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무기도 만들어 드릴까요? 221화
[총기 확인.]
[확인, 이상 무.]
[외골격 배터리 잔량 및 보조배터리 확인.]
[98% 확인. 보조배터리 이상 무.]
모술 외곽 지역에 착지한 대원들은 즉시 흔적을 없애고 무장 점검에 돌입했다.
아무리 모래로 인해 푹신한 지형을 가진 곳이라 해도 무게로 인한 낙하 충격이 꽤 컸던 상태.
하지만 다행히도 무장을 비롯한 여타 장비들의 상태는 별반 이상이 없었고, 그들은 곧바로 본부 측에서 약속지점에 마련 해 둔 트럭을 찾아 나섰다.
“저기 있는데요?”
트럭들은 위치가 발각되기 어려운 사막 넝쿨 지대에 숨겨져 있었다.
저 정도면 완벽에 가까운 장소였음에도 메타 코팅된 방수포까지 덮어둔 상태.
누군지는 몰라도 꽤 용의주도한 자가 조력자로 나선 느낌이다.
“혹시 모르니 주변 경계 확실하게 하고 1조만 나를 따른다.”
강 소령은 만약의 사태를 대비하려는 듯 조를 2개로 나누었다.
뒤이어 트럭에 다가가 덮고 있던 방수포를 걷어내려는 순간, 넝쿨 더미 쪽에서 아랍계의 사내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철컥!
혹시나 싶은 마음에 강 소령은 즉시 총을 겨눴다.
뒤이어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사내들을 향해 집중되는 무장들.
가뜩이나 괴물 같은 외골격에 주눅 들어있던 사내들은 재빨리 손을 들며 약속된 암구호를 외친다.
[구멍 난 사각팬티.]
스윽.
대원들은 그 말에 입매를 뒤틀며 총을 내렸다.
안도의 한숨과 다가온 사내들은 즉시 강 소령을 향해 손을 내민다.
[강채훈 부장님? 우린 재우 PMC 본사에서 보낸 현지 안내원들입니다. 여러분들을 작전 지역까지 태우고 가는 것이 임무죠.]
[본사 증빙 서류는?]
끝내 의심을 버리지 못한 강 소령은 사내들에게 재차 증거를 요구했다.
아차, 싶은 표정을 지어 보인 사내는 재빨리 주머니에서 서류 몇 장을 꺼내 보였고, 강 소령은 서류들을 꼼꼼히 확인하는 것도 모자라서 마치 맛을 보기라도 하려는 듯 혀를 가져다 대는 기이한 행동을 하고 나서야 대원들을 향해 돌아섰다.
“이상 무, 승차한다.”
이후 대원들은 조를 나누어 각자의 트럭에 올랐다.
워낙 중장갑의 덩치가 있어서인지 한 대의 트럭에 고작 4명이 탑승하는 상황에서도 자리가 비좁을 정도.
더군다나 외부의 시선을 차단하기 위해 짐칸 자체를 천으로 덮어 버린 터라 숨이 턱 하고 막혀 오는 불리함마저 감내해야 할 상황이었다.
[자네 제법인데?]
출발한 지 대략 30분쯤 후, 이종기는 그 답답함 속에서도 땀 한 방울 흘리지 않는 톰을 향해 탄성 어린 말을 뱉었다.
순간 톰이 씨익 하고 예의 그 천연덕스러운 미소를 지어 보이더니, 갑자기 무용담을 늘어놓기 시작한다.
[내가 델타에 있을 때는 말이야…….]
그의 말은 무려 20분이나 지속됐다.
그 탓에 대원들은 이종기를 향해 원망스러운 시선을 보냈고, 마찬가지로 지쳐가던 이종기의 미간에도 슬슬 주름이 잡혀가기 시작했다.
끼익!
그때, 갑자기 차량이 멈춰 서며 운전 중이던 아랍계 조력자들이 한곳에 모여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스윽.
왠지 심상치 않아 보이는 분위기 탓에 강 소령은 즉시 천막을 열며 밖을 확인했고, 마침 눈이 마주친 운전자들은 즉시 그가 있는 방향으로 다가왔다.
[무슨 일입니까?]
[방금 본사에서 무전이 왔는데, 또 참수가 거행됐답니다. 해서 셋이나 되는 자위대원들이 또…….]
상황이 왠지 급박해 보였다.
열다섯의 생존자들 중 셋이 죽었다면 남은 것은 기껏 열둘.
일을 서둘러야 하는 것은 둘째 치고, 점점 이 작전의 지속 여부에 대한 의문이 파고든다.
[그래서, 본사에서는 뭐랍니까?]
스윽.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위성 전화를 들고 있던 운전자가 쪽지 하나를 건넨다.
저쪽에서 불러준 것을 그대로 받아 적은 듯, 휘갈겨 쓴 숫자와 기호들.
그걸 한참이나 쳐다보며 계산에 여념이 없던 강 소령은 어느 순간 다시 고개를 들며 말한다.
[작전중단은 없습니다. 하니 계속 목적지로 우릴 안내하면 됩니다.]
부우우웅!
이후 트럭은 다시 출발했다.
무언가 할 말이 있기라도 한 듯 힐끗힐끗 그를 쳐다보는 대원들.
의도를 파악하고 있던 강 소령이 넌지시 말한다.
“단 한 명만 생존해 있다 해도 구출 작전은 실행한다는 것이 본사의 방침이다.”
“…….”
“나도 알아. 다른 이들도 아니고 자위대원들을 꼭 그렇게까지 해서 구해야 하는 건가 싶은 마음이 들겠지. 하지만 우리 목적은 구출 작전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럼…….”
“이번 일을 통해서 우리의 존재감을 대외에 알리겠다는 거지. 본사의 주 목적은 바로 그거다.”
“…….”
***
철컥!
목적지 인근에 다다른 대원들은 본격적인 작전에 앞서 각자에게 할당된 주 무장을 장착했다.
14밀리 대물 저격총은 물론 40밀리 유도미사일까지.
사실 40밀리의 경우는 혹시 모를 민간인들의 피해를 염려한 탓에 처음엔 무장에서 제외하는 것을 검토했었지만, 결국 본사의 강력한 요구에 따라 무장에 포함 되었다.
철컥!
[그게 뭐야?]
톰은 곁에서 연신 손바닥만 한 무언가를 만지작대는 동료, 장동건을 향해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가 팀에 합류한 지는 고작 보름.
이제 막 중장갑 외골격에 적응을 마친 톰으로서는 또 다른 신문물의 등장이 꽤 낯설었던 모양이었다.
[이거? 재우가 개발한 비밀병기.]
대답을 한 이는 곁에서 함께 그 모습을 지켜보던 이종기였다.
무언가에 잔뜩 도취된 듯한 표정.
이내 슥 하고 장동건이 들고 있던 예의 그 물체를 빼앗아 든 이종기는 그걸 다시 톰의 면전에 들이밀며 말한다.
[이걸로 정찰은 물론 적군만을 족집게처럼 살상하는 것이 가능하지.]
[그 조그만 드론이?]
톰은 황당하다는 듯 눈을 끔뻑였다.
설명이 부족했음을 느낀 걸까, 이종기가 다시 말을 잇는다.
[일단 이것들을 띄워 놓으면 명령이 내려지기 전까지 하늘에서 대기할 거야. 그러다가 주어진 조건에 맞는 목표가 나타나면…… 쾅!]
[주어진 조건이라니?]
[그게 그러니까…….]
이 종기는 그 질문에 다시 설명을 이으려다간 멈췄다.
어느새 톰과 그를 제외하고 죄다 무장 장착을 끝마친 상태였기에.
결국 툭 하고 톰의 어깨를 두드린 이종기는 찡끗 하고 한쪽 눈을 감아 보이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한다.
[젠장, 네가 합류할 줄 알았으면 미리 설명을 해주는 건데…… 아무튼 자세한 것은 작전이 끝나면 알게 될 거야.]
상황이 상황이었던 탓에 톰도 더는 질문을 잇지 못했다.
결국 탁 하고 자신의 가슴을 치며 준비가 끝났음을 표하자 저편에서 주변을 감시 중이던 강 소령이 손을 들어 올렸고, 대원들은 잔뜩 긴장한 표정으로 각자의 위치를 향해 내달리기 시작했다.
-미군에서 방금 추가로 정보가 제공됐다. 이 지역 대부분의 가옥이 적의 근거지라는군.
달리는 동안 무전에선 강 소령의 지시사항이 전달됐다.
씨익.
안 그래도 민간피해를 염려하고 있던 대원들로서는 그보다 더 희소식은 없던 터,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안도의 웃음을 뱉어낸다.
푸슉!
첫 시작은 이종기의 저격 총이 불을 뿜으면서였다.
온전한 자세조차도 갖추지 않은 상태에서 시도한 저격이었건만, 저편 건물에서 망을 보고 있던 사내 하나가 푹 하고 꼬꾸라졌고, 그 모습을 본 톰이 툭 하고 턱을 떨어트린다.
-자네 저격 실력이 장난 아닌데?
-놀랄 것 없어. 중장갑형 외골격의 특징 중 하나가 자세를 고정하면 미세 조정이 가능하다는 거니까.
푸슉!
대꾸가 들려옴과 동시에 이종기의 총이 다시 불을 뿜었다.
두 번째 희생자는 그들로부터 대략 40미터쯤 떨어져 있던 가옥을 지키고 있던 사내.
문제는 하필 놈이 2층 창문에 몸을 걸치고 있었던 터라 요란하게 떨어져 내렸다는 것.
[انها العدو!]
그 탓에 곧 정적을 깨는 외침이 들려왔고, 이후 저편 건물에서 우르르 적들이 몰려나오기 시작했다.
두두두두!
하지만 대원들에게는 외려 환영할 만한 상황이었다.
중무장한 그들 앞에 몰려드는 것은 스스로 죽여 달라고 아우성치는 것과 다름없으니까.
두두두두!
그걸 증명하듯 적군들은 모습을 드러내는 것과 동시에 곧바로 바닥을 뒹굴기 일 수였고, 그나마 용케 화망을 피했다 한들 몇 걸음 도주하지 못하고 쓰러져갔다.
“قرف”
적을 구분하는 것도 그리 어려움은 없었다.
지금 이라크 땅에서 정규군복을 입지 않고 총을 손에 든 자들은 대부분이 적이니까.
더욱이 그 총이 AK 계열이라면 더더욱.
중동에서의 작전은 이런 면에선 꽤 편리하다.
팅팅!
물론 반격은 각오를 해야 한다.
하지만 고작 7.6밀리 탄환으로 중장갑 외골격에 타격을 주는 것은 무리.
결국 소총 따위만을 들고 덤벼드는 대부분의 적들은 순식간에 쓸려 나갔다.
두두두두두!
[맙소사! 뭐 이런 무식한 교전 방식이…….]
가옥 한 구석에 몸을 은신한 채 동료들의 교전 방식을 지켜보던 톰은 기가 차다는 듯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도 그럴 것이 중장갑 외골격의 위력을 직접 경험하는 것은 그로서도 처음.
아니, 전해 들은 것이 있기에 아주 지식이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게 저 정도까지 사람들을 대범하게 만들 정도라고는 생각지 못했었다.
쐐애액!
-피해!
그때, 무전에서 고함 소리가 들려오며 대원 중 하나가 다급히 땅을 굴렀다.
다행히도 RPG는 엉뚱한 건물을 때렸지만, 막상 보고 있던 톰으로서는 모골이 송연할 정도.
더 당황스러운 것은 막상 몸을 굴렀던 대원의 태도였는데, 갑자기 벌떡 일어선 그는 즉시 기관총의 총구를 돌려 RPG가 날아왔던 곳을 초토화 시켰다.
두두두두두!
-이봐, 톰! 지금부터는 조심해. 아무리 중장갑이라도 RPG에 맞으면 끝이니까.
이후 들려오는 누군가의 경고에 톰은 즉시 고개를 끄덕였다.
멍타는 것은 여기까지.
즉시 눈빛이 되살아난 그는 들고 있던 중기관총을 난사하며 건물을 하나씩 접수해 갔고, 어느 때부터인가 인근에서 날아오는 RPG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았다.
-적 무장차량들 접근 중.
그때, 저편에서 홀로 은신하고 있던 대원. 즉, 드론 운용을 담당했던 대원으로부터 무전이 날아왔다.
-각자 위치로.
이후 이어진 이종기의 지휘.
대원들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건물 벽을 엄폐물 삼아 숨어들었고, 조금 후엔 수십여 대의 무장 차량들이 먼지를 뿜으며 그들을 향해 다가왔다.
-공격 중지. 공격 중지.
막 중기관총의 탄환을 재보급하고 발포 명령만을 기다리던 톰은 그 말에 고개를 갸웃했다.
-무슨 일이야?
의아한 것은 그만이 아니었던 듯 저편에 있던 대원의 어깨에서 연신 발사 각도를 재고 있던 40밀리가 툭 하고 움직임을 멈춘다.
-젠장! 민간인들을 인질로 잡고 있다. 강 소령님, 이제 어쩌죠?
이종기는 즉시 강 소령에게 조언을 구했다.
그들과는 달리 인질들이 억류되어 있던 건물에 단독으로 침투하고 있던 강 소령의 대답은 ‘잠시 대기’라는 짧은 대꾸뿐이었다.
우르르!
그사이 지척까지 이른 반군들의 트럭에선 민간인들이 쏟아져 나왔다.
아니, 정확히는 끌려 내렸다고 해야 하는 장면.
숨어서 그 모습을 지켜보던 톰은 의도를 캐치한 듯 동료들을 향해 무전을 날린다.
-빌어먹을, 저 자식들 민간인들을 방패막이 삼으려는 것 같은데?
순간 무전에선 끄응 하는 앓는 소리가 들려온다.
곧이어 반군들은 톰의 말을 증명하려는 듯 민간인들을 주룩 앞세웠고, 이후 확성기를 들고 소리친다.
[친애하는 한국군 여러분. 당장 투항하지 않으면 이 민간인들은 곧 시체가 될 거다.]
소리치던 반군은 자신의 말이 헛소리가 아님을 증명하려는 듯 인질 중 하나의 머리를 향해 소총을 겨눴다.
인질들과는 제법 거리를 두고 있는 놈이었지만, 그렇다고 저격으로 놈을 제거하는 것은 힘든 각도.
-쳇!
그걸 아는지 무전에선 곧바로 이종기의 불평이 날아들었고, 톰은 즉시 강 소령을 향해 다시 대책을 재촉했다.
-이제 어쩌죠?
치직!
-이봐 장동건. 인질들과 반군들과의 거리가 얼마나 되나.
재촉에 부흥하듯 강 소령의 말이 날아든다.
생뚱맞게도 그가 호출한 것은 베이스캠프에 남아있던 장동건 대원.
한데 그 앞뒤 없는 질문의 의미를 이해한 걸까, 대꾸를 하는 장동건의 말투가 왠지 의미심장하다.
-글쎄요, 여기서 봤을 때는 반군들과 인질들의 거리가 대략 30미터쯤 떨어져 있는 것 같습니다. 안전거리로써는 충분한데, 실행 할까요?
톰은 계속해서 두 사람의 대화에 귀를 기울였다.
대체 저게 무슨 의미일까 싶은 생각이 들 때쯤 다시 ‘승인.’이라는 강 소령의 말이 들려왔고, 이후 장동건이 ‘마킹 완료.’ 하고 뜻 모를 이야기를 뱉어냈다.
위이이잉!
그때, 하늘에서 갑자기 요란한 소리가 들려왔다.
놀란 것은 톰만이 아닌 듯, 저편에 있던 반군들이 일제히 하늘을 쳐다보며 웅성거리며 총질을 시작했고, 곧 그들을 향해선 엄청난 수의 소형드론들이 떨어져 내렸다.
쾅쾅쾅쾅!
반군들은 혼비백산하며 사방으로 흩어졌다.
기회라 여긴 톰은 즉시 반군들을 향한 공격을 시도하자는 무전을 날렸지만, 곧바로 제재하는 목소리가 들려온다.
-기다려.
톰은 막 나서려던 걸음을 멈추고 움찔했다.
위이잉!
그 순간 다시 들려오는 드론의 모터음.
이후 그것들은 마치 제 운명의 짝을 이미 확정하기라도 한 듯 정확히 도주하는 반군들만을 향해 내리꽂혔다.
쾅! 쾅!
-맙소사! 어떻게 저렇게까지 정확하게 반군들만을……
톰은 기가 차다는 표정으로 상황을 지켜봤다.
순간 그의 뇌리에 스친 것은 이종기가 남겼던 말이었다.
‘조건에 맞는 목표? 하면 그 조건이 대체 뭐지?’
그는 생각과 동시에 적들의 공통점을 찾아 나섰다.
아무리 봐도 단지 아랍계 인물들이라는 것 외엔 구분할 방법이 없지만, 그렇다고 그게 조건일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였기에.
막말로 그게 조건이었다면 인질들도 목표가 되었을 것 아닌가.
‘아니, 그건 둘째 치고, 애초 드론 따위가 인종까지 구분을 한다는 것이 말이 안 되지. 그럼 대체…….’
[مساعدتي!]
그때, 갑자기 들고 있던 총을 내던지고 도주하는 적 하나가 그의 눈에 들어왔다.
그런데 이건 또 무슨, 순간 놈을 쫓던 드론이 급격히 방향을 튼다.
‘설마…… A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