아왔고, 그는 마치 구원자라도 등장한 듯한 표정으로 재빨리 무전기를 들었다.

-재우 PMC 대원들에게 알린다. 철수를 중단한다. 다시 말한다, 철수 명령은 취소되었다.

“그게 무슨 말인가.”

강채훈은 당황한 목소리로 되물었다.

저편에서 잠시 침묵이 이어지고, 이후 진 회장의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늦지 않아서 다행이군요.

“…….”

강채훈은 순간 울컥했다.

차마 떨리는 목소리를 들려주기가 뭣하다는 생각에 침묵하자 저편에서 다시 말이 이어진다.

-현재 남포 쪽에서는 해병대가 상륙 중입니다. 그리고 7군단 역시 평양을 향해 곧장 진격 중이고.

“벌써 말입니까?”

-DMZ를 담당하는 북의 전연군단들이 대부분 우리 쪽으로 돌아서서 저항할 만한 세력들이 별로 없으니까요.

“…….”

강채훈은 그 말에 다시 침묵했다.

상황이 그렇다면 평양 접수에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는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뒤따르려는 차, 진 회장이 의미심장한 말을 툭 던진다.

-곧 그쪽으로 인력이 도착할 테니 그들과 함께 신포 지하기지로 가세요.

“신포 지하기지를 왜…….”

신포 지하기지는 핵미사일의 사일로를 의미하는 거였다.

이곳에 고립되어 있는 특수전 부대원들의 목표였었던.

한데 그곳을 다시 가야 한다?

이미 발사 시스템 자체를 파괴한 탓에 별 의미도 없는 그곳을 왜 다시 찾으라는 건지 그로서는 영 이해할 길이 없었다.

“이유가 뭡니까?”

막상 질문은 했지만 대답은 기대하지 않았다.

비록 양자암호로 보호받고 있기는 해도 정말로 중요한 이유라면 이렇듯 무전으로 그 답을 해주기가 어려울 테니까.

예상처럼 저편에선 두루뭉술한 대답이 들려왔다.

-일단 이쪽에서 보낸 인력들과 합류하면 알게 될 겁니다. 주의해야 할 점은 이번에 강채훈 부장에게 내려진 새로운 임무는 ‘파괴’가 아니라는 겁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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