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무기도 만들어 드릴까요? 239화
[일본 정부는 어제 호르무즈 해협 인근에서 피격된 자국의 유조선에 대한 철저한 조사를 시행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외신들은 이번 사태가 계속되고 있는 미국의 제재에 대한 이란의 불만 표출일 가능성을 조심스레 점치고 있습니다.]
“이란일 가능성을 배제하기는 힘듭니다.”
“이란이 뭣 때문에 일본의 유조선을 공격한다는 말입니까.”
다음 날, 이른 아침부터 시작된 청와대 비공식 회의에선 각료들의 논쟁이 오고 갔다.
우스운 것은 그 자리에 내가 또 불려와 앉아 있다는 것.
그리고 그 사실을 누구도 문제 삼거나 이상하게 여기는 사람들이 없다는 점인데, 이럴 때면 나조차도 가끔은 내 위치에 대해 의구심이 든다.
“재우 상선은 피해가 없답니까. 듣자 하니 일본의 유조선 피격 이후로 대만 소속 상선 한 척도 무언가에 의해 선미가 파괴되었다는 소식이 있던데요.”
물론 나름대로의 이유는 있었다.
일본 유조선이 피격된 이후 들려온 또 한 차례의 상선 피격사건.
때문에 이젠 수에즈 운하를 통해 해당 해협을 주로 이용하는 재우의 상선들 역시도 안전하지 못한 상황이다.
“재우 소속 상선들은 현재까지 별다른 피해 보고는 없는 상태입니다. 그나저나 대만 상선 역시도 뭐에 당한 것인지 아직 밝혀지지 않은 겁니까?”
난 외교장관의 질문에 재빨리 대꾸하곤 다시 국방장관을 향해 시선을 주었다.
연신 난처한 표정을 지어 보이던 그는 갑작스레 꽂힌 내 시선에 퍼뜩 자세를 고쳐잡는다.
“현재로서는 밝혀진 것이 없습니다. 뭐 뉴스를 보시다시피 외신들은 미국에 불만을 품은 이란의 소행이라고는 하는데, 솔직히 이란이 이 시점에 그런 짓을 할 이유가 없죠.”
“흠…….”
이번엔 나로서도 좀처럼 감이 오지 않았다.
특정 국가의 상선만을 노리는 것도 아니고.
공격수단은커녕 주체가 누군지도 파악이 안 되는 상황에선.
그때, 순간 떠오르는 생각과 함께 다시 국방장관을 향해 물었다.
“혹시 피격된 일본 유조선과 대만 상선의 사진을 좀 구할 수 있겠습니까?”
장관은 그 말에 부관을 불러들였다.
얼마의 시간이 지났을까, 다시 돌아온 부관의 손에는 수십 여장의 사진이 들려있었고, 난 재빨리 그걸 받아들곤 한참을 쳐다봤다.
“흠…….”
막상 사진을 보자 더 혼란스러웠다.
공격 주체가 전혀 드러나지 않은 상태라면 잠수함 밖에는 답이 없는데…… 이건 어뢰에 당한 형태는 아니거든.
같은 생각을 한 건지 국방장관이 넌지시 말을 뱉어낸다.
“어뢰였다면 단순히 구멍 하나 나는 것만으로 끝나지는 않았을 겁니다.”
“그런 것 같군요. 어뢰였다면 이런 식의 폭발 흔적이 남을 리가 없죠. 특히나 구멍의 형태로 봐선 이건 접촉형 신관을 가진 폭발물에 의한 피해라고밖에는 볼 수 없습니다.”
“그럼 대체 뭘까요? 미사일이었다면 이 정도 피해로 끝났을 리는 없고, 결국 로켓이 제일 의심되는데, 증언에 의하면 주변에서 로켓을 날려 보낼 만한 선박 따위는 없었답니다.”
난 장관의 말을 토대로 수단이 될 만한 것들을 하나씩 떠올려봤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사진 상의 결과를 가져올 만한 무기는 생각이 나지 않는 상황.
한데 우연이었을까, 불현듯 회귀 전에 인도네시아에서 있었던 사고 하나가 뇌리를 스치며 온몸에 전율이 느껴졌다.
중국이 만들어서 뿌린 무인 수중 드론에 의해 동남아 각국의 몇몇 어선들이 침몰했었던 사건.
‘설마…….’
생각과 동시에 다시 사진을 쳐다봤다.
밖에서 안으로 찢겨지듯 뚫린 구멍.
그리고 그다지 크지 않은 폭발력.
이건 아무리 봐도 수중 드론에 의한 결과가 분명해 보인다.
“왜 그럽니까?”
내내 내 표정만을 살피던 국방장관이 넌지시 물었다.
이걸 과연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난 탁 하고 사진들을 책상 위에 다시 내려놓으며 한숨을 내뱉었다.
“이번 사태가 만약 중국의 소행이라면 어떻게 해야 하겠습니까.”
“그게 무슨…… 증거라도 발견 한 겁니까?”
“아니요, 아직 증거는 없습니다. 하지만 가능성을 아주 배제할 수는 없죠.”
“…….”
관료들은 그 말에 서로를 쳐다봤다.
이내 동시에 나를 향하는 시선들 속에는 죄다 설명을 요구하는 빛이 가득한 상황.
잠시 헛기침을 뱉은 후 다시 말했다.
“이런 형태를 남기는 폭발물은 두 가지로 압축할 수 있습니다. 장관님의 말씀처럼 로켓, 내지는 접촉 신관에 의해 폭발을 유도하는 공격용 수중 드론.”
“…….”
“하지만 여기서 로켓은 제외해야겠죠. 뭐 이미 주변에선 그걸 날려 보낼 선박이 없었다는 증언이 있으니까. 하면 답은 수중 드론인데, 구멍의 위치로 본다면 그게 제일 합당하기는 합니다.”
“수중 드론이요?”
“네, 여기서 주지하셔야 할 점은 중국이 그 분야에 있어서 꽤 발전된 기술을 보유 중이라는 사실입니다.”
“그래서 중국을 의심하신다는 말입니까?”
외교장관은 커다란 눈을 하며 물었다.
고개를 끄덕여 보이자 그가 다시 반론을 제기한다.
“그렇다 해도, 중국이 이란에 그 수중 드론을 제공했을 가능성도 있지 않습니까.”
“물론 그랬을 수도 있죠. 하지만 이란은 현재 오바마 정부와 핵 협상 문제를 타결 중인 상황입니다. 즉, 이런 무모한 짓을 해서 얻을 수 있는 것이 하나도 없죠.”
“…….”
사람들은 일제히 침묵했다.
하필 중국이 연관되어 있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이 어떤 결론으로 이어지는지를 깨닫기라도 한 듯.
아니나 다를까, 대통령이 곧바로 끼어든다.
“하긴, 이런 사건의 이면에는 항상 이해득실이 따르기 마련이죠. 그런 면에서 본다면 중국을 의심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이기는 합니다. 중국이라고 한반도의 전쟁 위기를 모를 리는 없고, 결국 우리의 원유비축을 막기 위해 이런 짓을 했을 가능성이 크죠. 그런데, 일본과 대만 상선은 왜 공격한 걸까요?”
“저들의 한계 때문일 겁니다.”
“…….”
“공격용 수중 드론의 경우 원격 조종을 하거나 AI의 알고리즘에 의해 공격 대상을 판단합니다.”
“…….”
“그런데 오인피격을 가했다면 운용자의 실수 내지는 아직까지 저들의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알고리즘 수준이 그리 정밀한 판단능력을 갖추지는 못한 거죠.”
“이거 참…….”
대통령은 혀를 차며 허공을 쳐다봤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는 대충 예상이 되는 터.
난 그를 대신하여 먼저 입을 열었다.
“죄송하지만 중국이 연관된 흔적을 찾기란 그리 쉽지 않을 겁니다.”
“왜요, 파편 정도는 남을 수도 있지 않습니까.”
역시나 대통령은 중국이 관여된 증거를 잡아낼 생각이었던 모양이다.
하긴, 그렇게만 된다면 당장 국제사회의 비난이 빗발칠 터라 아무리 중국이 철면피라 해도 같은 짓을 반복하기는 곤란해질 테니까.
하지만 중국도 바보는 아니다.
“그런 대담한 짓을 저지르는 마당에 증거가 될 파편 따위를 남기는 소재로 드론을 만들었을 리는 없죠. 설사 일부 파편을 찾아낸다 해도 그게 중국의 것이라고 증명하기도 어렵습니다. 온전한 부품을 건져내지 않는 한은.”
“흠…….”
대통령은 머리가 아프다는 듯 인상을 찌푸렸다.
그 모든 것이 사실인 경우, 대책을 세워야 하니까.
난 그 시점에 넌지시 입을 열었다.
“결론적으로 조만간에는 우리도 당할 수 있음은 확실합니다. 물론 오인피격으로 인해서 당분간은 자제를 할 가능성도 있고, 국제 조사단의 눈치를 봐서라도 한동안은 잠잠할 가능성도 크죠. 하지만 목적 자체가 우리의 원유수송과 물자 반입 방해라면 반드시 사고는 다시 벌어질 겁니다.”
“…….”
“쉽게 말해서 전 지금 소말리아에 파견 되어 있는 청해 부대를 해당 해역으로 이동시키자는 겁니다.”
“하지만 그게 해결책이 되겠습니까? 우리 군함도 그 드론에 당하지 말라는 법은 없잖습니까.”
“아니요, 다행히도 파견된 이순신급 구축함의 탐지 장비들은 최신의 것으로 교체가 되어 있는 상황입니다. 게다가 재우 연구소에선 이미 오래전부터 신호 역탐지 기술을 이용한 요격 어뢰의 개발을 완료해 둔 상태죠. 장담하는데, 중국의 어설픈 장난감들이 우리 구축함들에게 피해를 입히는 일은 발생하지 않을 겁니다.”
그 말에 대통령을 비롯한 관료들의 낯빛이 환해졌다.
하지만 근본적인 문제는 아직 남아 있는 상황. 난 재빨리 말을 이었다.
“만약 중국의 수중 드론의 투발 수단을 찾아낸다면 어쩌실 생각이십니까.”
“…….”
대통령은 그게 무슨 말이냐는 표정으로 나를 쳐다봤다.
내 이럴 줄 알았다니까.
짧은 한숨과 함께 다시 설명을 이었다.
“정말로 공격수단이 수중 드론이었다면 그걸 투발한 수단이 있었을 것 아닙니까. 설마 그 작은 드론이 중국에서부터 거기까지 홀로 헤엄쳐 갔다고 여기시는 것은 아니겠죠?”
“아! 하면 대체 뭐가…….”
“정황상 잠수함이 아닐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실체가 보이지 않은 상태에서 공격을 받았다면 그것 외에는 설명할 길이 없죠.”
“하면 결국 중국의 잠수함을 상대해야 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말입니까.”
단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야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은 듯 표정을 굳힌 대통령은 한참 후가 되어서야 넌지시 입을 열었다.
“만약 중국의 잠수함을 발견하게 되는 경우, 해서 공격징후가 보이는 경우엔 우리도 격침을 허락합니다.”
“대통령님!”
순간 국방장관이 다급해진 얼굴로 만류했다.
당장 북한과의 전쟁이 언제 터질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중국을 먼저 건드려 놓는 것이 부담 되는 거지.
하지만 내 생각은 다르다.
“아니요, 그게 최선일 겁니다.”
“…….”
“만약 중국의 잠수함을 발견하고도 그냥 둔다면 위협은 사라지지 않습니다. 하니 확실하게 해두기 위해선 당연히 제거를 해 버려야죠.”
“누가 그걸 모르겠습니까. 문제는 중국에서 본격적으로 문제를 삼고 나설 일이 걱정이라는 거죠.”
장관은 미간을 찌푸리며 반박했다.
“중국이 무슨 수로요.”
“…….”
“그 경우 일본 유조선은 물론 대만의 상선에 피해를 입힌 것이 자신들이라는 것을 세상에 공표하는 건데, 과연 그게 가능하겠습니까? 예상컨대, 중국은 설사 피해를 입었다 해도 모르쇠로 일관할 가능성이 큽니다.”
“…….”
“게다가 확실한 증거까지 우리가 손에 넣고 있는 상황이라면 더더욱.”
“확실한 증거를 손에 넣는다고요?”
“그렇습니다. 예를 들면 온전한 형태의 수중 드론을 포획한다거나.”
“그게 가능합니까?”
장관은 눈을 끔뻑이며 되물었다.
이 자리에서 구체적인 설명을 할 수는 없고, 그저 고개만 끄덕여 보였다.
“그렇다면야…….”
장관은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어느덧 흘러간 시간도 벌써 2시간 째.
회의를 마무리 지으려는 듯 대통령이 핵심을 강조하며 일어섰다.
“지금까지의 대화는 범인이 정말로 중국이었을 경우를 상정한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아직은 확실해진 것이 없으니 우리도 조사단을 보내도록 하죠. 일단 UAE에 협조 요청을 해둔 상태기에 조사단 파견에 문제는 없을 겁니다.”
사람들은 우르르 일어서며 고개를 끄덕였다.
나 역시 당연하다는 눈빛을 보내고 수트를 챙기려는 차, 불현듯 대통령의 말이 다시 날아든다.
“참, 연구소에 내려가셨던 일은 어떻게 됐습니까.”
“아, 꽤 성공적이었습니다.”
“듣자 하니 제작 단가가 아직은 꽤 높다고 하던데, 어느 정도 물량이면 우리 군이 수용 가능한 수준까지 떨어지겠습니까.”
대통령의 태도는 왠지 쫓기는 느낌이었다.
뭐 무리도 아닌 것이 정작 전쟁이 벌어지면 보병이 가장 피해를 보는 것이 사실이니까.
한데 피해를 줄이기 위한 목적이라면 근력 강화 수트는 차선책이다.
그럴 바에야 조금 더 돈을 보태서 차라리 방탄 수트를 보급하는 쪽이 낫지.
“흠…….”
설명을 들은 대통령은 갈등의 빛을 내비쳤다.
아쉬웠던 거겠지.
아니나 다를까, 결국엔 넌지시 절충안을 내놓는다.
“그렇다 해도 일부 특전사 병력들만큼은 그래도 좀…… 예산은 내가 국회의원들의 목을 졸라서라도 마련해 보리다.”
“…….”
***
-UAE에 파견된 국정원 요원들로부터 제법 흥미로운 보고가 있었습니다.
이튿날, 국방장관으로부터 다시 전화가 왔다.
모사드가 은밀히 입수한 파편 일부를 분석 중 중국과의 연관성을 찾아냈다는 것.
정확히는 추적 센서라 짐작되는 부품 일부를 피격된 대만의 상선에서 발견했는데, 그것에서 중국 칭화유니 그룹에서 제작한 반도체 제품들을 발견했다는 소식이다.
“그건 우리 예측을 확증하는 것은 될 수 있겠지만 중국을 몰아붙일 수단은 못 됩니다. 어차피 반도체 칩이야 수출을 했다고 하면 그만이니까요. 정말로 확실한 증거를 잡으려면 온전한 수중 드론이 필요합니다.”
국방장관은 그 말에 실망스러운 한숨을 뱉었다.
하지만 말했듯 우리 심증을 확증하기엔 충분한 상태.
난 그 점을 강조하며 전화를 끊었다.
“결국 중국 잠수함을 발견한다면 주저할 이유는 없는 거죠.”
***
철썩!
본국으로부터의 명령에 최영함과 왕건 함은 즉시 호르무즈 해협으로 향했다.
전과는 달리 건조 수량이 늘어난 덕에 이젠 두 척의 이순신급이 파견을 나와 있는 상태.
조금 의문인 것은 두 척 모두 이동하라는 상부의 결정이었는데, 아직 정확한 이유를 전달받지 못한 탓에 함장들로서는 불안감이 더해진 상태다.
“전문입니다.”
목적지를 불과 30분 정도 가량 남겨두고 있던 상태에서 다시 전문이 날아왔다.
한참 내용을 살피던 최영함의 함장 오태산 대령은 눈을 부릅떴고, 곧 무전기를 들어 왕건함과의 교신을 시도했다.
“전문 확인 바란다.”
-확인. 이거 전문내용이 사실이면 꽤 골치 아프게 됐는데?
이미 같은 전문을 받은 듯 저편에서도 난색을 표하는 투의 대꾸가 들려왔다.
하지만 더 당황스러운 것은 호르무즈에 도착 즉시 한국에서 수송기 편으로 UAE로 보낸 물품을 수령하라는 지시.
오태산 대령은 이후 내내 머릿속을 떠도는 의문을 지우지 못한 채 항구로 진입했다.
[오태산 대령?]
도착한 항구에는 이미 UAE군 소속 병력들이 무언가를 부지런히 나르고 있었다.
커다란 상자들의 수만도 수십 개.
워낙 무게가 있는 탓에 장비를 동원하여 함으로 이동시킨 오 대령은 이후 빠른 개봉을 요구했고 곧 드러난 물건을 보곤 연신 눈을 끔뻑였다.
“뭐야 이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