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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무기도 만들어 드릴까요?-242화 (242/372)

#핵무기도 만들어 드릴까요? 242화

이로써 역사는 결국 방향을 틀었다.

하면 이제 우리에게 남은 것은 오로지 북진의 시기를 결정하는 것.

슬며시 대통령을 쳐다보자 그도 같은 생각을 하는 눈빛이다.

“만약 장성택 일파가 권력을 잡는다면 중국의 북한 장악은 시간문제입니다. 결국 남은 것은 우리가 언제 밀고 올라가느냐는 건데…….”

그 말에 사람들이 일제히 침음성을 내뱉었다.

아무래도 마음이 편하지는 않겠지.

난 앞으로 오고 갈 대화의 무게를 감안하여 잠시 휴식을 요구했다.

“그러시죠.”

대통령은 선뜻 응하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이내 바람이라도 쐬려는 듯 뒤뜰로 향하는 그는 힐끗 나를 돌아보며 손짓한다.

“진 회장님은 나랑 따로 이야기 좀 하시죠.”

잠시 주변의 눈치를 살피곤 재빨리 따라붙었다.

속이 타는 걸까, 그는 평소엔 입에도 대지 않던 담배를 꺼내 들며 말한다.

“후우…… 아마 6개월을 넘기기 힘들 겁니다.”

“…….”

“김정은 말입니다.”

“그렇겠죠. 다른 이도 아니고 김경희가 반대편에 서 버렸다면야.”

“문제는 그 과정에서 오는 혼란입니다. 자칫 평양 내부에서 북한군 끼리 교전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는데, 그렇다 해도 우리로선 무작정 개입할 명분이 없어요.”

사실상 그게 문제기는 하다.

비록 헌법은 북한을 우리 영토라 지정하고 있지만 그거야 우리 입장이고.

명백히 유엔에 가입이 되어 있는 독립국인 북한을 향해 다짜고짜 밀고 올라갔다간 우리만 비난의 대상이 될 수도 있으니까.

물론 중국이야 수틀리면 적극적인 개입을 하겠지만 그거야 워낙 그들이 상식이 통하지 않는 공산주의 국가기에 할 수 있는 짓이고.

민주주의를 표방하는 우린 명분이라는 것이 무척이나 중요하다.

“명분이야 만들면 되죠.”

하지만 방법은 찾으면 있다.

물론 꼼수에 가깝기는 해도 기왕 일이 이렇게 된 마당이면 그게 뭐가 중요할까.

“명분을 만든다고요?”

대통령은 커다래진 눈으로 쳐다보며 물었다.

거의 끝까지 타 버린 담배가 신경 쓰이는 것은 나뿐일까, 슥 하고 그의 손에서 꽁초를 빼앗아 꺼 버리곤 속삭였다.

“먼저 치게 만들면 되지 않습니까.

“우릴 말입니까?”

“네.”

“맙소사! 그게 가능합니까? 아니, 가능성을 떠나서 우리가 받을 피해는 어쩌고요?”

대통령은 화등잔만 해진 눈을 하며 되물었다.

글쎄, 가능할지 아닐지는 해봐야 알겠지.

하지만 난 가능하다는 것에 무게를 두고 있다.

“가능하도록 만들어야죠. 그리고 피해는 그리 크지 않을 겁니다. 제 계획대로만 된다면.”

난 웃으며 대꾸했다.

한동안 기가 차다는 표정을 지어 보이던 대통령은 뭐가 떠오른 건지 퍼뜩 표정을 바꾸며 화제를 돌린다.

“그건 그렇다 치고, 이젠 그야말로 분초를 다투게 될 것 같은데, 문제는 전비를 어떻게 확보하느냐는 겁니다. 그렇다고 미리 의회에 상정했다가는 대혼란이 벌어질 테니 말입니다. 아니, 그건 둘째 치고, 우리가 전쟁을 준비한다는 사실이 온 천하에 알리는 꼴인데…….”

“그건 피해야죠. 우리가 전쟁을 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최악의 경우 북한에서 어떤 움직임을 보일지 모르니까요. 다 떠나서 의회에선 아예 예산 청구를 차단할 가능성이 더 클 겁니다. 침략도 받지 않은 상황에서 왜 우리가 먼저 전쟁을 일으키려 하느냐고요.”

“…….”

“사실 전쟁을 먼저 시작하는 것은 미국 같은 나라도 부담되는 문제입니다. 이라크 전쟁의 경우에도 결국엔 미국이 먼저 피해를 입었음에도 비난이 어마어마했죠. 그 마당에 우리가 먼저 북을 치고 올라간다? 우리 의회가 그걸 인정하겠습니까.”

“…….”

“하니, 우리 입장에선 더더욱 저쪽에서 먼저 우리를 건드리는 것이 중요한 겁니다. 명분도 그렇고, 예산문제도 그렇고.”

“아! 무슨 말인지 이제 이해했습니다. 결국 북한이 먼저 우릴 치게 되면 개전은 자연스러운 일이 되니, 그땐 예산 청구도 당연한 것이 된다는 말이 아닙니까.”

대통령은 이제야 왜 북의 선빵이 필요한 건지 이해가 간다는 듯 고개를 주억거렸다.

히죽 웃어 보이곤 다시 말했다.

“맞습니다. 문제는 그렇다 해도 예산 확보가 원활하지는 않을 거라는 점입니다. 아무리 짧게 끝날 전쟁이라곤 해도 전쟁이고, 소모되는 비용 또한 장난이 아닐 텐데, 그 많은 예산을 단기간에 마련할 방법은 없죠.”

“…….”

대통령은 설마 하는 표정을 지었다.

무리도 아닌 것이 우리 경제 규모를 본다면 불과 한 달 안에 끝날 전쟁 정도는 충분히 감당할 만하지 않던가.

하지만 전쟁은 예측 불가의 영역이다.

그리고 정작 전쟁보다는 준비과정에서 오는 비용. 그리고 이후 정리를 위한 비용이 더 큰 문제고.

그건 사실상 통일 이후 생각해야 할 비용들과는 또 별개의 문제다.

“나도 그 점은 생각을 안 한 것이 아닙니다만…… 그렇다 해도 우리 경제 수준이면 당장 북진 비용 정도는 충분히 감당하지 않겠습니까.”

“그건 모르는 일입니다.”

“…….”

대통령은 평소 나와는 다른 태도에 낙담하는 표정을 지었다.

잠시 텀을 두고 슬그머니 대책을 입에 올려다본다.

“그래서 말인데…… 채권을 발행하시는 것은 어떻습니까.”

“채권이요?”

“네, 그걸 저를 비롯한 경제계가 최대한 매입하도록 노력해 보겠습니다.”

“…….”

대통령은 황당하다는 투로 쳐다봤다.

“물론 금액이 상상을 초월하겠죠. 하지만 북진 작업과 안정화 작업에 필요한 정도의 수준은 재계가 가진 여유자금으로도 충분히 감당할 만합니다. 정 뭣하면 제 몫을 최대한 끌어 올려도 상관은 없습니다.”

“지금 그 말, 진심입니까?”

“물론 진심입니다. 참고로 말하자면 제 재력은 대통령님께서 생각하시는 수준과는 거리가 멉니다.”

“허허.”

대통령은 허탈한 웃음을 내뱉었다.

이내 슬그머니 고개를 끄덕이는 그를 향해 난 이를 드러내며 다시 말했다.

“동의하시는 걸로 이해하죠. 참, 그런 의미에서 당분간은 제가 군에 필요한 무장확보 비용들을 먼저 감당하는 것은 어떻겠습니까.”

“…….”

“어차피 채권발행이야 개전 이후 나 가능할 텐데, 그때까지 군의 무장을 미룰 수는 없지 않습니까.”

“하지만 그게 한두 푼도 아니고, 혼자서 그 큰 비용을 감당하실 수 있으시겠습니까?”

난 그 말에 다시 히죽 웃어 보였다.

표정이 지나치게 자신감 넘쳤던 걸까, 대통령이 마른침을 삼키며 쳐다본다.

“말씀 드렸을 텐데요. 제 재력은 대통령님께서 생각하시는 수준 정도가 아니라고.”

“…….”

“물론 이자는 주셔야 합니다. 그건 각오하시고 계시겠죠?”

“…….”

***

[북한 내부에 정통한 소식통에 따르면 최근 북한 내부의 권력 투쟁이 심화되고 있는 듯합니다.]

[오늘 아침, 김정은이 현지 시찰 중이던 함경북도 경성군의 중평남새온실농장과 양묘장 건설장에서 실탄을 장착한 기관총들이 대거 발견 되었다고 합니다. 이는 김정은을 노린 세력들의 소행인 것으로 밝혀졌으며…….]

[2012년 3월 5일 아침 뉴스를 전해 드립니다. 북한에선 오늘도 군 인사들 일부의 숙청작업이 벌어졌습니다. 이로써 올해에만 수천 명에 달하는 군과 당내 인사들이 목숨을 잃은 것으로 확인 됩니다.]

김정일이 사망한 지도 어느덧 5개월이 지났다.

그사이 북한의 정세는 그야말로 한 치 앞도 볼 수 없는 지경까지 갔고, 역사와는 달리 김정은 일파의 완벽한 군부 장악도 점점 더 요원해져만 갔다.

[김경희는 현재 평양 인근에서 칩거 중인 것으로…….]

원인은 역시나 김경희였다.

아니 정확히는 장성택과 김경희의 연합 전선이라고 해야겠지.

조선중앙TV에서 나오는 뉴스만 본다면 당장은 김정은의 파워가 우세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 평양은 지금 언제 김정은이 사라져 버릴지를 점치는 분위기라는 것이 각국 정보부들 사이에서 나오는 말이었다.

[중국 정부는 만약의 사태를 대비하여 김정남을 특별 보호조치 하고 있다고 합니다.]

장성택 일파와 한 배를 탄 중국은 전보다 적극적으로 김정남을 보호하고 있었다.

만약 김정은 일파가 정말로 밀려나는 경우 그를 꼭두각시로 내세워 북한을 장악하겠다는 의지.

그게 거슬렸던 김정은은 몇 번이고 김정남의 암살을 시도했지만, 역사와 달리 성공하지는 못했다.

퉁!

오늘로써 내가 광양항을 찾은 것도 벌써 다섯 번째였다.

목적은 벌써 3차에 이르는 디파이언트 반입을 확인하기 위해서.

최근까지 반입된 수량은 총 30기.

비록 내 욕심에는 부족한 수량이었지만, 그래도 시콜스키사의 노력만큼은 박수를 보내야 할 일이었다.

고작 5개월 사이 무려 30기에 달하는 헬기를 생산한다는 게 어디 그리 쉬운 일일까.

비록 몇몇 소프트웨어상의 오류는 존재하지만 그거야 최인배의 노력에 의해 해결이 가능한 상태.

결국 그 짧은 사이 치명적인 오류들은 거의 찾아볼 수 없는 수준으로까지 만들어 낸 시콜스키사가 나로선 새삼 대단하다고 밖에는 할 말이 없었다.

우웅!

한창, 기체들을 살펴보던 와중 주머니 속의 휴대폰이 울렸다.

발신자는 국정원장.

이미 목적쯤은 짐작이 갔던 터라 심장이 방망이질을 치기 시작한다.

“네, 국정원장님.”

-오늘 새벽 3시쯤에 혹시 시간 되십니까? 말씀하신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난 그 말에 흔쾌히 대답했다.

이후 시계를 한번 확인하곤 재빨리 양 비서를 호출하자 곁에서 보고 있던 김 실장이 넌지시 묻는다.

“벌써 올라가시려고요?”

“네, 갈 곳이 좀 멀다 보니…….”

굳이 자세한 설명은 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미 이유를 눈치챈 듯 김 실장은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말한다.

“정말로 가능할까요?”

“가능하게 해야죠.”

짧은 대꾸를 끝으로 차에 올랐다.

북한 군부의 인사를. 그것도 휴전선에서 몰래 접촉한다는 발상.

비록 내가 생각한 것이지만 미친 짓이 아닐까 싶다.

‘뭐…… 때론 미쳐야 되는 일도 있으니까.’

***

철컥!

강원도 철원.

차량은 민통선을 지나 한참을 더 달렸다.

이내 도착한 곳은 3사단 섹터에 있는 백골 OP.

기밀 유지를 위해 담당 병력들은 대부분 하루 간 임시 이동조치를 한 상태였고, 초소를 지키는 것은 국정원 요원들과 특임대 요원들이 대신하고 있었다.

“저쪽에선 10분 전쯤에 이미 도착을 한 상태입니다.”

험준한 언덕을 올라 막 초소에 이르자 국정원장이 마중을 나와 있었다.

어디 그 혼자만일까.

국방장관은 물론 합참의장까지.

다시 생각해도 내가 정말 미친 짓을 하고 있다는 마음뿐이다.

벌컥!

문을 열자 세 명의 북한 장성들이 의자를 차지하고 있었다.

하나같이 굳어있는 표정.

그나마 제법 온화한 인상이다 싶은 존재가 저들 중에서도 가장 핵심 인물인 듯싶었다.

“반갑습니다. 진현승입니다.”

“반갑수다. 안철상이오.”

서로 자신에 대한 자세한 소개 따위는 일절 오고 가지 않았다.

조금 후면 다시 철책을 사이에 두고 대치할 입장인 마당에 신상 소개는 무슨.

의아한 것은 사내의 표정이었는데, 왠지 나에 대해서 잘 알고 있는 듯한 기색이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난 이번 남조선의 제안이 진현승 회장에게서 비롯됐다는 말에 동조한 거요.”

“…….”

“쯧, 그럼 우리가 진 회장에 대해서 모를 거라 생각했소? 그동안 당한 것이 얼마인데.”

절로 어색한 웃음이 지어졌다.

애초 사족을 다는 성격이 아니었던 듯. 그는 짧은 헛기침을 한번 내뱉은 후 곧장 본론을 꺼냈다.

“그나저나 우릴 선택한 이유는 뭐요.”

“그야 당연히…… 장성택이 권력을 잡으면 그쪽이 제거 대상 일 순위니까.”

기왕 이렇게 된 것, 나 역시도 굳이 말을 돌리지 않았다.

그동안 내내 온화한 표정을 지어 보였던 것과는 달리 순식간에 표정을 바꾼 안철상은 버럭 고함을 친다.

“그 말은, 김정은 동지께서 고작 장성택 같은 인물에게 밀려날 거라고 생각한다는 거요?”

“그럼 그쪽은 아니라고 생각합니까?”

재빨리 되받아쳤다.

워낙 단호한 표정 때문이었던 듯 안철상의 얼굴에 당황스러움이 물들고, 난 자칫 그를 자극할 수도 있을 말을 다시 입에 담았다.

“그게 아니라면 대체 여긴 왜 온 겁니까.”

“…….”

“당신들도 결과적으로는 장성택이 북한을 장악할 거라는 확신을 하고 있기에 내 제안에 응한 것이 아니냐는 말입니다.”

안철상은 잔뜩 불거진 얼굴로 자신의 일행들을 쳐다봤다.

하나같이 차마 할 말이 없다는 표정.

이후 잠시 시간을 달라던 그는 일행들과 저편에서 무언가를 연신 속삭이더니 다시 자리에 앉는다.

“좋소. 그쪽이 원하는 대로 해주는 대가는 뭐요.”

그 말에 한참을 침묵한 채 그를 쳐다봤다.

무안했던 듯 슬쩍 그가 시선을 피하려는 차, 슬그머니 말을 던졌다.

“만약 북한이 무너지면 당신들은 어떻게 될 것 같습니까.”

“…….”

“지금 북한이 한국과 전쟁을 해서 이길 가능성은 1%도 안 되는 상황에서.”

“닥치시오! 우린 이미 핵 무력을…….”

“그 알량한 핵은 설사 발사된다 해도 휴전선을 넘지도 못하고 격추 될 텐데요. 당신 위치 정도 되면 우리가 그동안 뭘 개발했고, 또 그 결과가 어떤지쯤은 알지 않습니까.”

발끈하는 그의 말을 단숨에 잘라먹었다.

여전히 인정하고 싶지 않은 듯 우물쭈물하는 그를 향해 다시 말을 뱉어냈다.

“물론 한발만 요격에 실패해도 망하는 거긴 하죠. 하지만 그 경우, 당신들은 과연 온전할 거라 생각합니까? 즉, 북한이 핵을 투발해 버린 마당에 우리 우방이라고 가만히 있을 거라고 생각하느냐는 말입니다.”

“…….”

그는 입술을 짓씹었다.

이제야말로 정강이를 까 버릴 때다.

“우리가 해 줄 수 있는 건 딱 한 가지입니다.”

“…….”

“통일 이후, 당신들에게만큼은 책임을 묻지 않는다는 것.”

“…….”

“쉽게 말해서, 살려는 드린다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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