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핵무기도 만들어 드릴까요?-226화 (226/372)

#핵무기도 만들어 드릴까요? 226화

[긴급 뉴스를 알려드리겠습니다. 오늘 오전 도쿄에서 IS 측 인물로 보이는 아랍계 남성이 자폭 테러를 시도했습니다. 그 결과 한때 지하철 일부 노선이 운행을 중단했으며…….]

2011년 2월 3일.

이라크에서의 대규모 자위대원들의 희생으로 가뜩이나 분위기가 흉흉하던 일본에서는 테러가 발생했다.

그로 인한 민간인 피해 규모는 대략 200여 명.

가뜩이나 자위대원들의 희생으로 인해 초상집 같던 일본은 아예 패닉에 빠져들었고, 결국 여론의 질타를 버티지 못한 내각이 총 사퇴를 결의하기에 이르렀다.

[일본 내각이 결국 총 사퇴를 결의했습니다. 원인은 이라크에 파병 중인 자위대 병력들의 대량 손실과…….]

[일본 여론은 현재 민주당의 정권장악을 조심스레 점치고 있습니다. 새로운 일본이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건 민주당은…….]

이후 정권은 민주당으로 넘어가는 분위였다.

덕분에 한때 우리 여론에서는 일본과의 관계 회복을 기대하기도 했지만 난 그게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것에 한 표를 건다.

‘민주당이 비록 친한 파에 가깝다고는 하지만 능력 부족은 어쩔 수가 없지. 역사적으로 봤을 때도 그 능력 부족으로 결국 다시 자리를 빼앗겼고.’

[우리나라 일부 일본 정치 분석 전문가들은 이번 내각 교체가 사실상 별 의미가 없는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꽤 오랜만에 벌어진 일본 정치권의 변화였던 탓에 한동안 우리 방송들의 토론 주제도 그에 맞추어져 있었다.

과연 일본이 이 기회를 통해서 변화할 것인가에 대한.

[아니요, 일본이라는 나라는 결코 그 뿌리가 변할 수 없는 집단입니다. 때문에 민주당이 정권을 잡는다 해도 그리 오래가지는 못할 겁니다.]

놀라운 점은 가끔 내 생각과 일치하는 전문가들의 주장도 들려왔다는 건데, 그건 이 나라가 회귀 전의 사회 분위기와는 달리 일본의 실체를 제대로 파악해가고 있다는 증거일 거다.

아무리 생각이 제대로 박힌 사람이 많다 해도 결국 일본은 변하지 않는다는 것.

지극히 후진적인 저들의 정치풍토와 그걸 고치려 노력하지 않는 국민성으로 인해서.

‘그래, 결국 그 내면에 뿌리박힌 기질들로 인해서 2, 3년 후엔 도로 자민당으로 회귀하겠지.’

[비정규군을 상대로 이렇듯 심각한 피해를 입었다는 것은 그만큼 기강이 해이하다는 겁니다. 아니, 우리가 장비가 부족합니까, 아니면 돈이 없습니까.]

그로부터 얼마의 시간이 지난 후 일본 뉴스는 자국이 처한 현실 상황을 다루는 것으로 분위기가 바뀌었다.

자신들이 그토록 내세웠었던 군사력이 얼마나 거품이 심했었는지를 깨달은 거지.

우스운 것은 전문가들이라는 자들이 내뱉어대는 말들의 대부분이 대책보다는 일본이라는 나라의 대외 인식의 하락을 걱정하는 것에 집중하고 있었다는 거다.

‘아직 멀었군. 그래, 차라리 영영 그렇게 변하지 않는 것이 우리로서는 마음이 편하지.’

똑똑!

통역을 통해 한참 일본 방송에서 이어지고 있던 토론을 전해 듣고 있던 와중 김 비서가 방으로 들어섰다.

최근 그녀의 주 업무는 우리와 미국. 그리고 일본의 여론 상황에 대한 모니터링을 하는 것.

한데 뭣 때문인지, 얼굴에 그늘이 잔뜩 드리워져 있었다.

“왜 그래요?”

“최근 우리 여론의 분위기가 좀 심상치 않은데요?”

그녀는 들고 있던 태블릿을 내밀며 말했다.

가장 먼저 눈에 뜨인 것은 행여 있을지 모를 우리 군의 재파병을 반대하는 기사들.

기사들의 논조가 지나치게 천편일률적인 것으로 봐선 누군가 써 준 대본을 줄 서서 받아 적기라도 한 모양새였다.

[우리가 대체 왜 일본이 싼 똥을 치워줘야 하는가에 대해선 심각한 고민을 해봐야 할 필요가 있다. 게다가 정부가 철군을 실행한 명분은 한반도에서 증가하는 긴장 때문인데, 이제 와서 다시 파병을 한다는 것은 어폐가 있다고 보는 것이 관계자들의 공통된 주장이다.]

“흠…… 딱히 틀린 말은 아닌데, 이거 아무래도 누군가 언론플레이를 하고 있는 느낌인 것이 마음에 걸리는군요.”

“네, 저 역시 그런 생각이 제일 먼저 들었습니다. 한데 더 심각한 문제는 그 불똥이 재우에게 튀고 있다는 겁니다.”

“그건 또 무슨 말입니까?”

김 비서는 되묻는 나를 향해 다가와선 다시 태블릿을 만지작댔다.

곧 어느 방송사의 토론내용을 녹화한 영상을 띄워 보인 그녀는 긴 한숨을 내뱉는다.

“보시면 아시겠지만, 현재 재우와 정부 간의 밀월관계를 질책하는 내용이 주를 이루고 있습니다. 특히나 중기 국방력 증강 사업에 있어서 재우에게 지나치게 편중된 사업 내용들에 대해서요.”

난 그 말에 한참 동안 영상을 주시했다.

이후 든 생각은 전과는 분위기가 확실히 다르다는 것.

전엔 단지 정치권 인사 일부가 이 문제를 거론하며 재우를 질타했다면, 이젠 그 문제 제기가 각계각층에서 우후죽순처럼 튀어나오고 있다는 거다.

“때가 된 것 같군요.”

“…….”

무심히 내뱉은 말에 김 비서의 고개가 갸웃해졌다.

들고 있던 펜을 힘주어 내려놓곤 다시 그녀를 향해 말했다.

“이젠 우리도 보다 적극적으로 재우의 입장을 알릴 수단을 가져야 할 때라는 말입니다.”

“무슨 말씀인지는 알겠는데, 구체적으로 어떻게 수단을 마련하시겠다는 건지…….”

“방법이야 많겠지만 제일 확실한 것은 우리가 직접 언론을 소유하는 거죠.”

김 비서는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하긴, 기업이 언론을 소유하겠다는 것이 그리 쉬운 일도 아니고, 또 방법도 그리 많지 않으니까.

하지만 어려운 만큼 효과는 크다.

그리고 그 방법은 굳이 내가 나서지 않아도 이미 조성되어 가고 있는 상태고.

“현재 일부 언론사에서 종합편성 채널을 정부에 요구 중인 것으로 압니다. 하니 우리도 이 기회에 거기 끼어들어 보죠.”

“케이블 방송을요? 하지만 허가를 받는다 해도 그것 또한 구설수에 오를 가능성이 클 텐데요?”

“물론 그렇겠죠. 하지만 일단 허가를 받아 사업이 진행되고 나면 여론을 바꾸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

김 비서의 눈빛은 강하게 흔들렸다.

굳이 해석하자면 왜 그렇게까지…… 라는 의미 정도?

웃으며 그동안 속에 품고 있던 생각을 털어놨다.

“앞으로는 스스로가 결백을 적극적으로 주장하지 않으면 매도당하는 세상이 도래할 겁니다. 특히나 재우처럼 적이 많은 집단은 더 심한 핍박을 받겠죠.”

“…….”

“더군다나 우린 이미 주요 언론사 몇 곳과는 원수나 다름없는 사이입니다. 하면 그들을 상대로 할 무기 정도는 가지고 있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하지만 우리에게 우호적인 언론들도 이미…….”

“그거야 돈을 주기 때문이지 정말로 우리를 이해해서는 아니죠.”

“…….”

“결정적인 것은 우리의 적은 미디어를 통해서 하루 종일 국민들을 세뇌시킬 수 있습니다. 그런데 우린 반론 한번을 제기하려 해도 그 수단을 마련하려면 시간과 돈이 막대하게 소모되죠. 하니 그럴 바에야 아예 우리가 방송을 소유하는 편이 낫지 않겠습니까?”

김 비서의 눈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 격하게 흔들렸다.

혹여 오해가 있을까 싶은 마음에 난 굳이 한마디를 더 보탰다.

“주지해야 할 점은 그렇다고 내가 국민들을 세뇌하겠다는 것은 아닙니다. 단지, 사실과 다른 것들이 전파 되는 일. 즉, 오해의 소지를 없애겠다는 거죠.”

“죄송하지만, 그렇게까지 말씀하시지 않아도 전 회장님을 믿습니다. 그럼 제가 뭘 해야 합니까?”

다행히 내 진심을 오해하지는 않은 듯 긍정적인 대답이 들려왔다.

믿어주는 것은 좋다만 왠지 마음이 썩 편치만은 않다.

비록 말이야 그렇게 했지만 사람 일이라는 건 또 모르니까.

“일단 관련 부처에 통보하시고 사업 진행을 서둘러 주세요.”

잠시 들었던 생각을 떨쳐내며 말했다.

오랜만에 맡겨진 중책이었기 때문일까, 돌아서는 그녀의 얼굴엔 결의 찬 표정이 지어져 있었다.

“참!”

나 역시 약속을 위해 몸을 일으키려는 차에 그녀가 다시 돌아섰다.

또 뭔가 싶어 쳐다보자 내게서 건네받았던 태블릿을 다시 들이민다.

“최근 대중들 사이에서도 자위대의 전력에 대한 토론이 여기저기서 벌어지고 있는데…… 일단 한번 보시죠.”

“…….”

무심결에 받아 들곤 내용을 살폈다.

하지만 그저 별다를 것 없는, 자위대의 전투력에 대한 실체파악에 대한 내용들뿐.

아니, 자세히 보니 나름 핵심을 찌르는 내용도 존재하기는 한다.

-난 제일 걱정인 것이 일본이 앞으로 자신들의 부족한 전투력을 장비로 극복하려고 나설지도 모른다는 점이야.

↳그건 또 무슨 소리임?

↳재우에게 무기 판매를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고.

“제법이군요. 뭐 미국을 통해서 넌지시 이런 제안이 들어오기는 했죠. 그런데 이게 뭐가 어쨌다는 겁니까?”

마지막 댓글까지 확인하곤 다시 그녀를 쳐다봤다. 순간 슥 하고 손이 내밀어지더니 내가 미처 놓친 댓글 하나를 짚어낸다.

↳진 회장이 대가리에 총 맞았냐? 그놈이 얼마나 약삭빠르고 음흉한 인간인데.

“어디서 많이 보던 닉네임 아닌가요?”

“흠…… 그렇군요.”

고개를 끄덕이곤 즉시 성호 놈에게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예상처럼 놈은 내 전화를 피한다.

“이 새끼. 요즘 몸이 좀 편한 모양이네…….”

***

[오늘 오전 미 국무부장관이 청와대를 방문했습니다. 방문 목적은 IS로 인해 점점 더 상황이 악화되어 가는 이라크 사정으로 인한 우리 군의 재파병 협의 때문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며…….]

2011년 2월 25일.

예정했던 대로 미 국무부장관이 결국 한국을 찾았다.

2박 3일 간의 일정 중 마지막 날엔 나 역시 만찬에 초대를 받았고, 그 자리에선 명목과는 어울리지 않는 토론들이 밤을 새워가며 이루어졌다.

[재파병이 그렇게 손바닥 뒤집듯 쉬운 일은 아닙니다. 아시겠지만 우리 여론도 지금 기세가 만만치 않고요.]

평소와 달리 만찬용 샴페인은 입에도 대지 않은 대통령은 무려 3시간 가까운 대화를 직접 주도했다.

뭐 사안이 워낙 심각한 문제였으니까.

그렇다 해도 이렇듯 실무진을 제치고 오랜 시간을 직접 논쟁에 나서는 대통령은 또 처음 겪는다.

[이해합니다만, 대통령님께서도 현재 이라크의 상황쯤은 인지하고 계시지 않습니까. 정보에 의하면 IS의 기세는 점점 더 세를 불리고 있습니다. 그 탓에 우리 미군도 병력 철수는커녕 다시 재파병을 해야 할 상황이에요.]

말을 뱉어내는 미 국무장관은 전에 없던 저자세였다.

오바마 정권이 들어선 이후 처음 겪는.

하긴, 자위대의 현실을 톡톡히 체감한 상황이니만큼 이젠 저들도 생각을 좀 바꿔야 할 거다.

정작 함께 피를 흘리고 있는 우리보다는 그래도 여전히 일본을 더 챙기고 나서던 짓거리는 이제 버려야 할 것이며, 정말 미국이라는 나라가 힘을 실어줘야 할 곳이 어딘지를.

[그래서 말인데, 만약 한국 정부가 재파병을 결정하게 되면 이번에도 전비 지원은 확실하게 보장할 예정입니다. 또한 파병 병력들이 익숙한 한국군의 무장을 그대로 사용할 수 있게끔 지원하는 것은 물론이고요.]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대통령의 시선이 내게로 향했다.

의미를 이해하지 못한 것은 아닐 테고, 아마도 내 의견을 물으려는 의도였을 거다.

[정규군 못지않은 IS와의 교전을 생각하면 우리 역시 이번엔 기갑 위주가 될 텐데. 우리 기갑 병력들이 사용할 무장을 그대로 수송하겠다는 의미입니까?]

난 즉시 미 국무장관을 쳐다보며 되물었다.

우습게도 이미 내게 시선이 꽂혀 있던 그는 재빨리 고개를 끄덕여 보인다.

[그렇습니다. 아무래도 익숙한 무장이 작전 효율성은 좋을 테니까요.]

[하지만 그 경우, 우리 군에는 전력 공백이 발생합니다. 저들의 규모를 봤을 때 우리 역시 전차의 수량만 최소 200여 대 이상은 필요하고, 그렇게 되면 우리 전력에 구멍이…….]

[그럼 추가 생산을 하시죠.]

[…….]

[그 200대의 K2전차 추가 생산에 들어가는 비용은 우리가 전적으로 감당하겠습니다.]

[…….]

그 말에 대통령과 나의 시선이 다시 교차됐다.

티는 안 냈지만,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 듯 슬쩍 입매가 뒤틀리는 모습.

하지만 우린 곧 표정을 다잡았고, 난 사전에 대통령과 나누었던 교감을 토대로 말을 이었다.

[이해 못하신 모양인데, 전차의 수량만 그렇다는 겁니다. 그 경우 대전차 지원세력인 포사 역시도 일부 증산이 필요한데 그걸 미국에서 죄다 감당하겠다는 겁니까?]

[물론 우리로서도 출혈은 큽니다. 의회 긴급예산으로 통과시키는 것도 문제긴 하고. 하지만 초장에 저들의 뿌리를 뽑아내지 못하면 그보다 더 많은 돈이 들어갈 수도 있다는 것이 백악관의 판단입니다.]

표정 하나 바뀌지 않고 뱉어진 말이었다.

이미 내부적으로는 결정을 내리고 온 듯.

하긴, 저들도 급하기는 했을 거다.

지금까지 등장했던 테러단체들과는 달리 지지 세력을 기하급수적으로 확보하고 있는 것이 IS의 현실.

이대로 두면 차후 중동 전체에 저들이 영향력을 발휘할 것이며 그건 결국 석유패권과 달러패권에 심각한 타격으로 다가올 테니까.

미국으로서는 얼마가 들건 초장에 뿌리를 뽑아내는 것이 맞기는 하다.

[매력적인 제안이기는 한데, 현재 한반도도 위기 상황인 것은 아시죠?]

그때 대통령이 다시 부정적인 의견을 피력했다.

그것 역시 나와 이미 입을 맞춘 결과.

예상치 못한 거절이었던 듯 잔뜩 찌푸려진 국무장관의 눈은 하필 대통령이 아닌 나를 향했다.

[아무리 한반도의 분위기가 심각하다곤 해도 우리가 허락하지 않는 한은 이 땅에서 전쟁은 나지 않습니다. 설마 그걸 아직도 모르십니까?]

[…….]

순간 분위가 싸해졌다.

그의 시선이 나에게로 향했다는 사실 때문이 아니라 그가 뱉어낸 말의 숨겨진 의미로 인해서.

자신들이 허락하지 않는 한은 이 땅에서 전쟁은 없다?

뭐 그의 입장에서야 그만큼 미국의 영향력을 강조하고 싶었겠지만, 받아들이는 우린 다르지 않던가.

“그것참 편리하군요. 미국이 마음먹으면 한반도에서의 전쟁 스위치를 껐다 켰다 할 수 있다니. 그래서였습니까? 미국이 필요할 때면 당장에라도 이 땅에서 전쟁이 발발할 것처럼 여론이 난리를 친 것이.”

“…….”

이어진 대통령의 말에 미 국무장관은 곧바로 아차 싶은 표정을 지었다.

이내 변명을 하려는 듯 다시 입을 열려는 순간 대통령이 다시 말을 이었다.

[그런데 장관께서 뭔가 착각하고 계십니다. 10년 전이었다면 모를까, 이젠 이 한반도의 여건이 꽤 많이 달라졌다는 걸.]

[뭔가 오해를 하신 모양인데, 제 말은 그러니까…….]

[오해 안 합니다. 그리고 나 역시 현실을 말해 드린 것뿐이고.]

국무장관은 피가 나지나 않을까 싶을 정도로 자신의 입술을 깨물었다.

부탁을 하러 온 입장에서 어설픈 객기를 부렸으니…….

속으로 그의 어리석음을 탓하며 고개를 가로저으려는 차. 마침 그가 다시 말을 뱉어낸다.

[이건 제가 드릴 수 있는 마지막 제안인데, 만약 재파병을 결정하신다면 향후 주한미군 주둔비용의 전면 재검토해 보겠습니다.]

[주둔비용의 재검토라면…….]

대통령은 가늘어진 눈으로 국무장관을 쳐다봤다.

이미 한번 말실수를 했던 탓일까, 태도에서 자신감이 보이지 않는다.

[한국이 부담하던 주둔비용을 영구 삭감하겠다는 거죠]

[삭감이라…….]

대통령은 진중한 표정으로 장관의 말을 되뇌었다.

우리 측 인원들의 시선이 연신 허공에서 교차되는 와중 대통령의 말이 다시 이어졌다.

[그런데 말입니다. 솔직히 따지고 보면 삭감 정도가 아니라 우리에게 주둔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것 아닙니까?]

[…….]

국무장관은 기가 차다는 듯 턱을 떨어트렸다.

쐐기를 박으려는 듯, 그 타이밍에 대통령이 나와 약속된 말을 뱉어냈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죠. 지금까지 제시하신 조건에 더해서 농축우라늄 연료의 자체 생산을 원합니다.]

[…….]

***

[2박 3일 일정으로 한국을 방문했던 존 테일러 미 국무부장관은 오늘 오전 다시 미국으로 돌아갔습니다.]

회담은 결국 결렬됐다.

하긴, 우라늄연료의 자체 생산이라는 것이 그렇듯 쉽게 허용할 문제는 아닌 거지.

“쯧.”

그렇다 해도 실망할 것은 없다.

어차피 우리에겐 처음부터 손해 날 것이 없는 딜이었던 상태였으니까.

게다가 파병이 어긋나는 경우 오바마의 입지는 더 좁혀질 터.

그럼 재선은 물 건너가는 거고, 우리로선 최악의 파트너를 조기에 버릴 수 있는 기회기에 그것도 나쁘지는 않다.

“회장님!”

한참 뉴스를 보던 와중 김 비서가 다급히 문을 두드리며 들어섰다.

무어라 입을 때기도 전 그녀는 즉시 TV 채널을 돌리더니 경악스러운 표정을 지어 보였다.

“일본에서 대지진이 발생했답니다.”

“벌써?”

“네?”

무심코 뱉어낸 말에 김 비서가 고개를 갸웃했다.

재빨리 손사래를 치곤 경우의 수를 따져봤다.

‘상황이 이러면 미국과 일본은 더 난처해질 텐데…… 그럼 오히려 판을 더 키워야 할 시점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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