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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무기도 만들어 드릴까요?-228화 (228/372)

#핵무기도 만들어 드릴까요? 228화

[그게 가능하리라 보십니까?]

국무장관은 기가 차다는 표정으로 대꾸했다.

어차피 미국이나 일본이나 외통수에 몰린 마당에 불가능할 것이 뭐가 있을까.

웃으며 그 점을 상기시켜 주려는 차에 대통령이 은근한 목소리로 국무장관의 이름을 불렀다.

[이보세요, 존.]

[네, 대통령님. 말씀하시죠.]

국무장관은 표정을 밝히며 응대했다.

매번 장관이라는 호칭으로 일관하던 것과는 다른, 대통령의 친근한 태도에 기분이 새로웠던 듯.

하지만 뒤이어 튀어나온 말은 그리 살갑지만은 않은 내용이었다.

[지금 미국 대표로 이 자리에 앉아계시는 것 맞죠?]

[그야 당연히…….]

[한데 왜 난 자꾸 일본 대표와 대화를 나누는 기분이 드는 겁니까?]

순간 리암이 있던 방향에선 웃음을 참는 듯한 소리가 들려왔다.

존은 힐끗 그를 한번 쳐다보더니 입술을 짓씹었고 다시 대통령의 말이 이어졌다.

[불쾌했다면 미안합니다. 내가 영어가 그리 고급진 것이 아니라서 가끔 의도와는 다르게 말이 전달되고는 합니다.]

[아닙니다. 한데 하시고자 했던 말이 뭡니까.]

존은 어색한 미소로 대꾸했다.

처음으로 샴페인 잔을 입가에 가져간 대통령은 슬쩍 맛을 음미한 후 다시 존을 쳐다봤다.

[이쯤에서 우리 냉정하게 한번 생각해 봅시다. 진 회장님의 말처럼 현재 중국은 이어도 인근의 우리 배타적 경제수역을 인정한 상태입니다.]

[…….]

[그게 전략적으로는 중국의 동아시아 및 태평양 진출을 막아주는 역할을 하고 있죠.]

[그건 인정합니다. 해서 미국도 한국을 중국의 최후방어선으로써 인정하고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말 잘했습니다. 그럼 미국으로서는 골칫거리가 해결 된 건데, 그 상황에서 미국의 절대적 우방인 일본과 우리가 또 이어도 문제로 치고받으면 상황이 어찌 될 것 같습니까.]

[…….]

[하니 기왕이면 해결 가능한 시나리오가 존재할 때 해결 하자는 겁니다.]

[…….]

존은 연신 입술만 달싹였다.

이내 양해를 구하곤 자리에서 일어난 그는 자신의 비서를 대동한 채 어딘가로 향했고, 그 모습을 힐끗 쳐다보던 리암이 웃으며 말을 뱉어냈다.

[아마 백악관과 협의를 하러 가는 걸 겁니다.]

대통령은 그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무슨 생각이었을까, 이내 다시 리암을 향해 시선을 꽂은 그가 넌지시 말을 뱉어냈다.

[그런데 리암 회장님께서는 오늘은 어째 미국 대표라는 느낌이 들지 않는군요.]

리암은 그 말에 웃어 보였다.

무슨 의미인지 알고 있는 거지.

자칫 불쾌할 수도 있었을 말이었음에도 그는 여전히 미소 띤 얼굴로 대꾸한다.

[미국 대표로 참석한 것은 맞습니다. 단지 현 미국 정부를 대표로 한 것이 아닐 뿐이지.]

[…….]

대통령의 눈에는 순간 이채가 스쳐 갔다.

역시나 의미를 정확히 이해한 듯.

그때, 리암이 다시 말을 이었다.

[게다가 대통령님의 말씀이 틀린 것은 하나도 없지 않습니까.]

[…….]

[참고로, 그 제안은 아마 받아들여질 겁니다. 미 정부나 일본 내각이나 현재로선 달리 방법이 없으니까.]

리암은 말을 뱉어냄과 동시에 나를 쳐다봤다.

웃으며 그의 시선을 받아넘기려는 차. 자꾸만 그가 했었던 말이 귓가에 맴돈다.

‘미국을 대표하지만 현 미 정부를 대표하지는 않는다? 이거…… 앞으로 오바마 정권이 꽤 힘들어지겠군.’

***

[일본 내각. 이어도 인근 우리 배타적 경제수역 인정.]

미 국무장관이 다녀간 지 사흘 후, 뉴스에선 희소식이 들려왔다.

결국 리암의 예언이 현실이 된 것.

이로써 우리 정부는 더 이상 일본의 훼방을 받지 않고 7광구를 개발할 수 있게 되었고, 사업의 진행은 아마 지체 없이 시작 될 거다.

[일본 내각은 현재 후쿠시마 원전의 처리를 두고 여전히 뚜렷한 대책을 내세우지 못하고 있습니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이미 멜트 다운이 진행 중인 것으로 밝혀졌지만…….]

원전 사고가 발생한 지도 벌써 두 달.

미국을 비롯한 수없이 많은 국가들의 원전 전문가들의 조언에도 일본 내각은 사태를 제대로 수습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 결과 수백 톤에 달하는 핵연료의 노심용융이 진행되었고, 사태는 더 걷잡을 수 없는 방향으로 흘러갔다.

‘어차피 저 상태에서 핵연료를 끄집어낼 방법은 없긴 하다만, 그래도 역사와 전혀 달라지는 것이 없군.’

뉴스를 보는 내내 그 점만큼은 안타까웠다.

만약 이대로 가면 일본은 다시 엄청난 양의 오염수를 바다에 뿌리게 될 테고, 그건 곧 세계적인 재앙을…….

‘가만, 그러고 보니 정작 우리에게 영향을 주는 것은 오염수잖아.’

그리고 아직은 그 오염수가 그리 많이 쌓인 것도 아니고.

그럼 최소한 전 세계적인 재앙의 상황만은 막을 수 있는 것 아닌가?

뚜우!

불현듯 드는 생각에 난 즉시 총리에게 전화를 걸었다.

이후 한동안 내 생각을 전달하자 저편에서 난색을 표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게 가능하다면 우리로서는 한숨 놓이기는 하겠지만, 일본 내각이 우리 정부의 권고를 듣겠습니까?

“안 들을 수 없는 상황으로 몰아가야죠. 그렇다고 이대로 두면 차후 두고두고 우리에게도 골칫거리가 될 겁니다.”

아마 내 말을 전부 이해하기는 힘들 거다.

아직은 오염수로 인한 피해가 피부에 와닿는 상황도 아니고, 그로 인한 국제적인 분쟁까지 간 것도 아니니까.

사실 나 역시 미래만 몰랐다면 이렇듯 오지랖을 떨 이유도 없다.

빌어먹을, 내가 자연산 회를 얼마나 좋아하는데…….

-권고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면 구체적으로 어떤 걸 말씀하시는 겁니까.

“미국과 러시아를 통해 압박해야죠.”

-러시아요?

총리는 뜬금없다는 투로 되물었다.

“예전 체르노빌 원전 폭발사고 때 일본이 러시아를 벼랑 끝으로까지 몰고 갔었던 사건 아십니까?”

-그야 물론입니다. 해서 결국 러시아가 오염수 방류를 포기했었죠.

“한데 이젠 반대의 상황이 발생했습니다. 하니 러시아가 나서면 압박감이 클 겁니다.

-그건 그렇다 쳐도, 미국이 과연 나서겠습니까? 가뜩이나 미 민주당 정권은 일본에게 쓴소리하기를 싫어하는 타입인 마당에. 게다가 이건 전적으로 일본 내부의 문제라서 말입니다.

총리는 연신 부정적인 의견을 피력했다.

하긴, 미국이라고 일본 내부의 문제를 쉽게 이래라저래라 할 수는 없겠지. 역사적으로 봤을 때도 그건 사실이고.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저들은 이미 자위대 문제로 인해서 우리에게 멱살이 잡혀 있는 상황.

구체적인 데이터를 기초로 한 압박이라면 끝내 고집을 피울 수는 없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좋습니다. 일단 미 국무부와 통화를 해 보죠.

결국 총리는 긍정적인 대답으로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며칠 후, 난 다시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진 회장님…… 방금 러시아와 미 국무부에서 전화가 왔는데, 양측 모두 도쿄에서 열리는 대책 회의에 진 회장님께서 좀 참석해 주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

***

휘이이잉!

[어서 오십시오.]

이틀 후, 난 우리 측 원전 전문가 및 외교부장관과 함께 도쿄로 향했다.

회의가 열린 곳은 공항에서 조금 떨어져 있는 호텔.

이미 러시아 및 미국 대표단은 도착을 해 있었던 상태였고, 일본에선 외무상이 대표로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늦어서 죄송합니다.]

난 짧은 인사와 함께 내게 배정된 자리로 향했다.

분위기가 무거운 것으로 봐선 이미 한 차례 격한 토론이 오간 느낌.

일본의 고집이 꺾이지 않고 있음을 예감하며 자리에 앉으려는데, 갑자기 러시아 대표 쪽 인사 하나가 유독 나를 보며 웃고 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알렉세이 국장님께서 여긴 어떻게…….]

반가운 마음에 즉시 그를 향해 다가갔다.

내민 손을 힘주어 잡은 그는 속삭이듯 말한다.

[이번에 대통령 직속 자문기관으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뭐 자세한 이야기는 나중에 따로 하는 것으로 하고 일단 자리에 앉으시죠.]

그 말에 잠시 주변을 둘러봤다.

일제히 우리에게 집중된 시선들.

머쓱한 마음에 착석하자 일본 대표가 다시 마이크를 잡는다.

[4개국 대표들께서 모두 모이셨으니 다시 회의를 이어가겠습니다. 회의에 앞서 우선 일본 내각은 한국에서 주장한 벤토나이트 차수벽 설치에 반대하는 입장임을 알립니다. 자체 조사결과 방사능 차폐를 위한 대처에 있어 우리에겐 러시아식 벤토나이트 방식보다는 ICE WALL 방식이 더 적합한 것으로…….]

일본 정부의 대응은 역사와 달라진 것이 없었다.

코웃음을 쳐 보이자 하필 그걸 본 외무상이 잔뜩 미간을 찌푸린다.

[의견이 있으시면 말씀하시죠.]

난 그 말에 마이크를 끌어당겼다.

집중되는 시선들 속에 팩트부터 폭격했다.

[우리 측 조사에 따르면 후쿠시마 원전은 운영비를 줄이기 위해 해수면 가까이에 건설했습니다. 그 결과 대량의 지하수 유입이 빈번했죠.]

순간 일본 외무상의 얼굴이 꿈틀했다.

하지만 막상 반박은 하지 않았고, 난 다시 말을 이었다.

[문제는 역시 그 지하수입니다. 하루에 수백 톤에 달하는 지하수가 원전을 지나며 오염될 텐데, ICE WALL, 즉, 냉매를 이용하여 얼음벽을 쌓는 방식으로 그걸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그건 내 뇌피셜이 아니라 경험을 근거로 한 거였다.

완전한 밀폐가 불가능한 ICE WALL 방식으로는 대량으로 유입되는 지하수를 막을 수 없었고, 그 결과 하루 수백 톤에 달하는 오염수가 발생.

회귀 전, 일본이 바다에 방류하겠다는 오염수의 대부분이 바로 그런 식으로 생성된 건데, 그 역사를 반복할 수는 없지 않던가.

[하지만, 무작정 콘크리트를 부어 버리면…….]

[보기 흉하죠. 그리고 일본은 바로 그 점을 걱정하는 것이고.]

이어진 외무상의 변명은 다시 내 말에 의해 잘려 나갔다.

지나치게 뼈를 때린 걸까, 외무상의 표정이 와락 일그러졌다.

[제 말이 틀리지는 않았을 텐데요? 일본은 차후 후쿠시마로 회귀시킬 주민들. 그리고 세계인들에게 비춰지는 부정적인 면을 차단하고 싶은 것 아닙니까. 그래서 효과도 증명 되지 않은 ICE WALL 방식을 고집하고 있는 것이고.]

외무상의 얼굴은 그 말에 푸르죽죽해졌다.

솔직히 뭐 하나 틀린 것이 있었어야지.

아주 속을 강제로 뒤집어 까대는 터라 미칠 지경일 거다.

[꼭 그렇다기보다는…….]

쾅!

외무상의 입이 다시 열릴 때쯤 알렉세이가 갑자기 책상을 내리쳤다.

워낙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던 터라 사람들은 놀란 표정으로 그에게 시선을 주었고, 그는 잔뜩 일그러진 표정과 함께 소리를 내질렀다.

[우리 러시아가 그랬던 것처럼 일본도 반드시 벤토나이트 방식으로 해결해야 할 거요. 대량의 오염수 발생과 그걸 바다에 방류하게 되는 경우는 그야말로 재앙일 테니까. 솔직히 일본 땅이 오염된 것은 무척이나 안타까운 일이기는 합니다만, 그건 전적으로 일본이 감당해야 할 일이고, 전 세계에 똥을 뿌리는 일은 없어야 할 것 아닙니까.]

[…….]

외무상은 다시 입술을 달싹였다.

무언가 반박이라도 하려는 듯.

한데 그때, 알렉세이가 이를 갈며 쐐기를 박았다.

[참고로 이 말은, 체르노빌 사태 때 일본 정부가 우리 러시아에게 했었던 말이오.]

순간 외무상의 입에서는 끄응 하고 앓는 소리가 들려왔다.

이내 도움을 청하기라도 하려는 듯 미국 대표를 쳐다봤지만 막상 미국 대표는 시선을 외면하고 있었다.

[잠시 휴회하죠.]

코너에 몰린 외무상은 결국 자리에서 일어났다.

내각에 분위기를 전달하려는 의지일 터.

우스운 것은 미국 대표 역시도 그를 뒤따라 나섰다는 건데, 아마도 다른 방법이 없음을 강조하려는 의도일 거다.

[속이 다 시원하군. 당시 우리가 당한 것을 생각하면…….]

잠시 소강상태에 이른 회의장에서 알렉세이가 툭 하고 말을 던졌다.

바로 이런 태도를 기대했기에 러시아의 참여를 원했었던 터.

웃으며 그를 향해 물었다.

[만약 끝내 일본이 거부하면 어쩔 생각입니까?]

[그게 가능하겠습니까? 지금 일본이 처한 상황이 어떤지는 자신들이 더 잘 알고 있는 마당에. 그래도 만약 말을 안 듣는다면 뭐 시위를 좀 해야죠.]

[…….]

[우리 시위 방법이야 빤하지 않소.]

난 그 말에 다시 웃어 보였다.

내내 말없이 미소만 짓는 것이 의아했던 듯 알렉세이가 툭 하고 내 옆구리를 건드리며 묻는다.

[뭐가 그리 웃깁니까?]

[아니요, 그냥…… 다행이다 싶어서 말입니다.]

[뭐가 말입니까?]

[앞으로도 자연산 회는 마음 놓고 먹을 수 있을 것 아닙니까.]

[……이런 싱거운 양반을 봤나. 이 상황에서 기껏 생각한다는 것이…… 뭐 그건 그렇고. 최근 돌아가는 상황을 보고 있자니 일본도 이젠 국운이 다하긴 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그건 또 무슨 말입니까?]

넌지시 뱉어진 그의 말에 다시 고개를 돌렸다.

무슨 생각을 하는 건지 내내 히죽거리던 그는 슬쩍 주변의 눈을 살피며 속삭인다.

[데브리. 즉, 노심용융을 일으킨 핵연료를 포함한 폐기물 찌꺼기들 말입니다. 장담하는데, 그거 절대로 못 꺼냅니다. 체르노빌도 지금껏 데브리 제거를 해결하지 못하고 앞으로도 100년이라는 시간을 더 잡고 있는 마당에 10년이라? 어림도 없죠.]

그건 일본이 데브리 제거에 10년이라는 시간을 선언했던 것을 두고 한 말이었다.

솔직히 어불성설이기는 하지.

로봇조차도 방사능으로 인해 무용지물이 되는 지옥에서 그걸 무슨 수로.

슈퍼맨이 나타나지 않는 한은 데브리 제거는 꿈에서나 가능할 일일 터.

결과적으로 관련 기업들은 두고두고 작살이 날 텐데, 당장 산업기반이 무너져서 어려움을 겪는 일본으로서는 사실상 국운이 다했다고 봐도 무방한 상황이기는 하다.

[왠지 즐기시는 느낌이군요.]

티 나지 않은 미소와 함께 넌지시 말했다.

순간 휙 하고 나를 쳐다본 알렉세이가 음흉한 표정과 함께 다시 속삭였다.

[우리 좀 솔직해집시다. 진 회장도 이 상황을 내심으로는 즐기고 있을 텐데요? 천재일우의 기회를 잡은 셈이니까.]

[…….]

[이 사태로 인해서 무너져갈 일본 기업들은 죄다 진 회장이 삼켜 버릴 것 아닙니까. 아! 아니라고 발뺌할 생각은 하지 말아요. 내가 누구였는지 그새 잊어버린 것이 아니라면.]

[…….]

하긴, 그라면 나를 가장 잘 파악하고 있는 몇 안 되는 인물이기는 하다.

지구상에서 가장 정확한 정보를 다루는 곳 중 하나의 수장이었던 마당에 뭐.

그나저나 이 인간…….

지나치게 많은 것을 알고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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