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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무기도 만들어 드릴까요?-225화 (225/372)

#핵무기도 만들어 드릴까요? 225화

48시간 전, 모술 남부 외곽지대.

두두두!

벌써 3시간째 이어진 교전으로 인한 피로감은 말로 다 하지 못할 정도였다.

“컥!”

더군다나 눈앞에서 동료가 총을 맞고 쓰러지는 것도 벌써 열 번째.

더는 정신적 압박을 이겨내지 못한 토마의 눈이 순간 휙 하고 돌아가 버린다.

“죽어 이 개새끼들아!”

두두두두!

내내 몸을 숨기던 엄폐물을 벗어난 토마는 결국 사방으로 총구를 돌렸다.

하필 기관총 사수가 보직이었던 탓에 사방은 순식간에 초토화가 되어 갔고, 보다 못한 동료 쇼타가 그의 뒷덜미를 잡아채며 끌어들인다.

“미쳤어!”

“으으…….”

토마의 눈은 연신 희번덕거렸다.

자신이 무슨 짓을 한 지는 알고 있는 걸까.

쇼타는 시체가 즐비한 거리와 여전히 정신 줄을 놔 버린 토마를 번갈아 쳐다보며 와락 인상을 찌푸렸다.

“토마! 넌 지금 즉시…….”

쾅!

쇼타의 말을 끝을 맺지 못했다.

근처를 때린 RPG로 인해 순식간에 소리가 사라져 버린 것.

당황한 쇼타는 몇 번이고 고개를 흔들며 다시 소리를 되찾으려 했지만 청력은 좀처럼 되돌아오지 않았다.

“으아아!”

그때, 다시 토마가 기관총탄을 흩뿌리며 내달렸다.

당황스러운 마음에 뒤쫓으려는 차, 퍽 소리와 함께 토마의 몸이 나뒹굴었고, 이후 부르르 떨던 그의 움직임이 멈추었다.

“빌어먹을!”

쇼타는 안타까운 비명을 내질렀다.

우연이었을까, 곧 다시 몸을 숨기려 엄폐물을 찾던 차에 동료들과 눈이 마주쳤다.

‘뭐…….’

차가운 동료들의 시선은 절로 오한이 들 정도였다.

뭐랄까, 마치 전우를 잃은 것에 대한 슬픔보다는 골칫덩이가 사라진 것에 대해 안도하는 느낌.

아니길 바랐지만 들려오는 지휘관의 말투 또한 별반 다르지 않은 느낌이다.

“미친! 기관총 사수가 왜 자리를 이탈하는 거야! 쇼타! 토마의 총을 수습해. 어서!”

쇼타는 헛웃음이 뱉어졌다.

그동안 토마로 인한 민간인 사상자들의 속출로 부대 전체가 비난을 받아왔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 해도 이건 아니지 않던가.

하지만 당장은 그걸 따질 겨를이 없는 상황.

쇼타는 즉시 토마에게로 기어가서 총을 수습했고, 이후 몸을 돌리려는 차에 허벅지에서 강한 충격이 전해져 온다.

“큭!”

쇼타는 비명을 내지르며 땅을 굴렀다.

이내 동료들이 있는 방향을 쳐다봤지만 애꿎게도 일제히 시선을 피해 버린다.

“이런 개새끼들…….”

퍽!

***

12시간 전 모술 북부 시내.

“어제 대장금 봤어?”

사파는 오늘도 그녀의 친구와 한국 드라마로 이야기꽃을 피웠다.

한국에서는 이미 수년 전에 인기가 식어 버린 드라마였지만 아랍권에서는 최근까지도 방영되며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특히나 대장금의 경우엔 이라크뿐만 아니라 이란에서도 인기몰이를 하고 있었는데, 듣는 바에 따르면 시청률이 90% 가까이 나올 정도로 한국에 대한 관심은 뜨겁다고 한다.

“난 한국의 궁전이 정말 아름다운 것 같아.”

“나도. 그래서 말인데, 기회가 되면 꼭 한국에 가보고 싶어.”

사파의 한국을 향한 애정은 단순히 드라마 때문만은 아니었다.

여태 자신들을 위해 피 흘리며 싸워준 한국군들에 대한 긍정적인 감정들.

그리고 그 용맹하면서도 겸손을 잃지 않는 저들의 태도.

사실 그런 생각은 비단 그녀만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니었는데, 그녀의 아버지 알 리마오의 경우는 길거리에서 한국군을 볼 때면 무엇 하나라도 챙겨주지 못해 안달이 났을 정도였다.

부우웅!

쿨럭!

한참 한국에 대한 환상에 빠져 있을 무렵 웬 차량 한 대가 먼지를 뿌리며 그녀들의 곁을 지나갔다.

차량에 매달려 있는 깃발은 하필 일본 자위대의 것.

역시나 한국 문화와 역사에 익숙한 사파는 즉시 인상을 찌푸리며 말한다.

“저 깃발 말이야. 한국인들이 엄청 증오하는 거래.”

“아! 나도 들었어. 2차 대전 당시 일본군이 사용하던 것이라고.”

“난 그래서 더 자위대가 싫어. 어떻게 피지배국이었던 나라에게는 상처가 될 깃발을 아직도 버젓이 사용할 생각을 할 수가 있는 거지?”

사파는 볼을 한껏 부풀리며 말했다.

비록 히잡으로 인해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눈빛만으로도 그녀의 불쾌함은 고스란히 전달될 정도다.

“그래서 한국과의 관계가 그렇게 안 좋은 걸 수도 있지.”

사파의 친구는 때마침 스쳐 간 차량을 힐끗 쳐다보며 대꾸했다.

멈칫!

한데 뭣 때문일까,

갑자기 그녀의 표정이 굳어지며 사파의 옆구리를 쿡 찌른다.

“왜 그래?”

“저 사람들, 왜 우리에게 오는 거지?”

사파는 그 말에 즉시 되돌아봤다.

어느새 차량을 멈춘 채 지척까지 다가온 자위대원들.

이후 무어라 한참을 떠들어 댔지만 사파로서는 저들이 도무지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저희는 학생들입니다.”

혹시 오해가 있나 싶어 사파가 재빨리 자신의 가방을 열어 보였다.

휙!

곧 낚아채 가듯 그걸 빼앗아간 자위대원들은 한참 동안 가방을 뒤지느라 여념이 없었고, 사파와 그녀의 친구 요하니는 불쾌한 표정으로 그걸 지켜봤다.

휙!

다시 내밀어진 가방은 엉망이 되어 있었다.

하지만 사파는 묵묵히 그걸 챙겨 들었고, 분에 못 이겨 따지고 드는 요하니를 가로막았다.

“그냥 가자. 최근 민간인을 위장한 IS들 때문에 저 사람들도 신경이 극도로 예민하다고 하더라.”

“나도 그 점은 이해해. 하지만 저 사람들은 지나치게 강압적이잖아. 미군들이나 한국군의 경우는 이런 경우 최소한 미안함의 표시 정도는 했었다고.”

사파의 친구는 끝내 자위대원을 향해 발끈했다.

특이한 것은 그 와중에도 저들은 그저 비릿한 미소만 지어 보이고 있다는 것.

그것에 더 화가 난 요하니는 결국 영어를 사용하여 자위대원들을 나무랐지만, 저들은 끝내 못 알아듣는 표정이었다.

“그만하고 가자고. 말도 안 통하는 사람들을 상대로 욕해봐야 무슨 소용이 있어.”

결국 사파는 강제로 요하니의 팔을 잡아끌었다.

그제야 미련을 버린 요하니는 끝내 불만만큼은 표출하고 싶었던 듯 대뜸 영어로 불평을 뱉어냈다.

[어쩜 이렇게 한국군하고 비교가 될까.]

“그만 하라니까.”

“알았어. 그래도 난 저 사람들 눈빛부터가 마음에 안 들어.”

사파는 헛웃음을 지으며 그녀를 이끌었다.

얼마나 지났을까, 혹시나 싶어 돌아본 사파의 눈에는 여전히 그녀들을 따라붙는 자위대원들이 눈에 들어왔다.

“…….”

순간, 사파는 얼음처럼 굳어 버렸다.

왠지 심상치 않아 보이는 저들의 눈빛.

그리고 유독 인적 없는 골목.

이 두 가지 상황이 그려내는 위화감이 머릿속에 전달되며 연신 경고음을 뱉어내고 있었기 때문이다.

“요하니. 지금부터 최대한 큰 소리로 비명을 지르며 달려.”

“…….”

***

8시간 전, 자위대 주둔지.

“오인에 의한 민간인 사살이라니. 한두 번도 아니고 이게 무슨 멍청한 짓거리야!”

이라크 안정화 작전대 소속 오자와 일등육좌는 부관의 책상을 거칠게 내리쳤다.

자신과는 상관없는 일로 애꿎은 불똥을 맞은 상황.

하지만 소우타 삼등육좌도 나름 할 말은 있었다.

“현 상황에서 민간인과 IS를 단번에 구분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그 상황에서 오인 사살 사고가 난다는 것이 그리 이상한 일은 아니죠.”

“그럼 한국군은? 그들은 무슨 용빼는 재주가 있어서 대응을 해왔던 거지?”

오자와의 눈은 한껏 가늘어졌다.

그가 가장 싫어하는 것이 바로 지금과 같이 책임소재를 벗어나려는 태도.

그럼에도 소우타의 변명은 계속됐다.

“한국군의 경우 우리보다는 좀 더 침착해질 수 있는 조건을 갖추고 있지 않습니까. 어지간하면 먼저 총격을 당해도 죽음의 위협을 느끼지 않아도 되는 무장들 말입니다.”

“그걸 지금 말이라고 하는 거야?”

“물론 핑계로 들리실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눈앞에서 동료들의 죽음을 경험한 대원들의 경우는 그 트라우마가 생각보다 강합니다. 해서, 자기방어기재가 더 강하게 발동한다는 점을 인정해주셔야 합니다.”

“…….”

오자와도 그 점만큼은 할 말이 없었다.

인간은 누구나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갖기 마련.

살기 위해 먼저 총을 쏜다는 본능은 어지간한 훈련이 아니면 억누르기 힘들고, 민간인들과 다를 바 없는 삶을 영위하던 자위대원들이 그런 기질을 갖추지 못한 것은 사실이다.

“더군다나 대원들의 스트레스가 지금 극에 달했습니다. 하필 포로를 남기지 않는다는 IS들의 전략으로 인해서 늘 사느냐 죽느냐의 기로에 처해 있는 우리 대원들에게. 그것도 외부의 시선을 의식한 과한 문책은 자칫 더한 스트레스가 되어 영내사고로까지 이어질 수도 있습니다.”

“영내사고라니.”

“전장부적응 자들에 의한…… 무슨 말인지는 잘 아시지 않습니까.”

오자와의 얼굴은 다시 와락 일그러졌다.

자신도 일본인이지만 그런 연약한 정신력은 정말 마음에 들지 않았기에.

대체 언제부터였을까.

일본인들이 이렇게까지 연약한 정신력을 가지게 된 것은.

오죽했으면 세계에서 정신병원이 가장 많은 나라라는 오명을 얻었을 정도로 약한 정신력을 가진 집단.

그 점을 생각하면 영내사고를 주장하는 소우타의 말도 일리는 있다.

“빌어먹을! 그건 그렇다 쳐도 성폭행 사고는 대체 또 무슨 말이야? 이라크 신정부 측에서 걸려온 전화에 의하면 자위대원들로부터 현지 여학생 두 명이 성폭행을 당했다고 하던데.”

“안 그래도 그 문제를 보고 드리려던 참이었습니다.”

소우타의 보고는 다시 한참을 더 이어졌다.

점차 일그러져 가던 오자와의 얼굴은 총리가 대국민 사과를 준비 중이라는 대목에서 심하게 꿈틀했고, 어느덧 보고가 끝난 시점엔 결국 제 짧은 머리를 잔뜩 쥐어뜯고 있었다.

“안정대가 성폭행 사고를 일으키다니. 미쳐도 단단히 미쳤군.”

“그만큼 스트레스가…….”

“닥쳐! 어딜 감히 지금 내 앞에서 돼먹지도 못한 두둔을…….”

내내 자위대원들을 감싸던 태도로 일관하던 소우타는 그제야 화들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하긴, 상황이 이렇게 되면 단순히 지휘관의 통제능력을 질책 받는 것으로 끝나지는 않을 테니까.

막상 두둔하기는 했어도 만약 그가 오자와의 입장이었다면 그의 태도도 지금과는 많이 달랐을 거다.

두둔은커녕 앞길을 막는 놈들을 그냥 찢어 죽이고 말지.

“저…… 한 가지 더 알아두셔야 할 것이…….”

생각의 끝에 소우타는 다시 입을 열었다.

또 무슨 비관적인 소식일까 싶어 오자와의 시선이 잔뜩 일그러져 있었고, 그게 부담스러웠던 소우타가 슬며시 눈을 피하며 입을 연다.

“어제 있었던 교전 과정에서 모술 인근의 유적지 몇 곳이 파괴되었습니다. 그로 인해 지금 외신들이 취재를…….”

“돌겠군.”

오자와는 더는 참을 수 없다는 듯 벌떡 일어섰다.

이내 차량을 대기시키라는 명령을 내리자 소우타의 눈이 화등잔만 해진다.

“어딜 가시려고요.”

“모술에 있는 공관으로 간다.”

“갑자기 공관에는 왜요?”

“총리가 대국민 사과를 준비하는 마당에 현지 지휘관이 가만히 있다는 것이 말이 된다고 생각해? 가서 무릎을 꿇는 척이라도 해야 할 것 아니야!”

오자와는 버럭 소리를 지르곤 서둘러 방을 나섰다.

이후 차량에 올라 막 주둔지를 벗어나려는 차, 오늘따라 부대 인근 거리가 유독 사람들로 복잡한 것이 그의 눈에 들어왔다.

“무슨 일이라도 있는 건가?”

“아! 오늘이 이라크에선 성인聖人들을 기념하는 날이랍니다. 해서 인근 마을에 축제를 기념하여 큰 장이 선 모양이더군요.”

함께 동승했던 소우타는 질문에 즉시 대답했다.

이라크의 종교적 열성에 대해선 그도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던 상태.

얼핏 이해는 가지만 그렇다고 이렇게까지 주둔지와 가까운 곳에 사람들이 북적이는 것은 내심 마음에 걸린다.

“그렇다고 이렇게 부대와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까지 민간인들이 들락거리는 상황을 만들면 어떡하나.”

“이라크 정부군 측에서 양해를 구하는 마당이라서 어쩔 수가 없었습니다. 이 근처가 대대로 행사가 진행 되던 곳이라서 그걸 갑자기 바꾸기가 힘들다고요.”

“쯧.”

오자와는 혀를 차며 불평을 드러냈다.

또 질책이 날아드는 것이 두려웠을까, 소우타가 설명을 잇는다.

“아랍인들의 종교를 향한 태도는 워낙 유명하지 않습니까. 설사 전쟁 중이라도 라마단을 지키는 사람들이니 말 다했죠. 게다가 이번엔 우리 정부에서도 민간인들과 최대한 충돌이 일어나지 않게끔 노력하라는 지시가 있었습니다.”

그건 악화되어 가는 민간인들과의 관계를 고려한 일본 정부의 의지가 컸을 거다.

그만큼 일본을 향한 이라크인들의 민심이 바닥을 치고 있으니 그런 부분으로라도 민심을 얻겠다는 것.

더 따져봐야 제 입만 아픈 상황.

오자와는 결국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다시 운전병을 향해 신호를 주었고, 차량은 즉시 도로로 들어섰다.

치직!

-알파 송신. 미 정찰부대로부터 긴급 전문이 날아왔습니다. 현 시간 모술로 향하는 IS의 대규모 기갑 병력들이 탐지됐다고 합니다.

한참 도로를 달리고 있을 무렵, 무전기에서 잡음이 들리며 본대로부터 비보가 날아왔다.

끼익!

그 탓에 차량은 급정거를 했고, 오자와는 재빨리 무전기를 집어 들었다.

“기갑세력이라고? 규모는?”

-규모는 전차들의 수만 대략 60여 대에 달한다고 합니다. 한데 전차도 전차지만 중화기로 무장한 전투차량들의 수가 가히 셀 수가 없을 정도라고 합니다.

“미친! 대체 미군의 정찰 자산이 몇 개인데 그런 대규모 세력이 집결하는 것을 이제야 발견한 거야!

-현재 모술 지역을 담당하고 있는 무인정찰기들은 대부분 남부지역에서 벌어진 전투 지원을 위해 이동한 상태입니다. 때문에 남은 정찰 자산으로는 감시 공백이 생기는데, 그 틈을 이용하여 이동한 것 같답니다.

그 말에 오자와의 인상이 확 찌푸려졌다.

적들의 용의주도함은 둘째 치고, 상황 자체가 말이 안 되니까.

막말로 현시점에서 미군 정찰 자산에 공백 시간이 있다는 것은 자신도 모르던 사실.

한데 적들이 그걸 어떻게 알고 있다는 말인가.

‘설마 미군 내에 적과 내통하는 자가…… 미친, 내가 지금 무슨 생각을.’

그는 잠시 스쳐 간 황당한 상상을 부르르 털어냈다.

‘그럼 대체 누가…… 설마!’

이내 다시 떠오른 것은 이라크 신정부 측에 간자가 존재할 수도 있다는 사실.

그게 딱히 불가능한 것도 아닌 것이 당장 미군 정보자산을 다루는 존재들 중에는 신정부의 군부 인사들이 존재하지 않던가.

안정화 이후 넘겨받을 일부 정찰 자산의 운용 교육을 위해서.

치직!

-긴급 전문이 다시 왔습니다. 현재 남부에 투입되었던 A-10기를 다급히 이쪽으로 보냈답니다.

생각이 깊어지던 와중 날아온 무전은 그나마 희망적인 것이었다.

전차 킬러인 A-10의 지원이라면 기갑세력들을 쓸어버리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은 일.

물론 적들에게 대공 무기가 있다면 이야기는 달라지겠지만 그렇다 해도 걱정할 것은 없다.

주둔지엔 미군으로부터 인계받은 전차의 수도 80여 대에 달하는 상황.

어설픈 반군들의 전차쯤은 그야말로 종잇장처럼 찢어 버릴 테니까.

“즉시 전투태세를 명령한다. 차량 돌려.”

용기를 얻은 오자와는 무전을 날림과 동시에 기지로의 복귀를 명령했다.

얼마의 시간이 지났을까, 그의 차량이 다시 기지 인근에 들어섰을 무렵, 갑자기 쾅 하는 폭음과 함께 기지 쪽에서 소란이 벌어지는 것이 그의 눈에 들어왔다.

“뭐지?”

치직!

-기지가 습격을 받고 있습니다! 민간인들로 위장한…….

무전기에선 소란의 이유가 들려왔다.

아니, 꼭 무전이 아니라도 이미 오자와로서는 원인을 파악하는 것이 그리 어렵지는 않았다.

쾅!

조금 전 그가 보았던 시민들.

어느새 그들이 반군으로 둔갑하여 소총과 RPG. 그리고 대전차 미사일까지 날려대고 있는 장면으로 인해서.

쐐애액!

그때, 공기를 찢는 소리와 함께 RPG 한 발이 그의 차량을 향해 날아왔다.

“이런…….”

애꿎게도 그 다급한 순간에 오자와의 뇌리를 스친 것은 단 하나의 생각.

종교행사를 이용한 것은 그렇다 치고. 어떻게 사방을 지키고 있는 신정부군의 검문을 피해서 모술 인근에까지 저런 막대한 중무장을 숨기고 들어올 수가 있었느냐는 점이었다.

“빌어먹을 간자들 같으니…….”

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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