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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무기도 만들어 드릴까요?-227화 (227/372)

#핵무기도 만들어 드릴까요? 227화

[뉴스 속보입니다. 오늘 오후 2시. 일본 도호쿠 지방에서 지진이 발생했습니다. 리히터 규모는 9.0. 이는 관측 사상 최대 규모인 것으로 밝혀지고 있습니다.]

[지진과 함께 몰려온 쓰나미로 후쿠시마 일대가 엄청난 피해를 입었다고 합니다.]

[긴급 소식입니다. 도쿄전력 소속 후쿠시마 원전에서 방금 폭발이 일어났다고 합니다. 이로 인한 피해 소식은 아직 들려오고 있지 않지만 방사능 유출은 확실시 되고 있습니다.]

동 일본에서 일어난 대지진의 소식은 빠르게 전파를 탔다.

이웃 국가인 우리는 물론 전 세계의 시선이 집중 된 상태.

특히나 원전 폭발장면은 엄청난 충격을 주었는데, 이로 인해 한때 전 세계의 미디어들은 핵 발전 관계자들의 주요 토론장이 되어 버렸다.

[미국은 항모를 동원한 구조작업에 착수했습니다. 우리 의회 역시 인도적 차원에서의 지원을 정부에 요청했지만 정부는 방사능 유출로 인한 피해를 염려하여 난색을 표하고 있습니다.]

각국에선 도움의 손길이 이어졌다.

미국의 경우, 항모를 동원하여 직접적인 구조 활동에 나섰고, 여타 국가들은 성금을 보내는 형태로.

조금 놀랐던 점은 우리나라에선 국가가 보내는 형식 선에서의 금액 외에는 딱히 모금 활동이 벌이지 않았다는 건데, 그건 아마도 회귀 전과는 달리 일본의 실체에 대해 확연하게 깨달았기 때문일 거다.

일전, 일본과의 부품 및 기계 전쟁을 통해서.

[일본 증시가 단 하루 만에 20% 이상 추락했습니다. 문제는 하락 추세가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라는 것이며…….]

지진으로 인한 일본 경제의 휘청거림은 역사보다 더 심했다.

원인은 나를 비롯한 유대계 자본들이 움직인 결과.

이후 불과 일주일 만에 일본의 증시는 반 토막이 나 버렸고, 천문학 적인 돈을 쏟아부으며 달려드는 중앙은행의 개입에도 하락세는 좀처럼 멈출 줄을 몰랐다.

-미 정부에서 오늘 나에게 자제를 요청했소이다.

사건이 발생한 지 보름 후, 리암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어지간해선 금융자본이 하는 일에는 관여를 안 하던 미 정부가 부탁을 할 정도라?

그건 아마도 일본이 그만큼 심각한 위기에 처했다는 증거일 거다.

-최근 엔캐리트레이드 자금들이 일본으로 다시 회귀하고 있습니다. 일본이 해외에 뿌려둔 자산들을 정리하고 있는 결과죠.

[그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니까요.]

-문제는 그럼에도 붕괴속도가 지나치게 빠르다는 겁니다. 해서 백악관은 이 상황이 지속되면 일본만 붕괴되는 것이 아니라 전 세계에 대공황이 올 가능성을 걱정하고 있습니다.

[회장님의 의견은요?]

나로선 다른 누구보다 리암의 의견이 중요했다.

전 세계 금융자본의 핵심인 그의 판단은 어느 누구의 말보다 신뢰할 만하니까.

-나 역시 그 점에는 동감하고 있습니다. 해서 말인데, 더 이상의 금융공격은 득보다는 실이 더 클 것 같소이다. 솔직히 일본이라는 나라는 단번에 무너트리기엔 아까운 시장 아닙니까.

리암의 말은 한마디로 두고두고 일본에 빨대를 꼽자는 제안이었다.

어차피 더 이상의 압박은 무리.

또 나름 일리가 있다는 생각에 나 역시 그의 의견에 동의했다.

“하긴, 일본이 완전한 붕괴를 일으키게 되는 경우 세계 경제에 미칠 파급력을 생각한다면 사실 이쯤에선 슬슬 정리를 하는 것이 맞기는 하죠.”

하지만 실망할 것은 없다.

아쉽긴 해도 그동안 거둔 수익률만도 천문학적인 수준.

게다가 이제부터 시작될 나락 줍기로 인해 내 자산은 단숨에 두 배 이상 불어나게 될 테니까.

[일본의 지진 상황이 심상치 않습니다. 도호쿠 지방에서의 지진 이후 이번엔 도카이 지역에서 잦은 지진파가 감지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며칠 후, 역사와는 다른 상황이 펼쳐졌다.

난데없는 도카이 지역에서의 지진 발생 소식.

처음엔 진도 5 규모의 지진이 연속해서 발생하는가 싶더니 불과 하루 뒤엔 도쿄 인근 스루가만을 진원지로 진도 9의 대지진이 발생해 버렸다.

“어떻게…….”

하필 수도 인근에서 발생한 대지진인 탓에 피해 규모는 가히 따질 수도 없을 정도였다.

다행인 것은 후지산의 분화만큼은 없었다는 건데, 그렇다 해도 타격이 워낙 큰 터라 향후 일본 경제의 완전한 부활은 기약할 수가 없는 상황이 되어 버렸다.

[각 지역에서 이어지는 지진으로 인한 일본의 핵심 산업 붕괴 여파가 전 세계를 덮쳤습니다.]

예상치 못한 2차, 3차 지진의 여파는 결국 우리에게까지 영향을 끼쳤다.

애초 세계 경제란 거미줄처럼 엮여 있는 것이 현실이기니까.

그나마 다행인 것은 우린 다른 나라들과는 달리 제법 빠른 시간 안에 반등의 기미가 보이기 시작했다는 건데, 아마도 그건 일본을 대처할 만한 산업기반을 갖춘 우리의 잠재적 역량이 원인일 거다.

[민주당 내각은 사태수습에 자위대원들을 적극 투입 중입니다. 또한 이라크에 파병 중인 자위대원들의 조속한 복귀를 검토 중인 것으로…….]

명분을 잡은 민주당 내각은 슬슬 언론을 통해 자위대의 철수를 예고했다.

덕분에 미국은 더더욱 코너에 몰리게 되었고, 그 결과, 불과 두 달 만에 다시 미 국무장관이 한국을 방문하는 역사적인 사건이 벌어졌다.

끼익!

나 역시 꼬박 두 달 만에 다시 만찬장을 찾았다.

최근 다시 돌기 시작하는, 실세를 운운하는 소문 탓에 회담 자체에 나를 참석 시키는 것은 무리.

결국 청와대와 미 국무부는 경제인 만찬 자리를 진정한 회담 장소로 이용한 거다.

[오랜만입니다. 진 회장.]

막상 도착한 만찬장엔 리암도 자리하고 있었다.

그를 대동했다는 것은 이 회담을 어떻게든 성공시키겠다는 의지일 터.

생각지도 못했던 인물의 등장으로 인해 부쩍 부담이 밀려온다.

[잠시만…….]

난 리암에게 양해를 구하곤 즉시 대통령을 향해 다가갔다.

저들과 대화를 섞기에 앞서 정부의 의지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니까.

한동안의 대화 끝에 대통령은 정부의 결정을 내게 주지시켜줬다.

“이 시점에서 파병은 피할 수 없습니다. 다만 우리가 얻어야 할 것은 확실하게 얻어야겠죠.”

결국 정부에선 파병으로 마음을 굳힌 모양이었다.

하면 그의 말처럼 챙길 것은 확실하게 챙겨야겠지.

마음을 다잡곤 다시 테이블로 향했다.

[진 회장님은 어째서 나이를 안 먹는 것 같습니다. 대체 비결이 뭡니까?]

국무장관은 한동안 잡담으로 분위기를 주도했다.

그 역시 긴장되는 것은 마찬가지인 듯.

이후 샴페인 잔이 각자의 테이블에 올라올 무렵, 그가 기습적으로 말을 뱉어냈다.

[일본은 지금 2차 대전 이후 최악의 상황을 맞고 있습니다.]

[…….]

[뭐 그 점에 대해선 여기 계신 리암 회장님과 진 회장님께서 한몫 하셨죠.]

꿈틀!

그 말에 리암의 얼굴이 굳어졌다.

이해 못할 바도 아닌 것이 여긴 타국의 정상이 주최하는 만찬장. 즉, 공개적인 자리니까.

그럼에도 저렇듯 대놓고 리암의 심기를 건드려 버리는 것은 하나의 사실만을 뜻한다.

현 미국 정권도 그만큼 유대 세력들과 나에게 열이 받아 있다는 것.

[이보시오, 존.]

물론 리암도 가만히 있지만은 않았다.

일개 국무장관 따위가 미국의 그림자에게 덤벼드는 상황을 그가 용납할까.

그 역시 주변의 시선은 아랑곳 하지 않은 채 국무장관을 향해 대놓고 언성을 높여 버렸다.

[지금 이 자리에서 나와 얼굴을 붉혀보자는 겁니까?]

[…….]

국무 장관은 슬쩍 주변의 눈치를 살폈다.

이내 분위기를 수습하려는 웃어 보였지만 말투만은 잔뜩 가시가 돋쳐 있었다.

[기분 상하셨다면 죄송합니다. 단지 난 이번 금융 사태로 인해 일본이 어려움에 처한 것과 그로 인해 우리 미국이 타격을 입은 것에 대해 불평을 좀 토했을 뿐입니다.]

[미국이 타격을 입었다기보다는 대통령이 타격을 입은 거겠지.]

리암은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순간 힐끗 주변을 둘러보자 우리 정부 측 인사들은 대체 이게 무슨 콩가루 날리는 상황인가 싶은 표정만을 짓고 있다.

[하려던 말씀 계속하시죠?]

화두가 더 이상 빗나가는 것을 우려하여 결국 내가 나섰다.

짧은 헛기침을 뱉어낸 국무장관은 다시 눈빛을 빛내며 말을 잇는다.

[내가 하고 싶었던 말은 일본이 망하는 일은 없을 거라는 점을 알려드리고 싶었던 겁니다.]

마치 일본 정부의 대변인인 듯한 그의 말투에 헛웃음을 뱉어냈다.

그에 더 자극을 받은 듯 눈살을 잔뜩 찌푸리며 말을 잇는다.

[아! 물론 일부 산업기반이 무너진 타격은 꽤 오래가겠죠. 어쩌면 향후 수십 년 정도는 한국의 발전을 따라가지 못할 정도로. 하지만 일본은 결국 극복할 것이고, 그게 가능한 조건을 갖추고 있습니다.]

아마도 그 조건이란 일본이 최근 들어 시행하고 있는 MMT 이론을 뜻하는 듯싶었다.

정부가 채권매입 및 증세를 통해 얼마든지 화폐를 발행 할 수 있다는.

과한 인플레이션만 발생하지 않는다면 얼마든지 화폐발행을 해도 된다는.

그건 엔화가 신용화폐로 인정받고 있기에 가능한 건데, 사실상 미국의 묵인이 아니면 불가능한 것이고, 미국이 그걸 묵인한 이유는 차후 달러의 무제한 발행이 세계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미리 체크하려는 전략에 있다고 보는 학자들도 있다.

쉽게 말해서 일본은 미국의 MMT 이론의 실험장이라는 소리지.

[그래서요?]

국무장관은 넌지시 뱉어진 내 말에 눈썹을 일그러트렸다.

예상외의 차분함 탓인지 리암 역시도 놀란 표정.

상관하지 않은 채 다시 말을 이었다.

[하면 내가 일본을 좀 뜯어먹었다 해서 그게 무슨 문제가 되는 거죠? 말씀대로라면 어차피 그 정도로는 일본이 망하지는 않을 텐데.]

[…….]

국무장관은 단도직입적으로 뱉어진 내 말에 부쩍 당황했다.

그 부분에 대해선 딱히 할 말이 없었던 듯.

그때, 곁에 있던 미 국방장관이 재빨리 화제를 전향한다.

[자자, 지나간 일은 지나간 일이고, 우리가 모인 목적은 파병 문제 아닙니까. 다들 흥분은 가라앉히시고 그 부분을 우선 해결하죠.]

국무장관과 우리 정부 측 인사들은 그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여전히 불쾌한 표정을 짓고 있는 것은 나와 리암 뿐.

왠지 상황이 조금 우스워진 느낌이라 리암을 쳐다보자 그가 불평의 입 모양을 그려 보인다.

-내가 이래서 이번 정권과 안 맞는다는 거요.

피식.

[우리 의지는 이미 전달이 된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내내 분위기를 살피던 대통령은 그 시점이 되어서야 대화에 끼어들었다.

순간 미 정부 측 인사들의 시선이 교차하는가 싶더니 예상 밖의 대꾸가 들려온다.

[오랜 숙고 결과 백악관에선. 그 조건 다 받아들이기로 결정했습니다.]

[…….]

대통령은 지나치게 순순한 저들의 태도에 잠시 당황한 빛을 보였다.

아니 그건 정부 측 인사들 대부분이 마찬가지.

난 혹시나 싶어 리암을 쳐다봤고, 그는 고개를 지그시 끄덕여 보였다.

스윽.

순간 대통령의 시선이 다시 나를 향했다.

분위기가 이상한 것을 눈치챈 듯 국무장관의 시선 역시도 나를 향했고, 난 옷매무새를 가다듬은 채 입을 열었다.

[한 가지만 묻겠습니다. 우리가 파병을 결정하면 자위대는 어떻게 되는 겁니까.]

[자위대는 일부 병력들만 남기고 전원 철수할 겁니다.]

[일부 병력을 남긴다고요?]

그건 또 의외의 결과였다.

현 민주당 정권의 성향이라면 당연히 전면 철수를 주장할 줄 알았건만.

[비록 민주당이 정권을 잡고는 있어도 현재 일본 정치권은 자민당의 힘이 절대적입니다. 가뜩이나 보통 국가화를 꿈꾸는 그들이 천신만고 끝에 얻었던 기회를 그리 쉽게 버리겠습니까?]

의문이 짙어지는 순간 대답이 들려왔다.

조금 당황스러운 것은 미국의 입에서 대놓고 일본의 야욕이 거론 되었다는 것.

이번 미국 정권과 일본과의 뿌리가 얼마나 깊은지 단적으로 드러나는 순간이다.

‘뭐 우리로선 상관없으려나?’

어차피 자위대에 대한 인식은 이제 바닥이고, 또 얼마나 사고를 칠지도 알 수 없고.

결국 득보다는 실이 더 많아지게 될 테니까.

[병력은 얼마나 남는 겁니까?]

생각이 깊어지던 와중 대통령이 다시 끼어들었다.

시선이 일제히 그를 향해 돌아가고, 국무장관이 헛기침과 함께 말한다.

[잔류할 자위대 병력은 대략 1천 명 정도 될 겁니다. 하지만 걱정 할 것 없습니다. 그들은 모술이 아니라 남부에서 미군의 지휘를 받게 될 테니까요.]

그 점만큼은 다행이었다.

막말로 자위대와 한국군이 함께 작전을 해야 하는 상황만큼 짜증 나는 일은 없을 테니까.

의중을 살피려 힐끗 대통령을 쳐다보자 그는 외려 내게 눈빛을 보내고 있는 중이었다.

[그럼 일본은 무얼 대가로 내놓겠답니까?]

난 즉시 말을 뱉어냈다.

[그건 또 무슨…….]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맥락의 말이었던 탓에 국무장관의 눈이 커다랗게 떠졌고, 난 손가락으로 책상을 탁탁 두드리며 다시 말했다.

[자위대의 철수가 가능한 이유는 결국 우리 덕분 아닙니까? 그럼 당연히 일본도 우리에게 대가를 지불해야죠.]

[…….]

[우리가 이어도 인근까지로 지정한 배타적 경제수역을 인정하는 것으로 하면 어떨까 싶군요. 더불어 예전에 맺었던 7광구의 공동개발권을 포기한다는 것도.]

[…….]

[솔직히 중국도 이어도에 대해선 이미 포기를 한 상황입니다. 하면 일본도 포기를 해줘야 깔끔하게 정리가 되지 않겠습니까. 향후 우방끼리의 충돌을 더 이상 겪지 않게 된다는 점을 생각하면 미국도 손해는 아닐 텐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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