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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무기도 만들어 드릴까요?-243화 (243/372)

#핵무기도 만들어 드릴까요? 243화

철컥!

기이이잉!

2012년 3월.

벌써 석 달째 탈레스의 워리어 플랫폼 센터는 24시간 불이 꺼지지 않았다.

언제 개전이 시작될지 모를 상황이니만큼 한 기라도 중장갑 외골격들을 더 생산해야 하는 입장이니까.

그로 인해 현재까지 확보된 중장갑 외골격의 수는 총 2천 5백 기 정도.

비록 충분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이미 보급된 수와 합한다면 사실상 북한을 상대로는 충분한 수준이 아닐까 싶다.

어차피 중장갑 외골격의 경우는 대부분 특수전 병력들이 착용할 테고, 그들의 역할이야 후방교란에 국한 되어있으니까.

“전신방탄 수트는 어느 정도나 확보가 된 겁니까?”

“수트의 경우 총 2만 벌까지는 제작이 완료되었습니다.”

넌지시 묻는 말에 담당 책임자가 냉큼 대답했다.

그 역시 성에 차지는 않는 수준.

그렇다고 당장 죽어 나가는 생산인력들을 더 재촉하는 것도 무리라는 생각에 결국 목표인 5만 벌 생산을 최대한 독려하는 것으로 시찰을 마쳤다.

“오셨습니까.”

뒤이어 찾아간 디펜스도 정신이 없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미군으로부터 지원된 M1 시리즈 전차들은 대부분 현용되고 있던 것을 들여온 것들.

때문에 정비는 필수였고, 때론 개수 작업이 필요한 차체들도 꽤 존재했기 때문이다.

“수고가 많으십니다.”

강호연 대표는 벌써 몇 개월째 집에도 들어가지 못했다는 소문이 사실인 듯 얼굴이 잔뜩 썩어 있었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장비부실로 인해 전투에서 패배하는 일은 없게끔 하는 것이 방산업체들의 의무인 마당에.

그 점만큼은 이해하고 있는 듯 강 대표도 딱히 불만의 말은 내비치지 않는다.

“저…….”

한창 정비 중이던 차량들을 점검하고 있던 와중 강 대표가 눈치를 보며 다가온다.

뭔가 할 말이 있는 표정 같은데, 그게 뭔지쯤은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갑작스럽게 들여온 대량의 미군 전차들의 수리와 개수 작업.

그 목적이 의심스러운 거겠지.

하긴, 여태 이 바닥에서 먹은 짬밥이 얼마인데, 그런 의심이 들지 않는다면 오히려 대표 자격을 의심해봐야 할 거다.

“혹시나 해서 하는 말인데, 다른 상상은 접어두세요. 우린 그저 미군에서 의뢰한 수리 및 개수 작업을 하는 것뿐이니까.”

나로선 그게 해줄 수 있는 최선의 말이었다.

아무리 회사 간부라고 해도 전쟁의 소문을 그렇듯 쉽게 입에 오르내리게 할 수는 없으니까.

그렇다고 그 말을 곧이곧대로 믿을까만은. 우길 수 있을 때까지는 우겨야만 하는 것이 옳은 상황이다.

“네…….”

강 대표는 석연치는 않지만 받아들이겠다는 표정이었다.

넌지시 웃음을 내비치곤 돌아서려는데, 국방장관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무슨 일이십니까.”

-혹시 지금 받고 계시는 전화기가 감청방지장치가 된 전화기 맞습니까?

다짜고짜 감청을 염려하는 폼으로 봐선 뭔가 중대한 이야기를 할 듯한 느낌이었다.

이미 오래전부터 감청에 대한 대처쯤은 철저하게 하고 있다는 말을 뱉어내고 나서야 비로소 그의 말이 이어졌다.

“어제저녁, 평양에서 교전이 벌어졌습니다.”

“…….”

***

“김정은은 어떻게 됐습니까?”

헐레벌떡 달려간 청와대 회의실은 이미 만석이었다.

하나같이 잔뜩 긴장된 표정들.

그나마 평정심을 잃지 않은 대통령으로부터 대답이 날아들었다.

“아직 김정은의 생사는 확인되지 않고 있습니다만, 일부 호위사령부 병력들의 피해가 보고되고 있습니다.”

호위사령부가 피해를 입었다면 김정은을 향한 직접적인 공격이 있었음을 뜻했다.

혹시나 싶어 다시 대통령을 향해 물었다.

“그럼 북한 군부는 비상사태에 돌입했겠군요.”

“그게…… 좀 애매해요. 아직까지 전군 비상령은 내려지지 않은 상태거든요.”

그 말에 혼란이 찾아왔다.

당장 김정은이 공격을 받은 상황에서 비상사태가 내려지지 않았다니.

혹시 장성택 파가 제압된 건가?

해서 굳이 사회적인 혼란을 일으킬 필요는 없다는 의도에서.

“현재 국정원이 모든 채널을 동원하여 상황파악 중에 있으니 일단 기다려 보죠. 그나저나 진 회장께 부탁할 것이 있습니다.”

한창 생각의 늪에 빠져들 때쯤 대통령이 넌지시 말했다.

무심히 쳐다보자 그가 한껏 진중한 표정으로 말을 잇는다.

“러시아에 좀 다녀와 주셔야겠습니다.”

“…….”

“이 시기에 우리 정부 측 인사가 러시아로 향한다면 그건 대놓고 북한 문제 때문이라는 것을 노출하는 것이지 않습니까. 하니, 그 문제에 있어선 진 회장님께서 적격인 셈이죠.”

의도를 단숨에 이해하곤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상황이 이러면 중국의 개입을 막는 것이 최우선 과제고, 그 한 축을 감당할 러시아의 협조 문제를 종결지어야 할 때이기는 하지.

문제는 내게 얼마만큼의 권한이 주어질 것이냐는 점인데, 그 부분은 다시 이어진 대통령의 말에 의해 해소됐다.

“전에 내게 말씀하신 것들…… 모두 수용하겠습니다.”

***

휘이이이잉!

[환영합니다.]

다음 날, 도착한 모스크바 공항엔 알렉세이가 마중을 나와 있었다.

마치 옛 친우를 대하듯 두 팔 벌려 나를 끌어안은 그는 이후 힐끗 내 곁에 서 있던 나타샤를 향해 입매를 뒤틀며 말했다.

[요즘 운동을 게을리 하는 모양이군. 살이 좀 붙은 것 같은데?]

[운동을 지나치게 열심히 해서 근육이 붙은 겁니다.]

나타샤는 천연덕스럽게 대꾸했다.

이내 한동안은 두 사람 사이에서 보이지 않는 기 싸움이 이어졌고, 난 그 시점에 툭 하고 말을 던졌다.

[시간이 촉박합니다.]

알렉세이는 퍼뜩 표정을 바꾸곤 우릴 차량으로 안내했다.

그리고 대략 1시간쯤 지나 도착한 대통령 궁에선 웬일인지 부산스러움이 느껴졌다.

[정보부 요원들이 줄줄이 보고서를 들고 들어오고 있는 상황입니다. 며칠 전 일어난 평양 교전 사건 때문에 말이오.]

알렉세이는 친절하게도 이유를 설명해줬다.

새삼 한반도의 격변 사태가 단지 우리만의 문제는 아니라는 사실이 실감 난다.

[잠시 보고를 받고 있는 중이니 기다려 주시겠소? 아! 거기 홍차가 마련되어 있으니 즐기고 계시오.]

나를 맞이한 푸틴의 말에 절로 몸이 흠칫했다.

푸틴과 홍차.

회귀 전, 그 두 명제와 얽힌 사건사고가 꽤 많았거든.

물론 이 시대엔 벌어지지 않은 사건이긴 하지만, 그래도 왠지 기분은 좀 거시기하다.

후룩.

[이걸 한번 보시겠소?]

말없이 차를 음미하는 사이 일을 마친 푸틴이 사진 한 장을 들고 다가왔다.

고급스러운 승용차가 찍혀 있는.

정확히는 차량에서 내리는 두 인물이 찍혀있는 사진.

정찰위성에서 찍은 것이었던 터라 해상도가 얼굴을 구분할 정도까지는 아니라도 그게 누군지 알아보는 것이 그리 어렵지는 않았다.

[장성택과 김경희가 살아 있는 겁니까?]

푸틴은 대답 대신 앞에 있던 찻잔을 들어 올렸다.

긍정의 의미.

난 다시 한참을 사진을 쳐다봤고, 다시 찻잔을 내려놓은 푸틴의 말이 이어졌다.

[그들이 살아 있다는 것은 꽤 심각한 사태임을 뜻하는 거요.]

난 차마 대꾸를 하지 못한 채 머뭇거렸다.

피해가 발생한 교전.

하지만 두 인물이 살아 있다는 건, 반대로 김정은의 신변에 문제가 발생했음을 의미하는 거니까.

아니나 다를까, 곧 푸틴이 긴 한숨과 함께 말했다.

[김정은이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딸그락.

순간, 곁에 앉아 있던 알렉세이에게서 소리가 들려왔다.

어지간히도 놀란 듯 눈이 동그래져 있는 모습.

뒤늦게 그가 대외정보부를 떠났다는 사실이 떠오르며 반응이 조금은 이해가 간다.

[이제 어쩔 생각이시오.]

푸틴은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

이미 우리의 북진계획은 사전에 있었던 교감을 통해 그도 인지하고 있던 상태.

그럼에도 그걸 묻는다는 것은 다시금 확인하고자 하는 의도에서일 거다.

정말로 그 미친 짓을 실행할 것인지에 대해.

[장성택이 북한을 장악하게 되는 상황이 확실해진 이상 우리 결정은 변함이 없습니다.]

[흠…… 그럼 결국엔 우리 러시아도 움직여야 한다는 건데…….]

그건 중국의 개입을 막아서 달라는 우리의 부탁을 의미하는 거였다.

물론 미국이라는 존재가 있기에 중국이 쉽게 개입할 수 있는 입장은 아니겠지만, 중국이라는 나라 자체가 워낙 상식 밖의 존재들이어야지.

그런데 저 표정…… 왠지 꽤 익숙하다.

[우리 사이가 아무리 가깝다 해도 확실히 할 것은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쯧, 그럼 그렇지.

[그야 당연하죠.]

난 태연하게 대꾸했다.

순간 지어진 푸틴의 표정은 마치 청구서를 들이미는 장사꾼의 그것과도 같아 보였다.

[우리가 한국의 입장에 동조하는 대가로 무얼 제시할 생각입니까. 진 회장도 알다시피 중국이라는 나라를 말로 막아서는 것은 무리고, 우리 역시도 한국군의 움직임과 동시에 군사적 움직임을 보여주어야만 중국 쪽에서도 그나마 움찔할 텐데, 그 경우 비용이 꽤 만만치 않다는 것은 아시죠?]

난 고개를 끄덕이며 주머니를 뒤졌다.

이후 꺼내 든 것은 우리 정부의 직인이 찍혀 있는 공식 문서.

슬쩍 그걸 푸틴에게 들이밀며 말했다.

[통일이 이루어질 경우 유라시아 철도의 한반도 연결이 곧바로 이루어질 겁니다. 또한 천연가스관 역시도 부산까지 이어질 테고.]

푸틴은 시니컬 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슬쩍 찻잔을 든 손이 흔들리는 것으로 봐선 아주 구미가 당기지 않는 것은 아닌 느낌.

난 또 하나의 제안을 던졌다.

[철도가 연결됨과 동시에 러시아와 한국 사이에선 관세가 철폐될 겁니다. 그리고 그게 현실화 되면 차후 유럽 국가들과도 동일한 조건의 협상이 이루어질 가능성이 크죠. 그게 어떤 의미인지는 아시겠죠?]

[그야 물론. 한데 그거야 어디 러시아한테만 이익이겠습니까? 아니, 솔직히 말하자면 한국에게 더 큰 이익이라고 볼 수 있죠. 그게 가능해지면 한국은 아시아의 물류 허브 국가가 되는 셈이니까.]

푸틴은 입매를 뒤틀며 대꾸했다.

하긴, 저 여우 같은 곰이 그걸로 만족할 리가 없지.

난 결국 타이를 풀어내며 다시 그를 빤히 쳐다봤고, 푸틴은 잔뜩 기대에 찬 표정을 지어 보였다.

[통일 이후, 최장 10년 동안 러시아에 5천억 달러에 달하는 투자가 이루어질 겁니다. 각종 자원개발은 물론 산업화 구축을 위해서.]

[…….]

푸틴은 순간 눈이 휘둥그레졌다.

쿨럭!

그건 알렉세이도 마찬가지.

한참을 눈알을 뒤룩거리던 푸틴은 기가 차다는 표정으로 말을 뱉어냈다.

[한국이 그런 돈이 어디 있어서요. 당장 통일 비용을 감당하는 것에도 힘에 부칠 마당에.]

[물론 정부야 힘들죠. 하지만 난 가능합니다.]

[…….]

[아! 물론 내가 그걸 다 감당한다는 말은 아닙니다. 단지 정부가 재원 마련을 위해 발행하는 채권을 내가 인수하고, 그래도 모자라는 부분은 개인적으로 투자를 하겠다는 거죠.]

[그래도 그런 결정을 어떻게 그리 쉽게…….]

[아무리 생각해도 손해 볼 일은 없으니까요. 뭐 채권이야 어차피 수익이 주어지는 부분이니 적금을 들었다 생각하면 되고, 러시아의 산업화가 가속되면 그건 또 그 나름대로 이익 아니겠습니까. 유럽 시장을 생각한다면.]

푸틴은 눈동자는 한참 동안이나 흔들렸다.

이렇게까지 말하고 싶지는 않았지만 이젠 뼈를 때릴 때다.

[현재 속도로 러시아의 원유개발 이 이루어지면 50년 후, 바닥이 날 것이라는 말은 대통령님께서도 들어서 알고 계실 거라 생각합니다. 한데 그게 현실이 될 경우 그땐 대책이 있습니까?]

[…….]

[만약 저라면 이 기회에 온전한 산업화를 한번 꿈꿔 보겠습니다. 혹시 또 모르죠. 20년 후쯤엔 러시아에서 화이자나 애플 같은 회사가 탄생할지. 참, 의약 분야는 러시아도 나름 일가견이 있으니 그 편은 확실히 투자만 받쳐주면 가능하겠군요.]

말이 끝맺어짐과 동시에 푸틴이 헛웃음을 내뱉었다.

농담으로 받아들인 건가 싶은 생각이 들 무렵 그가 부르르 고개를 털어내더니 나를 빤히 쳐다본다.

[언제입니까.]

[…….]

[한국의 그 무모한 계획이 실행되는 날이.]

***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오늘 또 한 번의 비극을 맞이하였다.]

2012년 3월 28일.

결국 김정은의 사망은 공식화되었다.

우스운 것은 그의 사망 원인 역시도 심정지에 의한 돌연사라고 발표가 났다는 것.

이후 권력 지형은 급격히 김경희 중심으로 변화되기 시작했고, 그 선두에는 장성택이 서 있었다.

“중국 공산당의 핵심인물들이 어제 대거 북한으로 입국했답니다.”

국정원장의 보고는 우리의 예측을 한 치도 빗나가지 않는 것이었다.

결국 장성택이 권력을 잡을 경우 북한은 중국의 영향력 안으로 들어갈 것이라는 사실.

한참 고민에 빠진 듯한 대통령은 좌중을 한번 훑어보곤 국방부장관을 향해 말한다.

“북한 군부 사정은 어떻습니까.”

“현재 호위사령부 전체가 물갈이가 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또한 보위부 역시도 김경희 라인이 이미 장악 중이고요. 남은 것은 일선 부대들. 특히나 휴전선 인근의 장성들인데, 조만간엔 그들도 대대적인 물갈이가 시작될 겁니다.”

“흠…… 결국, 시간이 촉박하다는 말이군요.”

말을 뱉어내는 대통령의 얼굴은 잔뜩 붉은빛을 띠고 있었다.

그 흥분감이 나에게까지 전달될 정도로.

절로 거칠어지는 숨을 뱉어내려는 차에 대통령의 말이 이어진다.

“일전에 접촉했던 북한 군부 인사들은 지금 어쩌고 있습니까?”

“그들은 오히려 우릴 재촉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 말에 대통령의 숨이 다시 거칠어졌다.

이내 벌떡 자리에서 일어선 그는 국방장관을 향해 다시 말한다.

“실행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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