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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무기도 만들어 드릴까요?-212화 (212/372)

#핵무기도 만들어 드릴까요? 212화

[오늘 오전, 중국은 우리 해경의 과격한 대응에 대한 공개적인 사과를 요구했습니다. 또한 재발 방지대책을 세우지 않을 경우…….]

중국은 죽은 자국 어민들을 핑계로 본격적인 압박을 시작했다.

하지만 우리 정부는 사과는커녕 중국 어민들의 불법 조업에 대한 중국의 자발적인 단속을 요구했고, 결국 두 나라의 의견은 평행선을 달렸다.

[중국은 조속한 우리 측의 대책이 있지 않으면 자국 어민들의 보호를 위해 자체적인 조치에 들어갈 것임을 천명했습니다.]

이후, 중국의 대응은 예상했던 수순대로였다.

서해상에 구축함을 전개하는 것은 물론, 전투기를 통한 무력시위까지.

그 탓에 정부는 내 조언을 따라 대만 카드를 만지작거렸지만 난 아직은 때가 아님을 강조했다.

“사과를 받아내겠다는 저들의 의지를 꺾는 것도 중요하지만 우릴 상대로 무력이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게 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해경선도 아닌 구축함의 파견은 그만큼 우릴 우습게 여기고 있다는 건데, 그 착각은 깨줘야죠.”

“하면 정말로 포격이라도 주고받자는 겁니까?”

외교부장관은 내 의견에 우려를 표했다.

이해를 못할 바는 아니지.

자칫 포격이 오가면 그땐 정말로 국지전이 벌어지는 상황이니까.

아니, 하다못해 서로 사격통제 레이더라도 조사하는 날엔 그게 또 문제를 확대시키는 결과가 될 거다.

“하지만 우리가 먼저 대치를 풀면 문제가 더 심각해집니다.”

“…….”

외교부장관은 그게 무슨 소리냐는 듯 나를 쳐다봤다.

“저들은 통상적인 절차를 무시하고 구축함을 파견했습니다. 그건 우리와의 충돌을 전혀 염려하지 않는다는 의미죠. 그 와중에 우리가 먼저 철수하면 차후엔 그 맛을 못 잊고 매번 군함부터 보낼 거라는 말입니다.”

외교부장관은 그 말에 입술을 짓씹었다.

하지만 끝내 우려를 떨쳐내지는 못 하겠던 듯 다시 반발한다.

“제가 전해 듣기로는 만약 저쪽에서 우리 함정에 사격통제 레이더를 조사하면 우리 역시 같은 방식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다고 하던데요. 하면 이후 저쪽에서 먼저 미사일이건 포격이건 가할 수도 있는데 그땐 어쩔 생각입니까.”

“설사 그렇다 해도 우리 함정이 피해를 보겠습니까? 장관님께선 잘 모르시기에 그런 염려를 하시는 것 같은데, 지금 대치 중인 우리 구축함들이 그리 어설픈 물건은 아닙니다.”

“…….”

외교부장관은 그 말에 꿀 먹은 벙어리가 됐다.

그러자 이번엔 곁에서 듣고 있던 국방장관이 한마디를 거든다.

“물론 세종대왕급이면 저들에게 당할 이유가 없죠. 하지만 외교장관님의 주장도 귀담아들을 필요는 있습니다. 대치가 길어지면 우발적인 충돌상황을 아주 배제할 수는 없습니다.”

난 가만히 그의 말을 경청했다.

슬쩍 내 표정을 살핀 국방장관은 조심스러운 태도로 다시 말을 이었다.

“그 경우, 결국 우리도 대응 사격을 할 텐데, 고작 명중률이 30%도 채 되지 않는 저들의 함대공 방어 시스템으로는 우리의 포격을 못 버텨낼 겁니다. 즉, 중국의 그 어설픈 구축함은 필시 침몰해 버릴 거라는 소린데, 그땐 정말 돌이킬 수 없다는…….”

“그게 두려우면 애초 대치 자체를 하지 말았어야죠.”

한참 장관의 성토가 이어질 무렵 대통령이 말을 자르고 들어왔다.

쏟아지는 시선들.

그는 곧바로 말을 잇는다.

“두 장관님들의 걱정이 뭔지는 압니다. 하지만 지금은 서로 통제 레이더를 조사한다 해서 그게 발포로 이어질 가능성은 적습니다.”

“무얼 근거로 그리 자신하십니까.”

국방장관은 눈을 끔뻑이며 되물었다.

슬쩍 입가에 미소가 스치는가 싶더니 대통령의 말이 다시 이어진다.

“방금 전, 주일 미군 사령관으로부터 전화를 받았습니다. 오키나와에 주둔 중인 미 해군 이지스함을 제주기지로 임시 파견한다는군요.”

“미 해군 이지스함정이 제주기지로 온다고요?”

상황이 그렇다면 대통령의 주장도 일리는 있었다.

중국이 바보가 아닌 다음에야 코앞에 미 해군이 버티고 있는 상황에서 대뜸 발포부터 하는 우를 범하지는 않을 테니까.

그제야 마음이 놓이는 듯 장관이 긴 한숨을 뱉어냈다.

“그나저나 말씀하신 대만 카드는 언제까지 아껴둬야 하는 겁니까?”

이후 대통령의 시선은 내게로 돌아왔다.

잠시 흐트러진 옷매무새를 고치곤 대답을 하려는 차, 비서실장이 다급히 문을 열고 들어선다.

“대통령님, 방금 전 중국 전투기가 우리 영공을 침범했답니다.”

“그래서요?”

대통령은 즉시 되물었다.

슬쩍 회의실 인원들의 면면을 살핀 비서실장은 굳은 얼굴로 대답했다.

“방금, 우리 측 전투기가 요격을 위해 출격했다고 합니다.”

***

“한국 영공 진입.”

중화인민공화국 동부전고 소속 허핑 소교는 명령에 따라 서해 인근의 한국 영공으로 들어섰다.

그에게 맡겨진 임무는 한국의 영공을 아슬아슬하게 침범한 상태에서의 지속인 남하.

고작 그 혼자에게만 내려진 임무였던 탓에 기분은 꺼림칙했지만 그렇다고 불안감을 느낄 이유는 없었다.

어차피 한국 같은 소국이 감히 중국 전투기를 향해 미사일을 날려 보낼 배포는 없을 테니까.

할 수 있는 것이 있다면 기껏 요격을 위해 출격하는 것이 전부.

설사 그렇다 해도 오늘만은 끝까지 버티라는 명령을 받은 상황이라 저들로선 제법 골치가 아플 거다.

‘조금 이상한데?’

한데 조금 후 허핑은 뭔가 평소와는 다른 기분을 느꼈다.

영공을 침범한 것도 어느덧 수분째, 진즉에 날아왔어야 할 요격기들이 여태 보이지 않고 있기에.

아니, 분명 레이더상에서는 요격기들이 잡히고는 있는데, 위치가 애매하다.

‘요격에 나선 놈들이 왜 북쪽으로 올라가는 거야?’

허핑은 혹시나 싶어 다시 레이더를 확인했다.

치직!

순간 발생한 간섭현상.

불길한 예감이 듦과 동시에 밖을 살피자 갑자기 무언가가 휙 하고 허핑이 몰고 있던 J11의 기체 아래를 순식간에 스쳐 지나갔다.

“헉!”

당황한 허핑은 즉시 기수를 틀었다.

하지만 분명 저편으로 날아갔던 물체는 다시 쏜살같이 그의 전투기를 향해 날아왔고, 이내 교묘히 사각지대로 파고든다.

‘젠장, 저게 왜 레이더에 잡히지 않았지? 혹시 교란 신호에 당한 건가?’

그는 재빨리 레이더를 확인했다.

잠시 깜빡거리다 사라져 버리는 적기의 신호.

순간 그의 뇌리에 떠오른 것은 ‘전자전기’라는 단어였다.

‘요격 임무에 전자전기를 투입한다고?’

처음엔 그게 당황스러웠다.

이후 다시 떠오른 생각은 설사 전자전기라고 해도 이런 방식의 교란이 가능한 건가 싶은 의문.

그때, 등줄기를 흐르는 싸한 불길함과 또다시 예의 그 기체가 휙 하고 사각지대에서 솟아오른다.

“분명 외형은 고스트 이글이었는데…… 젠장! 무슨 기동력이 저렇게 좋은 거야.”

적기의 정체를 파악한 것도 잠시, 상대의 엄청난 기동력에 놀란 허핑은 곧장 꼬리를 잡기 위해 방향을 틀었다.

하지만 그 순간 다시 기수를 들어 버리는 고스트 이글.

이후 그건 또다시 기묘한 기동력을 보이며 순식간에 시야에서 사라져 버린다.

“뭐야, 이게…….”

삑삑!

“억!”

그때, 격한 경고음과 함께 그의 전투기가 락온 되었음을 알리는 붉은 등이 깜빡였다.

당황한 허핑은 급히 회피기동을 하며 사방을 살폈지만 어디에서도 미사일의 꼬리는 보이지 않는 상태.

더 당황스러운 것은 다시 시야에 들어온 고스트 이글이 저편에서 그와 나란히 날며 신호를 보내고 있었다는 거다.

빨리 꺼져라!

마치 그런 의미인 것만 같은.

‘분명 놈은 저기에 있는데…… 왜 락온 알람이 계속 울리는 거지?’

그는 생각과 동시에 전투정보창을 주시했다.

혹시나 했지만, 그의 기체 주변에서 접근해오고 있는 다른 전투기는 잡히지 않는 상황.

하면 답은 하나뿐이었다.

‘센서가 오작동을 일으킨 건가?’

막상 답을 내리자 다시 등줄기가 서늘해졌다.

어쩌면 이 센서의 오작동 역시도 우연이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에.

휙!

그는 결국 당장의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공역으로 방향을 틀었고, 그걸 포기의 의미로 받아들인 듯 한국군의 전투기 역시도 빠르게 자리를 이탈한다.

“응?”

얼마의 시간이 지났을까, 그토록 요란하던 알람음이 뚝 하고 소리를 멈춘다.

정확히 한국의 영공을 빠져나온 직후.

혹시나 싶은 생각으로 다시 한국 영공을 향해 기수를 틀려 했지만, 웬일인지 멈칫 하게 된다.

“빌어먹을! 저 유령 같은 놈과 다시 숨바꼭질을 하는 건 좀…….”

허핑은 고민 끝에 결국 상부에 철수 의지를 밝혔다.

아니나 다를까, 무전을 통해 날아오는 온갖 욕설들.

그는 즉시 조금 전 있었던 일들을 본부에 알렸고, 저편에선 한동안의 침묵이 이어졌다.

“지시를 부탁합니다.”

허핑은 다시 본부를 재촉했다.

그제야 내려지는 철수 명령.

“후우…….”

다행이라는 생각이 드는 것도 잠시 그의 눈매가 다시 좁혀진다.

“빌어먹을…… 돌아가서 설명해야 할 일이 걱정이군.”

교란의 수준을 넘어서 상대 기체를 아예 가지고 노는 전자전기가 있다는 사실을.

치직!

그때, 다시 그의 기체가 이상 징후를 보이기 시작했다.

레이더 신호가 순식간에 꺼져 버린 것은 물론 각종 센서들마저 먹통이 되어 버린 것.

순간 소름이 돋은 그는 재빨리 속력을 올리려다간 망연자실한 표정을 지어 보인다.

“시발, 어느 쪽으로 가야 하는 거야…….”

***

[오늘 오전 우리 영공을 침범했던 중국 전투기가 공해상에서 추락했습니다. 중국 정부는 이에 대한 책임이 우리에게 있음을 주장하고 있지만 우리 정부는 별다른 교전상황이 없었음을 내세우며 반발했습니다.]

[중국 정부는 추락한 기체의 인양을 위해 벌써 사흘째 인근 해역을 수색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떨어져 나간 꼬리 날개 이외엔 아직까지 이렇다 할 소득이 없는 것으로…….]

중국 전투기의 영공 침범과 그로 인한 우리의 대처는 사태를 조금 더 심화시켰다.

표면상으로만 보면 직접적인 교전이 이루어진 것은 아니었지만 어쨌건 자국의 전투기가 원인 모를 추락으로 손실된 상황.

자존심이 상한 중국 정부는 이후 보다 노골적인 시위에 나섰고, 그건 하늘과 바다. 두 곳에서 동시에 이루어졌다.

“J11 한 개 편대가 계속해서 우리 영공을 들락거리고 있습니다.”

“중국 구축함이 지금 서해에서 세종대왕함과 대치 중입니다.”

연신 들려오는 소식에 긴장감은 점점 더 고조되었다.

이대로라면 정말로 국지전이라도 발발할 상황.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한 한미연합사령관은 곧장 우리 수뇌부를 찾아왔고, 이후 그들의 압박은 또 다른 부담감으로 작용했다.

[우리 구축함이 제주기지에 입항 한 것은 교전을 막기 위해서지 돕기 위함이 아닙니다.]

아마 미국으로서는 그게 당연한 태도였을 거다.

이미 미국과의 경제전쟁에서 꼬리를 내릴 기미가 보이고 있는 중국.

한데 이 상황에서 국지전이 벌어지면 자칫 사태가 어느 방향으로 튈지 모르고, 그건 곧 저들의 노력이 물거품이 될 수도 있으니까.

하지만 대통령의 의지는 단호했다.

[우리도 충돌을 피할 수 있다면 피하고 싶습니다만 이 상황에서 우리가 먼저 물러서면 미래는 없습니다.]

[자존심을 굽히라는 것이 아니라 대화로 먼저 풀자는 것 아닙니까.]

[대화로 풀 의지가 있었다면 저들이 대뜸 구축함부터 보내는 무례는 저지르지는 않았겠죠. 더군다나 영공 침범까지 단행하는 심각한 상황까지 만들지도 않았을 테고. 메건 사령관께서는 아직도 사태가 제대로 파악이 안 되십니까. 중국은 지금 우리와의 충돌을 통해서 미국을 압박하려고 하는 거라는 사실을?]

[…….]

메건 사령관의 눈이 그 말에 크게 흔들렸다.

답답했던 듯 타이를 풀어낸 대통령은 다시 심각한 표정이 되어 말을 이었다.

[현재 미국이 해야 할 역할은 하나뿐입니다. 설사 국지전이 발발한다 해도 그게 전면적인 확전으로까지 비화되는 일이 없도록 중국을 지속적으로 압박하는 것.]

[그게 말이 됩니까? 교전이 벌어져서 어느 쪽이건 피해를 입게 되면 당연히 사태가 확산되는 법입니다. 그 상황에서 우리가 압박을 한다 해서 저들이…….]

[들을 수밖에 없게 만들어야죠.]

대통령은 이어지던 메건 사령관의 말을 잘라냈다.

이내 눈을 끔뻑이는 그를 향해 차분한 표정으로 다시 말했다.

[중국이 확전을 하지 못할 상황임을 깨닫게 해주면 되지 않겠습니까. 예를 들면 대만이 전투준비태세에 나선다든지…… 또는 국경 분쟁 중인 인도가 꿈틀거린다든지. 그렇듯 뒤가 구린 상태에서의 확전은 저들도 피하고 싶지 않을까 싶군요.]

대통령은 말끝에 힐끗 나를 쳐다봤다.

마치 이게 맞는 거지? 싶은 표정과 함께.

난 슬쩍 고개를 끄덕였고, 이후 메건이 기가 차다는 듯한 표정과 함께 다시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대만을 끌어내고 인도를 끌어내는 상황을 연출하려면 우리가 얼마나 많은 희생을 치러야 하는지는 알고 계십니까? 미안하지만 우리 정부는 차라리 한국을 막을 겁니다.]

[무슨 수로요.]

[…….]

[이미 전작권은 우리에게 있는 상황에서…….]

메건은 불쑥 튀어나온 대통령의 말에 눈을 부릅떴다.

이내 잔뜩 붉어진 얼굴로 반발하려는 차, 갑자기 회의실에 문이 열리며 합참의장이 뛰어 들어왔다.

“대통령님! 방금 서해 우리 영공에서 전투기들끼리의 교전이 벌어졌답니다.”

용케 말을 알아들은 메건 사령관은 그 말에 툭 하고 턱을 떨어트렸다.

그와는 달리 한껏 침착한 표정이던 대통령은 슬쩍 합참의장을 향해 시선을 주며 묻는다.

“그래서, 결과는요?”

“중국 측 편대가 죄다 격추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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