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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무기도 만들어 드릴까요?-238화 (238/372)

#핵무기도 만들어 드릴까요? 238화

“김영동 기자님?”

분명 진현승 회장이었다.

그럼에도 눈을 의심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저 대단한 존재가 왜 이곳에 있느냐는 것.

차마 입이 떨어지지 않아 버벅거리는 사이 앞쪽에 자리를 잡은 진현승이 다시 말을 잇는다.

“우리 직원들이 좀 과격했었던 모양인데, 이해를 부탁드립니다. 이번 미군 물자 입항은 우리 재우그룹 내에서도 일급 기밀에 해당되는 사항이라서 말이죠.”

“재우 그룹의…… 문제라고요? 그걸 지금 저보고 믿으라고 하시는 말씀입니까?”

김영동은 황당하다는 듯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무려 수백 대의 전차와 전투차량들.

그게 고작 하나의 방산그룹과 연관된 문제라는 것을 누가 믿을 수 있다는 말인가.

하지만 진현승은 태연하게 말을 받았다.

“미군은 최근 M1A2의 엔진 개량사업을 추진 중입니다. 가스터빈 엔진을 버리고 이젠 본격적으로 디젤 엔진을 탑재하겠다는 거죠. 기자님이 보신 전차들은 그 사업을 수주한 재우가 개량할 물량들입니다.”

김영동은 그 말에 코웃음을 쳤다.

예상치 못한 반응이었던 듯 순간 진현승의 눈매가 한껏 가늘어졌고, 김영동은 굳이 그걸 상관하지 않은 채 다시 말했다.

“저를 바보로 아시는군요. 현재 재우가 개발한 디젤 엔진의 뿌리가 미국업체에서 비롯된 것쯤은 저도 알고 있습니다. 그 마당에 미국에서 재우에게 개량을 위탁한다? 지금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십니까?”

김영동의 표정은 의기양양했다.

마치 자, 이제 또 할 말이 있으면 해봐라. 는 듯.

하지만 진현승은 일체의 표정 변화도 보이지 않은 채 오히려 한껏 여유로운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뭔가 오해하셨군요.”

“…….”

“미안하지만 난 지금 진실을 말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기자님께서 앞으로 쓰셔야 할 기사의 전문을 알려드리고 있는 겁니다.”

“…….”

“솔직히 지금 상황에서 진실은 별 의미가 없습니다. 단지, 국민들이 그렇게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만이 중요할 뿐이지.”

김영동은 기가 차다는 표정으로 진현승을 쳐다봤다.

대체 시대가 어느 때인데, 대중들의 눈을 가리겠다는 말인가.

아니, 그건 둘째 치고. 기자를 상대로 이런 말도 안 되는 협박을 한다는 것이 두렵지도 않다는 건가?

그때, 진현승의 입에서 마치 그의 생각을 읽은 듯한 투의 말이 뱉어졌다.

“기자를 억압하는 것이 불만인 모양인데, 기자라고 해서 모든 것이 다 허용되는 것은 아님을 주지하시죠.”

“…….”

“쉽게 말해 기밀로 지정된 정보가 대외에 유출될 위기상황에서는 설사 기자라고 해도 얼마든지 제재를 가할 수 있다는 말입니다. 참고로 저 친구들 역시 국가로부터 정식으로 의뢰받은 일을 하고 있는 것뿐이니 법적으로도 문제 될 것은 없죠.”

에둘러 말하긴 했지만 저건 명백한 경고였다.

자신의 앞에서 감히 어설픈 기자 직함을 들이대며 나댈 생각 따위는 하지 말라는.

하긴, 진현승 정도 되는 인물에게 무서울 것이 뭐가 있을까.

애초 그의 얼굴을 이곳에서 본 순간 이번 취재가 망했다는 것쯤은 김영동도 인정하고 있던 터였다.

“그렇게까지 말씀하신다면 도리가 없죠. 좋습니다, 이번 일의 진실이 뭐건 기사화 하지 않겠습니다. 대신, 진짜 이유 정도는 말해주십시오.”

그 말에 진현승이 입꼬리를 들어 올렸다.

무슨 생각을 하는 걸까, 한참을 김영동의 눈만 똑바로 쳐다보던 그는 갑자기 주머니에서 소시지만 한 시가 하나를 꺼내어 입에 문다.

“그걸 알아서 뭐하려고요.”

“…….”

“어차피 기사화 하지 않는다면 굳이 알 필요도 없는 것 아닙니까?”

김영동은 차마 할 말이 없었다.

하지만 이미 마음을 지배한 호기심의 불은 꺼지지 않는 상황.

단지 개인적인 호기심이라는, 보다 솔직한 말로 다시 기회를 잡으려는 순간 진현승의 말이 이어졌다.

“난 이 나라의 언론을 믿지 않습니다. 아니, 보다 정확히는 기자들이 내세우는 양심을 믿지 않는다고 해야겠죠.”

“…….”

차가운 선언이었다.

하루 이틀 쌓인 것에서 오는 불신이 아닌 느낌.

하지만 할 말은 없다.

그 불신은 결국 기자들 스스로가 만들어 준 것이니까.

사실 이럴 때면 오히려 끝까지 양심을 지켜온 그 자신이 더 어리석게만 느껴진다.

“다시 말하지만 난 괜한 소란으로 나라가 혼란에 빠지는 것을 두고 볼 생각은 없습니다. 때문에 방금 나와 했었던 약속은 반드시 지켜야만 할 겁니다.”

“약속한 이상 협조는 합니다. 최소한 제가 진 회장님께서 생각하시는 그런 부류들과는 다르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서라도.”

진현승은 그 말에 눈을 빛냈다.

이내 돌아서려는 순간, 김영동이 다시 말을 뱉어냈다.

“다른 기자들은 어쩔 생각이십니까.”

“…….”

“이번 일에 대해 수상함을 느낀 기자가 저 하나뿐일 거라는 장담은 할 수 없지 않습니까.”

말을 뱉어내는 김영동의 표정은 진심으로 충고를 전하는 자의 그것과도 같았다.

잠시 호기심 넘치는 표정을 짓던 진현승이 꾹 하고 들고 있던 시가를 비벼 끄며 말한다.

“물론 김 기자 하나만은 아니겠죠. 하지만 결국엔 이번 일에 대한 기사가 언론에 나가는 일은 없을 겁니다. 내겐 그걸 가능하게 할 만한 방법들이 꽤 많으니까.”

“…….”

김영동은 마른침을 삼켰다.

왠지 그 방법이라는 것이 꼭 회유에 국한 되는 것은 아닐 거라는 생각에.

그때, 진현승의 말이 다시 이어졌다.

“상상하는 그게 맞을 겁니다. 난 지금까지 언론을 대하던 것과는 달리 이제 회유 따위는 하지 않을 생각이니까.”

“…….”

“그건 그렇고. 혹시 다른 일을 좀 해볼 생각은 없습니까?”

김영동은 갑자기 맥락을 벗어난 그의 말에 이건 또 무슨 생뚱맞은 상황인가 싶은 표정을 지었다.

그사이 다시 다가온 진현승이 그의 어깨에 지그시 손을 얹는다.

“진짜 언론인다운 언론인이 되어볼 생각 없느냐는 말입니다. 아! 갑자기 이런 제안을 하는 것은 왠지 김 기자는 다른 이들과는 좀 달라 보이기 때문입니다. 최소한 말은 통하는 상대 같은 느낌?”

“…….”

“혹시 소식을 들었는지는 몰라도 재우그룹은 앞으로 종합편성 채널을 개국할 예정입니다.”

“굳이 그러시지 않아도 약속은 지킬 테니 너무 걱정은 마시죠.”

김영동은 단호한 표정으로 대꾸했다.

마치 자신은 대가 따위를 바라고 생각을 접는 것은 아니라는 의지를 표명하듯.

순간 그의 어깨에 걸쳐져 있던 진현승의 손에 힘이 들어간다 싶더니 웃음소리가 들려온다.

“오해를 한 모양이군요. 난 지금 침묵에 대한 대가를 지불하려는 것이 아니라 정말로 김 기자가 탐이 나서 하는 말입니다.”

“……저에 대해서 뭘 아신다고요.”

“물론 아직은 모르죠. 해서 막상 제안을 하고는 있지만 당분간 일정 수준의 조사를 해볼 생각이기도 합니다.”

“…….”

“그럼에도 굳이 이런 제안을 하는 이유는 당신의 정보력 하나만큼은 인정하기 때문입니다.”

“…….”

“재우가 만든 전차용 디젤 엔진 기술이 미국에서 비롯되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는 것 말입니다. 말이 나왔으니 묻는 건데, 그건 대체 어떻게 알고 있는 겁니까? 재우 내부에서도 경영진 몇몇을 제외하곤 철저하게 기밀로 취급하고 있던 사실을.”

“그거야…… 솔직히 말하자면 쉽지는 않았습니다. 알려진 정보들만으로는 미 업체와의 연관성을 확신하기엔 부족했으니까요. 그래서 결국엔 부품회사들로 눈을 돌렸고, 이후 두 회사에 납품되는 부품들 중 규격과 소재. 그리고 제작방식이 동일한 것들이 유독 많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즉, 두 회사가 같은 설계방식으로 엔진을 제작하고 있다는 결론을 내린 거죠.”

진현승은 김영동의 말이 뱉어지는 동안 내내 눈을 반짝였다.

이내 툭툭하고 다시 김영동의 어깨를 두드린 그는 허탈한 투로 말을 뱉어냈다.

“그게 바로 김 기자가 탐이 나는 이유입니다.”

“…….”

김영동은 슬쩍 진현승을 향해 시선을 줬다.

여전히 웃고 있던 그는 주변 사내들에게 무언가를 속삭이는가 싶더니 다시 김영동을 빤히 쳐다본다.

“아무튼, 내 제안은 이번 문제와는 별개로 유효합니다. 하니, 충분히 생각을 한번 해 보시죠.”

“…….”

***

“정말 이대로 보내주실 생각이십니까?”

방을 나서자 김영기 총괄실장이 넌지시 우려를 표했다.

뭐 당연하겠지.

지키지 않으면 그만인 약속만 믿고 풀어준다는 것은 사실상 모험이나 다름없으니까.

하지만 그가 약속을 깨는 일은 없을 거다.

그러기엔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더 많다는 것을 스스로가 잘 알고 있을 테니까.

“상관없습니다. 어차피 약속을 깨면 결과가 어떤 식으로 돌아올지는 그도 충분히 인식하고 있을 테니까요.”

“하긴, 그 정도는 인지할만한 인물 같기는 하라더군요. 게다가 데스크를 막아버리면 딱히 방법도 없을 테고. 한데 영입제안은 또 뭡니까.”

김 실장은 그게 의외였었던 모양이다.

기밀 누설을 막자고 마련한 자리에서 다짜고짜 상대를 영입하겠다는 제안을 해 버린 내 태도.

하지만 그건 진심이었다.

정보를 취합하는 것에 있어서 가장 이상적인 방식을 몸에 익히고 있는 존재.

곧 방송국의 개국을 준비하고 있는 사주의 입장에선 그런 능력자에게 욕심이 생기는 것이 당연하지 않을까?

비록 짧은 대화였지만 기레기라고 취급하기엔 곤란한 존재 같기도 하고.

“말이 나왔으니 부탁 좀 하죠. 김영동 기자의 그동안의 행적에 대해 철저하게 조사 좀 해주세요. 과연 기자라고 이름을 붙일만한 존재인지에 대해서.”

***

부웅!

“네, 천만다행이군요.”

차로 이동하는 동안 난 대통령에게 방금 일어났던 사건에 대한 보고를 올렸다.

우스운 것은 이미 대통령도 대일일보의 움직임쯤은 알고 있었다는 것.

때문에 국정원장을 통해 담당 언론사의 사주는 물론 데스크와도 접촉을 했다는 후문이다.

-그런데 의외기는 하군요. 이미 해당 언론사에는 조치를 취한 마당에 소속 기자가 끝내 취재를 강행했다는 것 말입니다. 상황이 이러면 데스크가 일부러 기자에게 사실 전달을 안 했다는 것밖에는 설명이 안 되지 않습니까.

오랜 설명 끝에 대통령이 의문을 하나 제기했다.

생각해보니 시간상 데스크가 기자를 다시 불러들이려 했다면 얼마든지 가능했었던 상황.

그럼에도 끝내 철수지시를 내리지 않았다는 것은 한 가지 사실만을 의미했다.

“패를 손에 쥐고 있겠다는 의도겠죠.”

저편에선 침묵이 감돌았다.

의미를 이해하지 못한 듯.

잠시 헛기침을 하곤 다시 설명을 이었다.

“언론사도 결국엔 이익집단입니다. 하니 차후 정부를 상대로 딜을 걸만한 패 하나쯤은 손에 쥐고 싶다는 거겠죠. 쉽게 말해서, 수틀리는 경우 정부와의 약속은 언제든 손바닥 뒤집듯 뒤집을 준비가 되어 있다는 의미인 겁니다.”

대통령은 그 말에 허허, 하고 허탈한 웃음을 내지었다.

이런 상황에서는 권력보다는 돈의 힘이 크게 작용하는 것이 진리.

난 혹시 모를 대일일보의 돌발행동을 염려하여 나름대로의 후속 조치를 예고했고, 대통령은 몇 번이고 고맙다는 말을 남기곤 전화를 끊었다.

‘확실히 언론 개혁이 필요한 시점이군.’

끼익!

그로부터 대략 2시간 후, 드디어 애초 목적지였던 나로도 재우종합연구소에 도착했다.

최근 건물이 모두 완공된 연구소는 여태 환하게 불이 켜져 있었던 상태.

장소만 바뀌었을 뿐, 고생길은 여전한 모양새다.

“이 늦은 시간에 방문을 재촉했던 것을 보면 김희원 박사가 또 한 건 했나 본데요?”

김 실장도 이젠 희원이 놈의 성격을 어느 정도는 파악한 투였다.

자랑할 것이 있다면 그게 언제고 상관하지 않고 전화를 해대는.

하지만 오늘만은 불만을 가질 이유가 없었다.

이번에는 놈도 딱 적절한 시기에. 그것도 제법 그럴듯한 결과물을 만들어냈거든.

“어서 와.”

들어선 연구실에선 연구원들이 한창 바쁜 움직임들을 보이고 있었다.

실험실 한가운데를 떡 하니 차지하고 있는 방직기에 놀란 김 실장은 연신 눈만 끔뻑였고, 난 그보다는 저편에서 검은빛의 쫄쫄이 같은 것을 입고 있는 사내에게 더 눈이 갔다.

“이게 대체 다 뭡니까.”

김 실장은 테이블 위에 있던 검은빛의 섬유 조각들을 만지작대며 물었다.

어느새 다가온 희원이 그런 김 실장을 향해 재빨리 대꾸한다.

“워리어 플랫폼의 완성이죠.”

“…….”

김 실장은 이해를 못하겠다는 표정으로 나를 쳐다봤다.

힐끗 다시 저편에 있는 검은색 쫄쫄이 차림의 사내를 향해 시선을 주곤 대신 설명을 이었다.

“이 옷감들은 형상기억합금과 탄소섬유 소재로 제작되었습니다. 대략 6그램 정도를 몸에 부착하면 최대 10킬로그램의 힘을 몸에 더해줄 수 있죠. 즉, 근력을 비약적으로 상승시켜주는 스마트 섬유라고 보시면 됩니다.”

“근력을 상승시킨다고요?”

김 실장은 툭 하고 턱을 떨어트린 채 말했다.

역시나 백문이 불여일견.

마침 저편에서 스마트 섬유로 만들어진 쫄쫄이를 입고 있던 사내를 향해 턱짓해 보였고, 눈이 마주친 사내는 재빨리 앞에 놓여 있던 덤벨을 불끈 들어 올린다.

“허어…… 저거 최소 50킬로그램쯤은 되어 보이는데, 저 마른 친구가 어떻게 저런 무게를 한 손만으로…….”

“이론상 저 쫄쫄이. 아니 스마트 수트를 입고 있는 성인 남성은 평소 자신의 힘의 2.5배에서 3배의 힘을 더 낼 수 있는 것이 가능하죠.”

난 웃으며 김 실장의 등을 두드렸다.

이내 수트를 입은 사내에게 다가가선 몸 각 부위에 부착된 소형 센서들을 손으로 가리키며 다시 말했다.

“이 센서들이 근육에서 발생하는 신호를 탐지합니다. 이후 찰나의 순간에 섬유를 전기자극하면 원하는 시점에 수축과 이완을 하면서 근육의 움직임을 돕는 원리죠. 사실 이 센서들은 동력형 외골격의 센서들을 보다 발전시킨 결과라고 보시면 됩니다.”

김 실장은 잔뜩 눈을 빛내며 다가왔다.

곧 이리저리 수트를 살펴본 그는 갑자기 환한 미소를 지으며 미처 예상치 못했던 말을 뱉어냈다.

“이거 대박인데요? 만약에 민간용으로 제작이 가능하다면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에게도 엄청난 도움이 되지 않겠습니까.”

그도 틀린 말은 아니었다.

문제는 아직까지는 단가를 민간에서 부담 없이 활용할 만큼은 아니라는 것.

말을 전해 들은 김 실장은 실망의 표정을 지어 보였다.

“하긴, 이제 시제품이 나온 마당에 민간에서까지 활용하기는 무리긴 하죠. 그나저나 확실히 이게 외골격에 더해지면 워리어 플랫폼의 완성이라는 말이 딱 들어맞기는 할 것 같습니다.”

“그렇죠. 기본적인 근력 자체가 증가한 상태에서 다시 외골격의 도움을 받는 워리어 플랫폼이라면 그야말로 보병의 패러다임을 바꾸게 될 겁니다.”

“아!”

김 실장은 무얼 상상하는지 몽롱한 표정을 지었다.

따르릉!

때마침 들려오는 누군가의 전화벨 소리.

퍼뜩 정신을 차린 김 실장이 무안한 얼굴로 제 주머니를 뒤졌고, 이후 액정을 확인한 그의 고개가 갸웃해진다.

“국정원장께서 어쩐 일이십니까.”

순간 내 시선은 자연스레 김 실장에게로 꽂혔다.

점차 일그러지는 그의 표정으로 봐선 왠지 좋지 못한 소식인 듯.

아니나 다를까, 이후 종료 버튼을 누른 그의 입에선 골머리가 아픈 소식이 전해졌다.

“8시간 전, 호르무즈 해협을 빠져나오던 일본 유조선 한 척이 확인 미상의 수단으로 인해 공격을 받았답니다.”

“유조선이 공격을 받았다니. 아니 누가 민간 선박을 공격했다는 말입니까?”

“말씀드렸다시피 그건 아직 확인 중이랍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옆구리에 큰 구멍이 뚫린 상황에서도 침몰까지는 가지 않았다는 겁니다.”

침몰상황이 아니라면 확실히 다행이라 할 수 있었다.

더불어 그게 하필 우리 유조선이 아니라는 것도.

그런데 왜 이렇게 뒤가 찜찜하지?

하필 우리가 전시를 대비하여 원유 수송량을 증가시킨 상태에서 이런 사고가 발생했다는 사실.

난 그게 자꾸만 마음에 걸린다.

“흠…….”

설마 오판에 의한 결과인 것은 아니겠지?

애초 노렸던 것은 일본의 유조선이 아니라 우리 유조선이었다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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