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무기도 만들어 드릴까요? 245화
쐐애애액!
하늘로 날아오른 장성필 소령의 5세대 고스트 이글은 뒤따라붙은 다른 기체들과 곧장 팀을 이루었다.
4기씩 총 20대에 이르는, 제공권 선도 장악 편대들.
이후 시간차를 두고 따라올 또 다른 편대들엔 공히 전자전기가 한 기씩 편재되어 있었는데, 일부 편대는 5세대 기체들과 더불어 제공권을 장악하는 것이 임무였고, 또 일부는 적의 방공망을 완전히 침묵시키는 것이 목적이었다.
“무운을 빈다.”
장 소령은 유독 지상 폭격 임무를 맡은 편대들에게 안쓰러움이 느껴졌다.
아무리 구식 시스템이라곤 해도 북의 대공방어망은 전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촘촘한 상황.
물론 스텔스기와 전자전기가 있는 마당이면 크게 어려움을 겪을 일이야 있겠냐만은, 그래도 표면적으로만 보면 저들이야말로 개고생을 할 입장이기 때문이다.
“임한기 편대장. 무사 귀환을 빈다.”
이후 장 소령이 무전을 날린 곳은 그와 함께 제공권 장악 임무를 맡은 다른 편대들이었다.
-날아다니는 깡통들에게 격추된다면 그냥 접싯물에 코 박고 죽는 것이 낫지.
딱히 긴장감이 크지는 않았던 듯 저편에서 제법 여유로운 농담이 날아들었고, 장 소령은 옅은 웃음과 함께 곧 전술 통제기와의 링크를 연결한다.
“1편대, 전술 데이터링크 접속을 요구한다.”
-접수. 접속암호를 송신한다.
절차에 따라 링크 연결을 위한 비밀번호가 날아왔다.
통합관리 시스템의 MFD 터치스크린을 통해 번호를 입력한 그는 이후 주르륵 전송되어 오는 정보들에 집중했다.
“미그 29가 떴다.”
전해져 오는 전술 정보에선 북의 미그 29가 감시망에 잡힌 상태였다.
숫자는 대략 2개 편대 정도.
이쪽의 움직임을 감지하고 출격했을 리는 없고, 최근 분위기로 인한 불안감에 감시 활동 중이었던 기체들인 듯싶었다.
“첫 제물이군.”
장 소령은 즉시 편대에 표적을 할당했다.
“파이어!”
이후 발사된 중거리 공대공 미사일들.
조금 후면 레이더상에 표시되어 있는 적의 기체들은 흔적도 없이 사라질 거다.
-격추 확인.
예상처럼 전술 통제기에서 무전이 날아왔다.
그와 동시에 다시 들려온 소식은 적의 미그 29기들이 추가로 출격을 했다는 것.
장담컨대, 오늘 평양이 그토록 애지중지하던 미그 29기들은 아마 씨가 말라 버릴 거다.
“그렇게 되면 나머지 오합지졸들이야 뭐…….”
-적의 대공 레이더 신호 확인.
그때, 뒤편에서 따라오던 전자전기로부터 적이 대공 레이더를 조사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이미 북한의 영공을 진입한 상태.
장 소령은 즉시 속도를 높였고, 레이더상에 잡힌 적기들을 상대로 다시 표적 할당을 시작했다.
쐐애애액!
임무 하달과 동시에 5세대 기체들에서는 중거리 공대공 미사일들이 불을 뿜으며 날아갔다.
원칙대로라면 팀킬을 막기 위해 동시 발사는 지양해야 할 일.
하지만 재우가 개발한 중거리 미사일들은 워낙 정밀한 지능형 시커를 가진 것들이기에 그런 제약 따위는 굳이 상관할 필요가 없다.
-표적 제거 확인! 현 시간부로 대공제압 편대들은 경계태세에 돌입하며, 지상 폭격 임무기들은 적 대공방어망 제거 작업을 실시한다.
이후 통제기로부터 들려온 무전에 5세대 기체들은 즉시 방향을 틀었다.
후속 편대에게 길을 터주는 목적임과 동시에 이후 또 날아올 적기들로부터 지상 폭격 임무를 맡은 편대들을 보호하려는.
애꿎게도 그때, 장 소령의 뇌리엔 폭격 편대를 보호하는 것이 별반 의미가 있나 싶은 생각이 스친다.
어차피 저 4.5세대 기체들 역시 비상상황을 대비하여 각기 2발씩의 대공 미사일쯤은 탑재하고 있는 상태고, 북한의 구식 미그기들 따위가 그걸 감당할 수는 없을 테니까.
이미 2천 년대 초반에도 북한 공군과의 교전 상황이 벌어지면 불과 1시간 안에 전멸시킬 수 있다는 보고가 나왔을 정도인 마당에, 지금 같은 완벽한 전력을 저들이 과연 몇 분이나 버틸 수 있을까 싶다.
쐐애액.
잠시 생각을 하는 사이 속도를 높인 전자전기들과 4.5세대 전투기들이 쏜살같이 튀어 나갔다.
이후 불과 몇 분 만에 수백 발의 HARM(대 레이더 미사일)과 정밀유도 폭탄들을 떨궈 버린 지상 임무 기체들.
쾅쾅쾅!
잠시 후 지상 곳곳에선 불꽃 쇼가 펼쳐졌고, 북한이 그토록 자랑하던 대공방어망은 그 존재가 하나씩 지워져 갔다.
-재밍을 실시한다.
이후, 제2 목표물인 평양과 자강도 인근의 대공 레이더들은 전자전기들의 몫이었다.
이미 오래전부터 이어진 신호 수집을 통해 주파수 대역은 물론 신호의 특성을 완벽하게 파악하고 있던 상태.
이제 곧 평양 하늘은 그야말로 무주공산이 될 거다.
-브라보 송신. 287 라인의 대공 방어감시망 제압 확인.
“접수. 통제기에 알린다. 공중기동 침투 부대에게 부디 무운을 빈다고 전해 달라.”
장 소령은 폭격 편대의 임무성공 보고를 통제기에 알림과 동시에 이제 곧 후방 교란과 핵 기지 접수를 위해 침투할 특수전 병력들의 무사 귀환을 당부했다.
어차피 그야 손가락 몇 개로 하늘을 정리하는 입장이지만 적진의 한복판으로 파고들어 가야 하는 특수전 병력들은 또 사정이 다르니까.
제공권 장악. 그리고 이토록 꼼꼼하게 적의 대공방어망을 처리하는 이유는 사실 그들에게 길을 터주기 위한 조치이기도 했기에 바람은 더할 수밖에 없다.
“적기의 신호가 더는 보이지 않는다.”
-접수. 285라인의 대공방어망도 대부분 파괴되었음을 확인한다.
“접수. 알파 송신. 임무 완수를 보고한다.”
장 소령은 전술 통제기에 1차 작전의 최종적인 성공을 알렸다.
예상은 했지만 이렇다 할 저항 한번을 받지 못한 상태.
이게 바로 압도적인 전력 차에서 오는 결과이며 또한 돈의 힘이 가져온 결과다.
-15편대는 예정대로 공군비행장으로 향하겠다.
이후 3차 임무를 맡은 4.5세대 기체들로부터 북의 주요 공군비행장으로 향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목표는 남아 있는 고물들의 완전한 파괴.
그 목적마저 이룬다면 하늘은 더 이상 염려할 이유가 없다.
“수고해라, 임 소령.”
장 소령은 해당 임무를 맡은 그의 동기를 향해 짧은 멘트를 남겼다.
이후 기수를 틀려는 순간, 문득 북한이 지하에 짱박아둔 기체들을 떠올리곤 다시 무전을 날렸다.
“지하기지에 있는 기체들은 어떻게 처리할 예정인지 들은 바가 있나?”
-그건 현무가 처리할 거다.
장 소령은 그 말에 다시 흥분을 느꼈다.
현무가 발사된다는 것은 본격적인 지상전의 시작을 알리는 거니까.
이후 발사될 다수의 전술 지대지 미사일들과 순항 미사일의 세례는 그야말로 소나기를 퍼붓는 형국이 될 터.
장담하건대, 북의 전략시설들이 씨가 마르는 것은 불과 하루를 넘지 못할 거다.
‘그래야지…… 중국 놈들이 꿈틀하기 전에 자강도까지는 점령해 두고 봐야 하니까.’
쐐애애애액!
***
타타타타타!
서울 공항의 활주로는 임시 주기 중이던 디파이언트로 가득 들어차 있었다.
총 40여 대에 달하는 고속기동헬기들.
그 앞에 선 특수전 사령관 오영택 중장은 이제 곧 사지로 향할 병력들을 향해 일장 연설을 했다.
“여러분의 손에 이 나라의 운명이 달렸다.”
“…….”
어찌 보면 꽤 상투적이며 잔뜩 부담을 주는 말이었다.
하지만 그게 바로 현실.
중무장한 병력들의 얼굴은 하나같이 굳은 결의에 차 있었다.
스윽.
연설을 끝낸 사령관은 자신의 병력들과는 조금 떨어진 곳에 도열해 있는 사내들을 향해 다가갔다.
전쟁의 소문을 듣고 자원한 재우 PMC 소속의 대원들.
사령관의 입장에선 그들이야말로 천군만마였고, 그 누구보다 믿음직한 존재들이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자네만큼은 다시 돌아올 줄 알고 있었네, 강채훈 소령.”
사령관은 웃는 낯으로 강채훈을 향해 손을 내밀었다.
어색했던 걸까, 옅은 미소를 내비친 강채훈은 즉시 자신을 향한 호칭을 수정한다.
“전 이제 소령이 아닙니다.”
“예비역 소령도 소령은 소령이야.”
피식.
강채훈은 그 말에 웃어 보였다.
전역을 결심했었던 날, 끝까지 반대하며 그를 붙잡았던 존재가 바로 눈앞의 사령관.
이렇게 다시 얼굴을 마주하게 될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기에 그로서는 감회가 새로울 수밖에 없었을 거다.
“탑승한다!”
강채훈과의 짧은 대화를 마친 사령관은 드디어 작전의 시작을 선언했다.
곧 차례로 떠오른 디파이언트들이 줄을 이어 북을 향해 방향을 잡았고, 일정 고도에 이르자 순식간에 속도를 높인다.
“워…… 미친 속도 아닙니까?”
선두기에 타고 있던 장동건은 탄성을 내지르며 강채훈을 쳐다봤다.
무슨 생각을 하는 건지 내내 창밖만 쳐다보던 강채훈은 힐끗 장동건이 곁에 두고 만지작대던 물건들에 시선을 주며 말한다.
“장비는 잘 챙긴 거겠지?”
“그야 당연한 것 아닙니까?”
장동건은 툭하고 자신의 가슴을 두드리며 대꾸했다.
곧 긴장감으로 인해 잔뜩 가라앉은 분위기를 풀려는 듯 다시 그의 입이 열리려는 차, 귀에 꽂혀있던 리시버에서 조종사의 안내가 날아들었다.
“곧 휴전선을 넘습니다.”
“……이렇게 빨리?”
장동건은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강채훈을 쳐다봤다.
당황한 것은 강채훈도 마찬가지.
슬쩍 창밖을 다시 확인한 강채훈은 지금껏 부렸던 여유를 떨쳐내려는 듯 재빨리 무장 점검에 나선다.
“40밀리 발사관 확인.”
“이상 무.”
이미 몇 번이고 확인한 무장확인이었음에도 대원들 중 누구 하나 불평하는 이는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자강도 하갑 핵 기지의 경우는 북한에서도 오늘 같은 날을 대비하여 특별히 삼엄한 경계를 하고 있는 지역.
낭패를 당하지 않으려면 철저한 무장 점검만이 답이었다.
투투투투!
얼마의 시간이 지났을까, 갑자기 하늘로 대공 포탄이 줄을 이으며 치솟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채 제거되지 않은 대공방어망이 남아 있었던 듯.
다행인 것은 포탄이 근처에도 미치지 못했다는 건데, 그건 아마도 사전 작업에 나섰던 전자전기에 의해 탐지 시스템이 먹통이 된 결과가 아닐까 싶다.
즉, 단순히 소리만 듣고 적의 침투를 짐작하여 무작정 쏘고 보는 중이라는.
“혹시 눈먼 대공 포탄에 맞을 수도 있으니 최대한 저공비행을 할 겁니다.”
파일럿은 만약의 사태를 대비하여 저공비행을 실시했다.
비록 산이 많은 지역이기는 해도 디파이언트가 가진 MAPPING 기반 자동 항해능력은 가히 최고 수준이었기에 대공포의 시야를 벗어나는 것은 순식간이었고, 목적지인 하갑은 결국 코앞에 이르렀다.
“하강!”
혹시 모를 적들의 공격을 염려한 헬기들은 산의 꼭대기에 병력들을 내려줬다.
미군 정찰위성을 통한 정보에 따르면 그나마도 북한군의 감시가 덜했던 곳.
하지만 이미 대공포가 날아왔다면 침투 사실은 들킨 것이나 마찬가지인 만큼 언제 적이 들이닥칠지 모를 일이다.
“6시간 후. 다시 뵙죠.”
병력들을 내려준 파일럿은 짧은 재회의 약속을 남기고 다시 날아올랐다.
이곳 하갑으로 날아온 디파이언트의 수는 총 8기.
강 소령은 날아가는 디파이언트들을 보며 문득 다른 작전 부대들의 안부가 궁금해졌다.
“이동하시죠.”
불현듯 들려오는 장동건의 재촉에 그는 퍼뜩 정신을 차렸다.
어느새 부하들은 이미 탄약 박스를 비롯한 짐들을 잔뜩 들고 있던 상태.
재빨리 지도를 펴고 목적지를 확인한 강채훈은 손목에 있던 액정을 통해 위치를 확인했고, 이후 무언가를 가늠하듯 한참을 재고 나서야 이동 신호를 보냈다.
“가자. 그 빌어먹을 핵을 만나러.”
***
탁탁!
작전이 시작된 지 벌써 2시간째.
청와대 벙커 안은 팽배한 긴장감에 공기조차도 텁텁할 지경이었다.
이해도 가는 것이 이 전쟁을 얼마나 빨리 끝낼 수 있느냐는 사실상 핵을 얼마나 빨리 무력화하느냐에 달렸으니까.
“7군단은 이미 기동 준비를 모두 끝마쳤습니다.”
작전 현황판에는 속속들이 보고가 올라오고 있었다.
명령만 떨어진다면 거침없이 밀고 올라갈 준비가 되어 있는 상태.
난 그 시점에 슬쩍 합참의장을 향해 질문했다.
“더 이상의 포격은 없는 겁니까?”
“그렇습니다. 이미 KTSSM을 비롯한 전술 지대지 미사일들로 인해 전방지역의 대구경 로켓들 및 포진지들은 대부분 제거가 되었으니까요. 물론 후방지역에 포들이 꽤 남아 있기는 하지만 당장 평양방어가 목전에 닥친 상황에서 그걸 끌고 오지는 못할 겁니다.”
“그렇겠죠. 어차피 지금 동원해봐야 죄다 폭격을 맞아 버리는 결과만 남을 테니까. 하면 기갑세력들은 지금 어쩌고 있습니까?”
“현재 우리와 손을 잡은 3개 전연군단. 즉, 2, 4, 5전연군단들의 기갑세력들은 은밀히 평양 쪽으로 방향을 튼 상태입니다. 그 탓에 평양. 즉, 김경희 일파는 지금 우리의 진군을 막아야 하는 부담은 물론 반란세력들까지 막아야 하는 상황에 처해 있죠.”
“그럼 휴전선 일대에는 기갑세력들이 전부 철수했다는 말입니까?”
혹시나 싶어 물었다.
아쉽게도 그건 아니었던 듯 합참의장이 고개를 가로젓는다.
“아니요, 그건 아닙니다. 전연군단들이라고 해서 죄다 안철상의 영향력 아래에 있는 것은 아니니까요. 특히나 이번에 김경희 일파에 충성맹세를 했던 1전연군단과 각 훈련소…… 아! 참고로, 북한은 전부터 전투군단들을 훈련소라고 지칭하고 있습니다. 아무튼, 이번에 전방으로 집결한 2개 전투군단 세력들의 경우는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렇다 해도 상관은 없었다.
전 세계에서도 수위를 다투는 전력을 갖춘 7군단이 본격적으로 진군을 시작하면 그땐 고작 한 줌의 재가 되어 버릴 운명일 테니까.
게다가 이번에 진군을 준비 중인 공격헬기들의 수만도 무려 200여 대에 중장갑 외골격으로 무장한 기계화 병력들의 수 또한 수천.
사실상 7군단의 기갑들이 제 능력을 발휘하는 것은 평양 인근에 이르러서나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
“문제는 역시나 핵 기지 접수를 얼마나 빨리 끝내느냐는 거죠. 만약 시간이 지나치게 지체되면 김경희 일파의 요청을 받은 중국군이 자강도를 통해 밀려올 가능성도 있습니다.”
생각이 뿌리를 내리고 있을 무렵 참모총장이 핵심을 거론했다.
이 자리에서 그걸 모르는 사람이 누가 있을까,
다시 공기는 무거워져 갔고, 대통령은 연신 초조한 눈빛으로 말을 뱉어냈다.
“최악의 경우, 핵 기지 접수와는 상관없이 밀고 올라가야겠죠.”
난 그 말에 동의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뭐 비록 핵 투발이라는 위험성을 짊어지고 시작해야 하는 부담은 크지만 어차피 요격 성공확률이 더 크니까.
시간을 끌다가 중국군의 개입 빌미를 주게 되는 것보다야 한시라도 빨리 평양을 접수하는 편이 낫기는 하다.
“러시아로부터 소식이 왔는데, 혹시라도 중국군의 개입 분위기가 감지되면 곧장 대량의 폭격 편대를 동원하여 북과 인접한 중국 영공을 시위기동 하겠답니다.”
물론 우리에겐 러시아라는 카드가 있기는 하다.
더불어 지금쯤이면 한참을 헤엄쳐 오고 있는 미 태평양 함대 역시도.
하지만 변수란 언제든 존재하는 법.
우리에게 있어서 최선은 한시라도 빨리 평양을 접수하고 보는 거다.
띠이!
그때, 드디어 기다리던 전화벨이 울렸다.
재빨리 수화기를 든 대통령은 입꼬리를 들어 올렸지만 뭣 때문인지 끝에 가선 슬쩍 눈매가 일그러진다.
“목표였던 4개 지역의 핵 기지 접수에 모두 성공했다는군요.”
“오오!”
그 말에 벙커 안은 당장에라도 축제가 일어날 듯한 분위기였다.
하지만 왜일까.
대통령은 분위기와는 어울리지 않는 표정으로 7군단의 진군을 명령했고, 이후 나를 똑바로 쳐다보며 말을 이었다.
“작전은 성공했지만, 함경도로 향했던 부대가 고립되었다는군요.”
“…….”
“철수하는 과정에서 북한의 425훈련소 소속 병력들과 마주친 모양입니다.”
425 훈련소라면 우리 군 특수부대들의 침투를 봉쇄하는 것이 주 임무인 전투군단이었다.
애초 평안남도 정주에 거점을 둔.
하지만 지금은 시기가 시기니만큼 군단 전투병력 중 일부가 핵 기지 방어에 나섰던 모양인데, 뭐 당장 중요한 것은 그게 아니라 고립된 우리 병력들을 구출해야만 한다는 거다.
그게 국가의 의무이고, 나라를 위해 목숨을 건 존재들에 대한 예우니까.
난 즉시 자리에서 일어났고, 연신 표정을 굳히고 있던 국방장관을 향해 말했다.
“자강도에 투입한 재우 PMC 대원들은 지금 어떤 상황입니까.”
“그들이 제일 먼저 성공을 했다는군요. 아마 지금쯤 병력 회수를 위해 날아간 수송헬기에 탑승하고 있을 겁니다.”
“연료는요?”
“외골격 때문에 애초 정원보다 적은 인원을 수송하다 보니 연료는 여유가 있는 편입니다. 게다가 보조 연료도 준비가 되어 있던 상태고요.”
그 말에 잠시 고민을 해봤다.
이제 막 작전을 끝낸 대원들을 다시 사지로 몰아넣는 것이 옳은지에 대해서.
하지만 내가 강 소령이라면 아마도 다른 결정은 내리지 않을 거라는 확신이 들었다.
“자강도 투입 인원들에게 무전을 해 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