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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무기도 만들어 드릴까요?-240화 (240/372)

#핵무기도 만들어 드릴까요? 240화

상자 속에 있었던 것은 서로 다른 형태를 가진 두 종류의 어뢰였다.

문제는 둘 다 여태 본 적이 없는 종류의 것이라는 사실.

오태산 대령은 멍하니 부함장을 쳐다봤지만, 막상 시선을 받은 부함장 역시도 모르기는 마찬가지라는 표정이었다.

“함장님!”

그때, 수병 중 하나가 손에 전문을 들고 달려왔다.

재빨리 그걸 받아든 함장은 내용을 살폈고, 이내 다시 상자 속 어뢰들 중 유독 끝이 뭉툭한 형태의 것을 손으로 가리켰다.

“저게 요격 어뢰라는군.”

“요격 어뢰요? 맙소사! 재우에서 개발 중이라는 소문은 들었는데, 그게 벌써 완성이 된 겁니까?”

되묻는 부함장의 얼굴엔 내심 다행이라는 표정이 지어져 있었다.

안 그래도 최근엔 어뢰 기술들의 발달로 인해 기만체가 무용지물이 되는 경우도 허다한 것이 현실.

그 상황에서 단순히 회피가 아닌 능동적 요격 수단이 주어진다면 그만큼 함의 생존율은 더 높아지는 것이지 않던가.

그런데 그때, 함장의 입에서 생뚱맞은 말이 뱉어졌다.

“이중 몇몇은 화력을 다운시킨 탄두를 장착했다는데…… 대체 어떤 걸 말하는 거야?”

“탄두의 화력을 줄이다니. 뭣 때문에 말입니까?”

함장은 대답 대신 들고 있던 전문을 내밀었다.

찬찬히 살펴보던 부함장은 이후 황당하다는 투로 함장을 향해 물었다.

“이게 말이 되는 겁니까? 요격 어뢰로 수중 드론을 나포한다는 것 말입니다.”

“이론상으로는 가능해.”

함장은 어뢰에 찍혀 있는 번호를 하나하나 확인하며 말했다.

“…….”

이해를 못 한 듯 고개를 갸웃해 보이는 부함장.

하지만 뭐가 그리 중요한지 계속해서 어뢰의 번호만을 확인하던 함장은 목표를 찾고 나서야 대꾸를 이었다.

“비록 하드 킬 방식이라고는 해도 실상은 근접 폭발 형태로 적의 어뢰를 제거하는 것이 대부분의 요격 어뢰의 특징이지. 그리고 재우가 개발한 것 역시도 같은 방식을 추구해.”

“…….”

“하지만 탄두의 화력을 줄이면…… 물론 그만큼 요격 어뢰의 추적 능력과 기동성이 받쳐줘야 하겠지만. 아무튼 그 경우, 대상의 완전한 파괴가 아닌 운동능력만을 상실하게 만드는 것이 가능하지. 아니면 최소한의 형태라도 남기게 된다거나.”

“…….”

부함장은 설마 그게 가능할까 싶은 표정으로 함장을 쳐다봤다.

비록 말은 그렇게 했지만 함장 역시도 확신은 할 수 없는 상황.

잠시 혀를 차 보인 그는 이번엔 또 다른 형태의 어뢰를 향해 시선을 줬다.

“그나저나 저것마저도 벌써 개발이 완료되었다는 것은 좀 의외로군.”

그 말에 몽롱했던 부함장의 눈빛이 퍼뜩 제빛을 찾았다.

곧 함장의 시선이 꽂혀 있던 어뢰를 향해 다가선 그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읊조렸다.

“그러게 말입니다. 선진국들도 아직 개발을 못 해낸 초공동 어뢰를…… 이러면 이거, 중국 애들은 탐지되는 것과 동시에 죽은 목숨이라고 해야 하는 것 아닙니까?”

***

투투투투!

이틀 후, 두 척의 이순신급 구축함과 해상작전 헬기들은 본격적인 대잠작전에 나섰다.

다행인 것은 대략 1시간 전쯤 한국으로부터 날아온 해상초계기가 두 대나 합류를 했다는 것.

오태산 대령은 이 드넓은 바다에서 고작 헬기만으로 대잠작전을 하는 최악의 상황을 피할 수 있게 해준 사령부를 향해 몇 번이고 감사했다.

삐!

작전이 시작된 지 3시간 정도 흘렀을 무렵, 음탐관이 드디어 함대에 접근 중인 무언가를 포착했다.

이후 전해져 오는 음파의 분석이 이루어졌고, 그것이 어뢰의 능동소나가 발산하는 종류와는 조금 다른 형태인 것을 확인했다.

“디코이 사출.”

보고를 받은 함장은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하여 기만체의 사출을 명령했다.

하지만 정작 정체 미상의 물체는 기만체의 신호를 무시한 채 유유히 배를 향해 접근.

결국 함장은 다시 요격 어뢰를 사출시키기에 이른다.

쉬이이익!

사출된 요격 어뢰는 탐지된 신호를 따라 빠르게 물체에 접근했다.

놀라운 것은 접근 중이던 물체 역시 회피 기동을 시작했다는 것.

이로써 그 물체가 어뢰가 아닌 수중 드론임은 더없이 확실해졌다.

쉬이이익!

하지만 한번 꼬리를 잡은 요격 어뢰는 추격의 끈을 놓지 않았다.

마치 먹이를 노리고 달려드는 뱀처럼.

쾅!

그리고 조금 후 바다에선 물기둥이 솟아올랐고, 신호를 탐지 중이던 음탐관은 곧바로 요격이 성공했음을 알려왔다.

“신호가 끊겼습니다.”

“부함장!”

함장은 재빨리 수거를 위한 작업을 지시했다.

임무를 맡은 UDT 대원들은 즉시 보트에 올랐고, 전속력을 다해 폭발이 일어났던 지점을 향해 내달린다.

“정말로 나포가 가능할까요?”

부함장은 여전히 가능성을 의심하는 투였다.

슬쩍 그런 부함장을 한번 쳐다본 오태산 대령은 이전에 받았던 전문 일부를 그대로 읊었다.

“수중 드론의 특징 중 하나는 부력장치를 장착한다는 것이다.”

“…….”

“그건 어느 수중 드론들이나 공통적으로 가진 특징인데, 어뢰와는 다른 기동 방식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

“해서 동력이 끊어지는 경우엔 부력장치의 영향으로 수면으로 떠 오를 가능성이 크다…… 여기까지가 전문에 적혀 있던 조언이었어.”

“…….”

“문제는 폭발에 의해 부력장치까지 망가져서 가라앉을 경우인데, 그거야 운에 맡겨야겠지.”

부함장은 그 말에 입술을 앙다물었다.

이후 혹시 또 있을지 모를, 다른 수중 드론이나 어뢰의 접근을 경계하기 위해 자신의 자리로 향하려는 차. 수거를 위해 나섰던 보트에서 작전 성공을 알리는 소식이 들려왔다.

치직!

-목표물 확보. 손상이 심하기는 해도 형태는 꽤 갖추고 있는 편이다. 혹시 모를 폭발을 방지하기 위해 위험물 제거 작업을 실시하겠다.

“접수.”

짧은 대꾸를 뱉어낸 오태산 대령은 주먹을 불끈 쥐었다.

이게 과연 가능한 일일까 싶었던 부함장 역시도 이젠 완전히 표정이 밝아진 상태.

그런데 그때, 이번엔 작전 중이던 해상초계기 중 한 대로부터 다급한 무전이 날아든다.

치직.

-신호 탐지. 음문의 형태로 봐선 중국 쑹급 잠수함으로 판단된다. 방위는…….

순간 부함장이 재빨리 함장을 쳐다봤다.

이제 내려질 결정으로 인해 자칫 수십여 명의 목숨이 날아갈 수도 있을 상황.

하지만 오태산 대령은 일말의 주저함도 없이 명령을 내린다.

“어뢰관 개방. 4번 어뢰 사출.”

***

“무슨 소리야!”

중화인민공화국 해군사령부 류자헌 사령원은 거칠게 책상을 내리쳤다.

예상했던 반응이었음에도 부관은 절로 몸을 움찔했고, 곧 들고 있던 보고서를 류자헌에게 건넨다.

“마지막 교신이 48시간 전이었다고?”

“그렇습니다.”

사실이라면 사고가 난 것이 틀림없었다.

문제는 하필 한국의 함대가 해당 해협에 파견된 때 이런 일이 발생했다는 것.

왠지 불길한 예감에 류자헌은 다시 부관을 쳐다봤고, 눈이 마주친 부관은 준비해온 또 하나의 보고서를 들이밀었다.

“현재 UAE에서 활동 중인 우리 측 정보원의 전언에 따르면 최근 한국에서 수송기가 도착했다고 합니다. 또한 두 기의 해상초계기 역시…….”

“그 말인 즉, 소룡함이 한국에서 파견한 함대에게 당했다는 건가?”

부관은 차마 대꾸를 하지 못했다.

눈빛만 보면 당장 물건이 날아와도 이상하지 않을 태도였기에.

물론 이해를 못 할 바는 아니었다.

지난 국지전에서의 패배로 인해 가뜩이나 한국이라면 이를 갈아대고 있는 존재가 바로 류자헌 사령원이었으니까.

“흠…….”

그때, 류자현이 예상과는 다른 태도를 보였다.

천만다행이라는 생각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려는 차, 그의 입에서 뜬금없는 질문이 뱉어진다.

“UAE에 도착했다는 한국의 수송기 말이야. 혹시 뭘 운송했는지 알 길은 없나?”

“수십 개에 달하는 상자들이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상자의 크기와 형태로 봐선 아무래도 미사일이나 어뢰일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현지 정보요원들의 보고였습니다.”

“무기를 수송했다고?”

“네, 상자를 다루는 현지 군인들의 태도가 지나치게 조심스러운 것으로 봐선…… 그런데 갑자기 그건 왜 물으십니까.”

부관은 고개를 갸웃하며 되물었다.

무언가에 심취해 있는 듯한 표정이던 사령원은 순간 입술을 짓씹으며 대꾸한다.

“자넨 이상하지도 않아?”

“…….”

“이미 해외에서 작전 중인 함대라면 이미 무장은 완벽하게 갖추고 있을 텐데, 대체 뭐가 부족해서 한국에서 추가로 미사일이나 어뢰를 수송했느냐는 말이야. 그사이 소말리아에서 미사일이나 어뢰를 소비할 만한 사건도 없었잖아.”

“…….”

듣고 보니 그도 그랬다.

해외파병에 나섰던 구축함이라면 무장은 충분하다 못해 넘칠 것이 당연하지 않던가.

“혹시 부식 추진을…….”

문득 반론을 제기하려던 부관은 다시 입을 다물었다.

생각해보니 그 역시 말이 안 되기는 마찬가지였으니까.

보통 어지간한 부식들의 경우는 현지 조달하는 것이 관례인데, 굳이 그걸 수송기까지 동원하여 이송할 필요는 없다.

차락!

그때, 류자헌이 갑자기 책상 서랍에서 무언가를 꺼내 들었다.

표지엔 일급 기밀이라는 낙인이 찍혀 있는 물건.

아마도 그가 정보부서들을 통해 올라오는 보고서를 모아둔 것일 터다.

“흠…… 행여 이게 실전배치 된 것은 아니겠지?”

한창 서류 중 하나를 주시하던 류자헌이 넋두리를 하듯 중얼댔다.

여전히 상황을 파악하지 못한 부관은 침묵한 채 류자헌을 쳐다봤고, 눈이 마주친 류자헌이 쯧 하고 혀를 차며 들고 있던 서류를 그에게 건넸다.

“그건 최근 재우에서 초공동 어뢰의 성능 테스트에 성공했다는 보고서야.”

“초공동 어뢰를 말입니까? 그럼 소룡함이 그 물건에 당했다는 말씀이십니까?”

“그건 나도 확신할 수 없어. 어차피 위치가 노출된 잠수함이라면. 그리고 한국의 대잠작전 능력이라면 꼭 초공동 어뢰가 아니라도 우리 잠수함을 피격할 수단쯤은 많으니까.”

“하지만 이제 개발에 성공한 무기를 그렇게 빨리 배치하는 것이 가능은 한 겁니까?”

뱉어낸 말과는 달리 부관은 그게 아주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동안 한국군은 종종 개발과 동시에 현장 배치를 해버리는 기이한 행태를 보이고는 했으니까.

그때, 류자헌의 말이 다시 이어졌다.

“한데 정말로 초공동 어뢰에 당한 거라면 이거 문제가 심각해지는 거야.”

“…….”

“물속을 시속 수백 킬로미터의 속도로 질주하는 어뢰를. 그것도 방향전환까지 자유롭고 기만체에도 속지 않는다면 대체 무슨 방법으로 그걸 막을 수 있겠나.”

생각해보니 그도 그랬다.

한국의 기술력이라면 디코이 따위에 속는 어뢰를 만들어 내지는 않았을 터.

하면 유일한 방어방법은 요격 어뢰뿐인데, 그 역시 사실상 중국은 아직 개발에 성공도 하지 못한 상태고, 설사 성공했다 해도 그 엄청난 속도의 물건을 따라잡아 요격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쉽게 말해서 향후 중국 해군에게는 암울한 미래가 펼쳐졌다는 소리지.

똑똑!

생각이 깊어질 무렵 누군가 사령원실의 문을 두드렸다.

벌컥!

이후 들어선 이는 해군 정보국 소속의 인물.

힐끗 부관을 한번 쳐다본 사내는 난처한 기색을 내비쳤지만 정작 류자헌은 손사래를 치며 상관없음을 표했다.

“그냥 말해.”

“네, 그게…… 방금 UAE에 있는 우리 측 정보요원들을 통해 전해진 소식인데, 한국 해군이 우리 수중 드론을 나포했답니다.”

“…….”

***

“어서 오세요.”

늦은 밤 걸려온 전화에 다급히 청와대로 향했다.

이미 국방장관을 비롯한 군의 주요 요인들의 얼굴엔 미소가 가득 지어져 있던 상태.

나와는 간발의 시간차로 회의실로 들어선 대통령의 표정 역시도 평소와는 달리 한껏 들떠 있었다.

“수고가 많았습니다, 진 회장.”

“별말씀을요. 그런데 혹시 미 국방부에서는 우리 구축함과 중국 잠수함 간의 교전에 대해선 아직 눈치를 못 챈 겁니까?”

난 혹시나 싶어 물었다.

여태 마이클로부터 전화가 오지 않는 것을 보면 왠지 그런 느낌이었거든.

마침 그 이야기를 전하려 했었는지 국방장관이 대뜸 끼어든다.

“교전이라고는 해도 워낙 순식간에 끝이 나 버린 터라 눈치채기는 힘들었을 겁니다. 게다가 당시 미군은 대부분 호르무즈 해협 안쪽으로 진입해 있었던 상태고요.”

“다행이군요. 하면 중국의 반응은요?”

“중국에서는 아직 아무런 반응이 없습니다.”

대답을 한 이는 외교장관이었다.

힐끗 시선을 주자 그가 헛기침을 하며 말을 잇는다.

“어차피 이번 교전에선 중국이 먼저 선공을 했고, 또 사태의 원인이 중국이라는 확실한 증거를 잡았지 않습니까. 아마 항의는커녕 그저 우리가 조용히 넘어가기만을 바라고 있을 겁니다.”

“그럼 이제 어쩌실 생각이십니까?”

난 다시 대통령을 향해 시선을 주며 물었다.

지나치게 앞뒤를 잘라먹은 탓일까, 대통령의 고개가 갸웃해진다.

“미국에게 이 사태의 전말에 대해 언제 알리실 생각이시냐는 겁니다.”

“글쎄요, 안 그래도 생각을 좀 해봤는데, 굳이 미국과 공유해야 하는지는 솔직히 판단이 서질 않는군요. 어차피 우리야 위협은 제거한 상태인 마당에.”

난 그 말에 이렇다 할 조언을 하지 못했다.

사실 이 문제가 이슈화 되는 것이 옳을지 아닐지는 나도 아직 판단이 서질 않거든.

‘다른 걸 떠나서 지금은 한반도의 정세만으로도 복잡한 상황인데.’

그 와중에 일이 커져서 과연 좋을 것이 있을까.

아니지. 차라리 이 기회에 중국이 압박당하는 상황이 펼쳐지게 두는 것이 차후를 생각하면 더 나은 걸까.

“대통령님!”

한창 생각이 꼬리를 물던 차에 갑자기 비서실장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

안 그래도 하얀 얼굴이 더 하얗게 질려 있던 그는 숨 고를 틈도 없이 말을 뱉어냈다.

“방금 국정원에서 연락이 왔는데, 북한 내부에서 김정일 사망을 공식화 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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