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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무기도 만들어 드릴까요?-234화 (234/372)

#핵무기도 만들어 드릴까요? 234화

-이런. 그리 놀라는 기색이 아니군요.

침묵으로 일관하자 멋쩍은 투의 말이 날아왔다.

뭐 나로서야 딱히 놀랄 이유는 없으니까.

어차피 벌어질 일이 벌어진 마당에.

오히려 맘속에선 이제라도 그 사건이 벌어지게 된 것이 다행이라는 생각뿐이었다.

애초 4월에 들려왔어야 할 소식이 지금껏 들려오지 않는 것이 꽤 신경이 쓰였었거든.

[아니요, 좀 당황스러워서…… 그나저나 현장에서 사살된 겁니까?]

난 슬쩍 의뭉을 떨며 되물었다.

그제야 리암은 한껏 톤이 올라간 목소리로 다시 떠들어 대기 시작한다.

-그렇습니다. 총 79명으로 구성된 해군 특수부대를 투입한 작전이었죠. 그나저나 조만간 진 회장도 미국에 좀 방문을 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

[제가 뭣 때문에 말입니까?]

의아한 마음에 되물었다.

어디에서 전화를 건 것인지 수화기 너머에선 소란스러움이 전해져 오고 있던 상태.

잠시 주변을 향해 소리 친 리암은 미안하다는 말과 함께 대꾸한다.

-이제 중동의 미래에 대해서 논의를 좀 해봐야 할 것 아닙니까.

[벌써요?]

-벌써, 라고 할 수는 없죠. 어차피 이라크는 안정화 작업에 돌입했고, IS는 거의 괴멸 직전까지 몰려 있는 상황인데. 게다가 빈 라덴의 죽음으로 인해서 미국은 이제 발을 뺄 명분을 얻었잖습니까.

생각해보면 이제 미군이 이라크에서 철수를 주저할 이유가 없기는 하다.

가장 골칫거리였던 IS의 뿌리가 역사와 달리 빠르게 소멸되고 있다는 점 하나만으로도.

그에 더해서 미국과 우리의 눈치를 보는 이라크 정부군으로 인해서 쿠르드 족과의 분쟁도 거의 일어나지 않는 상태.

사실상 이라크 땅에서 미국과 우리가 불을 끄기 위해 나서야 할 큰 화제는 딱히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그렇다 해도 차후 쿠르드 문제는 다시 비화될 가능성이 큰 상황인데…… 그 점은 어쩔 생각인지 모르겠군.’

[구체적으로 뭘 논의하자는 겁니까?]

잠시 들었던 생각을 접고 물었다.

후우 하는 소리가 들려오는 것으로 봐선 시가라도 입에 문 모양새.

이후 만족스러운 투의 한숨과 함께 말이 이어진다.

-그야 당연히 이라크의 전후복구에 있어서 역할분담 아니겠소?

[그걸 왜 저와…….]

-물론 명목상으로는 한국 정부와 미 정부가 해야 할 대화긴 하죠. 하지만 우리가 나눌 대화도 있지 않겠습니까. 아무튼, 한국 정부 측에는 이미 통지를 해놨으니 진 회장도 준비를 해 두시는 것이 좋을 거요.

리암은 의미심장한 말을 남긴 채 전화를 끊었다.

“우리가 나눌 대화라…….”

그게 뭔지 기대되는군.

***

16시간 전.

“브라보 송신. 사살된 4명의 사내 중 빈 라덴으로 보이는 인물을 확인했다.”

백악관 벙커는 죽은 빈 라덴의 얼굴이 영상에 비춰지자 일제히 환호했다.

기록을 남기기 위해 촬영이 진행되고 있던 터.

자리에 있던 대통령과 군의 지휘관들의 표정은 연기자들 못지않은 관록을 선보인다.

“수고가 많았습니다.”

오바마는 함께 작전을 지켜보던 합참의장을 향해 손을 내밀었다.

꼬박 10년에 걸친 미국의 치욕이 해소됐기 때문이었던 듯 사방에선 박수 소리가 끊이지를 않는다.

벌컥!

벙커를 나선 오바마는 여전히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자신의 집무실로 향했다.

최근 급격히 추락해가는 지지율도 이로써 반등의 기회를 잡은 상태기에 웃음이 끊이지 않는 것은 당연한 상황.

그때, 비서실장이 슬며시 다가와 그의 귓가에 무언가를 속삭였다.

“리암이 왔다고요?”

순간 그의 얼굴엔 의미를 알 길이 없는 표정이 지어졌다.

걷던 걸음도 멈춘 채 골똘히 무언가를 생각하는가 싶더니 곧 고개를 끄덕이며 말한다.

“내 방으로 안내하세요.”

***

“오랜만입니다, 회장님.”

방으로 들어선 오바마는 소파에 자리하고 있던 리암을 향해 환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특유의 인간미 넘치는 표정.

리암 역시도 평소와는 달리 한껏 오버하는 태도로 그의 손을 맞잡는다.

“소식은 들었습니다. 드디어 빈 라덴을 체포했다고요?”

“체포가 아니라 사살입니다. 우리가 그런 인물을 생포할 만큼 인정이 많지는 않으니까요.”

오바마는 정확한 사실을 전달했다.

이내 힐끗 리암을 쳐다본 것은 반응을 보려는 의도였던 듯.

하지만 정작 리암은 별다른 표정의 변화를 보이지 않았다.

“그나저나 이 늦은 시간에 어쩐 일이십니까.”

오바마는 자신의 의자에 엉덩이를 걸치며 물었다.

이내 책상 위에 있던 백악관의 심벌을 만지작대는 모습.

아마도 그건 자신의 지위를 강조하고 싶은 의도였을 터다.

똑똑!

막 리암의 입이 다시 열리려던 차에 누군가 문을 노크했다.

“엇! 리암 회장님께서 여기는 왜…….”

이내 들어선 이들은 국방장관과 최근 국방부 정책기획단장으로 영전한 마이클 대장.

난데없는 리암의 방문에 놀란 듯 그들은 재빨리 다시 문을 닫으려 했지만, 오바마의 손이 먼저 허공을 휘젓는다.

“그냥 들어오세요.”

국방장관과 마이클은 그 말에 재빨리 리암의 눈치를 봤다.

그건 선객을 향한 예우가 아니니까.

그때, 다시 오바마가 리암을 향해 말한다.

“이번 작전에 대한 후속 보고 때문인 것 같은데, 괜찮으시죠?”

“물론입니다.”

리암은 태연하게 말을 되받았다.

이후 병력들의 안전지대 진입 소식에 대한 보고가 이어졌고, 그 후로도 한참을 더 시간이 흘렀지만 리암의 표정에선 일체의 불쾌함도 엿보이지 않았다.

“그럼 지시하신 대로 빈 라덴의 사체는 아프가니스탄의 미군기지로 후송하여 보다 정확한 신원 확인 작업을 하겠습니다.”

용무를 마친 장관과 마이클 대장은 빠르게 방을 빠져나가려 했다.

“잠시만요. 마침 우리가 나눌 대화에 적절한 조언을 해줄 인물들이 찾아와 준 것 같은데, 기왕이면 함께 대화를 좀 나누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때 들려오는 리암의 말.

장관과 마이클은 다시 돌아서서 오바마를 쳐다봤고, 시선을 받은 오바마는 호기심 넘치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무슨 말씀을 하고 싶으시기에 군의 수장들까지 필요한 겁니까.”

자리를 소파로 옮긴 오바마는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리암 역시 굳이 시간을 끌 생각은 없었던지 직설적인 화법으로 말을 뱉어낸다.

“실은 오해를 좀 풀고 싶어서 왔습니다. 대통령께선 유독 나를 적대적으로 생각하는 것 같아서 말이죠.”

그 말에 장관과 마이클이 서로를 쳐다봤다.

오가는 그들의 눈빛에선 이 자리에 과연 끝까지 있어도 되는 걸까, 싶은 의미가 고스란히 드러나는 상태.

하지만 정작 대통령도. 그리고 리암도 별반 상관하지 않는 눈치였다.

“제가 그런 오해를 했다면 뭔가 이유가 있었기 때문 아니겠습니까?”

침묵을 깬 것은 오바마였다.

기왕 말을 뱉어냈기 때문일까, 이후 이어지는 말에서도 거침이 없었다.

“솔직히 리암 회장께서 이끄시는 그룹이 우리 민주당에 적대적인 것은 사실이지 않습니까.”

“그게 오해라는 겁니다.”

리암은 재빨리 되받아쳤다.

이후 오랜 시간에 걸친 그의 말에 오바마는 때론 반박했고, 때론 동의했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난 민주당이건 공화당이건 누가 정권을 잡느냐에는 관심이 없다는 겁니다. 단지 그동안엔 내 성향과 공화당이 조금 더 잘 맞았을 뿐이기에 오해를 산 것뿐이지. 주지하셔야 할 점은 난 오로지 미국의 이익만을 대변하는 존재라는 거요.”

“…….”

리암을 쳐다보는 오바마의 표정은 불과 1시간 전과는 많이 달랐다.

그만큼 리암의 언변에 설득을 당했음을 의미하는 것.

스스로도 그걸 느낀 건지 오바마의 얼굴에서 일어나는 표정의 변화가 쉬지를 않는다.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인정해야만 하는 상황에 처한 자의 그것과 같이.

“재선 하셔야죠.”

그때, 리암이 폐부를 찌르는 말을 던졌다.

이번엔 차마 대꾸를 하지 못한 오바마는 날 선 눈빛으로 리암을 노려봤고, 리암은 천연덕스러운 표정으로 다시 말을 이었다.

“문제는 고작 빈 라덴 하나 잡은 것만으로 재선의 실마리를 잡기는 힘들다는 겁니다. 그러기엔 그동안 이 정권이 해온 실책이 지나치게 많으니까.”

“우리가 저지른 실책이라면 뭘 말하는 겁니까.”

“가장 대표적인 것이 중국을 지나치게 방조한 거죠.”

“…….”

그 부분에 대해선 차마 할 말이 없다는 듯 오바마는 다시 침묵했다.

기세를 잡은 리암이 다시 말을 잇는다.

“하지만 이라크 문제만큼은 이제 깔끔한 해결이 가능하죠. 무려 10년에 걸친 파병을 마무리 짓는다? 그것만으로도 재선의 소재로는 충분합니다.”

“그야 그렇겠지만, 무턱대고 철군부터 했다가 또 전과 같은 실수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지 않습니까.”

“아니요. 그런 일은 없을 겁니다. 그동안 한국군의 활약 덕분에 이제 이라크 땅에서는 더 이상 반군을 자처할 세력들이 존재하지 않다시피 하니까.”

오바마는 순간 부릅뜬 눈으로 리암을 쳐다봤다.

반짝이는 리암의 눈동자.

그제야 상황을 파악한 듯 오바마의 표정이 밝아진다.

“그 말인 즉, 한국군을 우리 대신 안정군으로 남겨 두자는 겁니까?”

리암은 그 말에 여유로운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렇다고 한국군에게만 맡길 수야 있나요. 우리 역시 최소한의 병력들은 상주를 해야죠. 하지만 실질적인 안정군의 역할과 이라크 신 정부군 교육은 한국군이 맡는 것으로 하자는 겁니다. 솔직히 이라크에선 우리보다 한국군이 더 대우받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라크 신 정부도 환영할 테고.”

오바마는 제법 그럴듯하다는 표정이었다.

어차피 잔당들 정도야 한국군의 능력이면 진압에 실패할 염려는 없을 터.

하면 예정된 타임라인과는 달리 그의 첫 임기 내에 조기 철군을 시행하는 것도 사실상 꿈만은 아니다.

“하긴, 그 거창하던 궐기와는 달리 이젠 기껏 몇몇 점조직만 남아 있는 상태니 뭐…….”

더군다나 한국에게도 큰 부담은 없다.

어차피 대부분의 IS 뿌리들은 다 타 버린 상황이기에 한국도 대규모 병력을 남겨 둘 필요는 없으니까.

설사 한반도에 위기상황이 발생한다 해도 큰 지장은 주지 않을 수준 정도랄까.

“하지만 대가가 만만치 않을 텐데요?”

문제는 그 부분이었다.

전과는 달리 한국은 이제 자신들의 몫을 주장하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 집단이 되었다는 것.

그때, 리암의 대꾸가 들려왔다.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면 해야죠.”

“…….”

“말이 나왔으니 하는 건데, 이제 미국도 태도를 확실히 할 필요가 있습니다. 언제까지고 일본의 편만 들어주는 태도를 보였다간 자칫 팔이 통째로 뜯겨나가는 수가 있다는 것을 명심하세요. 한국은 이제 우리가 재고 자시고 할 나라가 아니라 반드시 붙잡아야 할 곳이라는 말입니다.”

오바마는 그 말에 헛기침을 했다.

딱히 틀린 말은 아니니까.

사실상 이제 일본은 젖어 버린 종이호랑이.

이제 한국이 아니면 미국의 동아시아 정책에 힘을 실어줄 곳은 없는 거나 마찬가가 아니던가.

“그렇다고 이라크 재건사업에서 지분을 지나치게 양보했다간 내 목이 남아나지 않을 겁니다.”

“물론 그렇겠죠. 하지만 우리가 지불할 수 있는 대가는 꼭 이라크 재건사업만이 아닙니다. 게다가 이제 물질적인 부분만으로는 저들을 설득하는 것에 한계도 있고.”

“그럼 어떤…….”

리암은 순간 시가를 꺼내 들었다.

이내 허락을 구하려는 듯 오바마를 쳐다보자 그가 흔쾌히 고개를 끄덕인다.

탁!

“후우…… 이 정권의 두 번째 실책이 뭔지 아십니까?”

“…….”

대답 대신 뱉어진 뜬금없는 말에 오바마의 눈이 다시 가늘어졌다.

상관하지 않으려는 듯 리암이 웃으며 말을 잇는다.

“전 정권이 한국을 제1 동맹국으로 격상시켜 놓은 것에 반해 이번 정권은 제대로 된 대우를 해주지 않았다는 것.”

오바마는 뜨끔한 듯 입술을 짓씹었다.

저건 사실상 정권의 실책이라기보다는 자신의 실책이었으니까.

일본의 자본에 취해있는 그의 뒷배들의 성화로 인한.

그렇다 해도 딱히 반박할 말은 없기에 그는 침묵으로 일관했고, 그 타이밍에 리암이 또다시 뜬금없는 말을 뱉어낸다.

“대통령께서도 최근 정보를 들어서 알고 계시겠지만, 현재 북한의 김정일이 꽤 위독한 상태라고 하더군요.”

“……그래서요?”

“하면 조만간 북한 내부에서 격변이 일어날 가능성이 농후한데, 아마 한국으로서는 그걸 통일의 기회로 여길 수도 있습니다.”

“…….”

“쉽게 말해서 만약 한국이 통일의 기회를 잡겠다고 한다면 제1 동맹국인 미국으로서도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하자는 겁니다.”

“무슨 그런 말도 안 되는…….”

오바마는 얼굴을 붉히며 반대했다.

예상했던 반응이었을까, 리암이 웃으며 뼈있는 말을 던진다.

“왜요, 한국이 통일되는 것이 우리 미국의 이익에 반하기 때문입니까?”

“…….”

“만약 그렇다면 이젠 생각을 달리하셔야 할 겁니다. 지금 돌아가는 정세를 보면 오히려 한반도의 통일이 우리 미국의 이익에 더 부합하니까요.”

오바마는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었다.

툭 하고 재를 떨어낸 리암이 전과는 다른 진중한 표정으로 다시 입을 연다.

“솔직히 이제 우리가 한국을 상대로 뽑아먹을 것이 뭐가 있습니까. 전에야 북한의 위협을 핑계로 무기라도 팔아먹었지만 이젠 오히려 우리가 한국에서 무기를 사 오는 입장인 마당에.”

“…….”

“하지만 만약 한반도가 통일이 되면 우린 일본 못지않은 엄청난 규모의 시장을 얻게 되는 겁니다. 또한 중국을 제1선에서 커버해줄 세력도 얻게 되는 것이고.”

“…….”

“물론 정말로 전쟁이 발발하는 경우 또 파병문제가 대두되며 곤란한 점은 생기겠죠. 하지만 지금의 한국군 수준이라면 단 열흘 만에도 북진 통일이 가능합니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결국 정찰자산과 전쟁자원의 지원. 그리고 중국의 개입을 막는 건데, 그거야 러시아와 우리 미국이 협의만 잘하면 얼마든지 가능하죠.”

“…….”

“쉽게 말해서 우리 병력들이 희생될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다는 말입니다.”

오바마의 눈동자는 크게 흔들렸다.

옆에 앉아 있던 군 수뇌부들도 그건 마찬가지.

한껏 연기를 뿜어내던 리암은 쐐기를 박듯 말했다.

“어떻습니까. 이라크의 안정을 이끌어낸 대통령. 그에 더해서 아시아의 뜨거운 감자인 한반도의 평화까지도 이끌어낸 대통령으로 역사에 남는 것도 좋지 않겠습니까?”

“…….”

“아! 혹시 궁금하실까 싶어 미리 말하자면 내가 애써 참견하는 이유는 분명히 있습니다. 내 분석이 틀리지 않는다면 통일 한국은 차후 아시아의 맹주가 될 텐데, 그 거대한 기류에 나도 발을 담가야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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