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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무기도 만들어 드릴까요?-214화 (214/372)

#핵무기도 만들어 드릴까요? 214화

[조금 전, 서해상에서 한, 중 양측 간의 구축함들 사이에서 교전이 발생했다는 소식입니다. 국방부의 발표에 의하면 대치 중이던 중국 구축함에서 먼저 사격통제 레이더 조사와 함께 대함 미사일을 발사했으며 우리 역시 교리에 따라 응대한 것으로…….]

분쟁은 결국 하늘에 이어 바다에서도 발생했다.

이로써 상황은 더 걷잡을 수 없는 방향으로 치달았지만, 예상과 달리 우리 군의 분위기는 꽤나 차분한 편이었다.

“아무리 세종대왕 함이라지만, 적 구축함과 호위함들을 일거에 정리해버렸다니…….”

원인은 아마도 그것이지 싶었다.

우리 측의 피해는 전무한 상태에서 적의 함대 하나를 통째로 날려버렸다는 것.

물론 완전한 편제를 갖춘 함대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방공함마저 포함된 함대를 단 네 발의 대함 미사일과 드론들만으로 제거해 버렸다는 것은 사실상 의미가 큰 상황이다.

‘다른 걸 떠나서 우리 이지스함이 실전에서도 확실한 성능 우위를 보인다는 것을 증명해 보이기도 했고.’

[중국 정부는 이번 해상에서의 교전을 영토침범 행위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앞으로 펼쳐질 상황이다.

구축함끼리의 교전은 엄밀히 따진다면 전쟁의 깃발을 올린 것이나 다름없는 상황.

조금 의외인 것은 이후 중국의 태도였는데, 정작 서해와 남해를 아우르는 긴 대치 전선을 형성하기는 했어도 전처럼 먼저 도발을 시도하지는 않는다는 거였다.

“중국에서 지금 우리 해상을 봉쇄할 생각인 겁니까?”

대통령은 그게 가장 걱정인 듯했다.

하지만 해상 봉쇄라는 것도 상대의 전력을 압도할 때나 가능한 것.

회귀 전이었다면 모를까, 지금 우리의 전력을 생각하면 감히 중국 수준의 해상력으로 우리의 해상을 봉쇄하겠다고 달려드는 것은 오만의 소치다.

“해상 봉쇄는 불가능합니다. 다른 걸 떠나서 현재 우리 해군의 전력 이 저들에 비해 질적으로 월등한 상태니까요. 물론 잠수함 전력이 숫자상으로 열세긴 하지만, 작전능력이나 성능에 있어선 우리가 우위에 있으니 그런 걱정은 안 하셔도 됩니다.”

대통령은 합참의장의 장담이 있고서야 안도의 한숨을 내뱉었다.

이후 그는 전군에 전시대비 태세를 지시.

그에 발끈한 중국 역시 전쟁의 가능성을 자국 인민들에게 강조하며 내부단속에 나섰고, 얼마 후엔 은근슬쩍 자국의 핵 무력을 대외에 강조하는 상황까지 이르렀다.

[오늘 오전 미국 정부는 한반도를 향해 태평양함대를 전개했음을 알려왔습니다.]

상황을 주시하고 있던 미국은 결국 본격적인 개입을 시사했다.

내세운 명분은 한, 미 상호방위조약이었다.

아직은 미국의 발끝에도 미치지 못하는 자신들의 전력을 염두에 둔 중국은 기어이 끼어들겠다는 미국의 의지에 결국 슬금슬금 꼬리를 내리기 시작했고, 결국 한 치 앞도 모를 상황까지 치솟았던 긴장감은 서서히 잦아들기 시작했다.

[양국 정부는 본격적인 협상에 들어갔습니다.]

그로부터 대략 한 달 동안 한, 중 사이에는 수차례의 외교장관 회담이 열렸다.

그리고 내려진 협상의 결과는 이어도를 포함한 우리의 배타적 경제수역을 명문화하여 인정. 또한 우리가 제시한 어업협상 조건의 전면 수용.

워낙 갑작스러운 태도 변화였던 탓에 우리 정부는 처음엔 진위 여부를 의심했지만.

[중국은 우리 EEZ의 전면적인 인정과 함께 돌연 서해상에서의 철수를 결정했습니다.]

예상 밖으로 저들은 행동으로 자신들의 말을 증명해 보였다.

[외신에 의하면 이번 협상 타결의 결정적인 원인은 미국의 압력 때문이라는 것이 중론입니다. 미국은 선전포고도 없는 중국의 발포 행위를 문제 삼아 국제사회의 지지를 얻어냈고, 그로써 차후 중국이 다시 교전 행위를 시도할 경우 직접적인 공격을 가할 수도 있음을……. ]

이후, 서방 언론에선 이번 협상 타결의 공로가 미국에 있음을 주장했다.

중국의 선전포고 없는 발포 행위. 그리고 핵을 수단으로 한 위협.

특히나 핵이 결정적이었는데, 만약 중국이 핵 발사 징후를 보일 경우 미국이 선제공격에 나설 수도 있음도 시사했고, 그게 결정적인 백기 투항의 원인이라는 주장이다.

“흠…….”

하지만 난 그게 전부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물론 미국의 개입이 결정적인 것이었던 것은 인정하지만, 보다 현실적인 이유는 우리와의 전력 차를 체감한 탓이라고나 할까.

그게 아니면 이렇듯 갑작스러운 철수와 양보를 해야 할 만큼 내부사정이 복잡해졌다거나.

“아무래도 중국 내부 권력 판도에 급격한 변화가 온 모양입니다.”

얼마 후 그 짐작은 국정원장을 통해 더 정답에 가까워졌다.

정보에 의하면 극단으로 치닫는 현 지도부의 태도에 불만을 가진 세력들이 발호를 했다는 것.

[최근 들려오는 소식에 의하면 중국의 권력 지형이 급격히 변화를 겪고 있다는 소문입니다.]

그 정보가 영 틀린 것만은 아닌 듯 불과 얼마 후에 외신에서도 중국 내부사정의 변화에 대한 기사들이 슬금슬금 등장하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중국의 몇몇 핵심 권력층에 변화가 온 것 같소.

이후 푸틴으로부터. 아니 정확히는 러시아 대외정보국으로부터 들려오는 정보들은 우리의 예측에 더 힘을 실어줬다.

사실이라면 우리 역시 대처가 필요한 상황.

누가 권력의 핵으로 떠올랐느냐에 따라 향후 우리 역시도 대처방안이 달라질 테니까.

‘가만, 그런데 설마 시진핑이 권력의 중심으로 떠오른 건 아니겠지?’

나로선 사실상 그게 걱정이었다.

그 경우 중국이라는 나라를 길들이자고 시작한 일이 오히려 상황을 더 악화 시키는 결과로 나타날 테니까.

시진핑이 중국의 권력 핵심으로 다시 서는 것.

그것만큼 우리에게 악몽은 또 없을 거다.

[중국은 오늘 오전 우리나라를 향한 희토류 수출을 전면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합니다.]

그렇게 몇 달 여의 시간이 지난 후, 한동안 잠잠했던 중국은 다시 우릴 향해 시비 걸기를 시작했다.

어느덧 격렬했던 권력투쟁이 종식된 듯.

하지만 전과는 달리 이번엔 경제 분야를 건드렸다는 건데, 그건 두 가지 의미를 내포하고 있었다.

첫째, 이젠 다짜고짜 무력을 내세우기엔 저들이 우리를 두려워 한다는 것.

그리고 이번에 권력을 잡은 세력은 전보다는 조금 더 신중하고 조심스러운 성향을 가지고 있다는 것.

‘빌어먹을, 대체 누가 권력을 잡은 거야. 아니 권력에서 떨어져 나갔으면 티가 나야 하는데, 어째 저 놈들은 여전히 자리들을 다 차지하고 앉아있으니…….’

[우리 정부는 중국의 희토류 수출 금지조치에 대한 대책으로 반도체 공급의 전면 중지를 시사했습니다.]

저들의 2차 도발에 대한 우리 측의 대응은 반도체 수출의 전면 금지 선포였다.

서로가 아킬레스건을 찌른 상황.

그 탓에 양국 경제는 누가 더 피해가 크다는 것을 재기 민망할 정도로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고, 그 여파는 순식간에 전 세계를 휘몰아쳤다.

“중국이 희토류를 무기로 삼는다면 우린 무기수출 카드를 꺼내야죠.”

결국 우리가 최후의 카드로 꺼낸 것은 중국을 적대시 하는 국가들에 대한 무기수출을 시사하는 것이었다.

대만은 물론 인도와 필리핀까지.

중국의 반응은 당연히 극에 달했고, 결과적으로 저들의 희토류 수출 금지는 말만 무성했을 뿐 실제 행동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오늘 재우그룹은 러시아 정부와 희토류 공동개발에 나설 것을 천명했습니다.]

차후 또 있을지 모를 중국의 희토류 무기화에 대비한 우리의 조치는 러시아의 힘을 빌리는 것이었다.

물론 미국이 제2의 매장량을 가지고 있다곤 하지만, 환경파괴를 극도로 염려하는 그들에게 대책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

그에 비해 어지간한 환경파괴는 눈 하나도 끔뻑하지 않을 러시아가 답이 된 거다.

[한국이 결국 중국으로부터 양보를 받아냈습니다. 이는 재우와 러시아 간의 협상이 결정적인 영향을…….]

외신은 중국이 물러선 것이 우리의 희토류 확보로 인한 것이라 설레발 쳤다.

하지만 그건 어불성설.

막말로 당장 공급이 끊기는 것이 문제인 마당에. 그것도 몇 년이 걸릴지 모를 개발안만으로 무슨 해결책이 되겠는가.

결국 저들이 손을 든 진정한 이유는 무기수출 카드와 반도체 수급제한일 것이라는 것이 우리가 내린 결론이었다.

겉으로는 아닌 체를 했지만, 결국 우리 반도체가 없이 저들의 산업을 유지하는 것은 불가능하며.

또 이 시점에 대만 문제까지 본격적으로 수면 위로 올라오는 것은 지옥이 펼쳐지는 것이나 다름없으니까.

[지루했던 두 나라의 대립은 이로써 봉합 수순에 들어섰습니다.]

협상이 타결되자 가장 먼저 환영의 뜻을 밝힌 것은 우리 경제계였다.

하긴, 그동안 우리가 입은 피해가 어지간히도 컸어야지.

하지만 희생이 따른 만큼 소득도 컸다.

이대로라면 차후 내내 분쟁의 씨앗이 되었을 이어도 문제를 해결해 버린 것만으로도.

그에 더해, 저 거대한 중국을 상대로 우리가 전혀 꿀릴 것이 없다는 자신감을 얻은 것도.

‘문제는 역시나 핵인데…….’

물론 핵만큼은 여전히 공포감을 가져다주기는 한다.

아무리 우리가 각종 요격체계를 갖추었다고는 해도, 만의 하나라는 것이 있으니까.

때문에 그 근본적인 대책을 새워야 하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고, 이제부터는 그걸 연구해야만 한다.

[우리 정부는 최근 벌어진 국가 비상사태의 재현을 대비하여 전략 물자보유를 확대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이후, 정부는 전쟁발발 상황에 대비한 본격적인 대비에 나섰다.

당장이야 사태가 수습됐다곤 해도 우리나라는 언제든 전쟁이 벌어질 수 있는 국가임을 국민들에게 주지시키고 그 대비를 하자는 것.

그로 인해 국회엔 새로운 예산안이 상정되었고, 그동안 지지부진하던 국방비의 증액도 반대 없이 통과되었다.

[우리 정부는 현재 보유 중인 해경선의 개량과 함께 추가적인 확보도 고려 중임을 밝혔습니다.]

사태가 수습된 지 얼마 후, 정부는 부실한 해경선의 무장을 전면 개편하기로 결정했다.

그로 인해 경하배수량 5,000톤급을 비롯한 1.500톤급 이상의 해경선엔 공히 전투정보시스템을 갖추기로 했으며, 경 어뢰의 운용을 위한 소나 체계를 탑재하여 해군의 부담을 덜어주는 쪽으로 운용 방향을 틀었다.

[정부는 해경선의 개량사업 결정에 따라 운용인력의 확충도 곧 시작할 예정입니다. 하지만 당장은 숙련된 운용인력의 확충은 불가능하다는 결론이 내려졌고, 그 대안으로 해군을 전역한 인원들을 우선 채용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뒤이은 인력 확충 소식은 해군 전역 자들로부터 꽤 환영을 받았다.

하긴, 5000톤급이나 되는 삼봉호의 근무 인원이 고작 60명을 넘어가지 못하고 있던 것이 기존의 시스템.

그 탓에 온전한 전투체계를 갖추려면 배 한 척당 그 몇 배에 달하는 인원을 채용해야 하는데, 그 수가 무려 수천에 달할 예정.

마침 변변한 할 일도 없던 전역 자들로서는 그보다 더 희소식은 없었을 거다.

[중국은 오늘 자국의 금융시장을 전면 개방하기로 미국과 합의했습니다.]

2010년 8월.

또 하나의 역사적 사건이 벌어졌다.

우리와의 국지적 분쟁 패배로 인해 쪼그라들어버린 중국이 결국 미국의 지속적 제재에 두 손을 들어 버리고 금융개방을 결정해 버린 것.

하긴, 불과 1년이 채 못 되는 사이 그 큰 국가의 경제가 마이너스성장을 넘어 각종 파산기업이 속출하고 있으니 버틴다는 것 자체가 무리였지 싶다.

[미 금융가는 본격적인 중국시장 진출을 준비 중입니다.]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의 중국 금융시장의 전면 개방은 미 금융가들뿐만 아니라 나에게도 더 없는 호재였다.

자본시장의 법칙이 통하는 곳에선 언제든 양털 깎기가 벌어질 수 있고 그게 중국이라고 예외는 아니거든.

한 가지 걱정인 것은 중국 역시도 그 점을 잘 알고 있기에 살아남기 위한 발악을 시작할 것이라는 점인데, 그건 어떤 형태로건 한반도의 상황에 영향을 끼치게 될 거다.

어차피 경제까지 쪼그라들 처지라면 이젠 한반도의 안정은 더 이상 저들에게 필수요소가 아닌 것이 되어 버리니까.

‘흠…….’

잠시 드는 생각에 절로 인상이 찌푸려졌다.

그 경우 최악의 상황에선 놈들이 북한을 향한 노골적인 야욕을 드러낼 수도 있거든.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니 그게 외려 기회일 수도 있을 거라는 생각도 든다.

어차피 중국이 북한을 침탈하게 되면 우리도 나설 수밖에 없을 터.

그땐 중국이라는 나라 자체가 갈기갈기 찢길 수도 있으니까.

아니 온갖 수단을 동원하여 그렇게 유도하면 되니까.

‘현재 독립을 바라는 중국 내의 민족들이 어디 한둘일까. 전쟁의 혼란을 틈타 그들을 자극한다면 정말로 중국이 분열 되는 것도 아주 불가능한 일은 아니지.’

티벳을 비롯하여 위구르와…….

‘아니지, 그건 둘째 치고, 성난 인민들에 의해 공산당이 과연 얼마나 버텨줄지가 의문이군.’

이제 미국과 내 자본에 의한 경제 침탈로 중국 경제는 곧 나락으로 떨어질 터.

맛보지 않았다면 모를까, 이미 배가 불러봤던 인민들이 다시 굶주림을 강요받는 것도 모자라 전쟁까지 참아낼 가능성은 적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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