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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무기도 만들어 드릴까요?-230화 (230/372)

#핵무기도 만들어 드릴까요? 230화

스윽.

나도 몰래 김 비서를 쳐다봤다.

사정을 모르는 그녀로는 내 당황스러운 눈빛에 고개를 갸웃해 보였고, 이내 차를 멈추라는 내 지시에 즉시 앞좌석과의 차단벽을 손으로 툭툭 친다.

[그게 무슨 뜬금없는 소립니까.]

힐끗 김 비서를 다시 쳐다보곤 되물었다.

가뜩이나 눈치 빠른 김 비서는 재빨리 의미를 캐치하곤 즉시 차량에서 내렸고, 이내 운전을 담당하던 경호 요원들마저도 차량에서 불러냈다.

-말 그대로 푸틴의 딸이 납치를 당했답니다.

[죄송하지만 어느 딸을 말씀하시는 겁니까? 마리아? 아니면 카테리나?]

듣는 귀가 없어서인지 한결 대화가 편해졌다.

이래서 비서의 눈치가 빠른 것이 중요하다니까.

가만, 그러고 보니 오늘따라 나타샤가 보이지 않았잖아.

내 경호를 위해 가장 먼저 공항에서 마주했어야 할 인물이었음에도.

혹시 푸틴에게 일어난 문제 때문인 건가?

-그게…….

생각이 꼬리를 물고 있을 무렵 장관의 얼버무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푸틴 대통령의 딸들이라면 경호 수준이 장난이 아니었을 텐데, 누가 감히 납치를 시도한 건지 이해가 가지 않는군요.]

눈치가 이상하다 싶어 대답을 재촉하자 그가 후 하는 한숨과 함께 다시 말한다.

-상식적이라면 그렇죠. 문제는 그 딸이 공식적인 인물이 아니라는 겁니다.

[…….]

-진 회장께서 아시는지는 모르겠지만 푸틴 대통령에게는 오래전부터 혼외 자식이 한 명 있다는 소문이 있었습니다. 이번에 납치를 당한 딸이 바로 그 혼외 자식인 듯싶습니다.

그건 나도 들은 바가 있었다.

이 시대에서가 아니라 회귀 전에.

기억이 정확하다면 2003년생인가로 알고 있는데, 그럼 현재 나이가 기껏 8살 정도.

만약 그 소문이 정말 사실이었고, 그 어린아이가 납치를 당한 거라면 푸틴은 지금쯤 눈이 뒤집혔을 거다.

[혼외 자식이라…… 그건 그렇다 치고, 대체 어쩌다가 그런 일이 벌어진 겁니까?]

-국정원 정보에 의하면 이란 관광을 끝내고 UAE로 넘어가던 와중에 사고가 발생했다더군요. 해서 그녀는 물론 그녀의 러시아 친구들까지 최소 8명 이상이 납치를 당한 상황이랍니다.

[친구들과 이란을 관광했다고요? 그 어린아이가요?]

-어린아이라니요. 그녀의 나이가 벌써 29살입니다.

[…….]

순간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8살이 아니라 29살.

이건 내가 알고 있던 지식과는 많이 달랐으니까.

당황한 마음에 되물으려는 차, 다시 장관의 말이 날아든다.

-이해합니다. 푸틴의 공식적인 딸들의 나이가 25살과 24살인데, 그보다 나이 많은 혼외 자식이 있다는 말이 나도 처음에는 믿기지가 않았죠. 듣자 하니, 현 부인과 결혼하기 전에 생겨난 자식인데, 그동안엔 비밀로 부쳤었던 모양입니다.

장관의 설명이 있고서야 조금은 상황이 정리됐다.

문제는 그 역시 역사와는 다르다는 사실.

어차피 역사가 바뀐 마당에 그걸 이상하게 여길 일은 아니고, 현재 크램린 궁의 분위기가 눈에 선하다.

[푸틴도 꽤 난감하겠군요. 공식적으로 밝혀진 딸도 아닌 판국에 군을 동원한 구조 활동을 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아니, 자국민 납치를 근거로 동원할 수는 있겠지만, 그 과정에서 나오는 치부에 대한 잡음이 머리가 아프겠네요.]

-내 말이 그겁니다. 만약 이 사실이 세상에 까발려지면 그에겐 정치적인 타격이 꽤 큰 상황이라서…… 그 때문인지 현재로서는 알파 그룹을 비밀리에 동원하고 있는 모양인데, 그나마도 공식적인 작전으로는 할 수가 없는 모양입니다.

[그렇겠죠. 러시아의 특수부대가 중동 땅에서. 그것도 대놓고 작전을 펼치는 것이 쉽지는 않으니까요. 자칫 교전이라도 일어나면…… 참, 그런데 납치범들의 정체는 밝혀졌습니까?]

말을 뱉어내던 차에 불현듯 그게 궁금해졌다.

대체 어느 간덩이 부은 자들이 푸틴의 딸을 납치할 생각을 다 한 것인지.

아!

생각해보니 고의성은 없었을 가능성이 크다.

정식 자식들처럼 정보가 알려진 인물도 아니고.

그렇다고 혼외 자식이 ‘나 푸틴의 딸이다.’라고 명함을 파고 다니는 것도 아닌 다음에야 뭐.

아마 범인들은 사실을 모른 채 납치를 한 것 같은데, 만약 진실을 알게 된다면 스스로의 운을 한탄해야만 할 거다.

-나도 마침 그 이야기를 하려고 했습니다만, 알려진 바에 따르면 UAE 내부에서 공작 활동을 하던 IS 측 인물들이라고 하더군요.

[누구요?]

의도치 않게 소리가 올라갔다.

반응의 의미를 이해한 걸까, 저편에서 장관이 떨떠름한 웃음과 함께 말을 잇는다.

-운도 없는 놈들인 거죠, 하필 우리 군을 상대해야 하는 상황에 처한 것들이 러시아마저 건드려 놨으니…… 사실 푸틴에게는 좀 미안한 말이긴 해도, 우리로선 오히려 환영해야 할 일인 듯합니다.

그게 아주 틀린 말이라고는 할 수 없었다.

푸틴의 성격상 제 가족을 건드린 자들을 그냥 둘리는 없을 터.

그럼 분명 문제의 IS는 대원들은 죽었다고 봐도 무방하겠지.

하면 IS와 러시아는 결국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게 되는 거고, 그게 IS로서는 최악의 패가 될 거다.

[이것 참…….]

더군다나 IS는 내가 아는 그 어떤 집단보다 더 무모한 면이 있는 존재들이다.

역사적으로 보면 같은 계파조차도 공격하는 것을 서슴지 않을 정도이며 러시아군과도 대립을 주저하지 않았을 정도.

결과적으로 이 사태가 저들의 몰락을 가속화 하는 것에 일조할 것은 기정사실이나 다름없다.

[혹시 러시아에서 다른 연락이라도 온 겁니까? 우리 정부의 도움을 바란다거나…….]

긴 생각의 끝에 되물었다.

장관이 갑작스럽게 내게 전화를 걸어 푸틴에게서 벌어진 사건을 알리는 이유.

그게 왠지 우리의 도움을 바란다는 소식을 알리기 위함은 아닐까 싶은 의도처럼 느껴졌거든.

하지만 들려오는 답은 내 예상과는 달랐다.

-아니요, 현재로서는 그런 부탁은 해온 적이 없습니다. 자존심도 자존심이거니와 우리에게 부탁을 하게 되면 그게 혼외 자식에 대한 인정을 하게 되는 상황 아닙니까. 해서 전 혹시라도 진 회장께는 은밀히 부탁을 했을 수도 있겠구나, 싶어서 전화를 한 건데. 그건 또 아닌 모양이군요.

그 말에 헛웃음이 뱉어졌다.

이제야 이 전화의 진정한 목적이 뭔지 깨달아졌기에.

하지만 아직까지 그런 일은 없었고, 설사 전화가 왔었다 해도 숨길 이유는 없다.

[아니요, 저 역시 아직은 아무런 전화도 받은 바가 없습니다.]

-흠, 그렇군요. 하면 차후 연락이 오게 되더라도 내게는 꼭 전화를 좀 주세요.

국방장관은 아쉬운 듯한 여운을 남기곤 전화를 끊었다.

하긴, 잘만 하면 러시아까지 끌어들일 수 있는 상황이 펼쳐질 수도 있으니까.

우리 병력의 희생을 최소화해야 하는 입장에 있는 그로서는 아마 이 사태의 추이가 꽤 관심거리가 되어 있을 거다.

똑똑!

다시 생각의 늪에 빠져들 무렵 김 비서가 창문을 두드렸다.

이젠 타도 좋겠냐는 의미의 신호.

난 즉시 손짓으로 그녀를 불러들였고, 이내 차에 탄 그녀를 향해 넌지시 물었다.

“혹시 나타샤가 지금 러시아에 있습니까?”

“아니요, 오늘은 정기 건강검진 문제로 병원에 있습니다만.”

“그래요?”

이건 또 의외의 소식인 터라 생각이 복잡해졌다.

이런 사태가 벌어졌다면 푸틴으로서는 당연히 나타샤를 불러들였어도 이상하지 않을 상황이건만.

왜지?

최고의 정보요원을 그냥 놀려두는 이유가.

***

끼익!

그로부터 5시간 후.

나와 그룹 임원들은 초공동 어뢰의 개발 성공 소식을 알려온 연구소에서 다시 얼굴을 마주했다.

“어서 오십시오. 내빈 여러분.”

사안의 중요성 때문일까, 오늘따라 유독 성호 놈의 얼굴엔 빛이 났고, 나를 맞이하는 태도에서도 전에 없던 당당함이 묻어나왔다.

“수고 많았다.”

“별말씀을. 일단 직주 성능 테스트 장면부터 감상하시죠. 회장님.”

성호의 안내에 따라 우린 곧장 연구소와 연결된 해상 테스트 장소로 향했다.

주변이 죄다 통제구역인 터라 인근 바다 전체를 실험장으로 활용이 가능한 상태.

전이었다면 꿈도 못 꿨을 호사다.

“테스트 전 잠시 브리핑이 있겠습니다.”

저편에서 테스트용 어뢰를 조정 중이던 연구원들을 향해 손을 흔든 성호는 우릴 향해 돌아서며 말했다.

역시나 얼굴 가득 뿌듯함이 들어 차 있는 상태.

웃음이 나왔지만 꾹 참고 고개를 끄덕였다.

“다들 아시겠지만 어뢰에 최초로 초공동 기술을 적용한 것은 러시아. 아니 보다 정확히는 소련이었습니다. 1960년 쉬크발이라는 어뢰에 적용하여 무려 200kts. 즉, 360km/h 이상의 속력을 내는 것에 성공했죠.”

“…….”

사람들은 그의 말을 경청했다.

그도 그럴 것이 이번 프로젝트는 재우의 주요 인사들도 사실상 대부분 존재 자체를 모를 정도로 비밀리에 진행해왔던 것이었고, 그 탓에 궁금증이 더해진 상태였을 테니까.

아마 그 때문에 성호 놈도 저토록 기세가 등등한 걸 거다.

“이후 독일 역시도 1988년 ‘바라쿠다’라는 어뢰의 개발을 시작했고 미국 역시도 초음속 어뢰의 개발을 시작했죠. 여기서 주지할 점은 그 모든 것들이 고체 로켓 모터를 장착했다는 점입니다.”

“우리 중 그걸 모르는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 문제는 공동 현상에 의해 발생한 기포로 인해 방향 전환이 쉽지 않다는 건데, 그걸 어떻게 해결했느냐는 점이죠.”

김영기 총괄 실장은 그 대목에서 손을 들며 질문했다.

당연히 나올 말이라는 듯 잠시 입매를 뒤튼 성호는 마침 앞에 준비되어 있던 자료를 손짓하며 말한다.

“말씀하신 것처럼 현재까지 개발되고 있는 초공동 어뢰의 제일 큰 문제점은 방향 전환이 여의치 않다는 겁니다. 그건 공동으로 인해서 정작 방향타마저도 유체와 닿지 않게 되는 부작용 때문이죠. 해서 저희는 어뢰에서 공기를 발생시켜 공동 현상을 만드는 방식에 더해 방향타 인근에 특수한 액체를 배출하여 유체저항을 일부 발생시키는 방법을 사용하였습니다.

“…….”

“쉽게 말해서 고의적인 유체저항을 일부 일으킨다는 거죠.”

“방향타 부분에만 유체저항을 일으킨다? 하지만 그 정도로 고속으로 추진하는 물체에 걸리는 유체저항은 어마어마합니다. 방향타가 과연 그걸 버티겠습니까?”

이번에 질문을 뱉어낸 이는 탈레스의 임원 중 하나였다.

하필 그의 전공이 유체역학과 관련된 것이었던 터라 유독 그 점이 궁금했었던 모양이다.

“그래서 특수 액체를 따로 분사하게끔 만든 겁니다. 항력이 큰 물과 방향타를 직접적으로 접촉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그 특수용액을 통해서 항력을 최대한 줄이는 거죠. 여기서 중요한 또 하나의 명제는 그게 초공동 어뢰가 가진 두 번째 문제점마저도 해결을 했다는 겁니다.”

“…….”

“탐지 장비가 설치되어 있는 부분 또한 특수용액에 의한 공동 발생 형식으로 가다 보니 소음으로 인한 탐지 장애가 해소된 거죠.”

“호오…….”

임원은 그 말에 눈을 빛냈다.

그와는 달리 다른 이들의 경우는 이게 대체 다 무슨 말인가 싶은 표정들.

결국 성호는 임원들을 향해 손짓했고, 이내 우리를 테스트를 위해 마련된 어뢰가 있던 방향으로 이끌었다.

“백 마디 말보다는 직접 눈으로 보시죠.”

이후 성호는 본격적인 테스트를 위해 상황실에 무전을 보냈다.

지잉!

곧 낮은 기계음과 함께 어뢰가 물속으로 들어가고, 다시 신호를 하자 물속에서 쿵 하는 충격음이 들려온다.

쉬익!

발사된 어뢰는 그야말로 눈 깜짝할 사이에 바다를 질주했다.

정확한 이동 경로 확인을 위해 심도를 최대한 낮추도록 명령이 내려진 상태.

덕분에 수면엔 어뢰가 만들어낸 궤적이 그대로 그려져 있었다.

“오오!”

마치 미사일처럼 빠른 속도의 어뢰를 보며 중역들이 탄성을 내질렀다.

하지만 그건 지금까지 개발된 초공동 어뢰들 모두가 가능한 기동.

아마 이제부터가 기술력의 차이가 드러나는 시점일 거다.

“헛!”

생각과 동시에 직선을 그리며 물속을 날아가던 어뢰가 방향을 틀었다.

미사일처럼 90도에 가까운 기동까지는 아니지만, 그래도 물속에서의 방향 전환이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정도.

덕분에 사람들의 눈이 죄다 휘둥그레졌고, 이후 어뢰는 또 한 번의 방향 전환을 시도하며 목표인 무인보트를 향해 접근한다.

“보트 회피기동 실시.”

성호의 입에선 다시 명령이 떨어졌다.

부우웅!

그와 동시에 무인 모터보트가 속도를 높이며 방향을 틀었지만, 무려 시속 500km가 넘는 속도로 접근하는 어뢰를 피하기엔 힘에 부칠 듯 보였다.

쾅!

결국 어뢰와 충돌한 모터보트는 충격에너지를 이기지 못하고 두 동강이 났다.

단지 테스트가 목적이었기에 충돌 에너지만을 활용한 것.

만약 저 어뢰에 탄두가 장착되어 있었던 상태라면, 하는 생각이 들려는 차에 김영기 총괄 실장이 탄성을 내질렀다.

“맙소사! 저런 엄청난 속도라니…… 만약 저기에 실 탄두를 장착한 상태였다면 설사 1만 톤급 구축함이라 해도 한방에 무너지겠는데요? 대체 물속에서 저렇게 빨리 기동하는 어뢰를 무슨 수로 막는답니까.”

사실 그 점이 바로 초공동 어뢰의 장점이었다.

그나마 대응책이 존재하는 미사일과는 달리 고속으로 접근하는 어뢰는 딱히 막을 방법이 없다는 것.

물론 독일의 경우 어뢰를 요격하는 어뢰를 개발 중이기는 하지만, 그것도 기껏 일반적인 어뢰를 기준으로 한 것일 뿐. 저런 고속 추진을 하는 어뢰를 막아내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맞습니다. 거기에 어뢰 특유의 버블제트 현상까지 더해지면 아무리 덩치가 큰 구축함이라도 확실히 한방이면 족하죠.”

“네, 어뢰가 무서운 점이 바로 그거죠. 버블제트 현상…… 사실 그것 때문에 바다에선 값비싼 미사일보다 효율적인 무기라고 할 수 있을 겁니다.”

김 실장은 내 말에 맞장구를 쳤다.

이내 다시 가라앉고 있는 보트에 시선을 준 그는 감회가 새롭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을 잇는다.

“저게 전력화되면 중국은 우리 구축함들 근처엔 얼씬도 못 할 겁니다.”

“지금도 얼씬 못하는 것은 마찬가지지만 확실히 전력 상승에는 도움이…….”

우웅!

막 그의 말에 대꾸를 하려던 순간 전화가 진동했다.

익숙한 발신 번호.

표정을 굳히며 전화를 받자 저편에서 푸틴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진 회장.

[안녕하십니까, 대통령님.]

-미안하지만, 부탁을 좀 해야 할 상황이 생겼습니다.

[…….]

-나와 관련된 소식은 들어서 이미 알고 있으리라고 생각하고 단도직입적으로 말하겠습니다. 중동에 파견했던 우리 알파 부대가 고립됐습니다.

“…….”

-부디 내 딸과 우리 병력들을 좀 구출해 주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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