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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무기도 만들어 드릴까요?-215화 (215/372)

#핵무기도 만들어 드릴까요? 215화

빰빠바밤!

어느덧 2010년 10월.

진해에선 그동안 건조가 진행 중이던 3,000톤급 잠수함 중 6번함의 취역식이 거행 되었다.

이로써 총 9척 중 3분의 2가 취역을 마친 상황.

앞선 배치된 것들과 다른 점이 있다면 이젠 수직발사기가 무려 10기나 장착되었다는 건데, 그로 인해 작전의 방향성은 한층 더 방대해졌다.

“해군력은 이로써 또 한 단계 발전을 하는군요.”

취역식을 지켜보던 합참의장은 감격스럽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별다른 말없이 고개만 끄덕여 보이자 그가 나지막하게 다시 말을 뱉어낸다.

“이제 남은 것은 5천 톤급 이상의 잠수함 전력 확보인가요?”

힐끗 쳐다본 그의 얼굴은 기대감이 가득한 표정이 지어져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현 대통령이라면 분명 그 길을 거부하지 않을 테니까.

아니 사실 저 말이 합참의장의 입에서 나왔다는 것은 이미 군과 정부 사이에선 모종의 대화가 오고 갔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대통령님께선 뭐라고 하십니까?”

혹시나 싶어 넌지시 떠봤다.

슬쩍 지어지는 미소.

역시나 내 예상이 맞는 모양이다.

“진 회장님께서도 아시겠지만 대통령이라는 직책은 보통 집권 후 2년 동안이 가장 강력한 힘을 가지죠. 해서 현 대통령님께서도 그 힘이 누그러들기 전에 결정을 내리실 모양입니다. 더군다나 중국과의 충돌을 경험한 이후라서 분위기도 꽤 올라온 성황이고 말입니다.”

분위기 형성에 대해선 나도 인정하는 부분이었다.

전엔 그토록 국방력의 증강을 성토하던 언론들조차도 언제 그랬냐는 듯 태도를 싹 바꾼 것이 현실이니까.

어찌 보면 그것 역시도 중국과의 분쟁에서 얻어진 이익이라면 이익일 것이다.

짝짝짝!

생각을 뒤로하고 리본을 잘라냈다.

이후 주변의 축하 인사에 일일이 대응하는 와중 합참의장이 넌지시 말을 던진다.

“그나저나 재래식 잠수함을 5천 톤급까지 끌어올리는 것은 좀 바보 같은 짓이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난 그 말이 왠지 의미심장하다 싶어 슬며시 쳐다봤다.

비록 빙 돌려 말했지만, 결국 저 말의 핵심은 이젠 우리도 핵 추진 잠수함의 개발을 시작해야 하지 않느냐는 의견을 던진 것과 마찬가지거든.

실은 나 역시 그 부분에 대해선 이미 오랜 동안 고민을 하고 있었던 상태였기에 자연스레 대화가 이어졌다.

“현명한 결정은 아니죠. 아무리 효율성을 높였다곤 해도 재래식 잠수함이 핵 추진기관을 가진 물건을 따라잡을 수는 없으니까요. 게다가 어느 정도는 판도 깔려 있는 마당이니…….”

끝이 흐려진 뒷말은 우리가 핵 추진 잠수함 건조 부분에 있어 이미 미국의 암묵적인 동의는 받아둔 상태임을 강조한 거였다.

그 역시도 그 점은 주지하고 있었던 듯 곧바로 고개를 끄덕여 보였고, 난 그 시점에 핵심을 다시 거론했다.

“하지만 문제는 핵연료의 확보입니다.”

“그렇죠, 그게 문제죠.”

합참의장은 읊조리듯 대꾸했다.

슬쩍 쳐다보자 그가 나처럼 불만 가득한 표정으로 다시 말을 잇는다.

“솔직히 저도 미국이 정말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건지 알 수가 없어요. 어차피 핵 추진 잠수함 건조를 묵인까지 한 마당에 왜 핵연료는 판매는 거부하고 있는지. 마음 같아선 우리가 자체 생산을 해버리고 싶은 심정입니다. 어차피 재처리도 가능해진 마당에 못 할 것도 없지 않습니까.”

“그렇기는 합니다만, 뒷감당이 꽤 힘들어질 겁니다.”

난 웃으며 고개를 가로저어 보였다.

긴 한숨을 내쉰 합참의장은 어깨를 들썩이며 말을 이었다.

“하긴, 그랬다간 온갖 제재가 날아들겠죠. 사실 미국도 조마조마하기는 할 겁니다. 재처리는 이미 허용했지. 그 마당에 북한은 저렇듯 핵을 가지고 난리지……. 우리가 언제까지고 참으라는 법은 없으니까요.”

말을 듣고 있자니 그의 답답함이 내게도 전염되어 왔다.

주변국들 대부분이 핵보유국인 마당에 우리만 독야청청 한다는 것도 따지고 보면 천하에 바보 같은 짓.

과연 언제까지 그런 비합리적인 상황을 버텨내고 있어야 한다는 말이던가.

“의장님!”

한참 생각이 뿌리를 내리고 있던 와중 장성 하나가 다급히 우릴 향해 달려왔다.

어깨에 무려 별이 3개나 달린 장성이 저렇게까지 흥분해 있는 것은 무언가 단단히 사달이 났다는 증거.

절로 긴장감이 파고드는 와중 그가 다시 말을 뱉어냈다.

“북한이 방금 해상에서 SLBM 사출 시험에 성공했답니다.”

“…….”

***

[오늘 오후 2시. 북한이 원산 인근 바다에서 SLBM의 사출 시험을 실시했습니다. 결과는 성공적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며, 발사체는 일본 해역에서 불과 몇 킬로미터 떨어지지 않은 지점에 추락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일본은 긴급성명을 통해 북한의 도발에 엄중히 항의했습니다. 또한 한미일간 공조를 통해서…….]

우르르.

“이거 하루라도 편할 날이 없군요.”

합참의장의 불평과 함께 행사장을 빠져나온 우리는 곧장 국가 안정보장 회의가 열리는 곳으로 향했다.

하필이면 북한과 연관된 문제다 보니 대북 자문위원인 난 이번엔 아예 정식으로 참여자격을 가진 상태.

의외인 것은 막상 창문을 통해 본 회의실 안에는 한미연합사령관도 떡하니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는 거였다.

“저 사람 주한미군사령관 아닙니까? 저 양반이 왜 이 회의에 참석한 거죠?”

워낙 낯선 상황이었던 터라 난 즉시 합참의장을 향해 되물었다.

보통 안전보장회의에 미군이 참여를 하는 경우는 그리 흔치가 않으니까.

역시나 같은 의문을 품고 있었던 듯 합참의장도 발길을 멈춘 채 부관을 향해 손짓했다.

“이봐, 매건 사령관이 이 회의에 왜 온 거야?”

“저 그게…….”

부관은 대꾸를 하지 못한 채 머뭇거렸다.

와락 합참의장의 눈매가 일그러지고, 부관은 다급히 말을 잇는다.

“직접 들은 것은 아니지만, 혹시라도 우리가 북한을 독자적으로 폭격해 버릴 것을 염려하여 참석한 모양입니다.”

“그게 무슨 소리야?”

합참의장은 여전히 풀어지지 않은 눈매를 하며 되물었다.

“중국 사태 말입니다. 우리가 그걸 해결하는 과정에서 워낙 강경하게 나오자 이번에 북한 문제도 혹시나 같은 방식으로 나설까 싶은 걱정을 한 모양입니다.”

사실 아주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어차피 지금 북한의 전력은 우리와는 비교조차도 되지 않는 상황.

그 자신감에 우리 정부가 극단적인 선택을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거든.

그렇게 되면 미국으로서는 간신히 잠재워 놓은 아시아가 또 혼돈의 상황에 빠져 버리는 것을 감당해야 할 형국.

이제야 안정적으로 중국을 빨아먹을 기틀을 마련한 미국으로서는 당연히 그건 막아야만 할 일이었을 거다.

“흠…….”

게다가 현 대통령의 성향은 나조차도 두 손을 들어버릴 정도로 강성 중의 강성이다.

이번 중국과의 분쟁을 예로 봐서도 어지간한 피해쯤은 감내할 각오가 되어 있는 존재라는 건 증명 되고도 남은 상태.

하니 미국으로서는 뚱 줄이 타는 것이 당연하다.

“대통령님께서는 지금 어디 계십니까?”

순간 스치는 생각에 부관을 향해 물었다.

철컥!

그와 동시에 복도의 문이 열리며 들어서는 대통령과 국방장관.

난 즉시 그를 향해 다가가선 속삭였고, 대통령은 동그란 눈이 되어 나를 빤히 쳐다봤다.

“지금요?”

***

“이 회의실이면 대화가 새어나가는 일은 없을 겁니다.”

대통령과 나. 그리고 군의 주요 지휘관들이 자리를 옮긴 곳은 주 회의장 옆에 있는 상황 통제실이었다.

다행히도 주한미군사령관은 아직 대통령의 도착 소식을 전해 듣지 못한 상황.

그렇다 해도 시간에 쫓기는 것은 마찬가지기에 난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

“회의장에 들어가시면 주한 미군사령관에게 좀 엄포를 놓으시는 것이 어떨까 싶습니다. 우리가 단독으로 북한을 폭격하겠다고 말입니다.”

“…….”

대통령을 비롯한 사람들은 그 말에 일제히 놀란 표정을 지었다.

불필요한 오해를 막기 위해 난 재빨리 말을 이었다.

“실제 그렇게 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아! 그전에 대통령님의 의중을 먼저 묻겠습니다. 이 사태를 어떻게 해결하실 생각이십니까.”

“나야…… 솔직히 아직은 결정을 내리지 못했습니다만, 최악의 경우는 실제로 핵 기지 폭격에 나설 수도 있겠죠. 왜요, 반대하고 싶으신 겁니까?”

“아니요, 국가수반께서 그렇게 결정하겠다는 마당에 제가 뭐라고 반대하겠습니까. 다만, 이제는 북한의 핵 기지를 폭격한다 해서 해결 되는 것은 없다는 점을 주지시켜 드리려는 겁니다.”

“…….”

대통령은 가만히 나를 쳐다봤다.

뒤이어 그의 시선은 다시 군의 주요 지휘관들에게로 향했고, 마지막으로 시선이 마주친 국방장관이 넌지시 말을 뱉어냈다.

“그건 진 회장님의 말이 맞습니다. 북한이 핵 무력을 완성하기 전이었다면 모를까, 이미 완전한 핵을 가지고 있는 지금은 사실 폭격이 큰 의미가 없습니다. 아니, 오히려 오판에 의한 핵 투발 가능성만 더 커지죠. 물론 우리에게야 여러 방어수단이 존재하기는 합니다. 하지만 핵은 단 한 번만 실수를 해도 우리 운명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이 문제인 거죠.”

“흠…….”

대통령은 길게 이어진 장관의 말에 표정을 굳혔다.

고민스러운 상황임을 표하려는 듯 그의 손이 턱을 매만지려 올라가려는 차, 이번엔 다시 내가 끼어들었다.

“제가 좀 더 설명을 보태겠습니다. 만약 우리가 폭격을 가할 경우 두 가지 상황을 예견할 수 있습니다. 첫째는 국가붕괴를 우려한 북한이 사태의 확산을 막고자 우리 정부에 은밀히 확전자재요청을 해오는 것.”

“…….”

“그리고 둘째는 장관님의 말씀처럼 저들이 이판사판이라는 심정으로 전면전을 시도할 경우죠.”

“하면 북한영토 수복의 길도 열리는 것 아닙니까? 아! 물론 핵 위협을 완전히 제거하는 것이 가능했을 경우에 말입니다.”

대통령은 넌지시 말을 뱉어냈다.

하지만 막상 스스로도 지나치게 낙관적인 태도였다고 여긴 듯 머쓱한 표정을 지어 보인다.

“핵을 완전히 제거한 경우엔 당연히 영토 수복의 길은 열리겠죠. 하지만 만의 하나를 늘 염두에 둬야 합니다. 핵을 단 하나라도 놓치게 되었을 경우. 사실 그게 바로 핵보유국만이 가진 우월성이기도 하죠.”

“…….”

“더군다나 우린 아직 전시대비에 대한 준비도 되어 있지 않습니다. 생필품을 비롯한 전시물자들의 확보는 둘째 치고, 전쟁으로 인해 급격히 무너져 버릴 경제에 대한 대비. 그리고 후속 대책에 대한 사회적 합의 말입니다.”

“그거야…… 뭐 계속해 보세요.”

“결정적인 것은 중국입니다. 한반도에서 전쟁이 발발하는 마당이면 그들은 반드시 북한을 침공할 겁니다.”

“크흠.”

대통령은 그 대목에서 완연하게 인상이 찌푸려졌다.

이후 눈동자가 이리저리 움직이는 폼이 그 역시도 가장 마음에 걸리는 부분이 중국이었던 모양이다.

“다른 건 몰라도 중국 문제는 심각하군요. 안 그래도 압록강 너머에서 호시탐탐 북한의 자원과 영토를 노리고 있는 것이 저들이니까. 가뜩이나 미국에게 멱살이 잡힌 상황에서 기회다 싶어 밀고 내려오면 일이 확실히 더 복잡해지는 것은 사실입니다.”

“맞습니다. 저들은 지금 그 어느 때보다 탈출구가 필요합니다. 그리고 한반도에서의 전쟁은 가장 매력적인 탈출구죠. 해서 전쟁이 발발하면 필시 청천강 이북을 빠르게 점령한 상태에서 협상을 시도할 겁니다. 그리고 그땐 북한과는 비교도 되지 않은 핵 위협이 다가오겠죠. 하면 미국과 중국은 또 다시 우릴 배제한 채 영토협상을 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

대통령은 그 말에 인상을 찌푸렸다.

설마 하는 모양새.

난 한숨과 함께 말을 이었다.

“아닐 거라는 생각은 안 하시는 것이 좋을 겁니다. 일전 우리와의 충돌에선 핵 카드를 끝까지 고집해봐야 득보다는 실이 컸기에 참았지만, 북한 영토 문제에선 다르거든요.”

“…….”

“하면 미국도 지난번처럼 선제 핵 폭격을 위협수단으로 들고나오지는 못할 겁니다. 그렇게 되면 중국도 미국을 향해 ICBM을 날릴 텐데, 솔직히 미국이 우릴 보호하자고 자신들의 땅에 핵이 떨어지는 위협을 감수할 것 같습니까.”

“그건 아니겠죠.”

“그럼 당연히 중국과의 협상을 시도할 테고 그럼…….”

그럼 전쟁은 그야말로 의미가 없어지는 거다.

아니, 단순히 의미만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완전한 중국 붕괴를 향한 내 향후 시나리오에도 문제가 생기는 거지.

“왜 말을 하다가 맙니까.”

갑자기 우물쭈물하는 내가 의아했던 듯, 대통령이 고개를 갸웃하며 쳐다본다.

퍼뜩 정신을 차리곤 다시 말을 이었다.

“아무튼, 전 중국 좋은 일은 시켜주기 싫다는 겁니다. 아니 어디 중국만 좋겠습니까. 일본은 더 얼씨구나 하겠죠. 아시겠지만 일본 정치인들은 대놓고 옛 한국전쟁이 자신들에게는 기회였다고 떠들어대는 작자들입니다.”

“그건 나도 마찬가지입니다. 기껏 영토 수복을 하자고 남들이 개입하는 빌미를 제공할 수는 없죠. 한데 방금 전 내게 한 요구는 지금 주장과는 상반된 것 아닙니까. 나보고는 주한미군사령관에게 우리가 독단적으로 북한을 타격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라면서요.”

대통령의 말은 곧장 핵심을 찌르고 들어왔다.

순간 사람들의 시선이 다시 나를 향해 몰리고, 난 마침 앉아 있던 의자의 팔걸이를 손가락으로 두드리며 말했다.

“그건 허풍을 좀 쳐보자는 겁니다.”

“허풍을 치다니 뭣 때문에요?”

“기왕 일이 벌어진 마당이면 이 기회에 실익을 좀 챙기자는 거죠. 해서 이번 기회에 핵연료를 좀 확보해 볼까 싶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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