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무기도 만들어 드릴까요? 233화
“어서 오세요.”
이튿날, 갑작스러운 대통령의 면담 요구에 청와대를 찾았다.
도착한 별관에는 식사 준비가 되어 있던 상태.
최근 바쁜 일정을 보내고 있다는 소식과는 왠지 어울리지 않는 요구였던 터라 의문이 더 짙어졌다.
“오랜만에 우리끼리 식사나 좀 할까 싶어서 초대했습니다. 제가 괜히 바쁜 시간을 뺏은 것은 아니겠죠?”
조금 후, 국방장관과 함께 모습을 드러낸 대통령은 여전히 사람 좋은 미소로 자리를 권했다.
순간 뇌리를 스친 것은 어제 임시 출고 식에서 있었던 사건.
힐끗 쳐다본 장관의 얼굴에 미소가 지어져 있는 것으로 봐선 틀린 추측은 아닌 느낌이다.
“소식은 들었습니다. 어제 신임 방사청장과 트러블이 좀 있었다고요?”
정체불명의 차가 후식으로 등장했을 무렵 대통령이 본론을 꺼냈다.
역시나 싶은 눈빛으로 쳐다보자 대통령이 빙긋이 미소를 지으며 말한다.
“실은 그 신임 방사청장은 나도 영 마음이 차지 않은 상태였습니다. 뭐 그렇다 해도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달까요? 하필 여당 핵심 계파의 수장인 안유식 의원의 추천이었거든요.”
안유식은 최근 여당 내에서도 계파를 급속히 불려 가던 돌풍의 주역이었다.
차기 대통령 감이라는 말이 돌기는 했는데, 내가 보기엔 대통령은커녕 동네 이장도 아까운 존재.
그건 그렇고, 막상 저 말을 듣고 나니 상황이 대충 이해됐다.
“어쩌실 생각이십니까.”
“…….”
대통령은 앞뒤 없이 뱉어진 내 말에 눈을 끔뻑였다.
저 눈치 빠른 인물이 못 알아들었을 리는 없을 터, 난 표정을 굳히며 다시 말했다.
“청와대가 당에 휘둘리기 시작하면 신임 방사청장과 같은 존재가 계속해서 양산될 겁니다. 그럼 저와 약속하신 개혁은 물 건너가는 거죠. 미리 말씀드리는데, 전 한 번 돌아서면 다시는 뒤를 돌아보지 않습니다.”
그건 내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경고였다.
과한 처사기는 하다만, 그렇다고 간신히 선진화의 기틀을 잡아가기 시작한 이 나라의 방산 분야에 또다시 똥물이 뿌려지는 것을 볼 수는 없으니까.
차라리 이 나라를 떠나면 떠났지, 그 지긋지긋한 흑역사가 다시 반복 되는 꼴은 못 보겠다는 것이 내 솔직한 심정이다.
“흠흠…….”
대통령은 당황한 듯 헛기침을 내뱉었다.
이후 무어라 변명을 하려는 듯 입술을 달싹였지만 정작 시원하게 말을 뱉어내지는 못했고, 난 그 시점에 다시 말을 던졌다.
“제가 한 가지 조언을 드리자면, 대통령님께선 뒷일을 걱정하실 필요가 없다는 겁니다.”
“…….”
“지금처럼 여당의 요구에 어쩔 수 없이 능력 부재의 인물을 등용하는 것은 결국 훗일을 걱정하시기 때문 아닙니까?”
“…….”
“권력을 내려놓은 이후, 당이 야권에서 이어질 공격의 방패막이가 되어주길 바라는 마음에서 말입니다.”
순간 대통령의 얼굴이 움찔했다.
분위기를 견디기 힘들었던 듯 국방장관은 거의 넋을 놓은 상태.
이후 슬며시 나를 향해 장관이 다시 눈치를 주려는 순간 대통령의 말이 날아들었다.
“계속하세요.”
난 대통령의 눈을 똑바로 응시했다.
한 나라의 대통령으로서 고작 기업가에게 그런 충고를 들었다는 것에 모멸감을 느꼈을 만도 하련만…….불쾌함보다는 꼭 둔기로 머리를 얻어맞은 듯한 표정.
이럴 때면 확실히 대단한 인물이라는 생각이 든다.
“전 대통령님께서 지금처럼만 치적을 쌓으며 임기를 마치신다면 딱히 훗날을 걱정할 필요가 없음을 강조하고 싶은 겁니다.”
대통령은 그 말에 머쓱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쐐기를 박으려 다시 말을 던졌다.
“물론 정치판이 지저분한 곳이기는 합니다. 굳이 없는 죄도 만들어 낼 수 있고, 마음만 먹는다면 한 사람쯤 바보 만드는 것은 일도 아니죠. 사실 역대 대통령들이 두려워하고 있는 것이 바로 그 점이었고, 그 때문에 늘 임기 말엔 레임덕 현상을 겪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
“하지만 약속하죠. 대통령님의 마음이 변하지만 않는다면 제가 무슨 수를 써서라도 지켜드리겠다고. 아시겠지만, 제게 그만한 능력쯤은 있습니다.”
“흠…….”
땅이 꺼질 듯한 한숨 소리가 대통령의 입에서 뱉어졌다.
내 말의 무게감을 느끼고 있는 거지.
아니나 다를까, 말없이 나를 쳐다보는 눈빛이 한참을 흔들린다.
“내가 잠시 잊고 있었군요. 진 회장님이 어떤 사람이었는지…… 이거 참, 나 자신이 갑자기 부끄러워지는군요.”
난 그 말에 옅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
마주 웃으며 찻잔을 들던 대통령은 또 뭣 때문인지 표정을 바꾼다.
“그나저나 걱정입니다.”
“…….”
“신임 방사청장 말입니다. 자리를 내준지 6개월도 되지 않은 인물을 명분도 없이 내칠 수도 없는 노릇 아닙니까.”
“명분이야 만들면 되죠. 아니 굳이 만들 필요도 없이 털기만 하면 먼지가 우수수 떨어질 만한 인물 같은데, 그게 뭐가 어렵겠습니까.”
난 별스럽지 않게 대꾸했다.
또 한 번 시선이 몰리고, 어색한 마음에 차를 홀짝이며 말했다.
“정 어려우시면 제게 맡기시죠. 그 분야에 있어선 제가 전문이니까.”
피식.
대통령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찻잔을 내려놨다.
수긍하겠다는 의미.
이후 한동안은 가벼운 주제의 대화가 오가며 분위기가 다시 풀어졌다.
“참!”
무심코 시간을 확인하려는 순간 대통령이 갑자기 무언가 생각난 듯한 표정을 지었다.
슬쩍 장관을 쳐다보는 폼이 관련된 일인 모양새.
잠시 딴 길로 새던 생각의 가지를 다시 붙잡으며 그를 주시했다.
“장관께서 방금 보고를 올리셨는데, 중국이 조만간 사열식을 거행한다는군요. 이 기회에 자신들이 개발한 5세대 전투기를 본격적으로 세상에 알릴 예정인 모양입니다.”
“5세대 전투기 개발 완성 소식이야 이미 발표했지 않습니까. 뭐 사열식을 핑계로 그걸 대중들에게 공개하겠다는 의도겠죠.”
“나도 그 생각을 했어요. 하필이면 건국일에 발표하는 의도는 아마도 시너지를 극대화 하겠다는 의미가 아닐까 싶은.”
“건국일이면, 10월 1일 말입니까?”
“맞아요. 그래서 말인데…… 우리도 때를 맞춰서 5세대 고스트 이글의 시험비행을 실시하면 어떨까 싶습니다.”
“…….”
“우물 안 개구리의 기세를 꺾어 놓기는 딱 좋은 수단 아닙니까?”
머릿속에서 잠시 셈을 해봤다.
자존감에 부풀어 있을 중국을 엿 먹이자는 의도라면 사실상 딱 적합한 것이기는 하지.
웃으며 다시 잔을 들어 올렸다.
“최대한 준비를 서두르도록 하죠.”
***
치지직!
오랜만에 찾은 재우 디펜스에선 한창 K2 전차와 개량형 K21. 그리고 차륜형 장갑차량들의 추가 생산이 진행되고 있었다.
이라크로 파병된 기갑여단들과 기계화 부대들로 인해 생겨 버린 전력 공백을 메우기 위한 조치.
비록 수출로 인해 라인이 대폭 확대된 상태긴 해도 워낙 물량이 많은 터라 아마 내년까지는 꼬박 이 상태를 유지하지 않을까 싶다.
“현재로선 3교대로 풀가동 중이기는 한데, 아무래도 인력 확충은 필요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강호연 대표는 또다시 찾아온 바쁜 일상에 꽤 지나 보인 얼굴이었다.
하긴, 사우디를 비롯하여 UAE. 그에 더해 최근엔 폴란드와 여타 북유럽 국가들에까지도 수출이 되고 있으니 여유가 생길 리가 만무하다.
“안 그래도 그룹 인사팀에서 인력 재조정에 착수한 상태니 조만간 충원이 이루어질 겁니다.”
강 대표는 그 말에 반색했다.
이내 차를 대접하려는 듯 나를 사무실로 이끌던 차, 뭐가 생각난 건지 피식 헛웃음을 지으며 다시 쳐다본다.
“그나저나 미국은 역시 미국이더군요.”
“왜요, 무슨 일이라도 있었습니까?”
“일은요. 워낙 대금을 칼 같이 입금 처리하는 것이 좀 놀라워서요. 그것도 수조 원에 달하는 금액을 말입니다.”
아마도 그건 우리에게 약속했던 추가 양산분에 대한 대금 입금을 두고 하는 말일 터였다.
나 역시도 몇 번을 경험했었던 것.
웃음으로 대꾸를 대신하곤 사무실로 들어섰다.
[빰빠바바바밤!]
들어선 사무실에선 갑자기 음악 소리가 들려왔다.
얼핏 군악대의 행진곡인 듯한 느낌이었던 터라 즉시 소리를 따라 고개를 돌리자 마침 켜져 있던 TV가 눈에 들어왔다.
“오늘 중국 공산당이 건국일을 맞아 군 사열식을 진행한다더군요. 해서 흥미가 돋아 위성방송을 좀 켜두었던 터였습니다.”
강 대표는 머쓱한 표정으로 변명하며 TV를 끄려 했다.
“그냥 두시죠.”
나 역시 마침 관심을 두고 있었던 부분.
재빨리 그를 만류하곤 화면을 주시했다.
[중화인민공화국의 자랑인 둥펑 미사일들의 사열이 시작 되었습니다.]
사열식을 중계 중인 곳은 중국의 관영 통신사였다.
우스운 것은 대외를 의식한 방송이었던 탓에 중계 자체를 영어로 하고 있다는 것.
그럼에도 중국인 특유의 잔뜩 올라간 톤은 영 귀에 거슬린다.
휙!
한참 둥펑 시리즈들을 비추던 화면이 갑자기 단상으로 향했다.
뒤이어 내 눈에 뜨인 것은 후진타오 주석의 바로 곁에 서 있는 인물.
순간 나도 몰래 의자에서 등을 떼곤 TV를 향해 바짝 몸을 기울였다.
‘시진핑?’
주석의 바로 곁에 서 있다는 것은 그가 바로 다음 세대의 중국을 이어갈 존재임을 뜻했다.
뭐 역사적으로도 그랬던 것은 사실이지만, 그보다는 훨씬 일찍 권력을 완전히 장악하기라도 한 느낌이랄까.
후진타오보다는 그를 더 부각하려는 카메라의 포커스에서도 그 점은 역력하게 느껴진다.
‘결국 이 부분은 변하지 않는군.’
절로 긴 한숨이 나왔다.
서해교전에서의 사건과 이후 중국 내부에서의 권력 투쟁 소문으로 인해서 혹시라도 조금은 변화가 있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고 있었거든.
하지만 막상 생각해보면 또 무슨 상관일까 싶은 생각도 든다.
어차피 누가 권력을 장악하건 중국이 우리의 적으로 부상하는 것은 변하지 않는 사실이니까.
저들 사이에 뿌리 깊이 박혀 있는, 그 빌어먹을 중화 중심주의를 파내버리지 못하는 한은.
“시진핑이 본격적으로 부각되는 모양이군요. 카메라가 계속해서 저 인물을 강조하는 것을 보면 말입니다.”
강 대표도 그 점만큼은 눈치챈 듯 입맛을 다시며 말한다.
뭐 저렇듯 노골적인 카메라 프레임을 보고도 그걸 눈치채지 못했다면 오히려 그게 더 이상한 거겠지.
별다른 말없이 다시 TV를 주시하자 그 역시 화면에만 다시 집중한다.
[지금 보시는 전차가 중국의 최신 전차입니다.]
중계자의 목소리는 시간이 갈수록 더 톤이 올라갔다.
자랑이라도 하고 싶었던 모양인데, 내가 보기엔 몇 년 전과 딱히 차이점을 찾기가 힘들었다.
고작 1200마력의 터보차저 디젤엔진을 단 99식 전차.
그리고 여타 서방 무기들을 카피하여 만들어 낸, 일관성 없는 무기 체계들.
물론 칭찬. 아니 인정해 줄 만한 점도 있기는 하다.
훔친 기술로 저만큼이나 빠른 시일 내에 성과를 만들어냈다는 것.
사실 그 부분은 공산주의의 특징인 중앙 집권주의였기에 가능한 결과라는 것이 내 판단이다.
[아! 드디어 우리 중화인민공화국의 자랑거리인 j-20이 등장했습니다.]
한참 비웃음을 날리고 있던 차에 기자의 호들갑 떠는 소리가 들려왔다.
쉬이이익!
이후 카메라가 포커스를 집중한 것은 저편에서 서서히 날아오고 있던 2대의 전투기들.
아마도 저게 오늘의 하이라이트인 모양이다.
“제법인데요?”
매끈하게 빠진 전투기의 모습을 본 강 대표가 의외라는 듯한 말을 던졌다.
이해 못할 바도 아닌 것이 그로서는 저 전투기의 모습을 오늘 처음 보는 것일 테니까.
더군다나 매끈한 외형이 제법 그럴싸해 보이기도 하고.
하지만 이미 실체를 알고 있던 나로서는 그저 코웃음만 쳐질 뿐이다.
“혹시나 했는데, 변한 것이 하나도 없군.”
“네?”
무심코 뱉어낸 말에 강 대표가 반응했다.
짧은 손사래와 함께 다시 화면에 시선을 주려는 차, 주머니에 있던 휴대폰이 진동한다.
“무슨 일입니까.”
발신자는 국방장관이었다.
목적이야 이미 짐작이 가고도 남은 상태.
난 즉시 통화버튼을 누르며 말했다.
“준비는 사실상 끝난 상태입니다. 군이 해주실 일은 일주일 후에 성남 공항을 비워 주시는 것뿐입니다.”
***
[오늘 오전 KAI는 그동안 개발을 진행해왔던 5세대 고스트 이글의 비행 테스트를 실시했습니다. 테스트 과정은 총 20개 항목에 걸쳐서 이루어졌으며, 각 항목마다 최고점을 부여받은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중국의 사열식이 거행된 지 꼬박 일주일 후, 우린 보란 듯이 성남 공항에서 5세대 고스트 이글의 시험비행을 실시했다.
쐐애애액!
워낙 엄청난 퍼포먼스였던 탓에 대중들이 받은 충격은 가히 수호이가 코브라 기동을 처음 선보였을 때와 맞먹을 정도.
이후 포털을 비롯한 각종 무기 관련 커뮤니티에서는 한동안 다시 고스트 이글이 주요 토론 주제가 되었다.
-미친! 고정익기가 마치 제자리에 떠 있는 것처럼 기동하는 것 본 사람. 난 수호이의 그 유려한 기동을 고스트 이글에게서 볼 줄은 꿈에도 생각 못했다.
↳그건 비행제어 프로그램의 수준이 그만큼 높다는 걸 의미하는 거다. 재우가 또 재우 한 거지.
↳재우가 또 재우했다는 말 마음에 드네. 그런데 그런 기동이 가능하다는 건 단순히 비행제어 알고리즘의 수준만 높은 게 아니라 엔진의 힘과 기체 전체의 공기역학 밸런스가 그만큼 좋다는 걸 의미하는 거야.
-어이. 다들 중요한 점을 놓치고 있는데, 5세대 고스트 이글의 진정한 장점은 항전시스템이야. 소문에 따르면 F-22 보다 우월한 전자전이 가능하다더라.
↳그건 단순히 소문만은 아닐걸? 일단 AESA 레이더의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수준 자체가 넘사벽이니까. 게다가 카탈로그를 보면 엔진 자체에서 발생하는 전력의 규모가 F-119 엔진을 앞선 상태고. 전력과 소프트웨어가 받쳐주면 사실상 F22를 넘어서지 못할 이유가 없는 것 아닌가?
↳동감. 다 떠나서 노키드 CEO가 직접 날아오는 것만 봐도 이미 게임은 끝난 거나 다름없어.
마지막 댓글들은 꽤 사실을 근거로 한 것이었다.
꾸준한 개량 덕분에 이제 고스트 이글의 엔진은 F-119의 성능을 넘어선 상황.
또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완벽한 조합으로 인한 항전시스템의 개선으로 그동안 노출되었던 결함도 대부분 해소.
때문에 최근엔 노키드의 잭 커슨 CEO는 물론 P/W사의 회장이 노구를 이끌고 직접 날아와 협력을 제안했고, 유럽을 비롯한 중동 국가들에서는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인지하면서도 연신 수출제안을 해오고 있다.
[F-22를 능가했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헛소문입니다. 아니, 하다못해 우리 젠-20에 비교할 수준도 아니에요.]
이후 중국 언론에선 온통 고스트 이글에 대한 폄하를 쏟아냈다.
놀라운 것은 우리 포털을 순식간에 장악해 버리는 저들의 능력.
하루 수천 개의 근거 없고 전문성 떨어지는 악성 댓글들이 양산되는 중이다.
-기체는 금속제잖아. 스텔스 능력은 기대난망이다.
↳엔진이 먼저 날아갈 것 같은데? 기체를 엔진과 단단히 묶어야 하는 느낌이야.
↳그건 둘째 치고 국산화 비율이 얼마?
“대단하군.”
난 새삼 중국의 인해전술에 놀랐다.
이건 뭐 우리 포털을 점령하다시피 했달까.
그나마 다행인 것은 대부분의 대중들이 중국 댓글 부대의 진출을 눈치채고 있다는 점이었다.
-시발, 중국 놈들. 아주 발악을 하는구나. 이젠 조선족들까지 동원하는지 댓글만 보면 이게 한국인인지 중국인인지 티도 안 나요.
↳티가 왜 안 나. 난 딱 봐도 알겠구먼.
↳하긴, 아무리 한국 사람인 척 해도 쓰는 단어나 문맥들이 좀 이상하기는 하더라. 그나저나 중국이 개발했다는 스텔스기도 외형이 나쁘지는 않던데?
↳장난해? 카나드를 장착한 순간 이미 스텔스 전투기임을 포기한 거야. 하다못해 플라즈마 방식을 추구하는 러시아조차도 5세대 기체에는 카나드를 버린 마당에 중국이 무슨. 저건 그냥 말만 스텔스기지 날아다니는 표적이나 다름없다고 본다.
↳맞아, 움직이는 표적. 딱 그 표현이 적당할 거다. 솔직히 5세대 고스트 이글 정도면 F-22를 아래로 내려다 볼 수준인데, 젠20 따위야 말할 것도 없지.
↳고스트 이글이 젠20을 능가하고 F22를 하위로 본다? 근거는?
↳근거고 자시고, 미국의 국방전략연구소에서 나온 주장이라면 신빙성이 있지 않을까? 그런데 너, 짱깨지? 이 새끼 말투가 딱 조선족인데?
중국 네티즌에 맞선 우리 대중들의 팩트 폭격은 결국 저들의 기세를 꺾었다.
덕분에 한동안 지저분했던 포털의 분위기는 다시 정리가 되었고, 이후로는 서방 언론들의 분석과 토론이 주를 이뤘다.
[중국이 공개한 젠 20의 경우는 사실상 분석하고 자시고 할 가치가 없습니다. 다른 걸 떠나서 일단 엔진의 내구성부터가 수준 미달이니까요. 결국 우리가 주목해야 할 점은 한국이 공개한 5세대 기체인데, 전문가들에 따르면 이미 F22를 능가했다는 것이 정론이에요.]
[그건 성급한 결론 아닐까요?]
[천만에요. 한국은 이미 실전을 통해 고스트 이글의 성능을 검증했어요. 4.5 세대조차도 이미 F-22를 수차례나 격추시킨 전력을 가진 기체인데, 그 발전형 기체라면 성급하다고 할 수는 없죠. 참고로, KAI 측의 주장에 따르면 수정해야 할 결함 건수가 고작 50개에 불과하답니다. 그게 뭘 의미하는지 아십니까?]
“무슨 의미긴, 그만큼 완벽에 가깝다는 뜻이지.”
똑똑!
“회장님.”
한창 토론을 지켜보며 나 홀로 대꾸를 하던 와중 김 비서가 방으로 들어섰다.
걸려온 전화라도 있는 듯 연신 이어진 손짓.
재빨리 수화기를 들자 저편에서 리암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진 회장. 방금 오사마 빈 라덴이 우리 해군 특수부대에 의해 사살됐습니다.
아…….
왜 그 소식이 전해져 오지 않나 싶더니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